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상처 뿐인 승리
내가 프랑크를 부축해 끌고 간 곳은 회의장이었다. 아랑 성내가 비어있어도, 성과 왕궁을 지킨 몇 명의 귀족과 신하들이 있었다.
그 자리에 유먼도 참석했다.
나의 부축을 받고 옥좌에 앉은 프랑크는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남은 사람들이 너희들 뿐이냐?"
한 신하가 말했다. "제니스님이 많은 귀족들과 신하들을 메소티아 원정에 참가시켰습니다."
"그랬지... 어머님이..."
생각해보면 타당한 일이었다. 귀족들이 자신을 지지해도, 원정 나간 사이에 무슨 일을 벌릴지 모르니, 제니스 입장에서는 그들을 데리고 있는 것이 상책이었다.
프랑크는 유먼에게 물었다. "지금 병력이 얼마인가?"
"쟈브로에서 온 병력이 천팔백에 왕궁 경비 병력이 오백입니다."
"2,300... 짐의 3만 대군이 많이 줄었구나..."
내가 신하들에게 물었다. "코르티아는 어떻게 되고 있죠?"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병력이 많건 적건,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유먼님의 천팔백 기병과 함께 빨리 메소티아로 가서 메리님과 프랑크님을 구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빨리 메리님을...."
프랑크는 시종을 바라보며 명령했다. "내 말과 갑옷을 준비해라. 당장 떠나야 한다."
...................
우리는 말을 달려 일주일 만에 메소티아 인근까지 왔다. 쉬지 않고 행군하여 말도 사람도 많이 지쳐 있었다.
먼 곳에서 보니, 메소티아는 함락 직전이었다.
"우리가 가서 메리님과 프랑크님을 모셔오겠습니다. 프랑크님은 왕의 명령으로 군사행동을 멈추라 하십시오."
나와 마야, 미야는 성을 향해 달려갔다.
나는 마야와 미야를 잡고 하늘을 향해 뛰어, 성벽을 뛰어 넘었다. 그리고 곧장 왕궁으로 향했다. 그 곳 시종을 잡고 메리를 찾아갔다.
왕궁 한 구석에 메리가 아기를 안고 있었고, 우리를 보자 달려왔다.
"아나킨님."
"메리님, 구하러 왔습니다."
"이 대군 앞에서 피할 곳이 있나요?"
"성 밖에 프랑크님이 오셨습니다."
"프랑크가?"
"메리님과 왕자님을 구하려 오신 겁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나는 메리를 공주님 안기로 안았고, 메리는 아기를 안은 채 나에게 안겼다.
미야는 마야를 업었다.
내가 먼저 하늘을 향해 도약하자, 미야가 따라왔다. 우리는 왕궁 성벽을 넘어 성벽 밖 해자 바로 앞에 착지했고, 다시 뛰어 해자를 뛰어넘었다.
성을 탈출한 우리를 향해 아랑의 기병들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멀리서 파이어볼을 날리며 우리를 공격했지만, 마야의 방어에 막혔다.
나는 메리를 안은 채 프랑크의 군대를 향해 뛰었다.
그런데 내 옆으로 파이어볼이 날라왔다. 마야의 방어벽을 뚫고 나에게 직격했고, 나는 메리를 놓치고 땅에 굴렀다.
내 옆으로 마야와 미야가 와서 나를 지키려 했다.
일어나 둘러보니, 파이어볼은 제니스의 진영에서 날라온 것이었다. 이 정도 강력한 마법을 쓸 사람은 제니스였다. 아니나 다를까, 제니스가 병사들 앞에 서있었다.
프랑크의 진영에서 나팔이 울렸다. 이 것은 공격 중지를 명령하는 신호였다.
그런데 제니스 진영에서 파이어볼과 화살이 날라왔다. 내 옆에 있는 마야의 방어막이 생겼지만, 노려진 것은 메리와 아기였다. 나는 몸을 날려 메리와 아기를 보호했고, 나의 방어막에 그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메리님. 괜찮으십니까? 왕자님은요?"
"괜찮습니다."
"빨리 프랑크님에게 가야 합니다."
내 손을 잡고 메리는 프랑크를 안은 채 일어섰다.
갑자기 내 등골이 서늘해졌다.
위를 보니 우리 위에 검은 구름이 만들어졌다. 너무 수상하고 위험해 보이는 구름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방어벽을 만들었다. 구름이 우리를 덮치는데, 구름의 검은 연기가 방어벽을 뚫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검은 연기는 내 호흡을 따라 내 몸 속으로 들어왔고, 순간 내 몸에서 장기가 뒤틀리는 느낌이 나며 나는 땅에 굴렀다. 내가 엎드려 땅을 긁으며 구토를 하는데, 피가 튀어나왔다.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갑자기 바람이 불며, 검은 연기를 몰아냈다. 고통스러워 땅을 긁고 있는데, 마야와 미야가 달려오고 있었다.
마야는 내 몸을 잡고 내 입에 키스해서 내 숨을 빨아들였다. 내 몸 속의 독을 빨아드리려는 것이었다.
내 몸속에서 무언가 빨려나가며, 고통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니, 마야가 쓰러져 있었다. 속히 해독 마법을 실행했는데, 효과가 없었다. 방법이 없이 마야는 고통에 신음했다.
"마야. 마야!"
마야는 고통에 일그러져도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서방님, 괜찮으세요..."
"마야. 마야. 네가 왜...."
"저는 괜찮아요. 조금 쉬면..." 마야가 정신을 잃었다.
옆에서 프랑크의 울음이 들려왔다. 프랑크는 메리와 아기를 안고 울고 있었다. 둘 다 입, 코, 눈,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더 이상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라이트 세이버 2개를 빼어들고 아랑군에게로 걸어갔다. 나에게 화살과 파이어볼이 날라 왔지만, 모두 빛의 칼날로 쳐내었다.
"제니스. 이 창녀! 빨리 나와라. 모두 죽고 싶지 않으면 물러서라."
나에게 군사들이 달려드는데, 나의 칼날 한번에 모두 몸통이 잘려나갔다.
"이제 살 생각을 말아라."
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들어 마력을 주입했다. 아무도 살려둘 수 없었다. 최대의 마력을 모아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지게 했다. 마력을 쓰는 내 팔에서 뼈가 갈라지고 혈관이 터지는 느낌이 들었고, 피가 흘렀다.
내 몸에 힐링을 써 뼈와 근육이 돌아왔지만, 고통은 남았다.
하지만 마야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 나도 제 정신이 아니었다. 육체의 고통보다 분노가 더 커졌다.
더욱 마력을 투입해 땅에 직격한 번개들은 폭발과 함께 많은 병사들을 쓰러지게 했다. 또 다시 내 몸에 힐링을 쓰며 상처를 치료해야 했다.
나는걸어가며 10m로 길어진 라이트세이버를 휘둘러 병사들을 잘라서 죽여 갔다.
백명이 넘게 죽이자, 한 사람이 제니스를 포박해 내 앞에 끌고 왔다.
"제니스님이 여기 있습니다. 이제 그만해 주십시오."
나는 제니스 앞으로 가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이마에 상처를 내었다.
"네 년이 살 길을 알려주마. 마야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 여기 있는 모두가 죽는다. 당장 마야를 살려라."
"내가 네 몸종을 살릴 이유가 뭐지?"
나는 그대로 제니스의 왼쪽 발을 찔렀다. 제니스가 비명을 질렀다.
"빨리 마야를 살려라."
옆에 있던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여기 해독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그만 하십시오."
내 옆으로 유먼이 달려왔다. "아나킨공. 이들은 우리에게 항복했습니다. 더 이상은..."
나는 해독제를 받아들고 마야에게 달려갔다.
해독제를 먹이니 마야의 표정이 달라졌다. 마력을 보니, 마야의 마력이 안정되어 있었다.
나는 프랑크에게 달려가 메리에게 약을 먹였다. 아기에게 먹이려고 했지만, 포기했다. 아기는 이미 죽어 있었다.
상처 뿐인 승리였다. 메리는 살았지만, 프랑크 왕자가 죽었다. 메소티아는 큰 피해를 입고, 사람들에게 적개심만 심어주었다.
아랑군의 피해는 심각했다. 제니스가 데려온 병력은 1만2천. 죽거나 중상이 3천. 그 중 내 손에 천명 가까이 죽었다. 거의 괴멸적인 피해였다.
나는 막사에서 마야의 손을 잡고 아무 말 못했다. 마야는 독을 내 몸에서 자기 몸으로 이동시켜서 날 살렸다.
미야도 내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마야를 바라보았다.
미야는 일어서 내 뺨을 때렸다. "모든 것이 서방님 탓입니다. 서방님이 망설이지만 않았어도 마야는..."
"미안..."
"이게 미안하다고 될 일입니까? 언제까지 우리가 그 늙은 여우에게 끌려 다녀야 하죠? 언제까지 마야와 나를 이렇게 고생시킬 거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무 우유부단해서 이렇게... 미안해."
마야의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미안해 하지 마세요. 서방님." 마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야. 깻어?"
"미야. 서방님을 미워하지 마. 그래도 우리의 서방님이니까..."
나는 마야의 손에 얼굴을 대고 울었다.
"서방님. 우세요?"
"이렇게 못난 나 때문에 네가 이런 꼴을..."
"아니에요. 이번 일은 저도 서방님에게 찬성해요. 그 제니스를 너무 얕잡아 본 우리의 책임이에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력으로 살펴보니 마야에게 이상이 없었다.
미야가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죠?"
"제니스의 신변을 확보했어. 이제 마왕의 행방을 추궁해야지."
"그래도 제니스가 물러서지 않으면?"
"그 때는... 나도 참지 않을 거야. 그 여자는 나의 마야를 상처 입혔어. 절대 용서하지 않아. 마왕을 내놓지 않으면 내 손을 죽여버리겠어."
...............
내가 텐트를 나오자 그 앞에 윌이 있었다.
"윌?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아내 분의 상황은 어떠시죠?"
"덕분에 고비를 넘겼어. 고마워."
"그리고... 아나킨님께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윌을 따라 프랑크의 천막으로 갔다. 그 곳에 프랑크와 메리가 멍한 눈으로 앉아있었다.
텐트를 나오니, 유먼과 윌이 다가왔다.
"왕자님 때문입니까?"
유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모시고 아랑으로 돌아가죠. 그리고 제니스는 어떻게 되었지요?"
"지금 우리가 감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들 앞에 병사들이 몇 명을 끌고 왔다. 그들은 군복이 아닌 귀족들의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이들은 누구냐?"
"진영을 몰래 빠져 나가려 하기에 잡아왔습니다."
"그럼 탈영병이군. 당장 군법에 따라 처리해라."
끌려온 사람들 중 하나가 사정했다. "살려주십시오. 우리는 군인도 아니고, 제니스님에게 끌려왔을 뿐입니다."
그 사람의 말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제니스는 프랑크가 약속했던 금액을 금으로 지불하지 않고, 메소티아와의 전쟁이 끝나면 금과 함께 메소티아의 땅을 보상으로 주겠다고 약속하며 동행을 요구했다.
지금 제니스가 패배하자, 귀족들은 돌아갈 궁리만 했고 밤을 틈타 진영을 이탈한 것이었다.
"너희가 아랑의 백성인 것은 확실하다. 백성에게는 병역의 의무가 있다. 네가 전에 군인이 아니었다해도, 넌 아랑 백성으로 징집된 군사인 것이다.
고로 너를 군법에 따라 처리하겠다. 끌고 가라."
우리는 살려달라는 귀족들의 외침을 외면했다.
다음날 아침, 그 귀족들은 효수되어 군영 한 가운데에 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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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후, 아랑에 돌아온 우리는 전후 처리에 전력을 기울였다. 아직 제정신을 못차린 프랑크를 대신해 내가 정무를 처리하고, 왕실의 일은 루나에게 맡겼다.
그동안 제니스를 만나도 그녀는 마왕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며칠 만에 프랑크를 찾았다. 프랑크는 메리와 함께 집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집안에 들어가 보니 프랑크는 침대에 누워있고, 메리는 식탁에 앉아 낡은 이불로 나무토막을 싸고 안고 있었다.
나는 프랑크를 끌고 나왔다. 메리를 시종에게 맡겨놓고, 그를 끌고 가서 루나 앞에 던져 놓았다. 루나는 배가 커진 채로 프랑크를 만났다.
나는 프랑크의 멱살을 잡았다.
"잘 들어. 네 아들은 죽고 부인은 폐인이 되었어. 그런데 이렇게 있을 거야? 저기 너의 다른 부인과 그 아이가 있어. 이들도 죽일 거야?"
프랑크는 놀라 루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루나에게 아이가..."
"그래. 네 아이다. 네가 남자라면 네 아내와 아이를 지켜!"
프랑크는 무릎으로 걸어 루나 앞으로 가 그 배를 만졌다. "이 안에... 짐의 아이가..."
루나가 울었다. "전하... 전하의 아이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메리가 위험한 때에 난..."
"전하. 저와 이 아이를 지켜주세요. 저는 너무 무서워요. 지금까지 몇 사람이 나를 죽이려고... 제발 저를 지켜주세요. 이 아이를 살려주세요."
프랑크는 떨리는 손으로 루나의 배를 만지다, 그 배에 얼굴을 대고 울었다. 루나도 울면서 프랑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았다. 우선 프랑크가 복귀해서 해야 할 일은 코르티아 문제, 제니스가 끌어 쓴 전비의 상환이었다.
우선 나는 유먼과 그의 군대를 코르티아 접경 지역으로 보내, 방어에 힘쓰도록 했다.
문제는 제니스가 귀족에게 빌려 쓴 전비의 처리였다.
귀족들은 매일 나에게 와서 제니스가 준 서류를 들고 와 채무 상환을 요구했다.
제니스는 치밀했다. 프랑크가 쟈브로에서 가져온 금과 철을 내놓지 않고 은밀한 곳에 숨겨 놓은 후, 메소티아 정벌이 끝나면 주겠다고 귀족들을 회유했다. 그 대가로 메소티아의 토지를 분배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메소티아 정벌이 실패로 귀족들은 나에게 채무상환을 요구했지만, 나는 그 채무는 왕실이 담당할 것이라고 미뤄왔다.
프랑크가 복귀하자마자, 귀족들은 프랑크에게 채무에 대한 성토를 시작했다.
"말했지만, 그 채무는 나와 상관없다."
"전하. 이 채무는 여기 보다시피 왕실에서 책임지겠다고 약속된 겁니다."
프랑크는 채무 상환에 응할 수 없었다. 만약 채무 상환에 응한다 해도, 왕실과 국가 재정에 그만한 돈이 없었다.
제니스가 숨겨둔, 쟈브로의 금과 철광석 모두를 팔아도 채무에 택도 없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회의장에 제니스가 나타났다.
나와 프랑크는 제니스를 보고 얼어붙었다.
제니스는 우리 앞으로 당당히 걸어와 외쳤다. "참으로 한심하십니다. 그런 채무조차 해결 못하고 계시다니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프랑크에게 말했다.
"제니스님께서 오셨으니 내가 할 일이 없군요.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프랑크가 일어섰다. "아나킨공. 어찌 그대가 여기서 나간다는 말이오."
나는 제니스를 노려보았다. "제니스님이 여기 계신 것은 모든 귀족들의 열망이겠지요. 그러니 내가 있을 수 없습니다."
프랑크는 나를 잡으려하는데, 제니스가 프랑크를 잡았다.
"전하. 저런 자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문제가 큽니다."
나는 회의장을 나오며 분노보다는 제니스의 힘에 놀라고 또 놀랐다. .
아무래도 나는 제니스를 너무 우습게 보고 있었다. 그녀의 힘은 사람, 귀족들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제니스를 이기려면 먼저 귀족들을 몰락시켜야 했다.
그 때 시종 하나가 회의장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 시종은 메리를 모시는 사람이었다. 나는 메리에게 일이 터진 것을 알고 즉시 그 곳을 향했다.
집 밖에서 시녀들이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메리님이... 메리님이...."
내가 집에 들어가서, 나는 땅에 주저앉았다. 메리는 기둥에 목을 메고 죽어 있었다.
나는 비틀 거리며 집을 나와 땅에 주저앉아 울었다.
잠시 후, 프랑크가 달려왔다. 프랑크의 비명 같은 울음이 들렸다.
얼마 후, 제니스가 왔다.
나는 제니스의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프랑크는 메리의 시신을 안고 울고 있었다.
제니스는 프랑크의 어깨에 손을 올렸지만, 프랑크는 그 손을 쳐내었다.
프랑크는 메리를 안고 제니스를 노려보았다.
"어머니... 메리가 죽었습니다. 어머님이 미워하시던 메리가, 내 아이를 낳아준 메리가... 내 아들을 따라 죽었습니다. 메리가... 메리가..."
"그 계집은 아랑을 분열 시키고, 전하를 속인 중죄인입니다."
"그.. 그만하세요. 더 이상 어머니를 보기 싫어요.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제니스는 프랑크의 얼굴을 잡고 시선을 맞추었다.
"프랑크. 나를 보세요. 나만 보면 됩니다. 이 어미가 모든 것을 다 해줄 겁니다. 그러니 나만 믿고 나만 보세요. 프랑크에게는 이 어미만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메리를 죽이신 건가요? 올가도 죽일 건가요? 그럼 해보시지요. 내 부인들을 모두 죽이고 내 아들들을 죽이고... 그리고 나를 죽이세요."
"프랑크. 왜 모르지요? 이 어미에게는 당신 뿐입니다. 이 어미가 모두 다 해드릴 겁니다. 나라도 명예도, 왕위도. 이 어미가 모두 해 드리겠습니다."
내가 물었다. "그럼 왕실의 번영은 어떻게 하지요?"
두 사람이 나를 바라보았다.
"왜 왕께서 여러 명의 부인을 두시는 지 아시나요? 아이를 많이 낳아 왕실을 튼튼하게 하려는 겁니다. 프랑크 왕께서는 많은 후사를 두시어 왕가를 번영 시켜야 합니다. 그 일은 누가 하지요?"
제니스가 대답했다. "그 일도 내가 할 것이다."
"설마 제니스님께서는 프랑크님과...."
나는 내 뒤에 있는 시녀들과 시종들에게 외쳤다. "당장 여기를 나가라. 여기서 백발자국 이내로 들어오지 마라."
내 명령에 우리 셋만 남고 모두 멀어졌다.
"지금 왕실의 번영, 프랑크님의 후사를 제니스님께서 하시겠다는 건가요?"
"나는 그저... 내 힘으로..."
"당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죠? 프랑크님의 어머니이신 제니스님이 어떻게 프랑크님의 후사를 잇는다는 거죠?"
아무 말 없다가 제니스가 소리 질렀다.
"네 이놈! 네 놈이 무어라고 여기서 망발이냐? 이 것은 왕실 내부의 일이다."
프랑크가 말했다. "어머니. 그만하세요. 더 이상 어머니를 보기 싫습니다. 어머니와 말하기 싫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 주세요."
"프랑크. 이 어미를 보세요. 이 어미가..."
"당장 나가요!"
프랑크가 소리 지르자 제니스는 충격 받은 것 같았다.
제니스가 나가자, 프랑크가 조용히 나에게 물었다. "아나킨경. 내가 어떻게 해야지요?"
"죽은 메리님이 불쌍하지만, 지금 프랑크님은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그 일은 루나님과 그 아기씨를 지키는 겁니다."
프랑크는 나를 바라보았다.
"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하는 것은 잔인하고, 그 사람이 죽으라는 겁니다. 우선 할 수 있는 것을 하세요. 루나님을 사랑하고 그 아이를 지키는 것은 할 수 있으니까요."
프랑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메리의 시신을 안고 집을 나왔다.
그날, 프랑크는 눈물을 흘리며 자기 손으로 땅을 파서 메리를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