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0화 〉여름 휴가에서(2) (80/148)



〈 80화 〉여름 휴가에서(2)

다른 사람들이 자는데, 나는 엘리자와 파르노를 선택했다. 두 사람 모두 용의 화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몸에 용의 영혼이 들어가서 용의 영혼들은 직접 나와 대화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체를 이용하면 할 수 있었다. 내 몸의 일부가 그 몸 안에 들어가면 소통이 가능했다.

파르노와 키스하며, 용과 대화할 수 있었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너는 왜 신전에서 굳어져 있었던 거지?”

‘마왕이 나를 제압하고, 내 영혼을 분리시켰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이냐?’

‘아니! 마왕의 성에 있었지만, 인간들에게 빼앗겨 버렸다.

뭔가 와닿는 것이 있었다.

나는 엘리자에게 키스하면, 그 안의 용에게 물었다.

‘너는 마왕에게 패해 땅에 묻혀 있었는데, 그럼 마왕에게 복종하기 위해 그런 건가?’

‘용은 자신을 이긴자에게 복종해야 한다.’

‘그럼 너는 마왕에게 진 것인가?’

‘그렇다.’

‘내가 널 이겼기 때문에 나에게 복종하는 건가?’

‘그 것도 있지만, 너는 다르다. 너는 나를 부인으로 삼았다. 그 것은 다른 기쁨이다.

‘기쁨?’

‘이 여자가 너에게 안겨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르는가? 용은 강한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기쁨이다. 거기에 너는 사랑받는 기쁨도 알게 해 주었다.’

‘나에게 사랑받는 것이 좋아?’

‘이 여자가 기뻐하는 것 만큼 나도 기쁘다.’

나는 파르노의 용에게 다시 물었다. ‘너는 나의 부인의 몸에 들어가 좋은가?’

‘좋다. 이렇게 기쁠 수 있다니, 이런 기쁨을 모르고 살았던 세월이 아쉽다.’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용은 자신의 이긴자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용은 주인의 지배를 받을 때 기쁨을 느낀다. 거기에 너는 부인으로 사랑받는 기쁨까지 알게 해 주었다.’

‘그럼 너는 이 생활에 만족하나?’

‘너와 헤어지라고 하면 절대 그럴 수 없다. 이런 기쁨을 알아버린 나는 너를 떠날 수 없다.’

엘리자의 용에게 물었다.

‘마왕이 남자만이 가능하다는 것은 뭐지?’

‘나도 마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단지 마왕은 우리 용들과 같이 신이 만든 것이다.’

‘신이 용도 마왕도 만들었다?’

‘마왕은 인간들을 위해 우리와 싸우도록 신이 만든 인간이다. 우리는 마왕에게 질 수 밖에 없다.’

‘너도?’

‘나는 마왕에게 패해 그 자의 소원대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럼 왜 내 명령을 따라 여기에 온 거지?’

‘마왕이 사라진 상태에서 너에게 졌기 때문이다.’

‘너도 지금 생활에 만족하나?’

‘너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대화 결과, 용의 화신들의 나에 대한 사랑은 확고했다. 그녀들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용과 마왕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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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나는 제니스와 티리스를 불렀다. 표면적인 이유는 티리스의 위로.

티리스는 내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티리스의 손을 잡았다. "티리스, 너무 서두르지마. 네가 나를 모실 때에 더 잘하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저는... 서방님에게 안기고 싶어요. 다른 부인들처럼..."

"파르노나 엘리자처럼?"

티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티리스를 안고 키스하며, 아리아와 대화했다.

‘아리아, 내가 안아주지 않아서 불만이야?’

‘불만이 커. 다른 용들은 사랑받는데, 나만 그렇지 못하니.’

‘너도 다른 용들처럼 사랑받고 싶어?’

‘너는 몰라. 다른 용들이 얼마나 즐거워하고 기뻐하는지.’

‘너도 그렇게 되고 싶어?’

‘하루빨리. 너에게 사랑받는 용들을 보며, 나도 너에게 사랑받고 싶어. 그 사랑이 무언지 잘 모르지만.’

‘너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너는 마왕에게 지지 않았는데 왜 땅에 숨어있었던 거지?’

‘우리는 마왕을 이길 수 없어. 그렇게 만들어졌어.’

‘그래서 마왕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래.’

‘그럼 나는?’

‘너는 나를 이긴 것 외에도 나를 부인으로 삼았잖아? 이긴자에 대한 복종이야.’

아무래도 아리아에게는 나에 대한 사랑이 적은 것 같았다.

‘그리고 불만이 있다면, 어제부터 이 여자에 대해 다른 지배가 생기기 시작한 거야.’

‘뭐?’

‘어제 이 여자 몸에 마력이 들어온 이후로, 이 여자의 몸과 마음이 달라졌어. 너에 대한 감정이랄까? 많이 달라졌어.’

‘어.. 어떻게?’

‘전에 너에 대한 감정은 생명의 은인,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었다면, 어제부터는 너에게 안기고 싶다라던가 하는 감정이 새로 생겨났어.’

그럼 마야의 마법진 때문인가?

‘마력에 의한 지배인가?’

‘그런데 이상해. 왜 너의 마력이 아니라, 그 여자의 마력인 거지?’

그 말을 들은 순간 머리가 차가워졌다.

우선 티리스에게서 입을 떼었다. 티리스는 숨이 차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은 그제의 티리스와 달랐다. 소녀의 눈이 아니었다.

"미안, 티리스..."

"아니에요. 이 것 밖에 못하는 제가 너무 죄송해요."

제니스가 티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나와 서방님을 봐줄래?"

제니스를 안고 있는데, 나는 한쪽 팔을 벌리고 티리스를 바라보았다. 티리스는 내 팔에 머리를 대고 안겨왔다.

나는 제니스에게 물었다. "제니스, 지금도 아랑에 돌아가고 싶어?"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난 너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저도 서방님 곁을 떠나기 싫습니다."

의도한 물음을 던져 보려했다.

"만약, 내가 마야를 버리고 너를 본처로 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지?"

제니스가 놀라서 몸을 일으켜 나를 내려다보았다. "서방님, 무슨 말씀이시죠?"

"만약, 네가 아랑에 정착한다고 하면, 나도 너를 따라서 아랑에 살 생각도 있어. 마야가 반대한다고 해도.
그렇다면 마야 대신 네가 내 본처가 되어줄래?"

"절대...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서방님의 본처는 마야님입니다. 두 분이 행복하신 것이 제 소원입니다."

이건 너무 많이 오버인데?

"아랑에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야. 그럼 네가 본처가 되는 거야. 그럴 수 있는 것 아냐?"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서방님의 본처는 마야님이십니다. 제가 어찌... 저는 마야님을 위해 부인의 의무를 다하는 겁니다."

나는 웃는 척했다. "너무 오버하지마. 그냥 해본 말이니."

"꿈에서라도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서방님과 마야님이 헤어지신 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니스의 눈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진심이었다.

한나라의 여왕이었던 사람이 이렇게 마야의 일에 자존심을 버리다니...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제니스의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의문이 생겼다.

"티리스도 그래?"

"저도 서방님과 마야님이 같이 행복하셨으면 해요."

아무래도 이건 아니었다. 일부다처제에 대한 의식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본처와 부인의 인식이 분명한 것은 이상하다. 신분의 차이가 있다면 몰라도, 질투조차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나의 부인들에게 어떤 일이 있는 것인지 알아야 했다. 그리고 마야의 일도.

..........................

밤이 되어 나는 현정과 함께 해변을 걷다가, 숲 속으로 이끌고 들어갔다.

"숲 속에서 하자는 거야?"

"아니! 너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네가 어제 한 말에 대해."

"내가 무슨 말을 했다는 거지?"

나는 현정을 안고 키스를 했다. 그런데 라노크가 불러지지 않았다. 현정은 특별했다.

갑자기 해온 키스에 현정도 당황했다.

나는 현정을 나무에 기대게 해놓고, 두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너는 술김에 많은 것을 말했어. 역대 마왕들에 대해, 마야와 미야에 대해."

현정이 놀라서 입을 가렸다.

"뭐지?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해!"

현정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몸의 라노크에게서 많은 것을 알았어. 마야씨의 거짓말도. 마야씨는 역대 마왕들의 부인들이 천명 이상이라고 했지만, 거짓말이야. 마왕들의 후궁들은 10명 정도였어.
하지만, 그 전의 마왕들은 정말로 천 명 이상의 여성들을 거느렸어. 6대 마왕까지."

"6대 마왕이라면 라노크를 봉인했다는 마왕?"

"그래. 그 이후의 마왕들은... 제대로 남자 구실을 못하는 사람들이었어. 마야씨의 할아버지 때부터는 남자라고 할 수 있는 마왕의 후손이 손에 꼽을 정도였지. 그리고..."

"미야도 여자였던 거야? 페트리아처럼?"

"그 것이 마왕 가문에 내린 저주야. 제대로 된 남자가 없는..."

"그럼, 미야, 아니 세쓰는?"

"미야씨는 그 중에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었지만, 아이를 만들 능력이 없었어. 보통 그런 경우 여자로 성전환 시켜 마왕의 후궁이 되는 것이 보통이었대."

"미야는 남자로 생각되었고, 마왕이었던 거야?"

현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라노크가 인정한 마왕은 6대 마왕이 끝이야."

"그런데 어떻게 마왕이 이어져 온 거지?"

현정의 설명을 듣고 놀랐다. 마야가 여자이면서 마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설마... 제대로 된 남자가 없으니, 여성 중에서 마야가 선택된 거야?"

"세쓰는 엄격히 말해, 남자라고 할 수 없으니까. 지금 미야씨로 된 것이 옳은 것인지 몰라."

나는 다리의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나를 속여온 마야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라노크는 말했어. 마야가 제대로 된 아들을 낳을지 의문이라고."

나는 놀라서 현정을 바라보았다.

"그런 저주가 걸린 일족이야. 마야씨도 미야씨도."

내 아이까지 그런 일이 있다니...

나는 하늘을 보며 웃었다. 아무리 마야를 사랑해도 나를 속인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현정을 바라보았다. "현정아. 너는 용이 몇 마리 남아있는지 알아?"

"나도 잘 모르지만, 신이 만든 용이 12마리라고 들었어."

내 계산으로는 두 마리의 용이 남아있다. 제니스의 세계와 티리스의 세계.

나는 현정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를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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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점심 식사를 하며 모두 모인 자리에서 현정이 말했다.

"마야씨. 부탁이 있어요. 저도 재신이, 아니 서방님을 모시는 일에 동참하고 싶어요."

모두가 의아한 얼굴들이었다.

"어제 재신이하고 대화해서 결심한 거예요."

"어제 현정이에게 말했어. 정말 내 부인이 될 생각이 있냐고, 있다면 내 밤시중 담당에 참가하라고."

마야가 기뻐했다. "잘 생각했다. 그럼 여기서 부인의 계약을..."

현정이 마야의 말을 막았다. "아직 부인이 될 생각은 없어요. 단지 하나씩하나씩 서방님에게 가까워지기를 원하니까요."

"어째든 현정이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다행이야. 조금씩 내 곁으로 오고 있으니까."

"그렇군요. 아직 불만이 많지만, 그런 결심을 내린 것이 다행입니다."

"묻고 싶어요. 제가 서방님을 모시면서도, 임신을 피할 방법이 있나요?"

제니스가 말했다. "부인의 계약 정도는 아니지만, 피임의 마법은 있어."

"뭐? 그런 것이 있어? 그럼 진작에."

"마법이라도 완벽한 것이 아니야. 그리고 현정은 더 좋은 방법이 있잖아?"

물론 현대 물질 문명의 방식이 있지만... 내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고...

"그래도 그런 마법이 있잖아? 나에게 가르쳐줘."

내가 현정의 말을 막았다. "우선 네 자리를 정하는 것이 먼저야."

나는 부인들을 돌아보았다.
"소환에 갈 때, 누구를 데리고 갈 지는 내가 정하겠어. 밤시중 상대가 따라가는 것이 좋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조합이 좋지 않아. 그러니 소환과 밤시중을 따로 생각하겠어. 밤시중 상대가 아니라도 소환에 갈 수 있다는 말이야. 알았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야와 현정, 티리스나 민지와 제니스, 파르노와 페트리아, 엘리자와 벨, 린과 리나. 이런 식으로 정하겠어. 티리스는 당장은 참가할 수 없지만 학교 때에 나와 함께 있고, 제니스와 함께 하며 마음에 준비를 하도록 해."

티리스가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조합한 것은 오로지 밤시중 때문이야. 그런 조합이 마음에 드니까.
미야와 민지는 두 사람 모두 학교에서 내 옆에 있을 수 없으니, 한 사람 만이라도 내 곁에 있어야 해. 현정아! 알겠지?"

"서방님이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

마야가 말했다. "서방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나는 현정을 보며 어제의 약속을 떠올렸다.

어제 밤. 나는 현정과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의 일을 의논했다.

"내가 도울 일이 뭐지?"

"너는 전에 내가 소환 가는 것을 알고 따라왔지? 그럼 다음에도 가능해?"

"그거야... 네 곁에 붙어있다면... 3m이내라면 알 수 있어."

"다른 용의 화신들도?"

"그럴 거야."

"내가 생각하는 일을 마야가 알아서는 안 돼. 그러니 용의 화신들이 같이 소환 가야할 필요가 있어."

"용의 화신이라면... 나, 파르노, 티리스, 엘리자. 그렇게 4명?"

"그리고 린도."

"린? 린이 용의 화신이라고? 언제?"

"전에 내가 혼자 소환에 다녀온 때에."

"그럼 넌... 너 혼자 돌아온 것이 아니라, 용을 데리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다음 소환에서 용들을 모두 끌고 가야 해. 그러니까 네가 내 옆에 있어야 하지."

"하지만, 내가 24시간 너에게 붙어 있을 수 없어."

"그 일은 내일 말해줄게."

나는 용의 화신- 현정, 티리스, 엘리자, 파르노를 따로 별궁 안으로 모았다.

"내가 모이라고 한 것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용의 화신들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다음 소환에 모두 함께 갔으면 해서야."

"우리 모두 가요?"

"한번 소환에 일이년 이상 걸리는데, 너무 힘들어. 그래서 많은 수가 나와 함께 갔으면 좋겠어. 현정에게 들었듯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용들이라 내가 소환에 떠나면 알고 나를 따라 올 수 있어. 그렇지?"

티리스가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한사람뿐이잖아요. 서방님 곁에 있는."

"그래서 만약 내가 여기 중 한 사람을 데리고 간다고 하면, 모두 따라오는 거야. 그러면 되지 않겠어?"

파르노가 말했다. "그것이 좋겠네. 우리 모두 용들이라 연결되어 있으니, 한 사람이 모두에게 전달하면 모두 갈 수가 있겠어."

"모두 동의하지?"

4명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서로 연락방법을 정하도록 해. 현정이가 해줘."

현정은 4명에게 연락 방법을 의논했다. 먼저 내가 같이 갈 사람을 정하면, 그 사람이 모두에게 연락해 같이 소환에 떠나는 것이었다.

이후 현정은 린에게 따로 방법을 알려줬다.

이후 2학기가 시작되기까지 별다른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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