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본처와 아랫부인 (86/148)



〈 86화 〉본처와 아랫부인

나는 유리에게 다가가, 그 옷을 찢어버렸다. 유리의 가슴이 보여졌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널 범하고 내 노예로 만들 수 있어. 이 창녀야!"

유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노예라는 말은 그녀에게 금칙어였다. 그래도 알고 그 단어를 사용했다.
"그럼 해보시죠."

우선 이 여자를 꺾어 놓아야 했다. 나는 유리를 소파에 던져 놓았지만, 유리는 꺾이지 않았다.

"로즈!" 나는 제니스를 불렀다.

제니스가 내 옆에 섰다. "부르셨습니까?"

우선 동행한 길드원의 처리였다. 제니스는 그 길드원에게 마법을 써서 잠들게 했다.

나는 제니스에게 귀속말을 했다. 제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니스는 손가락에 상처를 내고 유리에게 먹이려 하는데, 유리가 반항했다. 그러자 나는 유리의 팔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입을 열었고, 제니스가 그 안에 피를 떨어뜨렸다.

유리는 몸을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뜨거워... 왜... 무슨 짓을..."

내가 유리의 뒷목을 잡고 제니스가 유리의 등에 마법진을 그렸다. 그러자 유리가 저항을 멈추었다.

유리는 일어나 나에게 절을 했다.
"내 사랑. 나의 남편이시여. 저는 당신의 것. 앞으로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제니스는 유리와 본처와 부인 계약을 맺었다. 마야 때와 다른 말을 하는 것이, 유리는 제니스 밑에 있는 부인이었다.

제니스는 유리에게 명령했다. "앞으로 너는 내 명령을 듣는 서방님의 부인이다. 내 명령대로 서방님께 봉사하라."

"알겠습니다."

우선 제니스가 보는 앞에서 유리를 취했다.

유리는 제니스가 가져온 옷을 입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내가 너의 동행을 죽이고 대화가 결렬되었다고 해라. 다음 지시는 다시 내려주겠다."

"알겠습니다."

유리는 잠이 든 동행을 깨우고 일으켜 집을 나갔다.

나는 제니스에게 물었다. "이제 너도 본처의 행동을 할 수 있겠어?"

"린이 알려준 마법진을 그래도 따라했을 뿐인데, 저도 놀랐습니다."

"이제 유리는 너의 지시대로 움직일 거야."

다른 부인들이 나와서 나와 제니스에게 성토했다.

현정이 제일 먼저 나섰다. "지금 뭐하는 거지? 저 여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뭐긴? 내 부인으로 삼았지."

"그 것도 제니스의 밑으로?"

티리스가 물었다. "서방님. 어떻게 된 거죠? 본처는 하나 뿐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나는 싱긋 웃었다. "린, 내가 요즘 변한 것 같지 않아?"

"별로. 아무 것도."

나는 팔을 흔들었다.

"혹시 서방님. 팔찌가..."

"그래. 일상에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모두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현정이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된 거지?"

"소환에 갈 때마다 무책임한 놈이 나에게 특전을 줘. 그런데 같이 오는 사람이 4명이라면 특전이 없지. 그래서 혼자 간 거야."

제니스가 신음했다. "그럼 특전은 평상시 지상에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니. 모든 저주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파르노 말했다. "저주라면... 마법을 쓸 수 없는 지구의 저주와..."

"본처를 하나만 얻을 수밖에 없는 저주."

모두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마야를 의심하게 된 것은, 현정이 몸에 있는 라노크와 대화하고부터야. 라노크는 나에게 역대 마왕들의 부인이 10명에서 20명 정도라고 했어."

"그럼 마야씨가 부인이 100명이라는 것은?"

"거짓말이지."

"그럼 뭐야? 왜 마야님이 거짓말 한 거지?"

"이유는 몰라. 그래서 조사 중이야. 그런데 마야가 나에게 거짓말 했다면, 본처가 하나만 있어야 한다는 것도 거짓말이 아닐까 했어.
그래서 린에게 마법진을 조사하도록 부탁한 거야. 너희들 마법진에는 마야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저주가 걸려 있고, 나에게는."

제니스가 신음하듯 말했다. "자신 외에 본처를 둘 수 없다는 저주."

엘리자가 물었다. "그래서 저주를 없애신 건가요?"

"여기 와서 풀었어. 마야가 눈치챌까 봐."

"그럼 우리는..."

"그래서 너희들을 여기에 모은 거야. 마야 모르게 준비하려고."

티리스가 물었다. "그럼 현정과 제니스도 서방님의 본처인가요?"

"본처는 아니지만, 본처의 권한을 가지고 있어."

"그 것이 무슨 소리죠?"

"본처의 권한은 다른 부인들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야. 남편은 본처의 허락이 있어야 부인을 얻을 수 있어. 지금 현정과 제니스는 본처가 아니지만, 본처의 능력이 있어.
부인을 얻고 자기가 관리할 수 있는 능력."

"그럼 우리는 마야님이 아닌 현정의 관리를 받나요?"

"그래."

파르노가 물었다. "그럼 방금 나간 그 여자. 제니스의 관리 대상이야?"

"나도 시험해 본 거야. 제니스도 할 수 있는지."

제니스가 말했다.
"가능했습니다. 내가 유리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유리가 서방님을 사랑하게 된 것과 저의 아래 사람이라는 마음이 깊이 새겨진 겁니다."

현정이 비꼬았다. "그 계약이라는 것이 대단하네."

나는 모두를 보며 말했다.
"여기 있는 모두도 마찬가지야. 과연 나에 대한 너희들의 마음이 진심일까, 아니면 계약에 의해 생겨지는 마음일까? 그 것을 모르겠어. 그래서 너희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은 거야.
나와 마야의 뜻이 아닌 너희들 자유 의지대로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파르노가 물었다. "방금 그 여자. 유리라고 했나? 왜 저 여자를 부인을 삼은 거지?"

"어째든 쓸모가 있고, 다시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뭘?"

"우리가 용을 확보하고 마왕을 죽이면, 이 세상을 떠날 거야. 그 때 유리의 부인 계약을 해지할 예정이야."

"지금 우리처럼 안되는 거야?"

"너희의 마야에 대한 지배를 없앤 것 뿐이야. 나와 부부 계약은 동일하고, 너희는 마야 대신에 현정을 본처로 바꾼 것 뿐이지.
그런데 내가 하려는 것은 부부 계약 자체에 대한 거야. 남편과 본처를 모두 삭제하고 너희 몸을 백지로 만들려는 거지."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유리를 통해 시험할 거야. 부부 계약 자체를 없애는 방법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티리스가 말했다. "하지만 말이죠. 오늘 서방님을 용서할 수 없어요. 부인도 아닌 여자를 안고 말이죠."

모두가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그건 시험해 보려고..."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서방님을 용서할 수 없어요. 제니스도. 그러니 제니스를 제외한 우리 모두에게 사과해야 해요. 그렇죠?"

현정, 엘리자, 린, 파르노가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육식동물의 눈이었다.

나는 제니스에게 눈을 돌렸다. "도와줘. 제니스."

"저도 이번 일은 내키지 않았어요. 서방님이 책임지세요.
현정아. 나는 들어가 먼저 잘 테니. 서방님과 잘 해봐."

4명은 동시에 나를 덮쳤다.

.......................

아침에 깨니 침대 위에 5명이 누워 있었다.

본처를 현정으로 바꾼 이후, 4명은 많이 틀려졌다. 현정이의 성격대로 냉철하면서도 과감한, 아닌 듯하면서 내 품으로 달려드는 그런 것이었다.

마야가 본처일 때, 4명은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동적인 면이 강했다.

그런데 현정이 본처가 되자 적극적인 면이 강해졌다. 침대 위의 모습에 본처의 성격이 나오고, 부인들이 달라진다고 생각되었다.

내가 거실로 나오니, 제니스가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기니 책이 아니라 숫자로 가득한 장부 같았다.

"뭘 보는 거지?"

"어제 유리에게 아랑 왕국의 자료를 넘겨 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왔습니다."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려?"

"그 쪽 세계의 컴퓨터가 있다면 빠르겠지만, 눈으로 읽으려니 힘드네요. 그래도 오늘 저녁이면 대충 파악이 될 겁니다."

나는 제니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천천히 해."

우선 협상의 대상은 길드였다. 나는 현정과 함께 길드를 직접 찾아갔다.

길드장과 유리가 참석한 자리에서 길드장은 한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지금 상황을 파악 못하시는 군요. 그 길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저입니다."

"우리는 그 길 없이도 원하는 이득을 얻고 있습니다. 구태여 이런 일에 동참할 필요가 없죠."

길드의 속셈. 지금 먼 길을 돌아가는 교역로라도 그 교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 새로운 경쟁자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현정과 일어났다. 더 이상 시간 낭비였다.

유리가 우리를 따라 나왔다. "무슨 속셈이죠?"

"우리는 개인 자격으로 쟈브로로 가겠어. 옷감을 들고 가던 안들고 가던 우리에게는 이득도 손해도 없으니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거든."

"그 말은 교역권을 어기겠다는."

나는 크게 웃었다. "이봐! 교역권을 가진 것이 길드뿐이야? 귀족들과 거래할 수 있는 사람이 너뿐이야?"

..................

며칠 후, 내가 성을 나서니 내 뒤를 옷감을 가득 실은 100대 정도의 수레가 따라왔다.

내가 가는 앞길에 병사들이 막아서고, 길드장이 직접 나왔다.

"무슨 일이죠?"

"당신들이 법을 어기고 쟈브로와 교역을 하려고 시도하기에 이렇게 막아선 겁니다."

나는 웃으며 그 곳 지휘관에게 서류를 보여주었다.

그는 놀랐다. "수레 100대 분의 교역 허용. 이건 프랑크 왕의 인장. 어떻게..."

"제가 프랑크님에게 교역권을 사들였습니다. 원래 귀족들에게 허용된 것이 한번에 200대, 일년에 500대 이하. 제가 사들인 권리는 한번에 100대, 일년에 300대입니다."

길드장이 항의했다. "무슨 소리냐? 이 권리는 귀족들에게 독점적으로 하사하신 것이다. 함부로 바꿀 수 없다."

"프랑크님에서 사들이신 권리를 저에게 파셨습니다. 여기 증서."

내가 내민 증서를 받고 길드장의 손이 떨렸다. "이럴 수가..."

나는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보다시피 이 교역은 프랑크님의 허락을 받고 하는 겁니다. 저를 보내주시겠습니까?"

지휘관은 서류를 살펴보고 길을 열었다.

우리가 지나가려는데, 유리가 따라왔다. "저도 같이 가죠."

제니스가 물었다. "그러다가 길드에서 짤리는 것 아냐?"

"그럼 절 받아주실 거죠?" 유리는 나와 제니스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제니스 옆으로 가서 귀에 속삭였다.

제니스가 놀라서 바라보자, 유리가 웃었다. "저는 당신이 선택한 서방님의 부인입니다. 잘 아시죠?"

제니스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유리의 동행을 허락했다.

평원에 들어서자, 소를 몰고 온 사람이 있어. 10마리를 인수했다.

중간에 야영을 하는데, 유리가 내 옆에 앉자 모두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유리. 조금 떨어져 앉지?"

"싫어요. 10년 간 내버려두셨는데, 며칠 만 독점하게 해 주세요."

나는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제니스님도 허락하셨어요."

내 몸이 굳어졌다. "어떻게 안 거지?"

"저는 제니스님을 본처로 모시는 부인이에요. 제 본처에 대해 모르면 안 되죠. 정말 대단하시네요. 50대 노인이 저렇게 어려지다니요."

파르노가 보고 물었다. "그보다는 짐작이 반 의심이 반이었지?"

유리가 파르노를 바라보았다.

"제니스는 장사꾼을 다루는 법을 모르지만, 나는 잘 알아. 너 같이 모르는 척 아는 척하며 상대를 가지고 노는 것 말야.
너는 제니스라는 확신이 없어서 찔러봤는데, 반응이 나오니 확신한 거지?"

"후훗. 그 것보다 제니스님이 나에게 피를 먹일 때, 손가락 사이에 있는 상처가 그대로 있어서 알았어요."

제니스는 놀라 손을 가렸다.

"그래서 알았죠. 이 사람은 제니스다."

유리는 나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서방님의 부인이 되면 어려질 수 있다는 거죠."

나는 또다시 의문이 생겼다.

"제니스, 왜 유리의 몸을 바꾸지 않았지?"

제니스는 한숨을 쉬고 일어나, 유리에게 가서 그 몸에 마법을 걸었다. 유리는 16세의 나이로 변했다.

"우와! 정말로 어려졌네? 그럼 여러분들도?"

티리스가 발끈했다. "난 올해 14세야. 아줌마."

"아줌마? 너도 서방님의 부인? 서방님의 눈이 참 아니네. 어떻게 저런 아이를..."

"아이! 넌 몇 번째 부인이지? 나보다 서열이 낮은 주제에."

"아하! 서열. 난 제니스님을 모시는 사람인 걸. 너와 서열을 논할 것 없는데? 게다가 너를 보니 저기 저 여자가 본처인 것 같네? 그럼 다른 본처를 섬기는 것 아냐?"
유리가 현정을 가리켰다.

파르노가 조용히 일어나, 유리의 손을 잡고 손목을 비틀었다.

"아악! 뭐야?"

"아무래도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 마왕 앞에서 감히!"

손목에서 뚝소리가 나며 뼈가 부러졌다. 파르노가 손을 놓자 유리의 손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제니스는 유리의 손을 잡고 힐링으로 고쳤다.

짝! 유리의 뺨을 때렸다.
"유리. 함부로 마왕님께 경망스러운 짓 하지 마. 목숨이 아까우면."

"마왕? 마왕이라구요?"

"저기 있는 서방님의 부인들은 모두 마왕들이야. 다른 세계의 마왕들. 우리 힘으로 대적할 수 없는."

티리스가 하늘에 손을 올려 마력을 주입하자 주위로 마력탄들이 퍼져 나가며 땅에 닿아 폭발을 일으켰다. 최고위 마법사가 한번 겨우 만들 수 있는 위력의 폭발 마법이 10개 이상 행해지자, 유리의 얼굴이 변했다.

폭발과 함께 사람이 땅 위로 튀어 올랐다.

파르노가 웃으며 유리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잘 들어. 네가 저런 떨거지들 믿고 설치는 것 같은데. 네가 서방님의 부인, 제니스를 모시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너는 살아남지 못했어. 주제를 알고 우리를 따라오라는 거야. 알았어?"

유리는 두려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자가 일어나 달려가더니,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잠시 후, 엘리자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한 명을 끌고 와 유리 앞에 던졌다.
"이런 놈들 믿고 우리에게 당당했던 거니?"

현정이 나와 끌고 온 사람의 머리를 잡고 위협했다. "앞으로 우리를 건드리면, 죽는다~! 알겠지?"

그 사람은 두려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정이 놓아주자 그 사람은 허둥지둥 도망쳤다.

현정은 유리에게로 가서 그녀의 머리를 잡고 끌고 나와 나에게서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오늘은 파르노와 엘리자의 날이야. 서방님을 부탁해."

""네!"" 파르노와 엘리자가 내 양 옆에 앉았다.

제니스는 한숨을 쉬고 일어나 유리에게 가서, 울고 있는 유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다음날 새벽, 내 양 옆에 엘리자, 파르노를 두고 잠에서 깨었다.

아직 어두운 밖을 나오니 모닥불에 제니스와 유리가 같이 앉아 있었다.

"안자는 거야?"

"잠이 오지 않아요. 유리를 위로해 줄 겸 나와 있죠."

나는 유리의 손을 잡고 근처 풀이 많은 곳으로 데려갔다.

같이 제니스에게로 오는데, 유리가 내 몸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제니스가 혀를 찼다. "서방님께 안겼다고 반질반질 해져서는..."

"제니스도 생각 있어?"

제니스가 웃으며 일어났고, 나는 유리의 자리에 제니스를 데려갔다.

제니스와 함께 오는데, 유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유리 옆에 앉고 제니스가 내 옆에 앉아 내 몸에 밀착시켰다.

"유리는 어떻지요?"

"어떻다 마나, 네가 한명 더 있는 것 같아."

"저는 그래서 유리가 마음에 들어요."

"넌 유리를 싫어하지 않았어?"

"그 때는 내 적이었지만, 지금은 내 유일한 아랫 부인인 걸요?"

"아랫 부인? 좋은 표현이네."

"어머나, 제니스님. 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제니스님이 좋은 걸요."

"네가 프랑크를 유혹하지 않았다면, 좋아했을 거야."

"하하... 그 때 제니스님은 프랑크님 주위로 오는 모든 여자들을 경계하셨죠."

"네 배 위를 거쳐 간 남자 중에 내 애인도 있었거든."

"다질 후작 말인가요? 제니스님이 죽이셨잖아요."

"내가 잔 남자와 잔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줄 수 없었지."

"그렇다면 루나님도 싫어하셔야죠. 루나님은..."

"유리!"
제니스의 목소리가 커졌다.

나는 제니스의 손을 잡았다.

본처에게 통하던 것이 제니스에게도 통했다.

루나는 제니스의 정부의 딸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딸로 알려져 있지만, 루나는 의부의 애인이었다. 루나의 형식적 아버지이자 애인이었던 남자는 자기의 어린 애인을 왕에게 바치고 재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내가 마음을 읽은 것을 알자, 제니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루나를 싫어하고 죽이려 했던 거야?"

제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는 6살 때부터 그 남자의 밤시중을 들던 여자였습니다. 그 남자는 초경 전의 유녀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죠. 내 애인이었지만, 우리의 관계는 정치적 거래에 불과했습니다. 그 자는... 우리의 세계의 표현으로는 로리콘 변태였죠."

우리의 세계? 대한 민국이 우리의 세계?

"그 자는 루나가 생리를 시작하자 흥미를 잃고 메리의 시녀로 보냈습니다. 루나가 임신했다고 들었을 때, 나는 프랑크의 아이인지 의심했죠."

"이번에 보니 아니었나? 진짜 프랑크의 아들이 맞아?"

제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방님이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것도 이해가 되요. 하지만 이 세계에서 그런 일은 흔해요. 나도 유리도 그런 여자들이었으니까요."

제니스의 고백에 놀랐다.

유리가 말했다. "이 곳 풍습은 첩의 딸은 어릴 때 아버지의 밤시중을 들어야 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옷을 입지 못한 채 아버지와 살을 맞대고 자야 했죠."

"왜..."

제니스가 대답했다. "마력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죠."

"그럼 여자들은? 너는 어떻게 마력을 유지했지?"

"남자와 밤을 보내면 강해졌죠. 저도 많은 애인이 있었어요. 그렇지 못한 여자들은 30대가 되면 마력이 형편없이 약해져요."

유리가 말했다. "저도 나이가 들어 매력이 없으니 마력이 약해지고 있어요."

"그럼 남자들은 마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린 소녀들을 안고 자는 거야? 그 소녀들은 어떻게 되지?"

"초경을 시작하면 시집을 가게 되요. 보통 그 상대 남자가 시집을 보내줘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어요."

"그런데 제니스는 왕의 후궁이었잖아. 어떻게 된 거지?"

"전쟁으로 저의 전 남편이 죽었죠. 근위대 기사였는데, 왕을 지키다가... 저는 다행히 포로로 잡혀 프랑크를 잉태하는 바람에 왕의 후궁이 된 거예요."

나는 제니스의 손을 잡았다.

"아니에요. 오래 전 일이라 그렇게 슬플 일도 아니죠."

나는 유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도 내 아버지의 그런 상대였죠. 그러다 길드 직원하고 결혼했는데, 남편이 죽고, 아버지는 나를 길드의 접대에 이용했죠."

"몇 살부터."

"벌써 20년이 넘었으니, 내가 14세 부터 일 거예요."

"그럼 지금까지 재혼도 못하고?"

제니스가 말했다.
"이 세계에서는 여자의 재혼을 수치스럽게 생각해요. 저와 프랑크가 인정받지 못한 이유죠. 그러니 남편을 잃은 여인들은 다른 남자의 첩이 되거나."

유리가 말했다. "저처럼 창녀가 되는 수밖에 없죠."

듣다보니 둘 다 슬픈 과거가 있는 여자들이었다. 이들을 한때 미워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제니스가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이렇게 서방님을 만나게 되어서."

유리도 웃었다. "저도 다행이에요. 이제 아버지에게 해방될 수 있어서."

"그런데 나는 부인이 12명인 사람이야. 그래도 괜찮아?"

유리가 말했다. "방금 제니스님이 말해주셨잖아요. 미망인은 다른 남자의 첩이 될 수밖에 없다고요. 저도 어떤 노인네의 첩이 될 예정이었어요. 그래서 여기로 달려온 거죠.
그런 노인네의 7번째 첩의 되는 것보다 서방님의 10번째 부인이 되는 것이 나아요."

"그럼 이렇게 부인이 된 것이 기쁜 거야?"

"물론이죠."

우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잘나가는 여자의 인생을 망친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유리는 유리 나름대로 코너에 몰려있었다. 오히려 내 부인이 되는 것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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