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티리스 구출 (51/148)



〈 51화 〉티리스 구출

신전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우리는 신전 밖의 평원에 텐트를 쳤다.

우리는 제니스와 엘리자가 만드는 저녁을 먹으며 회의를 계속했다. 마야는 화가 풀리지 않아 나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나는 마야에게 물었다. "내가 그런 말을 하게 해서 화가 난 거야?"

마야는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죠? 생명이 장난감인가요? 함부로 버린다니? 게다가 엄마의 인생? 아이를 포기한 여자가 이후에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정이 나섰다. "마야씨의 생각도 맞지만, 나는 재신이 생각에 찬성이야. 아이로 인해 엄마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야."

마야는 현정을 노려보았다.

제니스도 거들었다. "저도 때때로 프랑크를 낳지 않았다면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너는 아직까지 프랑크를 포기하지 않았잖아?"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랑크 때문에 후회한 적도 많았습니다."

엘리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모두 일반적인 말만 하시네요. 마왕을 낳는다, 그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모두의 시선이 엘리자에게 몰렸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나이, 저 티리스의 나이에 집안에서 마왕에게 바쳐졌습니다. 마왕의 어머니로 간택되어 의식에 참가했죠. 그 때는 그런 일이 무언지도 몰랐습니다.

여러분들은 전쟁 피해자인 여성들을 만나서 분노하셨지요? 아무 것도 모르는 나이에 아이를 가진 티리스와 같은 여성들을 불쌍히 보셨지요?
나도 아무 것도 모른 채 마왕을 임신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옷이 벗겨지고, 내 위에 그가 올라왔을 때 알았죠. 이건 아니라고, 하지만 손발이 묶여진 채 의식이 끝났죠.

나는 마왕의 어머니로 대우 받았습니다. 내 배 속에서 자라는 아이를 보며 내가 어머니가 된 것이 자랑스러웠죠. 모든 사람들의 극진한 대우를 받고 우리 가문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보며,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왕을 낳을 때, 그는 세상에 나올 때부터 달랐습니다. 평범한 아이가 아니에요. 분명 내가 낳은 아이지만 내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내 젖을 떼고 말을 하게 된 순간부터, 나는 그의 신하입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내가 낳은 아이가 나보다 몇 백년을 더 살았던 마왕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내가 마왕을 낳았다는 사실에 끔찍해 잠도 못자고 울었습니다. 내가 저 현정의 나이에 말이죠. 내가 낳은 아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티리스에게 마왕을 낳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녀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괴로움을 느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낳은 것이 아니라 괴물을 낳았다. 나도 괴물이라는 고민을 말이죠.

아이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다? 이미 저 티리스의 인생은 망가졌어요. 더 이상의 불행이 뭐죠? 나는 저 현정의 나이에 죽으려는 시도를 몇 번이고 했어요. 내가 괴물을 낳았다는 사실에 괴로워서...

나는 지금 마왕의 어머니로서 말하는 겁니다. 티리스가 더 불행해지지 않기를 바라신다면, 당장 마왕을 죽이세요. 빠를수록 좋아요."

모두 아무 말 못했다.

....................

텐트 안에서 미야와 같이 자는데, 마력의 흐름에 잠이 깨었다.

"미야. 일어나. 긴급 상황이야. 모두를 깨우고 전투 준비를."

나는 텐트를 나가서 마력을 느껴보았다. 우리를 향해 백여명의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서방님. 무슨 일이죠?"

"지금 이 곳으로 몰려오는 사람들이 있어. 마력을 보니 군인들이야."

"군인? 전쟁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몰려 다니는 사람들은 평범한 도적떼들이 아니야. 군인들이야."

우린 모두는 전투 준비를 했다.

10분 후에 한 무리의 말을 탄 사람들이 달려왔다.

나는 화염벽을 만들어 그들을 멈춰 세웠다. "당신들은 뭐지? 왜 여기로 오는 거지?"

내 물음에 답은 화살과 화염마법이었다.

순간 내 앞에 방어막이 쳐졌다.

백여명 중 20명 정도가 신전으로 향하고, 나머지가 우리와 싸우기 위해 말에서 내렸다. 이들의 목표가 분명해졌다.

내 명령을 기다릴 것 없이 미야가 뛰어나가 몇 명을 베어 죽였다. 동시에 마야의 화염 마법이 날라와 10명에 직격하고, 땅이 진창이 되어 움직임을 묶어주었다.

나와 마야, 미야가 이들을 상대하는 사이에, 현정이 신전으로 뛰어갔다.

우리가 상대를 모두 없애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만일을 위해 한 사람을 살려서 기절시키고, 우리는 신전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우리를 향해 현정이 뛰어오고 있었다.

"큰일 났어. 티리스가 납치 되었어."

"티리스가?"

나는 제니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니스. 저들을 추적할 수 있어?"

"안됩니다. 저들은 은폐마법을 쓰고 있습니다."

이 밤에 말을 타는 사람들을 추격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렇게 되니 그들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짐을 챙기고 그들이 달려간 방향으로 추격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에게 벨이 달려왔다.
"티리스는... 티리스는 어떻게 된 거죠? 왜 그 아이를..."

"그녀의 아이가 마왕인 것을 아는 사람이 우리 만은 아닌 거죠."

나의 설명에 벨의 얼굴이 허옇게 되었다.

"걱정마세요. 티리스는 반드시 살릴 겁니다. 마왕을 죽이는 것이 우리의 임무니까요."

벨이 나의 팔을 잡았다. "저도 같이 가겠어요."

"지금 우리가 장난 하는 걸로 보여요? 우리는 사람을 죽이러 가는 겁니다. 당신이 함께 있는 것은 방해입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데려가 주세요."

"당신은 우리의 속도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그럼 말을 타고 가죠."

벨의 의지 찬 눈빛에 나는 물러섰다.

"좋습니다. 먼저 우리가 출발하죠. 우리를 따라오려면 마음대로 하세요. 단, 당신의 안전을 보장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몸은 자기가 지켜요. 알겠죠?"

나는 우선 기절시켜 놓은 사람을 심문하러 갔다. 마야들이 그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놈들은 누구지?"

엘리자가 대답했다. "마왕의 부하들... 친위대입니다."

"친위대? 마왕을 부활시키려는 것이야?"

엘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묶여 있는 그 자를 향해 걸어가 칼을 겨누었다. "네 놈들은 티리스를 어디로 데려간 거지?"

"내가 말할 것 같으냐? 저 배신자 년과 함께 마왕의 손에 죽어라."

나는 말 없이 그의 귀를 짤랐다. 그의 얼굴에 피가 흘렀지만, 그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렇게 죽음을 각오한 사람에게 겁을 준다거나 고문을 하는 것은 효과가 없었다.

나는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대로 그의 심장을 한번에 뚫어 죽였다.

"엘리자.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짐작가는 곳이 있어?"

"여기서 가까운 곳에 마왕의 피난처가 있습니다."

"피난처?"

"네. 전에 마왕의 처소가 있었던 요새입니다. 인간과 전쟁이 있을 때, 도피성으로 쓰이던 산성이죠. 길이 험해서 공격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설마 그 곳에..."

"티리스를 숨기기 최적의 장소로군. 마왕이 태어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제니스가 말했다. "마왕이 죽은 지 7개월이 지났습니다. 언제 태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지요. 빨리 티리스를 찾지 않으면..."

미야가 말들을 끌고 왔다. "저 놈들이 타고 왔던 말입니다. 이 말들을 타고 가면 빠를 겁니다."

우리는 모두 말을 타고 마왕의 피난처로 향하기로 했다. 우리가 신전을 지나가는데, 말 한 마리가 나와 우리를 따라왔다. 타고 있는 사람은 벨이었다.

해가 뜨자 말들이 지나간 자국이 보였다.

미야가 말에서 내려 살펴보았다. "분명합니다. 방금 지나간 것들입니다."

엘리자가 말했다. "맞습니다. 저 방향은 분명 도피성으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는 흔적을 쫓아 말을 달렸다. 그러자 앞에 거대한 바위산이 나타났다.

엘리자가 바위산의 중턱을 가리켰다. "저기입니다. 저기가 도피성입니다."

제니스가 마법의 눈으로 보았다. "저 성문으로 말을 타고 온 무리들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저건... 여자... 틀림없어요. 티리스입니다."

현정이 말을 타고 달려 나갔고, 우리도 따라갔다. 그런데 성 위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위에서 공격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사정거리가 길었다.

현정은 말에서 내려 성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그런데 공격이 성벽에 직격해도 성벽이 무너지지 않았다.

엘리자가 외쳤다. "저 성벽은 돌로 쌓은 것이 아닙니다. 저 성은 바위산을 파내어 만든 성이라 성벽이 아닌 바위산 자체입니다."

냐는 현정을 말렸다. "그만해. 더 이상 공격하여 산이 무너지면 티리스가 위험해."

우리 앞에 마야가 달려와 마법 방어막을 치고 상대의 공격을 막았다.

"마야, 현정아. 후퇴하자."

나는 현정의 손을 잡고 뒤로 돌아 뛰었다. 마야는 우리 뒤를 따라왔다.

우리는 성이 보이는 산 중턱에 텐트를 치고 모여 앉았다.

"엘리자. 저 성을 공격할 방법이 없어?"

"저 성은 지금까지 한번도 함락되지 않은 곳입니다. 성 안에 군사 백명으로 만명을 막아낸다고 알려져 있죠?"

"저 안에 식량은?"

"인간들과의 전쟁이 수세에 몰리자, 저 성 안에 천명이 2년을 먹을 식량을 비축해 놓았습니다."

"물은?"

"산 지하에서 용출되는 샘이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십년도 버틸 수 있겠군."

엘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야가 말했다.
"저 성을 보니 정면 공격은 무리입니다. 접근할 수 있는 길은 하나이고 성벽 아래를 따라 걸어야 합니다. 산의 구조를 보니, 성벽 외에 들어갈 통로도 없어 보입니다."

확실히 마왕의 도피성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성이라고 하지만, 바위산 내부를 깍아 만든 곳으로 절벽 중간에 건물이 있었다. 경사가 심한 절벽을 오르는 길은 성벽에서 잘 보이는 길 하나 뿐으로 100m 높이에 있는 성까지 지그재그로 였다. 그 것도 성문까지 가려면 성벽 아래를 걸어서 접근해야 했다. 투석기를 설치할 수 있는 지형도 없었고, 활과 마법으로 공격하기에 너무 높은 위치에 있었다. 정공법으로 우리들 단독으로는 공격이 불가능했다.

마야가 말했다. "어차피 이렇게 되었으니, 인간들을 다시 모으는 것이 어떨까요. 마왕이 부활했다고 하면 다시 모일 것 같습니다."

현정이 말했다. "그럼 티리스가 마왕을 낳도록 놔두라는 거야?"

"이제 와서 어떻게 하지? 우리만으로 힘들어. 그렇다면 마왕이 태어나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마왕을 죽일 방법을 생각해야 해."

벨이 나섰다. "그게 나을 지도 몰라요. 티리스가 마왕을 낳은 후에 공격해 마왕을 죽인다면, 티리스도 살릴 수 있을지도."

"벨 사제님은 순진하시네요. 저들이 왜 티리스를 살려주는 거죠? 티리스 몸 안에 마왕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왕이 태어난 후에 티리스는 쓸모 없습니다. 우리는 티리스를 살리기 위해 마왕을 죽이겠다는 겁니다. 저들은 마왕을 살리기 위해 티리스를 살려둔 거예요. 아시겠나요?"

벨은 놀라서 아무 말 못했다.

"그러니 티리스를 살리기 위해 우리는 빨리 저 성을 점령해야 합니다."

나는 모두를 둘러보았다. "지금 당장 공격하는 것보다 전열을 정비해야겠어. 그러니 오늘은 날 도와줘. 내가 마력이 모자라서 힘드니까."

마야, 미야, 제니스, 현정이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마력을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이 무언지 알기 때문에.

나는 자리를 떠서 벨, 엘리자와 멀리 떨어지려 했다. 나를 따라 마야와 미야가 따라왔다.

먼저 마야를 통해 마력을 채우고, 미야가 교대했다. 마야는 돌아가 제니스를 불렀고, 미야가 끝나자 제니스가 미야 다음이었고, 현정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현정과 함께 텐트로 돌아갔다.

엘리자는 붉어진 얼굴로 나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고, 벨은 나를 규탄할 태세였다.

"한다는 짓이 그런 건가요? 당신은 여기 마야씨의 남편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네명과... 불결해요."

미야가 벨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모두 서방님의 부인들입니다."

"모두? 마야씨, 미야씨, 제니스씨, 현정씨, 네 명 모두 말인가요?"

네 명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이 네 명씩이나... 당신은 마왕보다 나쁜 사람이군요."

현정이 비꼬듯 말했다. "우리 말고도 한명, 아니 두명이 더 있어요."

"두 명이나 더... 부인이 6명... 당신은 도대체 뭐죠?"

마야가 말했다. "서방님은 나의 부군이시며, 장차 100명의 부인을 맞이하셔야할 분이다. 아직 7명 밖에 없어 갈 길이 멀다."

"7명... 여기 4명 말고, 2명 더... 그럼 엘리자씨도?"

"엘리자는 아직이다. 하지만 이 일이 끝나면 부인이 될 것이다."

"여러분들은 그렇다지만, 엘리자씨는 나이가 많으시잖아요. 어떻게 저 분의 부인이 된다는 거죠?"

"나는 지금 100살이 넘었어요."

"거짓말 하지 마세요. 30도 안된 사람이 무슨 백세라는 말이죠?"

30세? 20세라고 해도 화가 날 텐데. 아줌마! 당신은 날 아저씨로 보는 거야?

"여기 마야는 60세가 넘었고, 미야는 70세에 가까워어요. 제니스도 40세는 넘었고, 현정은 16세."

나의 설명에 벨은 더욱 나를 몰아붙였다.
"이제 당신의 부인들의 나이까지 속일 건가요? 저 분들은 나보다 어려 보여요. 마야씨를 제외하면 15세도 넘지 않아 보이는데 무슨 소리죠?"

이 아줌마는 나를 도둑놈으로 생각하고 있네... 30대 아저씨가 15세 소녀를 농락하는 원조교제로 우리를 생각하는 거야?
아무래도 더 이상 말하는 것은 시간 낭비 같았다.

"당신이 믿고 안믿고는 자유입니다. 하지만 나와 나의 부인들은 티리스를 구하기 위해 여기에 왔고, 지금 한 행동은 필요한 것입니다."

"전투를 앞두고 여자와 놀아나는 것이 필요한 일인가요?"

"당연하지요. 내 마력 회복을 위해서입니다."

"그런 일을 하면 마력이 회복됩니까?"

"네."

"아주 당당히 거짓말 하시네요."

내 마력 뿐만 아니라 부인들의 마력도 가득 차 있지요. 소비가 많아 오늘 전투로 다하겠지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벨 사재님이 우리를 믿건 안 믿건 사제님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티리스를 살리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벨씨가 보기에 이상한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에 대한 비난은 티리스를 구한 이후에 해 주십시오. 그럼 되는 겁니까?"

벨이 입을 다물고 나를 노려보았다. "정말 티리스를 살릴 수 있는 건가요?"

"내 목숨을 걸고 약속합니다."

"좋습니다. 당신이 내놓는 결과를 보고 판단하죠."

.............

다음 날 새벽, 벨과 엘리자를 제외한 우리들은 요새를 향해 걸어갔다. 요새의 성벽에서 우리를 보고 준비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4명을 돌아 보았다. "모두 준비 된 거야?"

"내가 시작이지?" 현정이 제니스를 안고 뛰어올랐다.

현정과 제니스는 하늘을 날아 요새의 가까이로 날아갔다. 둘을 향해 요새에서 화살과 마법이 날아왔지만, 앞에서 방어막이 생겨 막아냈다.

제니스가 외쳤다. "현정. 방어는 걱정 말고 공격 준비해."

위로 저들의 시선이 쏠린 사이에 나는 요새 성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어제 채워 놓은 마력으로, 마법을 사용한 고속이동 기술을 써서 10초도 되지 않아 지그재그로 난 오르막길 앞까지 이동하고, 발로 도약해 성벽을 향해 뛰어올랐다. 나를 향해서도 공격이 가해졌지만, 나는 빨리 성벽에 몸을 붙였다.

아직 성벽 바로 아래 방어 준비는 안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숨을 돌리고, 다시 성벽 앞에 난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위에서 돌이 떨어졌지만, 나의 스피드를 따라갈 수 없었다.

나는 단숨에 성문 앞까지 접근해, 라이트 세이버를 전개시켰다. 검은 칼날을 휘둘러 성문을 자르고 발로 차니 들어갈 길이 생겼다.

순간 나를 향해 수평으로 공격 마법이 날아왔다. 나는 땅에 엎드려 피했는데, 공중에서 제니스가 사용한 것이었다. 현정과 제니스는 내 옆에 착지했다.

우리를 향해 다시 공격 마법이 날아왔지만, 제니스이 방어막에 막혀 우리에게 닿지 않았다. 바로 직후, 우리 뒤에서 10개의 파이어볼이 날아와 적들을 공격했다.

미야는 마야를 업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우리 5명은 나란히 서서 요새 안으로 진입했다.

나와 미야가 전위에 서서 달려들자, 제니스의 방어마법이 상대 마법사 앞에 형성되었다. 그들의 공격 마법은 우리와 전위 병사들 사이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 사이에 우리는 칼과 방패를 든 병사들을 모두 전멸시켰다.

마법사들은 자신의 앞을 지켜줄 병사들이 전멸하자 당황했다. 그 순간 마야의 파이어볼이 10명에게 하나씩 정확하게 직격했다. 불에 맞은 병사들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날뛰어 대자, 진영이 무너졌다. 그 사이를 나와 미야가 파고들어 모두 베어버렸다.

우리의 3차례 공격에 백명이 넘는 병사들이 모두 전멸했다.

우리는 마야의 파이어불을 맞아 날뛰는 병사를 하나 잡고 몸에 붙은 불을 껐다. 그는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 "살고 싶나? 살고 싶으면 티리스가 어디 있는지 말해라."

"살려주세요. 제발... 그 여자애는 저기 저 요새 꼭대기 층에..."

나는 그에게 힐링을 걸어주어 화상을 고쳐주었다.

그는 일어서 요새 밖으로 도망을 쳤다.

그런데 갑자기 요새 건물 안에서 문이 열리고 말 열 마리가 튀어나와 우리를 뚫고 도망치려 했다. 말을 타고 있는 사람들 중에 티리스의 옷이 보였다. 그녀 뒤에 한 남자가 말의 고삐를 쥐고 있고, 티리스의 손이 묶여진 것 같았다.

"티리스."

현정이 달려가자 말에 탄 사람들은 뒤로 손을 뻗어 마법을 발사했다. 그 것은 공격 마법이 아니었다. 갑자기 주위가 밝아졌다. 밝은 빛으로 잠시 시력을 잃게 만드는 마법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도망치는 그들을 놓쳤다.

우리는 시력을 찾자마자 요새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들은 기마술도 뛰어났다. 요새로 오르는 지그재그 길을 무시하고 절벽의 급경사를 그대로 말을 타고 내려갔다. 중간에 몇 명이 넘어졌지만, 티리스를 태운 말은 무사히 아래까지 내려갔다.

나도 점프로 아래를 향해 뛰어 내려갔다. 그런데 누군가 내 몸을 잡고 끌어 올렸다. 현정이었다.

하늘을 날아 추격하는데, 갑자기 현정이 팔에 힘을 주었다.

설마 했는데, 그녀는 정말로 나를 던져버렸다. 나는 빠른 속도로 그들을 향해 날아가, 가까스로 말을 탄 한명의 목을 잡았다. 나는 즉시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말 탄 사람의 목뼈를 부러뜨리고 밑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말의 고삐를 잡고 추격했다.

도망친 사람은 5명, 티리스와 함께 탄 사람이 중간에 있었다. 내가 말을 타고 따라오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칼을 빼들어 나에게 휘둘렀다. 하나는 피했지만, 하나는 내 왼쪽 팔을 찔렀다. 아픔을 참고 고삐를 쥔 오른손으로 파이어볼을 만들어 날렸지만, 그 놈은 마력 방어를 해냈다.

나는 내 팔에 검이 박힌 채로 고삐를 입에 물고 오른손으로 칼을 휘둘렀다. 저쪽에서는 칼로 방어하려 했지만, 내 칼은 마력 뿐인 빛의 칼날이었다. 나의 칼날이 상대의 칼을 지나 어깨를 베어버렸다.

그리고 날 찌른 왼쪽을 상대했다. 그 쪽도 내 팔에 박힌 칼 대신 다른 칼을 빼들고 휘둘렀다.  우선 다친 왼손으로 방어벽을 만들어 상대의 칼을 막은 뒤에 라이트세이버 칼날을 길게 만들어 휘둘렀다. 상대는 빛의 칼날을 피했지만, 말은 피하지 못해 칼날에 상처입고 날뛰며 전선을 이탈했다.

오른쪽을 보니 어깨를 베인 그 놈이 달려왔다. 나는 다시 라이트세이버의 칼날을 길게 만들어 말의 머리를 공격했다. 고통으로 위력이 약해졌지만, 말의 눈에 상처 나게 만들었고, 그 말도 고통에 날뛰며 전선을 이탈했다.

나는 왼팔에서 칼을 뽑고 힐링으로 상처를 고쳤다. 고통이 있으면 집중력이 떨어져 마법의 위력이 떨어진다. 내가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히지 못한 이유였다.

고통이 없어지자 집중력이 살아났다.

앞에 달리는 3명의 사람 중에 한명을 길어진 라이트세이버로 공격했다. 등에 피를 뿜으며 그는 말에서 떨어졌다. 다른 한명이 말의 속도를 낮추며 내 옆으로 와 칼을 휘둘렀지만, 나는 왼손으로 방어마법을 오른손으로 파이어볼을 사용해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했다. 파이어볼을 맞은 그도 말에서 떨어졌다.

마지막 남은 것은 티리스를 앞에 태운 한명 뿐이었다. 나는 말 위에서 일어서 말 등을 발로 차고 앞으로 도약했다. 내 각력이 강해서 앞에서 도망치는 그들의 위를 지나며 빛의 칼날을 말의 엉덩이를 향해 전개해 말의 뒷다리 위를 베어냈다.

고통에 흔들리는 말이 넘어지려 했고, 나는 땅에 착지하자마자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말 위의 병사는 말을 진졍시키려 애썻지만, 엉덩이를 베어 피가 나는 말은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나는 급히 다가가 병사를 칼로 찌르고 티리스를 잡아 안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티리스의 옷에 나무와 건초더미를 집어넣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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