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3화 〉실바텍투라, 하이엘프의 마을 (113/148)



〈 113화 〉실바텍투라, 하이엘프의 마을

내가 정신을 차리자 눈에 보이는 것은 별이 가득한 하늘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옆에 페트리아와 티리스가 양 옆에 누워있었다.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성을 잃고 폭주했지만, 부인들이 잘 수습해준 것 같았다.

내가 일어서자 마르티나가 다가왔다. "이제 제 정신으로 돌아오셨네요. 다행이에요. 서방님."

나는 한숨을 쉬고 주머니에서 옷을 꺼내 입었다.

마르티나가 마법을 걸자, 티리스와 페트리아가 일어섰다.

티리스가 허리를 잡고 두드렸다. "역시 이성을 잃은 서방님은 너무 심하세요. 제 몸이 버티지 못하겠어요."

페트리아는 아무 말 없이 옷을 꺼내어 입으면서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마르티나가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 쪽에 샘물이 있어요. 씻고 오세요."

나, 티리스, 마르티나는 마르티나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 안에 꽤 큰 웅덩이가 있었고, 내가 먼저 옷을 벗고 들어갔다.

티리스는 옷을 벗고 알몸으로 나에게 뛰어들어 안겼다. 나는 미안해서 그 시선을 피하는데, 티리스는 아무렇지 않은 듯 몸을 비벼댔다.

"저는 아무렇지 않아요. 그러니 고민하지 마세요."

티리스의 미소를 보며 조금 안심이 되었다.

티리스는 페트리아를 보았다. "페트리아. 너도 들어와."

페트리아는 싫은 표정으로 옷을 벗고 물 속에 들어왔지만, 내 곁으로 오지 않았다.

페트리아는 나를 노려보았다. "마야 말 대로네요. 미안하다는 말씀을 안하시네요."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내가 미안하다고 하면, 너희들이 더 비참해질 것 같아서..."

"그건 누구의 말이죠?"

나는 고개를 들어 페트리아를 바라보았다.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렇게 심한 짓을 해 놓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못하시나요? 오늘은... 내가 여자가 된 것이 후회가 되요."

내 품에 있는 티리스의 몸이 떨고 있었다. 그녀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 미안해."

페트리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묻고 싶어요... 저를 사랑하시나요?"

나는 놀라서 페트리아를 바라보았다. "사랑해."

"그럼 어떻게 하실 거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지은 죄는 어떻게 해도 다 갚지 못할 거야.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보상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있어."

"너무 오만하시네요."

나와 티리스는 놀랐다.

"속죄를 못하니 보상을 한다? 서방님이 그렇게 대단하신 가요? 보상은 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서방님은... 너무 나약하세요."

티리스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를 보았다. "그 말이 맞아요. 저는 서방님이 강하다고 생각해 왔어요. 지금 보니 서방님은 너무 나약하세요."

나는 충격 받았다.

"우리가 서방님의 부인이 된 것은 서방님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흔들리지 말아야 해요. 그런데 지금의 서방님은 너무 흔들리고 있어요. 그 때 파르노 때처럼."

"저희들은 서방님만을 믿고 여기까지 왔어요. 그런데 서방님께서 지금 보여주시는 것은 실망스러워요."

나는 그대로 그녀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말이 맞았다. 나는 8명의 마왕들의 남편이고, 앞으로 12명의 모든 마왕들을 부인으로 삼아야 했다.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었다.

"방금 전 미안하다는 말은 취소하겠어."

페트리아가 더 놀랐다.

"너희들은 내 부인들이야. 남편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내 수청을 들어야 해. 내가 거칠고 이성을 잃었다고? 그랬지만 그 것도 나야. 짐승처럼 네 몸을 범하는 것도 나란 말야. 너희의 남편이야. 그러니... 방금 전에 너희들을 안았던 것은 미안하지 않아.
다만 내가 너무 잔인했던 것은 미안해. 그 것은 너희들이 아닌 엘프들에게 사과할 일이야."

두 사람의 얼굴이 밝아졌다.

나는 먼저 페트리아를 안았다. "먼저 네 봉사를 받아볼까?"

페트리아가 내 목에 두 팔을 감아 안았다. "언제든지요."

우리 세사람은 마르티나가 만든 간이 주택에 다가갔다. 그 곳 한 가운데에서 마르티나와 엘렉트라가 스프를 만들고 있었고, 세 엘프들은 땅에 묶여 있었다.

나는 엘프들에게 다가가 묵인 줄을 풀어주었다. "여기서 한 명이라도 도망치면 그대로 엘프들은 몰살이다. 알지?"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고는 이제 없어. 그대로 행동에 옮긴다는 것도 알지?"

두려움에 또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티나, 이들에게도 먹을 것을 줘."

엘렉트라가 마르티나에게서 스프를 받아 세 사람에게 나눠주었다.

마르티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돌아오셨네요."

나는 웃으며 마르티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오늘 밤은 네가 해줄래?"

"좋아요."

마르티나는 나와 티리스, 페트리아에게 스프를 주었다. 먹어보니 제니스의 것과 같았다.

"지금 언니 것과 같다고 말씀하려는 거죠?"

나는 웃었다. "어떻게 알았지?"

"언니가 가르쳐줬어요. 서방님께서는 이 스프를 좋아하신다고. 비법을 가르쳐줬어요."

티리스가 물었다. "비법이 뭐지?"

"그건 비밀. 절대 티리스에게는 가르쳐주지 말라고 했어."

티리스가 찡그렸다. "왜 나에게만..."

"요리 솜씨가 자기보다 좋으니까. 스프까지 잘 만들면 자기 자리가 없어진다고 했어."

그 말에 우리 모두는 웃었다.

아무래도 내가 폭주한 것은 무책임한 놈이 건 다른 저주 같았다. 규격 외의 마법을 쓰면 육체의 고통이 오는데, 고통을 참고 마법을 쓰면 내 이성이 견디지 못하고 폭주하는 것이었다. 고통에 대한 저주는 풀렸지만, 폭주하는 것은 그대로였다.

나는 내 부인들을 보면서, 이 저주를 빨리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집 밖 텐트에서는 엘렉트라, 티리스, 페트리아가 자고, 나와 마르티나는 집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오늘 내가 너무했지?"

"많이 놀랐어요. 그렇게 초점 없는 눈을 처음 봤어요.
마야에게 들으니, 서방님께서는 과거에 슬픈 기억이 많아서 가끔 이성을 잃는다고 했어요. 오늘 보니 정말 무서워요."

나는 마르티나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럼 다행이에요."

"정말 내가 무서웠어?"

"서방님 같이 강한 사람이 그렇게 이성을 잃고 폭주하면, 아무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 페트리아가 파르노 말대로 했으니까 서방님을 진정시킬 수 있었어요."

"파르노가? 뭐라고 했지?"

"서방님이 미쳐 폭주하면 몸으로 막으라고, 남자는 그런 일을 하면 광기가 사라진다고 했어요. 그런데 너무 심하셔서 저도 눈을 돌렸어요. 티리스가 나서지 않았다면, 페트리아도 상처 입었을 거예요."

마르티나의 말을 들으니, 내가 했던 일이 생각났다. 나는 페트리아를 미친 듯이 밀어붙였다. 중간에 티리스가 옷을 벗고 나에게 안겨왔을 때, 나는 티리스에게도 똑같이 밀어붙였다. 티리스가 없었다면, 페트리아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었다.

"나도 참가하려고 했는데, 티리스가 말렸어요. 나까지 말려들면 안된다고. 중간에 페트리아는 울어버렸고, 티리스는 마지막까지 서방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죠.
이번 일... 페트리아에게 너무 심하셨어요."

"티리스에게도... 인가?"

내 품 안에서 마르티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내가 이성을 잃었다 해도, 내 책임이 컸다. 상처 입은 사람들은 내 부인들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마르티나.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그냥 모른 척 하세요."

나는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그것을 생각해서 평소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부담스러워요. 이 일이 끝나면 달라질지 몰라도, 지금은 모른 척 평소대로 행동하세요. 그리고 돌아가서 티리스와 페트리아에게 더 잘해주세요. 그 것이 서방님에게 더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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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세 명의 엘프의 인도를 받으며 우리는 숲 속을 걸어갔다.

갑자기 페트리아가 세 명을 멈춰 세우고 칼을 목에 들이댔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

"왜... 왜 이러시죠?"

"지금 같은 자리를 빙빙 돌고 있잖아. 지금 온 자리. 3번째인 것을 모를 것 같아?"

나는 일부러 나서지 않고 지켜만 보았다.

티리스가 걸어가 한 명의 손목을 잡고 비틀자, 뼈소리가 나며 손목이 아래로 축 쳐졌다.
"서방님이 나서면 네 목을 꺽을 거야. 그렇게 할까?"

세 사람이 나를 보더니 얼굴이 허옇게 되었다.

한 사람이 당황하며 말했다. "솔직히 저희도 길을 모릅니다. 이 곳은 결계가 있어서 길을 헤매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어떻게 들어가지?"

"안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세 명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결계를 깨는 방법이 무언지 알아?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거지. 이렇게."

내가 마력을 사용해 내 옆의 바위를 건드리자 바위가 세 조각으로 부서졌다.

"이런 식으로 주위의 나무건 바위건 모두 부숴버리는 거지."

페트리아가 칼을 휘두르자, 나무 3그루 이상이 잘려서 넘어졌다.

"이제부터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거야. 모두 시작해."

"그만!"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들여보내 줄 테니, 더 이상 숲을 망가트리지 말라."

숲 한편에서 한명의 여성 엘프가 나왔다. "나를 따라 와라."

그 엘프의 인도로 걸어가니, 숲 안에 큰 바위산이 보이고, 주변 나무들 위에 집들이 가득했다.

우리를 인도한 엘프가 말했다. "이 곳이 숲의 도시, 실바텍투라다. 장로님들께서 기다리신다. 나를 따라와라."

그녀가 바위산 앞으로 가자, 우리 앞으로 빛의 길이 생겼고 그 길에 발을 대자 하늘로 끌어 올려졌다.
처음 보는 마법이라 감탄할 만도 했지만, 더 큰 마법을 쓰는 우리들은 큰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보여주기식 장치를 통해 자신들의 약함을 감추려는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그 느낌대로, 안에 들어가니 그렇게 강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엘프는 신비롭고 강한 마법을 쓰는 존재로 알고 있지만, 이 곳 엘프들은 그렇게 신비로운 분위기도 강해 보이지도 않았다.

리나의 말로는 엘프들은 스피드는 강해도 신체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 말대로 엘프들의 육체는 약해보였다. 내가 엘프들을 칼로 죽였을 때, 사람을 죽일 때보다 더 잘 베이고 찔리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육체적으로 인간보다 약한 것이 확실했다.

마법과 육체적 능력이 다른 것으로 생각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둘 사이에 큰 상관관계가 있다. 강한 마법을 쓰려면 강한 육체가 필요하다. 특히 빠르게 날리는 마법의 경우, 강한 바람 마법을 사용하면 팔과 다리에 무리가 왔고, 불 마법이 강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강한 육체가 강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실전에서는 영창을 하며 이동해야 하는데, 빠르게 뛰면서 제대로 영창하려면 체력이 강해야 했다. 무영창 마법이 있다 해도, 빠른 이동과 마법 발동을 동시에 행하면 육체에 무리가 많았다. 그래서 전문 마법사들은 영창 마법을 주로 사용하고, 전사를 겸하는 마법사들이 무영창 마법을 사용한다.

여담으로 실전에서는 후자가 더 유용한 것이 사실이라서, 무영창 마법사가 더 많다.

그런 관점에서 엘프들이 강한 마법을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들이 만든 마법 방어벽은 내가 본 것들 중 최고였다. 마야의 방어벽 50개를 합쳐놓은 것과 같을까? 게다가 넓은 지역을 커버하고 있었다. 개개인이 강한 마법을 쓰지 못해도, 그들은 엄청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확실했다.

지금 바위산 내부로 걸어가며, 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주위에 우리를 공격할 만큼의 마법사들은 느껴지지 않아도, 생각지도 못한 그들의 마법이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바위산 꼭대기에 올라가니 평평한 장소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주위에 2m 높이의 인공적인 구조물들이 둘러쌓고 있었다. 우리가 장소의 가운데에 서니, 그 위에 엘프들이 올라와 우리에게 지팡이를 겨냥했다.

"그만! 우선 저들의 말을 들어보자."

목소리가 나온 곳을 보니, 가장 높은 단 위에 열명이 서 있었다. 리나의 말에 의하면 엘프의 10장로들로, 다른 엘프들과 다른 하이엘프들이었다.

나는 로터스에 머물며 엘프들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원래 엘프들은 숲 속에 사는 인간과 비슷한 종족으로 700년 전에는 수가 십 만 정도였다.  엘프들은 생식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임신도 어려웠다. 한 아이를 낳으면 몇 십년 이상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 점이 인간들에게 밀린 이유였다. 인간들은 수명이 엘프들의 10배 적어도, 생식 능력은 100배 우세했다. 인간들이 빠르게 종족을 늘리는 사이에 엘프들은 수가 정체되었고, 갈수록 숲 안쪽으로 밀려나야 했다.

700년 전, 당시의 마왕은 엘프들을 공격했다. 그의 공격을 받고 엘프들은 전멸했다. 특히 당시의 마왕은 엘프들을 살려두지 않고 모두 죽였다.

마왕의 공격에 가까스로 피한 10명의 여성 엘프들은 마왕이 물러가자 고향에 돌아왔다. 하지만 고향에 있던 엘프들은 모두 죽어있고, 남은 엘프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그 때 엘프들은 혼혈을 결정한다. 인족 남성을 통해 종족을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곧바로 종족 번식에 나섰다.

인간들의 종족 능력은 바로 엘프들에 영향을 미쳤다. 3년도 되지 않아 재임신이 가능해진 10명의 엘프들은 종족 늘리기에 힘썼다. 그렇게 태어난 하프엘프들은 수명이 기존 엘프들의 반에 불과했고, 마법 적성도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그렇게 수를 늘린 엘프들은 이제 자신의 종족들만의 폐쇄적인 결혼 정책을 실시한다. 하프엘프들 간의 결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기존의 엘프 생존자들을 하이엘프, 새로 태어난 하프엘프들을 그냥 엘프라 부르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엘프들은 신체적 능력에서 인간들에게 밀렸고, 마법적 능력에서 하이엘프들보다 뒤쳐졌다. 그래도 그들은 하이엘프들보다 뛰어난 생식 능력이 있어, 빠르게 종족의 수를 회복했다. 알려진 것으로는 그들의 수가 30만을 넘는다고 했다.

지금 가장 높은 단 위에 있는 10명이 바로 마왕의 토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었다. 내 계산으로 그들은 최소 700살이 넘는 고령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인간 나이로 15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그들, 아니 그녀들은 절벽이었다. 얼굴이 예뻐도 절벽인 이유로 내 타입이 아닌 것이 확실했다.

"우리의 영역을 침범하고, 우리의 아이들을 죽이고. 대체 원하는 것이 뭐지?"

"알고 싶은 것이 있어 방문했을 뿐입니다."

그들은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단지 대화를 하려고 살인을 한 것이냐?"

"그 살인은 정당방위였습니다. 먼저 죽이려 한 것은 그들입니다."

나는 칼을 빼어들고 그들을 겨누었다.
"나와 내 부인들을 죽이려는 것들을 살려둘 만큼, 나는 마음이 넓지 못합니다. 그러니 공격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시지요."

나는 신의 위엄을 내뿜었다. 그러자 엘프들은 당황하며 나를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장로 중 한 명이 내려와 내 앞에 섰다.
역시 하이엘프는 달랐다. 온 몸에서 풍기는 기품과 매력에 우리 모두 넋을 잃었다. 특히 내 옆에 있는 엘렉트라는 내 뒤로 숨었다.

"거기, 우리의 아이가 있군요. 이름이 무엇이지요?"

"엘렉트라. 길드에서 고용한 인도자입니다."

"길드라... 여기서 나간 엘프들이 잘 살고 있는지 걱정되는데... 엘렉트라라면, 혹시?"

엘렉트라는 내 뒤에서 그 엘프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나에게로 달려와 엘렉트라의 팔을 잡았다.
"맞아. 엘렉트라. 너는 분명히 로즈와 함께... 말해줘. 로즈는 어떻게 된 거지?"

로즈라면, 리나의 옛 이름. 그럼 이 여자는?

"로즈와 어떤 관계시죠?"

"로즈는 내 딸입니다."

그럼 나의 장모님? 이 어리게 보이는 여자가? 리나의 나이가 400세가 넘는데...

엘렉트라가 말했다. "로즈에 대해서는 이 분이 더 잘 아세요."

그녀는 엘렉트라를 놓고 나의 팔을 잡고 물었다.
"로즈는 어떻게 되었지요? 건강한 가요? 지금 그 애의 수명이..."

엘프의 수명이 1000세, 하프엘프라면 그 반이니 500세. 리나가 수명이 다했다는 것이 맞았다.

"로즈는 건강합니다.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났습니다."

"어떻게?"

"몸이 새로워지는 마법으로 젊은 몸을 얻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혼란에 빠진 것 같았다. 그러다 한숨을 쉬었다. "잘 됐어요. 살아있다니..."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노려보았다. "당신은 로즈와 어떤 관계지요?"

"전남편입니다."

그녀는 더욱 살기를 띄고 나를 노려보았다. "전남편이라면... 언제 헤어진 거죠?"

"2년 전입니다."

티리스가 나섰다.
"로즈, 지금은 리나 인버스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2년 전까지 우리와 함께 서방님의 부인이었지요. 서방님께서 자유를 주시니, 로터스로 돌아왔어요.
그녀가 새로운 몸을 얻고 다시 젊어질 수 있었던 것은 서방님의 힘입니다."

그녀는 나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뭔데 내 딸을 다시 살린다는 거죠?"

"엘프들을 멸종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지요."

내가 위압을 내뿜자, 그녀도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나는 위압을 거두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째든 리나의 어머니이시니, 제 장모님이시네요. 반갑습니다. 다쓰 베이더라고 합니다."

그녀는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내 손을 잡았다. "엘프의 최고 장로 스텔라입니다."

스텔라는 숨을 가다듬고 물었다. "무엇을 알고 싶으시죠?"

"용의 행방입니다."

주위의 엘프들이 웅성거렸다.

"당신 옆에 용이 3명이나 있는데, 또 다른 용을 찾으시나요?"

"이 사람들은 다른 세상에서 온 용들입니다. 이 곳에 있었던 용을 찾고 있습니다."

"로터스에 가보시죠. 그 지하에 있습니다."

나는 티리스를 가리켰다. "그 용이 여기 있습니다."

스텔라는 놀라서 티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용을 이미 얻으셨는데, 뭘 더 알려고 하시는 거죠?"

"용은 원래 2명입니다. 다른 용이 어디에 있지요?"

스텔라는 당황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저희는 모릅니다."

그 얼굴은 무언가 숨기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당신은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군요. 저는 3명의 용을 제압해 부인으로 삼고 데리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속이려면 좀 더 신중하셔야죠."

나는 손에 마력을 집중했다.

"또 거짓말을 하면 엘프 천명이 죽습니다. 용은 어디에 있지요?"

내 마력 덩어리를 보고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자... 잠깐! 우리도 몰라요. 그래서 대답할 수 없어요."

나는 마력을 거두었다.
"나도 당신들이 모르고 있는 것을 압니다. 단지 거짓말하지 말라는 겁니다. 앞으로 내가 묻는 말에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해 주시지요. 아니면..."

"아니면 뭐죠?"

"방금 말했듯이 거짓말 한번에 천명의 엘프를 죽일 겁니다."

스텔라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용이 어디 있는지 모르시나요?"

"그렇습니다."

"마지막에 발견된 장소가 어디지요?"

"바로 이 곳입니다."

"언제죠?"

"700년 전. 마왕의 공격이 있기 직전이었지요. 용이 사라지자, 마왕이 공격했고, 우리 10명만 남았지요."

"용이 왜 사라졌지요?"

"그 것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때 평범한 어린애였어요. 장로님들이 당황했던 모습을 보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소문이 돌았죠. 용이 사라졌다고."

"용이 사라졌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죠?"

"평소에 용은 숲 위를 날며 우리들과 함께 살았죠. 그런데 갑자기 용이 보이지 않았어요. 직후에 마왕이 쳐들어왔죠."

스텔라의 얼굴에 무언가 숨기고 있었다.

나는 팔에 마력을 모으고 하늘로 들었다.

그러자 스텔라가 당황했다. "무슨 짓이죠? 나는 거짓말 하지 않았어요."

"숨기는 것도 거짓말인 것을 모르나?"

"잠깐! 모두 말할게요."

"늦었어."

내 손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갔고, 하늘 위에서 번개가 떨어졌다. 번개들은 엘프들을 공격했고, 바위 위에서 우리를 감시하던 엘프들이 마력탄을 맞고 쓰러지거나 바위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위력을 조절해 두었으니,

스텔라는 엘프들이 죽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에는 사정을 봐주지 않아. 숨기는 것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명심해."

스텔라는 나를 노려보았다. "말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나는 다가가 스텔라의 뺨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스텔라에게 마법이 걸린 것을 알았다. 그녀 말대로 그녀는 용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한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신... 정말로 그렇게 할 생각인가요?"

"내 생각을 읽은 건가?"

"이렇게 몸이 닿으면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요. 정말 그 것이 가능해요?"

"하지만 내 장모를 그렇게 할 수 없어."

나와 스텔라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이제 아셨지요? 내가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은 그 것이 다입니다. 더 이상 할 수 없어요."

스텔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은 있어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지. 용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지?"

스텔라는 입을 다물었다.

"그 것도 금기인가 보군. 알았어. 이 정도로 끝내지."

"한가지만 말해두지요. 용이 사라진 곳은 이곳이지만, 나타난 곳은 메디아입니다. 이 곳에서 동쪽에 있어요. 용의 전설은 그 곳에도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대로 엘프의 마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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