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4화 〉용서할 수 없는 사람 (64/148)



〈 64화 〉용서할 수 없는 사람

"아나킨..." 파르노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왔다.

나는 그녀에게 걸어갔다. "20년이 지나도 날 알아보는 군."

"어떻게... 그 때 아나킨은..."

"그 것을 알고 싶어 다시 왔어. 오늘이라면 네가 여기 올 줄 알았어. 오늘이 전사 통지서에서 칼이 죽었다는 날이었으니까."

파르노는 아무 말 못했다.

"너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

"카일 문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 알게 되었으면서 뭘 묻지?"

"칼의 아이야?"

파르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칼의 전사통지를 받고 나는 크게 슬퍼했어. 그런데 3개월 후 칼이 우리 집에 도망쳐 왔어. 자기 부대가 배신당해 아군에게 전멸 당했고, 몇 명이 살아남아 도망쳤다고 했어. 추적을 피해 나에게 도망쳐 온 거였어."

"그럼... 내가 휴가 온 때에도 살아 있었어?"

파르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네가 절대로 들어가 보지 말라던 창고 바로 옆 지하에?"

파르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칼이 살아있는데 나를 받아들인 거야?"

"칼...은 그 때 죽어가고 있었어. 당한 상처가 커서... 1년 간 치료했지만 나아지지 않았지. 네가 온 것을 보고, 나에게 너와 결혼하라며..."

"그 날 밤. 내 방에 들어온 것은 칼이 너의 등을 떠밀어..."

파르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카일이 내 아이가 아닌데도 왜 내 아이라 한 거지?"

"카일이 태어나서 자랄 때까지 네 아이라 믿었어. 하지만..."

"카일은 칼의 아이라는 것을 알았군."

파르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디노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어?"

"카일을 네 아이라고 말하라 한 것이 오빠였어."

"하하... 하하... 두 남매가 짜고 날 속였어... 하하...하하..."

나는 하늘을 보고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나도 그 때는 네가 카일의 아버지인 줄로 알았어."

"카일의 이름을 준 것이 디노라 했지? 그럼 디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오빠가 죽을 때... 나에게 말해 줬어."

나는 파르노를 보며 주먹을 세게 쥐고, 마지막 의문을 풀려했다.
"또 한가지... 내가 왜 죽은 거지?"

파르노는 눈물을 흘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나는 파르노의 두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말해. 말해. 파르노. 내가 왜 죽은 거야? 네가 날 죽인 거야? 잠든 틈에 독을 먹여?"

파르노는 아무 말 못한 채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전까지 내가 첫 번째 세계에서 죽었다는 무책임한 놈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의 반복된 소환에서 의문이 생겼다. 마왕을 죽이거나 내가 죽어야 돌아올 수 있었는데, 마왕을 죽이지 않은 첫 번째 소환에서 내가 죽지 않았다면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었다. 두 번 째 소환에서 내가 죽어 돌아왔던 것처럼.

그럼 첫 번째 소환에서 내가 죽었다는 생각을 했고, 어떻게 죽었을까를 고민했다.

나는 돌아오기 직전 날 밤에 일찍 집에 돌아와, 카일과 놀다가, 파르노와 같이 침대에 누웠다. 내가 죽을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파르노와 카일은 이 곳에서 아무 문제 없이 살고 있었다. 파르노가 나에게 독을 먹여 죽인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지금 그 사실을 확인했다.

나는 파르노의 어깨를 강하게 흔들었다. "왜? 왜? 왜 네가 날 죽여야 하지?"

"우아앙.. 미안해. 미안해..." 파르노는 쓰러져 통곡했다.

"엄마?" 카일이 우리에게 달려왔다.

카일은 쓰러져 있는 파르노의 어깨를 잡고 우리를 노려보았다.

"당신들 뭐지? 엄마에게 무슨 짓이지?"

나는 카일의 이마에 있는 흉터를 보고 화가 치밀었다.

카일이 어린 시절, 우리 둘 다 장사에 바빠 카일에게 신경 쓰지 못했다. 카일은 혼자 놀다가 넘어져 흉터가 났었고, 그 일로 나와 파르노는 많이 상심했었다.

그 흉터를 가진 카일이 내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카일의 멱살을 잡고 내 얼굴까지 끌어 올린 후, 그 이마 흉터에 박치기를 했다. 카일은 신음을 내며 땅에 쓰러졌고, 파르노가 카일을 붙잡았다.

"그만해. 모두 내 잘못이야. 내가 널 속여서... 카일은 아무 죄가 없잖아?"

"죄가 없어? 칼의 아들을 내 아들이라 생각하게 만든 것으로 이 녀석은 죄가 있어."

파르노는 일어서 땅에 누운 카일과 나 사이를 막은 후, 두 팔을 수평으로 벌렸다.
"그만해 아나킨. 모두 나의 죄야. 그러니 날 죽여. 카일을 손대지 마."

파르노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파르노를 보며, 나의 행복했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녀는 나의 스승이었다.
죽을 뻔한 나의 생명을 구해주고, 나를 파티에 받아들이게 도와줬다.
나에게 말과 마법을 가르치고, 마물과 싸우는 법을 알려줬다.
내가 치유마법사로 파티에 정식 멤버가 되었을 때 제일 기뻐하던 사람이 그녀였다.

그녀는 나의 누나였다.
디노가 다리를 잃고 불구가 되었어도, 그녀는 나에게 먼저 물을 먹여줬다.
전쟁에 나가는 나에게 자신의 속옷을 부적이라며 건내 주었다.
전쟁의 상처로 괴로워하던 나를 안아주었고, 전쟁에서 돌아갈 고향이 되어주었다.

그녀는 나의 아내였다.
내가 제대했을 때 나를 아버지로 만들어 주었다.
일 없이 떠도는 나에게 직업을 갖게 해주었다.
전쟁의 기억에 아파할 때마다 자신의 몸으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언제나 그녀는 온 몸으로 나를 보호하고 키웠다. 나는 그녀에게 아들이고 동생이고 남편이었다. 언제나 그녀는 내 앞에서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녀를 선생님, 파르노씨, 여보라고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다.

나는 눈을 감고 가슴을 내미는 그녀를 어찌할 수 없었다. 용서할 수도 없었다.

"파르노. 난 너를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하지마. 하지만 카일은 아무 죄가 없어."

"그럼. 평생 내 곁에서 그 죄를 갚아."

파르노는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너를 죽일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어. 널 데려가겠어. 내 곁에서 내 옆에서 날 위로하며 평생을 살아."

"그럼 카일을 놔 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이 깨어 일어나자, 파르노가 카일을 잡아 일으켰다.

"카일. 미안해. 나는 여기를 떠나야 해."

"왜? 엄마. 그 나이에 어디 간다는 거야?"

"나는 저 사람을 따라가야 해."

"무슨 소리야? 저 사람이 뭔데?"

"미안해. 카일. 난 이제 가야해."

"싫어. 대체 무슨 일인지 알려줘야 하잖아."

카일은 나를 보고 내 앞에 섰다. "당신은 뭐지? 왜 내 엄마를 데려간다는 거지? 어디로?"

나는 주머니에서 칼을 뽑아 카일의 목에 겨누었다.

카일은 목에 들이댄 칼을 보며 벌벌 떨었다.

"주제도 능력도 모르고 달려드는 것은 네 아비를 꼭 닮았군."

"아버지를 아시나요?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나는 피식 웃었다. "아니! 네 애비는 칼 판이다. 여기 있는 것이 너의 아버지의 무덤이야."

"그럴 리 없어. 나는 카일 스카이워커로 아나킨..."

"카일!" 파르노가 소리 질렀다.
"너의 아버지는 칼이다. 아나킨이 아니야."

"엄마. 무슨 말을..."

"너와 데일에게는 미안해. 그동안 숨겨왔고, 이제 말해줄게. 너의 아버지는 아나킨이 아니야."

"거짓말. 아빠와 내가 얼마나..."

"아나킨은 널 정말로 사랑했어. 하지만 넌 아나킨의 아들이 아니야. 칼의 아들이야."

카일은 혼동 가득한 얼굴로 파르노를 바라보았다.

파르노는 다가와 내 손을 잡고 칼을 내리게 했다.

"카일. 이제 나는 떠나야 해. 이 사람을 따라가야 해. 데일에게는 할머니가 죽었다고 말해줘. 이제 가야 해."

"안돼. 엄마. 나와 데일을 두고 어딜 가는 거야?"

"카일... 부모는 자식을 두고 떠나는 거야. 너는 이미 나 없이 살 수 있어. 하지만 이 사람은 나 없이 살 수 없어. 그러니 나는 이 사람을 따라가야 해."

"무슨 소리야? 이 사람이 누군데?"

파르노는 카일에게 가까이 와 안아주어 말했다.
"카일.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을 위해 살아왔어. 처음엔 너의 아버지 칼, 다음엔 너였어. 너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어. 이제 나는 이 사람을 위해 널 버릴 때가 된 거야."

나는 멀리 있는 티리스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티리스는 눈을 감고 무언가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

...................

눈을 깜빡이니 무책임한 놈의 세계였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 그 곳에서 우기를 만나 시간을 허비했어.

"하여간 잘했어. 용이 깨어났으니."

- 묻고 싶어. 네 참된 의도가 뭐지?

"신의 뜻을 인간이 알 수 없잖아?"

- 물어보기도 힘들군. 됐어. 이제 한 사람을 데려 갈 거야.

"그건 네 자유니까 마음대로 해."

....................

눈을 떠보니 마야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방님, 설마 또 소환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티리스를 바라보았다. 나는 티리스의 손을 잡고 정원으로 워프했다.

위를 보니 용이 날고 있었다.

다른 부인들이 내 뒤로 워프했다.

"마야. 방어벽을 거두어 저 용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마야는 손을 들어 마왕성의 방어벽을 열었고, 현정은 호수 가운데를 열었다. 용은 하늘에서 내려와 잠자는 아리아 옆에 앉아 웅크리며 잠에 들었다. 이제 지하에 용이 3명 이었다.

"뭐죠? 저 용은?"

"내가 데리고 온 거야."

나는 리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리나, 파르노를 데리고 와."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제니스, 오늘 민지가 올 거야."

"민지라면, 선생님 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야가 물었다. "민지요? 혹시 민지가..."

"그래. 이번 소환에서 같이 갔어. 티리스, 리나와 함께."

"민지를 부인으로 맞이하시는 겁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야가 기쁜 얼굴이 되었다.
"정말 잘 되었습니다. 민지가 우리의 일원이 되다니, 저도 한시름 놓았습니다."

리나가 파르노를 데리고 왔다. 파르노는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은 다소곳하게 리나 뒤에서 서있었다.

"모두 인사해. 이번에 부인이 되는 파르노야."

현정이 놀랐다. "파르노? 전에 네가 결혼했었다는?"

마야가 말했다. "전에 갔었던 세계에 다시 가신 겁니까?"

"다시 가서 파르노를 데리고 왔어. 걱정마. 파르노는 부인들의 서열에서 가장 아래가 될 테니."

티리스가 파르노 앞으로 나아갔다. "여기 왔으니 인사해. 모두 서방님의 부인들이야. 네 윗사람들이야."

파르노는 모두를 향해 몸을 굽혀 인사했다. "파르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마야가 말했다. "이 사람을 부인을 삼으려 데려오신 겁니까?"

"그래. 부인으로 삼아줘."

나는 둘 만의 대화로 마야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부인으로 삼는 사람의 신체를 조절할 수 있어?’

‘그건 힘듭니다. 신체는 타고난 마력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그럼 마력을 쓰지 못해도 좋아. 신체를 변형해.’

마야는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마야는 파르노 앞으로 걸어갔다.
"파르노라고 했나? 나는 서방님의 본처이다. 서방님의 부인이 되는 사람들은 내 명령에 따라야 한다. 알았느냐?"

"네."

"무릎을 꿇어라."

파르노가 무릎을 꿇자, 마야는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고 파르노의 입에 집어 넣었다.

"삼켜라. 나의 피다."
파르노는 마야의 피를 삼켰다.

그리고 마야는 파르노의 뒤로 가서 뒷덜미의 옷을 내리고 목 뒤에 피로 마법진을 그리고 마력을 주입했다.

파르노는 일어서 내 앞에 무릎 꿇고 절을 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의 남편이시여. 내 몸과 마음은 모두 제 남편이신 당신의 것입니다. 저를 잘 사용해 주십시오."

옛날 파르노의 목소리보다 어린 목소리였다. 지금 파르노는 50대 할머니가 아니라 16세의 소녀였다. 그래도 키가 180이 넘는 거구였다. 마야가 글래머 스타일이라면, 파르노는 아줌마 스타일로 온 몸에 근육과 살이 많이 붙어 비대한 체격이었다. 가슴은 엘리자보다는 못해도 큰 수준이지만, 허리 쪽이 굵어 섹시한 느낌이 나지 않았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의 파르노와 비슷한 체형과 얼굴이었다.

나는 파르노를 보며 배신감에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제니스를 불렀다. "제니스!"

"네."

"나는 오늘 학교에 안 간다. 파르노하고 시간을 보낼테니, 민지에게 그렇게 말해둬."

"알겠습니다."

나는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엘리자, 현정이하고 이리로 와!"

엘리자는 현정을 바라보았고, 현정이 엘리자 옆으로 왔다.

"티리스, 너도 여기 와."

티리스가 현정 옆에 섰다.

"지금 새로 들어온 용의 화신이 필요해. 화신이 되려면 마력이 없어야 해. 엘리자가 적격이야. 현정아. 티리스. 너희의 생각은 어떻지?"

티리스는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엘리자라면 괜찮겠어요."

현정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거야. 너의 결정이라면..."

"엘리자. 너는 어떻지?"

"저는 서방님 결정에 따를 뿐입니다."

내 옆에 불덩어리가 생기더니 엘리자를 덮쳤다. 엘리자는 당황하면서도 가만히 용의 마력을 받아들였다. 잠시 후 불덩어리가 엘리자의 몸에서 사라졌다.

"티리스, 현정아. 엘리자에게 용의 기를 다루는 법을 알려줘. 특히 티리스는 엘리자에게 마법 훈련을 부탁해."

"알았어"
"알았어요."

나는 파르노에게 다가가 그 손을 잡았다. "이제 시작이야. 너의 속죄가."

나는 파르노를  끌고 목욕탕에 워프했다. 그녀는 나에게 조금의 저항도 하지 않고 내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