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8화 〉마왕의 정체 (98/148)



〈 98화 〉마왕의 정체

우리 앞에 흰구름 덩어리가 생겼다. "날 불렀어?"

"왜 내 마누라들이 이렇게 된 거지?"

"그거야. 네가 마왕들의 남편이니까. 너도 신이 되었으니까."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신이 뭐고 용이 뭐고 마왕이 뭔지.

마야가 손을 튕기자, 11명의 부인들이 내 방에 들어왔다.

"할 말이 많으니, 우선 옷을 입죠."

나와 마야는 옷을 입고, 11명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마물들이 각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가져와 모두 조금씩 마셨다.

우리 가운데에 무책임한 놈이 서 있었다.

나는 현정을 바라보았다. "우선 네가 말해줘야 겠어. 마야와 무슨 말이 오간거지?"

"간단해. 마야씨가 우리를 데려가겠다는 것을 포기했고."

파르노가 말했다. "우리에게서 아들이니 딸이니 하는 것을 안하기로 했어."

"그 말은..."

티리스가 말했다. "아이를 낳는 문제는 개인 판단에 맡기로 했죠. 돌아가거나 남거나 하는 문제와 함께. 하지만..."

"하지만?"

"잠자리 문제에 있어서 절대 서방님을 거절하지 않기로 했어요."

민지가 말했다. "누구도 예외 없이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서방님이 원하시면."

이거 어떻게 되는 건지...

나는 마야를 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된 거지?"

"신께서 모두 설명해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무책임한 놈이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시작해야 할 것이 너희 서방님이 이상하게 만들어 놓은 이 세상의 정체야."

내가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고? 뭘?

"우선 신들! 여신이라고 불리는 신들도 있었지만, 신들에게는 인간의 성별이 없었어. 그리고 용들! 그들도 성별이 없었지."

그 놈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말야. 너희들의 서방님이 와서 몇몇 신과 용에게 성별을 부여했어. 그 것도 여성으로."

현정이 나를 바라보았다. "발정기에 들어선 남자니까..."

"자! 그럼 여기서 문제. 왜 너희 용들이 여성이 되었지?"

현정이 대답했다. "서방님이 원하시니까."

"맞아. 그 것을 좋아해서, 너희들이 여성이 된 거야."

"이봐! 내가 그렇게 거창한 일을 한 기억이 없는데?"

"시작은 네가 대지모여신의 신전 여신관들과 그런 일을 시작한 거야. 그 쪽도 처음에 그런 일이 뭔지 몰랐어.
그런데 여신관들과 그 여신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거든. 그럼 그런 일을 하는 여성들의 쾌감이 신에게 전해지면 신은 어떻지?"

티리스가 말했다. "하고 싶어지겠죠."

"그래. 그 쪽의 여신이 하고 싶어져서 몇몇 여성들 몸에 직접 들어가 봤어. 정말 한마디로 끝내주었다라고 하더군.
그런데 말야. 점점 할수록 그 쪽 신이 정말로 여자가 되어가는 거야.
솔직히 인간들이 여신이라고 부르는데, 신에게는 남성 여성의 개념이 없었어. 그런데 그가 여자가 된 기쁨을 알려준 거야."

"하지만 밤낮 그것만 할 수 없잖아?"

"물론이지. 일단 신이니 할 일이 많잖아? 그런데 마침 그 신 노릇이 지겨워졌고, 새로운 재미를 알았어. 모든 것을 때려치고 싶을 정도로. 그러면?"

"때려치면 그만이지. 그래서 그 여신이 가출한 것 아냐? 신이라는 작자가 그렇게 무책임해도 되는 거야?"

"네가 나를 무책임한 놈이라고 부르잖아? 나는 말야, 네 식으로 말하면 정말 무책임해. 아무데나 마력을 뿌려놓고, 네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니까.
그렇게 마력을 뿌려놓고 돌보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

"폭주하겠지."

"그 폭주가 뭐지?"

나는 신음했다. "용..."

"맞아. 내가 뿌려놓은 마력이 뭉쳐져 세상을 파괴하기 시작했지. 나는 두려웠어. 내 잘못이 알려질 까봐. 그럼 어떻게 해야지?"

"용을 죽일 인간... 마왕인가?"

"용을 죽이기 위해 신이 마력을 준 인간이 마왕이야."

제니스가 물었다. "그럼 용도 마왕도 신이 만든 거예요?"

"그래. 내가 무책임하게 뿌려놓은 마력이 용을 만들고, 용을 제어하기 위해 다시 마력을 인간에게 주어서 마왕을 만들고."

"그럼 네가 마왕을 토벌하라고 하는 것은?"

"마력의 회수."

"그럼 용은?"

"그런데 말야, 마왕이 없으면 신앙심이 줄어들어. 그렇다면?"

"네 마력이 줄어든다는 거야?"

"빙고! 신의 마력의 원천은 신앙심. 신앙심이 높게 유지되려면, 인간들에게 위협이 있어야 하지. 그래서 나는 마왕의 마력을 회수해도 용의 그대로 놔두려 했던 거야.
그러다 용이 날뛰면, 마왕을 다시 만들면 되니까."

엘리자가 물었다. "하지만 용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요."

"지금부터 할 이야기가 그 것이야. 나의 계산으로는 마왕을 죽이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 변수가 생겼어. 너희들 서방님이라는 큰 변수."

리나가 손뼉을 쳤다. "서방님이 용들을 부인으로 삼으셨군요!"

그 놈은 리나를 향해 마력을 날려 이마를 때렸다.
"빵! 틀렸어. 서방님이 용들을 부인 삼은 것이 아니라, 용들이 스스로 서방님의 부인이 된 거야."

용의 화신들은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거기 라노크! 너는 용의 화신이 되고 왜 저 자를 사랑하게 된 거지?"

"몰라요. 그냥 내 마음이..."

"네 몸 속의 용이 원하는 것 아냐?"

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이 부인이 되기를 원한 거야. 왜 그렇지?"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용이 부인이 되기를 원하지? 용이 아닌 인간, 그 것도 여자가 되는 건데?"

티리스가 말했다. "마력... 때문인가요?"

"반은 맞지만, 반은 틀려. 시작은 저 현정이야."

모두의 시선이 현정에게 쏠렸다.

"용인 사람들은 알고 있지? 용들은 마력으로 감정을 교환하지. 한마디로 그들은 감정 공동체야. 서로 사랑과 미움을 공유해. 그럼?"

현정이 중얼거렸다. "내가 서방님을 사랑하니까. 모두..."

"현정이를 시작으로 모든 용들이 서방님을 사랑하게 된 거지."

그 놈은 티리스를 가리켰다. "티리스, 너는 처음 서방님을 모셨을 때 기분이 어땠지?"

"그냥... 기다려왔던 일을 하게 되니 너무 기뻐서..."

"왜 그런 일을 기다려 왔지? 그 이유를 모르지?"

티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너희 서방님의 마력 때문 아니야?"

모두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일어서 그 놈을 가리켰다. "이게 모두 너 때문 아냐?"

그 놈은 웃었다. "이제 알았어? 내가 너의 몸에 수정을 했어. 마력에 수정을."

"그래서 용들이 나를 사랑하는 거야?"

"신의 마력은 모든 인간들이 사랑하는 것이야. 나는 네 몸에서 신의 마력이 생성되도록 만들었지."

"그럼 내가 그런 일로 마력을 모으는 것은?"

"그 건 예상 외야. 나는 그저 너의 마력이 신의 것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대지모 여신이 너의 몸에 또 수정을 가했어. 그런 일로 마력을 늘리는."

"결국 너희 신들 때문에 내 몸이 이렇게 된 거야?"

"나는 그저 너에게 선물을 준 것 뿐이고, 그 여신은 너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것이야."

나는 자리에 앉았다. 내 몸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너희 서방님은 특이 체질이야. 솔직히 인간의 마력이 그 정도로 달라질 줄 몰랐어.
너희 서방님의 마력을 신에 가깝도록 만드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여신이 엉뚱한 방향으로 바꾸어 버렸어."

"그런 일로 마력이 늘어나는..."

"나도 그 것을 알고 바꾸려고 했는데, 오히려 저 쪽에서 더 좋아했잖아? 그래서 내버려 둔 거야."

리나가 물었다. "잠깐. 서방님이 신에 가깝다... 그러는데, 정작 신이라는 것은 뭐죠?"

"좋은 질문이야. 신이란 무엇이지? 세상을 창조한 이. 우리에게 풍요를 이끌어오는 이.
모두 맞는 말이야. 그런데 나는 신이지만 다른 것들은 신이 아니야. 특히 그 대지모여신은."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용과 마왕은 모두 신의 마력을 쓰는 존재야. 그럼 다른 신들은? 너희 인간들이 만든 거야."

모두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진짜 신이야. 내가 세상을 마력으로 창조했어.
인간들을 그 세상에 번성케 만들었고, 다른 신들은 인간들의 마력 모아져 만들어졌어."

제니스가 말했다. "신앙심... 인간의 염원이 모여 에브람이라는 신을 만들었네요."

"맞아. 그런 신들은 처음부터 있던 존재가 아니라 인간들이 모여 만든 것에 불과해."

모두가 놀라서 아무 말 못했다.

"그런데 말야. 신의 마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아? 여기 너의 부인들도 슬슬 눈치 채고 있을 걸? 너를 모실 때마다 자신의 신체가 변해가는 것을."

모두 나의 시선을 피했다.

"신의 마력을 만들 수 있는 너의 부인이 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일 걸? 그러니 이 사람들에게 자유를 준다니 해도, 모두 나갈 생각이 없을 걸? 안그래, 제니스는? 현정이는?"

세 사람 모두 고개를 숙였다. 그 놈이 지명한 사람들은 모두 여기를 떠나고 싶다고 말하던 이들인데, 지금 부끄러운 얼굴로 내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

"여기서 말해줄래? 정말로 서방님 곁을 떠나고 싶어? 제니스가 말해볼래?"

"저는... 영원히 서방님 곁에 있고 싶습니다."

"현정이는?"

"나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나는 황당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둘러보니 12명의 얼굴 모두 그런 표정들은 아니었다. 민지, 미야, 린, 엘리자, 벨은 그렇지 않았다.
이건 도대체...

마야가 큰 소리를 냈다. "그래도 한 동안은 서방님의 부인이 되겠다고. 일치단결! 이 것이 우리의 결론이죠."

"그... 그러니까... 모두 내 부인으로... 이대로 살겠다?"

"이대로는 안되죠. 하지만 한동안은 이대로 가고 싶다고 결정했어요."

그렇지 않은 5명들도 이 것에는 동의하는 표정이었다.

미야가 말했다. "우선 제 몸이 변해가는 것이 느껴져요. 그러니 한동안은..."

린이 말했다. "제 몸이 변해가면서 알게 되었어요. 서방님께서는 강한 아이를 낳게 한다고 하셨는데, 그 아이가 강한 것이 아니라, 제가 달라졌기 때문에 강한 아이를 낳는 것 같아요."

"그... 그럼 한동안은..."

린이 말했다. "제 몸이 강한 아이를 낳기까지 서방님을 모시고 싶어요."

12명 모두가 육식 동물의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2세 문제는..."

마야가 말했다. "그건 모두에게 자유로 맡겨두죠."

아무래도 나는 터무니없는 상황에 몰렸다. 나는 정말로 부인이 12명이 된 것이다.

나는 그 놈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왜 용들이 나를 사랑하는 거지?"

"용은 신의 마력을 사랑해. 그러니 너를 사랑하는 거야. 게다가 그 강함 때문도 있고. 마왕도 용도 모두 내 마력으로 만들어졌어. 그러니 신의 마력을 사랑하지, 인간들보다 강하게."

"그렇다면 왜 현정이들이 마왕인 거지?"

"용은 내 마력이 뭉쳐져 만들어졌고, 마왕은 내 마력을 받은 인간이야. 같은 마력을 가지고 있는데, 마왕과 용은 같은 것 아냐? 인간의 몸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지.
네가 저렇게 용들을 네 부인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마왕과 용은 구분이 될 거야. 그런데 너는 네 마누라들로 삼았잖아? 용이 인간이 되면 마왕이 아니겠어?"

"마왕은 남자만이 가능하지 않아?"

"그 것을 깨버린 것이 너잖아. 나도 그런 방법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 용들을 네 마누라로 만든 것은 전적으로 네 탓이야."

"그럼 내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지?"

"우선 모든 용들을 여기에 모아야지."

그 때, 무책임한 놈의 세계로 나는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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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 자식... 너 정말 나를 어떻게 만들 거지?

"너 혼자만 있으니 제대로 말하지. 나도 화가 나. 모두 너의 자업자득이야. 나는 너에게 이토록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라고 하지 않았어."

-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네가 뿌린 씨니까 네가 거둬. 그 대지모 여신이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부터 알아야 했어."

- 난 이제부터 뭐지?

"뭐긴 뭐야. 마왕들을 마누라 삼았으니 너도 신이 된 거야. 물론 나보다 밑이지만."

- 그럼 내 마누라들은 어떻게 하지?

"네 마누라들을 왜 나에게 묻지? 쫓아 보내든지 먹여 살리든지 네 마음대로 해!"

- 너 정말 무책임하다...

"너 만큼은 아니야."

- 그런데 왜 또 나를 부른 거지?

"용이 한 마리 더 남았잖아. 그 용을 불러와야지. 잘해봐! 너의 새로운 부인이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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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평원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야가 옆에 있었다.

"마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서방님을 독점하고 싶어. 다음 소환에는 저 혼자만 가겠다고 했죠."

나는 마야에게 엄청 화가 나 있었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12명분을 너 혼자 해야 하는데?"

"그럼 당장 안아주세요." 마야는 스스로 내 품에 안겼다.

초원에서 텐트를 치고 나는 마야를 안고 누워있었다.

"마야, 둘만 있으니 묻고 싶어. 너는 지금 행복해?"

"행복해요."

"그럼 됐어."

한참을 아무 말 없다가 지금까지 못했던 말을 하고 싶었다.
"마야... 지금까지 나는 너에게 화가 났어. 너의 거짓말 때문에"

마야가 아무 말 못했다.

"여기서 내가 묻는 말에 모두 사실대로 말해줘. 너의 진실을 알고 싶어."

"무엇을 알고 싶으시죠?"

"먼저 왜 거짓말을 한 거지?"

마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20년 가까이 신께 기도하며 빌었죠. 마왕의 나라를 재건하고, 우리 마왕들의 후손들의 저주를 풀 방법을 알려달라고.
신의 대답은 마왕성의 참주인을 내가 주인으로 모셔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나는 노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죠. 서방님께 진 후, 내가 노예가 된다는 생각에 너무 슬펐어요. 그런건 너무 싫으니...
그 때 서방님께서는 저를 부인으로 삼겠다고 말씀하셨죠."

"노예가 되는 것은 싫고 부인이 되는 것은 좋다는 거야?"

"적어도 내 명예는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럼 본처가 된 것도?"

"서방님께서 부인이 없으니 본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착각이었지만."

"착각?"

"제가 서방님의 피를 먹었을 때, 제 힘으로 서방님의 힘을 제어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죠. 서방님은 한명의 본처로 만족하실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본처의 계약으로도 서방님을 속박할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서방님의 유일한 본처가 되고 싶었죠."

"그래서 거짓말을 시작한 거야?"

마야가 내 품에 더욱 세게 파고들었다.

"그럼 마족에 대한 것도?"

"그건 사실이에요. 왕족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지만요. 세쓰도 다른 마왕 후보자들을 이기고 그들을 부인으로 삼았어요."

"네가 말했던 유트라도?"

"원래 그는 세쓰보다 나이 많은 남자였죠. 그런데 세쓰에게 져서 여성이 되었어요."

"마족의 평민들도 그런 경우가 있어?"

"별로 없어요. 귀족들에게서는 반 정도는 있어요. 귀족들 중에 마왕의 혈통이 많으니까요. 피가 옅어져 그런 경우가 줄지만, 가까운 친족들 중에 그런 경우가 있어요.
결투에 의한 성전환도 왕족과 그에 가까운 귀족들에게만 있죠."

"마족들이 일부다처제인 것은?"

"마족들은 전쟁이 많아 남성들이 죽는 경우가 많아 항상 남성이 부족해요. 아랫부인이 되는 경우는 미망인들에게 많아요. 보통 한 남자에게 5명 정도의 부인들이 있죠."

"역대 마왕들은 몇 명의 부인을 둔 거지?"

"6대 마왕님 이전에는 100명이 한계였는데, 그 이후에 남성의 능력이 떨어져, 세쓰 때에는 저까지 17명이었습니다."

"너는?"

"저는 태어날 때부터 차기 마왕의 부인이 될 운명이었죠. 저는 11세 때 시집갔어요. 하지만 13세 때 내 남편이 세쓰에게 져서 그가 여성이 되고, 자연스레 저는 세쓰의 부인이 되었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와 다른 세계의 상황이니까...

"이런 것은 묻기 뭐하지만... 너 미야, 아니 세쓰하고..."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방님과 같지 않았어요."

"뭐가?"

"미야는 제대로 된 남자가 아니었으니까요. 미야도 세쓰였던 시절부터 자신이 여성이 될 상황을 각오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미야를 여자로 만든 거야?"

"그런 편이 미야에게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뭐 그거야...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지?"

"이제 신의 본처가 되었으니, 남편 신을 모시며 살아야겠죠?"

"나라와 가문의 부흥은?"

마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되었으니 모르겠어요. 하지만 미야가 있으니 안심이 되요. 그래도 6대 마왕의 화신이니까요."

나는 마야를 세게 안았다. "솔직한 내 마음을 말해줄까? 다른 부인들에게 자유를 주고, 떠난다고 해도 잡을 생각이 없어. 하지만 나는 너를 떠나보내지 않을 거야."

"왜... 죠?"

"너는 나의 본처니까."

"하지만... 제가 떠난다고 하면..."

"네 팔다리를 잘라서라도 내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겠어."

마야가 내 몸에 더 밀착해 왔다. "그럼 저는 서방님 곁을 떠나지 못하네요."

한참을 우리는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그럼 부탁이 있어요."

"뭐지?"

"저도 마왕이 되게 해주세요."

나는 놀라서 마야를 바라보았다. "그 것은... 용의 화신이 되겠다는..."

"네! 저도 마왕이 되겠어요. 현정, 파르노, 티리스처럼."

"하지만 용의 화신이 되려면, 마법을 쓰지 못해야..."

"제니스에게 들었어요. 부부 계약을 파기하면 마법을 쓰지 못하는 몸이 된다고. 그렇다면 저를 그런 몸으로 만드시고, 용의 영혼을 받아들이면 되잖아요?"

"하지만 너는 미야와 민지의 본처야."

"둘을 제니스에게 맡기고 싶어요. 저는 마왕이 되고 싶으니까."

마야의 눈빛이 강했다. 내가 거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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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식사를 준비했다.

마야가 일어나서 내 스프를 먹어보고 감탄했다. "맛있어요."

"재료를 좋은 것들로 준비했어. 아무래도 오래 여행하다보면 먹는 문제가 중요하니까."

같이 마주보며 식사를 하니, 내 마음이 흐뭇했다.
"이렇게 단 둘이. 이런 것이 좋네."

"어떻게요?"

"단 둘이만 있게 된 것이 1년이 넘었잖아. 그 동안 다른 부인들이 많아서."

마야가 조용히 물었다. "어제 말씀.. 진심이세요? 내가 떠나려 하면 내 팔다리를 잘라서 못가게 할 거라는 말씀."

"진심이야." 나는 즉답을 했다.

"네가 믿지 않아도 좋아. 다시 한번 말해두지만, 너는 나의 유일한 본처야. 절대 너와 헤어질 수 없어."

"하지만 저는 서방님이 처음도 아니고, 세 번이나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나는 천명이 넘는 여성과 사랑을 나누었어. 너도 나에게 처음이 아니야."

"그럼 파르노는..."

"그녀가 떠나겠다고 하면, 나는 놓아줄 거야. 너는 파르노와 달라."

"파르노가 서방님 곁에 남겠다고 하면요?"

"나는 내 부인들 중에 남겠다고 한다면 말리지 않겠어. 그들이 내 곁에 있는 이상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할 거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너는 특별해."

"제가요?"

"너는 내가 인정하는 유일한 본처니까. 다른 부인들과 틀려."

"저 외에 붙잡고 싶은 부인들이 있어요?"

"너 다음은 파르노, 제니스, 현정이 순이야."

"제가 맨 처음이네요."

"그만큼 네가 소중해."

마야가 나를 보며 웃었다.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미소였다.

아무래도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마야가 내 시선을 느끼고 텐트로 들어가서 밖으로 옷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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