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두명의 공주들의 방문
"여기서 오늘 휴식을 취한다."
내 명령에 아랑으로 향하는 행렬이 멈추고, 노숙을 준비한다.
쟈브로에서 도착한 지 3개월 만에 우리는 100개의 수레를 채울 금광석과 철광석을 모았다. 유리는 남아서 옷감의 판매와 광석의 수집을 맡기로 하고, 우리는 아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차가 멈추자, 한 소녀가 뛰어나와 풀로 뒤덮인 벌판을 뛰어다녔다.
나는 그 소녀에게로 갔다. "마르티나 공주님. 공주님께서는 쟈브로의 왕성을 밖이 처음인가요?"
"태어나서 처음 왕궁을 나서보는 거예요. 이렇게 넓은 줄 몰랐어요."
치마를 들고 뛰어다니는 그녀가 며칠 전만 해도 마왕이라고 알려진 마틴 왕자였다는 것을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금 그녀는 여자 옷을 입고, 벌판을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마차에서 유리 공주가 나왔다. "마틴, 우리는 놀러가는 게 아니야. 아버님을 만나러 가는 거야."
유리의 말을 듣지도 않고, 마틴, 아니 마르티나는 기쁜 듯 뛰어다녔다.
린이 내 옆으로 왔다. "저렇게 좋아하시다니, 여자 옷을 입히니 더 좋아하시네요."
"지금의 마르티나를 보고 남자라고 말할 사람이 없을 거야."
유리 공주가 우리에게 왔다. "스카이워커 공작님.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마틴이 아닌 마르티나 공주가 되는 것이?"
"올가님과 유리 공주님이 살 길입니다."
"마틴, 아니 마르티나는?"
"제가 반드시 마르티나 공주님을 살려드리겠습니다."
유리는 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뛰어다니는 마르티나와 함께 놀아주는 것은 제니스였다.
제니스는 꽃을 꺽어 마르티나의 머리에 달아주었고, 마르티나는 좋아서 더 기쁘게 뛰어다녔다.
마르티나가 나에게 달려왔다.
"보세요. 스카이워커님. 제 모습 어떻지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공주님으로 보입니다."
마르티나는 해맑게 웃었다.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데, 우리들의 음식은 제니스가 따로 만들었다.
마르티나는 제니스와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고, 식사도 제니스의 옆에 앉아 같이 먹으려 했다. 잠시 유리 공주와 실랑이가 있었지만, 마르티나는 제니스를 고집했고 유리가 물러섰다.
마르티나는 식사 후 제니스 품에서 잠이 들었고, 우리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여자 옷을 입었다고 저렇게 좋아하시다니... 이러면 저 아이가 남자라고 생각하지 못하겠어."
린이 말했다. "현정. 마르티나는 원래 여자였어."
"그런 경우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른다고 했잖아."
"내 경험으로 비추어 마르티나는 여자아이야."
제니스는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어쩌실 거죠?"
"페트리아 때에는 페트리아의 남성을 제거하니 돌아올 수 있었어. 마르티나의 경우도 같을 거야.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어."
제니스는 자고 있는 마르티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귀여운데..."
내가 조용히 물었다. "제니스. 우리가 이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지?"
"아직 모르겠어요. 프랑크의 생각을 알고 싶으니까요."
"프랑크의 생각은 나와 같을 거야. 이미 마르티나는 여기서 살 수 없어."
제니스는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끄덕였다.
올가는 프랑크와 소식이 끊어진 이후, 다른 부족들의 도전에 직면했다.
원래 쟈브로 지역은 많은 부족들의 각축장이었다. 그 곳에서 주변 부족들을 통일한 사람이 올가의 아버지인 마왕이었다.
그 역시 마왕의 혈통을 이었을 뿐, 마왕의 능력은 부족했다.
이 세계에서 마왕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마왕의 지식과 경험이 후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대로 마왕은 후대 마왕에게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마력의 형태로 전수해 주었다.
제니스에게 마왕이 사로잡혔을 때, 올가는 아랑으로 찾아와 마왕을 만나 자신의 배 속의 아이에게 마왕의 능력을 전수 받았다.
하지만 올가의 아이는 마왕의 능력 뿐 아니라 그 폐해까지 이어받았다. 마왕의 후손들에게 있는 기형, 중성으로 태어난 것이었다. 마르티나는 페트리아와 같이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태어났다. 보통 어느 정도 성장한 후 마왕의 힘을 받는 이유로 중성으로 태어나는 왕가의 자손이 없었지만, 마틴은 모체의 몸 속에 있을 때 마왕의 마력을 받았다. 그, 아니 그녀는 기형으로 태어나야 했다.
그래도 아기일 때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나타낼 수 없어, 올가는 마틴을 아들로 발표했다. 더욱이 셋째로 태어난 아들은 정변으로 죽고 말았다. 마틴 외에 대안이 없었다.
정치적으로 마왕의 핏줄임을 내세우던 올가는 마왕을 낳았다는 것으로 통치를 이어가려 했다.
그런데 태어난 아이는 완벽한 남성이 아니었다. 올가가 낳는 아이는 반드시 마왕이어야 했고, 그렇게 거짓 선전해왔다.
지금 올가는 다른 선택을 했다. 프랑크에게 의지하는 것. 그 것을 위해 자기 딸 유리를 프랑크에게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올가가 쟈브로 부족들을 속여왔다는 것이 알려지면, 이후 통치가 힘들어지게 된다. 마르티나가 여자이든 남자이든, 올가의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버려야 할 존재가 되었다.
내가 아랑으로 돌아간다고 하면서, 나는 올가에게 마르티나를 데리고 가겠다고 제시했다.
만약 프랑크에게 마르티나를 여성으로 소개하면, 혹시 마르티나가 아랑의 공주로서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만약 그것이 힘들다면, 내가 데리고 아랑과 쟈브로에서 멀리 떠나겠다
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올가는 어머니로서는 첫 번째를, 쟈브로의 여왕으로서는 두 번째를 선택했다. 그 선택의 결정을 유리에게 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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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는데, 유리 공주가 나를 찾아왔다.
"마틴은?"
"지금 주무십니다."
유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스카이워커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왕가의 혈통으로 태어난 숙명입니다. 왕가의 여인들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 힘든 것입니다."
"나도 아랑에 가면 정략 결혼의 대상이 되겠군요."
"십중팔구 프랑크님과 결혼하게 될 겁니다. 각오하신 일 아닌 가요?"
"어머니를 위해, 왕국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렇게라도 쟈브로를 지킬 수 있다면..."
유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제까지 마틴이 우리를 지켜줬는데, 우리는 마틴을 버려야 하네요."
"그 것도 왕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숙명입니다. 정치적으로 희생되어야 하는."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스카이워커님."
"아나킨이라고 불러주세요."
"아나킨님. 마틴을 살려주세요."
"저는 마르티나 공주님을 살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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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용의 놀이터에 들어서자, 유리가 나를 불렀다.
나는 말을 마차 옆에 가까이했고, 유리는 마차의 창문을 열었다.
"여기가 용의 놀이터인가요? 천룡이 들어오는 사람들을 죽인다는?"
"천룡은 저에게 패배해서, 이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나에게만."
마르티나가 유리 옆으로 왔다. "아나킨님께서 천룡을 이기셨다고요?"
"힘든 상대였습니다. 그 후 이 곳을 아랑과 쟈브로의 교역로로 삼으려 했죠."
"그런데 왜 그동안 여기를 통과하지 못했죠?"
"이 길은 나와 천룡과 계약을 맺은 곳입니다. 내가 지정하는 사람들이 통과하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멍청해서 저에게 마력을 빼앗았죠. 그러니 용과의 계약이 파기된 겁니다."
"그럼 지금은?"
"내가 마력을 되찾아 새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큰 물체가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갔다. 천룡이었다.
우리는 행렬을 멈추었고, 천룡이 우리에게 내려왔다.
"왔는가? 또 여기를 지나려는가?"
"그래. 약속한 소가 저기 있다."
내 신호에 따라 소를 몰고 왔다. 용이 한 마리를 입에 물자 소가 울부짖었고, 용은 그 소를 물고 머리를 하늘을 향해 흔들었다.
소의 피가 땅에 떨어지자, 마르티나는 유리 품에서 울고 있었다.
"맛있다. 소는 역시 북쪽 것이 좋구나."
"여기 있는 소들은 너의 것이다."
"고맙다. 그런데 언제 나를 데려갈 것이냐?"
"조만간이다."
"기쁘게 기다리마."
쳔룡은 입에 소를 물고 하늘로 날아갔다.
용이 떠났는데, 마차 안에서 마르티나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마차의 문을 열었다. "마르티나 공주님. 용은 떠났습니다."
울던 마르티나는 내 품에 뛰어들었다. "정말? 용이 간 거야?"
나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있으니 누구도 공주님을 공격하지 못합니다."
마르티나는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정말?"
제니스가 내 옆으로 와서 마르티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나킨님은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하신 분이에요. 그 분이 보호해주시는데, 공주님께서는 무서워하실 것이 전혀 없어요."
"로즈. 공주님들과 이 마차에 같이 타.
공주님. 로즈와 함께 있으면 안심이 될 겁니다."
마르티나는 제니스의 손을 잡고 마차로 끌었다.
내가 마차 옆에서 말을 타고 가는데, 마차 안에서 세 여자의 수다가 크게 들렸다. 특히 마르티나의 해맑은 웃음 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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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에 도착한 우리는 미리 보낸 전령 덕에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궁으로 인도되었다.
마차 안에서 유리와 마르티나는 밖을 보며 기쁘게 손을 흔들었다.
유리는 나에게 물었다. "환영이 대단하네요?"
"유리 공주님은 프랑크님의 최대 업적을 증명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쟈브로와 거래를 바라는 저들의 염원이 담겨있는 거죠?"
"마르티나는?"
"우선 아랑에 공주님으로 소개드릴 겁니다. 이후 문제가 생기면 그 때 판단하기로 하죠."
우리가 궁전 정문에 다다르자, 군사들과 더불어 프랑크가 직접 마중 나왔다.
마차에서 내린 유리와 마르티나는 프랑크 앞으로 걸어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님, 소녀 유리. 인사드립니다."
"아버님, 소녀 마르티나. 인사드립니다."
프랑크는 두 소녀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그렇구나, 너희들이 짐의 딸들이구나. 올가가 낳은 짐의 딸이었어. 정말 반갑구나."
프랑크는 유리와 마르티나의 손을 잡아 올렸다.
"보아라. 짐의 혈육이다. 10년 만에 찾아온 짐의 혈육이 이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신하들과 군사들이 ‘만세’를 불렀다.
프랑크는 두 공주들의유리의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갔다.
알현실에 들어가니, 루나가 두 왕자들과 함께 옥좌 옆 쪽에 앉아있었다. 프랑크가 두 명의 손를 내려놓고, 옥좌로 올라가 앉자, 두 공주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프랑크 앞에 무릎을 꿇었다.
프랑크가 손짓을 하자, 모두 일어섰다.
유리는 마르티나의 손을 잡고 루나 앞에 가서 몸을 굽히는 예를 표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쟈브로의 영주, 올가의 딸인 유리입니다. 그리고 이 쪽은 마르티나입니다."
"마르티나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르티나도 유리를 따라 인사했다.
루나는 두 왕자들을 놔두고, 아래로 내려와 유리와 마르티나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딱딱하게 할 필요 없어. 여기는 너희들의 집이기도 하니까."
루나와 유리는 시선을 나누었다. 두 여자들의 무언의 대화가 내 머리 속에 들렸다.
‘마족의 피를 가진 주제에 여기서 공주라고 나서다니.’
‘천한 계집 주제에 내 어머니라고 나서다니.’
유리가 웃으며 말했다. "왕비님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칭찬이 많았는데, 직접보니 소문이 반의반도 전해지지 못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루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우리 자매를 이렇게 반겨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유리와 마르티나는 루나에게 인사하고 프랑크 앞으로 갔다.
유리가 말했다. "아바마마, 소녀 자그마한 청이 있습니다."
"말하라."
"이번 쟈브로에서 온 수레 중, 반은 어머님께서 직접 아바마마께 보내신 것들입니다. 그 처분을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모든 신하들이 놀랐고, 루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 신하가 외쳤다. "그건 안될 말입니다. 수레의 규격과 양은 국법으로 정해진 것입니다."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 스카이워커 공작님께서 소유하신 교역량은 한번에 100수레, 1년 300수레입니다. 공작님께서는 그중 100수레 분량을 저에게 주셨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나는 웃었다. "그렇습니다."
"스카이워커님께서 저에게 주신 물량을 제 손으로 운영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프랑크가 웃으며 유리를 바라보았다. "허락한다."
알현실 내부가 웅성거렸다.
"그리고 이 것은 왕실 내부의 일이니, 세금을 면제한다."
프랑크의 선언에 모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스카이워커 공작이 가진 교역권을 모두 너에게 인계한다."
더 충격적인 선언이었다.
"더불어 쟈브로 내부의 교역권을 나의 두 번째 왕비인 올가에게 맡긴다."
용의 놀이터를 통한 교역의 권리의 대부분을 유리, 올가에게 맡긴다는 선언이었다. 프랑크 왕실의 위상이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옆에 있는 루나가 반발했다. "전하. 이럴 수는..."
프랑크는 루나 옆에 있는 왕자 프랑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의 아들인 프랑크와 유리 공주의 약혼을 발표한다."
이 것은 프랑크가 쟈브로로 가는 나에게 명령한 것이었다.
우리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쪽 세계의 왕가는 거의 왕실 내부에서 혼인이 이루어졌다. 아랑 사람들의 입장에서 프랑크 왕자와 유리 공주의 결혼은 당연한 일이었다.
루나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유리가 큰 재력을 가지게 된 것을 참기 힘들어도, 그런 여성을 아들의 아내로 삼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저도 기쁩니다."
모든 신하들의 얼굴이 당황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프랑크의 권력이 이제 쟈브로로 확대되고, 엄청난 교역으로 강화되었다. 이제 그를 막아설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
알현을 마친 이후, 나는 유리, 마르티나와 함께 별궁으로 가서 프랑크와 만났다.
프랑크가 조용히 물었다. "경이 보낸 편지를 받고 놀랐습니다. 마르티나에게 그런 문제가 있었다니..."
"마왕 왕가에 내린 저주입니다. 제대로 된 남자가 태어나지 못하는 거죠. 그들이 성장한 이후, 마왕의 힘을 받는 이유입니다."
프랑크는 마르티나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짐의 혈육이..."
"전하. 이제 마르티나님은 공주로 알려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올가님의 안전입니다. 지금 이 사실이 알려졌으니, 분명 쟈브로 주변 부족들은 올가님을 공격하러 할 겁니다."
유리가 말했다. "도와주세요. 아버님."
프랑크가 유리의 손을 잡았다. "알았다. 내가 올가를 그렇게 오래 돌보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도와야지."
"고맙습니다. 아바마마."
"고맙다. 이렇게 훌륭히 자라줘서. 이렇게 짐을 찾아와줘서. 앞으로 내 아들을 부탁한다."
프랑크의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왕자 프랑크는 영민해도 심약하고 소심했다. 어머니를 닮은 이유였다.
그에 비해 유리는 할머니 제니스를 닮아 심지가 굳고 지혜로웠다. 왕실의 안정을 위해 유리는 적재적소에 나타난 프랑크의 원군이었다.
"지금 문제는 마르티나 공주님입니다."
나는 마르티나의 이마에 손을 대고 수면 마법을 걸었다.
마르티나는 프랑크의 품 안에서 잠이 들었다.
"비록 마르티나님을 공주로 알려져 아랑에서는 환영받았지만, 이 분은 쟈브로로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프랑크와 유리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 판단해 주십시오. 저에게 마르티나 공주님을 살릴 방법이 있습니다."
유리가 중얼거렸다. "마르티나를 멀리 데려가신다는..."
"제니스님도 마르티나님을 반기실 겁니다."
프랑크의 눈이 밝아졌다. "어머님이?"
"타지에서 그 분 혼자 외로워하십니다. 마르티나님께서 저와 같이 가시면, 제니스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그렇군요. 어머님이..."
"판단은 두 분께 맡기겠습니다."
지금 이 것이 타당한 선택이었지만, 두 사람은 망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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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받아 집에 돌아가니, 나의 부인들은 집에서 휴식 중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거실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현정아. 마셔. 마시라고..."
"난 미성년자야... 더...는 안 돼."
"저번에 리나하고 잘도 마셨으면서..."
"엘리자, 마시자. 마시자고."
"티리스. 너도 마셔야지. 파르노도 같이 마시자."
"린, 너는 왜 안마시는 거야?"
여자들이 서로 껴안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특히 티리스는 몸의 균형을 잃고 날뛰고 있었다.
파르노가 웃으며 일어서 나에게 왔다. 그녀에게 술 냄새가 났지만, 아직 취하지 않았다.
"아나킨. 온 거야?"
"이게 무슨 일이지?"
"집에 술이 있길래. 먼저 현정이 마시다가 모두 같이 마시게 되었어. 그런데 말야. 이 사람들 술을 마실지 모르잖아? 몇 잔에 저렇게 되었어."
그 중에서 제니스의 흐트러진 모습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항상 단정한 자세와 옷차림의 그녀가 윗옷을 배까지 올린 채 다리를 벌리고, 술병을 들고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술을 마시며 웃고 있는 제니스의 눈이 울고 있었다.
나는 가서 제니스를 공주님안기로 안아 올렸다.
"서방님. 오늘 저... 너무 슬퍼요."
제니스는 술병을 떨어트리고, 두 손으로 내 목을 안았다.
"저... 너무 슬퍼서 울고 싶어요."
나는 말없이 제니스를 안고 거실에서 방으로 갔다.
다음날 아침, 나는 제니스를 안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내가 일어서려고 하자, 제니스가 내 품을 파고들었다.
"싫어요. 이대로 조금만..."
이렇게 제니스가 조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제니스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마르티나 때문이야?"
"내가 여기 오기 전까지, 여기에 오고 싶어 매일 기도했어요. 프랑크를 만나게 해달라고.
그런데 프랑크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너는?"
"이제 프랑크가 필요 없어요. 서방님이 있으니."
"내가?"
"여기와 프랑크를 보고 알았어요. 저는 프랑크보다 서방님을 더 사랑해요."
나는 웃으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거지?"
"서방님은 어떻게 하실 거죠?"
"내 말은 그 때와 같아. 너희들에게 자유를 줄 거야. 떠나고 싶다면 오늘이라도 떠나게 해줄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고. 그러니 네 마음대로 해."
"내가 영원히 서방님 곁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하면요?"
"그럼 그렇게 해."
제니스는 나를 눕히고 위롤 올라왔다. "약속한 거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니스가 먼저 키스해 왔다.
거실로 나오니, 어제의 참상이 모두 정리되어 있었고, 파르노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파르노, 다른 사람들은?"
"여기 하인들이 유능해. 쓰러진 우리를 모두 각각의 방으로 옮겨놓고, 여기도 정리해 놨어.
그런데 제니스는?"
"지금 일어나려고 준비 중. 그런데..."
"제니스가 너하고 살고 싶다고 해?"
역시 파르노 앞에서는 숨길 수 없다.
"넌, 참 나쁜 남자야. 여러 여자를 부인으로 삼고, 모두가 널 떠나지 못하게 만드니까."
"난 너희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
"그게 더 무서운 거야. 스스로 남아 있게 만드니까."
"너는?"
"제니스도 나와 같을 걸? 들어보니 여기 부인들 중에서 제니스와 보낸 시간이 가장 많지? 나 다음으로 많다고 들었어. 그럼 넌 제니스를 어떻게 생각하지?"
"솔직히 제니스와 너는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마야님을 가장 사랑하잖아."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너는 나쁜 남자야.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 다른 여자들이 너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니까. 그나마 본처라는 제도가 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여자들 싸움에 머리가 아플 걸?"
"지금도 충분히 머리가 아파."
"현재로서는 제니스, 나, 현정은 절대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티리스도 그런 것 같고."
"마야는?"
"솔직히 반반. 아이가 문제겠지?"
파르노의 말을 듣고 나는 긴장했다. 나에게 닥칠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