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새로운 부인의 계약
"우선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그러니 모두 차분히 내 말을 들어줘."
모두 나에게 시선이 쏠렸다.
"처음 시작은 마야가 임신하기 전이었어. 마야는 자신이 아들을 낳고, 미야가 딸을 낳으면 둘을 결혼시키겠다고 했어. 왜 마야가 그렇게 하려는 것이라 생각하지?"
린이 말했다. "강한 마왕을 낳기 위해서... 인가요?"
"현정이라면 알 거야. 우리 윤리관으로 이복 남매의 결혼은 어떻지?"
"근친상간이라 싫지."
"그래서 그 것을 막고 싶었어. 그래서 미야의 임신을 미룬 거야. 다행히 미야는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고.
두 번째. 미야가 딸을 낳으면 뭐가 되지?"
린이 말했다. "마왕의 본처."
"그럼 너희들이 딸을 낳으면."
제니스가 신음했다. "마왕의... 다른 부인..."
모두의 눈빛이 틀려졌다.
"모두들 이 상황을 받아드릴 수 있어?"
티리스가 탁자를 치며 일어났다. "나야 어쩔 수 없지만, 내 딸을 그렇게 되도록 할 수 없어요."
"제니스, 넌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을 고민했지? 솔직히 나는 너와 페트리아에게 피임의 마법을 쓰고 있어. 이유를 알겠지?"
제니스와 페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희들은 마야와 본처와 부인으로 연결되어 있고, 너희는 마야를 거스릴 수 없어.
그 때 나는 너희를 자유롭게 해줄 방법을 찾았고, 우선 큰 힘이 필요해 용을 모은 거야. 그리고 린의 존재를 숨긴 거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마야의 생각은 자신의 아들과 미야의 딸을 본처로 해서 마왕의 가문을 만들려는 거야. 거기에 너희들의 딸들이 부인들이 되고, 그런 식이겠지."
엘리자가 물었다. "그런데 왜 우리들의 아이들이죠? 두 사람만의 왕가를 만들고 자기 세상의 여성들을 후궁으로 삼을 수 있잖아요."
"나의 아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모두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마야가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되니 마야가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나의 아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보통 사람들의 100배의 힘과 마력을 가지고."
파르노가 물었다. "그럼 카일이 서방님의 아들이 아니라고 알았던 것이..."
"그래. 평범한 카일이 내 아들일 리가 없어."
"마야 입장에서는 강한 사람들로 만들어진 마왕의 집안을 원할 거야. 그렇다면 나의 아이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겠지. 그리고 본처는 미야의 딸이 좋고."
티리스가 항의했다.
"그럼 우리는 뭐죠? 우리의 의지가 아닌 마야님의 편의대로 딸을 낳고, 마야씨 아들의 몇 번째 부인이 되라는 건가요?"
"그래서 너희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는 거야. 여기에 남을지, 고향에 돌아갈지, 마야를 따라갈지. 선택할 힘을 주고 싶어. 그래서 부탁하는 거야."
한동안 침묵이 흐르다, 제니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마야님의 뜻에 따를 수 없어. 내가 낳는 아이가 후궁이나 첩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그러니 마야님과 싸우더라도 내 몸과 내 아이를 지킬 거야."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진 눈빛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힘이 필요해. 어떻게 마야의 마법을 부술지 모르겠지만, 마야의 마법을 제거하고 너희들을 자유롭게 만들 방법을 찾고 싶어."
엘리자가 물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래서 우리만 여기에 온 거야. 마야나 미야가 모르는 곳에."
파르노가 물었다. "리나, 페트리아, 민지는 어떻게 하죠?"
"그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지."
현정이 물었다. "방법이 있어?"
"지금 찾고 있는 중이야. 그 것을 위해 린의 도움이 필수야."
모두의 시선이 린에게 향했다.
"린은 마왕성의 마법진을 분석하고 있어. 방금 제니스의 마법진도 분석해 해법을 놓았잖아?"
티리스가 물었다. "마왕성이 무슨 상관이죠?"
"마야가 돌아가려면 마왕성의 힘이 있어야해. 세계의 벽을 부수는 것은 용의 힘이야. 지금이라도 자신과 미야 둘이라면 마왕성의 힘으로 가능할지 몰라. 문제는 마야는 반드시 자신들의 세계로 마왕성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거야."
모두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마왕성은 마왕의 증표이고, 통치의 수단이야. 린의 조사 결과, 마왕성은 최대 5만의 마물 군대를 동원할 수 있고, 하늘에서 지상 공격이 가능해. 움직이는 요새야.
그런데 마왕성을 유지하는데 엄청난 마력이 필요해. 그 마력이 어디서 오지?"
"서방님..."
"마야가 백명의 부인을 얻겠다고 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어. 빨리 내가 마왕성의 마력을 채워주기를 바라며."
현정이 물었다. "너는 전에 3년 정도는 괜찮다고 했던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
"지금 추세라면 10년."
"그렇게 오래..."
"지금 추세라 했어. 만약 마야가 부인들을 늘리면?"
"더 빨라지겠지..." 현정이 신음을 했다.
제니스가 물었다. "서방님은 어떻게 하시고 계시죠?"
"왜 10년이 걸린다고 하는 건지 알아? 나는 마력 오염을 핑계 대며 마력 채우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어. 만약 제대로 마력을 채운다면 3년에서 5년도 가능해."
"만약 마력이 다 채워지면?"
"마야는 우리와 마왕성 채로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겠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딸을 낳아 아들의 후궁이 될 테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우리의 무기는 마왕성이야. 마왕성에 마력이 차지 않는 한 이대로 갈 거야. 하지만 마야가 어떤 일을 만들지 몰라. 그러니 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해."
제니스가 물었다. "그 대응책이 뭐죠?"
"간단해. 마왕성이 내 명령에 따르도록 만드는 것."
티리스가 물었다. "마왕성은 서방님의 마력으로 움직이잖아요."
"정확히는 내 마력을 가지고 마야가 운영하는 것이지."
"그럼 서방님은?"
"마력을 공급할 뿐, 모든 명령은 마야가 하고 있어. 그 말은 마야가 마왕성을 이용해 나에게 반기를 들거나, 너희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거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은 이 정도로 하고. 이제 현정이에게 묻겠어. 어떻게 할 거지?"
"약속해줘. 내가 원하면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그거야."
현정은 테이블 위에 칼을 들고 자기 손가락을 베어 피를 내고 나에게 내밀었다.
나도 다시 손가락에 피를 내고 현정에게 내밀었고. 우리는 서로의 손가락을 입에 넣고 그 피를 먹었다.
내 몸에 현정의 피가 들어오는 순간, 뜨거워졌다. 현정도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뜨거움이 사라지자, 우리는 서로의 입에서 손가락을 뺐다.
그런데 현정의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친구, 애인이 아닌 마야를 바라보듯 애틋함이 몰려왔다. 아내를 보는 느낌으로...
현정도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순간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렸다. "린. 이제 어떻게 해야지?"
"각 사람마다 두가지 과정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현정이 피를 먹이고, 둘째로 서방님이 마력으로 제니스에게 했듯 마법진을 수정하는 겁니다."
파르노가 나서려는 데 내가 막았다. 파르노만큼은 특별대우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파르노는 내 손을 뿌리치고 현정 앞에 섰다. "내가 처음이야."
"파르노, 지금 재신이는 너를 특별대우해 주고 싶어 해. 저기 제니스처럼 독립된 부인으로."
파르노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네 밑이어야 아나킨은 너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만약 우리 모두가 위험에 빠지면 아나킨은 나만 구하려 할 거야. 나는 내 남편이 그렇게 하는 것이 싫어. 모두 살리도록 노력하게 만들고 싶어."
파르노는 피나는 현정의 손가락을 잡고 입에 넣어 빨았다. 피가 넘어가는 것이 보이자, 뒷목에 붉은 마법진이 나타났다. 나는 제니스에게 한 것처럼 마법진에 마력을 주입한 후, 파르노의 호흡이 거칠어지자 다시 마력을 회수했다.
파르노는 제니스처럼 안정을 찾았다.
린이 옆으로 왔다. "이제 파르노는 현정을 본처로 생각할 겁니다."
현정이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그래. 이 것이 본처의 힘. 파르노 몸의 이곳 저곳의 느껴져... 그리고 마력을... 내가 줄 수도 받을 수도...."
갑자기 현정은 놀라며 파르노를 바라보았다.
파르노는 현정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나의 본처님."
둘은 서로를 보고 웃었다.
엘리자, 티리스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린의 차례에서 같았다.
나에게 마력이 흡수되자 린은 중얼거렸다. "이 느낌은 마야님과 틀리네... 현정님. 귀하는 마왕이었나요?"
린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현정에게 쏠렸다.
"이 마력. 이 마법 출력. 틀림없어요. 당신은 마왕입니다. 어떻게 마왕이 여기에..."
린은 일어나 현정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틀림없어요. 당신은 마왕...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내가 말했다. "현정이는 현재 마왕이고, 5명은 모두 마왕 후보들이야."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마왕은 용에게서 힘을 받은 인간. 용의 화신인 너희들은 마왕이 될 수 있는 것이지."
엘리자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내가 마왕... 우리 모두가 마왕..."
제니스가 물었다. "하지만 이들의 마력은 특이하지만 마왕의 것이라고 보기엔..."
"제니스가 모르는 것이 당연해. 여자인 마왕 자체가 처음일 테니. 여자의 몸으로 용의 힘을 받은 것 자체가 현정이가 최초일 거야."
모두 놀라 아무 말 못하는데, 나는 일어서 현정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현정은 여기서 최초로 용의 화신이 된 사람이고, 용의 힘을 사용하는 경험이 제일 많아.
각성이라고 해야 할까? 현정이는 용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이후로 마왕처럼 강해졌고, 마왕이 된 거야."
티리스가 물었다. "그럼 우리도?"
"그래 너희가 용의 힘을 익숙하게 쓸 수 있으면 마왕으로 각성할 거야."
제니스가 물었다. "하지만 마왕이 여자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마왕이라고 불린 사람들은 용을 제압하고 그 힘을 자기 몸에 불어넣도록 했어.
하지만 나는 틀린 경우야. 그 영혼을 내 부인들에게 들어가도록 만들었어. 그렇다면?"
"여자인 마왕의 탄생... 터무니 없이 강한 서방님 때문에."
"그래. 난 내 몸 안에 용의 힘을 받아드리기 보다, 내 부인으로 삼아 지배하기를 원했어. 그리고 용들도 내 부인이 되기를 원했고."
엘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게 무슨 말이죠? 용들이 서방님의 부인이 되기를 원했다?"
현정이 말했다.
"내 몸에 있는 라노크가 말했어. 나는 강한 자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역대 마왕들이 여자들을 사랑하듯 그런 사랑을 받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내 몸에 들어왔고,
내가 재신이, 아니 서방님과 사랑을 나눌 때마다 느껴져, 내 몸 안의 라노크가 기뻐하는 것이, 행복해 하는 것이."
잠깐! 너 지금 나를 서방님이라고 부른 거야?
제니스가 현정에게 물었다. "네가 마왕이 되었다는 것을 언제 알았지? 각성한 것은 언제지?"
"올해 초에 마법 훈련을 하다 갑자기 내 몸이 변하고 마법 능력이 몇 배나 늘었어. 그 때 난 라노크와 한 몸이 된 것을 느꼈어."
그래서 라노크의 육체가 그 곳에 없었던 것이었다. 현정과 하나로 합쳐진 것이었다.
티리스가 물었다. "그럼 나, 엘리자, 린도?"
현정이 세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럴 거야. 마법을 쓰면서 그 힘의 사용법을 알게 되면, 어느 순간 자신이 용의 영혼과 동화된 것을 알게 돼. 그러면 마왕으로 각성하는 거야."
내가 덧붙였다. "그리고 용의 육체와도 하나가 되는 거지."
모두 자기 손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파르도도 마왕으로 각성했을 걸?"
현정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파르노에게 쏠렸다.
"역시 현정님이네요. 어떻게 아셨죠?"
"마왕은 마왕의 마력을 느껴. 얼마 전부터 각성한 것이 느껴졌어."
그 것은 나도 모르던 것이었다.
"이상할 것 없어, 아나킨. 나는 모험가로 장기간 활동 했었잖아? 마법을 쓰거나 전투하는 방법을 잘 알아. 그러니 마력을 다루는 방식으로 용의 마력을 쓰니까 쉽게 경지에 이르렀어."
나는 신음했다. "내 부인 중에 마왕이 2명..."
파르노가 일어나 내 팔에 달라붙었다. "걱정 말아요. 서. 방. 님."
현정이 다른 쪽에 달라붙었다. "사랑해요. 서~방~님."
"야. 이 현정. 언제부터 너는 나를 서방님이라고 부르지?"
모두가 놀라서 현정을 바라보았다. 옆에 있는 파르노도.
현정도 자신이 놀란 듯 자신의 입을 손으로 가렸다.
제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방님과 피를 나눴으니, 자신도 부인이라는 확신이 든 거네..."
나는 두 사람에게서 팔을 빼고 박수를 쳤다.
"자. 자... 우선 티리스, 엘리자, 린이 마왕으로 각성하는 것이 중요해. 현정이, 파르노. 너희들이 내일부터 도와줘."
""알았습니다.""
현정과 파르노가 동시에 대답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현정이가 저렇게 된 거지?
여관에서 자는데, 오늘은 제니스와 현정이 밤시중을 들기로 했다.
둘을 안는데 느낌이 달랐다. 제니스는 머리가 길어지고 목소리가 변해서 전혀 다른 사람을 안는 기분이었고, 현정의 느낌은 뭔가 애절했다.
제니스의 몸동작이 많이 틀렸다. 무언가 껍질을 벗은 듯, 전에 뭔가를 감추듯 몸을 움츠리는 것이 없어지고 나를 향해 활짝 열리는 느낌이었다.
현정의 경우, 안을수록 마음이 조여 오며 애절하고 따뜻했다. 이런 기분은 첫 소환에서 파르노에게 느끼던 것이었다.
제니스는 어려지고, 현정은 나이가 많아진 느낌으로 달라졌다.
오히려 현정이 나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아내처럼 나를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제니스는 오랜 만에 만난 애인을 만난 듯 반갑고 즐거워졌다.
둘 다 완전히 다른 사람을 안은 듯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가운데 있고 두 사람이 양 옆에 있는데, 몇 번이고 반복해 왔던 일이지만 오늘은 느낌이 너무나 틀렸다. 아니, 둘은 어제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
제니스가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문지르며 물었다. "오늘은 너무나 다르네요."
"뭐가?"
"이상해요. 이런 적은 없었는데, 마음 속에서 사랑한다는 마음이 올라오는 것이..."
옆의 현정이 물었다. "제니스도 그래? 완전히 틀려졌지 않아? 나도 재신이도."
"맞아. 수십수백번 하던 일인데 오늘 처음 만난 것 같아."
"나는 아니야. 재신이하고 몇십년 살아온 것처럼 익숙하고 편했어."
내가 느낀 것과 두 사람이 느낀 것이 같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내가 서방님에게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없는 거야. 같이 즐거워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움직이고, 서방님이 즐거워하시도록 노력해야 한다가 아니라 나도 같이 즐거워하자 라고 생각했어.".
"나는 아니야. 오늘이 이 사람과 결혼한지 100년이 넘었구나 하면서, 정말로 편하고 익숙했어. 왠지 전생과 전전생에 이 사람이 나의 남편이었구나 하면서 말야. 이런 느낌... 정말 처음이야."
"둘 다 그렇게 생각해? 달라졌다고?"
"서방님은 어떻지요?" 현정이 또 나를 서방님이라고 불렀다.
"만약 너와 내가 100년 넘게 부부였다면 어떻게 하지?"
"너무 기쁘죠. 내 오랜 사랑이니까." 현정은 내 가슴에 머리를 비비댔다.
"제니스는? 오늘 즐거웠어?"
"태어나서 처음 내가 하고 싶어 한 것 같아요. 처음이랄까? 강요나 의무가 아닌 내가 하고 싶어 서방님께 안기는 기분?"
"그럼 내가 오늘 처음이야?" 나는 제니스의 팔베개하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럼 어쩌실 거죠?"
"앞으로 더욱 사랑해줘야지. 네가 즐거울 수 있도록."
제니스도 현정처럼 내 가슴에 머리를 대고 비벼댔다.
다음날 방을 나서는데, 뭔가가 풀린 듯 몸도 마음도 상쾌했다. 하루에 백번을 한 것보다 더 기분이 좋고 충실했다.
그 날 저녁 린과 파르노가 날 상대했다. 두 명도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 린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없어졌고, 파르노에게서 풋풋함이 느껴졌다.
본처가 달라진 것으로 모든 부인들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
우리는 그 도시를 나와 과거 그 세계에서 처음 보았던 전투의 위치에 가보았다.
특히 제니스는 자신이 마법을 쓰던 장소에 서서 마왕군이 있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보니, 설레요."
"그때 너는 대단했어. 마법 하나로 전세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니."
"솔직히 그 때 저는 제 몸에 과분한 마법을 사용했죠. 쓰러져 기절할 만큼 마력을 쏟아서 겨우 사용했어요."
나도 그 전투를 확실히 기억한다. 제니스의 마법이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팽팽한 상태. 그리고 만약 그 전투에서 패배했거나 하루이틀을 더 보냈다면, 뒤에 오는 지원군에 아랑은 완전히 멸망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때 나는 제니스의 전략, 전술에 감탄했다. 지금 내 부인 중 한명인 그녀에게.
우리는 그 때 이동하던 산길을 그대로 이용해 아랑으로 향했다.
도중에 제니스가 만든 요새가 보였고, 아랑왕국 병사의 검문을 받았다.
이 요새는 그 때 제니스가 세운 것이었다. 십년 전에 만든 요새는 이제 성이라고 말할 만큼 튼튼하고 웅장하게 서 있었다.
"프랑크가 이 곳 요새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내 아들이니까요."
병사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너희들은 누구냐?"
나는 주머니에서 과거에 사용하던 나의 문장을 내밀었다. "나는 아나킨 스카이워커. 프랑크 전하를 만나기 위해 먼 곳에서 왔다."
내 문장을 받아든 병사는 놀라며 나에게 경례를 했다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스카이워커님."
자세히 보니 유먼의 군대에서 몇 번 본 병사였다.
"이 성의 성주님과 만나고 싶다."
"우리에게는 영광입니다."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성 안에 들어가니 성주가 마당까지 뛰어나왔다. 낯익은 얼굴, 유먼의 아들은 윌이었다.
"아나킨님. 오랜 만입니다."
"윌? 윌인가? 반가워."
나와 윌은 얼싸 안았다.
내 얼굴에 수염이 있어 나이를 속이기 좋았다. 윌은 나를 20대 후반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성주가 되다니, 축하하네."
"다 아나킨님의 덕분입니다."
"이 사람... 자네가 능력 있기 때문이야."
"감사합니다. 들어가시죠."
윌은 내 일행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마야님과 미야님은..."
"두 사람은 애 보는데 바쁘고, 임신 중이야."
"그렇군요. 벌써 세월이."
"자네는 자녀가 몇이지?"
"4명 밖에 안됩니다."
윌은 내 일행을 보는 도중에 제니스에게서 시선이 멈추었다.
"이 분들은..."
"아아. 내 일행일세. 모두 에브람님을 모시는 사제들이고."
6명은 차례로 윌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현정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로즈입니다."
"엘리자입니다."
"저는 티리스입니다."
"린입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윌은 한사람한사람 자세히 살펴보았다. 특히 제니스를 유심히 보았다.
그러자 제니스는 무서운 듯 현정 등 뒤에 숨었다.
"로즈, 왜 그래?"
"저기... 저 분이... 날...."
현정과 제니스는 윌 앞에서 연기를 했다.
"하하... 윌. 로즈를 겁주지 말게.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야."
"그... 그렇네요."
"우리는 먼길을 걸어 힘든데, 잠자리와 먹을 것이 필요하다네."
"하하... 그렇네요. 전하를 뵈러 온 겁니까?"
"그래."
우리는 윌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집의 일부를 제공받았다.
나는 윌과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옛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고, 다른 부인들은 숙소에서 윌의 부인과 아이들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윌은 산맥 끝 평지까지 우리를 배웅했다.
"어서 들어가 보게. 전쟁 중에 성주가 오래 성을 비워서는 안 돼."
"오랜 만에 아나킨님을 보니 기쁩니다. 전쟁으로 불안했는데, 이제 안심이 되는 군요."
윌이 붙여준 병사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는 다음 날 아랑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