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대학생 생활(2)
마르티나의 일 이후 10여일 지난 즈음에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 야, 임마. 너 바람 피고 있는 것 아니지?
"내가 뭔 바람. 그리고 마야 외에 6명은 다른 곳에 살고 있어."
전화 너머에서 한숨이 들렸다.
- 그런데 아직 너희 혼인신고도 안했지?
"마야가 반대하고 있어. 아직 마야는 다른 여자들을 그렇게 하라고 내 등을 떠밀고 있다고."
다시 한숨 소리가 들렸다.
- 그래서 넌 어떻게 할 거야?
"그래서 내가 마야를 대학에 보낸 것 아냐. 한국에 살다보면 일부일처제에 대해 이해할 테고, 다른 부인들도 그 쪽 생각을 버릴지 모르니까."
- 그 것도 그렇네.
"아직 그 쪽들도 문화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우리 나라에서 지내다 보면 생각이 바뀔 거야. 대학이라는 곳이 그렇잖아."
- 그건 그렇고. 수아가 보고 싶어서.
"이해해..."
- 내 말 모르겠어? 너희가 올래, 아니면 우리가 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파트는 우리 집이 아니었다. 빈 집에 관리 마물 한 마리 놓고 비워두고 있으니까.
"우리가 갈게."
- 그럼 토요일 오전에 와!
"알았어."
전화를 끊고 내 입에서도 한숨이 나왔다. 내 진실을 알면 이 인간들이 어떻게 할지... 7명, 아니 12명의 마왕을 부인들로 삼은 신이 바로 자기 아들인 것을 알면, 이 인간들의 이해력으로는 절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부모도 이런데,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 뭐라고 할까...
마야의 말이 맞았다. 내가 보통 사람처럼 살려고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마왕성이 있는데, 왜 지상에서 이런 고생을 하냐고 파르노도 말했다.
그래도 난 보통 한국인이고 싶다. 내가 지금 비록 신이지만, 언제 이 힘이 없어질지 내 부인들이 언제 내 곁을 떠나갈지 모른다. 나도 혼자 남겨졌을 때 살아남을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마야에게 비밀로 하고 있지만, 나는 조금씩 금을 빼서 내 계좌에 저금하고 있었다.
그리고 린에게서 배운 비장의 기술, 마석으로 보석을 만드는 마법을 이용해 보석을 만들며 현금을 확보하고 있었다. 내 계산으로는 3년이면 평생 놀고 먹을 돈이 생길 것이다.
그날 저녁 식사에서는 나와 제니스, 티리스가 같이 했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당번이 아닌 경우에 식사를 각자 해결하게 해서, 매번 나는 그 주의 담당들과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제니스는 지난 주의 일로 상심이 큰 상태였다. 내가 마르티나 일로 주의를 주었을 때, 제니스는 다음날 당장 그 남자를 만났다. 그는 마르티나에게 마음이 있는 상태였다.
제니스의 만류에도 그는 마르티나에게 대시를 포기할 상태가 아니어서, 제니스는 힘을 조금 사용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건축과에서 제니스의 평판이 많이 떨어졌다. 평소에 남의 시선을 크게 인식하는 제니스에게는 큰 상처였다.
티리스가 자기 포크로 고기 조각을 집어 내 입으로 가져왔다. "서방님. 드셔보세요."
"아... 내 손으로 먹을 게."
"이 고기는 제가 직접 구운 거예요."
이렇게 간청하는 티리스의 눈빛을 거절할 수 없어, 고기를 입으로 넣고 씹었다.
내가 먹는 것을 티리스는 기대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나는 씹으며 엄지를 치켜들었고, 티리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나는 다른 쪽의 제니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니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제니스가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네? 뭐죠?"
"이제 또다시 내가 소환에 갈지 몰라. 전에 했던 말, 내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너를 소환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한 것. 어떻게 생각하지?"
"왜 그걸 물으시죠?"
"내 생각에 소환에 같이 간다면 네가 1순위야. 하지만 네가 싫다면 같이 갈 생각 없어. 네 생각은 어떻지?"
제니스는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쥐었다. "아직은... 저도 많이 힘들어요."
나는 웃으며 제니스의 뺨을 만졌다.
"네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생각할게. 내가 너무 혹사시켜 미안해. 앞으로 네가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니면 데려가지 않을 거야."
제니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웃었다.
"또 한가지. 마르티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다음 소환에 데려가도 괜찮을 것 같아?"
제니스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부인으로서의 의무야. 나와 소환에 가지 않은 사람이 파르노, 페트리아, 마르티나, 그리고 클레어야. 마르티나를 다음 소환에 데려갈 생각이야."
"마... 마르티나는 아직 어려요."
"안된다는 거야?"
제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티리스를 보았다. "티리스는?"
"저는 서방님과 같이 가고 싶어요."
"좋아. 다음 소환에는 티리스와 페트리아를 데려가겠어."
"또 한사람은 누구죠?"
"파르노."
다음날. 학교에서 점심 식사에 마르티나가 나를 찾아왔다. 내가 제니스, 티리스와 같이 식사 중에 마르티나는 내 옆에 앉아 제니스를 마주보았다.
"아침에 티리스에게 들었어요. 다음 소환에 저를 데리고 가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어요?"
제니스가 대답했다. "내가 서방님께 부탁드렸어."
"여기서 말씀드리겠어요. 다음 소환에 저를 데려가 주세요."
"마르티나!" 제니스가 탁자를 치며 일어섰다.
"저도 서방님의 부인이에요. 부인의 의무 중 하나가 소환에 같이 가는 거죠. 저는 아직 그런 일이 없었어요. 그러니..."
자리에 앉은 제니스의 목소리가 커졌다. "너는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니야."
"나도 서방님의 부인이야." 마르티나도 제니스를 노려보았다.
나는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후우... 이 결정은 파르노에게 맡기겠어. 다음 소환에 파르노를 데리고 갈 생각이었는데, 네가 생각이 있다면 파르노에게 말해. 본처의 결정에 따를 거야."
제니스와 마르티나는 납득하는 눈빛이었다.
마르티나는 즉시 핸드폰을 들었다.
"파르노. 저 마르티나예요. 다음 소환에 제가 가고 싶어요. 서방님께서는 파르노를 생각 중이었어요."
"네. 파르노 대신 제가 가겠어요."
"정말요?"
마르티나는 웃으며 그 전화를 내게 내밀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파르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나킨. 다음 소환에 마르티나를 데리고 가줘.
나는 제니스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안돼요. 거절해주세요.’라는 간청이 들렸다.
나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파르노와 마르티나의 뜻이 있어도, 제니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마르티나. 가고 싶다면 제니스의 허락을 먼저 얻어."
"네? 파르노가 허락했잖아요."
조금 생각하니 한가지 논리가 떠올랐다.
"그 곳은 힘들고 어려운 곳이야. 그런 곳에 가는데 허락할 부모는 없지. 그래서 네 능력을 보고 싶은 거야. 네가 그 어려운 일을 감당할 수 있는지 말야."
"저는 할 수 있어요."
나는 티리스를 바라보았다. "티리스, 기억나? 민지, 아니 선아가 얼마나 우리를 힘들게 했는지."
티리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마르티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르티나. 제니스가 허락하면 되는 거야. 제니스를 설득해. 네가 제니스를 설득할 능력이 없다면, 소환에서 살아남을 능력이 없다는 거야."
"그 것과 그 것이 무슨 상관이죠?"
"가족도 이해시키지 못하면서, 남들과 어떻게 살 수 있지? 더구나 전투에서 동료를 믿는 것이 중요한데, 동료를 이해시키지 못하면 전투를 같이 할 수 없다는 거야."
티리스와 제니스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투 실력은 인정해. 하지만 다음 소환에서는 인간들과 전투가 아니라 마물과의 전투야. 그런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연계, 즉 동료와 같이 행동하는 거야. 여기 티리스와 나는 아직 그런 점에서 너를 믿지 못해."
"저도 할 수 있어요."
"너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제니스가 아니라고 하는데?"
마르티나가 제니스를 바라보자, 제니스가 강한 눈으로 내려보고 있었다.
"그러니 제니스의 허락을 먼저 얻어!"
마르티나가 화가 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밖으로 뛰어나갔다.
티리스가 제니스에게 말했다. "제니스, 나가 봐."
제니스가 일어서 마르티나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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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식사에 제니스는 마르티나를 데리고 왔다. 제니스의 얼굴은 어두운데, 마르티나는 밝아보였다.
제니스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방님. 다음 소환에 마르티나를 데려가 주세요."
나는 웃으며 제니스를 보았다. 그 얼굴은 떼쓰는 카일에게 당한 파르노의 얼굴과 같았다.
"네가 강한 척해도 약하네. 특히 마르티나에게."
제니스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티나가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서방님. 다음 소환에 저를 데려가 주시는 거죠?"
"뭐... 그래야겠지."
마르티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대신 다음 소환에 티리스가 따라가거든. 그래서 널 허락한 거야."
마르티나가 놀라서 티리스를 바라보았다. 티리스는 웃고 있었다.
뒤에서 제니스도 입을 가리고 웃고 있었다. 티리스가 아랫사람에게 얼마나 가차 없는지 잘 알기 때문에.
제니스가 마르티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다음 소환에 티리스, 너, 페트리아가 간다면 티리스가 가장 위야. 그러니 나도 기대가 돼."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마르티나의 얼굴에 혼란이 가득했다.
"이미 결정된 사안에 변경은 없어. 마르티나, 다음 소환에 잘 부탁해."
티리스의 웃음 띈 얼굴에 마르티나의 얼굴에 불안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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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후 주말이 되어, 나는 마야와 함께 수아를 안고 부모님의 집을 방문했다. 수아는 내 품에서 나무의 매미처럼 꼭 붙어 있었다.
"수아가 서방님께 안겨있는 모습. 코알라 같네요."
"TV가 좋네. 네가 코알라를 다 알고."
"우리 모두 TV를 좋아해요. 얻는 지식도 많아요."
"티리스가 막장 드라마 보면서, 두 번째 부인으로 삼으면 되잖아. 라고 말하는 것은 참아줬으면 해."
"혹시 오늘 걱정되세요?"
"그럼 태연해야 해? 얼마나 큰 폭탄이 떨어졌는데."
"오늘은 걱정 마세요. 대학 졸업할 때까지 숨기기로 했잖아요. 저도 그 약속을 지킬게요."
"특히 파르노에 대한 것은 모른다고 말해줘."
"알았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초인종을 누르니, 바로 문이 열렸다. 어머니였다.
"엄마. 우리 왔어."
"잘왔어. 수아. 할머니에게 오렴."
내가 수아를 안겨드리자, 어머니는 기분 좋은 듯 수아를 꼭 안았다.
집에 들어가자, 아버지가 일어서서 우리를 맞이했다.
어머니는 수아를 먼저 아버지에게 안겨드렸다. 여러 사람에게 이리저리 돌려지자, 수아는 짜증이 난 듯 얼굴이 찡그려졌다.
"수아야. 할아버지 몰라?"
"마마에게 갈래."
아버지가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수아를 마야에게 안겨주었다.
"이제 3살인가?"
"한국식 나이로는. 2년이 가까워. 이제 수아도 동생이 있어야 할 텐데."
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건 좀 참아주라. 이 나이에 할아버지 된 것이 부담스러워."
"나도 이 나이에 애아빠인 것이 부담스러워."
마야가 웃으며 수아와 함께 내 가슴에 몸을 기대었다.
"저는 좋아요. 이렇게 엄마가 된 것이. 그리고 더 많이 낳고 싶어요."
아버지, 어버니는 우리를 보고 웃었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아버지와 우리는 거실에서 모여 앉았다. 수아는 내 다리 위에서 장난감을 만지며 놀고 있다.
"재영이는?"
"내후년 대학 입시잖아. 너보다 더 좋은 학교에 가야한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나는 한숨이 나왔다. 나도 중3 때 재영이 만큼 공부했었지만, 약간 모자라 명성에 떨어졌었다. 재영이는 나보다 공부를 잘해 작년에 명성 고교에 무사히 입학했다. 나보다 공부를 더 잘해서 질투가 약간 있다.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 네... 그..."
내 부인들에 대한 물음이었다.
"잘 다니고 있어."
"너 설마..."
"그런 일은 마야에게 물어봐."
마야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 점에서 서방님께 불만이에요. 이제 두 번째를 얻을 때가 되었는데, 아직도 거부하시고. 제가 그녀들을 볼 얼굴이 안돼요."
아버지가 숨을 가다듬었다. "대한민국은 일부일처제야. 아이까지 낳은 부인을 두고 다른 여자를 얻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고."
"그래서 서방님과 우리 나라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서방님께서 반대해서 미뤄졌는데. 대학 졸업하면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그럼 그 곳에서..."
나는 마야에게 손을 들었다. "그 일은 그 때가서 말하자구. 알았어?"
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머니가 음식을 들고 오는데, 마야가 일어서 받았다. "제게 주세요."
어머니가 건네주자, 마야는 받아들어 우리 가운데에 놓고 어머니는 아버지 옆에 앉았다.
어머니가 마야에게 물었다. "대학은 어때?"
"신기해요. 이렇게 나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지내본 적이 없었어요."
"다른 사람?"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마야는 다양한 계급, 계층, 개성을 지닌 사람들과 만나본 적 없어. 가족들과 하인들 사이에서 자랐거든. 그래서 내가 대학에 들어가게 한 거야."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학교는 어때?"
"명성 고교? 큰 문제 없어. 이사장님께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아버지는 마야를 바라보았다.
"다행이네요." 마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문제야. 학생들이 줄고 있으니."
우리 모두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에 한숨을 내쉬었다.
수아가 지루한 듯 일어서려 하자, 나는 수아를 어머니에게 안겨드렸다.
"수아야. 할머니에게 가봐."
수아를 자기 다리 사이에 앉혀 놓고, 수아의 손에 있는 장난감을 보며 어머니는 수아와 같이 놀았다.
"엄마. 수아를 보니 좋아?"
"남자애들을 보다가 여자 아이를 보니까 신기하고. 재미있어. 남자애들에 비해 여자는 폭 안겨서 기분이 좋아."
"자주 올까?"
두 사람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좋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성으로 돌아오는데, 마야의 얼굴이 밝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지?"
"이제 수아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어요. 서방님처럼 일반 한국인으로 키워야 할지..."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고민이었다. 수아을 안을 때마다, 몸 안에 있는 마력과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수아는 대한 민국의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마법에 큰 재능이 있었다. 그리고 보통 사람의 10배를 넘어서는 힘까지.
평소에 돌봐주는 마물들을 수시로 부수는 수아였다. 이 아이가 세상에서 어떻게 살지 걱정되었다.
마왕성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수아 몸에 있는 마법진에서 마력을 흡수했다. 그러자 수아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내가 수아 등에 그린 마법진으로 수아의 힘과 마력을 억누르고 있는데, 마법진의 기능을 정지시키자 수아는 마음대로 마력을 내뿜을 수 있었다. 정말 엄청난 마력이었다. 만약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세계에 있다면, 수아는 분명 최고의 마법사가 될 것이었다.
"수아 말고도, 유트라도 페트로니우스도 그랬잖아."
"그래서 더욱 수아가 걱정돼요. 이 힘을 어떻게 해야 할지... 평범하게 살기는 힘들잖아요."
나도 마야도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풀기 힘든 문제였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자기 재능을 쉽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그 재능을 펼칠 수 없다. 그 것이 최고의 난제였다.
그 문제는 부인들도 같았다. 마왕성 밖에서 마법을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도, 가끔 마법을 사용할 때가 있었다. 그 때마다 주위를 불안한 시선으로 둘러보아야 했다. 지금까지 들키지 않았지만,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부인들은 마법에 대해 들켜도 어른이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겠지만, 수아의 경우 상처 입을 수 있고 친구를 만들지 못할 수 있었다.
내년이면 수아도 유치원에 가야 했다. 그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내년에 수아를 유치원에 보낼 거야. 네 생각은 어떻지?"
"저희가 대학을 다니는데, 수아도 유치원에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수아가 마력과 힘을 쓰지 못하게 마법진으로 막으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수아에게 마왕성과 바깥 세상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야 하는 것이 고민이에요."
마야 말대로, 수아는 마음대로 마력으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마력 자체를 이용해 자기 손으로 마력구를 만들어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자신의 몸을 하늘로 올리거나 빠르게 이동했다.
나의 2번째 세상에서 나와 야다 사이의 아들이 이런 능력을 보였을 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놀랐고 내 아이들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그 이후 아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야다의 편지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파샤에서 엄청난 보호 아래 성장했다.
내가 대지모여신 신전에 있을 때, 내 아들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나를 원망했다. 왜 이런 능력을 가지게 했냐고 했다.
그는 성장 과정에서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가 거의 없었고, 마법 기사로 10살 때부터 마물 사냥과 전쟁에 나갔다. 엄청난 능력이 있었지만, 그는 항상 혼자였고 외로웠다. 누구도 그와 대화하지 못했고, 그는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그대로 마음 속에 묻어둔 채 살아왔다.
나는 그 때 그 아이를 보듬어 주지 못했고, 야다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매몰차게 그를 내쫓았다. 나를 찾아왔을 때, 그 아이는 독불장군 성격 때문에 주위에서 비난과 배척으로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린 이후였다. 그의 난동에 질린 야다는 그의 동생들을 데리고 로렌으로 도망쳤고, 그는 술과 여자로 자기 몸을 망치고 있었다.
나도 그를 어찌할 수 없어. 그냥 돌려보냈다.
이후 들은 소식으로는, 그는 반란 진압으로 파견되어 홀로 3천의 반란군을 죽였지만 홀로 싸우다가 죽었다고 했다. 그 때가 그 녀석이 21세 되었을 때였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지만,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다음날 잊어버렸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수아를 보며, 그 아이가 생각났다. 내 앞에서 울부짖으며, 이런 힘을 원하지 않았다고 나를 원망하던 그 아이... 수아가 같은 고통을 겪기를 바라지 않는다.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 했다.
마야가 수아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수아는 외롭지 않을 거예요."
나는 놀라서 마야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서방님에게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겠죠. 그럼 수아에게 많은 동생들이 있으니까, 수아도 견딜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순간 결심을 했다. 수아를 통해 내 아이들이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