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거미의 방
내 느낌대로 우리가 가는 길에는 마물들이 많았지만, 전위에 나와 로즈, 후위에 제니스와 현정이 있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내가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손으로 가리키면, 제니스는 스캔 마법으로 적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들이 다가오면, 로즈가 채찍이 1차 공격을 하고, 내 칼로 마무리 했다. 떼거지로 몰려있으면, 제니스가 땅에 발을 묶는 마법으로 상대들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나와 로즈가 마무리했다.
현정은 너무 강력한 마법을 사용해서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차츰 마법의 위력을 낮춰서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점점 작은 위력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며 도움이 되었다.
제니스가 외쳤다. "현정. 저 곳에 마물들이 몰려 있어."
"맡겨둬."
제니스가 가리킨 방향으로 현정의 마력이 융단폭격을 하고, 나와 로즈가 뛰어들어 뒤처리 했다.
우리 넷의 컴비네이션에 30마리의 마물이 한꺼번에 전멸했다.
"잘했어" 제니스와 현정이 손바닥을 마주치며 좋아했다. 저 둘... 언제 저렇게 사이가 좋아진 건지...
마물들에게서 마석을 챙기려는데, 한쪽에서 이상한 마력이 느껴졌다. 가까이 가니 벽이었지만, 두드려보니 안이 비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손바닥을 대고 벽에 충격파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벽이 무너졌다.
로즈가 마법의 빛을 비추어보니, 안에 큰 공간이 있었다.
"여기는 뭐죠?"
"마력의 느낌이 이상해. 한번 조사해 봐야 겠어."
제니스와 현정이 우리를 따라왔고, 우리 넷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쪽은 50m의 구형 공간이었다. 한 쪽 끝에 평평한 바위들이 세워져 있어 그 곳으로 갔다. 그런데 현정이 공간 가운데에 들어서자, 돌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제니스가 중얼거렸다. "이 곳은 용의 공간. 용이 들어오니 반응하는 건가?"
바위들에 글과 그림이 있었다. 글은 전에 보았던 용의 글자 같았다.
현정이 중얼 거렸다.
"태초에 용이 있어 어둠 속에서 홀로 날아다녔다."
용 한 마리가 날개를 편 채 그려져 있었다.
"용은 빛을 싫어해, 피해 다녔다."
원에 사방으로 선들이 뿜어져 나가고 있고, 용이 날개로 그 것들을 가리고 있었다.
"용은 분노해 빛을 공격했다."
원의 사방에 있는 선들이 작아져 있고, 용이 그 것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때 사람이 나타나 빛을 가지고 용을 공격했다."
사람 형상의 그림이 손에 원을 들고 용에게 들이대고, 용은 옆 그림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용은 사람에게 져서 땅 밑으로 숨어들었다."
사람 그림이 있고, 그 밑에 용이 웅크리고 있었다.
"사람은 자신을 마왕이라 칭하고, 용 위에 도시를 지었다."
용이 웅크린 위에 집들이 많이 그려져 있었다.
"마왕은 다른 인간들을 피해 땅 속으로 숨었다."
용이 웅크린 옆으로 앞 그림의 인간이 땅을 파고 숨었고, 그 위에서 다른 인간들이 집들을 불태우고 있었다.
"마왕은 용을 찾으려다 지쳐 잠들었다."
땅을 파던 인간이 지쳐 잠들어 있고, 그 위에 다른 모양의 집들이 그려져 있었다.
로즈가 말했다.
"이건 아무래도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고 있어요. 마왕은 용을 이겼지만, 용은 땅속에 숨어들었고. 마왕은 용을 찾으려고 이 위에 도시를 세워 지하를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군요."
"그리고 자신도 이 지하에 숨어든 거지. 자신을 죽이려는 인간들을 피해."
"그렇군요. 왜 마왕을 찾지 못했나 했더니... 이 지하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던 거예요."
"이제 마왕의 행방을 알았어. 마왕은 이 미궁 밑에 있어."
제니스가 말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이 정해졌네요."
우리 넷은 씩씩한 걸음으로 그 방을 나갔다.
현정은 망설이듯 우리를 따라왔는데, 무언가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
우리 넷은 탐험가들과 헤어졌던 갈림길에 돌아왔다. 나는 마력을 느껴보니, 한 쪽에서 마력이 느껴졌다.
나는 그 길로 들어섰고, 세명이 따라왔다.
길을 따라 가니 안에 미로 같은 길이 펼쳐졌다.
현정이 중얼거렸다. "던젼인가?"
로즈가 채찍을 당기며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네. 마왕을 추격하는 일이."
전위에 나와 로즈, 후위에 제니스와 현정이 있는 우리의 조합에 마물들은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녹아나갔다. 먼저 내가 마력을 느끼고 손으로 가리키면 제니스가 스캔으로 적의 위치를 확인했고, 현정이 그 곳을 정확히 폭격했다. 남는 무리가 달려들어도 로즈의 채찍이, 나의 칼이 접근도 못하게 막았다.
현정은 갈수록 마법이 강해져갔다. 처음에 너무 강한 마법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서 나와 로즈를 위험에 빠트렸지만, 지금은 위력이 약한 마법 몇 개를 동시에 사용하며 공격했다.
마치 유도탄처럼 마물을 향해 날아간 드래곤브레스가 정확히 직격하는데, 본인은 그 것을 미니드래곤슬레이브라 불렀다.
현정은 숙달되어 동시에 10개의 미니드래곤슬레이브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나와 로즈가 나설 필요도 없이 마물들을 요격해 나갔다.
미궁을 탐험하며 3층에 이른 어느 날, 우리는 주위 마물들을 모두 처리하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다행히 나에게 마력 사용이 적어 마력에 여유가 많았다.
"지금 여기에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지?"
제니스가 대답했다. "20일이 조금 넘어갑니다."
현정이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지?"
제니스가 손목에 찬 시계를 보여주었다.
"그건 시계잖아? 어떻게 가져 온 거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올 때부터 손목에 차 있었습니다."
"손에 쥔 것은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건가? 그래서 시간을 안 거야?"
"여기는 하루에 25시간이 조금 넘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22일이 지났으니, 이 곳 시간으로 20일이 넘은 것 같습니다."
나는 현정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현정이의 마법이 많이 늘었어."
"이 곳 마물들이 너무 약하니까."
로즈가 말했다. "그런 말하면 곤란해. 여기 마물들은 우리 길드 A급 사람들 두세명이 달려들어 제압하는 수준이야. 여기 있는 사람들이 규격 외인 거야."
"로즈, 너도?"
"저는 길드장이니까 당연하죠."
우리는 로즈를 보며 웃었다.
"그런데 물어볼 것이 있어요. 왜 여기 베이더씨를 재신이라고 부르고, 리나씨를 현정이라고 부르는 거죠?"
제니스가 웃었다. "우리 쪽 세계에서 쓰는 이름이 재신, 현정. 이 쪽에서 쓰는 이름이 다쓰 베이더, 리나 인버스."
"그런데 제니스는 리나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는 것 같아요. 게다가 여기 베이더씨를 서방님이라고 부르는데 무슨 의미죠?"
"서방님은 남편을 높이 부르는 우리들의 애칭이고, 현정이 리나라고 한 것은 여기 와서 처음이니까."
로즈가 현정을 바라보았다. "왜 여기서 갑자기 리나라는 이름을 쓰는 거죠?"
내가 대답했다. "현정이 제일 좋아하는 소설 속의 여주인공이니까,"
로즈는 나에게 얼굴을 돌렸다. "어떤 사람이죠? 멋진 왕자님과 결혼하는 공주님?"
"도적 킬러 리나 인버스. 움직이는 재앙,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적. 걸어 다니며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재앙신. 세계 최고의 현상금이 걸린 태초 이래 최악의 악당이야."
로즈의 얼굴이 황당해졌다.
"세계의 최악의 악명을 가진 악당이자, 최고 파괴 마법을 쓰는 마법사로. 진심으로 마법을 사용하면 세계 전체를 파괴시킬 수 있지.
그 여자의 주특기가 드래곤슬레이브라는 파괴 마법인데, 그 마법을 사용하면 용도 죽일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로즈는 무릎을 쳤다. "아하! 그래서 드래곤슬레이브라 하는 군요."
현정이 나를 노려보았다. 얼굴에서 ‘너 죽었어.’라는 말이 들려왔다.
로즈가 현정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리나는 왜 그런 이름을 쓰는 거지?"
현정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더니 머리를 한바퀴 돌리며 말했다.
"나 같은 천재미소녀 마법사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지."
나는 배를 움켜쥐고, 입을 막고 웃었다. 이 상황에서 웃음이 안 나올 수 없으니.
옆의 제니스도 얼굴을 돌리고 입을 막고 있었다.
제니스의 웃음 소리가 손 밖으로 흘러나왔다. "천재... 미소녀... 크크큭..."
로즈도 웃고 있었다. "절벽 가슴에 미소녀라니...!"
자신도 절벽이면서...
모두 웃고 있자 현정이 화를 내며 일어섰다. "뭐야? 모두들."
"아.... 알았어. 세계 최강의 마법사님."
"왜 미소녀를 빼는 거야?"
"그건 조금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널 보고 내가 흥분하지 않거든."
현정은 놀랐다.
"널 보고 흥분하지 않는 내가 있잖아. 내가 널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데, 네가 미소녀일 리가 없잖아."
제니스가 덧붙였다. "참고로 서방님은 나에게 반해 있다고. 널 보고 참으실 서방님이 아니잖아?"
로즈도 나섰다. "밤마다 날보고 예쁘다고 몇 번이고 말씀하시는데, 리나는 그런 말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
나는 웃으며 제니스와 로즈의 팔을 양손으로 잡았다. "오늘 나하고 함께 잘래?"
""좋아요."" 두 사람은 나의 양쪽에 팔짱을 끼고 같이 텐트로 들어갔다.
..................
다음날도 우리는 미궁 탐색을 계속했는데, 어느 통로를 통과하니 돌의 모양과 색이 다른 공간이었다.
마물들의 종류도 틀려지고 강해졌지만, 우리의 상대가 아니었다. 우리가 그 곳의 모든 마물들을 처리하고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척 보기에 저 안에 보스가 있을 것 같지 않아?"
"현정아. 그런 무서운 말을..."
"보스가 아니라도 중간 보스 정도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뒤로 도망갈 수는 없고, 제니스. 남은 식량이 어느 정도지?"
"앞으로 한달 정도입니다."
"싸우지 않고 간다면 열흘이면 지상으로 갈 수 있어. 그럼 앞으로 나아가야 겠지? 로즈는 어때?"
"갈 수 밖에 없죠."
"현정이는?"
"보스를 깨는 것이 게임의 최고 재미야."
나는 세 여자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축구장 2배 만한 넓은 공간에 높이도 20m가 넘는 것 같았다. 벽 면 곳곳에 빛나는 돌이 많아, 방 안 전체가 밝았다.
그런데 보스라 할 만한 마물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위험을 느끼고 외쳤다. "모두 피해. 위에서 공격!"
나의 외침에 모두가 서 있는 곳에서 이탈했다. 우리가 서 있던 곳에 푸른 액체가 떨어지더니, 연기와 악취를 풍겼다.
"조심해. 저 액체는 용해액이다. 적은 위에 있다."
위를 올려다보니, 30m가 넘는 큰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벌레는 역시 징그러운데, 저렇게 크니 혐오감만 느껴졌다.
거미는 위에서 우리를 향해 푸른 액체를 내뿜었다. 이렇게 공격만 피하며 도망치려니 화가 났다.
내가 점프하려는 순간, 현정의 드래곤슬레이브가 거미를 공격했다.
이 틈에 나는 점프를 뛰어 벽면을 옆 벽면을 발판 삼아 거미에게로 뛰어 올랐다. 목표는 거미가 천장에 붙어 있을 수 있는 거미줄. 거미줄을 칼로 잘라내고, 거미줄을 발판 삼아 뛰어다니며, 벽에 붙은 거미줄을 하나씩 잘라냈다.
10개쯤 잘라내니 거미의 무게를 못 이겨 거미줄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거미는 거미줄에서 떨어져 땅에 착지했다.
나는 즉시 천장에 발을 디뎌 거미를 향해 돌진했다. 거미의 머리 위에 착지해 양손을 머리 위에 대고 한 쪽의 충격파와 함께 한쪽의 뜨거운 피의 마법을 실행했다. 내장에 충격이 가해지고, 뜨거운 피가 내장에 해를 입히는, 인간이 커다란 마물을 상대하는 정석이었다.
두 마법으로 몸 안에 데미지를 입자, 거미가 크게 요동쳤다. 큰 요동을 견딜 수 없어, 나는 그 놈의 외피를 발로 차고 뛰어올라 멀리 착지했다.
내가 내려오자 현정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녀가 만든 10개의 미니드래곤슬레이브가 거미의 이곳 저곳을 공격했다. 하지만 거미의 두꺼운 껍질을 뚫을 만큼이 못되었다.
땅에 내려온 거미는 큰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움직임이 빨랐다. 현정의 공격이 땅과 벽면을 때릴 정도로 빠른 회피와 함께 녹색 액체로 흩어지는 현정, 제니스, 로즈를 공격했다.
우선 상대의 빠른 움직임을 묶어야 했다.
로즈가 채찍으로 거미의 눈을 공격하자, 거미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흔들었고, 착지한 로즈는 거미의 다리 하나를 채찍으로 잡고 잡아 당겼다.
거미의 움직임이 잠시 멈춘 틈에 나는 빠르게 접근해서 거미의 다리를 공격했다. 나의 칼날에 거미의 다리가 잘려나갔고, 다시 공격해 다른 다리를 잘랐다.
한쪽의 2개의 다리를 잃어버린 거미는 잘려진 다리들 쪽으로 넘어졌다. 그 틈에 현정의 미니드래곤슬레이브가 몸통 쪽으로 직격했다.
나는 쓰러진 거미 위에 올라가 다시 두 손을 대고 충격파와 뜨거운 피의 마법을 거미 몸 속으로 집어넣었다.
거미의 비명이 방 안을 덮었다.
거미의 몸에서 구멍이 몇 개 열리더니, 푸른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연기를 보자, 제니스가 사용한 검은 연기가 생각나 온 몸의 감각이 위험을 경고했다
"모두 피해! 독이 있는 연기야."
내가 외치자 현정, 제니스, 로즈는 빠르게 거미에게서 멀어졌다.
그런데 연기들이 의식이 있는지, 도망치는 사람들에게로 쫓아갔다. 나에게도 푸른색 연기가 달려들어, 나는 위로 도약했다.
천장에 닿아, 돌 틈에 손을 넣어 몸을 천장에 고정시켜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몸이 느린 제니스를 가장 먼저 생각했는데, 현정이 가장 위험했다. 현정은 돌발상황에 제대로 대처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 현정에게 제니스가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즉시 천장을 발로 차서 제니스를 향해 날아갔다.
제니스는 급히 현정에게 달려가, 다가오는 푸른 연기를 향해 바람 마법으로 연기를 날려 보내려 했지만, 연기의 진행 속도를 늦출 뿐이었다. 제니스가 방어막을 전개했는데, 방어막을 뚫고 연기가 현정에게 다가왔다.
제니스는 반사적으로 현정을 안고 몸을 웅크렸는데, 연기가 묻은 제니스의 옷이 녹고, 살에 닿자 살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땅에 착지해 제니스와 현정을 안고 하늘로 뛰었다. 몇 번 공중 발판을 만들고 적당한 높이까지 올라가서, 옆으로 발판을 만들고 이동해 통로 앞에 두 사람을 내려놓았다.
로즈가 뛰어와 통로까지 도망 왔다.
"여기서 이탈한다. 더 이상 싸우는 것은 위험해."
우리는 방을 나가서, 빨리 문을 닿고 멀리 도망쳤다.
현정은 제니스를 잡고 울었다. "제니스, 제니스."
제니스의 부상은 심하지 않았다. 물로 씻고 힐링으로 치료하니 금새 나아졌다.
제니스는 얼굴을 찡그리며 일어났다. "잠시 닿은 것만으로 이렇게 당하다니. 그 연기가 위험하네요."
"우선 여기서 떠나자. "
현정이 제니스의 손을 잡았다. "제니스, 괜찮아?"
제니스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실전에서 이 정도의 상처는 아무 것도 아니야. 우선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해."
나는 제니스를 업고, 그 지역을 이탈했다.
며칠 전 마물들을 쓰러트린 곳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우선 제니스가 문제였다. 상처는 치료되었지만, 호흡이 빠르고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힐링으로 치유되지 않는 것은 독이라는 의미였다.
독을 치료하는 방법 중에 자기 힐링이나 해독 방법이 있는데, 지금 제니스의 상태로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제니스를 공주님 안기로 안았다.
현정이 물었다. "뭘 하려는 거야?"
"제니스를 치료하려는 거야."
나는 제니스를 안고 텐트에 들어갔다.
제니스는 가쁜 호흡을 하며 누워 나를 올려 보았다. "지금 저를 안으시게요?"
"네가 자가 힐링으로 해독을 하려면 대량의 마력이 필요해. 내 마력을 이용해."
"제가 서방님의... 그런 일로 가능하다는 건가요?"
"내 신체의 일부를 네 몸 속에 받아들이면, 넌 내 마력을 사용할 수 있어."
"그 것 참 편리한 방법이네요." 제니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손을 대자, 제니스의 튜닉이 스스로 벗겨졌다.
잠시 후, 제니스의 얼굴이 평소처럼 되었고, 붉어진 얼굴로 심호흡을 했다.
"이런 일로 서방님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니, 서방님께는 유용한 기술이네요."
"너에게도."
"이런 일로 해독까지 가능하다면 나쁜 것도 아니죠."
"하지만, 이번에 네가 너무 많은 마력을 사용했어."
"저는 힘들어 더 이상 서방님을 상대해 드릴 수 없어요. 로즈를 불러드리지요."
제니스는 옷을 주워 입고 텐트를 나갔다.
잠시 후, 로즈가 텐트에 들어왔고 나는 마력 회복을 위해 그녀를 안았다.
그 날 밤. 나는 로즈와 함께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와 로즈는 상쾌하게 잠에서 깨어났는데, 현정과 제니스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제니스, 앞으로 남은 식량이 얼마지?"
"앞으로 27일 정도 남았습니다."
"아무래도 이젠 돌아가야겠어. 보충을 하고 다시 도전 하도록 하지."
"저도 그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시 지상으로 향하려 왔던 길을 돌아가기로 했다.
로즈의 마킹으로 가장 빠른 루트로 돌아오는데, 갈림길까지 3일 걸렸다.
갈림길에서 헤어졌던 탐험가들이 땅에 소식을 남겨 놓았다. 그들은 오래 전에 탐색을 마치고 돌아간 것 같았다.
지상으로 나오는데, 현정은 자신이 헤엄치겠다고 했다. 로즈가 손을 잡고 현정은 무사히 지상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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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돌아와서 같이 갔던 탐험가들과 만났다. 그들이 탐험한 길은 막다른 곳이었고, 중간에 아래로 떨어지는 함정이 있다고 했다.
휴식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그런데 현정의 얼굴이 어두웠다.
그 날 밤. 로즈는 10명의 엘프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오늘은 11명, 전처럼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어요?"
10명은 전에 나 하나에게 무너졌던 그녀들이었다.
로즈가 낀 11명도 결국 나 하나를 이기지 못했다. 마지막에 로즈가 항복을 외쳤지만, 나는 그녀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로즈를 포함해 11명이 모두 기절했다.
현정과 제니스는 보급에 힘썼다. 주로 식료품인데, 초반에 먹을 과일, 채소와 후반에 먹을 건조 고기와 곡물 등이었다.
물은 나와 제니스가 마법으로 만들 수 있으니 큰 문제가 없었다.
그날도 11명을 항복시키고 쉬고 있는데, 제니스가 황급히 문을 두드렸다.
나는 심각성을 알고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현정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