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훈련
5월이 되어 축제의 계절이었다. 이런 때에 나는 매우 난처했다. 나의 부인들이 모여서 나와 함께 축제를 즐겨야 했다.
남녀 간에 사이가 좋은 것은 그렇다 해도, 남자인 나 하나에 여성, 그것도 절세미녀 8명이 함께 있는 것은 주위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더욱이 솔로인 남성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우리가 축제 한 가운데의 노천 카페에서 음료를 먹고 있는데, 클레어가 케익을 포크로 집어 내 입에 내밀었다.
"서방님~! 앙~"
주위사람들이 ‘서방님’ 소리에 나를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눈에 띄는 일행들 속에 청일점인 나. 남자의 꿈이라지만, 주위의 솔로들의 살기는 견디기 어려웠다.
내 옆에서 케익을 내미는 클레어도 다른 부인들과 비교해서 떨어지는 외모가 아니었다. 더욱이 현정의 손길을 거쳐 러시아 여성으로 위장한 그 미모는 다른 이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내 다른 부인들도 모두 미녀들이지만.
파르노가 주의를 줬다. "클레어. 아나킨이라고 부르라 했지!"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클레어는 케익을 내 입 가까이에 가져왔다.
내가 집어 먹자, 주위의 남자들의 주먹 쥐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살기가 내 가슴을 찔렀다.
그러자 마르티나가 화가 나서 음료수를 입에 머금고 내 무릎 위에 앉았다. 갑작스런 마르티나의 대담한 행동에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마르티나는 내 두 뺨을 잡고, 내 입에 자신의 입을 가져가, 입 속의 음료수를 내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사진 찍는 소리가 났다.
제니스가 급히 마법을 사용해 주위 스마트폰들을 폭발하게 만들었다. ‘펑’ 소리가 주위에서 울리고, 사진을 찍은 스마트폰들이 폭발해서 땅에 떨어졌다.
주위는 갑작스런 이상 사태에 비명이 나오며 혼란스러웠지만, 우리는 태연했다.
제니스는 마르티나의 팔을 끌고 나갔다.
현정이 빈정거렸다. "공공 장소에서 음란행위라니... 경범죄로 재판에 회부해야 겠어."
티리스가 말했다. "부러워... 나도 하고 싶었는데... 마르티나는 정말 대담해요."
클레어가 말했다. "저도 해드릴까요? 아나킨."
나는 손을 들고 무거운 목소리를 냈다. "이제 그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
페트리아가 조용히 마법을 영창하자, 주위 사람들의 눈빛이 멍해졌다. 잠시 후, 그들은 아무 일 없는 듯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지웠습니다."
파르노가 감탄했다. "마법이 많이 늘었는데."
"아직 미숙합니다. 몇 명은 마법의 영향이 없는 것 같네요."
페트리아의 시선을 따라가니,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여성이 보였다.
파르노가 일어서 그 여성에게 가서 우리에게 데리고 왔다.
그 여성은 불쾌한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때와 장소를 가려라 말하고 싶지만, 한 남자가 여자들을 주렁주렁...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죠?"
"하하... 오해 말아요. 우리들은 같은 학교 같은 반 출신입니다. 같은 학교에 진학해 자주 모이는 거죠."
"오해라고 할 수 없죠. 여기 여성들 매주 당신과 점심을 같이 먹는 사이 아닌가요? 교대로 2명씩. 도대체 당신은 뭐죠? 하렘왕?"
"당신을 우리 중에 끼어 넣어 드릴까요? 어때요? 우리와 함께 할 생각 없어요?"
그 여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스폰서라 생각해요."
그 여성이 피식 웃었다. "그런 능력이 있어요?"
나는 주머니에서 금 조각을 꺼내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손에 받아 들었다.
"금은방에 가 봐요. 적어도 10만원은 받을 겁니다."
"내게 이걸 주는 이유가 뭐죠?"
"정식 제의죠. 내가 당신의 스폰서가 되어드리죠."
"여기 있는 여자들처럼?"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 금을 손에 쥐었다.
"어떻게 당신과 연락하죠?"
"여기 중에 당신과 같은 과 학생이 있죠?"
그녀는 마야를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죠."
"저는 인내심이 적습니다. 내일까지 기다리죠. 연락이 없으면 거절로 알고 다시는 당신에게 기회가 없습니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여기 보니 마야와 동급생이면 1학년인데, 네 주제에 가능해?"
"여기 8명은 어떻게 가능하죠?"
그녀가 다른 부인들을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8명이 9명이 된다 해도 상관없어요. 그 만큼 나는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생각해 보죠." 그녀는 등을 돌려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티리스가 불평했다. "저 여자는 뭐죠? 아나킨 말로는 저 여자를 9번째로 만들 건가요?"
나는 마야를 바라보았다. "마야가 설명해 줄 거야."
마야가 말했다. "저 여자. 마법적 재능이 상당해. 제대로 가르치면 상당한 실력이 될 거야."
파르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야 말이면 맞는 것 같은데..."
"나는 4명이 더 필요해. 그래서 그녀에게 제안한 거야."
티리스가 입을 삐죽였다. "이름도 모르는데요?"
마야가 말했다. "윤미란. 화학과 3학년. 나이 27세. 약학대학원 진학을 생각 중. 3수에 2번 휴학. 고학생이야. 나는 미란이 우리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어."
클레어가 말했다. "저도 저 여자가 마음에 들어요. 머리 회전이 빨라 보여요. 멍청한 여자는 여러모로 귀찮거든요."
티리스가 노려보았다. "나 말야?"
클레이가 고개를 숙였다.
"오늘 수련에서 보자구. 멍청한 여자가 어떤지 제대로 보여주지."
클레어의 얼굴이 허옇게 되었다. 그 동안 티리스에게 많이 당했는데, 오늘 감정까지 더해지면 감당하기 힘들게 분명했다.
그렇게 웃는 사이에 무책임한 놈의 세상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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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또 시작이냐? 이번에는 어디야?
"네가 엘프를 데리고 온 세상."
- 리나의 세상? 그래. 그 곳에 용이 하나 더 있지.
"네 임무는 이제부터 용을 모으는 거야. 그리고 그 곳에 아직 마왕이 있어. 처리해줘."
- 용이 있다면 마왕이 있는 건 분명한데...
"부탁해."
.............
눈을 뜨니 낯익은 풍경이었다. 전에 제니스, 현정과 같이 왔던 곳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3명이 있었다. 티리스, 마르티나, 페트리아.
티리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드디어 소환인가요?"
나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내 장비를 꺼냈다. 옷, 로브, 무기.
티리스가 두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시작이야. 각자 장비를 꺼내."
세 사람은 각자의 장비를 꺼내는데, 세 사람 모두 같은 장비였다. 로브, 소지품 배낭, 마법 지팡이 등. 생각해보니 두 사람은 자기의 특성을 잘 모르고 있었다. 마르티나는 채찍을 잘 썼지만, 그것은 전생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자신을 잘 모르고 있었다.
내가 마르티나와 페트리아를 데리고 온 이유는 소환에서 전투를 통해 자신의 특기를 발견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의 소지품을 챙기는 세 사람은 같은 물건들을 가지고 왔다. 전투를 거듭하면 특성대로 무기와 방어구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티리스가 물었다. "여기는 어디죠?"
우리가 있는 곳은 깊은 숲 속 안. 전의 소환에서 가까운 마을까지 3일이 걸렸다.
그런데 페트리아가 하늘을 날아서 둘러보고 내려왔다.
"저쪽 방향에 강이 있고, 배가 지나고 있습니다. 강 건너편에 큰 마을이 있습니다."
그 방향은 전에 갔던 곳과 반대방향이었다. 더 가까운 곳에 큰 마을이 있다니, 전에 했던 고생이 아깝게 느껴졌다.
티리스가 하늘을 날아 둘러보고 내려왔다. "페트리아 말대로지만, 길이 험해요. 괜찮을까요?"
"너희들은 날아갈 수 있고, 나는 뛰어다닐 수 있어. 가까운 길로 가는 것이 좋겠어."
세 사람은 하늘을 날아갔고, 나는 나무를 발판 삼아 뛰어갔다. 티리스의 말대로 길이 험했고, 갑자기 커다란 절벽이 나왔다. 제니스가 반대쪽 방향에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다고 말한 것이 이해될 정도로 큰 절벽이었다.
절벽의 돌을 발판 삼아 내려가니, 내 옆에 세 사람이 착지했다. 강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저 강에 가서 휴식하자."
세 사람은 하늘을 날고, 나는 나무 위를 뛰어다니며 강에 다다랐다. 페트리아의 말대로 강을 물길로 움직이는 배들이 보였다.
나는 해를 바라보고 오늘은 여기서 쉬기로 결정했다. 내 결정에 세 사람은 자기 소지품을 정리했다.
나는 평평한 곳을 골라 임시 숙소를 만들기로 했다.
무책임한 놈의 특전으로 나는 물건의 부피를 10배로 작게 만들어 저장할 수 있는 마법을 배웠다. 이 마법으로 큰 물체를 주머니 마법으로 저장하고 꺼낼 수 있었다. 30cm의 크기의 구멍을 만들 수 있는데, 이 마법을 사용하면 3m의 물건을 저장하고 꺼낼 수 있었다.
나는 조립식 주택의 부품들을 꺼내고, 공구들을 이용해 조립했다. 30분이 걸려 나는 높이 2m, 넓이 가로세로 10m의 간이 주택을 완성하고, 안에 여러 가구와 조리 기구들을 놓았다.
안에 들어가니, 티리스가 가장 좋아했다. "잘 됐어요. 이제는 나무로 요리할 필요가 없어요."
마르티나가 물었다. "전기와 가스는 어떻게 하죠?"
나는 웃으며 마석을 꺼내어 벽 한 곳을 열고, 그 안에 넣었다. "이 마석이면 돼."
"마력을 전기로 바꾸는 거예요?"
"내가 만들었어."
모두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린의 연구에 따르면 마법진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 수 있었다. 린이 가르쳐준 대로 기계를 만드니 정말로 냉장고, 핫플레이트 등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정말 쓸모 있는 기술이었다.
페트리아가 물었다. "이런 기술이 있으면 자동차를 가져올 수 있지 않나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거기까지 생각해보지 않았어. 이 것도 시험으로 만든 거야. 잘 되면 더 만들어볼 거야."
"판타지 세계에서 자동차를 탈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네요."
나와 페트리아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마르티나는 방 한 가운데에 몸을 던졌다.
"우와! 바닥이 푹신푹신... 서방님께서는 준비를 많이 해오셨네요? 이 방 안은 냉방도 난방도 완벽하지요?"
"물론! 누가 만든 집인데. 그리고..."
내 음흉한 눈빛을 보고 마르티나가 웃었다. "지금 생각 있으세요?"
마르티나가 허벅지까지 로브를 올렸다.
티리스와 페트리아도 웃으며 바닥으로 몸을 던지고, 세 사람은 동시에 로브를 벗어 나에게 던졌다.
"서방님! 우리를 향해 다이빙!"
나도 로브를 벗어 던졌다.
한바탕 놀고, 티리스가 만든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할 때,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우리 집 안만 밝아서, 마치 캠핑 온 기분이었다. 전에는 텐트와 모닥불에 만든 음식이지만, 지금은 콘도에 휴가 온 것 같았다.
특히 티리스는 조리 기구를 보고 가장 기뻐했다. 티리스의 음식 실력은 제니스보다 좋았는데, 야외에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한정되어 있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없었다. 지금 제대로 갖춰진 도구들을 사용하니, 티리스는 자신의 요리 솜씨를 100% 이상 활용해 좋은 요리를 만들었다.
모두 먹으며 티리스의 솜씨에 감탄했다.
"서방님~! 어때요?"
나는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고, 티리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나는 다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둘 다 잘 들어. 여기서는 티리스가 가장 위야. 모두 티리스의 말을 따라주길 바래. 그리고 두 사람은 여기 있을 때 티리스에게서 요리를 배워둬."
두 사람의 얼굴이 허옇게 되었다. 티리스가 얼마나 엄한지 잘 알고 있어서.
"앞으로 나와 소환을 갈 때가 또 있을 거야. 그 때 티리스가 없다면 너희들이 해야 해. 내 말 잘 알겠지?"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티리스를 바라보았다.
"티리스. 요리를 가르칠 때는 그렇게 심하게 하지 않아도 좋아. 수련이 아니니까. 네가 동생들에게 요리를 가르친다고 생각해."
티리스가 웃었다. "알았어요."
그 웃음에 두 사람은 두려움이 가득했다.
식사를 끝내고, 나는 마르티나를 데리고 집 밖을 나와서, 야외에 마련한 침대에 같이 앉았다.
"지금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
"네. 무슨 말씀이시죠?"
"어때? 살 만 해?"
"서방님과 같이 살게 되어 좋아요. 언니도 있고. 이렇게 여자가 될 수 있으니 더 좋아요."
마르티나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 얼굴을 보니, 제니스와 많이 닮아있었다. 내가 제니스에게 아쉬운 점, 웃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인데 마르티나는 정말 잘 웃었다. 제니스의 얼굴로 웃고 있으니, 정말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가 너에게 할 말은 지금까지는 네가 막내였지만, 클레어가 들어왔고 앞으로 네 밑으로 4명이 생길 거야. 그러니 너도 각오를 해야 해."
"어떤 각오죠?"
"파르노, 현정이 지금까지 널 막내라고 봐준 것이 많아. 앞으로 그러지 못할 수가 있어."
마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는 특별한 게, 제니스의 손녀, 아니 동생인 거야."
"잘 알고 있어요. 서방님께서 언니를 정말 특별하게 생각하시니까요."
"그 것 보다는 제니스가 제일 고생을 많이 한 거야."
"네?"
"다른 부인들과 보낸 시간, 안아줬던 횟수를 생각하면 제니스가 가장 많아. 내가 가장 힘든 때에 제니스가 옆에 있었어. 그래서 더 마음이 가고 있어. 하지만..."
"언니와 싸운 일 때문에 그러시나요? 언니가 서방님을 죽이려 하셨다죠?"
"그래서 지금까지 제니스를 고생시켰지. 아무래도 감정이 많았으니까."
마르티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조금 조심해줬으면 해. 너를 데려올 때 제니스가 많이 고민하고 반대했어. 그만큼 널 생각하는 거야. 네가 잘하면 문제 없지만, 네가 잘 못하면 제니스는 네 문제까지 떠 안아야해.
솔직히 말해, 나는 제니스가 지금보다 짐을 더 지는 것이 싫어."
마르티나가 나를 보며 웃었다. "정말로 언니를 사랑하시네요."
"부인들 중에 가장."
"그런데도 본처를 삼지 않으셨죠."
"나를 죽이려 했었으니까. 아직 그 감정은 남아있고, 더 괴롭히고 싶어. 그래도 제니스가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그럼 저는요?"
"너도 사랑해."
마르티나가 웃으며 말했다. "언니 말대로 서방님은 정말 나빠요. 많은 여자를 사랑하시고 하나도 놓으려 하지 않으세요."
나는 잠시 입을 다물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시간이 되면 너희를 돌려보낼 거야."
마르티나가 놀랐다.
"내 곁에 남겠다면 말리지 않지만, 너희들이 선택할 기회를 줄 거야. 내 곁에 남을지, 자기 인생을 찾아갈지. 나에게 남겠다면 나는 남편으로 의무를 다하며 사랑할거야. 떠나고 싶다면 잡지 않을 거야."
"그럼 나와 언니는요?"
"둘 다 같아. 하지만 제니스에게는 떠나지 말라고 간청할 거야."
마르티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 저는요?"
"너는 아직 제니스 만큼은 아니야. 그러니 나와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해. 알았지?"
마르티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희 셋을 데리고 온 이유는 너희들과 보낸 시간이 가장 적어서야. 너희들도 나와 함께 여행을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 알겠지?"
"알았어요."
마르티나는 웃으며 두 손을 내 목에 두르고 키스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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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강을 따라 걸어가니 꽤 큰 포구 마을이 나왔다.
강 중간에 배들이 이 마을에서 쉬고 있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다음 물길은 곡류가 많고, 중간에 바위들이 있었다. 밤에는 이동이 힘들어서, 이 곳에서 잠시 쉬어가야만 했다.
마을에 들러 로터스로 갈 길을 물으니, 과거 오크들의 마을로 가는 길이 더 빨랐다. 이 곳은 반대방향이었다. 다행인 것은 로터스 부근까지 가는 배가 있었고, 얻어 타기로 약속을 받았다.
시간을 알기 위해 마왕이 사라진 때를 물으니, 내가 리나를 처음 만난 지 2년이 지난 후였다. 리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넘쳐흘렀다.
배를 타고 가는 길에 티리스와 마르티나는 배멀미를 했다.
그런데 페트리아는 배멀미를 하지 않았다.
티리스는 허옇게 된 얼굴로 물었다. "왜 넌 그렇게 생기가 넘치지?"
"멀미는 감각 기관의 이상으로 생겨. 나는 내 몸에 최면을 걸어 감각을 바꾸었거든. 그러니 멀미에 걸리지 않아. 너에게도 걸어줄까?"
"그런 게 있으면 빨리. 우윽!" 티리스는 다시 구토했다.
페트리아가 두 사람에게 마법을 걸자, 두 사람은 회복되었다.
배에서 내려 로터스까지 5일 더 걸어가야 했다. 날아갈 수 있지만 마력을 아껴야 했고, 세 사람과 캠핑 기분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천천히 걸어갔다. 물론 3사람은 아침마다 허리를 두드려야 했지만.
로터스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리나를 만나고, 현정이 마음 고생했던. 제니스가 정말로 내 부인이 되었던 곳이었다.
제일 먼저 향한 곳은 길드였다. 그 때 보았던 길드의 접수원이 아직 그대로 있었다.
그녀는 나를 알아보았다. "베이더님? 죽지 않으셨나요? 다시 오신 건가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됐습니다."
"로즈님은요? 어떻게 되셨지요?"
그러고 보니, 리나는 엘프가 아닌 인간의 모습이고 이름도 바꾸었다.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했다.
"미궁을 탐색하다가..."
내 대답에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마왕을 찾으셨나요?"
"2년 정도 헤메다 포기했습니다."
"그렇...군요."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찾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비용이 틀려지는 것을 잘 아시죠?"
"네. 이름은 리나 인버스. 여성이고, 키는 저의 어깨 정도입니다."
"혹시 도적 킬러를 찾으시나요?"
나는 속으로 크게 웃었다. 애니메이션의 설정을 그대로 따라하다니.
"길드에 소속되어 있습니까?"
"2년 전에 나타나 정말 단 시간에 최고 모험가가 되었어요. 우리도 놀랄 정도의 빠른 승급이죠. 지금 산적 토벌 때문에 여기 없지만, 한달 정도 기다리시면 올 겁니다. 메모를 남겨둘까요?"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나에게 종이와 펜을 내밀었다. 나는 그 종이에 한국어를 썼다.
그녀는 종이를 보고 갸우뚱했다. 처음 보는 문자이기 때문에.
"그녀는 이 종이를 보고 알 겁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책상 서랍에 보관했다.
나는 길드 밖에서 식사하고 있는 세 사람을 찾아갔다.
오랜 만의 색다른 음식에 세 사람은 푹 빠져 있었다. 그런데 세 사람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밝은 태양 아래 술이라니...
그래도 안심인 것이 우리는 모두 술을 잘 먹고, 자신의 주량을 잘 알고 있다. 취해서 쓰러질 염려가 없다... 라고 생각했는데...
"쩌방님. 저... 취했어요."
제일 먼저 마르티나가 비틀 거리며 나에게 안겼다. 그 모습을 보니, 과거 이 곳에서 취해서 주사를 부렸던 제니스가 생각났다.
"마르티나가 폭주했어요. 항상 있는 일이지만." 페트리아는 말짱해 보였다.
티리스를 보니, 그녀는 아예 탁자에 얼굴을 박고 잠들어 있었다.
"너는 말짱하네?"
"마법으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어요. 저도 쓰러지기 직전이에요."
"도대체 얼마나 술을 마신 거야?"
페트리아가 손을 가리켰는데, 내 무릎에 닿는 술 항아리가 열 개 정도였다.
"후우... 적당히 해라."
페트리아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서방님. 두 사람을 부탁해요. 저도 술기운에 힘들어서, 들어가서 누워야 겠어요."
"오늘은 누가 날 상대하지?"
페트리아가 나를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네요. 저뿐이네요. 그럼 저는 서방님 방에서 기다릴게요. 두 사람을 부탁해요."
티리스와 마르티나를 침대에 뉘어놓고, 나는 옆방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 페트리아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내가 가서 안으니, 페트리아의 입에서 술 냄새가 풍겼다. 그래도 본능은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죄송해요. 저도 몸을 가누기 힘들어서. 서방님을 맞춰드리기 힘드네요."
"너는 가만히 있어도 좋아."
"그래도 제가 도와드려야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페트리아의 움직임이 맨정신일 때보다 더 좋았다. 술기운에 부끄러움이 무뎌져서일까?
...............
다음날, 우리 네 명은 로터스 옆의 평원에 나갔다.
"자아. 여기서 수련을 시작한다. 리나를 만날 때까지 내가 수련을 도와줄 거야."
나는 티리스 앞으로 갔다. "특히 티리스, 널 도와주려 해."
"서방님께서 직접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티리스가 크게 기뻐했다.
"파르노에게 전에 있었던 결투에 대해 들었어. 마법 기술과 위력은 상당했지만, 아직 실전에 미숙하군. 특히 네 특기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어."
"제 특기요?"
"중력 마법과 마법탄을 공격에만 응용하지?"
"둘 다 공격 마법 아닌가요?"
나는 바람 마법으로 내 몸을 약간 띄웠다. "이렇게 바람 마법으로 내 몸을 띄우고 움직이면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어. 첫째로 네가 중력 마법으로 네 몸을 조정할 수 없어?"
티리스는 놀란 얼굴이었다.
"둘째로 너의 마법탄. 방어에 이용하면 안 돼?"
"어떻게요?"
내가 바라보자, 티리스는 마법탄 10개를 만들어 그녀 주변에 배치했다. 나는 라이트세이버로 마법탄 하나를 공격했고, 폭발로 우리 주위에 먼지가 가득했다.
먼지가 걷히자 티리스가 보였다.
"이렇게 상대의 물리적 공격이 마법탄에 있으면 폭발해. 너를 공격하는 상대의 공격을 마법탄으로 방어하면 어떻게 하지?"
"정말 그 것이 가능해요?"
"방금 전에 내 공격. 만약 그 공격이 네 심장을 향했고, 마법탄이 그 칼날 앞을 막아선 거라면?"
티리스는 놀라서 생각에 잠겼다.
나는 페트리아에게로 갔다.
"페트리아. 너는 심리 마법 밖에 쓸 수 없어?"
"다른 마법들도 쓸 수 있지만 위력이 적어요." 페트리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전에 익혔던 마왕의 마법은?"
페트리아가 놀라서 머리를 들었다. "그 건 여자인 내가 쓸 수 없어요."
"정말? 그럼 여기서 한번 사용해 봐."
페트리아는 중얼거리며 영창을 하더니,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땅에 가로로 큰 줄이 생겼다.
페트리아도, 보고 있던 티리스와 마르티나도 놀랐다.
"어... 어떻게 된 거죠? 내가 어떻게 이 마법을..."
"네가 마왕이니까 사용할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이 마법은 여성이 쓸 수 없는 거잖아요."
나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네 몸에 그런 마법을 쓸 수 없도록 신체적인 제약이 있었어. 이번에 네가 용과 한 몸이 되면서 그 것이 사라진 거야."
"그럼 제 형제, 아니 자매들도..."
"아마 린과 그 가문의 역할은 마왕이 되는 사람에게 그 제약을 제거하는 그런 거야."
페트리아의 얼굴에 혼란이 가득했다. "하지만 왜 린은 도피 중에도 제 몸에서 그렇게 하지 않은 거죠?"
"린도 잘 모르고 있었겠지. 단지 너를 남자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 과정에서 마법에 대한 제약을 없애는 과정이 있었고, 린은 그 것을 파악하지 못했을 거야."
페트리아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럼 저는..."
"제약이 사라졌으니 마음대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어릴 적부터 배워왔던 그 마법을."
페트리아가 중얼거리며 영창을 했다. 순간 그녀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와 주변을 공격했다. 위력은 티리스의 마법탄과 비슷했다.
페트리아는 자신의 마법의 위력을 보고 놀라서 자신의 손과 자기가 파괴한 바위들과 땅바닥의 구멍들을 바라보았다.
티리스와 마르티나도 페트리아의 마법 위력에 놀랐다.
나는 페트리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능숙하게 쓰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해. 잘 해봐."
페트리아는 주먹을 쥐고 의지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마르티나에게 다가갔다. 마르티나는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마르티나, 왜 채찍을 사용하지 않는 거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마르티나는 당황했다. "네? 저는 한번도 채찍을 무기로 쓴 적이 없어요."
"전생에서는 그렇게 잘 사용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저... 전생에서는 왠지 그게 좋아보여서 계속 노력했어요. 그런데 돌아와서 해보려니 잘 안돼요."
"내 생각엔 기초 마법 실력 차이 같은데?"
"네?"
"전생에서 넌 지금의 제니스 만큼 마법 지식이 풍부했어. 그래서 채찍을 사용하면서 그 마법을 잘 응용했지.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전생의 마법을 쓰던 기억이 전혀 없어?"
"기억은 나지만..."
"그럼 그 때를 생각하며 노력해 봐."
마르티나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