〈 27화 〉제니스의 반격
한달 후, 많은 준비를 거쳐 프랑크의 개선식이 이루어졌다. 쟈브로의 점령, 마왕의 생포, 메소티아와 코르티아의 회복 등, 인족의 영웅으로 떠오른 프랑크의 개선식은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하 파티를 겸해 열렸다.
나는 일부러 개선식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프랑크가 권유했지만, 나는 이 곳에서 이방인이었고 모든 영광을 프랑크와 유먼에게 돌리려 했다.
개선식에서 프랑크는 백마를 타고 입성을 했고, 사람들은 그의 가는 길에 꽃을 뿌리며 환호했다.
왕성에 이르러 그는 아랑의 역대 왕들의 무덤에 참배하며, 승리의 보고를 올렸다. 나는 에브람의 사도로서 법의를 입고 제사장 뒤에 서있을 뿐이었다.
저녁이 되자, 프랑크가 준비한 연회가 전 도시에서 열렸다. 프랑크는 공짜로 술과 음식을 제공했고, 시민들에게 은화 한 개, 병사들에게 10개, 병사 가족들에게도 10개씩 특별 보너스를 줬다. 아랑의 시민 모두가 프랑크를 칭송했고, 그 날 하루는 도시 전체가 술과 음식이 넘쳐났다.
나는 궁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해 프랑크 바로 옆에 앉았다.
술과 음식을 먹던 도중에, 병사들의 이상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조금 의심하고 마력을 느껴보니, 수상한 움직임이 많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회장을 나가려 하는데, 옆에 있는 귀족이 나를 잡았다.
"스카이워커경. 어디에 가시는 지요?"
"잠시 화장실에..."
마주쳐 본 그의 눈은, 술 취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분명 이 사람은 나와 같이 회장에 들어와 술을 마셨다. 나는 취했는데, 이 사람은 취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나는 회장을 빠져 나와 궁을 나가려 하는데, 나를 보고 몇 명의 군사들이 나를 포위했다.
"무슨 짓이야?"
"이 놈은 아나킨이다. 당장 죽여라."
나에게 창을 휘두르는데, 마력을 쓰려고 했지만 마력이 나오지 않았다.
"제길. 독을 탄 거냐?"
휘두르는 창을 피하며, 나는 군사들을 손으로 제압했다. 마력을 쓰지 못해도, 격투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자 병사 하나가 위로 피리를 불었다. 소리가 나는 즉시, 백여명의 군사들이 달려왔다.
"죽여라!"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순간 내 앞에 한명이 달려와 공격하는 병사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서방님. 무사하시네요." 미야였다.
"미야. 마야는?"
병사들을 향해, 파이어볼 10개가 날아들어 불태웠다. 마야였다.
"마야. 어떻게 된 거지?"
"집이 습격당했습니다. 서방님이 걱정되어 달려왔습니다."
마야는 내 몸에 해독 마법을 걸었다. 마력이 나왔지만, 평소보다 출력이 3배나 떨어졌다.
"제길! 독을 먹었어."
"어떻게 하지요?"
"우선 여기를 벗어나야 해. 그리고... 제니스가 우리만 칠 리 없어. 아마도 자신의 정적을 모두 일소할 기회로 삼을 거야.
우선 숨을 곳이 필요해. 독을 치료해야 하니까."
나는 두 사람과 함께 왕궁 내의 프랑크의 집으로 갔다. 외진 곳이라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여기까지 병사들이 오지 않네요."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을 본 사람이 있을 거야. 조만간 여기로 오겠지."
"어떻게 하지요?"
"우선 해독할 마력이 필요해. 먼저 마야."
나는 마야의 손을 잡고 안았다. 그 의미를 마야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미야가 밖에서 경계하는 사이에, 나는 마야를 통해 마력을 채우고 해독을 시도했다. 해독의 이유는 주머니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나는 평소에 마력을 마석화시켜 저장하고 있었는데, 독으로 마력이 떨어지자 주머니 마법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마력을 회복할 수 없었다.
지금 마야를 통해 마력을 채우고, 주머니 마법으로 마석을 꺼내어 회복 마법을 내 몸에 사용했다. 내 몸에서 해독 된 것이 느껴졌다.
"됐어. 나가자."
마야는 옷을 고쳐 입고 나를 따라 나왔다.
우리가 나와 보니, 미야가 보이지 않았다. 마력의 흐름을 느껴 미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니, 그 곳에 시체의 산이 있었다.
미야는 가쁜 숨을 내쉬며 우리를 보았다. "우리를 찾아온 군사들을 모두 처리했습니다."
나는 미야를 안고 안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미야의 호흡이 느려지고, 지친 얼굴이 풀렸다.
마야가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죠?"
"제니스가 이런 짓을 벌였다면, 우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적 모두를 죽이려 하는 거야. 그렇다면 제일 먼저 누구지?"
"유먼의 아들 윌과.... 메소티아와 코르티아 사람들."
나는 미야의 말을 듣고 즉시 마력으로 달렸다. 살육을 막아야 했다.
나는 늘어선 집들의 옥상들을 발판으로 뛰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제니스의 살육이 시작되고 있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병사들에게 도륙 되고 있었다.
나는 땅에 내려가, 사람들을 죽이려는 병사들을 처리했다. 내 뒤에서 몇 명이 떨고 있었다.
"모두 에브람 신전으로 피한다. 서둘러!"
나는 그렇게 병사들을 죽이며 사람들을 피신시켰다. 내가 사람들을 구하자, 내 주위에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에브람 신전으로 도망치라는 나의 지시에 많은 사람들이 신전으로 몰려들었고, 신전에 가보니 대부분 메소티아와 코르티아 사람들이었다.
한 귀족이 나에게 달려왔다. "아나킨님이시지요? 어떻게 된 거지요?"
"제니스의 짓입니다. 파티에 젖은 우리를 한꺼번에 죽이려고 이런 짓을 벌인 거죠."
나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싸울 준비를 하라! 여기서 밀리면 모두 죽는다."
신전 내부에서 여자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막아야 했다.
나는 신전으로 오는 길목을 막고 병사들의 진입을 막았다. 한참 싸우고 있는데 내 옆에 미야가 왔다.
"미야. 사람들은?"
"끌어 모을 수 있을 만큼 데리고 왔습니다."
"마야는?"
"다른 쪽 길을 막고 계십니다."
"이렇게 전력이 분산 되어 있으면 불리해. 더 이상 올 사람들은 없어. 그러니 퇴각한다.
미야, 마야와 함께 신전에서 만나자."
나와 미야는 제일 늦게 그 길에서 빠져 나왔다.
신전 마당에는 신전 안에서 가져온 물건들로 바리게이트가 만들어져 있고, 사람들은 돌과 막대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나는 마야와 미야를 찾는데, 사람들 가운데에 두 사람이 있었다.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잘 들어라. 잠시 후 해가 뜬다. 그 때까지만 버텨라."
우리에게 파이어볼 수십개가 날라 왔지만, 마야와 마법사들의 방어막에 막혔다. 마야가 마법사들을 골라 온 것이었다.
미야가 화가 나서 바리게이트를 넘어 아랑 병사들 사이로 뛰어들려 했는데, 내가 잡았다.
"서방님. 이거 놔주세요. 저 놈들을."
나는 미야를 놓고 바리게이트로 걸어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었다. 하늘을 향해 마력을 주입하고, 땅에 번개가 떨어지는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아랑 병사들에게 벼락이 떨어졌고, 수 십명이 감전되어 땅에 쓰러졌다.
"잘 들어라! 여기를 공격해 오는 놈들은 모두 죽일테다."
나는 마력을 모아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 아랑 군대를 향해 날렸다. 수 십명의 몸이 잘려나갔다.
내 강력한 마법에 아랑 군대가 물러났다.
"크윽!" 나는 땅에 손을 대고 엎어졌다. 너무 많은 마력을 끌어 쓴 대가였다.
나는 2번째 세계에서 보통 사람의 20배의 힘과 100배의 마력을 얻었다. 그리고 무책임한 놈의 특전으로 빠른 레벨업과 마력 회복이 가능해졌다. 만렙을 찍은 나는 보통 사람의 100배의 힘과 1000배의 마력을 가진다.
하지만 그 정도의 힘과 마력을 쓰려면 육체가 감당하지 못했다. 출력을 10배로 높일 수 있어도 몸이 먼저 상했다. 그래서 평소에 마력을 잘 사용하지 않는 몸 상태로 유지했다.
지금처럼 강력한 마법을 연달아 사용하니, 내 몸과 장기가 비명을 질렀다.
처음에는 멋 모르고 사용했지만, 갈수록 통증이 커져갔다. 지금도 통증이 밀려와 몸을 지탱할 수 없었다.
마야는 내 몸에 회복 마법을 걸어주었다. 육신이 회복되어도 아픔은 남는다. 지금 나는 남은 고통 때문에 힘들었다.
미야가 나에게 왔다. "이제 물러간 것 같습니다."
"경계를 늦추지 말고.... 마야... 나 좀 부축해 줘."
나는 마야의 부축을 받고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 안은 더욱 심각했다. 부상자, 죽은 사람들의 시신으로 바닥은 피가 고여 있고, 죽은 시체를 안고 오열하는 사람들과 부상의 상처의 신음으로 가득했다.
마야는 나를 내려놓고, 마법사들을 모아 힐링으로 사람들을 고치기 시작했다.
앉아서 쉬면서, 마야에게 마력을 계속 공급했다. 마야는 쉼 없이 사람들을 고치고 있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돌아보니, 메소티아에서 왕의 아들이라는 청년이었다.
"너... 넌... 아랑에 있었던 것이야?"
"오랜 만이네요. 아나킨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랑과 메소티아에서 멀리 떠나라고 하지 않았어?"
"여기가 더 안전하다 생각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 해도, 아랑에 숨어든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그래도 타당성 있는 선택이었다. 도시는 신분을 숨기고 살기 좋은 곳이었다.
그런 현명하고 대담한 행동을 한 이 청년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통증이 있어도 몸은 멀쩡했다. 다시 아랑의 군대가 몰려올지 몰랐다.
날이 밝자, 아랑의 군대와 우리의 자경단이 대치하고 있었다. 밖을 보니 아랑의 군대는 정규군들이 아니라 귀족들의 사병들이었다.
나는 바리게이트를 넘어 그들에게 걸어갔다.
"나는 아나킨 스카이워커. 지금 너희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 우리의 길을 열어라. 우리는 당장 이 곳을 떠날 것이다."
아무래도 이들은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대형 마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몸 속의 통증을 참으며 마력을 끌어 올려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지게 했다.
"우리 길을 막다가 죽겠느냐. 아니면 우리를 놓아주고 살겠느냐. 결정해라."
우리 앞에 길이 열렸다.
내 손짓으로 사람들이 열린 길로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 중 한명이 죽으면 너희는 백명이 죽는다. 명심해라."
그들이 나가고, 종탑 위에서 그들이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본 미야가 내려왔다.
"무사히 성 밖으로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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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야, 미야와 함께 그들 사이를 걸어갔다.
향한 곳은 왕궁. 우리가 가는 길에 아랑 병사들이 감시하며 동행했다.
나는 내 앞에 있는 한 귀족에게 말했다.
"프랑크님은 만나지 못하겠고, 제니스님을 만나고 싶군요."
"네 놈 따위가 감히 그 분을 만나겠다고 하는 거냐?"
나는 바람 칼날을 휘둘러, 주위에 있는 병사들에게 날렸다. 내 칼날에 병사 10명 이상이 한꺼번에 죽였다.
"한번 더 할까? 비켜라! 쥐새끼."
우리 셋은 왕궁의 문을 지나 알현실로 나아갔다. 우리를 병사들이 포위하고 있는데, 그들은 정규군들이 아니었다. 귀족의 사병들이었다.
내가 알현실에 들어가니, 제니스가 왕좌에 앉아 있었다.
"드디어 큰일을 냈군. 늙은 여우가 날 죽이려고 비열한 짓을 했어."
"네 놈을 죽이지 못해 아쉬워. 네 목을 내 발로 밟아주고 싶었는데."
"한마디 하지. 장차 네 배 위에서 네가 헐떡이는 광경을 잘 봐주지. 창녀!"
나는 제니스 주위의 몇 명을 노려보았다. 그들이 제니스의 정부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너 같이 뼈 밖에 없는 계집을 안아봐야 재미가 없지만, 네가 내 여자 노예가 되어 나에게 구걸하는 모습을 잘 봐주지."
"그전에 네가 살아나갈 수 있을까?"
제니스가 손을 드니 병사들이 우리를 포위했다.
그런데 마야와 미야가 빨랐다. 미야는 뛰어다니며 병사들을 마구 베고 다녔고, 마야가 마법을 쓸 때마다 병사들이 죽어나갔다. 1분도 안되어 백명 가까운 병사들과 귀족들이 죽거나 다쳤다.
"잘 들어. 늙은 여우. 지금이라도 네 목을 벨 수 있어. 하지만 신께서 아랑 왕국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했거든. 그러니 우리는 여기서 나갈 거야. 마지막 인사를 한 것을 끝내지."
제니스는 주먹을 꽉 쥐며 떨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네가 내 손에 걸리기 전에 스스로 죽는 것이 좋아. 나에게 걸리면 너는 살아있는 것을 후회하게 될 테니까."
나는 마야, 미야와 왕궁을 걸어서 나왔다.
걸어 나오는 길에 유리가 다른 부인들을 데리고 나에게 왔다.
"서방님. 무사하셨습니까?"
나는 칼을 뽑아 유리에게 겨누었다.
"무슨..."
"오늘로서 너와의 관계는 끝이다. 길드에 전해라. 그리고 집에 있는 것은 너희에게 주는 위자료니 마음대로 해."
미야가 나섰다. "왜 그러시죠, 서방님?"
"네가 우리 사정을 제니스에게 보고하고 있었던 것을 모를 줄 알았나?"
유리는 우리를 보고 웃었다. "역시 서방님이시네요. 미야님 같은 분이길 바랬는데."
미야는 유리의 모습에 충격 받은 것 같았다. 마야가 미야의 손을 잡고 끌자, 미야는 힘없이 끌려갔다.
"그리고 한 말씀 드리자면, 윌은 살아있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너희는 쟈브로와 연락이 필요할 테니까."
아랑을 나와서도 미야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초원에서 노숙을 하며, 미야는 자신의 무릎을 잡고 아무 말 못한 채 웅크렸다.
마야가 그런 미야의 뺨을 때렸다.
"정신차려. 네 문제가 뭔지 알려줄까? 너는 사람을 너무 믿어. 유트라 때도 그렇고 유리도 그래. 왜 그렇게 사람의 간계를 간파하지 못하지?"
"하지만 유리는... 유리는..."
"너의 그런 면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마야, 미야를 놔둬. 이제 싸울 일이 별로 없을 거야. 그리고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
마야는 한숨을 쉬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죠?"
"우선 올가를 만나봐야지."
미야도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왜..."
"올가라면 마왕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지금의 나를 반성해보니, 내가 너무 이 쪽의 일에 깊숙이 관여했어. 이제는 한 발 물러서야 할 것 같아."
마야도 미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야. 유리 일은 빨리 털어내는 것이 좋아. 앞으로 그런 여자를 만날 일이 많은데, 이번 일로 상처받는 일을 털어버려."
미야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못했다.
..............
다음날, 우리는 용의 놀이터를 통과했다. 용이 하늘 위에서 나를 보고 물러갔고, 우리는 아무 일 없이 그 곳을 지났다.
용의 놀이터를 지나, 쟈브로의 영역을 들어서기 바로 전에 요새가 보였다. 요새 위에 아랑의 깃발이 있는 것을 보고 접근했는데, 유먼의 군대가 그 곳에 있었다.
나는 즉시 요새 사령관에게 안내 되었다. 유먼이 그 곳에 있었다.
"아나킨. 여기에 어떻게..."
"유먼님. 반갑습니다."
나는 유먼에게 아랑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
"그럴수가... 제니스님이 어떻게..."
"이제 유먼님과 군사들이 이 곳을 떠나 아랑에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곳에 남기를 원하는 병사들이 있나요?"
"이 곳의 현지인과 결혼한 병사들이..."
"그들을 강제로 끌고 갈 수 없죠. 고향에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들만 추려서 가면 됩니다. 급한 일이니 빨리 준비해야 합니다."
"언제 떠날 거지?"
"올가님을 뵙고 바로 떠날 겁니다. 그러니 준비해 주시지요."
유먼의 얼굴에 비장함이 보였다.
"그리고 윌이 살아있습니다."
유먼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
"그의 생존을 확인하고 오는 길입니다. 그러니 윌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가야 합니다."
..............
유먼과의 만남을 마치고, 우리는 즉시 쟈브로 성으로 향했다.
쟈브로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우리가 파괴한 성문과 성벽은 복구 되어 있고, 전보다 활기가 넘쳤다. 올가가 가져온 옷감으로 상업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일 휴식 후, 나는 홀로 올가를 알현했다. 올가는 임신으로 배가 커진 채로 나를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스카이워커 공작님."
"오랜만입니다. 올가님. 유리님도 건강하시고, 둘째 왕자님과 배 속의 아기씨도 건강하신지요."
"덕분에. 감사합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올가는 일어서 나를 물의 정원으로 안내했다. 프랑크가 올가의 전남편을 죽인 곳에.
"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죠?"
"올가님의 아버님이신 전 마왕님의 행방을 알고 싶습니다."
올가는 나를 노려보았다.
"지금 내 아버님을 죽일 분에게 아버님의 행방을 딸에게 묻는 건가요?"
"그것이 유리님과 왕자님. 배 속의 아기님을 지키는 길입니다."
"얼마 전까지 아랑에 계셨던 분이 왜 나에게 물으시죠?"
"올가님은 마왕님을 은밀히 만나고 오신 것이 아닙니까? 마왕님의 능력을 그 아이에게 주기 위해."
올가는 고개를 떨구었다. "당신이 프랑크가 아닌 아버님의 신하였다면 좋았을 텐데..."
"마왕을 죽이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올가는 자기가 끼고 있는 반지를 빼어 내밀었다.
"이 것이 아버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는 열쇠입니다. 정확한 위치는 저도 몰라요. 단지 왕궁에서 밤에 인도된 것 뿐이니까요. 나의 침소에서 북동쪽으로 가니, 호수가 있었고, 그 곳 바위에 이 반지를 가져가면, 길이 열렸죠."
"북동쪽이라는 근거는 뭐죠?"
"별을 보고 알았지요."
유목민들은 별을 통해 방향을 찾는다. 올가의 말이라면 신빙성이 있었다.
나는 올가에게서 반지를 받아들었다.
"조건이 있습니다. 대신 용의 놀이터를 막아주세요. 프랑크도 아랑 사람들도 오지 못하게요."
"알겠습니다. 저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왕궁을 나와 마야, 미야와 함께 유먼의 요새로 향했다. 유먼은 출발 준비를 마쳐 놓았다. 수를 보니 2천이 안되었다.
"미안하네. 아나킨공."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제 출발하죠."
용의 놀이터를 통과하는데, 천용은 하늘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용을 불렀고, 천용이 내려왔다.
"무슨 일이냐?"
"너와의 계약을 다시 하려고 한다. 앞으로 여기를 나 이외에 누구도 통과하지 못하게 하라."
"계약 변경인가? 좋다. 내가 원하는 바다."
용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우리는 아랑으로 향했다.
..............
아랑을 떠난 지 4개월도 안되어 돌아오는데, 먼 곳에서 우리를 향해 한 마리 말이 달려오고 있었다.
"아나킨님. 접니다."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사람은 유먼의 아들 윌이었다.
윌은 나를 향해 달려왔고, 내 옆의 유먼을 보자 말에서 내렸다.
유먼도 말에서 내려 윌을 안았다.
"다행이다. 네가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윌은 유먼 품에서 떨어져 우리를 보았다. "지금 아랑은 엉망입니다. 제니스님이..."
"제니스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모든 병력을 이끌고 메소티아로... 지금 아랑은 거의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그 때의 학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지금 프랑크 전하는 어떻게 되셨느냐?"
윌은 고개를 돌렸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유먼을 바라보았다. "빨리 가야 합니다."
우리는 윌과 합류해 아랑으로 가는 길을 서둘렀다.
.............
아랑에 도착했을 때, 성에는 경비 병력이 별로 없었다. 유먼은 속히 병력을 풀어 성을 장악했고, 우리는 윌과 함께 왕궁으로 향했다.
왕궁에도 시종 몇 명과 시녀 몇 십명 뿐이었다.
"전하는 어디 계시냐?"
그들은 나를 프랑크에게 안내했다. 4개월 만에 본 프랑크는 폐인, 그 자체였다. 술 취해 있고 수염을 깍지 않아 지저분했다.
나는 시종들에게 명령했다. "우선 전하의 몸을 일으켜야 한다. 전하를 별궁으로 모셔라."
익숙한 공간에 있으면 제 정신을 차리기 쉽다. 그가 메리와 함께 살던 소박한 집이 그에게 익숙하다 생각했다.
내가 시종들과 군인들로 왕궁의 질서를 잡을 때, 한 시녀가 우리에게 왔다.
"너는 누구냐?"
"저는 메리님을 모시던 시녀였습니다. 지금... 프랑크님의 아이가..,"
"프랑크님에게 아이라고? 메리님 말고 또 다른 여인이 있던 거냐?"
"전하께서 왕궁에 유폐되신 이후로 전하의 밤시중을 들던 시녀가 있었습니다. 지금 임신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누구냐? 어디 있느냐?"
시녀의 인도로 우리는 왕궁의 한 곳에 갔다. 그 곳에 아직 배가 크지 않은 소녀가 있었다.
시녀는 다가가 그 소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떨면서 내 앞에 끌려왔다.
"당신이... 그 안에 계신 아기씨는 프랑크님의 아이인가요?"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의심을 알고 그 시녀가 말했다.
"이 아이는 프랑크님만을 모시던 시녀였습니다. 우리의 감시 하에 누구도 그녀와 접촉하지 않았죠. 이 배 속에 있는 아이는 프랑크님의 아이가 분명합니다."
나와 같이 온 마야가 마법으로 조사한 후, 말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나는 그 시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염려 마십시오. 그 아이, 프랑크님의 아이는 제가 보호하겠습니다."
그 소녀의 얼굴에 안도가 흘렀다.
나는 다시 마야의 얼굴을 보았다. 마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소녀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귀하의 성함을 알고 싶습니다."
"루나...입니다."
그 시녀가 말했다. "이 분은 알자즈 남작님의 따님이십니다."
안심이었다. 귀족의 딸이라면 이후 왕비로 내세울 수 있었다.
우리는 루나와 그 시녀를 데리고 왕비의 처소로 향했다. 메리의 처소의 바로 옆이었다.
"우선 이 곳을 사용하십시오."
루나가 물었다. "이 곳은 왕비님들의 처소..."
"루나님은 세번째 왕비님이십니다. 메리님이 오기까지 루나님이 왕궁의 제일 큰 어른이십니다. 지금부터 왕비님께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
나는 루나와 함께 프랑크에게 향했다. 프랑크는 그 집 안에서 누워있는 것 같았다.
나는 세여자들을 밖에 두고 집에 들어갔다.
"여어... 아나킨님..."
나는 폐인이 된 프랑크의 멱살을 잡고 집 밖으로 끌고 나왔다. 그리고 루나 앞에 던져 놓았다.
"잘 들어. 이 애송이야. 지금 너 때문에 몇 명이 상처받고 있는 줄 알아? 네 부인과 아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어. 그리고 또 다른 아내와 그 아이의 목숨도.
알고 있는 거야? 넌 올가에게 버림받았어. 다시 메리에게도 버림받을 거야?"
프랑크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프랑크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의 눈은 폐인의 눈이 아니었다.
"아나킨공. 짐이 어떻게 하면 되지요?"
나는 프랑크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랑의 내부의 일은 미뤄두시고, 빨리 메리님과 프랑크 왕자님을 구해야 합니다."
프랑크가 움직이려 하자, 그는 땅에 넘어졌다. 주위의 시종들이 프랑크의 몸에 손을 대는데, 그는 그 것들을 뿌리쳤다.
"놔라! 짐이 서서 걷겠다."
나는 웃으며 그를 부축했다.
"아닙니다. 아나킨공. 나 혼자..."
"혼자 할 수 없을 때 도움을 빌리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는 내 부축을 받고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