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제니스의 슬픔
학교에 들어간 우리는 정상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에게 당한 민지는 밝은 얼굴로 수업을 했다. 그런 민지를 보며 파르노와 제니스는 질린 표정이고, 현정은 관심 없다는 듯 공부에 열중했다.
점심 시간에 나와 현정은 마왕성에서 둘 만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내 방에서 현정과 함께 식사하며 즐겼다.
점심 급식이 있지만, 우리 반은 특별대우라 반 전원이 마왕성 안에서 식사를 했다.
나와 현정을 빼고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데, 벨은 아직 적응이 안되어 어색해서 티리스가 많이 도와주었다고 했다.
현정과 함께 나는 중앙 회랑으로 돌아왔다. 모두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나와 현정이 같이 있었다는 것을 보고 마야가 더 기뻐했다. 부인들 중에 마야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현정이다. 능력으로도 인격으로도.
"서방님. 중요한 일로 오시라고 했습니다."
마야의 말에 나와 현정은 자리에 앉았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이 아이가 세상에 나옵니다. 그러니 다른 부인에게서 이 아이의 동생이 생겼으면 합니다. 그러니 다음은 미야가 좋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미야에게 쏠렸다.
미야는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이다.
나도 1년 전에 남자였던 미야의 임신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남자로서 미야의 기분을 알 것 같다.
오랜 시간을 남자로 살다 갑자기 여자가 되었을 때, 미야는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마법에 의해 나를 사랑하도록 강제되어 있지 않았다면, 미야는 우울증에 빠져들었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미야를 배려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미야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미야. 할 말 있어? 네가 싫다면 거부해도 좋아."
미야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싫습니다..."
마야는 미야를 노려본다.
"남편의 아이를 낳는 것은 부인의 의무다. 넌 여기 부인들 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다. 그럼 두 번째 아이는 네 몸에서 태어나야 한다. 알고 있는 것이냐?"
마야의 목소리가 커지자 난 둘 만의 대화로 마야에게 말했다.
‘마야. 미야에게 강요하지마.’
‘하지만 서방님. 미야에게는 당연한 일입니다. 부인들의 서열에서 2세의 출생 순서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 아이 다음은 반드시 미야의 아이이어야 합니다. 만약 미야의 아이가 다른 사람들의 아이들보다 어리다면, 이후 부인들과 아이들 서열에 문제가 생깁니다.’
‘네가 미야을 특별 대우하는 것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미야의 감정도 중요한 문제야. 여자로 변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아이를 가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야. 남자로서 생각한다면.’
마야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배를 문지른다. ‘하지만 이 아이를 위해서, 바로 밑의 동생은 미야의 소생이어야 합니다.’
‘그럼 둘째를 가지는 문제를 미루면 돼.’
‘그 것도 좋지 않습니다. 미야가 낳을 아이는 내 아이의 본처가 되어야 합니다.’
결국 그런 생각이었나?
‘2살 차이던 10살 차이던 큰 문제는 없잖아? 그러니 미야에게 좀 더 시간을 줘’
마야는 시선을 다른 부인들에게 돌린다.
"서방님께서는 아직 두 번째 아이를 원치 않으신다고 하셨다. 그러니 이 일은 좀 더 미루도록 한다. 그러나 미야! 너는 내 아이의 바로 밑 동생을 낳아야 할 몸이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라. 조만간 너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
미야는 고개를 끄덕인다.
마야는 시선을 제니스에게 향했다.
"제니스, 미야가 임신하면 다음 너다. 너도 마음의 준비를 해라"
제니스의 얼굴에 당황이 비춰졌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오후 수업이 시작되었다.
7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제니스는 나에게 면담을 요청해, 그녀와 함께 옥상으로 갔다.
"서방님. 할 말이 있습니다."
"오전의 민지 이야기라면, 내가 이미 해결했어."
"아니 제 이야기입니다. 절 언제 풀어주실 거죠?"
"풀어준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었는데, 내 부인인 것이 싫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전 돌아가고 싶습니다."
"돌아가려 해도 네가 갈 자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잖아?"
제니스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래도 돌아가고 싶습니다. 여기에서 사는 것보다 내 삶을, 내 아들을 되찾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프랑크는 내 품에서..."
"난 16세에 부모에게서 독립했어. 프랑크는 20이 넘은 성인이야. 네 도움을 받을 나이가 아니야."
"아닙니다. 프랑크는, 프랑크는 제 아들입니다. 제가 보살펴야할 아들입니다. 전 반드시 돌아가 프랑크를 돌봐줘야 합니다.
서방님 부탁입니다. 저를 아랑 왕국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지금 당장. 전 돌아가야만 합니다."
"벨을 봐서 알잖아? 여기서의 한달이 그 쪽에서는 몇 십년일지 몰라. 파르노의 경우에도 여기서 5개월이었지만, 그 쪽에서는 20년 가까이었어. 지금 네가 돌아간다고 해도 7개월이 넘은 그 곳에서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 몰라. 이미 프랑크는..."
"아닙니다. 프랑크는 살아있습니다. 살아서 아직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를 부르고 있어요. 빨리 가서 그 아이를..."
이미 성인이 되어 자기 품을 떠난 아들. 그 아들을 인정 못하고 아직도 잊지 못하는 바보 같은 어머니가 제니스다.
아들은 그녀를 부담스러워해, 나에게 제니스를 사라지게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런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고 이 곳으로 데려왔다.
제니스는 아직 모르고 있다. 아들이 자기 어머니를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증오하는지를.
마왕의 나라를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간 이후에도 우리 일행은 원래 세계로 돌아오지 못했다. 프랑크의 왕권을 위해, 제니스는 마왕을 포로로 잡아 우리가 모르는 장소에 숨겨 놓았다. 이후 우리의 힘을 자신과 아들을 위해 사용하려 했다.
제니스의 맹목적인 사랑으로 프랑크는 왕위를 지켰지만,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켰다. 제니스로 인해 죽은 아들을 안고 프랑크는 울부짖었다.
그런 프랑크를 위로하기는커녕, 제니스는 아들을 잃은 불쌍한 여인을 죽음으로 몰았다.
나의 노력으로 되찾은 왕의 권위에, 주변 신하들은 두려움으로 프랑크를 몰아붙였다. 그들은 프랑크의 어머니인 제니스를 폐위시키고 죽이려 했다.
나는 우선 그의 아내를 움직여 신하들을 진정시켰다.
모자간의 집착이 낳은 비극. 그 것을 진정시켰던 것이 미야였다. 미야는 망설이던 나와 마야 대신 제니스를 사로잡아 왔다.
미야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프랑크는 제니스를 죽였을 것이다.
그렇게 왕국을 진정시켰지만, 프랑크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자기 어머니를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나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조건을 걸었다.
우리는 프랑크에게 마왕의 인도를 요구했다. 조건은 제니스를 여기로 데려오는 것.
프랑크는 우리 앞에 마왕을 끌고 왔다. 그리고 그는 자기 어머니를 죽이지 말라고 요구했다.
마왕을 죽이고 원래의 세계에 돌아온 우리는 제니스를 우리들의 세계에 데려왔다.
제니스는 이 곳에서도 프랑크가 자기를 죽이도록 애원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자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지금의 제니스는 아직도 프랑크를 원하고 있다. 자기 아들이 자기만 사랑할 것을 강요했던 그 어머니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죽여왔던 아들의 여인과 자녀를 망각한 채.
울고 있는 제니스를 놔두고 난 계단을 내려간다. 내가 해 줄 수 없는 일이다.
....................
다음날, 제니스는 등교를 거부했다.
파르노가 다녀온 이후, 나를 보며 고개를 가로로 흔든다.
오늘은 제니스를 그냥 놔두기로 하고, 등교했다. 부인들은 모두 얼굴이 굳어져 있다.
제니스는 마법 지식에서 부인들 중에 가장 으뜸이고, 실전 경험도 많다.
다른 부인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고, 전투에도 가장 많이 참가했다.
부인들 중에서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가장 힘든 곳에서 그녀가 있었다.
그 것이 너무 힘들어 페트리아의 일 이후, 그녀를 소환에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솔직히 나는 제니스를 다시 보낼 마음이 없다. 제니스가 돌아간다 해도, 그녀 앞에는 아들의 칼날이 기다렸다. 아랑의 누구도 그녀가 돌아오길 바라지 않는다.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점심 시간에 파르노가 면담을 요청했다. 나는 마왕성 안의 내 침실로 그녀와 함께 갔다.
파르노가 날 규탄할 태세다. "어떻게 그런 약속을 하신 거죠?"
"여기는 둘 만 있어. 평소대로 해."
파르노는 숨을 고른 후 큰 소리로 말했다.
"좋아. 아나킨. 도대체 왜 그런 약속을 한 거지? 지키지 못할 약속을."
"그 때는 어쩔 수 없었어. 제니스를 데려와야 했으니까."
"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니스는 내가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녀는 돌아갈 곳이 없어.
우선 그녀의 아들이 그녀를 두려워해. 죽이려고 해."
파르노는 아무 말 못했다.
"그녀의 정치적 선택에 의해 나라가 쪼개지고, 질투로 인해 며느리와 손자가 죽었어.
그 것을 눈으로 본 신하들은 그녀를 죽여 달라고 나에게 요구했어.
아들은 끝까지 망설였지만, 내전의 위기에서 선택이 없었어. 나는 제니스를 죽이는 대신 여기에 데려온 거야."
"그럼 제니스가 돌아간다 해도..."
"아들의 칼이 기다리고 있겠지."
파르노는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그럼 제니스가 이 사실을 알고 있어?"
나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말해. 제니스가 알아야 할 일이야."
"그렇다면 제니스가 얼마나 충격 받을지..."
"너... 제니스를 사랑하는 구나."
나는 놀라서 파르노를 바라보았다. "내 부인을 사랑하는 것이 뭐가 잘못된 거지?"
파르노는 웃으며 나를 안아주었다. "그래. 아나킨은 그런 사람이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솔직히 나는 이런 파르노의 행동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파르노의 남편, 이렇게 어린 애 취급 받는 것이 싫다. 나는 파르노를 안고 침대에 내 던졌다.
하교 후, 저녁 식사에 제니스는 빠졌다. 나는 파르노를 보았다.
식사 후, 마물에게 제니스를 위한 식사를 들고 그녀의 방에 파르노와 함께 갔다.
방 안에 들어가니, 나무로 깎은 인형과 소년의 그림으로 방 안이 가득차 있었다. 모두 아기와 10세 전후의 어린 소년의 모습. 어린 시절 프랑크의 모습이었다.
전보다 그 양이 늘고, 점점 정교해지고 있었다. 그림도 이제는 프랑크의 모습과 비슷해졌다.
제니스는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는데, 나를 보고도 반응이 없었다.
파르노는 침대에 뛰어들어 제니스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누른다.
"그만! 그만해." 제니스가 이불을 쳐내며 일어나, 나를 노려보았다.
"제니스, 내 이야기를 들어줘."
나는 제니스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아랑 왕국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
내 손을 통해 기억이 전달되자, 제니스는 충격을 받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프랑크가... 프랑크가... 그럴 리 없습니다."
"그랬어. 마지막에 널 죽이지 말아 달라고, 그래서 너를 여기에 데리고 온 거야."
"아니에요. 프랑크가 날..."
제니스는 울먹였다.
"네가 메리와 프랑크를 죽인 그 때부터, 프랑크는 미쳐버렸어. 그 것을 루나가 진정시켰지만, 유먼과 코르티즈는 널 죽이라고 프랑크를 몰아세우고..."
"아니에요. 프랑크는... 프랑크는.... 아아악!"
제니스는 머리를 잡고 흔들며 비명을 질렀다.
파르노가 내 어깨를 잡자, 나는 두 여자를 두고 제니스의 방을 나섰다.
방 안에서 제니스의 비명 섞인 울음이 들려왔다.
.......................
다음날부터 제니스는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파르노가 가서 제니스에게 식사를 가져갈 뿐, 누구도 제니스를 만나지 못했다.
현정이 나선다. "제니스를 이대로 둘 거야?"
"우선 제니스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해."
"무슨 현실?"
"자기가 아들과 나라를 망친 사실."
현정이 아무 말 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제니스를 돌려보낼 거야?"
"아니.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제니스는 갈 곳이 없어."
"파르노에게 대충 들었어.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나는 현정의 손을 잡았다. "그러니 부탁해. 너와 리나의 도움이 필요해."
제니스가 방에 틀어박힌 지 며칠이 지나고 금요일 저녁. 리나와 현정이 방에 들어가 제니스를 끌고 나왔다.
제니스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목욕을 안 해 몸에서 냄새가 났다.
리나는 제니스를 식사 자리에 앉혔고, 그 옆에 앉았다.
마물들이 식사를 가져오자, 리나가 고기를 포크에 꽂아 제니스의 입에 가져갔다.
제니스는 거부하려고 머리를 흔들지만, 리나가 입에 닿게 만들었다. 제니스는 입을 다물고 먹지 않았다.
리나는 웃으며 고기를 입에 물고 씹다가, 제니스의 양 볼을 잡고 키스했다. 리나의 입에 있던 음식이 제니스의 입 속에 넣어진 것이 보였다.
제니스는 음식을 뱉어내고 소리쳤다. "뭐하는 거야?"
"뭐긴? 먹여주는 거지."
리나는 포크에 고기를 찍어 제니스에게 내밀었다. "먹어. 얼마나 맛있는데."
"싫어..."
"먹지 않으면 내가 먹을게." 리나가 포크의 고기를 입에 넣고 씹었다.
그러다 다시 일어서 제니스에게 키스하려 했는데, 제니스가 팔로 리나의 얼굴을 잡고 밀어내려 했다.
"무슨 짓이야? 더럽게..."
리나는 입 속의 고기를 삼키고 말했다. "제니스가 먹기 싫으면 내가 먹여 줄려고."
황당하게 쳐다보는 제니스 앞에서 리나는 흐흐.. 하며 웃었다.
제니스 얼굴에 웃음이 생겼다.
제니스는 리나의 손에서 포크를 뺏어들고 마구 먹기 시작했다. 씹으며 집어넣고, 삼키기 힘들면 와인을 마시며, 마구 먹었다.
너무 급히 먹어 음식물이 옷에 튀었고, 입 주위에 소스가 묻어 더러워졌다.
평소 절도 있는 행동을 하던 제니스가 아니었다.
제니스는 아예 스프 접시를 두 손으로 들고 마셨다. 너무 빨리 마셔서 마시는 양보다 흘리는 양이 더 많았다.
스프를 마시고 빵과 고기를 도구가 아닌 손으로 집어 먹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과격히 먹는 모습에 주위 사람들이 아무 말 못하고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다 먹고 제니스는 식탁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흐흑. 흐흑. 후에엥... 후앵..."
보통 때와 다른 어린애의 울음소리였다.
제니스가 울고 있는데, 파르노가 나에게 눈빛을 보냈다.
나는 일어서 제니스의 팔을 잡고 일으킨 후, 공주님 안기로 안았다.
제니스는 내 품에 안겨서 내 가슴을 세게 두드렸다.
"미워요. 서방님. 미워요. 서방님은 나빠요. 나빠요."
울면서 계속해서 내 가슴을 두드렸다.
나는 제니스를 안고 목욕탕으로 워프 했는데, 리나가 따라왔다.
옷 입은 채로 탕에 들어가기까지 제니스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 셋은 목욕을 같이 했다.
...................
다음날 아침, 나는 제니스, 리나와 함께 성 밖을 산책했다. 어제 제니스는 나와 리나와 함께 했다. 리나의 서비스를 받으며, 제니스도 기쁜 듯 했다.
성 밖으로 나오니 현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셋은 성 밖에 있는 농장으로 향했다. 그 농장은 티리스가 만든 곳이었다.
도착하니 마물들이 우리를 위해 양젖과 빵을 만들어 두었다. 치즈와 빵을 먹으며, 제니스의 얼굴도 풀렸다.
지금 제니스의 모습은 너무 불쌍해 보였다. 원래 마른 모습에 며칠 간 제대로 먹지 못해 더 말라서 얼굴에 뼈가 보일 정도였다.
빵과 양젖을 먹으며, 현정과 리나는 제니스의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었다.
제니스는 파르노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 친하지만, 그녀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들은 현정과 리나이다. 세 사람은 같이 마왕과 생명을 건 싸움을 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전우와 같은 감정이 생겨났다. 특히 현정은 제니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적이 있었다.
세 여자의 수다를 들으며, 제니스가 회복된 것이 느껴졌다.
리나가 나를 보며 제니스에게 말했다.
"제니스, 만약 서방님께서 널 떠나보내면 어떻게 할 거야?"
제니스는 놀라서 아무 말 못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여기서 확실히 말하지. 제니스가 날 떠나지 않는 한 나는 절대로 제니스를 보내지 않아."
현정이 물었다. "제니스를 보내지 않겠다면, 넌 제니스를 어떻게 생각하지?"
"제니스는 나의 부인 중 하나야. 모든 부인들에게도 해당 되지만, 스스로 떠나겠다면 잡지 않지만 내가 떠나라고 말하지 않을 거야."
"제니스도?"
"만약 제니스가 나를 떠나겠다고 하면 나는 다시한번 생각하라고 애원하겠어."
제니스가 물었다. "왜죠?"
"너는 나와 가장 많이 함께한 사람이니까. 나의 부인들 중에 네가 제일 많이 고생하고,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까."
제니스는 고개를 숙였다. "저는... 돌아가고 싶습니다."
"약속할게. 돌아갈 기회가 있으면 돌아가게 해 주겠어. 전에 말했듯, 우리와 그 쪽의 시간 흐름이 틀려. 네가 간다 해도 프랑크가 살아 있을지 몰라. 만약에 돌아가서 프랑크가 살아있다면, 네가 남기를 원한다면, 나는 네 소원을 들어주겠어."
제니스는 조금 생각하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약속하시는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전처럼 내 곁에서 현명하고 냉철한 제니스로 돌아와 줘."
제니스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가지 더 부탁이 있다면, 조금 살이 쪘으면 좋겠어. 어제 너를 안으니, 살이 없어 재미 없어."
제니스와 리나가 웃었다.
"서방님. 제가 그렇게 말랐나요?"
"그건 사실이지. 너무 살이 없으면 남자가 안기가 싫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