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현정의 고민 (58/148)



〈 58화 〉현정의 고민

티리스가 온지 며칠 후, 티리스는 현정에게 마법을 배웠다. 원래 아리아는 마법에 특기였는데, 현정에게 실전 마법을 배우며 실력이 많이 늘어갔다.

훈련을 지켜보다 알게 된 것은, 현정이 말하는 미니드래곤 슬레이브는 아리아의 특기였고 티리스는 이 기술을 즐겨 사용했다.

티리스는 이 것을 ‘마력탄’이라고 했다. 현정의 미니드래곤 슬레이브보다 부르기 쉬워 모두가 마력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티리스는 한번에 10개 이상의 마력탄을 만들어 날릴 수 있는데, 마야의 10개 마법과 다른 것은 마야의 마법이 ‘날아’ 가는 마법인 반면 티리스의 마력탄은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었다. 현정의 미니드래곤 슬레이브처럼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게 할 수 있었다.

티리스는 원조가 자기라고 항의했고, 갈수록 티리스의 마력탄이 위력과 속도가 늘어났다.

그걸 보고 현정은 자기 고유 기술을 더 연마했다. 드래곤 슬레이브, 기가 슬레이브 하면서 일발 폭발 마법을 더 다듬고 있었다. 솔직히 라노크의 마법을 알고 있는 현정에게 그 것이 더 어울려 보였다.

한번은 바다 위에 자신의 최고 마법을 사용해봤는데, 그 폭발력이 사방 100m를 초토화 시킬 만큼 강력했다.

모두 마왕성 위에서 현정의 마법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제니스는 바닥에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다. 자기보다 강한 마법을 쓰는 마법사를 본 적이 없다며 중얼 거릴 정도로.

그런 점에서 용의 화신 2명은 각자 자기 마법을 다듬어 나갔다.

-------------

2학기가 마무리 되어 가는 시점에 현정이 어두운 얼굴로 식사하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았다.

식사 후 나는 현정의 방에 찾아갔다.

“올 줄 알았어. 내가 너무 티 나지?”

“그 말은 나에게 고민 상담?”

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정은 말없이 스마트폰을 꺼내어 조작한 후, 나에게 내밀었다.
‘내일 학교로 찾아간다.’

보낸 이는 ‘새엄마’ 였다.

“너희 엄마? 혹시...”

“맞아. 돈 달라고 하는 거야. 나 자취방에도 몇 번 찾아왔고, 계속 전화했어. 그 인간들... 내가 몸 판돈 뺏어가는 것에 맛 들였어. 얼마나 벌었냐고, 돈 내놓으라고. 내가 전화를 씹으니까 학교까지 찾아왔어. 내가 옥상에서 여기 오니까 교문에서도 날 볼 수 없었어.”

“그럼 어제 수업 중에...”

어제 수업 중 현정은 교실을 나가 학교 안에 있는 정자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그녀의 부모들이 학교로 찾아왔었던 것 같다. 수업 후 찾을 수 없으니 수업 중에 찾아왔던 것이었다.

“내가 돈 안 내놓으면, 내가 몸 판 것, 모두 소문 내겠대.”

나는 주먹을 쥐고 떨었다. 소환 간 세상에서도 자식을 팔고, 귀족의 정부가 된 딸을 등 쳐 먹는 부모들은 많았다. 팔린 딸들이 사람을 시켜 쫓아낼 정도였다.

그런 사람들은 알려진 경우지만, 여기는 대한민국으로 현정은 그런 소문에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난 네 부인이 아니잖아. 마야씨에게 부탁할 수 없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잘 들어 현정아. 네가 내 부인이 아닌 건 맞아.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간 사이잖아. 그러니 널 지켜줄게.”

현정은 기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단! 네가 날 떠나면 그 것도 끝이야. 알지?”

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날, 나는 일부러 현정과 함께 교문을 나섰다.

교문 앞에서 현정을 보고 두 사람이 뛰어왔다.

한 여성이 현정을 안았다. “현정아. 우리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사람을? 돈을?

새엄마라고 했는데, 나이가 젊어 보였다.

옆의 중년 남자가 말했다. “현정아. 이사 했으면 우리에게 먼저 말해야지. 이사한 곳도 알리지 않고. 그럼 어떻게 하니?”

나이 차가 많은 두 커플이었다. 현정이 말로는 아빠의 바람으로 이혼했다고 하는데, 새엄마에게 많이 구박 받고 살았다 했다.

나는 그들을 보고 웃었다. 첫 번째 살았던 곳에서 자주 보던, 귀족의 정부가 된 딸을 둔 부모들과 같은 얼굴들이었다. 돈 달라는.

“저어. 아버님, 어머님. 저와 얘기 좀 하시죠.”

두 사람은 날 보았다.

“전 지금 현정이의 남자... 그 의미를 아시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현정과 나란히 앉아, 마주 앉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나에게서 돈 뜯어낼 궁리가 가득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하죠. 전 현정이의 물주입니다. 여러분들은 현정이에게 뭘 원하시죠?”

“고교생 주제에 물주라니? 네 부모는 이 걸 아셔?”
약점을 잡았다는 듯, 새엄마가 말했다.

“얼마에 파실 거죠?”

두 사람은 나를 노려보았다.

“제가 따님을 사죠. 얼마면 되죠?”

“고딩 주제에 무슨 돈이 있어?”

“말이 많군요. 가격만 말하시죠.”

현정이 발로 내 발을 밟았다.

“엄마, 아빠. 그만해. 날 더 이상 괴롭히지 마.”

“고등학생이 사람을 사고 판다는데 가만히 있을 부모가 어디 있어?”

그 말 잘했네요. 자식을 딴 남자에게 몸 대주게 한 부모가 부모인가요?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여기서 말하죠. 전 여러분들에게 10원도 줄 생각이 없습니다.”

둘은 나를 노려보았다.

“현정이를 산 돈은 현정이에게 줄 겁니다. 물론 두 사람이 그 돈의 1원도 가지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키워준 정이 있죠. 보상을 해드리지요.
그리고 이 후에 현정이와 내 앞에 나타나지 마십시오.”

두 사람은 씨익 웃고 나를 바라보았다.

“물주는 확실하게 잡았네. 재벌 아들이야? 잘 됐어. 그럼 얼마 줄 건데.”

나는 지갑에서 오만원 2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이거 먹고 떨어지세요. 여기까지 오신 차비입니다.”

“겨우 이걸로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키운 딸을 데려가겠다는 거야?”

“그럼 오늘부터 두 사람의 지옥이 시작될 겁니다. 현정아 일어나자. 더 이상은 시간 낭비다.”

현정이 머뭇거렸다.

“만약 이 자리 이후에 이상한 소문이 난다면, 지옥 1층에서 10층으로 떨어질 겁니다.”

두 사람은 날 보며 웃고 있었다.

“내일 당장 3백 만원을 내놔. 그럼 일주일은 참아주지.”

그녀의 아빠의 말에 난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그 말은 당장 시작하라는 말로 들리는 군요. 당신의 팔이 지금 어떻죠?”

그가 자기 오른팔을 만졌다. 그런데 팔이 없었다.

아래를 보니 잘려진 자기 팔이 보였다.

그는 비명을 질렀다.

“아줌마 다리는 어디 있죠?”

그녀의 새엄마가 자기 다리를 만지자, 다리가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자기 다리를 보았다.

그녀도 비명을 질렀다.

“이 것은 경고입니다. 두 번째에는 눈입니다.”

나는 오른팔을 집어 붙여주고, 다리도 붙여주었다. 두 사람은 자기 팔다리를 만져보고 한숨을 쉬었다.

“너, 이 자식 무슨 속임수로.”

“저 밖의 0000, 당신들 차죠? 그 차가 어떻게 될까요?”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차에 직격했고, 차가 폭발하며 불이 났다.

“내 차!”

두 사람은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는 피식 웃었다. “초보적인 환각 마법에 걸리다니...”

“아무래도 저런 인간들에게는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요.”
뒤에서 제니스가 걸어왔다.

현정은 제니스와 눈이 마주쳐 놀랐다.

“안심해. 네 일이라니까 제니스가 도와준 거야.”

현정이 제니스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 제니스. 그런데 저런 사람들을 보고도 놀라지 않네?”

“우리 쪽에서 흔한 일이야. 자식을 노예로 파는 부모들이 많거든. 예쁜 딸을 귀족의 첩으로 보내고 뜯어 먹고 사는 부모들도 많아.”

제니스의 말에 현정이 놀랐다.

“그래도 자식 길을 망치겠다는 부모는 별로 없어. 저렇게 나오는데, 정말 네 진짜 부모 맞아?”

“무슨 소리야?”

“내가 스캔해 봤어. 네 부모가 아니던데?”

현정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제니스. 무슨 말이지? 친부모가 아냐?”

“둘 다 아니에요.”

현정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 없어. 새엄마는 몰라도 아빠는...”

“계모였어?”

“그래서 새엄마가 날 싫어해. 그런 새엄마 때문에 아빠가 날 싫어하는 줄 알았어. 정말 내 아빠가 아냐?”

“잠깐 여기 기다려봐.”

나는 카페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들의 차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제니스의 환각이었다.

그들은 아무 이상 없는 차를 보며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봐요! 솔직히 말해요. 현정이는 여러분 딸이 아니죠?”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며 나를 노려보았다.

“내 앞에서 거짓말을 못할 겁니다.”
내 옆에 제니스가 서서 그들에게 마법을 걸었다.

현정이 제니스를 따라 옆에 섰다.

“그럴 리 없어. 현정이는 내 딸... 이야!”

“거짓말!” 제니스가 외쳤다.
“난 거짓말인지 알 수 있어요. 바른대로 말해요.”

제니스는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아빠는 몸에 전기가 온 듯 떨었다.

“앞으로 거짓말하면 더 아플 겁니다. 바른대로 말해요.”

“그, 그만 해. 맞아. 현정이는 내 딸이 아냐.”

아빠는 입을 손에 대었다. 자기가 뱉은 말에 놀라서 아무 말 못했다.

“아빠.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아빠 딸이 아니라고요?”

제니스가 다시 마법을 걸자, 고통이 더 심해졌다.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옆에서 있는 새엄마는 내 눈빛에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네 엄마가 결혼 전에 널 가지고 나와 결혼했어. 나도 네가 내 딸인 줄 알았어. 네 엄마가 널 두고 도망쳐도 난 그렇게 알았어.”

그 옆에 새엄마가 외쳤다.
“그러다 네가 중학교 때 병원에 갔어. 그래서 알았지. 넌 이 사람 딸이 아냐.”

"호, 혹시 현민이 때문에..."

새엄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현정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 미친년! 감히 남의 딸을 내 딸이라 속이고, 널 두고 도망쳤어. 그 년이 이혼할 때 얼마나 챙겨간 줄 알아? 네가 네 어미가 가져간 만큼 내놓아야 하잖아.”

제니스가 마법을 더 강하게 사용하자, 그는 몸을 떨며 쓰러졌다.

현정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멍하니 땅만 바라보았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얼마죠? 현정이 엄마가 가져간 돈.”

엄마가 말했다. “2억!”

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좋아요. 2억을 드리지요. 대신 이후에 현정이나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아무리 내 자식이 아니라도 키운 정이 있고, 속았던 것이 있으니 그 정도는 해드리지요.”

나는 제니스의 손을 잡았고, 제니스는 마법을 풀었다.

아빠는 일어서 우리를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에게서 은행 계좌 번호를 받고 현정을 부축해 학교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동안 현정은 아무 말 없이 땅을 바라볼 뿐이었다.

돌아와 난 현정을 안고 내 침대로 갔다. 현정은 멍하니 아무 말 못한 채 내 품에 안겨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제니스가 마야를 데리고 왔다.

“들었어요. 현정이 충격 받았다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야와 제니스가 현정에게로 왔다.

제니스가 말했다. “서방님. 오늘은 우리가 현정과 같이 있을 게요.”

난 고개를 끄덕이고 정원으로 갔다.

하늘을 보니, 현정이 불쌍해 눈물이 흘렀다. 강해보였던 그녀에게 그런 비밀이 있었고, 그 것을 이제 알게 되어 본인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

다음날. 현정은 마야와 제니스와 함께 아침 식사 자리에 나왔다.

“현정아. 오늘 학교를 쉬어도 좋아. 선생님께 내가 말해둘게”

현정은 아무 말 없이 앞에 차려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음식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누구에게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반 쯤 먹고 현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잘 된지도 몰라. 그 인간들과 끝낼 수 있으니까.”

모두 현정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미 벌어진 것 어떻게 하겠어. 이대로 살아야지.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많은데.”

현정은 티리스를 바라보았다. 자기보다 더 불행한 여성들을 많이 봤던 현정은 자기 처지를 비관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재신아. 한가지 부탁이 있어. 그 인간들에게 줄 돈. 내 손으로 줄 수 있게 해줘.”

마야가 주머니에서 금덩어리를 꺼내어 마물에게 주었고, 그 마물은 그 금을 현정의 앞에 내려 놓았다.

“이 정도면 서방님이 약속하신 금액보다 더 많아. 이걸로 확실히 정리해.
그리고 제니스. 따라가서 그 놈들에게 확실히 알려줘. 다시 현정이 앞에 나타나면 재미 없을 거라고.”

제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날 버린 그 여자. 용서할 수 없어.”

미야가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서방님 아버님이 네 엄마에 대해 알아봤어. 1년 전에 죽었어.”

모두 놀라 미야를 바라보았다.

“마야님께서 부탁해서 알아봤대. 네 엄마, 이혼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죽었어. 병으로.”

현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설마...”

“네 엄마. 이혼 전에 병을 알았던 것 같아. 너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이혼하고 떠난 거야.”

현정은 충격을 받고 땅에 쓰러졌다.

“엄마! 엄마! 으아앙~!”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는 현정을 마야가 안아주었다. 그 품에서 현정은 악을 쓰며 울었다.

“제니스, 리나. 현정이를 부탁해.”

나는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앉아 있는 티리스도 눈물을 흘렸다.

티리스도, 제니스도. 엘리자도. 모두 남자의 본능 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다. 현정도 그 피해자와 비슷하게 남자의 복수심 때문에 아파야 했다.

미야가 말했다. “현정의 엄마. 죽으면서 모든 재산을 현정에게 남겼어요. 성인이 되면 쓸 수 있도록. 아마 그들은 그 걸 노렸을 거예요.”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현정의 자리에 놓여진 금덩어리를 들고 학교에 갔다.

교무실에 들러 민지에게 나, 현정, 제니스가 오늘 학교를 쉴 거라 말하고 학교를 나왔다.

나는 미야에게 전화해서 그들의 주소를 알았다.

..............

다음날 그들에게 찾아가니, 그들 집은 허름한 아파트였다.

미야의 자료에 의하면, 현정의 아빠는 2년 전에 정리해고 당했다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관계로 현정에게 돈을 뜯으려는 것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3살의 아들이 있다고 했다. 현정의 아빠는 외도로 자식을 낳았고 현정의 엄마와 이혼했다. 지금의 부인은 아들의 엄마라 했다.

그 집에 들어가니, 살림이 형편 없었다.

난 그들을 탓할 수 없었다. 살기 힘들어지면 인간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게다가 자기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원망이 더 커졌을 것이었다.

그렇다해도 딸을 매춘시키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서받기 힘들었다.
하지만 힘든 상황에서 윤리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나름 필사적으로 살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들어오자, 두 사람은 나를 노려보다 탁자에 앉았다.

나는 그들과 마주 앉아, 탁자에 금덩어리를 내밀었다.

“이 정도면 현정이 어머니가 가져간 돈보다 많을 겁니다.”

두 사람은 금을 만져보고 눈이 달라졌다.

나는 부인 쪽을 바라보았다.

현정이 말만 듣고 그녀를 나쁘게 생각했지만, 그녀 역시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그녀는 아내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불륜으로 만나 재혼한 상대라면, 언제 도망쳐도 비난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녀는 남아 남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앞으로 현정이에게 나타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내가 고개를 숙이자, 그들은 당황했다.

“힘들다고 힘없는 사람을 원망해서는 안되잖아요. 게다가 현정이의 엄마가 죽은 것을 아시나요?”

둘은 놀라서 날 바라보았다.

나는 아버지 쪽을 바라보고 눈짓을 했다. 나는 그를 끌고 집 밖으로 나왔다.

“알아보니 그 분도 지금 현정이처럼 그런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현정이는 그런 지옥에서 불쌍하게 태어난 아이입니다. 그 분은 그나마 믿을 수 있었던 아저씨에게 의지했던 거죠. 그 분에게는 아저씨가 마지막 도피였을 겁니다.
그런 분에게 배신 당했으니, 그분은 살 수 없었겠죠.”

그는 벽에 머리를 대고 눈물을 흘렸다.

“아저씨 역시 배신당한 기분이었을 겁니다. 이해합니다. 그러니 여기서 그만하세요. 그리고 지금의 아내분과 아드님에게 사랑을 주세요. 그 분과 현정이에게 주지 못했던 것을 말이죠.”

그는 벽에 대고 몸을 떨었다.

“현정이에게도 아저씨와 가족들에게도 이대로 끝내는 것이 좋은 겁니다. 이제 저는 가보겠습니다.”

내가 등을 돌이켜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