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4화 〉새로운 본처(1) (104/148)



〈 104화 〉새로운 본처(1)

지금은 파르노에 대한 것을 알아야 했다.

내가 파르노를 바라보자, 파르노가 웃었다.
"지금 내가 어떻게 본처가 되었는지 알고 싶은 거야?"

"물론.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왜 몰랐지?"

"지난 주에 중간 고사 때문에 우리를 안지 않았잖아. 그래서 몰랐던 거야."

"너희도 시험이 아니었어?"

"그래서 너 몰래 결투했던 거야. 시험이 끝날 때까지 우리와 일이 없을 테니까."

설명을 듣는 것보다 빨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파르노가 내 품에 안겨왔다. "알고 싶은가 보지?"

그녀를 안으니, 지난 주에 있었던 부인들 간의 결투의 기억이 내 머리 속에 들어왔다.

..............

중간고사가 한창일 때, 부인들은 한달 전에 협의한 일을 실행했다. 부인들 간의 서열 정리. 그 것을 위해 결투를 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 때 페트리아와 마르티나는 참가를 사양했다. 실력에서 다른 사람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페트리아는 아직 용의 힘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고, 마르티나는 너무 어려서 마력 수업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7명의 부인들은 모두 투기장에 모였다. 나는 그 때 도서실에서 공부하는 중이었다.

마야가 말했다.
"그럼 대진은 제니스 - 현정, 파르노 - 티리스의 대결이 시작이고, 여기 승자 2명이 대결해서 마지막 승자가 나와 대결하는 거야. 모두 동의하지?"

"좋았어." 5명이 한꺼번에 말했다.

제니스가 마야에게 물었다. "마야. 이번에 네가 지면 본처 자리를 빼앗기는 거야. 괜찮아?"

"상관없어. 그보다 나는 더 이상 본처이기 싫어."

모두 마야를 바라보았다.

"본처가 되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본처가 되면 서방님을 다른 부인들에게 양보해야 해. 서방님을 모실 때마다 다른 부인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거야.
난 더 이상 그런 것은 싫어. 나도 다른 부인들처럼 서방님의 품에서 행복해지고 싶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작 전에 말해두지만, 이 대결은 본처의 자리를 정하는 거야. 그 뒤의 서열은 본처의 결정에 따라야 해. 모두 동의 하지?"

모두 동의의 시선을 보냈다.

"그럼 제니스와 현정의 대결을 시작하자."

제니스와 현정이 투기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5명이 결계 밖에서 둘의 대결을 관람하기로 했다.

현정은 손에 들고 있는 마력 지팡이에 마력을 주입했다. 나와 같은 붉은색 빛의 칼날이 만들어졌다.

제니스의 손에도 붉은색 빛의 칼날이 만들어졌다. 차이는 라이트세이버 마력석의 차이. 현정은 마력석이 필요했지만, 제니스는 맨손으로 만들 수 있었다.

선공은 현정이었다. 현정은 나에게서 배운 고속 이동 기술로 제니스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현정의 스피드는 나나 미야보다 느렸다. 나의 경우 두가지 바람 마법을 조합했지만, 현정은 한가지 바람마법으로 몸을 띄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각력이 강해 강하게 바닥을 차고 움직였다.

현정의 칼날을 제니스가 방어했다. 둘은 칼을 부딪히며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현정의 스피드가 더 빨라 제니스의 몸에 상처가 나고 있었다.

제니스는 거리를 벌리고 자기 몸에 힐링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현정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제니스가 힐링을 무영창으로 자기 몸에 거는 순간 현정이 제니스의 몸에 파고 들었다. 그 때 현정은 빛의 칼날을 전개하지 않았다. 순간 두가지 바람 마법을 다 사용했던 것이었다.

현정의 몸통박치기에 제니스가 땅에 쓰러졌다. 현정은 TV 격투기 중계에서처럼 제니스의 팔을 마운트하고 밑에 있는 제니스의 얼굴을 주먹을 때렸다.

제니스는 몇 대 맞다가 마력을 방출해 현정을 튕겨냈다. 둘이 거리를 벌려 숨을 가다듬는 사이에, 제니스는 자신의 얼굴과 몸을 고쳤다. 제니스 얼굴에는 피자국이, 몸에는 칼날에 베인 옷 사이로 맨살이 보였다. 하지만 상처는 없어졌다.

현정은 제니스가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으려, 다시 고속 이동으로 제니스에게 접근했다. 그런데 스피드가 느렸다. 제니스는 현정의 몸통박치기를 방어하려는데, 갑자기 현정이 사라졌다.

순간 제니스의 오른쪽에서 현정이 나타나, 옆구리를 잡고 태클을 걸어 제니스를 넘어뜨렸다.

현정은 넘어진 제니스의 가슴에 손을 대고 충격파를 실행했다. ‘펑’ 소리와 함께 제니스는 큰 내상을 입고 피를 토했다.

현정은 헉헉거리며 일어났지만, 제니스는 일어나지 못했다. 현정의 승리였다.

결계가 사라지자, 마르티나가 뛰어와 제니스에게 힐링을 걸었다.

마르티나의 부축을 받고 일어난 제니스는 현정에게 몸을 굽혔다. "내가 졌다."

현정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현정의 승리는 바람 마법의 사용이었다. 처음 제니스에게 접근할 때는 각력 만을 이용해 이동하는데, 그 앞에 바람마법을 걸어 갑작스럽게 방향을 전환했다. 그리고 땅을 발로 딛는 동시에 반대로 바람마법을 걸어 빠르게 제니스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너무 빠른 방향 전환과 육탄 돌격에 제니스는 당황했다.

제니스는 접근전 전문인 용과 하나가 되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 실전에서 현정에게 진 것이었다. 현정은 2년 전에 제니스에게 졌던 일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

다음 대결은 파르노와 티리스였다. 티리스는 전부터 파르노에게 감정이 많았다. 그래서 이 대결을 기다려 온 것 같았다.

나도 이 대결에 관심이 많았다. 아직 파르노의 특기가 뭔지 모르니까.

제니스와 현정이 나가고, 파르노와 티리스가 들어오자 결계가 만들어졌다.

마야가 외쳤다. "시작!"

선공은 티리스였다. 그녀가 만든 10개의 공격 마법이 파르노를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파르노에게 탄착한 것이 3개 뿐이었다. 파르노 뒤로 2개가 날아들었고, 3개는 아직 파르노 위에 있었다.

뒤에 있던 2개가 파르노에게 탄착하는 사이에 위에 있던 3개가 밑으로 떨어졌다. 파르노는 앞의 3개를 방어해 낸 것 같지만, 5개는 피하지 못한 것 같았다.

순간 티리스 앞에 파르노가 나타났다. 그런데 파르노에게 2개의 마법탄이 탄착했다.

파르노는 즉시 거리를 벌렸다.

내가 전에 말했던 티리스의 단점이 없어졌다. 그녀는 10개의 마력탄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탄착 시간, 궤도를 조절하며 정면, 후면, 머리 위에서 시간차를 두고 공격했다. 더 놀라운 것은 2개의 마력탄을 방어를 위해 남겨둔 것이었다. 파르노가 접근하자 바로 2개로 공격하며 파르노의 공격을 막은 것이었다.

그런데 공격받은 파르노는 웃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피해가 없었다.

"꽤 하는데, 티리스."

"전부터 당신을 때려주고 싶었어. 서방님을 죽인 여자가 감히..."

"나도 언제나 나에게 건방진 너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어."

"할 수 있으면 해봐! 마법 기술은 내가 위야!"

순간 파르노의 몸이 공중에서 떠올랐다. 그리고 티리스의 마력탄이 파르노를 공격했다.
마력탄들이 탄착한 순간, 티리스는 공격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르노가 티리스 뒤에서 나타났다. "나는 여기에 있어."

티리스는 몸을 돌려 파르노를 보자마자, 다시 마력탄으로 공격했다. 탄착했지만, 파르노는 그 곳에 없었다.

이것이 파르노의 특기인 단거리 워프 마법이었다. 나의 바람 마법 조합과 달리 마법 사용 한번으로 30m 이내의 공간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었다.

결계 한쪽 끝에서 파르노가 나타났다. "난 여기 있는데?"

다시 티리스가 공격했다.

그런 식의 패턴이 몇 번을 이어졌다.

고속 이동에 비해 워프마법은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마법 전개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소비 마력도 많다.
하지만 파르노의 행동에는 합리성이 있었다. 파르노의 마력 소비보다 티리스의 마력 소비가 더 많았다.

갈수록 티리스의 마법탄의 위력이 적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파르노는 단거리 워프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자리를 잡자마자 마법을 영창했다.

그런데 티리스의 마법 공격의 시간차가 점점 길어졌다. 파르노의 영창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느 정도 티리스의 마법 위력이 적어지자, 파르노가 천천히 티리스에게 걸어갔다.
티리스가 다시 공격했는데, 파르노는 손으로 모두 쳐냈다. 그 만큼 티리스의 마력이 고갈된 것이었다.

어느 정도 파르노가 접근하자, 티리스가 갑자기 파르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파르노 몸에 손을 대고 충격파 마법으로 공격했다.

‘펑’ 소리와 함께 파르노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티리스가 웃었다.
"내가 마력이 떨어진 줄 알았지? 기다렸어. 네가 워프를 중단하고 나에게 접근하길."

그런데 파르노가 티리스 뒤에서 나타났다. "그런 공격이 나에게 통할까?"

티리스가 몸을 뒤로 돌리는데, 파르노가 티리스의 왼팔을 잡고, 다른 팔로 어깨를 잡은 후 잡은 팔을 비틀었다. 그리고 땅에 쳐박았다.

"역시 육탄전은 어설퍼."

티리스가 마력탄을 발사해 파르노를 공격하려는데, 파르노는 그냥 맞아주었다. 그러면서도 티리스의 잡은 팔을 놓지 않고 더욱 비틀었다.

"우아악!" 티리스가 비명을 질렀다.

"항복해!"

"죽어도 싫어."

"이 고집쟁이."

파르노는 팔에 힘을 주어 티리스의 어깨를 탈골시켰다. 티리스가 비명을 질렀다.

"그만!" 마야가 중단시켰다.

"이번 대결은 파르노의 승리."

파르노가 팔을 놓아주자, 티리스는 땅에 축 늘어졌다.

대련장의 결계를 해지하고, 제니스가 뛰어들어 티리스를 치료했다.

티리스는 이를 악물고 파르노를 노려보았다. "그 기술은 뭐지?"

"내가 모험가 시절에 배운 거야. 사람을 제압하는 기술. 격투기지."

나는 그 기술을 알고 있다. 과거 칼의 특기였다.

첫 번째 세상의 파티에서 칼과 디노는 마물과의 싸움에 능했는데, 칼은 사람들과의 싸움에 더 능했다. 도시의 경비대에서 칼에게 격투기를 배워갈 정도였다.

칼의 아내였던 파르노는 그에게서 많은 격투기 기술을 배웠고, 장사할 때 많은 취객들을 쉽게 제압해 왔다.
나도 격투기를 파르노에게 배우는 상태였다. 그녀에게 배운 격투기 기술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두 번째 세상에서 마족과의 접근전에 많이 응용할 수 있었다.

패배로 침울해진 티리스를 제니스가 데리고 나갔다.

마야가 다가와 파르노에게 물었다. "두번째 대결은 언제 시작할까?"

파르노는 주머니에서 마석을 꺼내어 마력을 보충했다. "당장 시작하지."

................

대련장에 파르노와 현정이 마주 보며 섰다.

현정은 라이트세이버를 전개해 붉은 칼날을 만들었고, 파르노는 무기 창고에서 실검을 꺼내었다. 그런데 파르노가 들고 있는 검은 레이피어처럼 직선의 검이 아니었다. 일본도처럼 휘어있는 한쪽 날만 있는 칼이었다.

현정이 웃었다. "너도 애니메이션을 보는가 보지?"

"몇 개를 보고 참고했어. 게다가 내 검기술은 찌르기가 아니거든."

파르노가 칼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보니, 과거 디노가 생각났다. 칼은 길고 넓은 대검을 선호했고, 디노는 중간 길이의 양날 검을 선호했다.
이유는 파티의 특성에 있었다. 칼이 먼저 공격하면 디노가 마무리하는 구조에서, 칼의 일격필살의 힘 있는 공격 이후 디노의 찌르기가 마무리했다.

그런데 파르노는 디노식의 찌르기 검법이 아닌 베기용 칼을 들고 있었다. 양날검은 찌르기, 외날 도는 베기에 좋은데, 파르노는 도를 들고 검을 쓰는 듯 휘둘렀다.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그에 비해 현정의 검법은 나의 영향을 받아 전적으로 찌르기용 기술이었다. 라이트세이버를 쓰면 상대의 방패를 뚫고 적에게 타격을 줄 수 있어, 베기보다는 찌르기가 유용했다. 현정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레이피어의 찌르기 기술들이었다. 레이피어와 같은 가늘고 긴 검에 유리한 검법이었다.

둘은 검을 들고 천천히 거리를 좁혔고, 현정의 선공으로 대결이 시작되었다.
현정의 검은 무게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검 스피드는 현정이 더 좋았다.

그렇지만 파르노가 밀리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현정의 찌르는 검을 파르노는 적절히 방어했다. 검 기술에서는 파르노가 더 나아 보였다.

그런데 현정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파르노의 칼이 차츰 현정의 몸에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고, 현정도 기술의 차이를 인정해 거리를 벌렸다.

순간 파르노가 현정의 몸에 파고들었다. 현정의 실수였다.

고수들 간의 대결에서 거리의 차이는 함부로 좁히거나 넓히면 안된다.
좁히면 공격 넓이가 좁아져 칼을 휘두르기 힘들고, 넓히면 상대의 침투를 허용하기 쉽다. 내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거리를 좁히면 오히려 치명타를 입기 쉽고, 상대의 호흡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거리를 넓히면 상대의 파고드는 찌르기에 당하기 쉬운 것이다.

지금 현정이 보인 찰나의 틈에 파르노가 파고들었다.
그런데 현정은 쉽게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검을 휘두르기에 너무나 둘 사이가 좁았다.

그런데 파르노는 칼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작은 마법탄이 만들어져 현정의 몸에 직격했다.

그런데 현정이 배를 쥐고 비명을 지르며 땅을 뒹굴었다. 이런 작은 마법에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

그래도 현정은 냉정했다. 빨리 힐링으로 몸을 고치려 했다. 그런데 고쳐지지 않고 고통이 더해가며 비명이 더 커졌다.
그 마법을 알 수 있었다. 뜨거운 피의 마법이었다.

"그만! 파르노의 승리!" 마야의 외침과 함께 대련장의 결계가 사라졌다.

파르노는 현정의 몸에 대고 마력을 회수했다. 뜨거운 피의 마법의 해결은 더 큰 마력으로 침투한 마력을 몰아내거나, 마법을 건 술사가 상대의 몸에서 마력을 회수하는 것 밖에 없다. 현정은 뜨거운 피의 마법을 처음 당해봐 그 해결책을 모르고 있었다.

마력을 회수하자 현정의 호흡이 느려졌고, 마야가 힐링을 걸자 현정은 바닥에 축 늘어졌다.

마야가 물었다. "그 것은 뜨거운 피의 마법. 어떻게 네가..."

파르노는 왼손을 들었다. 손 전체가 빨갛게 화상을 입었다.
"마야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써봤어. 그런데 다시는 안 할 거야. 나도 너무 아파."

파르노는 얼굴을 찡그렸다.

마야는 파르노의 손을 고쳐주었다.

제니스가 가까이 와서 물었다.
"뜨거운 피의 마법. 마력구 형태로 한발자국 멀리 떨어진 적도 공격할 수 있다고 가르쳐줬지만... 실전에 바로 응용하다니, 놀라워."

"하지만 사정거리가 팔꿈치 정도의 길이 뿐이야. 실전에 써먹기 힘들어."

"방금 너는 사용했잖아."

"뭐... 현정이 방심했었으니까."

현정이 일어났다. "칼싸움하다 갑자기 마법 공격이라니, 비겁해."

"비겁할 것 없어. 이건 아나킨의 장기니까."

모두 파르노를 바라보았다.

"아나킨은 마법사이면서 가끔 전위 전사로 활동했어. 오른손에 검을 들고 공격과 수비를 하면서, 왼손으로 마법 공격을 했지. 모두가 놀랐어. 그런 전투방법이 있는 줄 몰랐거든. 마법사이면서 칼을 들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적었으니까."

마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마법사이면서 전사인 서방님이라면..."

현정이 말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쓰는 재신이를 한번도 본 적 없어."

제니스가 말했다. "그만큼 서방님이 강한 거야. 힘의 차이가 너무 크니까 이런 기술이 필요 없는 거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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