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2화 〉반란의 시작 (82/148)



〈 82화 〉반란의 시작

마왕성으로 돌아온 이후, 현정이 내 옆에서 멀어졌다.

나는 현정의 방에 혼자 들어갔다.

"내가 들어오라고 한 적 없어."

"마왕성은 나의 성이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그렇네. 너의 성..."

"이번 주 담당은 너야. 네가 내 옆에 있어야 하잖아?"

"그렇네..."

"싫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너를 빼줄게. 소환에 오지 않아도 좋아."

현정은 내 말을 무시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머리까지 올렸다.

"지금 나는 네 사정을 봐줄 수 없어. 이제 미야와 너를 빼고 다른 4개조로 운영해야 해.
내일부터 제니스와 티리스에게 담당을 맡기겠어. 그래도 좋아?"

침대에서 말이 없었다.

"아니면 나의 본처가 될래? 마왕!"

현정은 움찔했다.

"마왕인 주제에 왜 이렇게 쪼잔하지? 속 좁게 굴지 마."

현정은 벌떡 일어났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지? 마야는 마왕이 아니야. 내가 마왕이야. 본래대로라면 내가 본처가 돼야 해. 그런데 왜 이런 거지?"

"네가 처음부터 거부했으니까."

"난 나보다 약한 사람의 아래에 들어갈 수 없어. 잘 알잖아?"

"넌 마왕성을 포기 했잖아. 그런데 왜 마야가 너보다 약하다는 거지?"

"그 계집은 너의 마력을 이용할 뿐이야. 내가 진짜 마왕이라고 내가 너의 진짜 본처란 말야."

내가 한번 떠본 말인데 예상대로였다. 무책임한 놈이 데려온 마왕은 마야가 아니라 마왕성이었다. 마왕성과 함께 라노크가 이 세상에 왔고, 마야는 마왕성을 따라왔을 뿐이었다.

"그래서. 네가 나의 본처가 되면 만족하겠어?"

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야를 이겨. 마야의 마법보다 강한 마력을 주입하면 본처와 부인들의 마법을 풀 수가 있잖아? 그런데 왜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거지?"

현정은 나를 노려보았다. "그건 네가 잘 알잖아? 내가 마력을 채울 수 없도록 방해하고 있는 걸."

"네가 마야에게 지고 있으니까."

"그럼 내가 그 계집을 이길 방법이 없어."

"한가지 있어. 나와 같이 소환에 가는 것. 그 곳에서 마력을 채우면 되잖아?"

현정은 놀란 표정이었다.

"애초에 네가 여기서 나가지 못하는 것은 방향을 모르기 때문이야. 세계의 벽을 넘어도 그 세계가 어디인지 알 수 없고, 어떻게 돌아오는 지도 몰라. 그러니 내가 소환 갈 때 너는 나의 마력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지?"

현정이 고개를 돌렸다. "솔직히 나도 너와 함께 가고 싶어. 하지만 세계의 벽을 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야."

"마력이 필요해?"

"엄청."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번 소환에 나가면 오래 그 곳에 있도록 하자. 네 마력이 충분히 채워지도록 도와줄게."

현정의 얼굴에 기쁨이 보였다.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로 다이빙했다.

내가 생각했던, 현정이 마왕이라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마왕이 용의 힘을 받은 것이라면, 마야는 현재 마왕이 아니고 현정, 파르노, 티리스, 엘리자, 린이 마왕이었다.

그런데 무책임한 놈은 분명 나에게 마왕을 보내주고 마족에게 진자는 이긴자의 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마야는 나에게 올 때 마왕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럼 현정이 중간에 마왕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 놈은 마왕을 나에게 보낸 것일까? 그 것이 첫 번째 질문이었다.

내가 지금까지의 일들을 생각하며 몇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무책임한 놈이 나를 보내는 것은 마왕을 죽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 놈이 마왕의 죽음을 확인할 방법은 마력이 흩어지는 것이었다.

린의 세계에서 나는 페트리아를 죽이지 않고 남성을 제거했을 뿐이었지만, 그 놈은 마왕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마왕의 마력이 흩어졌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린과 페트리아 두 사람을 데려오는데 그 놈은 알지 못했다. 단지 내가 미야, 제니스, 엘리자 등 3명과 갔고, 올 때 4명이라는 것만 확인했다는 의미였다. 엘리자와 용이 세계의 벽을 뚫고 이 곳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을 계산 못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 놈은 우리의 물질적인 면을 확인할 수 없고 마력으로만 파악한다는 것이며, 용은 세계의 벽을 넘나들 수 있지만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 없어 함부로 세계 사이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놈이 마력만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마왕의 마력이 느껴지면 나를 보내고 흩어지면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그 놈이 세상을 보는 방법은 마력뿐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리고 마왕, 용의 힘을 받은 인간은 마왕으로 용이 있는 세상에서만 존재했다.
용의 힘을 받은 마왕은 인간들에게 군림했지만, 용이 잠을 자면 그 힘이 약해졌다.
마야, 미야, 페트리아의 경우 잠자는 용 때문에 마왕의 힘이 약해져 후손들에게 기형이 나타나는 것이 증거였다.

여기서 의문이 남았다.
왜 7마리의 용들은 각각 세상에 남았고 잠들어 있을까?
왜 무책임한 놈은 용의 존재를 모르는 걸까?
게다가 왜 그 놈은 마왕성의 라노크와 마야를 착각했던 걸까?

의문에 의문이 이어졌다.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내가 용들과 소환에 가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마야의 감시를 피해 아무 것도 할 수도, 알 수도 없었다.

...................

2학기 중간고사 가까이에 기회가 찾아왔다.

오전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에 눈을 감으니 무책임한 놈의 세계였다. 그런데 그 놈이 화나 있었다.

- 왜 그렇게 열 받았니?

"너 그 때 마왕을 죽인 것이 맞아?"

- 마왕이 죽었으니 네가 우리를 돌려보냈잖아.

"네가 마왕을 죽인 세계에서 다시 마왕이 나타났어."

- 그 건 네 책임이잖아. 만약 우리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마왕을 찾아다녔고,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마왕을 죽였을 거야. 그런데 어떤 세계야?

"네가 마왕과 처음 소환 간 곳."

- 마야와 처음이라면... 혹시 제니스-  세계?

"마야와 제니스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고. 갈 때 너까지 3명이었는데, 올 때 4명이었어."

- 알았어. 그럼 빨리 가서 마왕을 죽여줄게.

"부탁해."

나는 함께 갈 사람을 생각했다.

..................

주위를 둘러보니 폐허가 된 신전 안에 내가 있고, 주위에 무질서하게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여기는 어디죠? 혹시, 서방님? 저를 데리고 오신 건가요?" 제니스의 목소리였다.

"아아... 이제야 소환인거야? 기다리기 귀찮았어." 현정의 목소리였다.

"또 다시 소환으로 여행인가요?" 티리스.

"이번에는 또 얼마나 고생해야죠?" 엘리자.

"이 것이 소환... 적응 안되는데요?" 린.

"자아. 모두들. 기다리던 시간이 왔어. 우리가 할 일이 있잖아? 빨리 빨리 움직여야 해."
파르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니스가 말했다. "서방님. 왜 저를... 다시 소환에 데리고 오지 않기로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제니스는 뭔가 깨달은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여기는..."

"그래. 과거에 네가 살던 세상이야."

"여기는 어디죠?"

"내가 전에 처음 소환되었던 곳과 같은 장소 같아. 그 때 여기서 가까운 곳에서 전투가 있었지."

"서방님이 처음 왔던... 그럼 그 전투의..."

"바로 저 산 너머야."

나를 포함한 7명의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꽤 많은 사람들로 보아 도시가 많이 복구된 것으로 보였다.

사람들 중 하나가 물어왔다. "당신들은 누구시죠?"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이 곳에 온 사람입니다. 에브람님께서 우리를 여기에 보내셨습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에브람교의 방식으로 성호를 그었다.

그러자 몇 명이 답례로 성호를 그었다.

"신께서 어떤 사명을 내리셨습니까?"

"마왕을 토벌하라 명하셨습니다."

"그럼 잘 오셨습니다. 마왕이 다시 나타나 전쟁이 발발할 것 같습니다."

제니스가 물었다. "아랑 왕국은 어떻게 되었지요?"

"아랑 왕국의 프랑크 왕께서 살아계십니다. 그 분이라면 마왕을 충분히 이기실 겁니다."

제니스는 프랑크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기뻐했다.

"프랑크 왕께서 전쟁에 직접 나가셨다고 하셨습니까? 그 분께서 직접 나가실 만큼 전황이 좋지 않은가요?"

"이번 마왕은 프랑크님의 아드님이십니다. 그 놈이 천륜을 어기고 아버지에게 칼을 겨눈 겁니다. 신께서도 그런 패륜을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

"프랑크의 아들?"

"그런 어린 놈이 뭘 믿고 마왕을 자칭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어린... 놈?"

"몰랐습니까? 지금 마왕은 12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애입니다."

프랑크의 아들이 12세. 그렇다면 우리가 떠난 지 10년이 흐른 것이었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의 인도를 받고 한 여관에서 쉬기로 했다.

제니스가 가장 기뻐하며 흥분하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프랑크를 다시 만날 수 있어. 10면 밖에 안됐어. 프랑크... 프랑크...."

나는 제니스를 진정시켰다. "제니스. 들어봐. 지금 네가 간다고 제니스라고 나설 수 없어."

제니스는 내 말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금의 너라면 다른 사람들이 널 제니스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여기서는 가명을 쓰면 될 거야."

"그... 그렇겠네요. 이런 나이의 내가 과거의 제니스라고 생각할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

"그럼 어떤 이름이 좋을까?"

"로즈." 제니스가 즉답했다.

나는 크게 웃었다. "그래 로즈. 그 이름이 가장 어울려. 넌 이제부터 로즈야. 알겠어 로즈."

제니스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자리에서 모두가 제니스를 보고 놀렸다.
"그럼 로즈.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너도 채찍을 휘둘러야 해?"

"로즈씨. 이제 제니스가 아니니까 스프는 로즈씨가 하실 거죠?"

"로즈씨. 잘 부탁해요."

제니스는 즐겁게 받아쳤다.
"이 로즈. 여기는 내 땅이니, 여러분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지금의 제니스를 본다면, 제니스라고 생각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큰 가슴과 통통한 팔과 다리, 둥근 턱과 둥근 눈 등 과거의 제니스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래도 조심할 필요가 있어 린에게 부탁했다.

"린. 제니스의 몸을 더 고칠 수 있어?"

"어떤 것을 말이죠?"

"그러니까. 제니스의 머리카락을 길게 만들어 주면 좋겠어."

린은 제니스의 뒤로 가서 그 머리카락을 만지니, 제니스는 롱헤어스타일이 되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달랐으면 좋겠어."

제니스가 나섰다. "그 것은 걱정 마세요. 제 마법으로 가능해요."

"마법이 풀리면 더 의심을 살 거야."

린은 제니스의 목을 만졌고, 제니스가 목소리를 냈다. "지금 이게 내 목소리야? 어라?"
평소의 고음톤의 날카로운 목소리에서 허스키한 것으로 바뀌었다.

이 정도면 알아보기 힘들 것이었다.

"그리고 말투도 다르게 해. 특히 아랑 왕국 귀족들 앞에서는."

"알겠습니다."

"그리고 린. 내 몸도 바꿀 수 있어?"

"어떻게 되길 원하시죠?"

"간단해. 제니스의 머리를 자라게 한 것처럼, 내가 수염투성이가 되도록 만들어줘."

린은 나에게 다가와 내 턱과 코 밑을 만졌다. 내가 만져보니 수염이 만져졌다.

현정이 웃으며 내게 거울을 건내 주었고, 거울 속에 털보가 있었다.

나는 콧수염과 턱수염를 만져보았다.
"이 정도면 되겠어. 10년 만에 돌아온 아나킨 스카이워커니까 이 정도면 26세라고 보겠지."

린이 말했다. "여기서 해야할 일이 뭐죠?"

"임무는 두가지. 첫째 마왕 토벌, 둘째 용의 확보."

"용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여기 용은 살아서 활동 중이야."

제니스가 신음했다. "용의 놀이터..."

"그래. 그 곳에서 본 천룡. 마왕성에 있는 용들과 같은 것들이었어."

"전에 서방님이 이긴 적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래."

"그런데 왜 그 때 데리고 가지 않으신 거죠?"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모아졌다.

"그 때 나는 용을 데려간다는 생각을 못했어. 마왕만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어. 지금 여기에 다시 온 것은 마왕이 다시 나타난 것 때문이야."

제니스가 물었다. "그게 이상하군요. 마왕이 어떻게 다시 나타나죠? 다른 세상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나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니스 앞에서 말하기 힘든 것이지만, 마왕은 죽기 전에 그 힘을 올가의 아들에게 양도했어."

"네? 어떻게 그런..."

"올가와 유리가 찾아왔을 때, 올가와 마왕이 만날 수 있었지?"

"그럼 그 때... 혹시 올가가 아랑에 온 것은?"

"아버지에게서 자신의 아들로 마왕의 힘을 옮겨놓기 위해서였어. 올가가 쟈브로로 돌아갈 때, 그 배속에서 마왕의 힘을 느낄 수 있었어."

현정이 물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티리스의 경우처럼 올가의 배속의 아이가 죽어야 너희가 돌아올 수 있었잖아."

"나도 거기까지 생각했어. 그런데 힘이 빠진 마왕을 죽이니 다시 돌아올 수 있었어. 왜 인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된 거지?"

"그 것을 알아보려고 여기에 온 거야."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가 이제부터 중요한 시도를 해보려고 해."

"중요한 시도?"

나는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제니스, 전에 나에게 말했지? 나와 마야가 헤어지면 살 수 없다고. 그 말 진심이야."

"진심입니다." 제니스의 표정에 굳은 의지가 보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마야와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너희의 행복이고, 너희는 그저 나와 마야를 도와주는 존재라 생각해?"

현정을 제외한 모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야가 없는 곳에서 시도를 해보려고 해."

"무슨 시도?"

"내 피를 먹는 시도."

모두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티리스가 물었다. "서방님의 피를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죠?"

"너희들이 부인 계약을 할 때를 생각해봐. 어떻게 했지?"

엘리자가 말했다. "마야님의 피를 먹고, 뒷 목에 마야님이 무언가를..."

"나는 마야와 부부계약을 맺을 때 피를 서로에게 먹였어. 나는 마야의 피를. 마야는 나의 피를. 그런데 나는 너희의 피를 먹은 적도 없고, 너희도 내 피를 먹은 적 없어."

현정이 말했다. "그래서 여기서 너의 피를..."

"여기에는 경우의 수가 많아. 제니스, 부인이 아닌 현정. 부인이면서 용의 화신인 티리스. 엘리자, 린."

제니스가 외쳤다. "잠깐! 린도 용의 화신? 어떻게 된 거죠?"

"내가 혼자 간 소환에서 용과 같이 돌아왔어. 그러니 린까지 용의 화신인 부인은 5명이야."

제니스는 린을 노려보았다.

엘리자, 티리스는 놀라서 린을 보고, 파르노는 예상했다는 눈치였다.

"그래서 시험을 해볼 생각이야. 먼저 제니스부터."

제니스가 물었다. "왜 이런 일을 하시는 거죠?"

"네 마음이 진심인지, 마야의 마법 때문인지 알고 싶어. 마야의 마법이 해제되면 네 생각이 어떻게 틀려질지 알고 싶고,"

"제 마음, 제 생각이 어떻다는 거죠?"

"나와 마야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 그 것이 언제부터 생긴 거지? 너의 진심이 맞아?"

제니스는 놀라서 아무 말 못했다.

"그래서 알아보려는 거야. 과연 마야의 마법을 해제했을 때의 변화를"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주머니에서 단도를 꺼내어 내 손가락에 상처를 냈다.

먼저 제니스에게 가서 내 피를 먹였다. 순간 제니스가 엄청난 고통이 있는 듯 몸을 비틀었다.

현정이 달려들었다. "제니스, 왜 그래?"

"모르겠어. 몸이 몸이... 뜨거워..."

나는 즉시 제니스의 몸에 마력을 주입했다. 제니스의 몸의 이곳저곳을 만지다, 마법진이 있는 곳을 보니 그 곳에 붉은색 마법진이 빛나고 있었다.

린이 옆으로 달려와서, 마법진의 한 곳을 손가락으로 댔다.
"서방님. 이 곳을 눌러 마력을 주입하세요."

나는 린이 누른 곳에 검지 손가락을 대고 마력을 주입했다. 순간 마법진이 파란색으로 바뀌며 변형되기 시작했다.

차츰 제니스의 호흡이 정상이 되었다.

"제니스, 괜찮아."

"네... 그런데 내 몸이 이상해요... 뜨겁고..."

제니스의 얼굴은 티리스와 리나에게 마력을 주입했을 때와 같았다. 나는 제니스의 뒷목에서 마력을 흡수했다.

그러자 제니스가 진정되었다.

"제니스, 이제 어떻지?"

"많이 좋아졌어요. 어떻게 된 거죠?"

린이 대답했다. "마법진에서 막힌 부분을 뚫어버린 거예요."

"막힌 부분?"

"네. 그 부분은 서방님과 직접적인 마력 소통을 못하게 막은 부분입니다. 이제 제니스님은 마야님을 거치지 않고도 서방님과 직접적인 마력 교류가 가능해요. 말하자면, 제니스님은 서방님과의 사이에서 마야님과 동급이 된 거죠."

"그거 잘 됐네."

의외의 대답이었다. 제니스가 한달 전에는 마야에 대한 충성이 가득했는데, 혹시 마법진의 이 부분이 마야의 충성심과 연관된 것인가?

린이 설명을 계속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마법진의 변경으로 제니스님은 서방님의 부인이지만, 마야님의 지시를 받지 않는 다른 경우가 된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우리 부인들은 마야님에게서 지시를 받으며 마력을 공급받죠. 그 부분이 고쳐졌으니, 제니스님은 서방님에게서 따로 마력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

"모르셨습니까? 제니스님이 상당히 약해졌다는 겁니다. 우리들이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데 마야님의 마력 공급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제니스님과 마야님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니 제니스님은 마야님에게서 마력을 받지 못하죠. 그럼 서방님에게서 직접 받으셔야 합니다."

내가 물었다. "그럼 다른 부인들도 내 피를 먹으면?"

린이 대답했다. "아마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제니스는 뭐지?"

"본처의 지시를 받지 않는 또 다른 부인인 거죠."

나는 고민하다 물었다. "혹시 말야. 제니스를 이용해 다른 부인들을 제니스와 연결할 수 있어?"

"제니스님을 본처로 말입니까? 가능합니다만, 제니스님이 본처가 될 수는 없습니다. 독립된 부인일 뿐입니다. 제니스님에게 연결된 다른 부인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린이 조금 고민하다 말했다. "하지만 우리 용들은 가능할 겁니다."

"용들을 묶는 것이 가능해?"

"그럴려면 우선 본처가 아니라도 본처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원래 부인이 아니었던 사람 있다면 가능할 겁니다."

린은 현정을 바라보았다.
"나? 나 말야?"

"그렇습니다. 원래 부인이 아니었던 사람을 이용해 본처 역할을 하게 하는 거죠."

"싫어. 고등학생이 결혼하는 것은..."

"이미 현정도 실질적인 부인이 아닌가요?"

모두의 시선이 현정에게 쏠렸다.

내가 일어서 현정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도와줘 현정아. 부탁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모든 나의 부인들에게 자유를 주는 거야. 내 곁을 있든, 나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든, 아들을 낳든 딸을 낳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여기 있는 나의 부인들은 스스로 나의 부인이 된 경우는 없어.
마야는 신에게서 끌려왔고, 미야는 마야를 찾아왔어.
너는 돈, 민지는 젊음, 리나는 생명 연장 등을 대가로 받고 있지만,
파르노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엘리자, 티리스, 린, 페트리아도 죽지 않기 위해 여기 온 거야.
그리고 너와 같이 원한다면 고향에 보내주고 싶어. 그러니 이 사람들을 도와줘."

제니스가 말했다.
"이렇게 되니 말할 수 있어. 나는 간절히 고향에 돌아오고 싶었어. 그런데 점점 그 마음이 약해지고 서방님과 마야님에게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강해졌어.
하지만 마야님과 분리되니까 확실히 알았어. 나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던 거야. 간절히.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할 때, 나는 많이 힘들었어.
지금은 말할 수 있어. 나는 내 의지대로 행동하고 싶어."

제니스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서방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냐. 단지 마야님에게 벗어나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다른 사람들을 도와줘. 나처럼 자유로워 질 수 있게."

현정은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다,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럼 네 생각은 어떻지? 어떻게 우리를 풀어줄 거지?"

"내가 용을 모으는 이유는 용의 힘을 이용해 마야의 마법을 없애기 위해서야. 그러면 너희는 자유로워 질 수 있어."

"그 것이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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