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바보 마왕 토벌 (40/148)



〈 40화 〉바보 마왕 토벌

제니스의 계산으로 이 곳에 머문 지 5일이 지나자 용이 깨어났다.

현정의 외침을 듣고 우리는 용에게 달려갔다.

"잘 참아줬어. 고마워. 이렇게 살아줘서."
현정은 용의 머리를 안고 쓰다듬었다.

현정은 나를 바라보았다. "너에게 고맙대."

"이 용은 말을 할 수 없는 거야?"

"지금 너에게 입은 상처로 말을 할 수 없대. 그래서 나에게 말하는 거야."

"그럼 알고 싶은 것이 있어. 너는 얼마나 여기에 있었던 거지?"

현정이 말했다. "자기도 알 수 없대. 기억 나는 것은 땅속으로 마왕을 피해 숨었는데, 내가 와서 깬 거야. 깨어보니 자신이 이런 모습이었다고 해."

그럼 마왕은 용을 발견했던 것이었다.

"이런 모습인 것을 알게 된 지 얼마나 지났지?"

"내가 온 다음."

"그런데 왜 마왕은 너를 깨우지 않았지?"

"자기를 깨우려면 용이 와야 했대. 내가 와서 이 용이 잠에서 깨어난 거야."

"그 예언은 뭐지? 돌들에 새겨진 그림들 말야."

"자기가 새긴 거래. 자기를 깨울 용을 기다리며."

"네가 용의 알을 낳는데, 넌 암컷, 아니 여성이야?"

용과 대화를 하던 현정이 놀랐다.
"그... 그렇지 안다고 해. 용은 인간처럼 암수가 없대. 용은 어느 용이던지 알을 낳을 수 있대."

"그럼 여기 현정이와도?"

"그... 그렇대. 내가 이 용의 몸속에 마력을 집어넣으면, 이 용은 알을 낳을 수 있대."

그럼 예언이 사실이었다는 것인데... 이런 것도 모르고 착각한 우리도 문제지만, 긴 세월 동안 그런 것도 모르고 있던 마왕은 정말 멍청이였다.

"그럼 마왕에게 마력을 준 것이 너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력을 빼앗기고 있었대. 이제는 아니래."

그럼 마왕을 쉽게 이길 수 있겠어.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지?"

현정이 용을 바라보았다. "얼레? 정말 그럴 거야?"

현정은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를 따라오고 싶대. 아니! 뭐라고?"

현정은 용을 황당히 바라보았다. "정말 그럴 생각이야?"

용은 웃으며 현정과 나를 바라보았다.

현정은 헛기침을 하고 나에게 말했다.
"용은 자신을 이긴 자를 따르게 되어 있대. 그러니 널 따라 가겠다고 했어."

"하지만, 우리는 마왕을 죽이면 우리 세계로 돌아가야 해. 우리는 너를 데리고 갈 수 없어."

현정이 또 놀랐다. "뭐? 그게 가능해?"

현정이 나를 바라보았다.
"용들은 자신을 이긴자에게 복종하도록 되어있어서, 네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 올 수 있대."

"하지만 마왕성에서 이 용이 살 곳이 없어."

현정이 다시 헛기침하고 말했다.
"그러니 나같이 해 달래. 인간의 몸에 자신의 영혼이 깃들 수 있도록, 나처럼 그 사람이 용의 화신이 될 수 있...
뭐야?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현정이 용을 노려보았다.

용은 나에게 다가와 내 몸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댔다.

"뭐야 현정아. 이 용이 갑자기 왜 이러지?"

"그... 그게... 자기도 나처럼 너에게 사랑 받고 싶대."

"너처럼? 그럼 용의 화신이라는 것이 인간 여성?"

"그... 그렇대. 나처럼 너에게 사랑.... 야!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지?"

현정의 얼굴이 빨개졌다.

로즈가 현정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웃었다.
"리나처럼 사랑 받고 싶다면, 여기 베이더의 부인이 되고 싶다는 거지? 그런 거야?"

용이 로즈를 바라보며, 동의의 시선을 보냈다.

나는 머리 속에서 생각해 보았다. 지금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 네 사람이니까. 나, 제니스, 현정과 로즈까지 네 명이었다. 그럼 이 용은 자신의 힘으로 날 따라오는 건가?

"이봐, 용. 확실히 말해두지만, 난 너를 대한민국에 데려갈 능력이 없어. 네가 따라온다면 말리지 않지만 권하지도 않아. 만약 네가 따라온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야! 송재신!" 현정이 외쳤다.

"날 따라올 수 있다면 말야. 그렇지?"

용은 나를 보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우선 여기에 있어. 우리는 마왕을 죽여야 하니까."

갑자기 용의 몸에서 무언가 나오더니, 현정의 몸에 들어갔다.

"얼레? 너 내 몸에 들어온 거야? 자기가 들어갈 다른 몸이 있을 때까지?"

현정이 몸 안에 있는 용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

이후 며칠 간의 휴식이 끝나고, 우리는 마왕의 추적을 계속하기로 하고 마왕이 들어왔던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커다란 빈 공간이 있었다. 그런데 눈에 익은 곳이었다.

"여기는..."

현정이 말했다. "틀림없어. 여기는 그 때..."

현정이 뛰어가자, 우리는 마법의 횃불을 들고 따라갔다.

현정이 서 있는 곳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우리가 현정을 찾았던 예언의 그림들이 있는 공간이었다.

제니스가 말했다. "이 곳을 통해서라면 지상으로 바로 갈 수 있겠네요."

나는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제니스 남은 식량이 얼마지?"

"지금 남은 것이 별로 없있습니다."

마왕을 추격할 수 있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휴식이 필요했다.

용의 영혼이 우리 손에 있었지만, 마왕이 다시 와서 용의 육체에 장난하는 것은 사양이었다.

나는 현정을 바라보았다. "현정아. 그 용에게 말해서, 육체를 이 근처에 숨기라고 해."

현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감았다. 현정의 몸에서 불덩어리 같은 것이 나오더니, 용의 방으로 갔다.

잠시 후, 용이 우리 앞으로 날아왔다.

"어디든지, 몸을 숨기기 좋은 곳에 육체를 숨겨둬. 마왕이 찾으면 곤란하니까."

용이 어디론가 날아가더니, 잠시 후 현정의 몸으로 불덩어리가 다시 들어왔다.

"이제 지상으로 돌아가자."

나는 제니스를 안고, 현정은 로즈를 안고 하늘로 올라갔다. 로즈가 손에 들고 있는 마법 횃불을 따라가니, 전에 왔던 구멍에 도착했다.

우리는 그 길로 지상에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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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으로 돌아온 이후, 현정과 제니스는 휴식을 취하고 나는 로즈 등 다른 엘프들과 함께 마력 축적에 힘썼다.

아무래도 제니스가 마음에 걸렸다. 내 경험에 비추어, 몸이 치유가 되어도 상처 입은 고통이 치유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나의 경우 그런 일로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는데, 제니스의 경우 어떻게 하는지 걱정되었다.

11명의 엘프들을 보내버리고, 아침이 되어 나는 제니스를 찾아갔다. 제니스는 방 안에서 목각인형을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10살 정도의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서방님?"

"네가 걱정 되어서."

나는 제니스와 탁자에 마주 앉았다.

"저는 이렇게 문제 없습니다."

"상처는 아물어도, 고통은 남아. 아무리 작은 고통이라도 생각하면 쑤시고 아프니까."

제니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서방님은 이런 일에 경험이 많으신가요?"

"너도 그렇잖아. 말은 안해도 네 속에서 통증이 아직 남아 있어."

제니스는 고개를 숙였다. "서방님께서는 이런 고통을 어떻게 없애죠?"

"없어지지 않아, 고통은 두고두고 나를 괴롭히고 있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내 영혼을 갉아먹는 느낌이야. 단지 점점 흐려질 뿐이지."

"흐려져요?"

"행복한 일이 있으면, 그 것을 생각하며 고통을 희석시키는 거야. 행복한 시간이 길고 많을수록 더욱더 약해져 가니까."

"서방님께서 생각하시는 행복한 일은 뭐죠?"

"제일 좋은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안는 것."

제니스가 나를 바라보았다. "저를 안으면 그 고통이 줄어드나요?"

"너를 사랑하니까."

제니스가 내 손을 잡았다. "그럼 제 고통도 줄여주세요."

몇 번을 안아주니, 제니스의 얼굴이 좋아졌다.

그녀는 내 품에서 내 가슴에 머리를 문질렀다. "정말 그렇네요. 서방님에게 안기니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

"서로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

"로즈도 사랑하시나요?" 제니스는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로즈도 부인을 받아들이실 건가요?"

"네 생각은?"

제니스는 일어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저는 반대입니다."

"왜?"

"살던 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 정말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로즈가 원한다 해도 와서 힘들어 할 것이 뻔하지요. 그러니..."

"나도 로즈를 데려갈 생각은 없어. 본인이 강하게 원하면 어쩔 수 없지만, 계속 설득해 볼 거야."

"꼭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없도록 해주세요."

"제니스는 나의 부인이 된 것을 후회해?"

"제 죄값이라고 할까요? 저는 언젠가 돌아갈 사람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로즈는 스스로 원하고 있어요. 그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 채."

"그럼 나도 너도 로즈를 설득해 보지."

제니스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지상에서 한달 이상을 머물며, 우리는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했다.

준비를 끝내고 우리는 다시 침묵의 샘 아래로 향했다. 지름길로 내려가 전의 바위 그림에 이르렀고, 나는 주위의 마력을 느껴보았다.

나는 마력이 있는 곳을 느꼈고, 그 곳으로 향했다. 생각대로 다른 곳으로 가는 통로가 있었다.

로즈가 말했다. "이제는 마왕을 죽이러 가는 건가요?"

"두말 하면 잔소리지."

내가 선두에 서고, 세 사람이 내 뒤에서 따라왔다.

이후는 전과 같았다. 나와 로즈가 앞에 서고 현정과 제니스가 뒤에서 공격했다. 현정의 공격이 갈수록 강해지고 정확해져, 나와 로즈가 할 일이 갈수록 적어져 갔다.

그런데 며칠 후, 현정이 고통을 호소해 왔다. "아파... 머리가... 몸에 힘이..."

제니스가 상황을 살펴보고 말했다. "이건 마력 부족 현상입니다."

"마력 부족?"

"현정은 마력이 떨어지기까지 마법을 사용한 적이 없어 자신의 마력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요. 지금 마력이 떨어진 겁니다."

내가 계산해보니, 지상에서 온 후 지금까지 미니드래곤슬레이브를 몇 백 번은 사용했다. 그래도 상당한 마력량이었다.

현정이 말했다. "이상해, 지금까지 이런 적 없었는데..."

제니스가 말했다. "지금까지 이 던전에서 마력을 공급 받았으니까. 그 마력 공급이 끝나니 이렇게 되는 거지."

모두 놀라서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모르셨나요? 현정은 지금까지 던전에서 마력을 공급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용이 깨어난 이후 마력 흐름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현정이 마력이 고갈 된 겁니다."

"그럼 현정이도 마력 공급이 필요한가?"

"뭐.... 그렇지요. 오늘은 현정에게 마력을 공급해 주세요. 여기서 잠시 휴식하죠."

우리는 적당한 지역에 텐트 2개를 치고, 나와 현정이 같이 쓰기로 했다.

현정은 아직 마력 부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내 부축을 받고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이 것이 마력 부족이라니... 처음이야. 이렇게 머리가 아프고 온 몸에 힘이 없고..."

"사용한 마력은 채워두는 것이 좋아. 다행히 네 몸은 마력 저장량이 커."

"내 마력이 얼마인지 어떻게 알지?"

"그 것은 내가 말해줄 수 없어. 자신의 마법량은 자신이 알아야 해. 자주 마법을 사용하다 보면 알 수 있어. 자신의 마력이 얼마인지, 소비가 얼마인지, 어떻게 채울지."

"지금 내가 너하고 이러는 것도 마력을 채우는 거야?"

"나는 이런 식으로 마력을 나누어 주니까."

............

다음날, 제니스가 깨워서 일어나는데, 현정이 상쾌한 얼굴이었다.

"제니스가 너와 자고 나면 얼굴이 반반해지는 것이 이해가 돼. 이렇게 마력이 회복되니까 몸도 마음도 날아갈 것 같아."

"그렇지만, 너도 대단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는지. 제니스의 100배는 넘는 것 같아."

"그럼 계속 이런 식으로 채우는 거야?"

"평소 명상이나, 휴식으로 자동으로 채워지지만, 이번에 빨리 하는 거야. 어떻게 채우고 채워지는 속도가 어떤지는 네가 알아내는 수밖에 없어."

나와 현정은 텐트를 나와 탐색을 계속했다.

제니스의 시계로 20일 이상 탐색하자, 거미의 방과 용의 방과 같은 문이 보였다.

"모두 준비 됐지?"

나는 호령과 함께 문을 열었다. 다른 2개의 방과 비슷한 넓이와 높이에, 각종 마물들이 진을 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물들 맨 끝에 검은 갑옷을 입은 마왕이 있었다.

보통 마물들의 선두에서 지휘해야 하는데, 저 마왕은 역시 겁쟁이였다.

"감히 이 마왕의 처소까지 쳐들어오다니, 간이 부었군."

"네가 안 오니, 우리가 온 거야. 도대체 얼마나 너를 기다렸는 줄 알아?"

물론 마왕을 기다렸다는 것은 거짓말. 그래도 지름길에 있는 예언의 바위들 근처에서 마왕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마왕은 올라오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마왕을 보니, 이 녀석은 겁을 먹고 이 곳에 틀어박혀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마왕이 손을 올리자, 마물들이 전투준비를 했다. 마력을 느껴보니 천은 넘어 보였다.

뒤에서 현정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4계의 어둠을 지배하는 왕이여, 흩어진 영혼의 조각들이여"

현정의 주위로 마력이 모여들었다. 드래곤슬레이브 때보다 더욱 두려움이 몰려왔다.

"너의 모든 힘을 여기에 모아, 나에게 그 위대한 힘을 부여하라!"

이 건 무슨 주문인지 모르겠다.

현정이 마법 주문을 계속 외웠다.

"황혼보다 어두운 자여, 피의 흐름보다 붉은 자여."

이제부터는 드래곤슬레이브의 주문... 앞의 주문은 뭐지?

"시간의 흐름에 파묻힌 위대한 그대의 이름을 걸고, 나 여기서 어둠에 맹세한다.
우리 앞을 가로막은 모든 어리석은 자들에게 나와 그대가 힘을 합쳐"

현정의 머리 위에 생긴 마력 덩어리가 드래곤슬레이브 때보다 3배는 더 커 보였다.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엎드려! 제니스! 마력 장벽을!"

"위대한 파멸의 힘을 보여줄 것을. 드래곤 슬레이브."
현정이 마력 덩어리를 마왕을 향해 던졌다.

마왕을 향해 날아간 마력구가 폭발하는 순간, 엄청난 폭풍이 우리에게 몰려왔다. 제니스의 방어막과 더불어 나의 방어막 10개가 합쳐졌는데, 그 중 8개가 깨어졌다.

폭풍이 멈추고 먼지가 사라지자, 우리 앞에 참상이 드러났다. 마왕의 천명의 마물들의 대부분이 전멸하고, 마왕은 온 몸에 피를 흘리며 서 있었다.

현정은 땅에 쓰러져 우리를 향해 엄지를 치켜 들었다.
앞에 드러난 참상에 제니스와 로즈는 아무 말 못했다.

마왕도 갑옷과 몸에 난 상처들을 치료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한참 후에 우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놈들... 감히 나의 처소를..."

"이제 항복할 생각이 났어?"

마왕은 우리를, 특히 현정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저 여자... 마음에 든다. 반드시 내 첩으로 삼고 말겠다."

나는 주머니에서 검을 빼어 들었다. "현정이는 내 마누라야. 절대 줄 수 없어."

"저 여자들을 차지하려면 너부터 죽여야 겠구나."

나와 마왕은 칼싸움을 다시 시작했다.

확실히 현정의 마법이 효과 있었던 것이, 아직 갑옷에 생긴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내가 새로 입히는 상처들이 늘어 갔다.

나는 마왕의 검을 피하며, 다리, 팔 등에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고, 점점 갑옷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마력 공급이 약해진 것을 알게 된 나는, 단도를 빼어 마왕의 팔꿈치를 찔렀다. 왼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마왕은 움직임이 둔해졌고,
나는 오른팔의 손목을 베었다. 양손에서 피가 흐르는 마왕은 더 이상 칼을 휘두를 수 없었다.

내가 마왕의 배를 칼로 찌르자, 갑옷에서 빛이 나더니 마왕의 몸에서 벗겨졌다. 아무래도 데미지를 한계까지 입으면 자동으로 벗겨지는 것이었다.

갑옷이 벗겨진 마왕은 볼품없었다. 목소리와 같이 마왕은 중년의 아저씨로 얼굴에 패기도 위엄도 없었다.

"살려주십시오." 마왕은 내 발을 잡고 빌었다.

이런 놈이 마왕이었다니... 이런 놈을 믿고 전쟁을 벌인 마왕의 신하들이 불쌍했다.

"현정아!"

현정이 내 옆으로 왔다.

"내가 이 놈을 죽이면 바로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는 거야. 네 몸 안에 있는 용이 따라올 수 있어?"

"네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오겠다고 했어."

나는 로즈를 바라보았다. "로즈. 내 부인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진심이야?"

"물론입니다. 저를 받아주실 건가요?"

제니스를 바라보니, 제니스는 고개를 저었다.

"로즈, 나는 권하고 싶지 않아. 네가 나를 따라 오는 것은,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인생을 버리는 거야.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

로즈는 내 앞에서 옷을 벗었다. 그동안 로즈는 나와 함께 있어도 등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로즈가 등을 보일 때는 우리 주위가 어두울 때 뿐이었다.
밤의 어두운 곳에서 잘 몰랐는데, 이렇게 밝은 곳에서 보니, 로즈의 몸에 얼룩이 있었다.

"그 것은 뭐지?"

"내 몸의 수명이 다해가는 증거입니다. 엘프는 오래 살지만, 이렇게 몸에서 검은 점이 나타나 온 몸에 퍼지면 죽습니다.
저는 죽음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 다른 세계에서 살아야 한다고 해도, 나는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제니스를 바라보니 제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유라면 로즈를 데리고 가는 것이 더 좋은 일이었다.

"현정아. 용에게 나를 따라오라고 해. 이제 우리는 돌아갈 거니까."

용에게서 불덩어리가 빠져 나갔다.

나는 한 칼에 마왕의 심장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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