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마야의 출산(1)
2학기 중간 고사가 끝나고 추석이 되자, 나는 마아와 함께 아버지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연휴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 아버지는 나에게 연락을 했다.
- 야! 임마. 너는 애 아빠 되는 놈이 마누라 소개 안 할 거야?
"뭔 소개요?"
- 가족들에게 너 결혼했다고 알렸는데, 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가족들에게 인사해야지.
"하지만..."
- 저번 설날에는 신혼이라 봐줬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잖아. 두말 할 것 없고, 올해 당장 남원으로 가자!
"아빠. 마야가 9개월이에요. 차 안에서 애가 나오면 어떻게 해요?"
잠시 아무 말 없었다.
- 알았어. 그럼 추석 다음날. 우리 집으로 와!
"이사 간 건 아니죠?"
- 오전 중으로 와!"
....................
마야와 워프해서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는데, 한숨이 났다. 아무리 해도 고등학생이 애아빠라는 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니까.
"서방님. 어디 편찮으세요? 아니면 저를 소개시키는 것이 싫으세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마야가 내 마누라라고 소개하는 것이..."
"제가 그렇게 모자른 가요?"
"아니야. 나에게 마야가 너무 과분해서."
마야는 한 손에 쇼핑백을 쥐고, 다른 손으로 나에게 팔짱을 끼며 기대어 왔다.
"제가 서방님에게 미안해요. 저 따위를 본처로 삼아주셔서요."
지금까지 나를 속였다는 생각이 녹아내릴 만큼 따뜻한 미소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옛집의 층에 내려,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내 핸드폰이 울렸다.
그 소리를 듣고 문이 열렸다.
"엄마. 형하고 형수가 왔어." 내 동생 재영이였다.
집 안에 들어가니,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삼촌, 숙모, 사촌 누나와 동생, 재영이 등 9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야를 보고, 그 미모에 6명이 넋을 잃었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 서서 절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인사드립니다."
마야는 내 옆에 와서 절을 했다. "처음 뵙겟습니다. 송 마야입니다."
어머니가 방석 2개를 가져와, 나와 마야는 거실 한 가운데에서 무릎 꿇고 앉았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마야라고 했냐? 반갑다. 내가 이 재신이 할아버지다."
"재신이 할머니야."
"재신이 삼촌입니다."
"재신이 작은 어머니에요."
사촌 누나와 동생이 옆에서 말했다. "저기 송 재신의 사촌들이에요. 올해 대학 2학년."
"재신이 형 사촌 동생이에요. 형수님 정말 미인이시네요."
"고딩 주제에 애아빠라니... 까져가지고.."
사촌 누나의 혼잣말에 숙모가 누나를 노려보았다.
마야가 쇼핑백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었다. "이건 할아버님께 드리는 작은 정성입니다."
할머니에게도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할머님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열어보니 고급 시계였고, 할머니에게는 굵은 금반지였다.
"아버님, 어머님 것입니다."
아버지에게는 푸른 보석이 달린 넥타이핀, 어머니에게는 붉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였다.
"삼촌과 숙모님의 것입니다."
삼촌에게는 금 장식의 넥타이핀, 숙모에게는 작은 보석이 박힌 금반지였다.
"그리고 형제 분들에게 드리는 겁니다."
세 명에게는 금으로 만든 반지였다.
모두 비싸 보이는 선물에 눈이 밝아졌다.
"모두 우리 집안 세공사들이 만든 것들인데, 마음에 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할머니가 일어서 마야의 손을 잡았다. "마음에 들다 마다. 이렇게 임산부를 벌세우고. 여기 앉아요."
삼촌과 숙모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할머니는 마야의 손을 잡고 나란히 앉았다.
"우리 철 없는 재신이 때문에 고생이 많아요."
"서방님께서 저 같은 여자와 결혼해서 더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런 분이 나를 거두어 준 것만으로도 저는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사촌 누나가 비꼬았다. "여자 하나는 잘 잡아서 팔자 고쳤네."
숙모가 가서 사촌 누나를 방을 끌고 갔다.
할아버지는 당장 그 시계를 손에 차고 마야를 보며 말했다.
"우리 못난 손자와 결혼해 주고, 참 고마워요."
"아닙니다. 못난 손자라니요. 저렇게 훌륭하고 대단하신 분을 남편으로 모시게 된 제가 영광입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과분하신 분입니다."
모두들 마야의 말에 나를 보며 웃었다. 특히 재영이와 사촌 동생은 ‘부럽다’라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나는 몸 둘 바를 몰라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다.
"이렇게 무거운 몸으로... 예정일이 얼마 안남았지?"
"다음달에 출산입니다."
"부디 몸조심해서 건강히 순산하고, 우리 재신이와 오래오래 살아줘요."
"그런 부탁은 서방님께 제가 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저를 버리지 마시고, 제 잘못도 너그럽게 봐주시고 그렇게 사랑받으며 살고 싶어요."
재영이와 사촌 동생은 아예 날 죽이려는 눈빛이었다.
삼촌이 말했다. "이런 녀석에게 어떻게 이렇게 예쁜 여자가..."
마야가 말했다. "저에게는 세상 어떤 남자보다 멋있고, 강하고, 자상하신 분입니다. 저의 단 하나의 하늘이신 서방님이십니다."
모두들 그 말에 뒤로 넘어갈 얼굴들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여자가... 그리고 어떻게 이런 놈에게...
그런 생각들이 얼굴에 서 있었다.
"서방님의 사랑을 받으며 오래오래 서방님을 모시며 살기를 바랄 뿐입니다. 앞으로 이 아이 뒤로 많은 아이를 낳아, 서방님의 후사를 든든히 할 생각입니다.
제 바램은 오직 서방님을 곁에서 모시는 것과 서방님의 아이를 많이 낳아드리는 것 뿐입니다."
모두의 눈빛이 나에게 쏠렸다. 최고의 여자를 망쳐놓은 망나니를 보는 표정이었다.
사촌 누나와 숙모가 방에서 나왔다. "여자 하나로 팔자 고쳤네."
마야가 누나를 바라보았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분이십니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 저 한분을 모셔도 감당 못할 분을 저 하나가 독점하는 것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럼 재신이가 첩을 얻어도 된다는 건가요?"
"천명의 여인들이라도 서방님께 과분하지요."
모두들 아예 이 세상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모두들. 마야가 온 나라에서는 여성들에 대해 이렇게 교육시켜. 마야도 아직 그 것에 벗어나지 못했고, 한국에서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바뀔 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그보다는 대한민국 여자들이 기가 쎈 것이 문제지."
어머니와 숙모, 누나의 눈길에 칼이 숨어 있었다.
"마야의 나라에서는 여성에 대한 의식이 그 정도라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문화적 차이라고 알아둬."
사촌 누나가 말했다. "마야씨가 3년만 한국에서 살면 저런 말 하지 않을 것 같아."
"맞아. 아직 마야는 양성 평등에 대해 잘 몰라서 말야."
마야가 말했다. "여성이 할 일은 남편을 잘 받들고, 후손을 많이 낳아 집안을 튼튼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많이 도와주십시오."
마야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마야의 명절 방문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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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출산일이 가까워지는데, 먀야는 마왕성 안에서 출산을 고집했다.
솔직히 제니스의 스캔 마법이 있고, 아이를 받아본 경험이 많은 린이 있어서 마왕성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마야의 양수가 터지고 출산이 임박했을 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미야가 급히 교실에 왔고, 민지의 허락으로 나는 급히 마왕성으로 향했다.
하루를 기다려 새벽에 출산이 이루어졌고, 나는 마야의 비명을 들으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아기 울음 소리가 났고, 린이 굳은 표정으로 나왔다.
"마야는 무사해?"
"마야님께서 순산하셨습니다. 하지만..."
린의 말에 나는 굳어졌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나는 멀리 떨어져 있는 미야를 바라보았다.
나는 미야의 손을 잡고, 내 방으로 워프했다.
"미야! 너는 뭔가 알고 있지?"
미야는 아무 말 없었다.
나는 숨을 들이쉬고 차분히 물었다. "묻겠어. 너는 남자였어?"
"저는..."
"너희들은 이복 남매가 많겠지? 몇 명이 남자였지? 너 뿐이었나?"
미야는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마야가 낳은 아이... 페트리아와 같은 경우야. 어떻게 설명할 거지?"
미야는 절망에 빠져 땅에 주저앉았다. "이럴 수가... 우리의 저주 받은 피가..."
"미야. 이제 마야에게 무어라 말하지? 마야는 아들을 낳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어. 어떻게 마야에게 말해야지?"
미야는 머리를 쥐고 아무 말 못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린에게 아이를 맡겨야 겠어. 린이 이런 일에 전문가니까."
"안됩니다. 그건..."
"왜 안된다고 하는 거지? 아이가 아들이면 안되는 거야? 너 같이 되는 거야? 말해봐. 너처럼 제대로 된 남성이 아니라서 문제라는 거야?"
미야는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난 라노크를 이긴 사람이야. 용은 자기를 이긴 자에게 복종하게 되어 있어. 라노크에게 모든 것을 들었어. 너는 마왕이 되지 못할 정도로 여자에 가까웠잖아?"
미야는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함부로 남자로 만들지 말았으면 합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마야에게 뭐라고 말하지?"
미야가 일어섰다. "제가 말하죠. 마야도 이런 일을 예상했으니까요."
나는 미야를 잡을 수 없었다.
미야가 마야와 단둘이 대화하는 동안, 안에서 마야의 비명과 울음이 들렸다.
그 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 야. 이 자식. 마야가 출산이라며, 그럼 빨리 말해줘야지.
"아빠. 지금 말할 상황이 아니야."
- 뭐야? 무슨 문제 있어?
"끝나면 말해줄테니 조금 기다려."
- 야! 송 재신. 무슨 일인지 말해줘야 할 것 아냐?
"잠시 후에 연락 줄게."
나는 그대로 휴대폰을 꺼버렸다.
나는 아기를 안은 린과 함께 방에 들어갔다. 미야가 마야를 안고 같이 울고 있었다.
마야는 아기를 보고 울었다.
나는 마야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마야가 울었다. "죄송해요. 서방님... 제가 아들을 안겨드릴려고 했는데... 저 때문에 이런 아이가..."
"난 네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기뻐. 그리고 아이는 사내아이로 만들 수 있어..."
마야는 울다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지 말고, 여자 아이로 만들어 주세요."
"왜..."
"저 아이에게 미야와 내 형제들과 같은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아요."
미야가 말했다. "우리 일족은 모두 여자로 살게 됩니다. 그런 편이 더 좋아요."
린이 말했다. "하지만, 커서 남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적어도 우리 일족에서 그런 경우는 없어. 나도 여자가 되려 했는데, 남자로 살게 되어 많이 괴로웠어. 일찍 여자로 살았던 형제들이 부러웠고, 그러니 처음부터 여자로 출발하는 것이 좋아."
마야도 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린은 납득 못하는 얼굴이었다.
"린, 우리 일족은 페트리아 쪽과 달리 남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아이를 만들 수 있는 남성들도 자신을 여성으로 생각하며 괴로워 해. 그러니 빨리 그 아이를 여성으로 만드는 것이 좋아. 처음부터 그런 고민이 없고, 자신이 여성으로 태어났다고 믿는 것이 좋아."
미야의 말에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마야의 손을 잡았는데, 마야가 손을 뿌리쳤다.
"이제 저는 서방님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요."
"무슨 소리야? 내 딸을 낳은 너를 어떻게 보지 못한다는 거지?"
"그만 하세요. 그만 하세요. 제발..."
마야의 손을 잡으려는데, 미야가 내 손을 잡았다.
미야는 주먹으로 내 얼굴을 때렸다.
"주제 넘게 나서지 마시고, 당장 여기서 나가 주세요. 당신은 1년이지만, 저와 마야는 평생 경험한 일입니다. 당신의 배신도 우리는 참아 넘겼습니다.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마세요."
미야의 눈은 나와 다른 부인들의 일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린이 수술을 마치자, 아기를 마야에게 안겨주었다. 그리고 나와 함께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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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등교를 안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르티나도 제니스와 손을 잡고 있었다.
"학교는?"
"마야씨가 저런 상태에서 어떻게 학교에 가라는 거지?"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올려 울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비참했다.
조금 울다가 다른 부인들을 바라보았다. "모두에게 할 말이 있어."
나는 부인들을 데리고 정원으로 향했다.
"현정아. 용들을 보여줘."
현정은 석상에게 가지도 않고 내 옆에서 손을 들자, 전처럼 호수의 물이 빠지고, 바닥이 열렸다. 그런데 아래에는 3마리 용이 있었다.
제니스가 놀라서 말했다. "여기에 6마리가 있었는데, 어떻게..."
"3명이 용과 동화되었으니까. 진정한 의미의 마왕이 되었으니까."
모두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현정, 파르노, 티리스는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모두들. 마왕이 뭐라고 생각하지? 마족을 이끄는 왕? 마왕은 그런 것이 아니야. 신이 선택한 인간이야. 용을 죽이기 위해."
"마왕이 신이 선택한 인간이라고요? 용을 죽이는?"
나는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제니스, 너의 세상에서 용과 신의 신화가 어떻게 되지? 그 서사시를 여기서 말해줄래?"
"태초에 어둠이 있었고, 그 안에 용이 있었다.
어둠 속에 신이 빛의 씨를 뿌렸고, 세상을 빛으로 밝혔다.
용은 자신의 세상에 빛을 보고 분노해 공격했다. 그 것은 자기 땅에 대한 사랑이리라.
신은 용에게 약속했다. 반은 자신의 자녀들이, 반은 너와 너의 자손들의 것이라고.
자신의 것을 반이나 빼앗긴 용은 분노해 거절했다.
그러자 빛의 씨들이 인간과 짐승으로 변했고, 신은 인간을, 용은 짐승을 선택해 서로 싸웠다.
인간은 승리했고, 짐승을 쫓아내며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더 나아가 용을 공격했고, 용은 쫓겨나 황무지로 도망쳤다.
용은 분노해서 인간 중 하나를 선택해 힘을 주었다. 그는 마왕이었다.
마왕은 마족을 모아 인간을 공격했다.
오만해진 마왕은 용까지 공격했고, 용은 지상에서 자신의 터를 모두 빼앗겼다.
용은 말했다. 너에게 힘을 준 사람은 나라고.
그 말을 듣고 마왕은 용에게 살 수 있는 곳을 알려줬다."
벨이 말했다. "우리 세상의 신화와도 비슷해요. 하지만 우리 쪽에서는 마왕이 용을 죽이고 그 육체를 조각내어 지상 여러 곳에 감추었다고 하죠."
페트리아가 말했다. "우리 세상에서는 마왕이 용을 이겼지만, 용이 다시 살아나 마왕을 내쫓았다고 합니다."
"모두 틀린 말이야. 용도 마왕도 신이 만든 것이니까."
모두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소환 보내는 신, 무책임한 놈의 의도가 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 분명한 것은 용도 마왕도 신의 창조물이야. 신은 마왕에게 힘을 주고, 용을 죽일 수 있도록 했어."
"왜죠?"
"나도 몰라. 그 것을 알고 싶어."
엘리자가 물었다. "그럼 왜 우리가 마왕이라는 거죠?"
"마왕이라는 것은 신에게 힘을 받은 자, 용도 그래. 그렇다면 너희도 신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야. 그럼 너희도 마왕이라고 할 수 있어.
그 것도 마야나 페트리아처럼 마왕가의 후손이 아닌 순수한 신의 힘을 가진 거야. 그런 사람들을 마왕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무슨 말로 설명하지?"
현정이 말했다. "라노크가 말했어. 나와 동화되면서 이제는 내가 마왕이라고."
파르노가 말했다. "내가 각성할 때 느꼈어. 마왕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가짜라고, 용과 동화된 내가 진정한 마왕이라고."
티리스가 말했다. "나도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제니스가 물었다. "그럼 마야님이나 페트리아는 뭐죠? 그들은 마왕이 아닌가요?"
"마왕의 후손이지. 마왕의 후손들이 처음에 마왕의 힘으로 강했지만, 세대를 거듭하며 약해졌어. 그리고 큰 폐혜를 물려줬지."
제니스가 신음했다. "기형... 남녀의 인자를 모두 가진..."
페트리아가 놀랐다. "그럼 마왕의 후손들은 그런 선천적 결함을 가지게 되는 건가요? 나처럼? 지금 마야님이 낳은 아이가 그렇게 된 것처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잖아요?"
"각 세계의 마왕들은 해결책을 생각하기 시작했어.
방법은 용의 마력을 이용하는 것. 파르노의 세상에서는 용의 심장, 어떤 세상에서는 용의 영혼 등을 가까이 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지. 그래서 그런 세상의 마족 왕가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어.
하지만 용과 접촉이 없었던 세상에서는 제니스의 세상처럼 마왕의 지식과 경험만을 전수하거나, 티리스의 세상처럼 다시 태어나거나, 리나의 세상처럼 아예 잠들어 있거나 했던 거지.
그런데 마야의 경우는..."
마르티나가 물었다. "하지만 저의 왕가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어요. 제가 최초였어요."
"너는 엄마 배속에서 마왕의 능력을 받은 사람이니까. 아무래도 마왕의 마력이 엄마 배속에 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 생각해."
"그렇다면, 나는 마왕의 마력 때문에..."
파르노가 물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없으니, 마야님의 경우엔 여성이 마왕이 되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마야 세계에서는 마왕이 동면하는 방법을 취했어. 그 동면하는 마왕이 자기 후손에게 힘을 빌려주는 방식이지.
하지만 마야와 미야 대에 이르러 왕실의 남성이 끊긴 거야. 그러니 그 마왕은 마야를 선택한 거지."
리나가 물었다. "그.. 그럼 그 마왕은 어디에 있죠?"
"이 마왕성 어딘가에 있겠지. 아니! 이 마왕성 자체가 마왕이야."
나는 마야가 마왕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왜 마야가 여기에 왔는지 궁금했다.
답은 현정이 한 말이었다. 마야는 벨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나에게 왔다고.
그러자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리안 평원에서 마야와 싸울 때 나는 마력으로 마왕을 이겼고, 그 무책임한 놈이 보낸 마왕은 바로 이 마왕성이었다.
마왕성을 잃어버린 마야와 미야(세쓰)는 마왕성을 찾으러 다녔고, 그 강력한 염원 때문에 벨처럼 세계의 벽을 뚫고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지자, 진자는 이긴자의 노예가 된다는 마족의 규율 때문에 마야는 나의 부인이 된 것이었다.
그런데 의문이 남았다. 마야와 싸울 때 소환 보낸 것이 무책임한 놈이었다.
이후에 마야와 결혼하라고 충고한 것도 그 놈이었다.
그럼 그 놈은...
나는 소리를 질렀다. "무책임한 놈! 당장 나와!"
우리 앞에 있는 조각상에서 빛이 났다.
"어이! 나를 불렀어?" 무책임한 놈의 목소리였다.
나는 화가 단단히 났다. "네가 생각한 일이냐? 마야와 결혼하는 것이?"
"그래. 이제야 알았다니, 너 참 둔하네."
"니마졸래조골래!"
"화 내지 말고 내 말을 들어줘. 모두 너를 위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