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마왕의 외손자
내가 일어서자, 페트리아는 눈물을 흘리며 주위에 널린 자신의 옷을 입었다.
"왜 울지?"
"모르겠어요. 그냥 눈물이 흐르고. 기쁜데 눈물이 흘러요. 나도 모르게..."
"그 것이 여자의 행복이야."
"여자의 행복?"
"너는 진짜 여자가 된 거야?"
페트리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런 가요? 내가 진짜 여자가 된 건가요? 저는 정말 여자인 거죠? 남자가 아닌 거죠?"
"내 품에서 이렇게 기뻐하는 사람이 남자일 리가 없잖아?"
페트리아는 내 손을 잡고 내 뺨에 대었다. "저도 그럼 린과 같이 여자가 된 건가요?"
"물론. 넌 내 부인이 된 거야."
"그럼 린도... 제 소원이 이루어졌네요. 린과 같은 남자에게 시집가서 린과 같이 살고 싶었는데요."
"왜 그런 소원을 빌었지?"
"여자는 시집가면 남편의 집에 들어가고, 내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면 자주 만나지 못할테니까요. 같은 남자에게 시집가면 같은 집에서 살면서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소원이 이루어진 거네?"
페트리아는 내 품에 파고들었다. "그래서 기뻐요. 여자가 되어서, 린과 같은 남자에게 시집가서요."
내 품 안의 페트리아는 너무 순진했다. 엘리자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강아지의 느낌을 주었다.
멀리서 우리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다시 페트리아를 안았다.
일을 끝내고 페트리아와 팔짱 끼고 다시 해변을 걸었다. 뒤에서 우리를 따라오는 발걸음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했다.
"페트리아."
"네."
"너 정말 마법을 쓸 수 없는 거야?"
"배웠지만 쓸 수 없었습니다."
"마법을 배웠는데 쓸 수 없었다?"
"왕족이라면 어릴 때부터 마법을 배웁니다. 하지만 남자가 된 마왕만이 사용할 수 있죠."
"사용하지도 못하는 마법을 배웠다고?"
페트리아는 나에게서 떨어져 바다를 향해 손을 들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방금 페트리아를 안았을 때, 몸 속에 엄청난 마력과 온전한 마력회로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녀는 마법을 쓸 수 없었다.
나는 페트리아를 데리고 제니스를 찾았다.
"그러니까 페트리아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가요? 마력도 마법 회로도 온전한데?"
"그 거야. 페트리아는 마법을 배웠다고 하는데, 그 마법이 이상해. 우리가 아는, 제니스가 사용하는 마법과 완전히 틀려."
제니스는 페트리아의 뒤에 서서 그녀의 팔을 잡고 앞으로 들게 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마력을 모아 봐."
제니스의 명령에 페트리아는 손에 마력을 모았다. 마력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내 말을 따라해 봐. 어둠을 밝히는 자, 내 부름에 따라 그 모습을 현현하라. 라이트닝."
"잠깐! 기다려."
난 방금 제니스의 영창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했다.
"페트리아. 이 소리를 따라 영창해."
내가 조작하자 스마트폰에서 제니스의 목소리가 다른 언어로 들렸다.
페트리아는 그 소리에 따라 영창했다.
"어둠을 밝히는 자, 내 부름에 따라 그 모습을 현현하라. 라이트닝."
페트리아의 손에서 빛의 구슬이 생겨나 하늘로 떠올랐다. 그 빛은 우리 머리 위에서 페트리아를 비추고 있었다.
페트리아가 가장 놀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이건 어떻게...."
"페트리아. 넌 이런 기본적인 마법을 배운 적 없어?"
"전.... 이런 건 처음이에요."
"네가 배운 마법은 뭐지?"
"충격파, 신체강화. 고속이동, 파괴분쇄, 워프..."
모두가 전사들을 위한 마법이었다.
"힐링, 라이트닝, 스캔, 파이어볼, 아이스애로우와 같은 마법은?"
"배웠지만 쓰지 못했습니다."
"그럼 제니스 앞에서 해볼래?"
페트리아는 제니스에게 손을 들고 중얼거렸다.
제니스가 외쳤다. "그만. 그런 엉뚱한 영창은 어디서 배운 거지?"
"마왕이 쓰던 마법입니다."
제니스는 이마를 눌렀다. "도대체 어떤 마법을 쓰길래..."
"무슨 문제 있어?"
제니스가 말했다. "그런 영창이나 감각으로 마법을 쓴다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 아무래도 마왕만의 독자 마법으로 생각됩니다. 마왕만이 쓸 수 있는."
"그럼 페트리아가 보통의 마법이라면 쓸 수 있을 까?"
"지금 보니 가능할 것 같습니다."
페트리아가 놀랐다. "제가 마법을 쓸 수 있다구요? 정말? 지금 이 내가요?"
"지금 라이트닝을 성공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까지..."
"그건 네가 진짜 여자가 되었기 때문이야."
나는 고개를 돌려 숲을 향해 외쳤다. "그렇지, 린? 거기 있는 거 알아. 당장 나와!"
린은 숲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시고 계셨네요. 언제부터..."
"페트리아가 즐거워하는 모습. 너도 기뻐하며 보고 있었잖아?"
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니스가 물었다. "페트리아가 마법을 쓸 수 없다. 남자였다. 모두 거짓말이었어?"
"마왕의 자녀들은 남녀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 남자가 되는 것은 마왕이 되는 한명 뿐이지."
제니스가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페트리아는 마왕이 될 사람이 아니었지만, 마왕이 죽고 후보자들이 죽어가면서 마지막 마왕의 자녀가 된 거야. 원래 마왕이 될 사람이 아니었으니, 여자가 될 운명이었지.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어 남자가 되어 마왕이 될 마지막 사람이었고, 린은 페트리아를 남자로, 마왕으로 만들려 한 거야. 그렇지?"
페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니스가 물었다. "페트리아. 그럼 넌 원래 여자였던 거야?"
"마왕의 자녀들은 태어날 때 모두 여자로 알려집니다. 마왕이 될 한명을 제외하고는. 서방님의 말씀대로 남녀 모두의 특징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남성의 특징을 없애고 여자로 살아가죠."
"그럼 너는?"
"저는 만약을 위한 여분이었죠. 7명의 여분..."
"다른 사람들은?"
"죽었죠. 당신들의 손에."
"그렇다면 우리가 느낀 마왕의 기운은... 마왕의 후보들..."
"페트리아는 여분이기 때문에 마왕이 될 훈련을 받았던 거지. 마왕의 마법을 배우고. 쓰지도 못할 마법을 배우며 살았던 거야."
제니스가 혼란스러워 했다. "그럼 남자도 여자도 아닌 채 20년 가까이를 살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되는 거지?"
"18세가 넘으면, 마왕이 즉위하면, 다른 여분이 생기면 여자가 되요. 종종 남자라고 주장하며 적응 못하는 경우도 있죠. 마왕의 딸로 시집가고 아이를 낳고, 평범한 여자로서 살죠."
"그럼 너도?"
"저도 여자가 될 것이라고 믿고 살았죠. 아버님과 형님들이 죽기 전까지."
제니스는 린에게 고개를 돌렸다. "넌, 이 사람이 남편이라고 하지 않았어?"
린이 고개를 숙였다.
페트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린이... 나는 남자라며 억지로..."
여성에 의한 역 플레이...
제니스는 어이가 없는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 "페트리아. 넌 여자야, 남자야?"
"전 여자에요." 페트리아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옆에 있는 린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못했다.
제니스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린, 네 생각은 어떻지?"
린은 아무 말 못했다.
"대답해!" 제니스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 마왕의 혈통이 끊어지게 할 수 없었어요. 페트리아를 마왕으로 만들고, 안되면..."
"안 되면 네 아이를 마왕으로 만들려고 한 거야?"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페트리아의 마음을 생각해봤어?"
"개인의 마음보다 나의 나라와 나의 왕이 더 중요했습니다."
제니스는 화가 나서 린의 뺨을 때렸다.
"넌 페트리아의 마음을 생각해 봤어? 너에게 강제로 당하고, 남자가 되어야 하고. 페트리아의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아?"
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니스는 나를 쳐다보았다. "린을 어쩌실 거죠?"
"페트리아는 여자가 되길 원하고, 더 크게 원하는 것은 린과 함께 사는 거야."
"네?"
"페트리아가 원하는 것은 여자로서 린과 함께 사는 거야. 같은 남자에게 시집가고 싶다고 했어. 그래야 린과 같이 살 수 있다면서."
제니스는 황당한 얼굴로 린과 페트리아를 번갈아 보았다.
제니스는 날 보며 손을 흔들었다.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네요. 서방님께서 데려오셨으니 서방님께서 해결하세요. 저는 그럼...."
제니스는 흔들거리며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린, 페트리아. 너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뭐지?"
페트리아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모두 여기 있습니다. 이 것이 제가 원하는..."
린이 큰소리를 냈다. "이게 네가 원하는 거야? 여자가 되어, 그 것도 9번째 부인이 되는 것이 네가 원하는 거야?"
"린과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난 여자인 네가 싫어. 남자인 페트로니우스를 원하고 있어."
페트리아는 나의 품에 안겨와 린을 바라보았다.
"그럼 잘 봐. 내가 누구인지. 나는 페트리아야."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자신의 옷 속에 넣어 가슴에 가져갔다. 그녀는 린을 바라보다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 알고 있었다.
린은 고개를 돌려 우리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페트리아가 외쳤다. "잘 봐. 내가 누구인지. 린. 나는 페트리아야. 여자가 되어 서방님의 품에서 기뻐하는 페트리아라고. 잘 봐. 난 여자란 말야."
린은 그 자리에 서서 등을 돌려 나와 페트리아의 일을 쳐다보았다.
페트리아는 내 배 위에서 일어나 린에게 다가갔다.
"난 행복해. 내가 여자라서 행복해. 그리고 린이 여기 있어 행복해. 내 소원이 이루어진 거야. 같은 남자에게 시집가서 린과 함께 사는 것. 이제야 내가 원하는 대로..."
린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만! 그만해. 너는... 너는... 마왕이 되어 마왕의 나라를..."
내가 말했다. "왜 마왕이 남자의 혈통으로 이어지는 거지?"
린과 페트리아가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왕의 외손자는 안되는 거야?"
린이 말을 더듬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페트리아가 낳은 아들이 마왕이 되면 안 되는 거야? 꼭 페트리아가 마왕의 아버지라는 법은 없잖아? 어머니라도 괜찮은 거 아니냐고."
"마왕의 혈통은...."
"이미 없어졌어. 그런 낡은 율법 따위는. 마왕이 죽은 순간 사라진 거야."
둘은 아무 말 못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만약, 만약에 말야. 페트리아가 낳은 아들이 마왕의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면, 과거의 그런 일들은 쓸모없잖아? 유전병도 없어질 테고."
"우리도 시도해 봤어요. 마왕의 딸 중에 평범한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도."
나는 바다를 향해 손을 펴고 마력을 전개했다. 충격파로 바다에 100m 이상 줄이 생겼다.
"이 것이 마왕의 기술이지? 방금 페트리아가 쓰려 했던 마법이 아냐?"
린과 페트리아는 놀라서 아무 말 못했다.
"말해줄까? 이 것은 남자들만이 쓸 수 있는 마법이야. 여자들이 쓸 수 없는."
"하지만 왜 마왕의 외손자들은..."
"이런 기술은 오랜 기간 훈련이 필요해. 왜 여분들에게 어릴 때부터 가르쳐 왔는 줄 알아? 남자가 되어 이런 마법을 사용하려면 몸에 숙달될 필요가 있어서야."
페트리아가 배웠다는 마법들은 모두가 근접전투 중심의 전투기술이었다. 그런 기술들은 마법과 함께 체술과 무기 기술이 조합되어야 했다. 더구나 마왕의 특수 마법은 여성들이 쓸 수 없는 마법들이었다. 마력의 특성에서 여성이 쓸 수 없는 마법과 오랜 시간 수련에 의해서만 쓸 수 있는 기술의 조합. 그 것이 페트리아 세계에서 마왕의 독자 마법이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하는 페트리아가 당장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린이 물었다. "그럼. 마왕의 독자 마법은...."
"페트리아가 아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어. 내가 보장하지. 페트리아가 낳은 아들이 마왕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겠어."
"정말이신 가요?"
"나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
린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당신을 믿어보죠."
페트리아는 린을 껴안았다. "이제 된 거지? 린도 나와 함께 있을 거지?"
나는 두 사람을 놔두고 텐트로 돌아왔다.
..............
다음날 우리는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티리스는 물장난을 치는데,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린과 페트리아도 어울려 즐거워했다.
엘리자는 페트리아를 피하고 있고, 제니스는 두 사람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나는 마야와 같이 앉아 다른 사람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방님께서도 같이 즐기시는 것이 좋지 않아요?"
"내가 빠져 있는 것이 좋겠어. 린과 페트리아를 위해서도."
"그런데 전설이 사실이라니..."
"남녀가 한 몸에 동시에 있는 것?"
"마력 이상으로 생긴 기형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미인이 많다고 했는데, 페트리아는 상당히 미인이네요. 여자인 제가 보기에도."
"내가 원한 건 린이야. 페트리아는 덤이고."
"그런데 마야는 어떻게 안 거지? 페트리아가 여자라는 것을."
"우리 마족은 남자가 여자로 변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런 쪽으로 생각을 했죠. 설마 신체적으로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여자였대. 태어나고부터."
"저렇게 노는 모습을 보니, 남자였다고 믿어지지 않네요."
"완벽히 여자가 되니 즐거운 거야. 내 품에서 얼마나 좋아하던지."
"내숭인가요?"
"그런 말도 알아?"
나와 마야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제니스가 와서 내 옆에 앉았다.
"뭐가 불편해?"
"아직 믿어지지 않아요. 그 때 본 페트리아의 그 것이 생각나서..."
"저걸 봐. 완전히 여자잖아. 본인이 더 좋아하고 있어. 알아? 어제 밤에..."
"멀리서 서방님과의 소리를 들었죠. 그런 목소리를 내다니... 페트리아가 그렇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요."
나는 웃으며 페트리아를 불렀다. "페트리아. 이리 와봐."
페트리아는 비키니 수영복의 가슴이 흔들리며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 팔을 흔들며 달려왔다. 그 모습이 어떤 여자들보다 여성스러웠다.
제니스는 페트리아를 보고 질려했다.
나는 앉은 상태에서 팔을 벌렸다. "여기 앉아. 내 앞에."
페트리아는 내 앞에 앉아 등을 내 몸에 기대었고, 나는 팔로 페트리아를 안았다.
내 손이 배에 닿자, 페트리아는 얼굴이 붉어지며 신음 소리가 났다.
제니스가 질려하며 물어봤다. "페트리아... 너 정말 여자야? 서방님께 안기니 좋은 거야?"
"네, 정말 좋아요. 행복해요."
나는 페트리아의 뺨에 손을 대고 고개를 나에게 돌려 키스했다. 페트리아는 처음에 어색하게 움츠리다, 점점 대담해졌다.
제니스가 물었다. "서방님. 페트리아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아요. 얼마 전 여기에..."
"미야도 남자였어. 여자가 되어 곧바로 날 모셨는데?"
"남자였던 사람을..."
"그럼 지금 페트리아와 같이 세 사람이 해볼까? 제니스도 함께 말야."
제니스는 휘청거리며 일어나 우리에게서 도망갔다.
마야가 물었다. "페트리아. 정말 좋은 거야?"
"이제 저는 여자가 된 거예요. 빨리 완벽한 여자가 되어 시집가고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꿈이 이루어졌어요. 린도 함께 있어요."
"아이를 낳는 것은 나중이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부탁드려요. 아이를 낳을 때 린과 함께 임신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리고?"
"저는 딸을 낳고 싶어요. 린도."
내가 물었다. "린은 네가 아들을 낳기를 원하는데?"
"저는 아들이 싫어요."
"왜?"
"저의 형제들이 했던 고민들, 제 아이들에게는 없었으면 해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혼란에 빠져 괴로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너의 형제들이 그랬어?"
"저의 형제, 아니 자매들은 태어나서 모두 여자가 되어야 해요. 하지만 죽을 때까지 자기가 남자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며 항상 괴로워해요. 자기는 남자라고. 자기가 낳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다행히 여자이기를 바랬지만, 그런 괴로움을 가지고 사는 이모님들과 자매들을 봐왔죠."
"너는 여분이어서 성별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어?"
"여분은 항상 7명이 있어요. 18세가 넘으면 태어난 아이로 자리를 채우고, 저는 여성으로 확정되어 시집갈 준비를 하는 도중에 전쟁이 터졌죠."
"네가 마왕이 되기를 바랬어?"
"전혀요. 저는 이렇게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해요. 제가 남자가 될 일이 없으니까요."
마야가 물었다. "남자가 되기 싫어?"
페트리아가 심각해졌다.
"린과 도피하며, 린은 저를 침대에 묶 어놓고 옷을 벗겼죠. 자기도 옷을 벗고 내 몸에 올라와, 이제부터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날... 나도 울고 린도 울었죠.
시간이 있을 때마다 린은 나를 덮치며 빨리 자기를 임신하게 만들라고 했어요.
나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싫었다고?"
"내가 그런 기분을 느끼며 정말 죽고 싶었어요.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서... 그 날 린의 몸에서 나는 피를 보며, 린은 내가 자기의 첫남자고 남편이라고 했어요. 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린이 내 아이를 낳는다는... 끔찍했어요. 그래서..."
"그래서 아들을 낳고 싶지 않은 거야?"
"적어도 내 아이에게 그런 슬픔과 끔찍한 것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내가 물었다. "딸이면 괜찮을 것 같아? 아들을 낳을 수 있는데?"
"파르노님에게 들었어요. 마야님은 아이의 성별을 결정해 주실 수 있죠? 그러니 제가 아들을 낳지 않게 해주세요. 린도... 저와 린의 슬픔을 이대로 끝내고 싶어요."
마야는 페트리아의 손을 잡았다. "알았어. 그리고 고마워. 서방님의 부인이 되어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