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민폐녀의 동행 (61/148)



〈 61화 〉민폐녀의 동행

어제의 일로 두 사람은 조금 늦게 아침 식사 장소에 나왔다. 두 사람의 얼굴에 어제의 패배에 대한 분함이 가득했다.

리나가 두 사람을 보고 웃었다.
"어머나. 어제 서방님께 당했나 보네? 그 것도 철저히. 서방님을 상대로 두 사람이 달려들다니... 무모했어."

"그래도 10번까지는 이기고 있었는데..."

"제니스가 5번 만에 무너졌잖아. 내가 혼자 버티다 쓰러졌고."

엘리자가 붉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둘 다 10번 넘게... 난 3번도..."

리나가 엘리자를 껴안았다. "엘리자는 너무 약해. 적어도 5번은 버텨야 하는데 말야."

"서방님을 상대하기는 너무 힘들어. 둘이서 한 사람을 못 이기니..."

미야가 말했다. "모두 약골들이야. 나와 마야님은 둘이서 충분했는데 말야. 종종 나 혼자 상대해드려도 문제없었어."

마야도 혀를 찼다. "미야가 오기 전까지 나 혼자 서방님을 상대하며 만족시켜 드렸다. 그런데 둘이서도 못하다니..."

"그게 문제예요. 재신이는 하면할수록 더 세지지만, 우리는 할수록 약해져요. 그래서는..."

마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부인을 늘려야 합니다. 늘어가는 서방님의 힘을 감당하려면 하루에 3명이 필요합니다. 그럴려면 20명은 넘어야 할 겁니다."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이 10명 분의 역할을 하면 되잖아?"

모두의 얼굴이 허옇게 되었다.

마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민지가 있다면 도움이 되겠는데...."

현정이 물었다. "왜 선생님을 말하는 거죠?"

"민지의 마력 증폭능력. 그 것이 있다면 서방님의 마력 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

마야의 말에 놀랐다. 혹시 그 것을 노리고?

제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녀가 그런 능력이 있다면, 우리가 서방님을 상대하기 쉬워지죠."

현정이 이해 못하는 표정이었다.

제니스가 설명했다.
"서방님은 그런 일로 마력을 회복하셔. 만약 그녀가 상대해 드리면 우리 보다 빨리 마력을 회복하실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우리의 일이 줄어들어."

현정은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재신, 아니 서방님. 하루에 얼마 정도의 마력이 필요한 거죠?"

"횟수로 말한다면 10회."

"그럼 어제... 그렇지만 우리는 어제..."

"너희들은 잘 모르지만, 한번 소환에 다녀오면 마력이 소비되어 있어. 과거에는 회복에 시간이 걸렸지만, 요즈음에는 너희들을 통해 회복하고 있어."

"그럼 티리스의 일 때문에?"

"아직 회복이 안되었어."

리나가 말했다.
"그럼 지금 말씀은... 이 마왕성의 유지를 위해 마력이 필요하고, 서방님은 마력을 얻기 위해 우리와 그렇게 한다는 건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상대해 드려야 하네요."

"마력을 보충하기 위한 방법이야. 그래도 너희들이 노력해줘서 티리스의 일 때문에 소비한 마력을 보충했어. 이제부터 그렇게 심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

마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민지가 꼭 필요합니다. 민지의 마력 증폭이 도움."

갑자기 무책임한 놈의 세계가 펼쳐졌다.

............

"여어. 또 만났네?"

- 이제 알았어. 네가 요즘 왜 자주 나타나는지. 내가 마력이 회복되면 나타나는 거지?

"물론."

- 그래서 나에게 그런 능력을 준거야? 마력을 회복시키는?

"처음엔 네가 즐기라고 준 거였는데, 그런 일로 마력 회복에 사용하니 내가 편해졌어."

- 또 마왕토벌이야?

"아니. 이번엔 쉬운 일이야. 그냥 어떤 물건만 가지고 오면 돼."

- 어떤 물건? 내가 여기에 어떻게 가지고 오지?

"넌 그 물건을 찾아 어떤 지역까지 가지고 와서 그 곳에 놓아두기만 하면 되는 거야."

- 심플하네?

"그러니까 이번에 쉬운 일을 주는 거야. 싸울 필요도 없고. 마왕도 없는 곳이야."

- 마왕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지?

"그야 프레드릭이 마왕을 죽인 세계니까."

- 프레드릭이라면... 혹시?

"맞아. 네가 처음 간 그 세계."

- 혹시 파르노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야?

"아마 그 쪽 세계 기준으로 20년쯤 지났을 거야. 네 아내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 거야."

- 그래도 좋아. 파르노와 카일을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러니 부탁해."

무책임한 놈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같이 할 사람들을 머리 속에서 생각했다.

...............

눈을 떠보니 주위에 나무와 풀이 가득한 폐허였다.

"여기는 어디지?"
"어떻게 된 거죠? 우리는 분명 아침을 먹다가..."

리나와 티리스의 목소리였다.

두 사람은 나를 보고 달려왔다.
"잘 왔어. 이번에는 너희들이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어."

"이건 뭐야? 여기는 어디야?" 유리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를 향해 달려왔다.

"송재신? 여기는 뭐야? 그리고 이 사람들은 뭐고? 어떻게 된 거지?"

명성고교 1-3반 담임. 조 민지였다.

"선생님. 제가 전에 기회를 주겠다고 했죠? 이번이 기회입니다."

"뭐야? 네가 여기에 날 데리고 온 거야? 여기가 어딘데?"

"다른 세계지요."

"다른 세계? 대한민국이 아니고?"

민지는 주위를 둘러보다 리나, 티리스를 보았다. "여기 중학생들은 네가 아는 사람이야?"

"서방님. 뭐죠? 이 여자가 우리를 보고 뭐라고 하는 거죠?"

티리스는 민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민지는 언어마법이 통하지 못하니까.

리나는 제니스가 가르쳐준 언어마법을 영창했다.

그리고 민지를 보고 말했다. "우리는 여기 서방님의 부인들입니다. 이번 소환에서 같이 갈 분이신가요?"

"부인? 이번에 새로 얻은 부인이야?"

"그렇습니다."

티리스도 마법을 영창했다.
"우리는 서방님을 따라온 거예요. 당신은 누구죠? 아아... 저번에 본 적 있어요. 당신도 부인이 되겠다고 했는데. 정말 부인이 되시려고 우리를 따라온 건가요?"

"아니. 선생님에게 기회를 주려는 거야. 나의 부인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주려고 말야. 이번 기회로 선생님이 나의 부인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

민지는 나에게 달려들어 내 옷을 잡고 흔들었다.
"나는 돌아가야해. 여기 있을 시간이 없어. 정교사가 되려면 필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빨리 돌아가야 해."

"선생님. 진정해요. 여기의 일이 끝나도 대한민국에서는 3초도 흐르지 않아요. 그러니 여기 일이 끝나고 돌아가도 돼요."

"무슨 소리야? 내가 여기서 뭘 하라는 거지? 왜 날 끌고 온 거지? 난 싫어. 송재신! 넌 날 납치 한 거야. 알고 있는 거야?"

나는 주머니에서 칼을 빼내어 민지에게 겨누었다. "그럼 빨리 보내드리지요. 죽여서."

"뭐... 뭐...." 민지는 내 칼에 아무 말 못하고 떨었다.

"죽으면 바로 우리 세계로 돌아갈 겁니다. 아마도."

"아마도?"

"내가 죽었을 때,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죠."

"그럼 나도 그런 거야?"

"몰라요. 나한테 그랬으니 선생님도 그럴 거예요."

"확실한 거지?"

"그럴 거예요."

"그런 무책임한 말을..."

"그러니까 확실한 방법은 이 곳의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거라니까요. 그러면 확실히 돌아가기 직전의 시간과 장소로 옮겨져요."

"정말?"

"그 건 확실해요. 여기 있는 리나와 티리스도 경험한 일이고, 마왕성의 내 아내들도 같았어요. 그러니 선생님도 확실해요."

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전에 민지에게 준 마석은 내 부인들과 같은 지위를 준다는 임시 마법을 지닌 것이었다. 민지는 마석이 있으면, 내 부인의 대우를 받았지만, 마왕성 밖에 있어 그 효과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었다.
내가 소환에서 부인들 중에 같이 갈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민지를 내 부인 중의 하나로 소환에 데려갈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이번에 마석의 기능을 써서 민지를 여기에 데려온 것이었다.

나는 주머니 마법으로 내 장비를 꺼내었다. 리나와 티리스는 각자 주머니에서 장비를 꺼내었다. 특히 티리스는 나와 여행을 같이 갈 것을 꿈꾸며 준비해 왔다고 했다.

나는 민지에게 옷과 로브, 신발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이게 뭐지?"

"이 것들을 입으세요. 그래야 여행을 할 수 있어요."

"여행?"

"그럼 그 옷과 신발로 이 산길을 걸으실 거예요?"

민지는 학교에서처럼 떡칠화장에 하이힐을 신고 가짜 명품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 옷과 신발로 풀과 나무가 가득한 산길을 걸을 수 없었다.

"싫어. 이 산길을 걸어야 한다고? 차는 없어?"

"선생님은 RPG 게임 해 본 적 없어요? 중세 시대에 차가 어디 있죠?"

"그럼 말이 있잖아."

"지금은 없어요."

"그럼 가지고 와. 여기서 기다릴게."

아무래도 이 여자... 데리고 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럼 여기 계시죠. 우리가 가면 밤이 될 테고 야생동물들이 모여들테니 잘 숨어 계세요."

"야생동물? 어떤 것이지?"

"저기 발자국을 보니 호랑이의 것이네요."

민지는 내 옷을 잡고 사정했다. "안 돼. 날 두고 가지마."

"그러니까 우리와 같이 이 숲을 걸어서 나가자니까요."

"그러면 너는 여기에 있고, 저 사람들이 말을 가지고 오라고 해. 그러면 되잖아."

그 소리를 듣고 티리스가 화가 나 걸어왔다.

티리스는 민지의 손을 만져보더니 화내며 뿌리쳤다.
"보아하니 손에 흙 한번 만져보지 못한 어느 귀족집 아가씨 같은데요. 이렇게 있다가 해가 지면 맹수들이 몰려와요. 그럼 잡아먹히겠죠? 늑대는 먼저 사람의 다리를 물어요. 특히 여기를."

티리스는 민지의 종아리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리고 바로 여기를 물죠." 티리스의 손가락이 민지의 허벅지를 가리켰다.

"그렇게 땅에 쓰러트리고 목을 물어요." 손가락이 이번엔 민지의 목을 쓰다듬었다.

"그 다음에 여기의 살을 물어 뜯고 내장을 빼내지요." 손가락이 민지의 배까지 내려왔다.

"배 밖으로 튀어나온 창자와 간을 먼저 먹어요. 늑대들이 가장 좋아하니까."

민지는 이빨을 덜덜 떨고 있었다. 민지의 아래가 젖어있고 오줌 냄새가 났다.

"그러니 부지런히 우리를 따라오세요. 잡아먹히기 싫으면."

나는 티리스와 함께 리나에게로 갔다.

우리가 가자, 민지는 내가 준 옷들을 주워 들고 따라왔다. 우리는 되도록 천천히 걸었다. 민지가 옷을 다 입을 때까지.

그리고 걷는 속도를 높였다.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같이 가. 너무 빠랄..."

티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여자는 왜 데리고 온 거죠?"

나는 웃었다. "저 여자가 민지야."

"민지? 그 마야님이 말했던 민지? 저 여자가?"

리나도 민지를 보며 허탈한 웃음을 주었다. "저런 여자를 어디에 쓰려고..."

해가 지자 우리는 적당한 곳에 텐트를 쳤다.

우리가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민지는 땅에 누워 아무 것도 못했다.

티리스는 보다 못해 민지에게 물통을 던졌다.
"거기 아줌마. 물 떠와요."

"아줌마. 나 말야?"

"여기 아줌마가 어디 있죠? 물이 필요하니 여기에 물을 가득채워 오세요."

"난 힘들어. 움직일 수도 없어."

"그럼 밥도 줄 수 없어요."

"뭐?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너 몇 살이야?"

"나이는 적어도 당신이 누군지는 알죠. 세상 물정 모르는 유리 조각 아가씨. 쓸모 없는 인간."

"내가 왜 쓸모가 없어. 나는 교사야. 이런 일 하는 사람이 아니란 말야."

"여기서는 교사가 쓸모 없어요. 물 떠오는 사람이 필요해요. 거기에 물을 가득 채워오지 않으면 오늘 저녁은 없어요."

리나가 거들었다. "여기서 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티리스 뿐이에요. 밥을 주는 것은 티리스의 권리입니다. 그러니 그 말에 따라주세요."

민지는 나를 바라보았다.

"저도 티리스에게 밥을 얻어먹는 형편입니다."

민지는 그 자리에서 벌러덩 누웠고, 결국 리나가 물을 떠왔다.

티리스의 스프가 다 되자, 우리는 나누어 먹으려는데 민지가 왔다.

하지만 티리스는 민지에게 스프를 주지 않으려 했고, 민지가 티리스 손에서 국자를 뺏으려 했다.

"뭐하는 거죠?"

"나도 먹을 거야."

하지만 민지는 티리스의 힘을 못 당하고 던져졌다.

"왜 나만 못 먹게 하는 거야?"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을 자격도 없어요."

"나에게 맞는 일을 줘야지."

"그래서 제일 쉬운 일을 시켰어요. 물 떠오는 일."

"내가 할 일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거야."

"여기에는 그런 일 없어요. 내가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요리를 먹을 자격이 없어요."

민지는 나를 보며 하소연하려 했지만 나도 등을 돌렸다.
"밥 먹는 문제에 있어서는 티리스의 결정에 따릅니다."

리나도 거들었다. "내가 티리스에게 반항하면 나도 못 먹어요."

티리스는 물통을 다시 민지에게 던졌다.
"빨리 여기에 물을 가득 채워 와요. 그러면 밥을 드리지요."

"흐흑. 후에엥..." 민지는 울면서 그 통을 받아들고 걸어갔다.

티리스가 만든 요리는 맛있었다. 제니스와 비교할 수는 없어도 먹을 만하고 요리에 자신을 가질 만 했다.

"서방님. 어떠세요? 제 요리..."

"맛있어."

"제니스 만큼은 아니지만."

리나의 말에 티리스가 노려보았다. "다음에 스프를 반만 먹어요."

"하하... 아무리 해도 티리스는 지금은 제니스를 이길 수 없어. 앞으로 노력하고 배우면 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맛있어. 정말."

"정말이죠?" 티리스의 나를 보는 눈이 반짝였다.

"정밀이야. 그렇지 리나?"

"맛있어요. 제니스가 워낙 잘해서 그런 거지. 제니스를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 없잖아."

우리가 웃으며 먹는 사이에 민지의 비명이 들렸다.

그런데 나는 일어서지 않았다.
"리나. 가 봐. 아무래도 길에 벌레나 뱀이 있었던 것 같아."

리나는 웃으며 일어섰다.

민지는 옷이 다 젖은 채로 울면서 우리에게 왔다.
"후앵... 내가 왜 이런 일을.... 왜.... 후애앵..."

리나가 뒤에서 웃었다. "저어, 길에 있는 개구리를 보고..."

티리스가 민지를 노려보았다. "물은 어떻게 되었죠?"

"보면 몰라? 다 쏟았잖아."

"그럼 다시 떠와야죠."

"이렇게 되었는데 저기에 다시 가라고?"

"배 안고파요?"

민지는 울음을 그치고 티리스를 노려보았다.
"넌 나에게 왜 이러는 거지? 나에게 원수진 거 있어? 뭐야? 넌 뭐야?"

"난 밥 먹고 싶으면 일 하라고 했어요."

민지는 화가 나서 티리스에게 달려들었지만, 용의 화신인 티리스를 이기지 못해 풀 숲으로 던져졌다.

티리스는 큰 소리로 외쳤다. "물을 가득 채워 오면 밥을 드리지요."

결국 민지는 물을 떠 왔고, 티리스가 빵과 스프를 주었다. 민지는 울면서 그 것을 먹었다. 우리가 텐트에 들어간 후 혼자서.

...................

텐트는 2개로 민지가 하나를 쓰고 셋이 하나에 같이 있었다.

내가 가운데 있고, 두 명이 내 양옆에 안겨 있었다.

티리스가 물었다. "서방님. 마력은 문제 없어요?"

"여기서는 마력을 쓸 일이 없었잖아? 왜? 네가 마력을 채워주려고?"

리나가 말했다. "그건 제가 해드릴게요."

티리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방님. 저에게 생리가 올 때까지 기다려 주신다고 했지만, 전... 전... 전에 그런 일도 있었고, 지금 서방님께 안겨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무리할 필요 없어."

"하지만..."

리나가 티리스의 뺨에 손을 대었다. "그럼 우선 나와 서방님이 하는 것을 지켜봐."

리나는 내 위에 올라왔고, 티리스는 몸을 일으켜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천천히 티리스의 다리에 손을 댔다. 티리스는 몸을 떨고 있었다. 차츰 무릎에서 허벅지로 올라가는데, 티리스의 떨림이 커져갔다.

티리스는 눈을 감고 내 손을 잡았다.
"안되겠어요. 도저히..."

리나는 웃으며 티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리할 것 없어.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내가 하는 것을 잘 봐. 네가 해야 할 일이니까."

티리스는 나와 리나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

다음날 새벽. 텐트를 걷는데 민지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티리스가 물을 가지고 민지의 얼굴에 부었다.

"뭐야? 뭐하는 짓이야?"

"일어나요. 떠나야 할 시간이에요."

"난 싫어. 더 잘래."

"우리는 갈 겁니다. 텐트를 남겨 드리지요. 여기서 개구리들과 잘 지내보세요."

티리스가 나가자, 민지는 놀라서 텐트를 나왔다.

"빨리 준비해요. 아니면 두고 갈 겁니다."

다시 산길을 걷는데 민지가 우리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쉬어가. 더 이상 못 걷겠어. 송재신... 나 좀 업어줘."

나는 한숨을 쉬고 민지에게로 가 힐링을 걸어주었다.

"이제 따라오세요."

"업어달라니까."

나는 민지 등 뒤를 가리켰다. "저기 뱀이!"

"꺄아악!" 민지는 일어서 리나와 티리스에게로 뛰어갔다.

나는 웃으며 그들에게로 걸어갔다.

다시 잠을 자기위해 텐트를 치고 식사준비를 하는데 어제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물을 떠오라는 티리스와 못하겠다는 민지의 싸움이었다. 민지가 달려들어도 티리스를 이길 수 없고, 민지는 울면서 물통을 들고 걸어갔다.

나와 리나는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

"티리스, 넌 정말 대단해. 어떻게 선생님을 저렇게 잘 다루는 지 말야."

"마을에서 저런 여자들을 몇 번 봐서 잘 알죠. 특히 손이 하얀 사람들. 농사에 아무 쓸모 없이 밥만 축내는 사람들 말이죠.
저런 사람들이 제일 얄미운 것이 뭔지 아세요? 아무 일도 안하고 제일 먼저 식탁에 앉아서 오늘 식사는 어떻다 말하는 거예요. 저는 절대 용서 못해요."

리나가 웃었다. "그럼 나는?"

"리나는 저녁에 서방님의 마력을 보충해 주잖아요."

나도 물었다. "그럼 나는?"

"남자니까요. 남자는 남자의 일이 있어요. 그 때 힘을 발휘해 주세요."

민지가 물을 떠왔다. 아무래도 너무 힘들어 해서 다시 힐링을 걸어주었다. 그러자 민지의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일도 못하고 밥만 축내는 밥버러지가 마력도 축내네요."

민지가 화를 냈다. "너는 동정심도 없어?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당신이 뭐가 불쌍하다는 거죠?"

"난 납치된 거야. 끌려온 거라구."

"마야님 말로는 부인이 되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서방님과 소환에 함께 하는 것이 부인들의 의무에요. 모든 부인들이 서방님과 함께 이 고생을 겪었어요, 당신도 부인이 되려면 이런 일을 해야 해요."

"그건 맞아. 현정이도 제니스도, 여기 티리스와 리나도 나와 같이 이런 일을 했었어. 이보다 더 심했어. 마물들과 싸우다 다치고 전쟁에 끼어들고, 모두 이런 일을 나와 함께 했기 때문에 내 부인이 될 수 있었던 거야."

민지는 땅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하지만 나는... 너무 힘들어서..."

나는 민지에서 살짝 마법을 걸어주었다. 마야에게서 배운 부인들의 몸을 바꾸는 마법을.

그러자 민지의 몸이 약간 변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내어 민지에게 주었다.

"보세요. 열굴이 어떻게 된 거죠?"

민지는 거울을 보고 놀랐다. 40대의 민지가 30대로 젊어져 있었다.
"이게 나... 이렇게... 재신아. 너도 할 수 있는 거야?"

"단 지속 시간이 짧아요. 내 마력으로는 한시간 정도?"

"한시간... 겨우?"

리나가 말했다. "서방님의 부인이 되면, 완전히 몸이 바뀌니까 어린 몸으로 바뀌죠."

민지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티리스가 말했다. "서방님이 마력으로 하신 거예요. 더 이상 서방님의 마력을 허비해서는 안돼요. 리나가 힘들어지니까."

"서방님의 마력? 재신이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거야? 1시간이 아니라 평생, 아니 영원히 하는 것도 가능한 거야? 마력만 있으면?"

"서방님의 마력도 무한대가 아니에요. 마력을 채우려면 리나가 도와주어야 해요."

민지는 리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어떻게 송 재신의 마력을 보충해 준다는 거지?"

"그런 일로 가능하죠."

"그런 일이라면... 혹시 어제 그 것?"

"우리 부인들의 의무지요. 우리들은 그 일을 통해 서방님의 마력을 보충해 주고 있어요. 여기서는 나밖에 할 사람이 없지요."

"잠깐! 송재신이 마력이 많으면 가능한 거지? 그럼 나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거지?"

"뭐 그런 거죠? 하지만 나도 한계가 있어요. 서방님의 상대가 되어드리는데."

민지가 나에게 달려왔다. "그럼 나를 사용해. 나를 이용해 마력을 보충해."

이 40대 노처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런 몸으로 날 유혹하려는 거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을 보니 있던 성욕도 날라갑니다."

"왜? 내가 어때서?"

"내가 뭐가 아쉬워 40대 노처녀를 안아야 하죠?"

"난 40대가 아니야. 아직 30대야."

"30대라도 내 수비 범위가 아닙니다."

"그럼 네가 날 젊어지게 해서 안으면 되잖아."

"선생님을 젊어지게 하는 것이 더 마력 소비가 많아요. 적자란 말입니다."

갑자기 민지는 옆구리에 손을 얹고 몸을 비틀며 딴에 섹시한 포즈를 취했다.
"나 같은 미녀를 안는데 적자가 무슨 말이지?"

선생님. 어제 먹은 것이 올라옵니다. 토하려 해요.

그 모습을 티리스는 물론 리나까지 황당히 바라보았다.

아무리 30대 초반의 외모가 되어도 성욕이 일어나지 않고 혐오감이 올라왔다.

나는 한숨을 쉬고 아무 말 없이 스프를 만드는 냄비로 얼굴을 돌렸다.
티리스도 한숨을 쉬고 냄비를 국자로 젖고 있고, 리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뭐야? 내가 어때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민지의 외침에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밥을 먹고 나는 리나, 티리스와 한 텐트에 들어가려는데, 민지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송재신. 나도. 나도."

도대체 이 여자는 주제와 분수를 아는 걸까?

티리스가 노려보자 민지는 뒷걸음 쳤다.

텐트 안에서 나와 리나가 하는 것을 티리스는 보고만 있었다. 리나는 티리스에게 나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저렇게 하며 말로도 설명해 주었다.

티리스도 흥분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손을 대자 몸을 움츠렸다. 아직 상처를 극복 못한 모습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