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아버지를 압박 (32/148)



〈 32화 〉아버지를 압박

여름 방학이 되어, 학교에 별 일이 없었는데 오 정수가 마야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나는 이사장실에 설치한 CCTV와 마이크로 둘의 대화를 들었다.

"이사장님. 저는 도저히 더 이상 송 이사의 전횡을 참을 수 없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 오 과장님의 역할은 송 이사의 현황을 저에게 알려드리는 것 뿐입니다. 저는 분명히 송 이사와 싸우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보아 넘기기에 그 쪽의 행동은..."

마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저는 정식 이사장도 아니고, 제 사람이 재단에 없습니다. 겨우 오 과장님뿐입니다. 만약 과장님께서 송 이사와 맞서다 잘못되면, 제가 재단에 기댈 어떤 것도 없는 겁니다. 그러니 참아주세요."

오 정수의 얼굴에 망설임이 보였다.

"아직 저는 재단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고, 제 사람도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송 이사를 흔들면, 자칫 명성 재단 자체가 흔들릴 겁니다. 제 말 아시겠지요?"

"하지만 썩어가는 기둥을 모른 채 놔두었다가 나중에 건물이 무너질 겁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도 생각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참아 주세요. 그리고 절대 송 이사와 싸우지 마세요. 오 과장님이 없다면, 저는 손도 대지 못할 겁니다."

오정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사장실을 나갔다.

내가 들어가니, 마야는 화가 나서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 쥐새끼! 나를 뭘로 보고."

상황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마야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재단 등기 이사에 아버지가 올라가고 실질적으로 재단을 장악했다. 지금 마야는 이름 뿐인 이사장이고, 모든 것이 아버지 손에 있었다.
아버지는 외국인이라는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서방님 아버님이라 해서 참았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네요. 감히 나를 두고 이사장을 자신으로 하다니요."

아무래도 마야와 나는 아버지를 당할 수 없었다. 도움이 필요했다.

마왕성에 가서 우리 모두는 모여 회의를 열었다.

현정이 말했다. "그 송 오성 이사 말야. 전에 있던 그 돼지와 같이 해 먹던 사이 아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재단 비리도 그 쪽에서 주도했는데, 왜 안 짜른 거야?"

"우리 아빠야."

현정이 놀라서 나를 보았다.

"마야가 우리 학교에 투자한 것은 나 때문이야. 내가 좋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니까, 명성학교 직원인 아빠의 권유로 여기에 투자해, 날 전학 시킨 거야."

"부자 마누라가 있으니 여러모로 편하네."

제니스가 물었다.
"지금 말을 정리해 보면, 마야님은 서방님의 학교에 투자하셨는데, 원래 직원이었던 서방님의 아버님께서 마음대로 하고 있다. 마야님은 그 것을 막을 수 없다. 이 건 가요?"

제니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이쪽을 모르는 지금 섣불리 나설 수 없죠. 마야님이 직접 나설 수도 없다면, 그 쪽을 혼란시켜 실수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좋겠습니다."

"실수?"

"사람이던 조직이던 모든 일에 완벽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놓치고 간과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 것을 핑계로 상대를 흔들어 실수를 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아빠가 그렇게 쉽게 실수할까?"

"조직은 언제나 내부 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법입니다. 그들이 생각하고 계획하는 대로 일이 돌아가면 실수가 없지요.
그런데 돌발 변수가 일어나면, 그 처리에 인력을 배정하면서 실수가 만들어집니다. 아니라면 실수할 만큼 큰 일을 만들어야죠."

"그러다가 역효과가 나면?"

"그러니 명분이 확실한 일을 제시해야 합니다."

나는 즉시 스마트폰으로 오정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수 아저씨. 저에요. 송 재신."

- 아! 재신이? 잘 있었어?

"덕분에요. 그리고 이사장님 부탁으로 전화 드리는 거에요."

- 이사장님?

"학교에서 지금 급하지만 뒤로 넘기는 일이 있나요? 중요하거나, 반드시 해야 하는데."

잠시 말이 없었다.

- 저번 장마 때 공사장이 무너졌어.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방치되어 있는 상태야.

"공사장이요?"

- 잘 모르지만, 골프장을 만들려 했다던데?

"알았습니다."

....................

나는 마야, 제니스와 함께 학교에 갔다.

오정수의 말대로, 찾아간 공사장은 처참했다. 땅은 파다가 중단되어 안에 물이 고여 있고, 주위에 잘려진 나무가 아무렇게나 방치 되어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토사가 흘러가는 곳이 주변 도로 쪽이었다. 만약 흙이 쓸려 가 도로를 덮치면 큰 사고가 날 것 같았다.

나와 마야가 그 곳에 있자, 아버지가 달려왔다.

"이사장님. 여기는 어떻게..."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이사님."

"여기는... 가을에 보수하려는 곳입니다. 원래 전이사장님이 이 곳에 골프연습장을 만들려고..."

제니스가 물었다. "여기가 파헤쳐진지 얼마나 되었지요?"

"아! 인사하시죠. 저의 친구인 제니스입니다. 제 일을 도와주고 있지요."

아버지는 제니스를 보다가 마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작년 말에 공사를 시작하다, 자금 문제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럼 이대로 반년 이상 방치되었다는 겁니까?"

아버지는 고개를 숙였다.

제니스가 말했다. "마야님. 당장 복구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아직 괜찮습니다. 아무 문제없는데 구태여..."

"문제가 없다고 하셨는데, 저기 토사가 흐르는 것이 보이지 않나요? 만약 저 토사가 도로까지 흘러 들어가면 어쩌죠?"

"그렇게 큰 비가 올 리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 한반도에 거대 폭풍이 주기적으로 옵니다. 아마도 가을이었지요?"

아버지는 아무 말 못했다.

제니스는 손으로 근처의 아파트 단지를 가리켰다.
"저기 사는 사람들이 이 곳을 보고 있지 않나요? 저런 흉물을 저 사람들에게 계속 보여줄 겁니까?"

마야가 나섰다. "명성고교는 저의 얼굴입니다. 제 얼굴에 이렇게 큰 흠집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당장 복구하세요."

"하지만 예산이..."

제니스가 나섰다. "그럼 저에게 자료를 주십시오. 마야님의 재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습니다."

"나는 이 곳에 거액을 투자했습니다. 비록 내 재산의 일부라도 큰 돈인 것은 사실입니다. 내 재산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는 것이 불쾌하군요."

아버지는 마야에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당장 조치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빠른 걸음으로 건물로 향했다. 아무래도 이 더위에 서 있기 힘든 모양이었다. 우리들은 마법으로 시원한데...

"이걸로 될까? 내가 아빠를 아는데 이 정도로 흔들릴 사람이 아니야."

"이 것이 시작입니다. 조직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신경 쓸 수 없으니 구멍이 있기 마련이죠. 앞으로 마야님이 이 곳에 오시는 것 만으로, 저들은 긴장할 겁니다. 마야님이 자주 오신다면, 저들은 계속해서 일이 늘어날 테고,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죠."

"만약 실수가 없다면?"

"방금 자료를 달라는 말에 바로 꼬리를 내렸죠. 그건 분명 드러난 실수와 비리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뒷조사로 저들을 추궁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아버지를 내쫓을 마음이 없어."

"그러니 이 정도로 하는 겁니다. 우리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만 알려주고, 차츰 저들을 압박해야죠."

"이 다음은 뭐지?"

"분명 저 쪽에서 인사의 문제가 있을 겁니다. 그걸 이용해 우리 편을 만들어야죠."

나는 제니스의 통찰력과 수완에 감탄했다. 과연 한 나라를 운영할 만한 여자였다.

아버지의 반대편을 찾는다는 일은 너무 쉽게 풀리기 시작했다. 나와 마야가 각별한 사이라는 것과 마야와 아버지 사이에 알력이 있다고 알려지자, 몇 명이 접촉해 왔다.

먼저 접근해온 사람은 전이사장의 누나였다. 그녀도 명성 재단에 지분이 꽤 있었다.

제니스의 계책은 그녀의 아들을 명성고교에 취직 시키는 것이었다. 대가는 아버지와 대항해 마야를 지지한다는 것.

아버지는 반대했지만, 표면적으로 중립을 지킨 마야 때문에 그 남자가 명성 재단에 취업하게 되었다.

그 다음 계책은 교사들의 인사문제였다.

우선 현정의 의견대로 몇 명의 선생들을 학교에서 떠나게 했다. 이유는 전이사장의 비리 문제와 실력. 특히 현정이 골라낸 사람들은 자질이 의심스러웠고, 성추행 문제도 있었다.

아버지가 반대했지만, 이미 문제 교사로 알려진 사람들이라 강하게 반대하지 못했다.

다음 계책을 준비하려는데, 아버지가 마야를 찾아와 먼저 사과했다.

"이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아 이사장님의 심기를 건드렸군요."

"제가 다시 말씀 드리지만, 송 이사님은 서방님의 아버님, 저의 시아버지이십니다. 저는 송 이사님과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갑자기 바뀐 마야의 말투에 아버지가 놀란 듯 했다. 그 동안 반말과 고압적 태도를 보이던 마야가 아니었다.
그런 마야에게 아버지는 조금 놀라다가 얼굴이 조금 풀렸다.

옆에 앉은 제니스가 말했다.
"마야님이 원하시는 것은 명성고교로 인해 명예가 실추되지 않는 것입니다. 마야님께서는 한국인과 결혼하셨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고귀한 분이십니다.
만일 한국에서의 일이 마야과 그 집안의 명예에 누가 되면, 송 재신님과의 결혼 생활에도 영향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놀라서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아십니까? 마야님의 부모님들, 저의 주인님들께서는 이번 결혼에 아무 말씀 없으셨습니다.
그 의미는 이후 벌어질 일에 따라 반대도 하실 수 있다는 겁니다."

마야가 말했다. "저는 서방님과 이 쪽 말대로 백년해로 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나선 것은 이 쪽 일이 저희 부모님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아버님. 제 말을 이해하시지요?"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와 서방님... 헤어질 수 없습니다. 그러니 도와주세요."

이 협박과 부탁이 큰 힘을 발휘해, 아버지의 비리가 멈출 것 같았다.

...........

아버지와의 면담을 끝내고 와서 우리는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마야가 물었다. "서방님. 현정을 언제 부인으로 삼으실 거죠?"

"전에 말했잖아? 우리가 미성년자에서 벗어나면."

"그 것이 아니라. 언제 현정을 안으실 겁니까?"

"푸아앗!" 현정이 먹던 음식을 입 밖으로 뿜어냈다.
"지..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거죠?"

"당연하지 않느냐? 네가 지금 정식 부인의 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너는 서방님의 부인으로 여기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냐?"

현정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내가 마야의 얼굴을 보니 고민이 가득했다.

"마야. 지금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있어?"

"문제가 생겼습니다. 마왕성에 마력이 모자랍니다."

내 얼굴도 허옇게 되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이 성이 땅으로 추락하면..."

"아직 그런 걱정은 없지만, 나오는 마물의 활동을 보니 마력이 부족한 것이 느껴집니다."

"해결책은?"

"마력을 채우는 것인데, 서방님께서 저에게 마력을 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필요한지 모릅니다."

"마력을 채운다... 그럼..."

"우리가 도와드려야죠. 하지만 저희도 한계가 있습니다. 서방님을 상대하기에 하루에 몇 번이고 그러면... 저희가 너무 힘듭니다."

아무래도 매일 그렇게 격렬하게 할 수 없을 것이었다. 마력을 채우는 일이라 해도.

"그러니 빨리 부인을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현정은 라노크의 화신이니."

"현정이의 일은 나에게 맡겨줘. 얼마 안 있으면 나에게 넘어올 거야. 그렇게 서둘 필요 없어."

"그럼 서방님께서 빨리 부인을 늘려주십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 일이었다.

마야는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니스를 서방님의 반에서 같이 다니게 할 겁니다."

"제니스를?"

"마왕성 밖에서 서방님을 모실 사람이 필요합니다. 제니스가 해줘야 합니다."

"나야 뭐... 반대할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제니스는?"

"서방님을 모시는 일에 제가 빠질 수 없습니다."
시원스런 대답이었다.

"그런데 제니스를 어떻게 알리지? 맞아! 미야도 어떻게 외국인 등록이 가능했던 거야?"

"송 이사가 도와줬습니다."

"어떻게? 아버지가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그 것보다 그 쥐새끼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보라고 하고, 서류를 만들었습니다."

"서류?"

"국제 구호 단체라는 것들. 의외로 돈에 약하더군요. 우리를 내전 난민이라 하여 증명서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금새 만들어주었지요."

"증명서? 난민? 그런 것도 있어?"

"저와 미야는 시00라는 이름의 나라에서 온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나는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그럼 제니스도 가능하겠네."

"물론입니다."

"제니스. 나와 현정이와 함께 학교에 다녀야 해. 괜찮겠어?"

"서방님과 마야님 명령이라면 따르겠습니다."

...........

며칠 후,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 야, 임마. 넌 집들이 안 할 거니?

"뭐야, 그 집들이라는 것은?"

- 너와 마야가 새살림 차렸으면 보여줘야 할 거잖아.

"그거야... 하지만 이 쪽도 복잡해. 미야씨도 있고, 제니스도 와 있어."

- 제니스? 그 건방진 여자애?

"나와 동갑이야. 이번에 나와 같은 반이 된다는데?"

한동안 말이 없었다.

- 그 것 때문에 전화한 거야. 어제 이사장님이 그 제니스를 너희 반에 전학시키래. 그런데 너와 동갑이라고 말야. 그 쪽 학력은 괜찮은 거야?

"그 쪽의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대. 그런데 그 여자 말야. 고등학교를 다닐 필요가 있을까?"

- 뭐?

"이미 대학 수준의 실력을 뛰어넘었어. 우리 말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지금 대학에 들어가도 문제 없을 수준이래. 왜 꼭 우리 반이냐고 하니까, 학교에서 내 시중을 들어야 한다나..."

- 시중?

"그 쪽 집안의 고용인이래. 어릴 적부터 마야를 모시고 있었나 봐. 나는 이해가 잘 안되지만, 그 쪽에서는 아직 하인이라는가 하는 개념이 있어서, 제니스는 어릴 적부터 마야의 시종으로 있었대. 마야는 학교에서 나를 감시할 사람을 붙여 놓은 거야."

- 감시?

"마야 쪽 집안. 대단해. 나도 그 쪽 부모님들과 영상 통화를 했는데, 엄청난 사람들이야. 제니스는 그 쪽에서 보낸 사람이고. 아무래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아."

- 그건 그렇고. 넌... 네 마누라 어떻게 할 수 없니?

"그나마 내가 세게 나가니까 마야도 아빠에게 순순해진 거잖아. 내가 마야에게 아빠한테 반말한다고 얼마나 화냈는지 알아?

전화기 너머에서 만족했다는 숨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바뀐 마야의 말투와 태도에 아버지의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아빠! 나도 힘들어. 이러다 소박 맞을 것 같아."

- 남자 새끼가 뭔 소박이야?

"아빠! 생각해봐. 내가 뭐 내세울 것 있어? 마야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부자야. 메가 리치란 말야. 그 쪽 집안에서 나를 싫어하고, 당장 와서 우리를 이혼시킬 것 같아. 나도 그 쪽 비위를 맞춰야 해. 그 걸 알아? 나 무일푼으로 쫓겨나기 일보 직전이란 말야."

다시 아무 말 없었다.

- 알았어. 너... 쫓겨나더라도 위자료는 두둑이 챙겨야 하는 거 알지?

"우선 마야를 임신 시키는 것이 중요해."

- 고등학생이 뭔 임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커졌다.

"잘 들어봐. 그 쪽은 옛날 생각을 가지고 있어. 설마 자기 딸의 애아빠를 내쫓겠어? 나도 지금 마야 비위 맞추고 있어. 마야가 나에게 푹 빠져 있는 지금, 빨리 애를 만들어 내 자리를 확고히 해야지. 아니야?"

- 그거야... 뭐...

"나도 이혼 당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어. 그러니 아빠도 마야 비위를 맞춰줘. 얼마나 마야가 부자인줄 알아? 아빠에게 투자한 것, 그 쪽에서는 용돈 정도야. 내 말 알지?"

- 그런데 왜 그렇게 쩨쩨하게 구는 거야?

"그래도 큰 돈이라고. 그 쪽에서 관심 가지면, 나도 아빠도 끝이야.
그 제니스란 여자. 얼마나 무서운데. 기회만 있으면 마야를 데리고 귀국하려고 벼르고 있어.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러니 아빠도 도와줘. 부탁이야."

- 후아아... 너는 도대체 어떤 여자와 결혼한 거니?

“한번 사고로 팔자 고친 거야. 그런데 사고가 사고로 끝나면 안되잖아? 빨리 기정사실로 만들고 뿌리를 내려야 해.
다행히 그 쪽에서 마야도 어려운 상황이었어. 20이 넘어 결혼 못했다고 집안에서 거의 내놓은 자식이었대. 나와 결혼해서 위기를 넘긴 면도 있어.
그런데 올해가 가기 전에 아이가 없으면 나도 위험해. 그 쪽은 마야의 상대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거야. 알아?"

- 알았어. 그럼 어떻게 하면 되지?

"우선 제니스를 입학 시켜. 마야는 물론 미야씨와 제니스를 구워 삶아야지. "

- 그게 문제야. 난민이라고 해서 마야씨와 미야씨는 어떻게 되지만, 제니스의 입학은...

"어떻게 해 봐. 아빠가 할 일이야."

다음 날, 아버지는 이사장실로 마야를 찾아왔다.
"무슨 일이죠?"

마야의 바뀐 말투에 아버지의 얼굴에 미소가 띄었다.

맞아요. 마야는 당신 며느리입니다.

"저어.... 말씀하신 제니스양의 문제입니다. 입학을 시키려면..."

"그 것조차 처리 못해요? 이런 무능력한 놈..."
다음 말을 하려다 마야가 입을 막았다.

"그... 그게 아니고 처리하려면 필요한 것이..."

옆방에서 듣고 있던 나는 마야에게 마력 대화로 전했다.
‘마야, 아버지는 돈이 필요해.’

마야는 아버지를 노려보며 주머니에서 금이 든 작은 주머니를 탁자에 놓았다.
"이 것이 필요하신가요?"

마야의 공손해진 태도와 금 주머니를 보고 아버지의 표정이 밝아졌다. "충분합니다."

"2학기에 서방님반으로 제니스가 입학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문제 없이 해주세요. 아니면..."

마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문제로 서방님 아버님을 추궁하긴 그렇네요."

"알겠습니다."

아버지가 나가고, 나는 옆방에서 나와 마야에게로 갔다. 마야는 화를 풀지 못했다.
"저 쥐새끼 같은 놈. 서방님의 부모가 아니라면 당장....!"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가 저런 인간인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마야는 화를 참지 못하고 일어서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움찔하며 경직되어 있는데, 마야는 내 뒷덜미를 잡고 키스했다.

"저 인간이 한 만큼 서방님이 보상해 주세요."

"어떻게..."

"안아줘요."

다시 마야는 키스해 왔다.

"여기서?"

"지금 전 참을 수 없네요. 서방님이 필요해요."

우리는 이사장실에서 19금 플레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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