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추적(1) (68/148)



〈 68화 〉추적(1)

늪지라 생각했던 곳은 실제로 깊은 숲 속이었다. 제니스가 스캔 마법을 사용하니 숲을 지나면 큰 평지가 있다고 했다.

우리가 가는 길에 많은 수족들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고, 지금도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엘리자, 저 녀석들을 향해 위협을 해줄래?"

엘리자는 내 말을 듣고, 감시하던 수족들을 향해 마력을 내뿜었다. 그러자 수족들이 놀라서 도망쳤다. 그들에게 엘리자는 최상위 포식자였다.

우리는 평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 곳에 마왕의 마력이 느껴지고, 마을이 있다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숲을 나올 즈음에, 몇 명의 인간이 우리를 만나러 왔다.

"당신들은 무슨 일로 여기에 오신 거죠?"

"우리는 마왕을 찾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니 반가웠다. 하지만 수족의 마을에 웬 사람이?

"여기에 그런 사람이 없습니다. 당장 돌아가 주십시오."

"안됩니다. 저기 당신들의 마을에 마왕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마왕을 잡기 전까지는 이 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숲 안에서 우리를 노려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미야는 칼자루에 손을 잡고 주위를 경계하고, 제니스는 방어 마법을 가동해 우리를 보호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당신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고 있군요. 우리는 마왕을 찾기까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방해가 되는 것은 어떤 사람, 어떤 것이든 죽이고 부술 겁니다."

나는 뒤에 있는 엘리자를 보았다. 엘리자는 마력을 주변으로 내뿜었다. 숲 속의 사람들이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당신들을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마왕만 넘겨 주십시오. 마왕은 당신들과 아무 상관 없지 않나요?"

"그게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마왕은 없습니다. 마왕은 여기에 오지도 않았는데, 왜 여기서 마왕을 찾으십니까?"

"분명 마왕은 이 마을에 있습니다. 최근에 마을로 들어온 사람이 있습니까? 그들을 조사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니면 우리도 힘을 쓰겠습니다."

나는 근처의 큰 나무에 라이트세이버를 길게 전개해 휘둘러 잘라버렸다. 눈 앞에서 지름 1m 이상의 나무가 잘려서 넘어지자, 그들은 동요했다.

그 남자는 난처한 표정으로 숲 속에서 매복한 이들에게 다가갔다.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제니스가 외쳤다. "지금 마을에서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기 두 명입니다."

나는 제니스가 외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순식간에 마을을 지나 두 사람의 뒤를 잡았다. 뛰어가던 한명이 넘어졌고, 한 사람이 넘어진 사람을 일으키려 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칼을 겨누었다.

"살려주세요. 제발..." 로브의 후드가 벗겨지자,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한명은 30대 초반의 여성이고, 또 한명은 갓 스물을 넘은 여성이었다. 나이 많은 쪽이 몸이 크고 나이 적은 쪽을 몸으로 보호하고 있었다.

둘 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신들은 누구지? 왜 이 마을에서 도망치는 거지?"

"저희는 도망쳐온 노예들입니다. 도망치다가 이 곳에 들어왔는데, 여기서 살 수 없어 다른 곳으로..."

그녀는 내 다리를 잡고 애원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저를 주인에게 끌고 가셔도 좋지만, 이 아이만은... 이 아이는 주인의 학대를 못 이겨 도망쳤습니다.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면 죽습니다. 그러니 저를 데려가시고 이 아이는..."

나의 주위로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의 구성은 다양했다. 수족, 오크, 인간, 섞여 있고 혼혈도 눈에 띄었다.

내 옆으로 미야가 달려왔다.

칼을 뽑으려는데 내가 미야의 팔을 잡았다. "잠깐!"

나는 땅에서 떨고 있는 나이 어린 쪽의 얼굴을 잡고 돌렸다. 머리에 강아지 귀가 있고 얼굴을 보니 사람과 개의 얼굴 특징이 섞여 있었다. 혼혈이었다. 얼굴을 보니 여성으로 보였다.

나는 미야를 보고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눈짓을 했다.

미야는 다가와 그녀의 옷 속에 손을 넣었다.

"왜 이러세요? 싫어요." 그녀는 미야에게 저항했다.

"죽기 싫으면 가만 있어."

그녀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주위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 생각하면서, 아무도 그녀를 구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옷 속에 손을 넣고 만져보던 미야는 손을 빼고 일어서,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미야가 만져보니 진짜 가슴이었던 것이었다.

미야는 다시 옆에 있는 나이 많은 여성에게도 같은 일을 했다. 그녀도 아니었다.

우리 옆으로 엘리자와 제니스가 달려왔다. 엘리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제니스는 뛰어오는 일로 호흡이 빨랐다.

"서방님. 이 사람들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엘리자, 제니스는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녀들은 서로를 안고 우리를 불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우리가 사람을 잘 못 봤네요."

"그럼... 우리를 잡으러 온 분들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실례를 해서 죄송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안고 일어섰다. "그럼 우리는 이만 가도 되나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은 일어서 우리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숨을 쉬고 주위를 둘러보니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한 노인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당신들은 마왕을 추격하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우리 마을에는 없습니다. 그러니 당장 여기를 떠나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곳의 일을 절대 바깥에 알리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를 찾는 이들이 늪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들은 도망친 사람들. 범죄자, 패잔병, 노예 등과 같이 사회에서 쫓겨난 사람들로 보였다. 그런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외부인을 경계하는 것이 당연했다.

순간 나에게 마왕의 마력이 느껴졌다. 방금 두 여성이 걸어갔던 길 쪽으로.

나는 다시 속도를 높여 그들을 추격했지만, 숲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다.

"제길! 어디로 간 거지?"

나갈 길을 찾아 옆으로 발을 옮기려 하는 순간, 발이 무거웠다. 아래를 보니 늪지였다.

"큭! 함정이었어."

밑으로 꺼지는 땅과 함께 주위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주변에서 짐승들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늪지에 빠트리고 짐승의 밥으로 만들 생각이었군. 이 곳이 함정이었어."

나는 상대의 함정이 오히려 귀여웠다. 이런 늪지와 야생동물로 내가 상처 입을 리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마력을 사용해 발을 올리려 하는데, 마력이 모이지 않았다.
"큭! 마력을 사용 못하게 만들었어."

늪에서 허우적대면 오히려 가라앉는 속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해, 나는 되도록 움직임을 줄이고 가라앉는 속도를 줄이려 했다. 나는 무릎까지 가라앉고 있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허리에 감은 줄을 풀고, 끝에 달린 추를 빙빙 돌려서 가까운 나무 가지에 감았다. 당겨보니 내 체중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 나무 가지가 잘려나갔다. 나를 함정에 빠트린 놈이 가까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일부러 큰 소리를 냈다. "가까이 있군. 잘했어. 내가 완벽하게 네 함정에 빠졌어."

주위에서 아무 소리가 없었다.

이런 방법을 쓰기 싫었지만, 나는 허리에 찬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불었다.

"소용 없어. 이 근처는 나무가 많아 외부로 소리가 나가지 않아."
그 나이 많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고 나무가 쓰러졌다. 소리와 공격 형태를 보니 엘리자의 브레스였다.

엘리자와 함께 미야와 제니스가 왔다.

제니스는 한심하게 나를 내려 보았다. "어떻게 된 거죠?"

"보다시피 함정에 빠졌어. 그보다 그 놈은?"

제니스가 대답했다. "도망쳤습니다."

"이번엔 내가 당했어."

제니스와 미야가 나를 꺼내주었다.

제니스는 숲속에서 여러 돌을 주웠다.
"이 것으로 즉석 결계를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게다가 냄새로 맹수를 모으고... 정말 꼼짝도 못하고 죽을 뻔 했습니다."

미야도 감탄했다. "제니스가 감탄할 정도면 정말 대단한 놈인 걸."

나는 다리에 물 마법을 뿌려 늪의 진흙을 닦아낸 후, 어깨를 흔들었다.
"우리가 마왕을 너무 무시했었던 것 같아. 마력을 쓰지 못한다고 반격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부터 조심해야겠어.
그리고 엘리자, 날 찾아줘서 고마워."

내가 분 호루라기는 용이 느낄 수 있는 소리가 난다. 용의 마력이 내포되어 용을 불러들이는 마도구였다. 인간들은 깊은 숲속에서 소리 나는 곳을 찾기 힘들지만, 용이라면 마력의 흐름으로 호루라기 부는 곳을 찾을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

우리는 다시 추격을 재개하려 했지만, 마왕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야영을 하려는데, 마왕의 마력이 느껴졌다.

"멀리 떨어져야 느낄 수 있어. 저 방향이야." 나는 한 방향을 가리켰다.

미야가 손을 보며 말했다. "그 여자들이 분명하다면, 마왕이 여자라는 거네요."

"미야님이 만져보니 진짜 가슴이었나요?"

"물론이야. 한명은 제니스와 비슷했고, 한명은 엘리자 같았어."

제니스와 엘리자는 금새 팔로 자기 가슴을 가렸다.

"그 말은 한명은 보통 수준, 한명은 크다는 말인데... 미야. 어떤 쪽이 큰 거지?"

"작고 어린 쪽입니다."

"그렇다면 나이 적은 쪽이 마왕인가? 놀라워 마왕이 여자라니..."

제니스가 말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뭐가 다른 거지? 설마 어린 쪽이 마왕이라 생각하는 거야?"

"우리가 쫓는 마왕에게 신체를 변화시키는 마족이 같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서방님과 미야님이 여자라서 놓아준 이유지요. 그렇게 신체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데, 가슴이라고 예외일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남자의 몸에 가슴이 생기게 했다는 거야?"

제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야가 말했다. "그렇다면 나이 많은 쪽이 마왕일 가능성이 더 큰 거네."

"다음에 그들을 만난다 해도 다시 알아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엘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만지면 알아 볼 것 같았는데, 그 것도 안 되겠네요. 그럼 아래를 봐야 하는 건지..."

"우선 오늘은 쉬자. 내일 다시 추격에 나서면 되니까."

제니스가 말했다. "서방님, 오늘은 제가 할 일이 있습니다."

"혼자 있기를 원하는 거야?"

제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미야, 엘리자가 나와 같이 자고. 제니스는 혼자 저 텐트에서."

다음날 새벽, 우리는 아침을 먹고 다시 마왕 추적에 나섰다. 멀리서 마왕의 마력이 느껴지는데, 많이 가까워졌다.

"멀리 가지 못했군요. 조금 있으면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제니스가 미야를 잡았다. "잠시. 우리는 이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추격을 하면 어떨까요?"

"왜지?"

제니스는 마왕이 흘린 마석을 내보였다.
"어제 이 마석을 자세히 조사했습니다. 안에 정교한 마법진이 있었지요. 저 쪽에서는 마법을 못 쓰지만, 마력을 지우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가까이 가면 마력을 느끼지 못하는 거지요."

"그건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잖아."

"저는 몇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마왕은 우리가 접근하면 마력을 지울까. 우리가 멀리 떨어지면 느낄 수 있게 하면서."

나는 뭔가 알 수 있었다. "혹시 마왕이 마력을 지우는 것이 힘든 일인가?"

"그렇습니다. 마력을 지우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가 멀어지면 해제했다가 접근하면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죠."

미야가 물었다. "그럼 어쩌자는 거지?"

"이렇게 된 이상 장기전으로 가야 합니다. 저 쪽을 지치게 만드는 거죠."

"어떻게?"

"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에게 압박을 주는 겁니다. 지쳐서 마력을 지우지 못하도록."

"상대가 지친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거야."

"이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를 쫓는 겁니다. 가끔 거리를 좁히다가 마력이 없어지면 기다려 거리를 늘리고, 저쪽에서 쉬는 것 같으면 우리가 거리를 좁히고.
그렇게 상대를 압박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저 쪽에서 마력을 지우지 못할 때가 있거나 이동 속도가 떨어질 때가 있을 겁니다."

엘리자가 말했다. "결국 저들이 지치기를 기다리자는..."

나는 제니스의 전략에 찬성했다. "그 것이 좋겠어. 하지만 저들이 도시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지?"

"그 것은 문제 없습니다. 전의 마을에서 들었듯이, 여기는 도망쳐 온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만약 여기를 빠져 나가면 저들은 사람들에게 붙잡힐 겁니다. 도망친 범죄자나 노예로 생각될 테니까요."

결국 이들은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든 막다른 길에 스스로 들어온 셈이었다.

그 때부터 우리는 마왕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추적했다. 거리는 내가 뛰어가면 1분 정도. 우리가 빨리 이동해 거리를 좁히면 그들은 여지없이 마력을 지웠다. 우리가 정지하여 기다리면 잠시 후 멀리서 마왕의 마력이 느껴졌다.

제니스의 말대로 그들은 늪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늪지 끝에서 그들은 방향을 바꾸어 늪지의 외곽을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3개월 이상 그들과 추격전을 벌였다.

내가 마왕의 마력을 느끼고 있는데, 저들은 하루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거리를 좁히니 마력이 사라졌는데, 뒤로 물러서니 마력이 다시 느껴졌다. 그런데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제니스도 나와 함께 스캔 마법으로 그들을 감시했다. "하루 이상 움직이지 않네요."

옆의 미야가 말했다. "저 쪽이 지친 것 아닐까요? 당장..."

"그만. 함정을 만들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몰라."

"그럼 어떻게 하죠?"

"이대로 여기서 저들을 감시해야지. 지금까지처럼 도망치면 추격하고 멈추면 대기하면서."

제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도 대단하네요. 우리가 추격한 지 3개월인데, 아직도 도망칠 힘이 있다니..."

갑자기 엘리자가 하늘로 올라갔다. 한참을 공중에 떠 있더니 땅으로 내려왔다.

"엘리자, 하늘을 날 수 있어?"

"현정이 가르쳐 준 건데, 이제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늘에서라면 제니스가 저들을 볼 수 있지 않나요?"

나와 제니스는 놀라서 엘리자를 보았다.

"맞아. 엘리자와 함께 하늘에서 보면 내 스캔마법으로 저 쪽을 볼 수 있을 거야."

"당장 해 보죠."

제니스는 현정에게 했던 것처럼, 엘리자의 두 손을 엘리자 목에 두르고 안겼고, 엘리자는 제니스를 꼭 안고 그녀의 허리 뒤로 팔을 둘렀다.

"자아... 올라 가요."

엘리자와 제니스는 하늘로 올라갔다. 한참 하늘 위에서 떠있던 그들이 내려왔다.

"제니스, 그 쪽을 본 거야? 어떻지?"

"지금 그들도 휴식 중입니다. 마력을 보니 주변에 마석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서방님의 말이 맞습니다. 주변에 함정을 만들어 둔 것 같습니다."

"주변으로 통하는 길은 어떻지? 도주로는?"

"저 쪽에서 장소를 잘 선택했습니다. 추격하는 쪽도 도망치는 쪽도 길이 하나 뿐입니다. 우리가 접근하면 기척을 지우고 우리가 함정에 걸어 들어오길 기다리겠죠."

미야가 옆으로 왔다. "어떻게 하죠?"

"기다리지 뭐.."

"네?"

"저 쪽은 도망 다닌 지 오래라 가지고 있는 식량이 부족할 거야. 늪지에서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고, 함정을 파고 있는 상황에서 움직이기도 힘들어. 저 쪽이 이동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어."

"하지만 마력을 지우고 도망치면."

"다시 추격하는 거지. 저 쪽에서 마력을 지우고 장시간 이동할 수 없을 거야. 그러면 다시 따라 잡으면 되는 거지. 함정을 조심하며."

나는 무언가 생각났다. "잠깐! 제니스. 어떻게 마석이 있는 줄 안 거지?"

제니스는 웃으며 마석을 내밀었다.
"마석을 조사하니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죠. 돋보기로 조사해 마력의 흐름을 알았어요. 역으로 마석의 마력을 스캔 마법에서 볼 수 있도록 했죠. 그러니 상대의 마석을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상대가 마석으로 함정을 만들어도 대처가 가능한 거야?"

"그럴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마왕의 마력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내일 당장 추격을 재개할 거야. 이번엔 더 가까이."

다음날 새벽, 우리는 마왕의 마력을 향해 나아갔다. 마왕과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생각한 순간 마력이 사라졌다.

"또 시작이군. 마력이 사라졌어. 제니스. 주변에 마력이 없는지 살펴줘."

"마석들은 어제 그 장소에 그대로 있습니다."

우리는 늪지의 나무들을 뚫고 나아갔다.

그런데 주위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나는 즉시 걸음을 멈추었다.

"서방님, 뭐죠?"

햇빛이 주변 풀들을 비추니 잎에서 물방울이 반짝였다. 내가 만져보니 물이 아니었다.

"모두 피해."

나의 외침에, 엘리자는 제니스를 안고 하늘로 올랐고, 나와 미야는 공중으로 점프했다. 우리가 있던 자리에 불이 날라오더니 순식간에 불이 번졌다.

우리는 나무 위에 착지했다.

"서방님, 이건...."

"우리가 올 줄 알고, 길에 불을 지른 거야. 중간에 불에 잘 타는 기름을 뿌려두고 우리를 기다렸어."

불은 삽시간에 크게 올라 연기가 우리에게 까지 올라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큰 바위가 보였다.

"서방님, 저기 저 바위로."

나는 미야를 막았다. "안 돼. 저 곳도 함정일 거야."

엘리자는 하늘 위로 올라가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 곳에 물이 있어요."

나는 제니스를 안고 엘리자가 가리킨 방향으로 뛰었다.

그런데 착지하는 순간,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다리에 엄청난 통증이 왔다. 옆에 착지한 미야도 통증을 못 이기고 땅에 굴렀다.

"서방님, 이건..."

"그래. 마법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결계야."

미야가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 "제길. 이 자식... 죽여버리겠어."

쿵!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물이 밀려오는 소리가 났다. 물을 막아두었다 우리를 물로 쓸어버리려는 함정이었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우리 셋은 꼼짝없이 물귀신이 될 것 같았다.

순간 물이 오던 방향에 큰 바위가 떨어졌다. 그 바위로 인해 물의 방향이 바뀌었다.

"서방님. 괜찮으세요?" 엘리자가 땅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복합골절로 피가 나는 내 다리를 보며 힐링으로 내 다리를 치료했다.

"엘리자. 넌 마법을 쓸 수 있어?"

"네? 무슨 소리죠?"

제니스가 말했다. "아무래도 용의 마력은 막지 못하는 군요."

엘리자는 미야에게 가서 다리를 고쳐주었고, 미야는 일어서서 바위를 때리며 분풀이를 했다.

제니스는 주위를 살펴보다, 몇 개의 돌을 주웠다. 나에게 마력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저 멀리서 마왕이 도망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오늘은 추격을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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