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마야의 이야기(1)
"마트리스님, 오늘 전하께서 찾으십니다."
세쓰의 시종에게서 전언이 왔다. 오늘 마왕의 밤시중 상대가 마트리스라는 것이었다.
마트리스는 시녀들에 의해 마왕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만, 10년 가까운 후궁 생활에서 성공한 것이 손에 꼽을 만 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마왕인 세쓰는 제대로 남자 구실을 못한 채, 마트리스의 처소에서 밤을 보냈다.
그가 왕위에 오른 지 10년이 넘어도, 그는 20명 가까운 후궁들 사이에서 단 하나의 후사도 얻지 못했다. 그는 제대로 된 남자가 아니었으니까.
며칠 후, 세쓰와 정비인 유트라는 후궁 몇 명을 한데 모았다.
유트라가 입을 열었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 류찌간네는 엄청난 위기이다. 왕실의 대가 끊길 위기라는 것을 모두 알겠지?"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원래 왕가의 남자가 적은데, 세쓰는 아직 후사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남성에게서 힘들다면, 여성들에게서 혈통을 잇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한 명이 물었다. "그 말씀은 우리에게... 다른 남성에게..."
"그렇다. 여기 있는 후궁들은 모두 마왕의 혈통. 너희들에게서 낳은 남아로 다음 보위를 잇는 것이 좋을 듯하다."
모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렇게 될 거라고 몇 년 전부터 예상했었다.
마트리스는 그 길로 자신의 호위 기사 중 한명을 침대로 끌어드렸다. 아이를 낳는 문제라면 건장한 사내가 좋다는 단순한 생각뿐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후궁들도 각각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시집가기로 했다.
첫날밤을 치루고 다음날, 마트리스는 같은 처지의 후궁들과 함께 궁을 나갔다.
그녀가 유혹한 기사는 이미 부인이 3명이 있는 상태였지만, 마족은 남성이 부족한 이유로 일부다처제가 일반적이고 마트리스도 그 것을 알고 있었다.
마트리스가 그의 집에 들어가고부터, 본처의 구박이 시작되었다. 이미 공주와 후궁의 신분을 버린 그녀는 그 기사의 부인들 중 하나였다.
거리의 불량아였던 남편을 여기까지 키운 본처에게 마트리스는 아랫부인일 뿐이었다.
그래도 공주와 결혼한 것이 출세에 영향을 미쳐, 그는 단번에 1만 군사를 이끄는 부대의 대장으로 승진했다.
....................
불행과 행운은 번갈아 오지만, 연속되는 행운과 불행은 의도가 있다.
마트리스의 경우, 불행이 연달아 찾아왔고, 명백히 악의에 의해 의도된 것이었다.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자신의 호위 중 하나였는데, 다른 공주들은 높은 귀족들을 선택했다. 여기서부터 그녀의 불행이 시작되었다.
마족과 인족들은 자연 경계를 사이에 두고 백년 가까이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그런데 접경 지역 국가에서 내전이 일어났고, 전쟁에 진 왕족이 마왕에게 귀순해 왔다. 마족 내부에서는 이 때를 기회로 삼자며 파병을 결의했고, 마트리스의 남편의 부대에게 명령이 내려왔다.
지혜가 떨어져도 무력이 강했던 마트리스의 남편은 삽시간에 그 나라를 평정하고, 마왕의 명령으로 그 곳에 주둔하게 되었다. 마트리스와 부인들도 남편을 따라 주둔지로 이사했다.
이 일은 마트리스의 자매들이 파놓은 함정이었다. 평소 마트리스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복 자매들의 계략에 의해, 마트리스는 외국에 나가게 되었다.
다음 해 봄이 되자 인족의 반격이 시작되었고, 마족의 군대는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남편은 전사했고, 마트리스와 그의 아내들은 모두 포로로 잡혔다. 공주 출신이라 인질로 가치 있는 마트리스를 제외한 부인들은 모두 처형당했고, 마트리스가 낳은 아들도 죽었다.
마왕의 딸이라는 신분 때문에 마트리스는 인족 왕에게 바쳐진 신분이 되었고, 그의 후궁이 되어 딸을 낳고 몇 년 간 그 나라에서 살았다.
왕이 죽자 그 나라는 마왕국과 휴전을 맺었고, 마트리스는 딸과 함께 귀국했다.
인족과 몸을 섞고 혼혈을 낳은 마트리스는 돌아오자마자 지탄의 대상이었다. 다행히 세쓰의 배려로 왕도 구석에서 연금을 받으며 조용히 살았다.
마왕군이 그 나라에서 패퇴한 일은 전황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마왕군의 허약함을 알게 된 인족들은 연합군을 구성해 마왕국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전 전선에서 마왕군은 패배했다.
인족의 진격은 마왕성 부근에서 멈추었다. 마왕성은 마왕국의 최후 보루로, 마력에 의해 수많은 마물을 만들며 공중에서 공격할 수 있는 전천후 요새였다.
마왕성의 도움으로 마족들이 인족들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옛 땅을 회복할 수 없었다.
인족들은 마왕의 왕도를 포위하고 마족의 영토를 유린하는데, 마왕인 세쓰는 손을 놓고 아무 것도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 마트리스의 딸과 같은 처지의 이복 자매의 아들의 약혼이 이루어졌다. 그 일로 마트리스의 생활도 많이 좋아졌다.
......................
붉은 달의 밤. 그 날은 마트리스를 비롯한 모든 마족들이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인족들에 의해 마족의 왕도가 철저히 유린당한, 마족의 치욕스런 날이었다.
몇 년 간 마왕의 왕도를 포위하던 인족들은 새로운 작전을 생각해냈다. 지상으로 진격하면 마왕성의 공격을 받으니, 땅굴을 파서 지하로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붉은 달의 밤이라고 불리는 날에, 인족의 군사들은 땅굴들을 통해 왕도에 침입했다.
딸을 안고 자고 있던 마트리스는 밖의 소란스런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한 시녀가 침실까지 뛰어왔다. "마트리스님. 큰일 났습니다. 인족이 왕도에 침입했습니다."
마족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왕성이 지키는 범위 안으로 인족들은 공격이 불가능하다 생각했는데, 마왕성 바로 밑의 왕도까지 인족이 침입한 것이었다.
"무슨 소리야? 어떻게 인족들이 왕도에 침입하지?"
"밖에 인족 군사들이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불 지르고 있습니다. 마트리스님! 빨리 피하세요."
창밖을 보니 왕도 곳곳에 불빛이 보이고 사람들의 비명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마트리스의 집 문 앞에도 인족 군사들이 문을 부수고 있었다. 그녀는 딸을 안고 도망치려고 했는데, 집 주위에 인족 병사들이 많았다.
문이 부서지고, 인족들이 집안에 들어오자, 그녀는 딸을 안고 집 뒤로 가서, 2층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착지를 잘 못해 다리가 부러졌어도, 그녀는 힐링으로 다리를 고치고 맨발로 딸을 안고 도망쳤다.
왕성으로 도망치려는데, 큰 길로 나오니 인족 병사들이 마족들을 마구 죽이며 약탈하고 있었다. 마트리스는 딸을 안고 달리는데, 뒤에서 파이어볼과 화살이 날아왔다.
등에 파이어볼을 맞아 땅에 쓰러진 후, 마트리스는 의식을 잃었다.
마트리스가 눈을 뜨니 주변이 밝아져 있고, 주위에 죽거나 상처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품에 딸이 없어서 주변을 찾아다니니, 딸이 죽어서 땅에 누워 있었다. 딸의 몸이 날아온 화살을 맞아, 딸을 안고 있던 마트리스는 살 수 있었다.
마트리스는 딸의 몸에 꽂힌 화살을 빼고, 그 시체를 안고 울었다.
잠시 후, 더 기막힌 일이 일어났다. 인족의 군사들이 왕도를 유린할 때, 군사와 귀족들의 사병들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나타난 그들은 죽은 사람들의 옷과 소지품을 뒤지고 있었다.
더 기막히게도 인족의 군사들이 물러간 이후 군사들은 복구보다 자국민들의 약탈에 더 힘쓰고 있었다. 귀족들의 사병들은 아예 국가의 창고를 습격했다.
마트리스는 그 때, 땅에 떨어진 국가의 권위와 법도를 체험했다.
그 참상을 눈에 새기며, 마트리스는 왕궁으로 향했다.
왕궁에 들어간 그녀는 바로 세쓰를 찾아갔다.
더 기막힌 것은, 세쓰는 유트라와 함께 차를 마시며 웃고 있었다.
마트리스가 들어오자 유트라가 그녀를 보고 코를 막았다.
"이런 무례한 것. 감히 전하의 앞에서 그런 몰골로 오다니."
마트리스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전하! 지금 여기서 뭐하시는 거죠? 지금 왕도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시나요?"
유트라가 비웃었다. "가축 같은 이들이 몇 명 죽었다고 이 소란이냐?"
"전하! 전하의 나라입니다. 전하의 신민들이 저 무도한 인족들의 손에 유린당했습니다. 천년 간 어떤 종족도 침범하지 못한 전하의 도시가 침범 당했습니다."
"마왕성이 있는데 그 까짓 왕도가 뭐가 중요하다는 것이냐?"
세쓰의 말에 마트리스는 치를 떨었다. "그럼... 전하의 신민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것인가요?"
"백성은 어느 때든지 끌어 모으면 되는 것이다."
"전하... 수아드가 죽었습니다."
세쓰가 놀라서 쳐다보았다.
"전하의 일족이 저 흉악한 인족들의 손에 죽었다는 말입니다."
"잘 되었구나. 더러운 인족의 피가 왕가에 섞이지 않으니까 더 잘된 일이다."
유트라의 폭언이 마트리스의 가슴을 찔렀다.
"전하. 이런 더러운 여자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유트라의 미소에 세쓰가 웃었다. "그렇지. 마왕성이 있는데 무슨 걱정은..."
마트리스가 소리를 질렀다.
"지금 그 것을 말이라고 하십니까? 전하는 저 밖의 상황을 모르시나요? 사람이 죽고 집이 불타고. 그 와중에서도 군사들은 자기 배 채우려 민가를 약탈하고 왕실 창고를 습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웃음이 나오시나요?"
유트라가 탁자를 치며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경비병. 뭐하는 거냐? 이 인족과 몸을 섞은 더러운 계집을 당장 끌어내라!"
유트라의 폭언에 마트리스는 말을 잃었다.
그 순간 알았다. 자신을 불행에 빠트린 힘의 정체를. 자신을 인족의 나라로 보내고, 찾지 않았던 이는 바로 자신의 동복 남매인 유트라였다.
다리의 힘을 잃고 쓰러지자, 경비병들이 부축해서 그녀를 끌고 나왔다.
.....................
경비병들에게 끌려나오던 마트리스는 자신의 몸을 잡고 있는 병사에게 부탁했다.
"저... 왕궁 정원에 가보고 싶어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죠?"
경비병은 동정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트리스는 자기 발로 걸어서 왕궁 정원으로 갔다. 그 곳은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자주 오던 곳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유트라와 마트리스를 안고, 이 곳에서 쉬는 것을 좋아했다.
마트리스는 정원 물에 자신을 비추어보았다. 피가 묻어 머리카락들이 뭉쳐져 있고, 얼굴에 피와 먼지가 묻어 더러웠다. 옷은 피와 흙투성이였다.
자신의 더러워진 모습을 보며, 눈물이 흘러내리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잘못된 선택을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에 화가 났다.
동복형제에게도 버림받은 처지가 처량했다.
무능한 왕 때문에 죽은 딸에게 미안했다.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악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시류에 흘러간 세월이 아까웠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웃고 있는 왕과 귀족들이었다. 나라의 질서와 법도가 땅에 떨어져 있는 현실에 분노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그런 분함과 슬픔으로 마트리스는 통곡을 했다.
마트리스는 울음을 그치고 가만히 일어섰다. 그리고 더 이상 살 생각을 버리고, 물에 뛰어들었다.
물속에서 죽으려고 하늘을 향해 몸을 돌리니, 물 위로 해가 보였다.
누군가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당신은 누구지요?"
"나는 마왕. 너의 선조이다. 너희들은 나를 6대 마왕이라고 부른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습니다."
"나는 너에게 내 힘을 주려한다. 너는 이제부터 마왕이다."
"지금 마왕은 세쓰입니다."
"그 놈은 마왕이 아니다. 나는 그 놈에게 내 힘을 준 적 없다."
"하지만 저는 여인입니다."
"내 후손 중에 제대로 된 남자가 없으니, 이제 네가 마왕이다."
마트리스에게 칼 한자루가 다가왔다.
"그 것이 마왕의 증명! 그 칼로 마왕이 되어, 마족들을 다스리거라. 명심해라! 너에게 힘을 빌려준 이후로 너는 진정한 마왕이다."
마트리스는 칼을 잡고, 물에서 나왔다. 그녀를 따라왔던 병사들이 모여들었다.
마트리스는 칼을 뽑아 하늘로 쳐들었다. "모두 새로운 마왕에게 예를 표하라."
마트리스의 칼을 보고, 병사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이 칼이 보이지 않느냐? 이 칼은 마왕의 증명. 내가 바로 16대 마왕이다."
칼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자, 그 위압에 병사들이 무릎을 꿇었다.
"이제 나는 마왕으로서 내 자리를 되찾을 것이다. 나를 따르라."
마트리스는 그 길로 세쓰와 유트라를 찾아갔다.
둘은 방금 전 그대로 앉아서 대화하며 웃고 있었다.
유트라가 마트리스에게 말했다. "죽고 싶은 것이냐? 감히 명을 어기고 다시 오다니."
마트리스는 칼을 빼들고 둘에게 겨누었다. "너희들은 마왕에게 예를 표하라!"
세쓰가 일어섰다. "감히 나를 두고 마왕을 참칭하다니, 무엄하다."
세쓰 옆에 있던 호위병 하나가 마트리스에게 달려들었지만, 마트리스의 마법에 불에 휩쌓여 죽었다.
유트라가 소리를 질렀다. "네 이년! 감히 전하 앞에서 전하의 병사를 죽이다니.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내가 바로 마왕이다. 선대 마왕에게서 정식으로 인정받은 마왕이 나다.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어라!"
갑자기 세쓰가 달려드는데, 마트리스 옆에 있던 병사가 몸으로 그의 칼을 막았다. 그는 몸 안에 칼이 파고든 고통을 참으며 세쓰의 손을 잡았다.
"당신은 마왕이 아닙니다. 마왕의 칼을 가진 공주님이 진정한 마왕입니다."
마트리스는 당장 5개의 공격 마법을 사용해 세쓰를 공격했지만, 그는 그 공격을 빠른 회피로 피했다.
그녀는 칼을 칼집에 다시 넣고, 마법을 사용했다. 마왕이 준 것은 칼만이 아니었다. 동시에 10가지 마법을 쓸 수 있는 기술도 함께 내려주었다.
마트리스는 세쓰의 공격에 대비해, 자신의 앞에 5개의 방어막을 만들었다.
세쓰는 엄청난 스피드로 다가와 방어막을 공격했다. 5개의 방어막이 모두 깨졌지만, 그의 칼날의 속도를 줄여 그녀는 피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녀는 5개의 파이어볼로 공격했고, 그는 거리를 벌려 피했다.
다시 세쓰가 공격해 오자, 마트리스는 6개의 방어막을 만들어 막았다. 이번에는 그의 칼이 마지막 방어막에서 막혔다.
동시에 그녀의 4가지 공격마법이 날아왔지만, 세쓰의 빠른 스피드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런 식의 공방을 서로 3번 정도 주고받았다.
이런 식이라면, 마력이 먼저 떨어지는 쪽이 승리였다.
그녀는 유트라를 바라보았다. 지금 가만히 있지만, 유트라가 참여하면 그녀는 이길 수 없었다.
즉시 마트리스는 결단했다. 세쓰가 거리를 벌린 틈에 그녀는 그에게 쇄도했다. 즉시 10개의 마법을 모두 공격에 돌렸다.
세쓰는 그 자리에서 10개의 공격을 모두 칼로 방어하려는데, 마트리스가 자신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세쓰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마족과 인족들을 모두에게 접근전 최강으로 불리는 세쓰에게, 마트리스는 스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방금 10개의 마법을 사용한 상태로, 새로운 마법을 쓰기까지 3초는 필요했다.
세쓰가 8개의 파이어볼을 쳐내는 사이에, 마트리스의 손이 세쓰의 몸에 닿았다. 즉시 세쓰는 칼을 그녀에게 휘두르며, 2개의 공격을 몸으로 받았다.
그의 칼이 그녀의 옆구리에 박혔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그의 몸이 닿은 손에 마력을 집중했다.
세쓰는 자신의 강한 몸을 믿었다. 방금 2개의 파이어볼이 직격해도 별 상처가 없었다. 그녀가 손을 대고 사용하는 마법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몸에 엄청나게 뜨거움이 느껴졌다.
"받아라! 뜨거운 피의 마법이다!"
뜨거운 피의 마법! 인족이 개발한 최악의 마법이었다. 인족 이외의 종족에게 특효로서, 손을 대고 마력을 주입하면 상대의 피가 뜨거워져 내장을 손상시키는 마법이었다. 이 마법은 인족 전용으로, 사용하는 인족에게 피해 없이, 마력이 주입되는 상대가 큰 피해를 받게 된다.
세쓰는 그 마법을 마족인 마트리스가 사용할지 몰랐다. 분명 필살기이지만, 마족의 경우 자신도 그 마법에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 마법을 사용해 자기 자신까지 피해를 입으며 그를 공격했다.
마트리스는 옆구리에 칼이, 왼쪽 팔이 마법으로 데미지가 쌓여갔다.
그런데 세쓰 쪽이 더 데미지가 컷다. 그녀가 마력을 주입한 부분은 심장과 간이 있는 곳이었다.
세쓰가 먼저 쓰러졌고, 마트리스는 즉시 옆구리의 칼를 뽑아 자신의 왼팔을 잘라내었다. 마트리스에게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그녀는 고통을 참고 일어서 유트라를 가리켰다. "당장 저 여자를 체포하라!"
그녀와 함께 따라온 병사들이 유트라를 포위하자, 그녀의 호위병들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마트리스는 성한 오른손으로 우선 세쓰를 고쳤다. 그를 죽일 수 없었다.
병사들 중에 치유마법이 가능한 이들이 달려와 마트리스를 치료하고 왼팔을 복원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