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1화 〉엘프를 찾아서 (111/148)



〈 111화 〉엘프를 찾아서

도보로는 10일이 넘어도, 티리스의 지름길로는 2일이 걸리지 않아 지상에 나왔다.

리나와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세 명과 여관에서 그동안 밀렸던 일들을 마음껏 했다.

아침 식사 시간에 마르티나가 허리를 두드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3명으로는 부족해요. 5명은 와야 해요."

"하하... 미안. 그동안 동굴 안에서 금욕하느냐, 쌓은 것이 많았어. 며칠만 수고해줘."

페트리아가 말했다. "며칠요? 오늘 같으면 저는 도망칠래요."

티리스도 같은 표정이었다.

여관 식당의 문이 열리고, 리나가 한명의 엘프를 데리고 왔다.

"베이더씨. 요청하셨던 엘프들의 숲까지 인도할 사람입니다. 여기는 엘렉트라. 나이는 200세로 젊어요."

엘렉트라가 우리에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엘렉트라. 나이는 217세입니다."

"반가워. 다쓰 베이더. 나이는 100세가 넘어. 잘 부탁해."

"티리스 아이신. 나이는 20세. 여기 서방님의 부인."

"마르티나 쟈빌로우. 나이는 18세. 나도 부인 중 하나야."

"페트리아 디아블로스. 나이는 21세. 나도 그 중 하나."

세 사람은 엘렉트라와 인사했다.

"여기서 엘프의 숲까지 얼마나 걸리지?"

"도보로 한달이 필요합니다. 혹여 말이나 다른 것을 생각하지 마세요. 도보로만 가능한 길입니다."

"왜지?"

리나가 대답했다. "워낙 길이 험하고 마력이 강해서, 인간 외에 다른 생물들은 갈 수 없어요."

"인간만 가능하다?"

"엘프나 인간과의 혼혈인 하프 엘프만 가능합니다. 그 이상 피가 섞인 엘프들은 불가능해요. 그 만큼 접근이 힘든 곳이죠."

"그럼 우리는?"

"숲에 들어가는 입구까지는 가능할 겁니다. 장로님들과 접촉하려면 입구에서 요청하시면 가능할 겁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것이 방법이라면 해야 했다.

"좋아. 엘렉트라. 입구까지 부탁해. 그리고 장로님들과 만날 수 있게 해줘."

"길 안내는 가능하고, 장로님들과 만나는 문제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네요. 그건 알아서 하세요."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 여자... 너무 건방졌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꺽고 싶은 꽃일까?

"하하... 마음에 들었어. 어때? 너도 내 부인이 될래?"

"리나에게 들으니 부인이 7명이라면서요? 그런데 나까지 필요합니까?"

"생각이 있나보네?"

"먼저 당신의 가치를 증명해주시지요. 나를 8번째 부인으로 얻을 자격을 내게 보여주세요."

"그럼 네가 먼저 내 침대로 뛰어들텐데?"

엘렉트라는 나를 보고 비웃었다.

뒤에서 티리스가 화내려는데, 내가 손을 올려 제지했다.

"그건 여행 중에 네가 더 잘 알게 될 거야. 언제 떠날 거지?"

"도착 시간을 생각하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해요."

리나가 설명했다.
"지금은 모래바람이 심해서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게다가 우기에는 로터스 주위의 강이 범람해서 길이 없어집니다. 우기가 끝나는 3개월을 기다려야 해요."

뒤에서 페트리아가 얼굴이 허옇게 되어 중얼거렸다. "3개월... 매일 오늘처럼 서방님에게 시달려야..."

리나가 웃었다. "베이더씨에게 소개시켜줄까? 10명 정도?"

뒤에서 3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돼. 부인들 외에 다른 여자를 안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티리스가 나섰다.
"파르노가 말했어요. 소환에 가면 가장 서열이 높은 사람이 본처 역할을 한다고. 여기서 본처는 저입니다. 제가 허락할 게요."

두 사람은 티리스를 보며 동의의 시선을 보냈다.

나야 손해볼 것도 없고...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었다. 신이 된 내가 스스로 뱉은 말을 어길 수 없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럴 수 없어. 나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사람들은 내 부인들 뿐이야. 너희들이 힘들다면, 내가 자제를 하지."

리나가 말했다. "재미도 그렇지만, 마력이 문제 아닌가요?"

"그동안 모아놓은 마력이 있어. 1년 정도는 문제 없을 거야."

나와 리나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나는 리나에게 금화 한 주머니를 던졌다.
"그리고 마르티나에게 전투법을 가르쳐줘. 우기라면 너도 할 일이 없잖아?"

리나가 마르티나를 보며 웃었다. "좋아요."

"마르티나, 채찍을 다루는 법이나 전투 기술은 리나가 훨씬 위야. 그러니 리나에게서 많이 배워둬."

"알았습니다. 그리고 서방님을 모시는 일은 하루에 1번만 하게 해주세요."

"그건 곤란해. 아무리 여자가 많아도 너희들은 내 부인들이야."

티리스가 말했다. "그럼 하루에 3번으로 하죠. 나머지는 서방님께서 알아서 하세요."

다른 2명도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한 내 심정은 너희 3명밖에 없어. 그렇다면 너희들에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해야겠지. 알았어. 티리스의 말에 따라주지."

3명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후 3개월 동안, 우리들은 각자 수련에 힘썼다.

티리스는 마력탄의 제어를 통해 공격과 방어 기술을 연마하면서, 중력 마법으로 빠른 이동을 연습했다.

마르티나는 리나에게서 채찍 기술을 배웠다.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페트리아였다. 그녀는 원래 배워왔던 마왕의 전투 기술을 실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그녀가 휘두르는 대검은 내가 마왕에게서 빼앗은 것과 같았다. 들어도 무게감이 거의 없고, 자동 수복과 바람 칼날 기능까지 있었다. 여기에 페트리아의 강화와 고속이동이 더해져, 1달이 지나니 완전히 치트 캐릭터급이 되었다.

한번은 나와 대련했는데, 나를 이기지는 못했지만 미야를 이길 수준이었다. 경험이 더해지면 얼마나 강해질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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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이 지나자, 로터스 주위를 감싸던 강물의 수위가 줄어들어 도보로 통행이 가능해졌다.

물이 줄어들자 로터스 사람들은 성 밖으로 나와 둑을 쌓기 시작했다. 성 주위 곳곳에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이 곳에서 지내며 알게 된 것은 로터스 주위에는 선착장과 배들이 많았는데, 모두가 우기에 물건을 운반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물이 빠지자 모두 평지에 나무들이 땅에 박혀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 왔을 때 왜 나무 기둥들이 땅에 있을까 궁금했는데, 모두 선착장들이었다.

우기가 지나자 바로 바닥을 드러낸 강을 보며, 3일 전에 강둑까지 차있던 물이 생각났다. 정말 빠른 시간에 물이 빠져버렸다.

이 곳 주민들은 이 범람을 이용해 농사를 지었다. 물이 빠지자마자, 사람들이 물길이었던 곳에 바로 작물을 심었다, 범람을 이용한 농법은 이집트와 같아 재미있었다.

도보로 물을 건널 수 있게 되자마자, 우리는 엘렉트라와 함께 출발했다.

성을 나서며 엘렉트라가 경로를 설명했다.
"우리는 북쪽으로 걸어갈 겁니다. 길이 험해서 한 달을 각오하셔야 해요. 열흘 정도면 산림지대에 들어갑니다."

"산림지대?"

"엘프들이 사는 곳은 그 산림지대의 한가운데입니다. 워낙 험해서 인간들이 들어가기 힘들죠."

깊은 산을 여행할 때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방향은 어떻게 잡지?"

엘렉트라가 목에 건 작은 보석을 나에게 내밀자, 보석이 빛나며 북쪽으로 빛을 냈다.

"이건?"

"북쪽을 가리키는 마석입니다. 마력을 주입하면 북쪽을 향해 빛을 내뿜어요."

우리의 나침판과 같은 것이었다.

"지도는?"

엘렉트라가 자기의 로브를 벗어 땅에 펼쳐 놓았다. 로브의 안쪽에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녀는 옷의 아래쪽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우리, 로터스가 이곳입니다. 그리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바다가 있죠. 그 가운데가 산림지대입니다."

나는 지도를 보며 강을 가리켰다. "이 강은? 산림 지대의 가운데를 통과하는 것 아냐?"

"물길은 있지만, 폭포가 많고 길이 험해요.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은 이쪽입니다."

엘렉트라가 서쪽으로 손가락으로 짚으며 길을 따라 손가락을 이동했다.
"이렇게 이동할 겁니다. 도보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유일한 길이라... 노상 강도를 만날 수 있는 것 아냐?"

"리나가 인정한 강자들이 걱정이 많네요."

나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솔직히 강도가 아니라 마왕이 나와도 걱정 없는 사람들이지만.

"산지라 했는데 물은 어떻지?"

엘렉트라가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피부가 밝아서 걱정했는데, 여행 경험이 많으시네요. 물은 걱정 없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에 샘과 시내가 많아요."

"배탈 문제는?"

"걱정 없습니다."

"엘프와 인간은 달라. 물을 잘못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어. 그 길에 인간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것 같은데. 물 문제는 없었어?"

엘렉트라가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물 때문에 고생했다고 해요."

"게다가 샘이라면, 동물의 사체 등으로 오염될 수가 있어. 되도록 물은 조심하는 것이 좋아."

엘렉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티리스를 바라보았다. "티리스, 하나만 꺼내 봐."

티리스가 주머니 마법에서 나무로 만든 통 하나를 꺼냈다.

내가 건내자, 엘렉트라가 받아들고 살펴보았다. "이건 뭐죠?"

"인간들을 위한 장비야. 물을 이곳 위에 있는 구멍에 넣고, 아래로 나오는 물을 먹는 거야."

엘렉트라가 살펴보니, 위와 아래에 구멍이 있고 안에 검은 가루가 채워져 있었다.
"안에 뭐가 들은 거죠?"

"숯가루."

"왜죠?"

"숯에 물을 거르면 배탈 날 일이 줄어들어."

엘렉트라가 웃으며 통을 흔들어보고, 나에게 건냈다. "준비가 철저하시네요."

"나 혼자라면 상관없지만, 여자들이 있거든. 게다가 손이 하얀 여자들."

티리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는 아니에요. 저 둘은 몰라도. 물을 가려먹는 정도는 저에게 상식이라구요."

"너도 민지와 함께 있을 때, 3일 간 설사했잖아."

티리스가 고개를 숙였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이 먹는 것과 자는 것이야. 언제 전투를 벌일지 모르는데 항상 체력은 최상으로 유지해야 해. 특히 물이 중요해."

엘렉트라가 뭔가 깨달았는지, 우리를 둘러보았다. "잠깐. 당신들... 짐은 어떻게 한 거죠?"

나는 웃으며 허공에 생긴 구멍을 통해 주머니에서 건빵을 꺼내어 엘렉트라에게 던졌다.

그녀는 건빵을 받아들고 허탈하게 웃었다. "참 편리한 마법이네요."

"네 것도 여기에 넣지.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으니까."

엘렉트라는 웃으며 등에 진 짐가방을 땅에 내려놓았고, 나는 내 주머니에 그녀의 짐을 넣었다.

우리는 홀가분한 차림으로 엘프의 산림을 향해 떠났다.

산림에 들어선지 5일, 로터스를 떠난지 16일이 지나 우리는 산 속 한가운데에서 밤을 지내고 있었다.

엘렉트라는 내가 만든 간이 주택의 밖에서 혼자 텐트를 치고 잔다. 안에서 우리와 함께 잘 수 없으니까. 처음에 집 밖의 텐트에서 나와 부인 중 하나가 자기로 했지만, 남은 2명이 중간에 텐트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엘렉트라가 밖에서 자기로 했다.

3명은 힘들다고 했지만, 하루라도 내 품에 안기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했다. 실제로 자기들이 더 원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여행의 피로 때문에 한 사람에 1번 이상은 하지 않았다.
그 후에 3명은 나와 함께 잤다.

내 양 옆에 자면 1사람은 따로 자야 하는데, 위치를 교대로 바꾸었다. 오늘은 내 양 옆에 티리스와 페트리아가 있고, 마르티나가 페트리아 옆에 있었다.

티리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2년 만이네요. 서방님과 이렇게 숲 속에서 같이 있는 것이."

"그 때 너는 하지 못했잖아. 리나와 하는 것을 지켜만 보았어."

"그 때는 리나가 너무 부러웠어요. 지금 이렇게 안겨 있으니, 너무 좋아요."

페트리아가 웃었다. "그러고 보니, 서방님께 안긴 건 내가 먼저였어."

티리스도 웃었다. "네 내숭은 정말 살인적이었어. 옆에서 보는 우리가 얼마나 소름이 돋았는지... 린은 아닌척하며 더 서방님 품에 파고들었는데,"

린을 말하니, 페트리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미... 미안."

"아니야. 지나간 일이야. 린도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된 거야. 나도 원하는 것을 얻었어."

"뭘 원한거지?"

"완전한 여자가 되고 싶었어. 그동안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거든. 빨리 커서 온전한 여자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살고 싶었어."

나는 페트리아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아이를 원해?"

"네..."

"아직 그럴 때는 아니야."

마르티나가 말했다. "현정이 말했어요. 3년 후에는 가능할 거라고. 그런데 서방님께서는 2년 간 우리를 떠나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왜죠?"

"대한민국 남자의 의무야."

"서방님은 보통 인간이 아니잖아요. 현정이 그랬어요. 왜 군대에 가야 하냐고. 마왕성에 있으면서 피해다닐 수 있는데 말이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르티나. 네가 왜 아랑을 떠나야 했지? 그건 네가 왕족의 의무를 다할 수 없고, 죽어야 하기 때문이었어. 정치적으로 죽고 사는 것이 왕족의 운명이니까.
내가 군대에 가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운명이야."

"그 운명을 피할 수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피한다고 했어요."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다 완수하고 싶어. 지금 내가 여행을 다니는 것도 그런 이유야."

티리스가 내 품에 파고들었다. "그래도 서방님과 떨어져 있는 것은 싫어요."

"그 것도 나와 우리의 운명이야. 너희들은 2년 간 나 없이 살아남아야 해."

페트리아가 물었다. "2년이 지나면 어떻게 하실 거죠?"

나는 머뭇거렸다. "아직... 생각해 본 적 없어."

"대학을 졸업하신다면, 우리가 졸업하고 2년이나 3년 후에 졸업하실 거예요. 그동안 우리는 뭘 하죠?"

그 것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패트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서방님께서는 계획성이 부족하네요. 멀지 않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조금 고민해 주세요.
우리는 서방님 없이 2년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커요. 하지만 서방님께서 돌아오시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알고 있죠."

정말 내 머리를 때리고 가슴을 찌르는 말이었다.

"또 한가지. 만약 2년 동안 우리의 생각이 변해서 돌아가겠다면 어떻게 하실 거죠?"

더 큰 충격이 몰려왔다.

페트리아는 내 가슴을 꼬집었다.
"조금 진지해지세요. 이렇게 평생 갈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2년간 우리를 떠난다는 것을 듣고, 우리는 속으로 서방님은 무책임하다 생각했어요. 지금 보니 정말 무책임하시네요."

나는 몸을 일으켜 3사람을 바라보았다. 3사람 모두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르티나가 말했다. "아직 6개월. 소환에 간다면 몇 년이 남아있어요. 그 동안 생각해보시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나는 안도가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쉬어야 내일 더 많이 갈 수 있어요. 그러니 이제 자도록 하죠."

나는 두 사람의 사이에 누웠고, 티리스와 페트리아는 내 품에 파고들었다.

그날 밤, 나는 고민으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여자들 말이 맞았다. 나는 무책임하다. 그냥 이대로 좋다는 식이로 끌고 가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없다.
게다가 그녀들의 소원도 이뤄주지 못하고 있다. 수아의 동생 문제를 생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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