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4화 〉우리는 신의 사도들(2) (44/148)



〈 44화 〉우리는 신의 사도들(2)

다음날, 마왕의 도시로 출발하려는 우리에게 영주가 한 명을 소개했다. 마왕성까지 가는 길을 안내할 사람이었다.
"이 사람을 통해 마왕성에서 싸우고 있는 사촌에게 편지를 전하려 했습니다. 같이 가시면 될 겁니다."

영주가 소개한 사람은 나름대로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와 함께 열흘을 여행하여 마왕성 주변에 도착했다.

여행하는 동안 이 세계의 특징을 알게 되었다. 마법을 쓸 수 있지만 마력 소비가 3배 이상 커서 마법을 사용하기 어려웠다. 원거리 공격 마법의 물리적 데미지가 많이 줄었고, 고속 이동도 힘들었다. 이 곳에서 마법사가 별로 없는 이유가 있었다. 원거리 공격 마법이 큰 효과가 없으니, 접근전 위주의 집단 전투가 주된 전투 방법인 것 같았다.

나도 이 세계에서 라이트세이버의 사용을 포기하기로 했다.

마왕성에 도착하니, 주변은 영주의 말대로 도시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3만의 군대가 성을 포위하고 간간히 투석기로 공격하는 소규모 공격을 주고 받을 뿐이었다.

우리는 한 무리의 군대에 인도 받았는데, 그 군대의 깃발이 영주 가문의 깃발과 일치했다. 200명 정도의 소규모 부대였는데, 둘러보니 인간들의 군대들은 군복도 제각각이고 들고 있는 깃발도 종류가 많았다. 영주들이 각각 병력을 파견해 연합군의 형태로 전쟁을 수행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부대의 가운데 천막으로 인도되었다. 안에 들어가니 50대의 장군이 부하들과 회의 중이었다.

우리를 인도한 사람이 먼저 인사했다. "영주님의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인지, 눈인사만 나누고 편지를 받고 읽었다. 편지를 읽는 장군의 표정이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별 내용 아닌 것 같았다.

장군의 부관 같은 사람이 물어왔다. "무슨 내용이지요?"

"별 내용 아니다. 아이들이 잘 있고, 마가렛님이 회임했으니 빨리 끝내고 돌아오길 바란다 하셨다. 그리고 너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번에 내가 은퇴하면 네가 내 뒤를 이을 것이다."

"정말인가요? 영주님이 허락하신 건가요?"

"그렇다 아들아. 잘 참아주었다. 나도 안심하고 집에 들어갈 수 있겠어. 그러니 조금만 참 거라."

아무래도 이들은 부자지간으로 보인다. 그런데 영주가 사촌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추신으로 적으셨는데, 당신들이 신의 사도들이라고..." 장군은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에게 몸을 굽혀 인사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신의 뜻을 받들어 여기에 왔습니다. 중간에 영주님의 도움을 받아 너무 쉽게 이곳으로 올 수 있어 감사합니다."

"흐음.... 신의 뜻이 무엇이죠?"

"신께서는 마왕의 죽음을 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 하셨습니다."

"직접 확인하라 하시지만, 여성들이 전쟁터에 나가기는 위험합니다."

"그 건 걱정마십시오. 우리는 마왕의 시체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 정도면 신께서도 만족하실 겁니다."

장군은 내 뒤에 있는 나의 부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군영과 전쟁터는 여성들이 머물 곳이 못됩니다. 그러니 총사령관님께 알려서 적당한 숙소를 마련해달라 부탁드리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것은 선물입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돋보기 안경을 꺼냈다. 노인들에게 이만한 선물은 없을 것이었다.

그 장군은 생각대로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의 요구에 총사령관의 명령으로 우리는 안전한 후방 도시로 안내 되었고, 그 곳 여관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도시는 인간 군사들의 후방기지였다. 그 곳에서 부상자 치료, 보급품의 배분, 병사들의 휴가지 등 여러 기능을 하고 있었다. 이런 도시에는 병사들이 많아 여자들이 살기에 힘들었지만, 우리는 마왕성에서 멀리 떨어질 수가 없었다. 더구나 우리는 외지인이라 군인들의 신뢰가 크지 않아 함부로 활동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중 현정이 한가지 방법을 내놓았다.
"그러니까 말야. 우리가 신의 사도로 알려져야 하잖아. 그럼 방법이 있어."

"뭐지?"

"여기 부상병들이 많은데, 마법으로 치료에 나서면 그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어. 그리고 우리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 거야."

현정의 제안에 모두 동의를 보냈고, 우리는 다음날부터 군의 치료소를 방문했다.

"당신들이 여기 뭐하러 온 거지?"

나는 최대한 경건하게 말했다.
"우리들은 신의 사도로 아픈 사람을 그냥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부상병을 치료하고 싶습니다."

병원을 지키는 병사들은 우리를 떨떠름하게 바라보았다.

마침 옆에서 부상으로 이송 중인 병사가 있었다. 그는 다리 하나가 잘린 상태였다.

나는 다가가 육체 재생 마법을 실행했다. 아무리 힐링으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지만, 손상된 육체를 재생하는 것은 어느 세계나 최고위 사제 몇 명만이 할 수 있는 고등 마법이었다.
내가 마법을 실행하자, 잘려진 다리가 다시 생겼다. 기적 같은 마법에 부상병을 이송한 병사들도 놀라서 아무 말 못했다.

나는 일부러 땅에 쓰러지는 척했다. 나를 현정이 부축했다.

병원을 지키는 병사들이 나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죠?"

"별거 아닙니다. 저 부상병을 위해 고등 마법을 사용하니 마력이 부족해진 겁니다. 조금 쉬면 괜찮아 집니다."

다리가 다시 생겨난 병사와 동료들이 우리에게 달려왔다.
"귀하께서 나에게 마법을 걸어준 분입니까? 어떻게 이런 기적이..."

"신께서 저에게 내려주신 힘입니다. 마력이 많이 필요해 자주 쓸 수는 없지만, 여기 부상병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온 겁니다."

나는 현정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여기 온 나의 동료들은 나만큼 고등 마법은 없지만, 부상병 치료에 도움이 될 겁니다.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병원을 지키는 병사들은 우리를 병원 안으로 인도했다. 그 안에서도 치료 마법사들이 많았지만 치료에 시간과 마력이 많이 필요했다. 들어간 즉시 마야와 제니스는 부상병 치료에 나섰고, 처음 경계했던 병사들도 경계가 적어져 갔다.

특히 나는 방금 전의 육체 재생 마법으로 여러 불구자들의 훼손된 신체 일부를 재생해냈다.

쿠당탕!

제니스가 있던 곳에서 병사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현정이 한 병사를 땅에 던져서 발로 밟고 있었다.

그녀 주위로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현정이 큰 소리를 냈다. "이 놈이 제니스의 가슴을 만지려 했습니다."

나도 그 소리를 듣고 화가나 이동하려는데, 마야가 먼저 제니스 옆에 있었다.

땅에 있는 병사는 부정을 했다. "아닙니다. 저는 그런 짓 안했습니다."

마야는 그 병사를 향해 손을 들고 마법을 사용했다.
"저는 지금 당신에게 진실을 말하는 마법을 걸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거짓말을 한다면 신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겁니다. 묻겠습니다. 당신은 정말 파렴치한 짓을 하지 않았나요?"

병사가 더듬 거렸다. "나는... 했...습니다."
병사가 자기의 입을 막았다.

"다시 묻겠습니다. 당신은 이 여성에게 음욕을 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다른 병사들이 그 병사를 경멸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마야는 그 곳의 높은 병사를 보며 말했다.
"당신들의 규정대로 처리하십시오. 신의 사도로서 음욕의 대상이 되는 모욕을 참을 수 없네요."

나는 마야 옆으로 걸어와 모든 사람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신의 명령으로 여기서 여러분들을 치료하는 겁니다. 우리의 행동은 바로 신의 행동. 우리를 해하려는 것은 신을 해하는 중죄입니다. 이분들은 여성들이지만, 신의 가호로 지켜지고 있습니다."

나는 마야에게 둘 만의 대화를 보냈다.
‘마야. 방어 마법을 써. 내가 칼을 내려 칠 테니까. 안통하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마야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옆에 있는 병사의 칼을 뽑아 마야의 어깨에 내려쳤지만, 칼은 부러지고 마야에게는 아무 상처가 없었다.

병원 안의 병사들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보셨습니까? 우리의 몸은 신의 가호로 지켜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됩니다. 저희들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면 신이 아시고 용서치 않으실 겁니다."

모두 놀란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 곳의 경비 대장은 제니스에게 음욕을 품었던 병사를 끌어내었다.

기적 같은 마법에 많은 군인들이 정말로 우리를 신의 사도로 믿기 시작했다.

이 곳에 있으며 편하게 지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전쟁은 언제나 파괴를 부른다. 우리가 지내는 도시에서 조금만 밖으로 나가도 폐허 뿐이었다.

그 곳에 고아와 난민들이 많았다. 그들은 도시 외곽에 천막을 치거나 땅에 노숙하고 있었다. 군대와 함께 다니면 안전이 보장되고, 군인들을 통해 약간의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볼 때면 달려들어 구걸을 했다.

현정은 처음에 동정심으로 도와주려 했지만, 한시간 만에 지쳐서 도망쳐 버렸다. 내가 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진료소에서 일하다 현정은 한 사람에게 크게 화를 냈다. 도시 밖 난민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하던 사람이었다. 그 대상이 10대 초중반의 소녀들이라서, 현정은 더 크게 화를 냈다.

하지만 우리 외에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고, 동료 병사들이 그를 감싸주었다. 그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군인들에게 매춘은 필요악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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