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환생 후 귀환
데보라를 데리고 침실로 워프했는데, 데보라의 몸 속에서 무책임한 놈이 느껴졌다.
"지금 데보라 몸에서 나오는 것이 좋아. 네가 데보라 몸에서 그런 일을 겪으면 나도 좋지 않아."
데보라의 몸에서 마력 덩어리가 나왔다. 데보라의 몸에서 그 놈이 나오자, 데보라는 두려운 듯 침대 위로 뛰어들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떨고 있었다.
나는 마력 덩어리인 그 놈에게 물었다. "몇 가지 묻자. 용은 모두 몇 명이지?"
"12명."
"데보라를 포함해서 남은 5명을 어떻게 해야지?"
"지금처럼 네 부인으로 삼아."
조금 이상한데? 지금까지 내가 부인 삼는 것을 방해하던 이 놈이 왜 갑자기 태도가 변한거지?
"내가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해야지? 7명도 힘들어."
"네가 시작한 일이니, 끝을 내야잖아."
그거야... 내 책임도 있군. 하지만 나보고 어쩌라고...
"그 전에 묻자. 지금까지 방해하던 네가 왜 갑자기 부인 만들라고 내 등을 떠미는 거야?"
"작전 변경이지. 이렇게 된 이상, 12명을 모두 네 부인으로 만들고 상황을 바꾸는 거지."
"무슨 상황?"
"용이 그 자리에 없으면 내가 마력을 얻을 수 없어. 그런데 말야... 지금까지 그 마력을 인간들이 훔쳐갔거든. 이렇게 되니까 새로운 방식으로 마력을 얻어야 겠어."
결국 그거네. 네 돈 줄. 수입 구조를 바꾸겠다?
"어떻게?"
"용의 육체를 그 자리에 두어 마력을 얻었으니까. 용의 육체를 대신할 무엇을 그 자리에 두면 되잖아. 그럼 나도 마력을 얻는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져 좋은 거야."
"내 이득은 뭐지?"
"12명의 여자를 얻고도 바라는 것이 있어? 나는 너에게 강대한 힘과 부, 미녀들을 줬어. 그런데 나에게 감사조차 없는 거야?"
뭐... 감사할 일이지. 대한민국 헬고딩, 특목고 입시 실패자가 12명의 마왕들을 거느린 신이 되었으니까.
"이제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남은 4명의 용들을 지금처럼 부인으로 삼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지?"
"네가 보다시피 용들이 잠들어 있던 자리는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곳이야. 그러니 그 자리에 새로운 장치를 설치하면 되는 거야.
넌 부인이 늘어나고, 난 마력을 얻고. 서로 윈윈아냐?"
그건 맞는 말이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하지만 이 놈을 믿어도 될까?
"믿지 못하겠으면 신의 계약으로 너에게 약속하지. 마력 공급만 이루어지면, 너를 건드리지 않겠어."
"그 전에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넌 분명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자리에 용을 잠들게 했다고 말했어. 그런데 왜 나에게 용을 깨우라 한 거지?"
생각해보니, 이 녀석은 잠자는 용을 깨우라 한 적이 있다. 그럼 앞뒤가 맞지 않잖아?
"그 용이 잠들어 있던 곳은 마왕이 용을 이기고 땅에 묻은 곳이야. 마력 포인트가 아니었던 거야."
"그렇다면 너는 마왕 때문에 마력을 얻지 못하잖아."
"그래서 네가 필요한 거야. 각 세상마다 용의 육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마력이 나올 장치를 설치해줘."
나는 한숨이 나왔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할 일이 이렇게 많아질 줄이야...
"용이 12명이면, 12개이군. 몇 개의 세상을 가야지? 한 세상에 용이 몇 마리 있었는지 모르잖아."
"내가 관여하는 세상이 6개. 각 세상마다 2마리의 용이 있어."
우선 이 믿지 못할 놈에게 믿을 만한 보증을 만들어야 하지.
"먼저 나에게 신의 이름을 걸고 약속해. 첫째 나와 내 부인들을 절대 건드려서는 안 돼. 둘째 내가 새로 얻는 부인들도 건드려서는 안 돼. 셋째 내가 사명을 완수하면 나를 더 이상 건드려서는 안 돼."
"모두 약속하지. 단! 너는 반드시 사명을 완수해야해. 내가 보내는 지점에 내가 원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거야."
"좋아."
"그 전에 네가 가는 세상에서 마왕이 있으면 너는 반드시 처리해야 해."
"좋아."
무책임한 놈에게서 색이 다른 마력이 나와 나와 그 놈 사이로 떨어져 나왔다.
"이 마력구는 우리의 계약이야. 네가 이 곳에 마력을 주입하면 우리 둘 사이에 계약이 성립하는 거야."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네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나는 신이야. 절대 거짓말하지 않아. 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켜!"
"난 네가 신이라는 것도 믿지 못하겠어."
잠시 그 놈에게 말이 없었다.
"믿지 못하는 네 마음도 이해가 돼. 그러니 내가 신이라는 증거를 보여주지. 내가 너에게 새로운 권능을 주겠어."
무책임한 놈에게서 마력이 나와서 내 몸 속에 들어왔다. 내 머리 속에서 어떤 마법이 새겨졌다.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마법이었다.
"이 마법을 사용하면 네 주머니에서 꺼내는 물체의 크기를 10배로 줄일 수 있어. 네가 여행에서 고생하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문명의 이기를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거야."
나는 시험적으로 주머니에서 칼을 빼보았다. 주머니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손바닥에 들어갈 정도였지만, 나온 지 3초가 지나자 1m가 넘는 길이로 커졌다. 이 마법이면 편리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신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나는 걸어가 우리 사이의 마력구에 마력을 주입했다. 나와 그 놈 사이에 계약이 맺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부탁해."
"언제부터 시작해야지?"
"내가 원할 때."
무책임한 놈이 사라지고,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실 안에 나와 데보라 밖에 없는데, 데보라는 이불 속에서 떨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침대 위로 올라가 데보라의 몸에 손을 댔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목숨만..."
떨고 있는 데보라가 너무 귀여웠다.
"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나는 이불을 벗겨내고, 그대로 데보라에게 다이빙했다.
침대 위에서 내 품에 데보라는 행복한 얼굴로 안겨있었다. 나한테 안기며 그녀는 처음에는 죽이지 말라고 사정하다가, 내가 사랑한다는 말에 몸도 마음도 풀어졌다.
"저... 정말 저를 죽이지 않으실 건가요?"
"내 부인으로 삼았는데 죽일 이유가 없잖아? 네가 싫증나면 몰라도. 그러니 내가 널 싫어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줘야 겠어."
데보라가 내 품에 파고 들었다.
그리고 용이 아직 문제였다.
"넌 클레어지? 원하는 게 뭐지?"
"영원히 이렇게 있고 싶어요. 서방님의 부인으로."
이런 용이 12명... 내가 4명을 더 부인을 늘려야 한다니... 새로운 사명이 생겼네.
"물어볼 게 있어. 왜 한 세상에 용이 2명인 거지?"
"용들 사이에서 또 다른 용을 만들기 위해서예요."
"알을 낳아 새로운 용을 낳으라는 거야?"
데보라, 아니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동안 왜 용을 만들지 않은 거지?"
"그 것을 막기 위해 신이 마왕을 만든 거죠. 마왕이 나타나 용을 봉인해 잠재워서 서로 만나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그렇군... 용이 늘어나면 곤란하니까."
"그리고 용의 사명이 또 있어요. 마력을 신에게 전달하는 것. 그런데 용이 그 사명을 등한시하자, 그들을 잠재운 거래요. 그런데 용을 잠재운 마왕들이 그 마력을 차지하기 시작했죠. 자기의 성을 마력이 나오는 곳에 만들고..."
그 설명을 들으니 알 수 있었다. 왜 마왕의 성에는 마력이 넘치는지...
"그런데 마왕이 그 마력을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리니까, 신이 용사를 보낸 거죠. 마왕이 없으면 마력이 자기에게 들어오니까."
이제야 왜 무책임한 놈이 마왕을 죽이라고 자기를 보내는지 알 수 있었다. 마왕이 용의 마력을 뺏으니, 마왕을 죽이면 그 마력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마왕이 죽은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용들이 내 부인이 되었잖아."
"그래서 그 용들을 돌려보내려 했어요. 하지만 그들은 모두 서방님과 계약이 있어서 신은 할 수 없었죠."
나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왜 그 놈이 나와 부인들을 환생시켰는지. 지금 세상에서의 나와 부인들의 상태에서는 서로의 계약 때문에 헤어지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환생 시키고 새로운 계약을 만드는 것이었다. 자신과 맺은 계약은 자기 부인들의 환생들과 다시 인연을 맺는 것. 만약 실패하면 기존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었다.
그 쪽에서 아나킨은 7명의 부인들과 다시 만나서 부인으로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그런데 그 놈은 새로운 변수를 만들었다. 바로 클레어. 클레어도 용이니까 아나킨이 부인으로 만드는 상대에 포함되었다. 클레어를 통해, 무책임한 놈은 아나킨을 이 세상에 붙잡아둘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 네가 각성에 성공했으니 우리가 돌아온 것이네?"
"그건 아니에요."
"뭐?"
"서방님에게 안기기 전에 용의 영혼이 내 몸을 나갔어요. 자기 몸 때문이라고 했어요."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다. 나는 급히 옷을 입고 정원으로 나갔다.
............
정원에 나오니, 현정과 제니스가 있었다.
현정이 말했다. "서방님. 용 때문에 오신 거예요?"
"그... 그래."
"안심해요. 저 안에 있으니까."
현정이 정원 호수를 가리켰다.
제니스가 말했다. "아직 데보라는 각성하지 못한 것 같군요."
뭐... 그런 거지. 그런데 어떻게 데보라가 이 곳에 올 수 있었지?
파르노가 데보라와 함께 정원에 나왔다. "서방님. 이 여자를 어떻게 하죠?"
파르노는 화난 얼굴로 데보라의 뒷덜미를 쥐고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보낼 수 없고. 부인으로 삼아야지."
세 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부인을 얻지 않겠다고 한 말이 한달 전 아냐?" 현정이 혀를 찼다.
"20년이 넘었잖아."
"이 쪽에서는 한달도 되지 않았어. 미야씨가 가고 나서 약속했잖아."
데보라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서방님께서는 저 말고도 4명을 더 얻으셔야 해요."
파르노가 물었다. "남은 용이 너를 포함해서 5마리야?"
"잘 아시네요."
제니스가 가벼운 충격파로 데보라의 이마를 때렸다.
"웃지 마. 네가 웃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밀어."
현정도 데보라를 노려보았다.
제니스가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 "데보라. 네 생각은 뭐지?"
"클레어."
"뭐?"
"저는 클레어입니다. 서방님께서 저의 세상에서 저를 불러준 이름이니, 그 이름을 쓰고 싶어요."
파르노가 데보라의 뺨을 때렸다. "조용히 해. 여기엔 너를 죽이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이야."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파르노가 한숨을 내쉬었다.
"용을 부인으로 삼는다는 서방님의 계획이 확실하고, 용이 12명이면 모두 부인으로 삼아야 겠지. 그렇다면 그 시작은 이 여자란 말이고...
어쩔 수 없네. 아나킨. 부인으로 삼지."
제니스와 현정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겠어?"
"어쩔 수 없잖아. 이 여자도 너 하나만 보고 모든 것을 버리고 여기 온 거잖아.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어버릴 거야. 그런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야."
3명은 클레어를 노려보았다.
현정이 말했다. "그래도 우리를 골탕 먹인 것을 용서 못해. 게다가 저렇게 실실 웃고...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미워."
제니스도 말했다. "그래요. 이대로 넘어갈 수 없어요."
파르노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알았어. 부인으로 삼고, 티리스에게 맡길 거야."
두 사람이 파르노를 보더니 얼굴에 미소가 생겼다.
티리스에게 맡긴다. 엄청난 훈련으로 괴롭힘을 당한다는 말이었다. 티리스는 입이 거칠고, 훈련에 적당히...가 없었다.
직접 당해본 제니스가 제일 기뻐했다.
파르노가 클레어 앞으로 가서 손가락에 상처 입혔다.
"내 피를 먹어. 그러면 너는 서방님의 부인이 되는 거야."
클레어가 파르노의 피를 먹자 몸에 마력이 흘렀다. 파르노는 데보라의 목 뒤에 마법진을 그렸다.
데보라가 일어서 내 앞으로 와 절을 했다.
"이제부터 저의 사랑은 오직 서방님뿐입니다. 제가 이 사랑을 배신하는 순간, 내 몸이 수천조각으로 찢겨 땅 밑으로 떨어질 것을 맹세합니다."
어라? 이건 본처와 부인과의 계약인데... 게다가 파르노가 본처? 어떻게 된 거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파르노를 보자, 현정이 설명했다. "지난 주부터 파르노가 우리의 본처야."
"어떻게...."
"우리 부인들끼리 서열을 정하기로 했고, 파르노가 최고로 강했어. 그래서 본처가 된 거야."
파르노가 말했다. "현정. 서방님 앞에서 반말하지 말랬지?"
파르노의 몸에서 마력이 분출되자, 현정이 몸을 굽혔다. "죄.. 죄송합니다."
이것도 본처의 능력인데... 대체 이 여자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파르노가 클레어를 보았다. "이제부터 넌 서방님의 부인이다. 서열은 우리의 맨 밑인 8번째이다.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저를 클레어로 불러주십시오."
제니스가 중얼거리자, 티리스가 제니스 옆에 나타났다. "제니스, 날 불렀어요."
제니스가 일그러진 얼굴로 데보라, 아니 클레어를 바라보았다.
"방금 저 여자, 클레어가 서방님의 부인이 되었어."
티리스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한숨을 쉬었다. "예상대로네요. 모두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각성을 못했잖아?"
티리스의 얼굴이 펴졌다. "이제 마음 놓고 귀여워해줄 수 있네?"
제니스가 티리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 부탁해."
티리스가 웃으며 클레어 앞으로 갔다. "방금 제니스가 널 클레어라고 부르는데, 우리도 널 클레어라고 불어야 겠지?"
클레어는 티리스를 보며 두려움에 말을 더듬었다. "네..."
"용이 있는 것을 보니, 각성을 못했고... 그러니 훈련이 필요하겠지?"
"네? 무슨 훈련이요? 혹시 그 쪽에서 하던 그 것이요?"
"잘 아네? 여기 왔으니 더 힘을 내야겠어. 잘 부탁해."
티리스가 클레어의 손을 잡고 끌고 가려는데, 클레어는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티리스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티리스, 죽이지는 마."
"잘 알아요. 죽을 때까지 괴롭혀 줄게요."
티리스가 클레어를 데리고 사라지자, 3명은 웃고 있었다. 특히 티리스에게 훈련 받은 적이 있는 제니스는 입을 가린 채 몸을 떨고 있었다.
제니스가 웃으며 말했다. "아마 훈련에 마르티나도 참가할 거야."
세 여자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동안 당한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