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9화 〉마왕의 육체 (119/148)



〈 119화 〉마왕의 육체

우리는 궁을 나와서 바로 성 밖으로 나갔다.

걸어가며 마르티나가 물었다. "이제부터 알리진과 전쟁인가요?"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죄 없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수 없어. 그 것은 웬투스도 다이애나도 원하지 않는 일이니까."

"그럼 어떻게 하실 거죠?"

"저 쪽에서 굴복하게 만들어야지."

"그보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죠?"

나는 부인들을 한적한 곳으로 인도해서 마법진을 그렸다.

"이건 워프 마법진. 어디로 가려는 거죠?"

나는 말 없이 마법진 위에 섰고, 3명도 나를 따라 마법진 가운데로 들어왔다.

눈을 떠보니 낯에 익은 공간이었다.

티리스가 말했다. "여기는 실바텍투라. 엘프들의 나라로 온 건가요?"

"맞아. 이 곳에 워프 마법진을 설치해뒀어."

마르티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방어벽 밖이에요. 우리는 몰라도 서방님은 들어갈 수 없어요."

나는 피식 웃었다. "방법이 있어."

우리가 방어벽에 다가가자 엘프들이 막아섰지만, 우리를 보고 도망쳤다.

방어벽을 사이에 두고, 방어벽 안과 밖에서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티리스, 페트리아. 둘이 나란히 방어벽에 서 볼래?"

티리스와 페트리아가 방어벽에 나란히 섰다. 그런데 방어벽 빛이 두 사람 몸에 닿으면서 그 아래에 구멍이 생겼다. 마치 빗물이 우산에 닿아 아래에 물이 닿지 않는 영역이 만들어지듯, 두사람 몸에 닿은 아래의 부분은 빛이 내려오지 않는 구역이 생겼다.

"둘이 손을 잡고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줘."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잡고 아래로 내가 통과할 만한 구멍을 만들었다. 나는 몸을 굽혀 두 사람이 올려서 마주 잡은 팔 사이로 방어벽을 통과했다.
나는 방어벽을 통과하자마자 엘프들을 향해 경계 자세를 취했고, 뒤에서 경계하던 마르티나가 방어벽 안으로 들어오자, 두사람도 나와 같이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안에 있던 한 엘프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또 우리에게 무슨 볼일이지?"

"장로님. 스텔라님에게 물어볼 말이 있다."

"전에 물어봤는데, 또 남았나?"

"스텔라님께서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셨다."

모두 놀라서 웅성거렸다.

나는 그들에게 손을 올렸다. "나는 수인 출신이건 인간 출신이건 가리지 않습니다. 만약 저를 막아서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나는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려 방어벽 밖의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저번에 수인 출신들이 많이 죽었는데, 이번에는 인간 출신들을 많이 처리해 줄까요?"

뒤에 있던 엘프들의 얼굴이 달라졌다. 그들은 싸움에 참가할 생각이 적어졌는지, 무기를 잡은 손에 힘이 떨어졌다.

그 모습에 방어벽 안에 있던 엘프들이 분노의 시선으로 밖에 있는 엘프들에게 쏠렸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저의 아내 중에 엘프가 있었지요. 수인 출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어디에 서실지 잘 아시죠?"

그러자 뒤에 있던 엘프들이 내 뒤로 섰다. 나와 동조하겠다는 의사표시였다.

"네 이놈들! 무슨 짓이냐?"

내 옆에 있던 엘프가 말했다.
"이 분은 우리와 싸울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엘프의 율법에서 싸울 의사가 없는 이를 먼저 공격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는 이 분들을 보호해서 그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네 이놈! 배신할 셈이냐?"

"배신이 아니다. 엘프의 율법을 지키려 한다."

"더러운 수족 놈들이!"

그 말에 내 뒤에 서있는 엘프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만한 인간 놈들! 엘프의 전통을 무시할 셈이냐?"

양쪽 엘프들이 싸울 준비를 했다.

나는 소리 마법으로 주위에 칠판을 손으로 긁는 소리를 냈고, 모두가 귀를 막았다.

"모두들! 저는 싸움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싸움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대화를 하려고 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분명히 하지만 저는 수족 출신 엘프들을 지지합니다."

내 뒤의 엘프들 사이에서 환성이 터졌다.

내 앞에 있던 엘프들에게 외쳤다. "엘프끼리 내전을 벌일 건가요? 아니면 순순히 저를 보내주실 건가요?"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한 명이 내 앞으로 왔다. "좋다. 대신 저 수족놈들은 물러가라."

나는 피식 웃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저도 마음 놓고 당신들을 공격할 수 있겠네요. 동료가 옆에 없다면 거칠 것이 없지요."

엘프들이 움찔했다.

"걱정 마시지요. 저는 공격받지 않는 한, 공격하지 않습니다. 괜히 문제를 만들지 마시지요.
그리고 하나 더. 나를 화나게 하면 저 방어벽을 영구히 부서 버리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들 중간의 방어벽을 없애주지요. 벽 없이 수족과 한판 붙어보실 건가요?"

내 앞의 엘프들의 얼굴이 질려버렸다.

엘프들이 중간에 길을 열고, 우리는 그들을 따라갔다.

우리가 인도된 곳은 전에 있던 공터를 지나 높은 산 위였다.

그 정상의 집들로 인도되는데, 앞에 스텔라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죠?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나요?"

"여기서는 말할 것이 안되니, 적당한 곳으로 이동하죠."

"어디로..."

나는 스텔라 옆으로 걸어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자 스텔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그 곳은 인간이 갈 수..."

"갈 수 없다면 부셔야죠. 철저히..."

"그럴 수 없어요."

"나를 잘 모르는군. 나는 신이 보낸 사자야. 내 사명은 용과 마왕을 멸절시키는 것.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할지 잘 알지?"

내가 마력을 내뿜자, 스텔라와 엘프들이 뒤로 넘어졌다.

"말로 하는 것은 마지막이야. 결정해. 모두 부서질지, 내 요구에 따를지."

스텔라가 떨리는 몸으로 일어섰다. "다... 당신은 대화가 아니라 협박을 하는 군요."

"말했지? 나를 속이면 재미없을 거라고. 너희는 나를 속였고, 또 속이려 하고 있어. 더 이상 바보 취급을 당하지 않겠어. 이 것이 내 대답이야."

"속인 것이 없어요."

나는 피식 웃었다. "네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아. 내가 하는 것은 700년 전의 마왕과 같은 일이 아니라, 450년 전에 있었던 일이야. 한번 해 볼까?"

나는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하늘 위의 방어벽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30초 정도 지나자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방어벽이 사라졌다.

스텔라를 비롯한 모든 엘프들이 당황했다.

"이렇게 되면, 밖의 수족들이 가만히 있을까? 리나, 아니 로즈 때처럼 대량 살육이 일어날 텐데?
그 때는 마법으로 진압했지만, 이제는 저 밖에 있는 엘프들도 마법을 쓸 수 있을걸?
이제 부터는 수족들에 의한 내전과 대량 살육이야. 그래도 좋아?"

스텔라가 외쳤다. "그, 그만! 알았어요. 인도해 드리지요."

내가 마력을 거두었고, 스텔라 주위에 9명이 몰려들어 둥글게 모여 손을 잡고 영창을 했다. 그러자 마법이 발현되어 방어벽이 다시 만들어졌다.

스텔라는 양쪽의 손을 놓고, 우리를 노려보았다. "따라 오세요."

스텔라가 인도한 곳은 정상의 지하통로였다. 지하로 내려가니, 매우 큰 빈공간이 나왔다. 그 가운데에 푸른색으로 빛나는 석관이 있었다.

스텔라가 석관을 가리켰다. "저 것이 당신이 찾는 것입니다."

우리는 석관으로 걸어갔는데, 위에 뚜껑이 없고 안에 한 중년 남자가 누워있었다.

티리스가 물었다. "이게 누구지요?"

"웬투스, 또 다른 마왕."

세 사람이 놀라서 나와 스텔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스텔라가 물었다. "어떻게 아신 거죠?"

"마왕이 쓴 일기에서 알았지. 너희들이 3천년 이상 풍요를 누린 이유, 마왕의 공격과 엘프의 전멸. 모두가 마왕이 남긴 일기에 적혀 있었어."

마르티나가 물었다. "마왕? 혹시 그 지하 미궁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곳에서 우리는 별로..."

"나에게는 학습 마법이 있잖아. 두루마기 책들을 모두 읽어 그 안의 내용을 모두 알 수 있었지. 마왕이 남긴 두 명의 용에 대한 기록도. 물론 650년 전의 기록이지만."

"뭐라고 적혀있죠?"

"용과 엘프의 관계. 그리고 자기가 했던 엘프의 멸족. 그리고 사라진 용에 대해."

나는 책, 마왕의 일기의 내용을 설명했다.

마왕이 티리스가 된 용을 이긴 이후, 용은 지하로 숨어들어 잠들었다.

마왕은 그 용을 찾으려 헤매고, 지금 로터스 아래에 있다는 것을 알아서 그 안을 탐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땅 속 깊숙이 있는 용을 찾을 수 없었다.

마왕은 그 위에 도시를 세우고 나라를 만들었다. 그 나라의 힘으로 지하를 조금씩 파고 들어가 용을 찾아다녔다.

마왕이 죽자, 그 후손들이 그 뜻을 이어받아 계속해서 용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700년 전에 마왕이 된 한 남자가 다른 생각을 했다. 땅 속의 용을 찾을 것이 아니라 다른 용을 차지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 용은 엘프와 함께 숲 속 깊숙이 살고 있어 찾을 수가 없었다.

마왕은 용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용을 보호하는 엘프를 먼저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엘프들이 만든 방어벽. 그 안으로 인간이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 해에 방어벽이 너무 약해져 인간의 마법으로 뚫을 수 있었다.

즉시 마왕은 군사를 몰아 엘프들을 공격했고, 용은 도망쳤다. 마왕은 후한을 없애기 위해 엘프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그런데 엘프들은 모두 죽지 않았다. 엘프들은 10년에 한번씩 100세 이하의 12명의 엘프 소녀들을 뽑아 용을 모시도록 했다. 용과 함께 도망친 12명이 살아남았다.

마왕은 용과 12명의 엘프들이 찾았다. 현재 메디아에 숨어있는 그들을.
마왕은 직접 찾아가 공격하려 떠났지만 그 마왕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아들이 기록한 이 일기는 그렇게 끝을 맺는다.

"이 기록으로 볼 때, 마왕은 용과 싸워서 패배한 거야. 오크들의 전설대로 용을 찾아온 사람은 마왕이고 싸워서 패배한 거지.
그런데 여기에 의문이 있어. 오크들은 마왕의 시체를 본 적 없어. 그럼 죽은 것을 확인 못한 거야. 어떻게 되었을까?"

3명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스텔라님. 설명해 주실래요?"

나는 하늘을 향해 마력을 방출했다.
"이제 이 안에서는 잠시 동안 스텔라님을 속박하는 것이 없습니다. 진실을 알려주시지요."

스텔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처음부터 말해주지요. 우리 엘프들은 용을 섬기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어요. 용과 우리의 마력을 합해, 숲을 감싸는 방어벽을 만들어 인간, 수족, 오크들의 침입을 막으며 살았죠.
그런데 그 때... 방어벽에 문제가 생겼지요. 방어벽을 유지하려면 용과 12명의 엘프 처녀들의 마법이 필요해요. 하지만 처녀가 아닌 엘프가 있었지요."

"그 사람이 다이애나인가요?"

스텔라는 주먹을 쥐고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 다이애나는 이미 사귀던 사람이 있었죠. 10년만 참으면 되는데, 두 사람은 그 사이를 못 참고... 처녀인 12명이 있어야 하는데, 다이애나 때문에 방어벽이 약해졌죠.
그 때 마왕이 침입해 우리를...
용은 우리 12명과 함께 이 곳을 탈출해 메디아로 갔어요. 그 곳에서 숨어있었죠."

"마왕이 당신들을 찾아왔군요."

"우리는 마왕이 올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를 죽일 방법을 생각했죠. 용은 마왕과 싸울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마르티나가 말했다. "함정을 준비했군요. 당신들 중 1명의 목숨을 댓가로."

스텔라가 마르티나을 노려보았다.
"맞아요. 그 함정은 엘프의 목숨으로만 작동되는... 우리 종족에서 최고최악의 마법이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마왕을 죽였지요."

"하지만 그 마법은 영혼을 죽이고 육체에 손상이 없는 것이죠. 그 이후에 당신들은 이 곳, 실바텍투라로 돌아왔고, 엘프를 재건했지요."

스텔라는 마르티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용이 우리에게 제안했어요. 여기에 용이 있으면 마왕은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용은 그 곳을 떠나려 했죠. 자기가 없다면 마왕도 우리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생각했고요."

"그런데 용은 용의 육체가 아닌 마왕의 육체를 가지고 다이애나와 북쪽으로 도망쳤죠. 다이애나는 임신한 상태였고."

내 말에 스텔라는 이를 악물고 떨고 있었고, 3사람은 놀랐다.

"450년 전... 우리 엘프들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어요."

"수인 출신들과 인간 출신들의 내전인가요? 로즈도 그 일에 관련이 있죠?"

스텔라는 고개를 숙였다.
"700년 전, 우리는 돌아와 혼혈을 결정하고 저를 포함한 3명은 수인 - 인간과 혼혈인 수인들과, 6명은 인간들과 혼혈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둘 사이에 차이가 컸죠."

"수인 출신의 엘프들과 인간 출신의 엘프들이 자연스레 둘로 갈라진 거죠?"

스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엘프인 리나가 왜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지 의심이 되었다. 리나도 엘렉트라도 신체적 능력에서 보통 인간들을 능가했다.
그런데 실바텍투라 안의 엘프들은 너무나도 연약했다.

그런데 방어벽 밖에서 본 엘프와 안의 엘프가 다르다는 것을 보고 실마리를 찾았다. 리나는 인간의 혼혈이 아닌 것이었다.

"지금 방어벽 밖에서 살고 있는 엘프들은 수인과의 혼혈들. 안은 인간과의 혼혈들이죠. 정확히 말해 순수한 수인이 아닌 인간과 수인의 혼혈들과 하이엘프 사이에 태어난 엘프들, 그리고 다른 종족의 피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인간 출신들로 갈라져 있죠. 우리는 수인 출신, 인간 출신으로 구분해 부르고 있습니다.
수인 출신들은 육체적 능력이 뛰어나지만 마법에 약하고, 인간 출신들은 육체적 능력이 약하고 마법에 강하죠. 그래서 처음엔 수인 쪽이 우세했어요.
하지만 인간 쪽에서 마법을 통해 저들을 이겨나가기 시작했죠."

"결국 전쟁이 나서 로즈의 남편이 죽고, 로즈가 쫓겨난 건가요?"

스텔라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나에게 우호적인 이유는 당신은 수족의 편, 내가 죽인 엘프들이 인간 쪽이라서... 인가요?"

스텔라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당신을 싫어하는 쪽은 어떻게 하죠?"

스텔라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인간 출신들과 싸울 방법을 알려준 것이 로즈입니다. 로즈는 인간세계에 살며 마법을 배웠어요. 우리들이 약한 이유는 마법이 약한 건데, 로즈가 알려준 인간의 마법은 우리에게 쓸모가 많았지요.
그래서 인간 출신들이 방어벽 밖을 나가지 않는 겁니다. 우리들은 숲의 마물들과 싸우며 살 수 있지만, 안의 엘프들은 그렇지 못해요.
하지만 그들은 우리들을 멸시하고 있죠."

페트리아가 물었다. "그런데 왜 당신은 최고 장로에서 쫓겨나지 않은 거죠?"

"하이엘프는 10명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이 방어벽을 만들었으니까요."
스텔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알리진을 찾아가 다이애나를 만났군요. 그리고 세레스를 보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다이애나라는 것을 알았지요?"

스텔라는 나를 쳐다보았다.
"잘 알고 있군요. 내전이 일어날 찰나에 나는 용을 다시 찾아갔어요. 그라면 내분을 멈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오크들의 도움으로 알리진에 갔지요. 그 곳에서 마왕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용과 다이애나, 그리고 세레스를 봤지요.
그 때 왜 우리의 방어벽이 약해졌는지 알았어요. 모든 일은 다이애나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녀가 육욕에 못 이겨 처녀를 버렸어요. 진작 우리에게 알렸으면, 우리가 대처할 수 있었는데, 그녀는 가족들을 위해 끝까지 숨겼어요. 그리고 아이를 낳기 위해 도망치고..."

스텔라는 주먹을 쥐고 떨고 있었다.
"그 때... 나는 다이애나를 비난했고, 그녀는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나는 용서의 조건으로 용이 우리에게 돌아오라고 했죠. 용은 승낙해 나와 함께 돌아왔어요. 하지만..."

"당신이 실바텍투라를 비운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군요."

"그 참상을 보고, 나도 그 용도 실망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실바텍투라를 안정시켜야 했죠. 그래서 마왕의 육체를 이용해 작은 방어벽을 다시 만들고, 인간과 수족 출신들을 분리한 겁니다."

"그리고 그 용은 마왕의 육체를 버리고 원래 용의 육체로 돌아갔군요."

스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해하는 우리를 위해 방어벽을 만들어주고 떠났어요. 물론 전에 있던 것보다 너무 작아서 지금같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 축소되었지만, 양쪽을 분리시켜 안정을 찾게 된 우리는 안심했어요."

"그 방어벽을 만들기 위해 마왕의 육체를 이용한 거죠?"

내 물음에 스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마왕과 다이애나는 용과 엘프들을 700년 간이나 속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 이들은 어떻게 될지...
어차피 알게 될 것이지만, 닥치지 않으면 믿지 못할 것을 미리 말해 논쟁을 자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모르는 척했다.

"한가지만 알려주시지요. 그 죽었다는 엘프, 그 시체를 어디에 묻었지요?"

스텔라는 머리에 손을 대고 고민에 잠겼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나지 않아요. 게다가 듣기에 메디아 근처는 초원으로 바뀌었다죠? 저희가 있을 때는 깊은 숲속이었지요. 제 기억으로는 마왕을 죽였던 그 동굴 바로 앞에 묻었어요."

"동굴이라면 용과 당신들이 숨어있던 그 곳인가요? 그 곳이 어디죠?"

"메디아의 한 가운데 있는 바위산, 그 안에 동굴이 있었어요."

여기서는 더 이상 실마리가 없었다. 메디아로 가야 했다.

"알겠습니다. 메디아에 갔다 오겠습니다."

스텔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말은 다시 오겠다는 말인가요?"

"물론입니다. 아직 이 곳에서의 일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뭘 하려는 거죠?"

나는 스텔라에게 가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스텔라의 얼굴이 굳어지고 나에게서 떨어져 노려보았다.
"지금 그 것을 나에게 믿으라는 건가요?"

"못 믿기 때문에 당신에게만 말하는 거죠. 제 말이 사실이라면 저는 이 곳에 다시 와야 합니다. 그 이유를 아시죠?"

"믿을 수 없어요. 도대체 이런..."

"저도 제 생각이 틀리기를 바랍니다. 만약 제가 다시 돌아오면, 그 때는 정말로 각오하셔야 합니다."

스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묻는 것에 아는대로 알려주십시오."

나와 스텔라는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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