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침묵의 샘
우리는 다음날 로터스로 향했다.
그 날 이후 현정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밤에 내가 제니스와 같이 자는데, 현정이 텐트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5일을 걸으니, 로터스에 도착했다. 마왕의 성이였지만, 현재는 인간들의 도시로 바뀌어 성 안에도 인족이 많았다.
이 세계에서는 인간과 마족의 구분이 없었다. 제니스의 세계와 같이 두 종족의 구분은 섬기는 왕에 따라 달랐고, 마왕이 없는 지금은 두 종족 간의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눈에 띄는 것은 엘프, 오크, 수족 등이었고, 그들 사이에 혼혈도 많아 보였다.
우리는 우선 길드를 찾았다.
길드를 찾아가 접수원에게 말을 걸었다.
"찾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탐색 의뢰입니까? 찾는 물건에 따라 보수가 달라집니다. 돈은 있는 가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접수원은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 "찾는 것은?"
"마왕."
잠시 나를 쳐다보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몸집이 건장한 남자가 나왔다. "마왕을 찾으신다고요?"
"그렇습니다."
"200년 전에 사라진 마왕을 어떻게 찾죠?"
"마왕이 사라진 이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엘프 여성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럴 만한 능력이 되는지 알고 싶네요."
"어떻게 하면 되지요?"
"길드장님께서 판단하실 겁니다. 그 분께 거절당하면 마왕을 찾을 자격이 없는 것이죠."
제니스와 현정을 남겨두고, 나는 그 남자를 따라 갔다.
3층에 이르러 한 방에 들어갔는데, 안에 자그마한 여성이 앉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마왕을 찾는 분인가요?"
엘프이면서 몸집이 작은, 오크가 말했던 그 여자인 것 같았다.
"둘 만 있고 싶군요."
나를 인도한 그가 방을 나갔다.
"이제 이 방은 우리 둘 뿐이에요. 왜 마왕을 찾으시죠?"
"마왕을 죽이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살아있는지 죽은지도 모르는 마왕을 어떻게 찾아 죽이지요?"
"마왕이 살아있으니 제가 온 거죠."
그녀는 웃으며 일어서 내 앞에 와서 나의 위아래를 살펴보았다.
"당신은 마왕을 죽일 만한 힘이 없어 보이네요."
"어떻게 아시죠?"
"그럼 당신은 어떻게 증명 하실 거죠?"
나는 여자의 이런 눈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를 공주님 안기로 안았다. "먼저 너를 굴복시킨 후에."
"성질이 급하시군요. 침대로 갈까요?"
그녀는 손으로 방에 있는 다른 문을 가리켰다.
그녀는 프로였다. 내가 먼저 달려들었지만, 그녀의 테크닉에 3번 당했다.
하지만 내 체력을 이길 수 없어 5번째에 백기를 들었다. 나는 계속 몰아붙여 기절시켜버렸다.
내가 힐링을 쓰니, 그녀가 깨어났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15년 만이네요. 내가 이렇게 만족한 것이."
"더 만족 시켜드릴까요?"
"그보다 자기 소개가 먼저지요. 나는 로즈, 이곳 로터스 길드의 길드장입니다."
"나는 다쓰 베이더. 신의 명령을 받고 마왕을 죽이러 온 사람입니다."
로즈는 옷을 입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저도 당신께 드릴 정보가 없어요. 200년을 조사해도 나온 것이 없어요."
"아무 것도라... 그럼 마왕이 죽는 것도 시체도 확인 못한 겁니까?"
"여기를 점령하기 직전에 마왕이 증발했어요. 처음에 도망쳤다 생각해서 주변은 물론, 전 세계를 뒤지고 다녔지만, 아무 것도 찾지 못했죠."
"마왕이 성을 빠져나갔다는 증거가 있나요?"
"그 것조차 발견 못했어요. 우리가 마왕성 주위를 1년 넘게 포위하며 쥐새끼 한 마리도 성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시했죠. 마왕성 함락 당시에도 모든 포로들을 감시하고 추궁해도 마왕의 행적을 알지 못했어요.
알아낸 것은 함락 한 달 전부터 마왕이 사라졌다는 소문 뿐이죠."
"한 달..."
"이제 어떻게 하실 거죠?"
"우선 마왕이 살던 곳을 보고 싶네요."
"가 봐도 아무런 단서가 없을 겁니다."
"그래도 보고 싶군요."
"좋아요. 내일 아침에 이 곳에서 보죠."
"침대에서?"
로즈는 나를 보며 웃었다.
로즈는 나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갔다. 내려와 보니, 제니스와 현정이 술에 취해 있었다.
"쩌방님, 나... 술 마셔서요."
제니스가 내 품에 안기더니 냄새를 맡았다.
"쩌방님. 지금 어떤 게..지..배와 그렇...게... 너무... 해요. 제..가 맘...메 안드세...요?"
현정이 내 품에 안겼다. "째시나... 너...무해. 나... 날 놔두고... 내 마...맘..믈 빼아..앗고..."
로즈가 웃었다. "이 사람들이 당신의 일행인가요?"
"뭐... 그렇죠."
"둘 다 당신의 애인인가 보죠?"
"이 사람은 그렇고, 이쪽은 아니죠."
현정이 내 뺨을 만졌다. "째시나... 너무해... 내가... 애인이 아니라니... 난... 네 마누라잖아."
"서방님... 오늘 저.. 사랑해 주실 거죠? 혀쩡이도 말이죠...마니... 싸랑하실 거죠..."
나는 둘을 모두 안았다. "알았어. 사랑해 줄 테니 이제 그만 떨어져."
"안... 돼. 놔주면... 나 혼자 두고.. 쩨니하고만 즐길 거 자나..."
"놓으면... 다른 녀...자와... 그럴... 거 자나요..."
로즈가 웃었다. "숙소는 있어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길드가 운영하는 여관이 있어요. 같이 가시죠."
나는 로즈를 따라 두 사람을 안고 따라갔다.
방에 들어가자, 제니스와 현정이 침대에 눕고 옷을 벗어 던졌다.
"안아줘요... 써방님..."
"째신아... 내 가슴에.. 다이삥!"
아무래도 술 취한 이 여자들을 안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로즈가 뒤에서 나를 안았다. 그녀의 피부가 느껴졌다.
"나도 끼고 싶네요."
"방금 10번 넘게 했는데, 또 하자구?"
"당신 같은 남자와 하루에 100번 넘어도 만족 못할 것 같아요."
내가 로즈를 안는 사이에, 두 사람은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도중에 로즈는 내 손을 끌고 옆방으로 갔다.
............
로즈와 내가 아침 식사를 위해 길드 1층에 있는데, 현정과 제니스가 길드 직원의 인도로 나왔다.
로즈는 탁자를 가리켰다. "여기 숙취에 좋은 스프가 있어요."
현정과 제니스가 내 양옆에 앉아 로즈를 노려보았다.
제니스가 말했다. "어제 잠결에 서방님의 숨소리와 여자의 신음 소리가 들렸는데, 당신이군요."
"당신들이 너무 취해서 이 분을 상대할 수 없으니 제가 상대해 드렸죠."
"남의 남편을 빼앗고 당당하다니, 뻔뻔하군."
"부인이 2명이니 3명이 되어도 상관 없지 않나요?"
"당신도 부인이 되고 싶다?"
"안 되요?"
현정이 말했다. "이 남자 부인이 3명이나 되는 사람이니, 당신 하나 늘어도 상관 없죠."
"여기 있는 두 명 외에 또 다른 한명이 더 있나요?"
"나는 이 사람의 부인이 아니에요. 다른 부인이 2명 더 있어요."
"부인이 아니라... 어제 저 분에게 사랑을 구걸하던 사람이 누구죠?"
현정이 일어나 탁자를 때렸다. "나는 그런 적 없어."
로즈와 나는 현정을 보며 웃었다.
"현정아. 중요한 것은 숙취해소야. 이 스프를 먹고 우리는 나가야 해."
내 말에 제니스와 현정은 스프를 먹기 시작했다.
나도 먹는데, 아무리해도 제니스의 것이 더 맛있었다.
"역시... 제니스의 것이 더 맛있어."
제니스의 얼굴에 기쁨이 넘쳤다.
"길드 최고의 요리사의 스프보다 더 맛있는 스프라... 베이더씨는 이 분을 사랑하시네요?"
"당연하지. 내 여자가 나를 위해 만드는 요리인데."
제니스가 애교 있는 목소리를 냈다. "서방님~! 오늘 저녁 때 맛있는 스프를 만들어 드릴 게요."
"기대하고 있을 게."
현정이 비꼬았다. "아침부터 깨가 쏟아지네."
"네가 부인이 되면 너도 이렇게 해줄게."
"난 싫거든!"
로즈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서로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죠. 나는 로즈. 이곳 로터스 길드의 길드장입니다."
"제니스 자파란. 여기 서방님의 부인입니다."
"나는 리나, 리나 인버스다."
나는 먹던 스프를 뿜어낼 뻔했다. 드래곤슬레이브라고 할 때 알았지만, 리나 인버스라니...
"두 분 중에 여기 베이더씨의 부인이 제니스씨인가요? 그리고 리나씨는 애인?"
"베이더?"
"나는 다쓰 베이더."
현정이 웃었다. "광선검을 휘두르니 제다이 기사란 건 맞는데, 다쓰 베이더는 아닌 거 아냐?"
...................
우리는 아침을 먹고 로즈를 따라 도시 계단 길을 따라 올라갔다.
계단을 한참 오르니 큰 공원이 있었다. 공원은 도시 고지대에 있어, 로터스 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여기가 마왕의 왕궁이 있었던 곳입니다."
"굉장한 규모였군요."
"저 뒤에 있는 사원들은 모두 마왕의 궁전을 개축한 겁니다. 궁전의 정원과 외벽, 부속 건물 등을 헐고 이 공원을 만들었지요."
나는 공원을 둘러보고, 아래에 펼쳐진 로터스 시내를 감상하였다.
제니스는 건물들을 살펴보다 로터스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땅에 대고 손가락으로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제니스, 뭐하는 거지?"
"조금 이상해서요. 왜 저렇게 도로와 건물이 배치되어 있는지."
"이상해?"
"당연히 이상하죠. 왕성이라면 왕궁에서 성 정문까지 이렇게 복잡한 미로를 만들지 않습니다. 방어용 성이라면 모를까... 산성이라면 몰라도 평지성에 이렇게 도로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도로 배치는... 뭔가 다른 뜻이 있어 보입니다."
제니스는 높은 곳에서 로터스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도로를 그려가며 혼잣말을 했다.
"여기서 마력을 모아, 이곳에서 변화시켜, 이쪽으로 보내고..."
제니스는 중얼거리다 뭔가 확신한 것 같았다. "서방님 분명합니다. 이 로터스 시내 자체가 거대한 마법진입니다."
"마법진?"
"무언지 잘 모르겠지만, 이 마법진은 사람들의 감각을 꼬이게 만듭니다. 무언가 감추려는 마법진입니다."
로즈가 물었다. "마법진이라고요? 그럼 어떻게 해제하죠?"
"이 곳에서 보기에 확실치 않아요. 혹시 로터스 전체의 지도가 있나요?"
우리는 로즈와 함께 길드로 돌아왔고, 길드장 사무실에서 잠시 기다리니 세 사람이 큰 종이 두루마리를 가지고 왔다.
그들은 사무실 바닥을 정리하고 종이를 펼쳐 놓았다. 로터스의 지도였다.
제니스가 지도를 보며 중얼거리다, 종이 위에 올라가서 손을 짚었다.
"확실해. 여기서 마력을 모아, 이 곳에서 분리시키고, 여기서 증폭시키면... 그랬어. 이 것이라면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없게..."
제니스는 로즈를 바라보았다. "마법진의 해주 방법이 있어요."
제니스는 걸어가 한곳을 지명했다. "여기가 마법진의 마력 흐름을 제어하는 곳이니, 이것을 부숴야 합니다. 그리고..."
제니스는 다시 걸어가 또 한 곳을 손으로 짚었다. "이 곳도..."
다시 일어서 또 한 곳을 짚었다. "이 것도... 여기 있는 것들을 파괴 시키면 마법진이 풀립니다."
로즈는 제니스가 지명한 곳을 살펴보았다.
"모두 조각상이 있는... 우리는 그런 것이 왜 있나 했는데 그런 의미가..."
로즈는 즉시 사무실을 뛰어 나갔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는데, 현정은 다른 방을 요구했고 나와 제니스는 한 방을 썼다.
그 날 저녁, 도시 곳곳에서 굉음이 나며,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아래로 내려가 알아보니, 로터스 영주가 조각상을 부수고 있다고 했다.
............
다음날 새벽, 길드 직원들이 우리를 불렀다.
그들의 인도로 간 곳은 도시 한가운데 있는 큰 연못이었다. 넓이가 학교 운동장만한 곳에 맑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로즈에게로 갔다.
"어떻게 된 거지?"
"이 샘물... 어제까지 탁해서 아래를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오늘 갑자기..."
"물이 맑아져서 아래까지 보여 진다는 거야?"
로즈는 연못 가운데를 가리켰다. 연못 가운데에 큰 석상이 물밑에 있었다.
"지금까지 이 물 속을 들어갈 생각을 못했어요. 왜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니스가 말했다. "그 마법진은 감각과 함께 두려움을 심어주는 역할도 있었죠."
"이곳, 침묵의 샘은 우리나 마족들에게도 금기의 장소였죠. 마물이 출몰하고 유령이 나온다고 소문난 곳이라 사람들이 오기를 꺼려하는 곳입니다. 그런 이유가 있었다니..."
"감각이 꼬이면 헛것이 보이게 되죠."
내가 물었다. "여기가 침묵의 샘이라고? 왜 그렇게 부르지?"
"이 앞에서 마왕의 간부들이 처형 당했죠. 그들은 죽을 때까지 마왕의 행방을 말하지 않았어요. 그들을 기리기 위해 침묵의 샘이라 부르기 시작했죠."
나름 슬픔의 역사가 있는 장소였다.
"저 아래에 무언가 있어?"
"지금 조사하고 있어요. 우리 사람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죠."
잠시 후, 물 속에서 몇 명이 걸어 나왔다.
"조각상 기단에 무언가 쓰여 있지만, 읽을 수 없습니다."
"문자가 분명한가?"
"새겨진 형식을 보니 문자가 분명합니다."
길드 직원 몇 명이 물에 들어가서 기단 벽에 있는 문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오후까지 교대로 이루어진 작업에서 그들은 기단에 적힌 문자들을 모두 그려왔다.
그들이 가져온 것은 나도 모르는 문자였다.
현정이 중얼거렸다.
"용을 찾는 이에게 알린다. 내 잠을 깨우지 말지니, 저주와 고통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용이 아니면 나를 찾지 말라.
내 잠이 깨는 날. 세 마리 용이 날아올라 세상을 혼돈으로 빠트리리라."
"현정아. 이 거 읽을 수 있어?"
"아무래도 이 건 용의 문자야."
로즈가 물었다. "용의 문자요? 리나는 용의 문자를 읽을 수 있어요? 그럼 혹시... 리나씨가 가서 저 조각상을 직접 보세요."
현정이 손사래를 쳤다. "나는 수영을 못해요."
제니스가 웃으며 현정에게 팔짱을 끼었다. "나에게 맡겨."
제니스가 현정을 끌고 물로 들어가자, 그들 주위에 둥근 구가 생기고, 방어마법구로 인해 물이 그 속을 들어오지 못했다.
잠시 후에, ‘텅’ 소리와 함께 조각상 부근에서 물보라가 올라왔다.
그 후 조금 기다리니, 현정과 제니스가 걸어 나왔다.
"후아... 제니스의 마법은 대단해. 물 속에서 그렇게 걸어 다닐 수 있으니."
내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지?"
"현정이 손을 대니 기단 벽면이 벗겨지면서 그 밑에 빈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자세히 보니 통로가 있었죠."
"통로라면... 던젼이라는 말인데."
나는 로즈를 바라보았다. "조사를 해봐야 겠어."
"우리 쪽에서도 준비를 하죠."
던전이나 미궁을 조사하려면 준비할 것이 많다. 우리는 내일 조사를 시작하기로 하고, 준비를 위해 시장에서 물건들을 구입하기로 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는데, 현정과 제니스는 시장에 가야 하니 로즈를 통해서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로즈의 옆에가서 귀에 속삭였다. "오늘 난 네가 필요해."
로즈가 웃었다. "저도 내일 따라갈 거예요. 그럼 오늘은 곤란해요."
"난 급한데 말야. 너 대신 할 사람이 없을까?"
"그럼 당신 방으로 보내드리지요."
"네가 아니라면 3명은 필요해."
로즈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나 보죠? 5명이면 어떻지요?"
"10명이라도 좋아."
현정과 제니스가 시장에서 물건 구입을 위해 나간 사이에, 내 방으로 10명의 엘프가 찾아왔다.
다음날 새벽까지 나는 마력 채우기에 열중했다. 마력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보다는 여기 주머니 마법으로 내가 대한민국에서 저장해둔 마력 덩어리들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가 더 컸다. 하루 밤 사이에 최고위 마법 100개 분량의 마석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10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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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숙소를 나서는 나를 세 여성들이 허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현정은 나를 외계인 보는 듯하다.
로즈가 웃었다.
"10명이 필요하다고 해서 농담인 줄 알았는데, 모두를 보내버리고 아침에도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다니... 정말 대단해요."
"뭘 이런 걸 가지고... 하루에 100명도 상대해본 나에게."
제니스도 현정도 나를 보는 눈빛에서 ‘질렸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로즈 덕분에 나는 준비가 끝났어."
"뭘 준비했다는 거지? 하루 종일 그 짓만 한 네가." 현정의 목소리가 차갑다.
"남자에게는 남자만의 사정이 있는 법이야."
"사정할 사정?"
"여기서 음담패설은 금물!"
내가 걸어가자 로즈는 내 옆에 붙어 걸었지만, 두 사람은 나에게서 떨어져 걸었다.
못 참겠는지, 제니스가 내 옷소매를 붙잡았다.
"뭐야?"
"서방님, 잠깐만!"
제니스는 내 몸에 마법을 걸었다.
"뭐지?"
"서방님 몸에서 그런 냄새가 풍깁니다. 기분 나쁘네요."
로즈는 코를 내 몸에 대고 킁킁댔다.
"그렇네. 이제 안나네. 아쉬워 나는 그런 냄새를 좋아하는데."
현정이 말했다. "자신의 변태적 성벽을 자랑하지 말지."
"어머나. 그런 냄새가 얼마나 매력 있는지 현정은 잘 모르네? 혹시 리나는 처녀?"
현정이 로즈를 노려보았다. "그런 건 여기서 말하는 것이 아니야."
침묵의 샘에 다다르니, 길드 직원들과 영주의 군사들이 샘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의 인도로 샘 가까이 가니, 3명의 모험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뭐지?"
"던젼 탐사 전문가들이죠. 미궁 탐색이면 이들이 적격입니다."
"좋아! 가자."
제니스가 구체 방어벽을 만들고, 우리들은 물 속을 걸어 들어갔다. 방어벽 공기 밖으로 물을 보니 수족관이 생각났다.
석상에 이르니, 기단의 네 면의 석판이 땅에 넘어져 있고, 네 개의 기둥이 석상을 떠받히고 있었다. 네 기둥 사이에 빈 공간이 있고, 아래쪽으로 물이 고인 웅덩이가 보였다.
가까이 가 보니, 인공으로 뚫린 구멍으로 보였다.
"조사해 보니, 이 물길을 넘어 큰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너무 어두워 다시 돌아왔다고 했어요."
"이제부터 시작이네."
현정이 말했다. "나는 수영을 못해. 어떻게 가려고?"
로즈가 현정의 손을 잡았다. "나를 따라와."
"안돼. 싫어. 나 물이 싫단 말야."
제니스가 현정의 몸에 손을 대자, 현정이 스르르 쓰러졌다.
"수면 마법을 걸었어요. 현정을 데리고 가죠."
로즈와 내가 현정의 몸을 잡고, 웅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마법의 빛을 비추니 한쪽으로 통하는 길이 있었고, 땅과 바닥을 짚으며 나아가니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위로 올라가니 공기가 있었고, 빛을 비추어 조사하니 넓은 빈 공간이었다. 한 쪽에 빛이 닿지 않을 만큼 길게 펼쳐진 통로가 보였다.
우리는 모두 물에서 올라와, 바람 마법으로 옷을 말리며 잠시 쉬기로 했다.
제니스가 현정의 옷을 말려주고, 깨웠다.
"우응... 여기는 어디지?"
"동굴 안. 어서 잠을 깨고 탐색할 준비를 해."
"동굴 안? 물은 어떻게 한 거지?"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부터는 네 힘으로 물을 뚫고 따라와."
"그럼 나를 재우고 물 속을 통과한 거야?"
제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말리고 동굴을 걸어가는데, 앞에서 마물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모두 준비해."
내가 외치자, 로즈는 채찍을, 제니스는 마법지팡이를 들고 대기 자세에 들어갔다.
마물들이 달려오는 것이 느껴지는데, 내가 달려들기 전에 로즈의 채찍이 마물을 공격했다. 그녀의 채찍질로 마물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나는 다른 마물에 뛰어들어 목을 베었다.
달려온 마물은 10마리 정도, 내가 두 번째 마물의 심장에 칼을 찌르자, 로즈의 채찍이 내 뒤에 오는 마물의 눈을 공격했다. 그 마물이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눈을 만지는 사이에, 내 칼날이 그 놈의 머리를 꿰뚫었다.
"서방님, 로즈 피해!"
제니스의 외침에 그 지역을 이탈하니, 땅이 솟아올라 마물들의 다리를 묶었다.
"모두 비켜!"
현정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드래곤슬레이브가 날아와 나머지 마물들을 모두 처리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좁은 공간에서 너무 강한 마법을 사용하니,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로즈, 위험해." 나는 로즈를 안고 위쪽으로 마법방어막을 형성했다. 내 방어막으로 바위를 막아냈지만, 우리는 돌더미 속에 갇혔다.
섣불리 돌을 꺼낸다면 위에서 무너질 위험이 있어서, 나는 오른손으로 마력 방어막을 지탱하고, 왼손으로 마력 방출 마법으로 한쪽 돌 무더기를 밀어내었다.
사람 몸이 지나갈 만한 공간이 생기자, 로즈가 먼저 나갔고 나도 따라 나갔다.
내가 나오자마자, 10m이상의 돌더미가 무너져 내렸다.
현정과 제니스가 달려왔다.
"재신아, 로즈. 괜찮아?"
"너 때문에 죽을 뻔 했어. 그런 강력한 마법을 이런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면 어떻게 해?"
제니스가 현정을 몰아붙였다. "초보자 주제에 강한 마법을 쓸 줄 안다고 나서면 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목숨이 위험해. 앞으로 조심해."
현정은 제니스를 노려보았지만, 반박할 수 없어 참는 눈치였다.
우리 뒤로 탐험가 3명이 달려왔다. "이제 마물이 없는 가요?"
로즈는 쓰러진 마물에 가서 조사했다.
"제길... 이 마물이 침묵의 샘 주변에 나왔을 때 의심했어야 했어."
"이 마물을 본 적이 있어?"
"마왕이 사라지고, 몇 년 동안 이 주변에서 이런 마물이 자주 출몰했었죠. 어디서 나왔는지 몰라서 주변을 수색했는데, 여기를 놓치고 있었다니..."
우리는 탐험을 계속하려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 여러 갈림길이 나온 곳에 다다랐다.
탐험가 쪽에서 제안해왔다. "우리는 이 쪽 길로 가겠습니다."
그들은 맨 왼쪽길을 제시했다.
"그럼 우리는 이쪽으로 가죠." 나는 마력의 느낌으로 가운데 길을 제안했다.
"저는 그 쪽을 권하고 싶지 않아요. 위험해요. 느낌이 좋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가본다고 하는 겁니다."
그 탐험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우리는 이쪽으로 가서 조사해 보겠습니다."
로즈가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위험하면 도망치는 것을 우선으로 하시고. 나중에 지상에서 만나죠."
그들과 우리는 둘로 나뉘어 각각의 길로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