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설날 귀향
겨울 방학 동안, 부인들 사이의 변화가 많았다.
우선 남을 사람 7명과 떠날 사람 6명이 정해졌고, 우선 내가 졸업 때까지는 변화가 없기로 했다. 수능을 얼마 두지 않은 시점에서 변화를 두기가 싫었다.
첫 과제는 미야의 각성이었다. 미야는 제니스에게서 마법을 배우고, 매일 수련에 열심이었다. 현정과 파르노가 각성에 대해 조언했지만, 용과 경우가 틀려 미야는 아직 6대 마왕과 한 몸이 되지 못했다.
둘째 과제는 다른 용의 화신들의 각성이었다.
다행히 마야는 열흘 만에 각성에 성공했다. 워프로 확인해보니, 용의 육체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제니스, 페트리아, 마르티나는 티리스의 지도로 열심히 수련했다. 티리스는 용의 마법 지식이 가장 뛰어나서 세 사람을 가르치는데, 수련이 끝나고 나올 때 세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티리스는 입이 험하니까.
셋째 과제는 떠날 사람들의 준비였다.
우선 그들을 떠나보내려면 마력이 필요했다. 아직 마왕성의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나와 부인들은 마력 채우기에 힘을 내기로 했다. 이런 추세라면 1년 반 정도면 가능할 것 같았다.
리나, 엘리자, 벨은 그대로 보내면 되지만, 미야와 린은 마왕의 부활을 위해 나의 아이를 바라고 있었다. 우선 현정은 린의 임신을 허락했고, 즉시 준비에 들어갔다. 1년 반 정도면, 아이를 안고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민지는 어려지는 것 외에 새로운 신분을 원했다. 대한민국은 신분 증명이 엄격한 나라라서 새로운 신분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마법으로 해결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우선 민지가 한 소녀를 입양한다는 형식으로 새로운 신분을 만든 뒤에, 민지가 그 소녀의 신분으로 살기로 했다.
입양 심사에서 마르티나는 마법으로 민지 어려진 모습의 대역을 했다. 그렇게 조 민지의 딸인 조 선아를 만들었다.
1년 후에 민지는 조 선아로 살기로 했다.
그리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위자료로 금을 생각해 두었고, 마야가 찬성했다.
그리고 확정한 시간은 2년. 내가 졸업하고 마왕성의 마력이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에 군대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신이 된 사람이 웬 군대인가 라고 할 수 있지만, 나도 평범한 삶을 이대로 살고 싶었다. 40이 넘으면 몰라도, 그 전까지는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처럼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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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큰 문제는 마야가 떨어트린 폭탄의 처리였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왔다.
1월 추위가 한창일 때,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 너 지금 마야 외에 다른 여자와 있는 건 아니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야. 부인을 스무명 이상 얻을 생각이 없어."
- 그 파르노라는 애는?
"솔직히 말할게. 그 애와 키스한 적은 있어. 그 뿐이야. 절대 선을 넘지 않았어."
- 정말이야?
"믿지 못하겠으면 물어봐. 마야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게 쉬운 일이야? 아빠는 내가 마누라 열댓명 데리고 다니는 그런 놈이 되기를 바래?"
- 그 거야...
"나도 우리나라 법을 잘 알아. 그리고 나는 아직 고딩이야. 마야도 벅찬데 뭔 첩이야?"
- 너... 정말 아닌 거지?
"모두가 마야의 희망사항이야. 나는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 그렇게 의심되면 미야씨에게 물어봐. 만약 첩을 삼으면 그녀가 1순위니까."
아버지의 한숨이 들려왔다.
- 널 믿어야 할지... 그리고 이번 설날에는 반드시 남원에 가야해.
"할아버지가 오래?"
- 당연한 것을 왜 물어? 너는 이 집안 장손이야. 친척분들에게 마야를 소개시켜야지.
"마야는 요리를 못해."
- 그래서 문제야. 분명 명절 음식 만드는 일에 마야가 빠지면 안 되잖아.
나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알았어..."
- 우리하고 같이 내려갈래?
"마야 차로 내려갈게."
내가 한숨을 내쉬는데, 뒤에 파르노가 있었다. "아나킨. 마야님 문제로 고민 있어?"
"마야가 떨어트린 폭탄의 뒤처리야."
"내 문제는 없고?"
"키스만 한 걸로 얼버무렸어."
"그거야 네가 알아서할 문제지만, 이건 알아둬. 우리도 너의 부인이라는 것을. 마야씨만 부인이라고 말하는 것에 우리도 상처받아."
"하지만 우리 나라는 일부일처제..."
"그래서 마야님이 나선 거야. 여기 상식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너의 가족들에게까지 숨긴다면 우리도 서운해. 마야님은 너를 난처하게 만들면서도 우리를 생각해 준 거야.
그걸 알아?"
아무래도 이 일은 생각해볼 문제였다.
.....................
나는 7명을 따로 불렀다.
"여기서 묻고 싶어. 현정이는 잘 알겠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일부일처제야. 부인이 한명이어야 해. 그런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의 부인으로 살기로 결정했잖아?
그래서 묻겠어. 앞으로 내가 어떻게 했으면 하지?"
마야가 말했다. "솔직히 말하죠. 서방님은 이 일에 비겁하십니다."
나는 놀라서 움츠렸다. "내가... 비겁하다고?"
현정이 말했다. "서방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죠. 이 곳에서 정식 결혼을 하지 못하고, 결혼했다고 드러내지도 못하고. 아직 마야님도 정식 부인이 아니죠."
현정은 그 때 내 부인으로 남기로 한 결정 이후로, 나에 대한 호칭을 다른 사람들과 맞추기로 했다.
"서방님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과 우리들이 서운한 것은 별개의 문제예요. 우리가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서방님의 행동은 비겁해 보여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모두를 내 부인으로 소개하자고?"
모두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나도 그렇고, 모두들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을 거야. 앞으로 사회생활이 어려울 지도 몰라."
파르노가 말했다.
"현정에게 들었어요. 아직 서방님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법적인 ‘아이’의 신분이라고. 그래서 성년이 되기까지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성년이 되어서도 우리를 숨긴다면 그건 참을 수 없죠."
마야가 말했다. "나만 혼인 신고하는 것은 나도 싫어요. 모두 함께 혼인 신고가 가능하면 몰라도, 나만 법적인 부인이 될 수 없죠. 그러니 우리 모두 서방님과 법적인 부부가 되기를 포기했어요."
"그럼 수아는..."
"우리가 낳는 아이는 모두 서방님의 책임이죠. 그런데 서방님은 어떻게 사실 생각이죠?"
"어떻게 살다니..."
현정이 말했다. "대한민국의 법을 따라 살 건가. 마왕성에서 어느 나라의 법 아래에 있지도 않고 자유롭게 살 것인가를 묻는 거야."
나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네가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면, 부인이 7명이든 백명이든 상관없잖아? 결국 이 문제는 네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생긴 문제야. 아니야?"
"그렇다면..."
"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다른 6명은 너를 특별한 사람, 아니 신으로 생각하고 있어. 그럼 너는 어떻게 해야지?"
"평범한 인간처럼 살지 말라는 거야?"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티리스가 말했다. "우리는 용의 화신, 마왕들입니다. 서방님은 7명의 마왕의 남편이시죠. 그럼 자신을 알고 게셨으면 해요. 서방님께서는 인간의 상식을 넘어선 분이시니 까요."
"그럼 나보고 평범한 삶을 버리라는 거야?"
현정이 말했다. "나도 너도 평범한 한국인이 아니야. 나는 마왕이고, 넌 마왕들의 남편이니까."
나를 남겨두고 7명이 나갔다. 정말 고민해야할 문제였다.
.....................
그날 밤. 나는 파르노와 함께 지냈다. 파르노와 몸을 맞대며, 그녀의 기억이 나에게 전해져왔다.
세 사람이 내 집을 다녀온 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파르노를 불러서 그녀에게 나와의 관계를 추궁했다.
"지금 하시는 말씀은... 그러니까 송 재신씨와 제가 그런 사이라고 하는 건가요?"
"재신이가 그러던데?"
"혹시 사람을 잘못 찾아오신 것 아닌가요? 저는 그 사람과 아무 관계 아닙니다."
"그런데 왜 재신이가 너를 말했지?"
파르노는 웃었다. "아마 그 사람이 난처한 상황에서 나를 생각했겠죠. 제가 제일 편하거든요."
어머가 물었다. "편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지?"
"저는 마야씨와 아나킨씨와의 관계를 잘 알고 있어요."
"아나킨?"
"아! 송 재신씨의 외국식 이름이요."
아버지가 헛기침했다. "그럼 너는 내 아들과 어떤 관계지?"
"몇 번 데이트하고 영화 같이 본 관계 정도입니다."
"왜 아내가 있는 유부남하고 그렇게 한 거지?"
"솔직히 마야님이 부탁하셨어요. 서방님과 데이트해 달라고. 저는 마야님의 아랫사람으로 그 분 명령에 따르는 사람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를 보다가 다시 파르노에게 물었다.
"그럼 왜 그런 오해받을 짓을 한 거지?"
"오해라고 말씀하시면 불쾌하네요. 저는 마야님 명으로 서방님과 데이트했고, 비난 받을 행동은 어떠한 것도 없었습니다."
"지금 재신이를 서방님으로 부르는데?"
"그건 우리 모두가 송 재신씨를 부르는 호칭입니다."
어머니가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그럼 너도 너희 중 누구도 재신이와 그런 것이 아니야?"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은 이라는 것은 뭐지?"
"마야님과 서방님이 원하시는 것이 다르니까요. 마야님은 우리 모두가 서방님을 모시기 바라지만, 송 재신씨는 그 것을 아직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재신이가 그런 걸 원한다면 어떻게 하지?"
"우리는 마야님의 명에 따를 뿐입니다."
어머니가 물었다. "마야가 원하면... 재신이의 첩이 될 생각이 있는 거야?"
"그 것이 우리의 운명입니다. 마야님의 남편의 부인, 여기서는 첩이라고 하는 데요. 그 분의 첩이 되어야 합니다."
두 사람이 파르노를 노려보았다.
"재신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부인을 얻는 문제는 서방님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또 이런 질문이 뭐하지만... 재신이와 그런 일이 없었나?"
"데이트와 가벼운 키스 정도로 문제가 된다면 있었다고 말해야죠. 하지만 대한민국의 법과 윤리에 어긋나는 일은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파르노를 노려보았다.
"여기서 분명히 하지, 우리는 부인이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재신이의 부인은 마야 한 사람이야. 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말았으면 해."
"그런 말은 아드님과 며느님에게 하셔야죠. 저희는 어떻게 할 수 없네요."
"네가 거부하면 되는 것이 아냐?"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저의 운명은 마야님에게 달려있습니다. 마야님께서 서방님을 모시라고 하시면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저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말씀은 마야님에게 해 주세요."
어머니가 물었다. "혹시 마야가 원하면 너는 재신이의 첩으로..."
"저는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그 것이 대한민국의 법과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라 해도."
파르노의 기억을 읽으며, 나는 더 슬퍼졌다. 나는 마야를 사랑한다. 그 만큼은 아니라도 다른 부인들도 사랑한다.
그들이 떠나겠다고 하면 문제가 없지만, 남겠다고 하면 큰 문제였다.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음날 마야는 부인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 마야가 다시 이야기를 지어내고, 나와 다른 부인들은 그 것에 입을 맞추겠다고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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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으로 내려가며 내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는 차를 빌려서 남원 근처에 워프하고, 미야가 운전해 할아버지의 집으로 향했다.
나와 미야는 정장을 입고, 마야는 한복을 입었다. 붉은 머리와 붉은 눈의 마야는 붉은 색 한복이 잘 어울렸다.
"미야, 운전 면허는 언제 딴 거지?"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 만들었습니다. 운전... 정말 재미있네요."
"여기 아기가 타고 있어. 천천히 운전해."
뒷좌석의 미야가 물었다. "그런데 꼭 이렇게 해야 하나요? 마야님의 소개..."
"나는 아직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마야가 물었다. "아직이라... 서방님이 아직이라는 말을 쓴다면 다음에 달라진다는 건가요?"
"마왕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어."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마야의 말, 모두가 동의해 결정된 사항에 그대로 따르라는 의미였다.
"알았어. 저번처럼 아무 말 하지 않겠어."
우리는 추석 하루 전 오전에 도착했다. 남원의 할아버지 집은 고택이라서 명절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다. 준비해야 할 음식도 많았다.
우리가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자, 할머니가 문 밖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재신아, 마야. 잘 왔다. 그리고 여기는..."
마야가 수아를 안고 말했다. "제 동생 미야에요. 제가 운전을 못해서 운전해 줬어요."
"미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할머님."
할머니는 마야 품의 수아에게 갔다. "이 아이가 수아? 정말 수고 했어. 출산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몸은 괜찮아?"
"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렇게 우리에게 증손녀를 안겨주고, 정말 고마워."
나는 트렁크에서 아이스박스를 꺼냈다. "할머니, 고기 가져왔어요. 요리에 쓰시라고."
우리는 할머니의 인도를 받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와 몇몇 어른들이 대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마아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 할아버지에게 큰 절을 올렸다.
"할아버지, 송 재신. 여기 왔습니다."
"할아버지. 마야, 인사드립니다."
모두가 나와 마야를 쳐다보았다. 고등학생이 결혼해 애아빠가 되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 상대가 외국인 부자라는 것은 더 이상했다.
할아버지 옆의 어르신이 물었다. "마야라고 했나?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지?"
"올해 스물셋입니다."
"재신이보다 연상이네. 그럼 재신이와는 어떻게 만났지?"
"신께서 저를 서방님께 보내셨습니다."
모두 놀라서 마야를 쳐다보았다.
"신이라면..."
"제가 신전에서 기도할 때, 저에게 서방님을 모시라 명령하셨고, 그 명령에 따라 서방님과 결혼했습니다."
다른 어르신이 물었다. "그럼 그런 명령을 한 신이 누구지?"
"제가 모시는 신의 이름을 함부로 제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와 저희 집안을 수천년간 지켜 보호해주신, 우리 신앙의 대상입니다."
여러 어르신이 각각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먼 나라로 오고, 저런 애에게 결혼하라고 하고. 신의 명령이 그토록 대단하냐?"
"신의 명령은 절대적. 우리가 절대 거역해서는 안됩니다."
"그 신이라는 분께서 뭐라고 명령하셨지?"
"저와 저의 시종들에게 서방님을 모시라 명령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헛기침했다. "그 문제로 너에게 물을 것이 있는데, 아범에게 연락을 받았다. 너는 일부다처제의 나라에서 왔고, 재신이도 그래야 한다고 했는데 정말이냐?"
"그 것이 신의 명령이었습니다."
모두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 여성 어르신이 물었다. "그럼 이런 신의 명령이 원망스럽지 않아?"
"저희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사람들입니다. 그 명령에 따라야만 합니다."
"의무가 아닌 마음을 물어보는 거야. 너는 네 남편이 첩을 얻는 문제에 어떻게 생각하지?"
마야가 입술을 깨물었다. "솔직히 저도 서방님을 독점하고 싶습니다."
정말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동안 부인을 늘리라고 말했던 마야가 이런 말을 할지 몰랐다.
"그런데 왜 아범에게 그런 말을 한 거지?"
"서방님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저와 같이 자란 사람들입니다. 그녀들은 신의 운명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제 욕심으로 그 것을 거부한다면, 저는 그녀들 뿐만 아니라 저를 믿어주고 키워준 모든 사람들을 배신하는 겁니다."
"지금 재신이의 첩이 될 여자들이 너의 자매,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그들의 생각도 같아? 재신이의 첩 생활을 받아들이겠다고 해?"
"그 것이 우리 모두의 운명입니다."
"그 것이 신의 명령?"
"그렇습니다."
말을 하는 마야의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마야도 여자였다. 질투가 있는.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보았다. "재신아."
"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저는 마야 외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걱정하시는 일들은 없을 겁니다."
마야가 말했다.
"여기 있는 분들은 이해 못하시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신께서 서방님을 선택하시고, 우리 모두가 서방님을 모시라고 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 것을 거부하면 큰 벌을 받게 됩니다."
모두 놀랐다.
"그게 뭐지?"
"저 이외에 많은 우리 집안 사람들이 이런 것을 미신으로 치부해, 거부하고 도망친 일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예외 없이 비참하게 죽었지요.
신의 명령은 절대적입니다. 우리는 절대 이 것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희들의 사정은 잘 모르겠다. 그럼 저 재신이에게 몇 명의 여성이 필요한 거냐?"
"지금까지는 저를 포함해 7명입니다."
모두 놀라서 웅성거렸다.
"저기 같이 온 네 동생도?"
"미야는 아닙니다. 미야에게는 따로 신의 명령이 있을 겁니다."
"그럼 그 7명이 어디에 있지?"
"지금 서방님과 같은 반에 있습니다."
"그럼 모두 고등학생?"
"몇 명은 나이를 속이고 서방님의 반에 있습니다. 서방님보다 어린 사람도 있지요."
"모두 너와 같이 자란 사람들이야?"
"그 중 한명은 한국인입니다."
"한국인? 신은 너희 나라에 있는데, 어떻게 한국 사람이 재신이 첩이 되어야 하지?"
"그 것도 신의 명령이었습니다. 그녀도 거부했지만, 이제는 납득했지요."
"그녀가 벌을 받았다... 어떤 것이지?"
"당해본 사람이 알 수 있는 겁니다. 저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 6명이 모두 재신이 첩이 되기로 한 거냐?"
"그렇습니다. 지금 저는 쉽게 말씀드려도, 그들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실 겁니다.
방금 말씀하신 현정이의 경우에는 목숨의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녀도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