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부인이 된다는 의미 (56/148)



〈 56화 〉부인이 된다는 의미

제니스와 현정이 티리스의 병실에 남고, 나와 마야는 마왕성에 돌아가기로 했다.

병원 안의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 공간으로 가는데 민지가 우리를 따라왔다.

"선생님은 여기 왜 계시는 거죠? 그 전에 왜 일요일에 학교에 있죠?"

"밀린 일이 많잖아. 나도 갈 거야. 나도 부인이 되기로 했어."

나는 마야를 바라보았다. "마야가 허락한 거야?"

"이번에 도움이 됐으니, 보답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한숨을 쉬었고, 마야는 워프를 실행했다.

우리는 워프 마법진 안에 있었다. 우리 앞으로 리나와 엘리자가 달려왔다.

"서방님, 오신 건가요?"

두 사람을 보는데 엘리자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리나가 나에게 팔짱끼고 내 몸에 밀착해 왔다. "저를 두고 소환에 가시다니... 오늘 저를 귀여워해 주실 거죠?"

엘리자는 나를 보며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다.

"아! 엘리자 말이죠? 정말 좋던데요? 서방님이 좋아하실 스타일이에요."

"내 스타일?"

리나는 내 귀에 귀속말을 했다. 19금 말이었다.

민지가 나에게 달려왔다. "송 재신, 아니 서방님. 또 부인이 늘은 거예요? 이 여자는..."

마야가 말했다. "엘리자는 방금 우리와 함께 했던 사람이다. 부인이 되기로 약속하고 데려왔다."

"저도 부인으로 삼아주시는 거죠? 다시 어려지는 거죠?"

그 부탁은 아니라니까요. 선생님...

마야가 웃었다. "물론이다. 서방님의 아내가 되면 너도 제니스나 엘리자처럼 어려질 수 있다. 서방님이 원하는 한, 그 모습으로 살 수 있다."

"저는 그럼 평생 늙지 않는 거죠? 여고생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거죠?"

"서방님의 허락이 있다면."

민지는 내 앞에 와서 무릎을 꿇었다. 정말 이 여자는...
그리고 내 앞에 절을 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서방님. 어서 저를... 이런 늙다리 모습에서 바꾸어주세요."

그 모습이 해악스러웠다.

마야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둘 만의 대화를 청했다.

‘마야. 다시 말하지만 선생님은 반대야. 왜 선생님이지?’

‘말씀드렸 듯이 희귀한 마력 회로를 가진 사람입니다. 쓸모가 많습니다. 그리고 서방님과 부인들의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될 겁니다. 앞으로 나의 이사장 업무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는 반대야. 다른 사람을 알아봐.’

‘왜 싫으신 거죠?’

‘이런 떡칠 화장 마녀를 어디에 쓰지?’

마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서방님은 여자 보는 눈이 없으시네요. 제니스와 엘리자는 내가 고른 사람입니다. 서방님은 현정이나 리나 같은 타입을 좋아하시지만, 여자가 보는 여자는 다릅니다. 서방님이 필요 없으시다 하시지만, 제 눈에는 리나보다 훨씬 쓸 모 있습니다.’

나는 난색을 표명했는데, 마야가 강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본처의 부탁입니다. 민지를 받아들여 주세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야. 그럼 오늘만 마법을 걸어 어려지게 할 수 있어? 부인으로 삼지 않아도 어려진 몸이 되게 할 수 있는가 말야.’

‘내가 마법을 걸면 하루는 그 상태입니다.’

‘그럼 지금 마법을 걸어 어려지게 만들어. 부인의 계약은 미루고, 내일 선생님이 OK하면 부인으로 삼겠어.’

마야는 고개를 끄덕인 후, 민지에게 다가가 마법을 걸었다. 민지가 어려져 16세 여고생의 모습이 되었다.

민지는 자신의 손과 얼굴을 만지며 좋아했다. "됐어. 이제 진짜 나로 돌아왔어. 이거야. 이게 내 참 모습이야."

어이, 선생님. 40대 노처녀가 선생님의 참모습입니다.

나는 엘리자를 보았다. "엘리자, 미안. 오늘 선생님을 상대해야 하니까. 너와는 내일로 미루겠다."

리나가 엘리자를 뒤에서 안고 가슴을 주물렀다. "잘 됐어요. 제가 엘리자를 가르칠 기회가 있어요. 오늘 잘 가르쳐서 내일 잘 모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뭘 가르쳐 주시는 거죠?"

리나가 가슴을 세게 주무르자, 엘리자가 신음을 토해냈다.
"아무래도 경험이 없는 것 같아. 오늘 잘 가르쳐서 말랑말랑하게 해 줄테니까."

리나는 엘리자의 목을 혀로 문질렀다.
여자들의 이반플레이가 이런 건가?

리나는 웃으며 엘리자의 손을 잡고 끌고 갔다. 엘리자는 나를 돌아보며 살려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그녀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리나와 눈이 마주쳐 부탁한다는 눈빛을 보냈고, 리나는 맡겨주세요라는 눈빛을 보냈다.

엘리자는 마야를 보며 사정을 했다.

마야는 웃으며 "리나에게 잘 배우고 와."

우리의 허락을 받고 리나는 엘리자를 끌고 갔다.

나는 민지를 보았다. "선생님. 정말 나의 부인이 되실 생각인가요?"

"네. 그래요. 내 참모습을 찾을 수 있다면."

"좋아요. 그럼 부인으로서 남편을 모셔야죠."

나는 민지의 손을 잡고 침실로 워프했다.

민지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여기는..."

"보면 몰라요. 침실이죠."

"지금 뭘하려는..."

"몰라요? 부인이 되겠다고 하셨죠? 그럼 부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 있잖아요?"

민지는 놀라서 나에게서 뒷걸음질 치며 도망치려 하며 자기 옷을 세게 쥐며 두 팔로 자기 몸을 감았다.

"그 나이 먹도록 여기까지 와서 뭘 해야 되는지 몰라요?"

"아니. 난... 그냥 어려지기만."

"마야가 선생님이 부인이 되도록 허락한 것은 날 모시는 조건이에요. 아직 모르시겠어요?"

역시 예상대로...였다. 이 여자... 어려지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부인이 된다는 의미도 모른 채.

"그러니까. 지금 나와 그 것을 하겠다...는... 안돼.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난 지금 100세예요. 그리고 당장 학교 그만두어도 먹고 살 걱정이 없어요.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도 여기서 살아도 됩니다."

민지는 더욱 뒷걸음 쳤다. "아니야. 이건..."

나는 웃으며 민지의 손을 잡고 회랑으로 워프했다.

"마야. 선생님은 내 부인이 되기 싫대."

마야가 민지를 노려보았다. "무슨 말이냐? 민지. 너는 부인이 되게 해달라고 사정하지 않았느냐?"

"민지가 날 모시기를 거부했어. 부인의 의무를 안하겠대."

마야가 민지를 더욱 노려보았다.

"마야. 선생님이 싫다고 하는데 할 수 없잖아? 그냥 돌려보내야지."

마야는 화가 난 표정으로 민지에게 다가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고 마력을 회수했다.

다시 민지가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민지는 자신의 손을 보고 황급히 주머니에서 컴팩트를 꺼내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안돼. 이럴 수 없어. 내가... 내가... 다시 마귀할멈이 되었어. 안돼... 이제야 참모습을 찾았는데 이럴 수 없어."

민지는 울부짖었다.

그러니까 선생님. 선생님의 참모습은 40대 노처녀라니까요.

마야가 엄숙히 말했다. "어려지는 것은 서방님 부인의 특권이다. 서방님을 거절한 너는 자격이 없다."

민지는 눈물 가득한 얼굴로 마야를 보았다. 눈물로 화장이 지워진 모습은 천년의 사랑도 도망치게 만들 좀비였다.

나는 웃었다. "선생님. 나의 부인이 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요. 아셨어요? 선생님은 그럴 수 없잖아요. 그러니 돌아가세요."

나는 민지의 손을 잡고 워프 마법진으로 가서 학교 옥상으로 워프했다.
벌써 날이 어두워질 시간이 가까웠다.

"그럼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나는 민지에게 인사하고 다시 마왕성으로 돌아갔다.

마야가 씁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민지에게 무슨 말을 하신 거죠?"

"별거 아냐. 내 부인이 되겠다고 하니까. 침실로 데려가서 안으려 했어. 그런데 날 거부했어."

"그런 일은 부인의 계약을 맺으면 해결됩니다. 부인이 되면 당연히 서방님께 안기게 됩니다."

"우선 선생님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은 거야. 내가 여자 보는 눈이 없다고 했는데,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부인으로 삼아. 현정과 리나는 그런 이유야."

마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야, 제니스는 마법으로 서방님께 끌린 경우니까요."

"그런 의미는 아니야. 미야도 제니스도 날 사랑해. 부인이 된 이후이지만. 그래도 나는 확인하고 싶었어. 선생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라니요?"

"날 단지 어려지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건지. 진심으로 나의 부인이 될 생각이 있는 건지."

마야가 확신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만약 민지가 진심으로 서방님의 부인이 될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거죠?"

"받아들일 거야. 진심으로."

마야는 안심한 표정이었다. "그럼 민지가 완전히 버려진 것이 아니네요. 얼마 안 있으면 민지는 서방님의 부인이 되겠다고 할 겁니다."

뭐, 그거야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그 때가 되면 그 때에 판단하자. 그렇게 생각했다.

............

어제는 일요일이었다. 티리스 일로 오랫동안 다른 세상에 있다보니 대한민국의 시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현정과 제니스는 어제 티리스의 병실에서 자고, 아침에 잠시 와서 등교준비를 하고 나와 같이 등교하려 했다.

우리가 등교하려는데 마야, 미야, 리나, 엘리자가 마중 나왔다.

"마야. 우리는 학교에 가야 해."

"오전에 나와 미야도 학교에 갈 겁니다. 점심시간에 만나죠."

엘리자는 붉어진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얼굴을 돌렸다.

리나가 나의 팔을 잡고 안겨왔다. "서방님. 오늘 밤 엘리자를 사랑해 주세요. 정말 만족하실 거예요."

마야가 웃었다. "리나가 잘 가르쳐서 서방님이 만족하실 겁니다."

엘리자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도대체 뭘 가르친 건지...

미야가 말했다. "저와 마야님은 티리스의 병실에 갔다가 학교에 올 겁니다."

나는 미야의 뺨을 쓰다듬었다. 어제 민지가 도망쳐서 미야가 날 상대했다. 갈수록 예뻐지는 그녀의 모습이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이제 미야가 남자였다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였다.

나와 현정, 제니스는 학교 옥상으로 워프했다.

교실에 들어가니 어제 있었던 일이 소문난 모양이었다.

"야. 송 재신. 너 사고 친거야? 듣자니 초등학생을 임신시켰다고?"

"그 애가 책임지라고 학교까지 찾아온 겨야?"

아무래도 난 티리스를 임신시킨 파렴치한으로 소문 난 것 같았다.

"그만해. 재신이와 상관없어. 그 아이, 티리스는 내 친구야." 제니스가 외쳤다.

모두의 시선이 제니스에게 몰렸다.

"티리스는 전쟁 피해자야. 그러니 함부로 말하지 마. 내 친구를 욕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

나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티리스는 제니스의 친구로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왔어. 고향에 있는 동안 비참한 일이 있어 그렇게 된 거야. 그러니 이 이상은 묻지 말아. 티리스에게도 제니스에게도 힘든 일이니까."

현정이 거들었다.
"우리는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살지만, 두 사람은 전쟁터에서 도망쳐온 사람이야. 티리스에게 정말 비극적인 일이 있었어. 그 건 우리가 상상도 못하고 말로 할 수 없는 참사였어. 그러니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말하지마."

우리의 태도에 친구들이 물러섰다.

조회 시간이 되어 민지가 들어왔다. 민지는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나의 시선을 피했다. 아무래도 어제 일이 원인이었던 것 같았다.

수업 시간 내내, 우리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병원에 있는 티리스가 걱정되었다.

3교시 수업 시간 도중, 학교에 유령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창문으로 보니 마야와 미야가 내렸다.

점심 시간이 되어, 우리 셋은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 위에 마야, 미야, 티리스가 있었다.

현정과 제니스는 티리스에게 달려들어 그 몸을 안았다.
"티리스, 괜찮은 거야? 퇴원해도 되는 거야?"

현정이 말해도 티리스는 현정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티리스, 아프지 않아? 걸을 수 있어?" 제니스가 다른 세계의 말을 했다.

"이제 안 아파요. 마야님이 절 고쳐주셨어요."

마야가 말했다. "우선 나의 마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퇴원해도 된다고 했어?"

"제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하고 데리고 왔습니다."

"티리스는 움직여도 되는 거야?"

"제 마력이면 하루는 괜찮습니다. 이후에 마왕성 안에서 요양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병원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거야?"

마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지?"

"솔직히. 지금 티리스의 몸은 망가져서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합니다."

현정과 제니스는 충격 받은 표정이었다.

미야가 말했다. "걱정 마세요. 마야님이 티리스의 몸을 다시 만들 수 있으니."

"무슨 말이지?"

"부인이 되면 몸이 다시 만들어집니다. 지금의 티리스의 몸은 망가진 상태이지만, 서방님의 부인이 되면 새로운 몸으로 재탄생하는 겁니다."

"그럼 아이를 가지는 것은..."

"부인의 자궁은 본처의 권한입니다. 마야님이 허락하시면 티리스는 이후 아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성장이 안되어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겁니다."

부인이 되면 새로운 몸이 된다? 하긴 남자인 미야도 여자가 되었으니...

"그래서 제가 여기 온 겁니다. 부인의 계약은 마력 제한 때문에 마왕성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빨리 티리스에게 부인의 계약을 맺고, 건강한 몸을 주고 싶습니다."

마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현정을 바라보았다. 용의 화신이 된 티리스가 부인이 되어도 괜찮은 건지 알고 싶어서. 현정은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으로 대화한 우리는 티리스가 나의 부인이 되어도 괜찮다는 현정의 허락을 얻었다.

나와 현정의 무언의 대화가 끝나자, 제니스가 외쳤다. "그럼 마왕성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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