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현정의 변화
다음날 아침, 땅을 울리는 굉음과 진동으로 잠이 깼다.
텐트를 뛰어나가 보니, 폭발로 인해 만들어진 것 같은 구멍이 생겨 있었다.
"현정아! 현정아! 어디 있어?" 나는 황급히 현정을 불렀다.
"날 불렀어?" 현정이 웃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라이트세이버를 들고 주위를 경계했다.
"난 괜찮아."
"저런 폭발이 있었어. 조심해."
"괜찮아. 내가 만든 거야."
"뭐?" 나는 현정을 바라보았다.
"잘 봐."
현정은 팔을 위로 들었다. "황혼보다 어두운 자여. 내 몸에 흐르는 피보다 더 붉은 자여."
현정의 손으로 마력이 모여들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파묻힌 위대한 너의 이름을 걸고, 나 여기서 어둠에 맹세한다."
모인 마력이 그 자리에서 회전하며 공 모양이 되었고, 점점 커져갔다.
"우리 앞을 가로막은 모든 어리석은 자들에게. 나와 그대가 힘을 합쳐."
이건 위험하다. 내 감각이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위대한 파멸을 가져다 줄 것을. 드래곤슬레이브!"
현정의 외침과 함께 공 모양의 마력 덩어리가 던져졌다. 그 공이 땅에 닿자마자 큰 폭발이 일어나 땅을 흔들었다.
폭발로 인한 먼지 폭풍이 몰려오고, 나는 방어막으로 현정과 나를 보호했다.
"봤어? 내 마법의 위력을. 대단하지. 내 드래곤슬레이브 말야."
"너 그 마법 주문... 어디서 배운 거지?"
"주문은 그냥 외운 거야. 애니에서 보고 배운 거지. 어때? 내 마법이."
제니스가 우리에게 걸어오더니, 현정의 이마에 손을 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정은 고개를 으쓱했다. "어때? 내 드래곤슬레이브가."
"드래곤 브레스네. 드래곤이라면 쓸 수 있는 기본 공격 기술이군."
"브레스가 아니라 슬레이브야. 드래곤슬레이브."
현정은 나를 보았다. "어때! 송 재신. 내 마법의 위력이."
현정은 기뻐 날뛰며 좋아했다.
현정이 만들어낸 폭발의 흔적을 보며, 그 위력을 실감하면서도 쓸 데 없이 마력을 낭비한 현정이 철없어 보였다.
"현정아. 아무리 마법이 강력하다 해도, 이렇게 함부로 쓰는 것은 민폐야."
"뭐가? 여기에 아무도 없잖아."
"우리가 있어."
"그럼 너희도 민폐네. 어제 너희들이 만드는 소리가 얼마나 창피한지 알아?"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입씨름할 여유 없어. 빨리 이동해야 해."
우리는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중간에 제니스의 얼굴에 현정에 대한 걱정이 묻어 나왔다.
..............
우리는 오크의 마을이 보이는 거리까지 다가갔다.
그런데 오크의 무리들이 무기를 들고 우리를 향해 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팔을 옆으로 펴고 그들에게 걸어 나갔다. "여러분. 우리는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거짓말 마라. 저기 괴물을 데리고 왔는데, 무슨 소리냐?"
오크는 현정과 제니스를 가리켰다.
"걱정 마세요. 우리는 여러분과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믿지?"
이 오크들은 나를 경계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혹시 저기 있는 두 사람 때문입니까?"
"저기 저 사람 모습을 한 괴물이 보이지 않느냐?"
"괴물이라니, 누구죠? 둘 중에 누구를 말하시는 거죠?"
"저기 긴 머리카락을 가진 것이다."
현정을 말하는 건가?
"저기 저 사람은 괴물이 아닙니다. 저의 동료입니다."
아무래도 이들이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그럼 저들을 저기 놔두고, 저 하고 대화할 수 없나요?"
"저런 괴물과 같이 다니는 너를 믿으라는 말이냐?"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괴물 같지만, 저와 함께 있으면 온순합니다."
이들이 믿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현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오크에게 끌고 갔다.
"현정아. 저들이 너를 무서워해. 그러니 내 말대로 해줘."
나는 오크들 앞에서 현정과 나란히 섰다. 오크들은 현정에게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보세요. 제 명령이라면 그대로 따릅니다."
나는 현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현정아. 손!"
현정이 나를 노려보았다. "뭐하는 거야?"
"저 사람들이 내 말에 따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 그러니 내 말대로 해줘."
현정은 인상을 쓰며, 내 손 위에 손을 올렸다.
"현정아. 왼쪽 발을 들어."
현정의 인상이 더욱 깊어지며, 왼쪽 발을 들었다.
"현정아. 손으로 귀를 만져."
현정은 자신의 손으로 귀를 만졌다.
나는 오크들에게 등을 돌렸다. "보세요. 얼마나 순한지. 내 말에 따르잖아요. 그러니 걱정 마시고 제 말을 들어주세요."
오크 중에 나이 많아 보이는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뭐지?"
"알고 싶은 것이 있어요. 오크들 중에 마왕과의 전쟁 때에 살아있었던 분이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마왕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마왕이 죽은 지 200년이 넘었는데, 뭘 알고 싶다는 거냐?"
"그래도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오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가 의논 하는 듯 했다.
그 늙은 오크가 다시 와서 말했다.
"우리도 마왕에 대해 잘 모른다. 그렇지만 이웃 마을에 마왕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이 있다. 그를 불러오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너희는 마을에 들어오지 마라. 저 괴물이 있으니 우리가 불안하다."
"좋습니다.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오크들이 물러가자, 현정이 내 귀를 잡고 흔들었다.
"송재신. 감히 나를 강아지 취급을 해!"
"아야야... 어쩔 수 없잖아. 저들이 너를 괴물로 보고 있으니, 나도 너도 안전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런 거야."
현정은 내 귀를 놓아주었다. "다음에 또 한번 나를 개 취급하면, 너~! 죽는다~!!"
저녁이 되어 제니스는 음식을 만들었고, 현정은 마법 연습을 했다. 이미 알고 있던 마법을 연습하는데, 라이트닝, 힐링, 파이어볼 등 기본적인 마법을 쓸 수 있었다.
현정은 자신만만해 했다. "어때, 송재신. 이제 나도 강해졌어."
아무래도 우쭐대는 현정을 눌러야 할 필요가 생겼다.
나는 일어나 현정에게 갔다. "현정아. 우리 대련해 보지 않겠어?"
"대련?"
"네가 강해졌다면, 나하고 싸워보면 네 실력을 알 수 있잖아?"
"좋아."
현정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일어섰다.
"먼저 공격해봐."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정의 주먹이 내 얼굴로 날아왔다. 미야만큼의 스피드였다. 내가 살짝 옆으로 피하자 현정의 발길질이 내 정강이를 향했고, 나는 즉시 거리를 벌렸다.
예상은 했지만, 현정은 신체 강화를 쓸 수 있었다.
내가 거리를 넓히자, 현정은 파이어볼을 날렸다. 나는 그 것들을 라이트세이버로 쳐냈다. 아무래도 봐주면 내가 질 것 같았다.
나는 고속 이동으로 현정의 뒤를 잡고 그녀의 다리를 걷어차는데, 벽을 때린 것 같았다. 현정의 마력이 신체를 보호하고 있었다.
내 킥에 직격 당하고 현정은 아무 일 없는 듯, 나를 공격했다.
나는 우선 리미트를 해제했다. 나는 마력을 주먹에 모아 현정의 배를 때렸는데, 방어 마력을 뚫고 신체에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현정이 화가 났다. "송재신. 감히 날 때려?"
현정이 나에게 달려오는데, 미야만한 스피드였지만 격투기의 기본을 모르고 있어 자세가 엉망이었다. 나는 현정의 손목을 잡고 몸의 중심을 이동해 그녀의 손목을 비틀었다. 현정이 중심을 잃고 땅에 쓰러졌다.
경험 많은 파이터들은 이럴 때 빨리 반격하거나 몸을 피하지만, 현정은 기본적인 낙법도 하지 못해 땅에 엎어졌다.
나는 현정의 어깨에 손을 대고 그녀 몸 안에 마력을 주입했다. 마력에 의한 충격파를 일으켜 현정의 몸 내부를 공격하니, 그대로 기절했다.
아무리 신체강화로 빠르고 강한 몸이 있고, 강력한 마법을 쓸 수 있어도, 실전 경험이 없다면 실전에서 질 수 밖에 없다.
현정은 강력한 마법을 쓰고 강한 신체가 있었지만, 전투 경험이 없어 공격이 단순하고 솔직했다. 나처럼 많은 전투 경험을 가진 프로의 상대가 아니었다.
내가 힐링을 걸어주자, 현정이 깨어났다.
"주제도 모르고 까불다가 당했네. 자업자득이야."
제니스의 비아냥에 현정이 화가 났다. "뭐야? 너 정말 죽고 싶어?"
"그러면 죽여 보던지."
현정이 달려들려고 하는 순간, 제니스의 마법이 빨랐다. 제니스는 이미 영창을 끝내놓고 현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제니스의 마법은 현정의 배에 직격했고, 현정은 배를 잡고 땅을 둘렀다.
"아악! 뜨거워. 뜨거워. 아악!"
내가 가서 보니 현정의 몸 안에서 뜨거움이 느껴졌다. 이 것은 뜨거운 피의 마법이었다. 짧은 거리라지만, 제니스는 손을 대지 않고 현정을 공격했다.
나는 속히 마력 드레인으로 현정을 고쳤다. 뜨거운 피의 마법은 힐링이 아닌 마력을 빼내는 방식으로만 고칠 수 있다. 먼저 제니스의 마력을 빼내고 힐링으로 현정을 고쳤다.
현정은 몸이 나았지만, 고통을 잊지 못해 하늘을 보며 벌러덩 누워버렸다.
제니스가 와서 현정을 내려다보았다.
"어때. 이제 세상 넓은 것을 알겠어? 너처럼 강한 마력을 쓸 수 있다고 우쭐대다간 제일 먼저 죽을 거야."
"내가 왜 진 거지? 마력은 내가 훨씬 더..."
"방어도 허술하고, 영창을 외울 때 허점 투성이야. 실전에서는 강한 마법을 쓰기보다 약해도 확실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해서 기회를 잡아야 해. 너는 네 힘을 믿다가 상대에게 반격의 기회를 준거야.
방금 서방님과의 대결을 말해줄까? 방어를 생각지도 않고 밀어붙이면 그렇게 당할 뿐이야."
현정은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금 전 제니스의 마법은 분명 뜨거운 피의 마법, 인간에게 데미지가 전혀 없는 마법이었다. 그런데 현정은 크게 다쳤다.
"그리고 네 마법의 비밀을 알려줄까? 네가 용이니까 내 마법에 당한 거야."
"용? 내가 용이라고?"
나도 갸우뚱하며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저 오크들이 왜 너를 무서워하는 줄 알아? 왜 숲에서 늑대들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은 줄 알아? 네가 용이기 때문이야. 짐승들은 자기보다 강한 것들을 보면 도망가니까."
"무슨 소리야? 나는 인간이야. 용이 아니라고."
"네 겉모습이 인간이라도, 네 마력은 용의 것. 네가 쓰는 마법도 용의 마법이야. 내 결계 마법이 너에게 통하지 않은 이유지."
순간 현정이 텐트 안의 나와 제니스의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어떻게 현정이 제니스의 결계 안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지 의심했었어야 했는데, 그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도 네가 쓰는 마법을 쓸 수 있어."
"그 마법들은 모든 종족이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이니까."
현정이 머리를 잡았다. "아니야. 난 아니야. 난 인간이야. 용이 아니라고."
나는 일어서 현정의 어깨를 잡았다. "그래. 넌 현정이야. 인간이라고. 단지 용의 마법을 쓰는 인간인 거야."
현정은 고개를 뒤로 해서 나를 보았다. "그렇지? 나는 인간이지?"
"이런 현정이가 인간이 아닐 수 없잖아? 너는 용의 화신일 뿐이야. 인간인 이현정이라고. 용의 마법을 쓸 뿐이야."
현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텐트에서 제니스와 단 둘이 대화를 했다.
"방금 현정이가 용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지?"
"우리가 용이라고 하면, 용이라는 생물 외에 용의 마력을 사용하는 존재를 말합니다. 현정이 그런 경우지요."
"그럼 인간이잖아?"
"용의 마력을 쓰는 존재를 용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것이 인간이든지 오크든지 용의 마력을 쓰게 된 순간 인간이나 오크가 아니게 됩니다."
"그럼 뭐지?"
"인간을 넘어선 존재. 어떤 사람은 괴물, 신(神)인 등으로 부르지요. 우리들은 그런 존재를 마왕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왕? 용의 힘을 사용하는 존재가 마왕이야?"
"우리 세계에서 마왕은 용의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마왕을 죽였는데? 그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어."
"그는 마왕의 후손으로 마왕의 칭호를 사용했을 뿐, 진정한 마왕이 아니었습니다. 용의 마법을 쓰지 못했으니까요."
생각해보니 그렇다. 내가 두번째 세상의 마왕이나 마야 때와는 다르게 제니스의 세상에서의 마왕은 마법 실력이 형편 없었다. 그럼 마왕은 뭐지?
"전설에 따르면 마왕은 마물의 주인으로 마물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것은 맞는 것 같았다. 두번째 세상에는 마물이 많았고, 마왕이 마물을 조종한다고 했다. 파르노와의 세상에서 마물들이 마왕군의 주력이었으니까. 마물의 주인이니까 마왕. 그 것이 타당한 설명 같았다.
"그럼 현정이는?"
"용의 마력을 쓰는 인간이니, 그녀가 마왕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느낌에 현정은 마족보다 인간 쪽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 마왕이라기보다 용의 힘을 쓰는 인간이니 용이라고 부른 겁니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용의 힘을 쓰는 인간이 마왕이다? 그럼 현정이는 뭐지?
그리고 그 무책임한 놈이 말하는 마왕은 뭐지?
풀 수 없는 의문이었다.
지금 그런 의문보다 더 시급한 것이 내 마력의 회복과 저장이었다. 더욱이 지금 나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제니스 뿐이라 충분히 마력을 얻을 수도 없었다.
답을 모르는 의문으로 고민하기보다, 마력 회복이 더 급해 제니스의 몸에 손을 댔다.
..............
다음날 오전에 오크 마을로 다가가니, 한 늙은 오크가 나에게로 걸어왔다.
"어르신이 마왕과의 전쟁 때 살았던 분이십니까?"
"그렇다네, 난 직접 그 전쟁에 참여 했었지."
그 노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냈다.
200년 전 인족과 마족이 갈라져 전쟁을 시작할 때, 인간 이외의 종족들도 그 전쟁에 참여했다. 이 사람은 마족의 군대에 지원해서 인족들과 싸웠고, 인족 편에 있는 오크들도 있었다.
중간에 마족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그 오크는 군대를 떠나 고향으로 도망쳐 왔다.
이후 들은 이야기로는 마왕의 도시가 함락되고 그 곳에서 마왕이 죽은 이후로 마왕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럼 어르신께서는 마왕을 직접 본 적 없으신가요?"
"멀리서 몇 번 본 적은 있어. 검은 갑옷을 입고 싸우셨지. 그런데 겁쟁이였어. 지금 로터스 주위를 나가지 못하셨으니까."
"그럼 마왕은 죽은 건가요?"
"글쎄... 마왕이 죽지 않았다고 하는 소문이 많았어. 우리 마을에도 인족들이 몇 번 찾아와 마왕을 찾아다녔지. 하지만 아직 마왕을 찾았다는 소식이 없어."
"무슨 단서가 없을 까요?"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알 만한 사람이 있어. 전쟁이 끝난 지 100년이 넘어 한 여자가 찾아왔는데, 그 사람은 그 때까지 마왕을 찾아다닌다고 했어. 그리고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로터스로 찾아오라고 했지."
"100년 전에 여자가요?"
"후드를 써서 잘 모르겠지만, 목소리를 보니 엘프였어. 그 때의 엘프라면 지금도 살아 있을 거야."
"이름은?"
"미안하지만 늙어서 기억이 잘 안나. 하지만 정말 끝내줬지. 그 작은 몸으로 나를 몇 번이고 천국으로 보내줬으니까."
노인은 침을 흘리며, 그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
"로터스의 길드에 오면 자기를 찾을 수 있다고 했어."
"로터스의 길드요?"
"마왕의 단서라면 여기보다 그 곳에 많을 거야. 그 곳은 과거 마왕의 본거지였으니까."
나는 노인과의 대화를 끝내고 제니스와 현정에게로 돌아갔다.
...........
돌아와 보니, 제니스가 혼자서 식사를 준비 중이었다.
"현정이는?"
"텐트 안에 없나요?"
텐트는 문이 열려진 채, 안에 아무도 없었다.
제니스는 조용히 마법을 영창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없습니다. 내가 볼 수 있는 범위 안에 현정이 없습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눈을 감고 마력을 느껴보았다. 현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제니스가 외쳤다. "저쪽에 현정의 마력의 흔적이 보입니다."
나는 제니스가 가리킨 방향으로 뛰어갔다.
잠시 후, 현정의 마력이 느껴졌다. 마력이 가까워져도 현정이 보이지 않는데, 하늘을 쳐다보니 검은 점이 하늘 위에 있었다.
나는 다리에 힘을 모아 위로 점프했다. 30m 정도 올라가니 검은 점이 현정인 것을 알았다.
"현정아."
내 외침에 현정은 아무 반응 없었다.
아무리 허공답보를 쓸 수 있어도, 가로로 멀리 이동하는 것에는 제약이 없지만 세로로 몸을 띄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내가 몸을 올릴 수 있는 최대 높이는 50m 정도였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땅에 착지하자마자 도약과 함께 위로 바람 마법을 일으켜 내 몸을 떠오르게 했다. 50m 정도 올라가니 현정에게 가까워졌지만 더 올라갈 수 없었다.
"현정아!"
현정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현정은 지상보다 100m 이상 높이에 떠 있었다.
나는 폭발 마법을 준비하고, 땅에 착지해 도약하자마자 내 발 밑을 폭파 시켰다. 하늘로 떠오르자 양손으로 바람 마법을 쓰며 현정을 향해 올라갔다. 이번에는 현정보다 위로 올라갔고, 떨어지며 현정을 안았다.
"현정아! 이제 잡았어."
"재신아..." 현정은 내 몸을 꽉 껴안았다.
"이제 내려가자."
현정은 내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우리의 몸이 서서히 땅으로 내려갔다.
땅에 착지한 순간, 나는 다리로 서지 못하고 넘어졌다. 방금 폭발로 내 발이 피투성이였다.
"재신아. 네 발이 어떻게 된 거지?"
"너를 잡으려고 땅에 폭발을..." 아픔 때문에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현정은 내 피투성이 다리를 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나 때문에..."
"너 때문이 아니야. 그리고 너는 힐링을 쓸 수 있지? 내 다리에 해봐."
현정은 눈물을 닦고 내 다리를 향해 힐링을 영창했다. 내 다리가 고쳐져 갔다.
나는 고쳐진 다리로 일어서려 하는데, 아직 힐링이 완전치 않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80점. 아직 미숙해."
현정은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이렇게 분위기 깰래?"
현정은 내 손을 잡아 일으키고, 내 어깨를 부축했다.
현정과 나는 걸어서 제니스에게로 갔다. 제니스는 제대로 된 힐링으로 내 다리를 고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