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그녀를 살리는 길
제니스와 귀족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재상직을 내버리고 집안에 틀어박혔다.
마야는 나를 위해 유리와 옛날 부인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12명의 여자들이 나를 모시려 왔고, 집 안이 다시 북적거렸다.
나는 프랑크를 몰래 만나 한가지 계책을 전했다.
프랑크는 며칠 후, 제니스와 함께 귀족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 나도 불렀다.
"너희들을 만나자 한 것은 너희들의 채무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옆에 있는 제니스도 놀랐다.
프랑크는 칼을 내밀었다.
"이 것은 용의 놀이터를 통과할 징표다. 이 것을 너희에게 주겠다.
대신 이 것으로 너희들에게 진 채무는 모두 없어지며, 무역의 2할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귀족들이 웅성거렸다.
"모든 채무를 말씀입니까? 이 칼을 우리에게 주시는 겁니까?"
"그렇다."
"그런데 세금 2할은 너무 합니다. 1할5푼으로 해주십시오."
"그럴 수 없다."
"그럼 우리도 어쩔 수 없습니다."
프랑크는 칼을 가지고 일어섰다. "그럼 채무에 대해서는 어머님과 상의하라."
제니스가 프랑크를 잡았다. "전하. 이들은 갑자기 그런 큰 세금을 낼 수 없다고 하는 겁니다."
프랑크는 자리에 앉았다. "그럼 처음 3년은 1할, 5년은 1할5푼, 10년 후 2할로 하겠다."
"5년 간 1할, 10년 간 1할5푼, 20년 후 2할이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프랑크가 다시 일어나려 했다.
제니스가 말했다. "5년간 1할, 10년 후 2할로 하면 좋겠습니까?"
프랑크는 자리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 생각이라면 따르겠습니다."
한 귀족이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뭐냐?"
"대신들 중에서 아랑 왕국인이 아닌 사람을 추방하십시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프랑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말했다. "네 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제니스가 일어나 프랑크를 말렸다. "전하. 이 사람은 아랑을 걱정하는 충성심에..."
그 귀족도 목소리를 높였다. "아랑인이 아닌 자가 우리 나라에서 전횡을 휘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내가 나가드리지요."
갑자기 누군가 뛰어들어 내 배를 찔렀다. 나는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
내가 눈을 떳을 때, 마야가 나의 손을 잡고 있고 프랑크가 나를 보고 있었다.
"서방님 괜찮으세요?"
"괜찮아. 이런 상처 쯤은..."
나는 링으로 치료하려고 했지만, 마력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내 마력이..."
프랑크가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아나킨공에게 독이 든 칼로 찔렀습니다. 그 독은... 마력 회로를 파괴시켜 더 이상 마법을 쓸 수 없게 만드는 겁니다."
"이럴 수가... 그럼 난..."
"제 탓입니다. 제가 아나킨공을..."
프랑크는 일어섰다.
나는 마야의 힐링으로 몸을 고쳐 집으로 돌아왔다. 집 밖을 프랑크가 보낸 병사들이 지키고 있고, 집 안의 나의 부인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나를 기다렸다.
내가 마법을 쓸 수 없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아랑 전체에 퍼졌다. 프랑크는 칙령으로 나를 해하지 말 것을 선포했고, 병사들을 보내 내 집을 지키게 했다.
며칠 후, 프랑크가 귀족들과 합의했고, 조만간 쟈브로로 가는 상단이 만들어질 것이라 했다.
얼마 후, 유리가 나에게 소식을 전했다.
"지금 코르티즈와 유먼이 연합하여 아랑을 공격한다고 합니다."
아랑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아랑의 주력군은 유먼이 이끄는 기병들이었다. 이들과 코르티즈가 합하면 아랑은 막을 힘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귀족들은 쟈브로에 갈 물건들을 준비하기에 열을 올렸다. 모든 국민들이 귀족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었다.
몇몇 대신들이 나를 찾아왔지만, 마력을 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들은 실망한 얼굴로 돌아갔다.
유먼과 코르티즈의 군대가 아랑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귀족들의 행렬이 출발했다. 옷감을 가득 싣고 떠나는 수레의 행렬들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돌을 던졌지만, 호위하는 사병들을 보며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귀족들이 떠나자, 국민들은 왕궁 앞으로 몰려들었다.
몰려든 국민 앞에 프랑크가 섰다. "왜 나를 부르는가?"
"우리를 어떻게 하시렵니까?"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가?"
"국왕 전하이시지 않습니까?"
"국왕? 하하하... 하하하..." 프랑크는 크게 웃었다.
"말해보라. 짐이 국왕인가? 너희들이 나를 왕으로 생각했더냐? 나의 명을 왕의 명령이라고 따랐더냐? 말해보라. 내 어머니가 너희들의 왕이 아니더냐?"
모두 말을 못했다.
"말해보라. 나는 너희들을 위해 찬이슬을 맞으며 목숨을 걸고 용의 놀이터를 넘었고, 쟈브로의 금과 철로 너희들을 부요하게 하였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떻게 했느냐? 짐이 사랑하는 신하들을 죽이고, 사랑하는 부인과 자식을 죽게 만들었다. 그러고도 내가 너희들의 왕이냐?"
사람들이 모두 프랑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십시오. 전하.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나에게 아무 힘도 없다. 모든 힘은 내 어머니에게 있으니 어머니와 상의하라."
프랑크는 몸을 돌려 왕궁으로 돌아갔다.
제니스가 프랑크를 막아섰다. "전하. 지금 대신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신하들이지 저의 신하들이 아닙니다."
제니스가 프랑크의 손을 잡았다. "전하. 지금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지금...."
"네. 잘 압니다. 싸울 수 있는 귀족들의 사병들은 도망쳐버렸고, 유먼과 코르티즈들은 정예병들을 이끌고 여기로 오고 있지요. 어머님께서 벌리신 일이니 어머니가 해결하시지요."
프랑크는 제니스의 손을 뿌리치고 루나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번 일은 제니스가 귀족들에게 배신당한 것이었다. 귀족들의 사병만 있어도 아랑의 방어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사병을 이끌고 교역에 나가버렸다. 그 동안 아랑의 방어를 내버려 둔 채. 병사가 없는 제니스는 속수 무책이었다.
불안한 것은 시민들과 남겨진 사람들이었다. 이번 교역은 고위 귀족들만 참가했고, 행정 귀족들과 하급 귀족들은 아랑에 남겨진 채였다. 그들은 승산 없는 싸움에 몰려졌다.
제니스 주도로 열린 회의는 제니스와 고위 귀족들에 대한 성토의 자리였다. 제니스가 해결책을 내밀려 해도, 그녀에게는 병사들이 없었다.
.............
몇몇 신하들이 내 집에 찾아왔다.
"무슨 일이지요?"
"지금 이 일을 수습할 수 있는 분은 아나킨 님뿐입니다. 아나킨님이 나서주십시오."
"마력을 잃어버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죠?"
"우리가 손발이 되어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수습한 다음은? 귀족들이 교역에 성공해 돌아오면, 제니스님은 날 죽이려 할 겁니다. 지금 프랑크님의 힘으로 내 생명이 유지되고 있는데, 어떻게 제가 제니스님과 대적하죠?"
대신들은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저는 이대로 아랑왕국이 망해도 좋다고 봅니다. 저의 사명은 그저 마왕을 죽이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프랑크님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아랑의 문제에 깊숙이 관여한 것이죠. 이번 일은 저에게 큰 실수였습니다."
"실수?"
"제가 아랑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았다면, 제니스님의 협조를 얻어 마왕을 죽이고 지금은 고향에서 편하게 지낼 겁니다. 제가 제니스님과 적이 된 것이 큰 실수 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를 도와주실 건가요?"
"우선 제 마력을 회복시켜 주시지요."
대신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제니스님이 반대하신다는 거네요. 저는 마력이 없는 상태에서 제니스님과 싸울 수 없습니다."
모두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가자, 유리가 내 옆에 안겼다.
"서방님. 거짓말도... 마력이 회복된 것이 옛날인데..."
"아직 내가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숨기는 것이 좋아. 특히 제니스에게."
"이제 앞에 나서실 분이 정말 음흉하시네요."
나는 유리를 내 몸에서 떼어 놓았다. "이제 길드가 어떻게 할 거지? 날 죽일 건가?"
"교역이 성공한다면, 서방님은 쓸모없지요. 하지만... 서방님을 보니 교역에 실패할 것 같아요."
"이미 나에 대한 암살 명령이 내려왔나 보지?"
"나에게 내려왔죠. 저는 기다려 보자고 했어요. 교역이 실패할 거니까."
"왜 교역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지?"
유리는 내 품에 안겼다. "제가 서방님의 부인이니까요."
나는 유리를 다시 떼어 놓았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우선 뭘 해야 하는지 알지?"
유리가 웃었다.
..........
다음날,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교역에 떠난 상단이 용의 습격을 받아 수행원들의 거의 전부가 죽고, 물품들이 모두 불태워졌다.
소식이 전해지자, 나는 제니스에게 소환 당했다. 회의장에 대신들과 귀족들이 몰려들었다.
"소문은 들었겠지?"
"물론 들었지요."
"할 말 없나?"
"없습니다. 왜 용이 그랬는지 저는 모릅니다."
"용의 놀이터를 길로 만든 것이 너인데,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저는 마력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모른다는 겁니다.
저는 용과 마력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저의 마력이 없는데, 그 계약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요?"
모두 놀라서 아무 말 못했다.
"마력을 잃어버린 저는 이 일에 어쩔 수 없습니다."
한 귀족이 물었다. "그럼 마력을 회복하면 다시 용의 놀이터를 통과할 수 있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마력이 얼마나 회복될지 모르니까요. 한번 파괴된 마력 회로는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 했습니다. 얼마나 회복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한 귀족이 제니스를 보고 외쳤다. "빨리 스카이워커 공작의 마력을 회복 시켜야 합니다."
"안됩니다. 저 자는 믿을 수 없습니다."
다른 귀족이 일어섰다.
"제니스님은 모르시지만, 저는 이 교역에 모든 것을 걸고 있습니다. 교역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저는 파산입니다."
옆의 대신이 말했다. "파산 전에 유먼의 칼이 먼저 올 겁니다."
모두 아무 말 못했다.
"지금 발 등에 떨어진 불은 용의 놀이터가 아니라 유먼과 코르티즈입니다. 제니스님은 이 일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카이워커공. 지금 뭐하시는..."
"나와 상관 없는 일이니, 이만 자리에서 뜨겠습니다."
"상관 없다니요? 귀하는 아랑의 사람이 아닙니까?"
나는 귀족들을 노려보았다.
"나보고 아랑의 사람이라고 했나요? 그럼 먼저 제 마력을 돌려주시고, 마왕을 내놓으시죠. 그러면 생각해보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제니스에게 몰렸다.
"절대 그럴 수 없다. 저 놈은 나의 프랑크를 망쳐 놓은 간악한 놈이다."
"지금 나의 프랑크라고 말씀하셨나요? 프랑크님이 어떻게 당신의 것입니까?"
"저 놈은 나와 프랑크 사이를 이간질한 간악한 놈이다. 바로 너! 너! 너!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다면 프랑크가 저렇게 되지 않았어. 너 때문이야."
제니스는 악을 쓰며 나를 가리켰다.
"근위병!"
제니스의 부름에 병사들이 회의장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나를 가리켰다. "당장 저 놈의 목을 베라!"
하지만 병사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제니스가 소리 질렀다. "뭐하느냐? 당장 저 놈의 목을 베라."
회의장에 프랑크가 들어왔다. "모두 짐의 명을 따르라."
프랑크는 제니스를 가리켰다. "지금 이 여자를 체포하라."
병사들이 제니스를 잡고 줄로 묶기 시작했다.
제니스는 당황했다. "뭐하는 것이냐? 저 놈을 죽이라고 했다. 왜 나를 묶는 것이냐?"
그녀는 나를 보고 외쳤다. "당장 저 놈을 죽여라. 당장."
끌려가면서도 나를 욕하고 있었다.
제니스가 끌려 나가자, 프랑크가 회의 상석에 앉았다.
"이제 할 일은 일의 뒷수습이다. 먼저 유먼과 코르티즈에 대한 문제다. 그 일을 할 사람은 아나킨공 뿐이다. 속히 그의 마력을 회복 시켜야 한다."
귀족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 해독약은 제니스님만 아십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 회의에 제가 있을 이유가 없네요."
한 귀족이 내 팔을 잡았다. 뿌리치려는데, 그의 손목에 문신이 보였다. 유리의 문신과 같았다.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제니스님을 설득하겠습니다."
"오늘 밤까지입니다. 아니면 저는 내일부터 이 회의에 나오지 않겠습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우선 시급한 일은 유먼과 코르티즈 문제이죠. 이 것을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외교적 해결 뿐이죠."
"외교적 해결요?" 참석자들 모두의 눈이 밝아졌다.
...............
다음날, 교역길에 나섰다 살아남은 이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회의장에서 나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이 칼을 가지고 있어도 용이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나는 칼을 받아 들었다. "이 칼이 맞네요. 하지만 칼에 마력이 없습니다."
"마력... 이요?"
"모르셨나요? 제가 마력을 잃어버린 이후, 이 칼의 마력도 다한 것 같습니다."
모두 아무 말 못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어제 집에서 해독약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어제 아무 답이 없으니 이제 저는 일어나겠습니다."
귀족 중 하나가 나를 잡았다.
"만약 귀하가 마력을 회복하면 용의 놀이터가 다시 열리는 겁니까?"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망가진 마력회로가 다시 제대로 돌아왔다는 말을 듣지 못했어요."
한 귀족이 작은 병을 꺼내어 내밀었다.
"이 것이 해독약입니다. 하지만 이 약을 먹는다고 바로 마력이 회복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약을 마셨다.
그리고 손에 마력을 모아보았다. 약간의 마력이 모이는 것이 보였다.
"후우... 아직 부족합니다. 이 정도로 천룡과 싸우기에는..."
한 귀족이 칼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이 칼에 마력을 주입할 수 있나요?"
나는 칼을 들고 마력을 주입하려 했지만, 충분한 마력이 나오지 않았다.
"힘들군요. 아직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이 회의장에 뛰어들었다. "지금 하루 거리에 유먼과 코르티즈가 왔다고 합니다."
한 대신이 나에게 말했다.
"스카이워커 공작님. 님의 뜻대로 우리는 해독약을 가져왔고, 마력이 회복될 겁니다. 그러니 이번 일을 해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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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유먼과 코르티즈의 병력이 아랑 성 밖에 주둔했다.
나는 성문을 열고 혼자 걸어서 그들 앞으로 갔다. 유먼과 코르티즈는 말에서 내려 나에게 왔다.
유먼은 나를 얼싸안고 반가워했다. "아나킨공.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워."
"고생 많으셨습니다."
코르티즈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이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오랜만입니다."
나는 두 사람과 함께 걸어서 성문까지 왔고, 몇 명의 수행원들이 따라왔다. 내가 손짓을 하자, 성벽에서 준비하고 있던 궁사와 마법사들이 경계 자세로 돌아갔다.
나는 두 사람과 함께 왕궁으로 향했다.
알현실에 들어서서, 나는 프랑크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전하. 유먼 공작님과 코르티아의 국왕이신 코르티즈님께서 오셨습니다."
유먼은 나와 같이 한쪽 무릎을 꿇고, 코르티즈는 몸을 굽히는 인사로 예를 표했다.
프랑크는 왕좌에서 일어서 우리 앞으로 왔다.
"모두 일어서세요. 유먼공, 코르티즈님. 먼 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 귀족이 외쳤다. "전하. 저들은 반란자들입니다. 어서 아랑의 법도로 저들을 처벌하셔야 합니다."
유먼이 그를 노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반란? 지금 반란이라고 했느냐?
여기 프랑크님은 인족의 영웅이셨다. 목숨을 걸고 천용을 굴복시켜 용의 놀이터를 교역로로 개쳑하시고, 쟈브로를 정복하셨다. 마왕의 딸을 부인으로 삼으시고, 자신의 자손이 그 곳을 통치하도록 만드셨다.
그분이 우리 아랑에 가져온 영토가 얼마이고, 금과 철이 얼마이냐?
그런데 그 것들이 다 어디에 있느냐? 메소티아는 이제 새 왕이 즉위해 더 이상 아랑이 아니다. 새 왕이셨던 프랑크님은 어떻게 되셨느냐? 여기 프랑크님이 가져오신 금과 철들이 다 어디 있느냐?
그분과 함께 전장을 누비던 전사들이 어디 있느냐?
모두 다 제니스가 태워버린 것들 아니냐?"
유먼의 외침에 아무 말 못했다.
"제니스가 우리 아랑에 미친 해악이 얼마인지 아느냐?
여기 프랑크님은 인족의 영웅이셨고, 온 인족들의 맹주셨다. 그분이 가져오신 쟈브로의 금과 철은 지난 10년 간 아랑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하냐? 옆의 작은 나라들도 우리 땅을 노리고 있다.
다행히 여기 코르티즈님께서는 아랑과의 옛정을 생각해 이렇게 우리를 도와주러 오셨다.
정말 우리의 적은 누구냐? 바로 제니스다."
코르티즈가 말했다.
"나는 여기서 확실히 말하겠소. 나는 프랑크왕과 강화를 맺으러 온 것이요. 제니스가 살아있는 한 코르티아는 아랑의 적이 되겠소."
모두 아무 말 못했다.
나는 코르티즈와 함께 메리의 무덤으로 갔다.
코르티즈는 메리의 무덤 앞에서 한 없이 울었다.
코르티즈와 메리의 일은 주위 사람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코르티즈의 누나는 이웃 메소티아의 왕에게 시집가서 5남매를 낳았다.
마족의 침입으로 메소티아가 함락 직전에 몰렸지만, 왕족의 남자들은 왕궁에서 끝까지 싸웠고, 여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중 유일하게 메리가 살아남아, 코르티아로 도망쳐왔다.
도망쳐 온 메리는, 거지 꼴로 코르티즈를 만났다. 찟어진 옷과 신발, 겨울에 신발이 찢어져 동상이 걸린 채로 눈 산을 넘어왔다고 했다. 그래서 메리의 왼쪽 발 발가락이 2개 뿐이었다.
마족의 다음 목표는 코르티아였다. 메리는 코르티즈를 따라 다시 망명에 올랐고, 아랑에 정착했다.
당시 제니스는 유민들을 흡수해 마왕과 전쟁을 준비했고, 두 왕실의 피를 가진 메리는 유민들을 끌어 모을 좋은 소재였다. 메리가 프랑크에게 시집가는 날, 코르티즈는 제일 기뻐했다.
메리는 그에게 딸과 같은 사람이었다. 함께 사지를 뚫고 온 동료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그 조카의 무덤 앞에서 그는 한 없이 울었다.
그는 울면서 복수를 맹세했다. 제니스에 대한 복수를.
..................
다음날 회의장에는 제니스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유먼과 코르티즈의 등장으로 제니스를 옹호하는 귀족들이 사라졌다. 솔직히 그들은 이미 교역 실패로 국민들의 신망과 재산을 모두 잃은 상태였다.
나는 회의 후, 프랑크를 알현했다.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컸나요?"
"그렇습니다."
"살릴 수 없나요...?"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프랑크가 회의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신하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했다.
프랑크의 뜻을 알고, 나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다음 날에도 제니스의 처형을 주장하는 의견이 커졌다. 나도 힘들어졌다.
나는 그 날도 프랑크를 찾아갔다. 하지만 프랑크는 아무 말 없었다.
며칠 후, 루나가 나를 찾았다. 루나는 배가 커진 채로 나를 만나러 찾아왔다.
"왕비님께서 여기 어쩐 일이신지요?"
"스카이워커 공작님께 부탁이 있어 왔습니다."
"제니스님 문제 입니까?"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카이워커님께서 제니스님에게 했던 말... 제가 들었습니다. 그 때 공작님께서 제니스님에게 후사 문제를 말하셨지요. 제니스님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 그건..."
루나는 자신의 배를 만졌다. "부탁드립니다. 제 아이를 위해 제니스님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아버님께 말씀드려주시죠. 마왕을 내놓으면 제니스를 아랑에서 사라지게 하겠습니다."
"사라진다... 라고요?"
"더 이상 아랑에 돌아오지 못하면 되지요?"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큰 고민을 안고 집에 돌아왔다.
미야가 나를 보고 성토했다. "왜 그렇게 망설이시죠? 서방님이 이해되지 않아요."
미야는 마야를 바라보았다. "마야가 죽을 뻔 했는데, 왜 이렇게 망설이는 거죠?"
나도 마야도 한마디도 못했다.
그날 밤. 집이 소란스러웠다. 미야가 피투성이가 된 채 사람 하나를 어깨에 지고 정원에 있었다.
"미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미야는 사람을 내려놓았다. 제니스였다.
미야가 나를 노려보았다. "서방님께서 망설이셔서, 제가 이 계집을 가져왔습니다."
나도 마야도 미야를 탓하지 못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었다.
나는 사람을 보내 프랑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내일 보자는 프랑크의 답이 왔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뒤처리를 유리에게 맡겼다.
....................
다음날, 우리는 제니스를 끌고 프랑크가 메리와 함께 살던 집으로 갔다.
집 안에서 프랑크가 집 안을 하나하나 자세히 둘러보고 있었다.
"이 침대... 나는 너무 낡은 것이라 메리에게 미안했는데, 메리는 불평이 없었어요. 자기가 도망칠 때, 춥고 배고픈 것을 생각하면 여기는 편한 곳이라면서요."
프랑크는 일어나 냄비를 만져보았다.
"이 냄비... 어머니가 나에게 스프를 끓여주던 것이죠. 어머니는 스프를 잘 만들었어요. 아무리 초라한 재료를 섞어도, 어머니가 만들면 맛있었죠."
프랑크는 웃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잘 보니 침대 위에 나무 판이 있었다.
"이 천장... 비가 오면 물이 새서... 여기 침대 위에만 물이 떨어지지 않게 했죠. 여름에는 더워서 밖의 풀밭에서 자고, 겨울에 추우면 어머니와 같이 잤어요. 꼭 붙어서 떨어지지 못했죠."
프랑크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왜 이 집이 여기 있는지... 원래 어머니와 나는 왕족이라고 생각 되지 않았죠. 우리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산 밑에 집을 짓고, 양을 키우며 살았어요. 그러다 내가 왕이 되어도... 어머님은 그 때를 잊지 말라고, 이 집을 여기로 옮겨 왔죠. 이 돌 하나, 나무 하나가 모두 그 때의 그 것들입니다."
프랑크는 화덕에 있는 불에 타는 장작을 들고 침대에 던졌다. 침대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그는 화덕에 있는 장작들을 지붕, 탁자 등 여러 곳에 던졌다. 집 안에 불길이 퍼져나갔다.
프랑크는 손발이 묶여져 기절해 있는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나에게 무릎을 꿇었다. "제발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왕을 내어드리면, 제니스님을 모시고 이 나라를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제니스님이 다시는 아랑에 돌아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프랑크는 나무가 있는 숲을 가리켰다.
미야가 뛰어가서, 한 사람을 끌고 왔다. 그 사람은 50대의 남성이었다.
눈을 감고 마력을 느껴보니, 마왕이었다.
프랑크는 우리를 놔두고 등을 돌려 왕궁으로 돌아갔다.
나는 타고 있는 집을 등지고 마왕의 심장을 한번에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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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무책임한 놈의 세계였다.
"얏호. 또 성공이네?"
- 내가 성공하지 못할 일이 뭐지?
"잘 했어. 고마워."
- 잠깐! 네가 네 사람은 데려갈 수 있다고 했지? 그럼 한 사람을 더 데리고 가고 싶어.
"그 쪽 세계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
- 그러니까 부탁하는 거지.
"그건 네 마음대로 해. 그리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