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찌질한 마왕
티리스가 말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죠? 설명해 주세요."
페트리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말하자면, 그 둘은 연인사이였던 거야. 우리가 처녀성을 말할 때, 여성들 간의 관계도 포함해. 두 여성의 그런 일 때문에 방어벽이 약해진 것이고."
"여자끼리 그런 일? 그게 가능해요?"
"방어벽이 약해진 것을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내 친척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나는 세레스에게 가서 그녀에게 물었다. "마왕! 너는 알고 있지?"
세레스, 마왕은 웃었다. "맞아. 그 둘... 서로 좋아해서 죽고 못 사는 사이였지. 그래도 자기들 때문에 엘프들이 전멸한 것을 알고 죄책감에 절망하고 있었어."
"그 둘에게 제안한 거냐? 다른 10명을 살려주는 대신에 너에게 영원한 삶을 달라고?"
"그 둘... 고민 없이 내 말에 따라주더군. 그 옥산드라라는 계집이 방법을 알려줬어. 내가 용을 제압하고 그 영혼을 육체에서 빼버리고, 용의 육체의 힘으로 내가 가진 육체의 노화를 멈추게 하는 거지."
"하지만 그 것은 엘프들만이 가능했지?"
"맞아. 그래서 나는 엘프로 다시 태어나기로 했어. 옥산드라가 나섰지만, 나는 다이애나가 더 마음에 들었거든. 저기 봐! 얼마나 쫄깃한 줄 알아?"
티리스가 화가 나서 마왕의 배를 발로 찼다.
"그 둘... 더 이상 다른 엘프들에게 나설 수 없다고 했어.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저 계집 몸에 아이를 만들기로 한 거야.
옥산드라는 죽은 것으로 하고 도망치고, 다이애나는 나와 함께 여기로 왔지. 저 계집 몸에 아이가 생긴 이후로 나는 그 안에 들어갔어."
나는 비웃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여자였군. 그 것도 확인 안하고 해버린 거야?"
마왕이 소리를 질렀다.
"옥산드라! 그 계집이 날 속였어. 자기가 마법을 쓰면 반드시 남자가 태어날 거라고.
그런데 이게 뭐지? 마왕의 힘은 남자만이 쓸 수 있어. 내가 왜 이렇게 너에게 형편없이 진 줄 알아? 마왕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옥산드라의 잘못이 아니야. 신의 저주지."
마왕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신은 마왕의 힘이 사라지기를 원했어. 그래서 수명이 짧은 인간을 선택하고, 마왕의 힘이 남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마왕 가문에 여자만 태어나게 만들었어. 아무리 옥산드라가 애를 써도, 너희들은 아들을 낳을 수 없어."
엘렉트라는 놀라고, 3명은 슬픈 눈으로 마왕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널 데리고 원래의 육체로 돌려보낼 거야. 그리고 널 죽일 거야. 어때? 나와 정식으로 붙어보고 싶지 않아?"
마왕은 나를 노려보며 동의의 시선을 보냈다.
"그럼 용과 다이애나를 깨워!"
마왕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르티나가 마법을 풀어주었다.
줄이 풀리자 마왕은 다이애나의 석관에 가서 손을 대고 주문을 외웠다.
마왕은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결계를 해제했다. 나머지는 너희가 할 일이야."
티리스는 용의 이빨을 들고 눈을 감았다.
"다이애나도 깨우도록 하지."
나는 다이애나의 육체에 다가가 그녀의 몸에 손을 대고 마력을 주입했다. 하지만 그녀는 깨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마왕을 노려보았다.
마왕이 말했다.
"그 여자, 내가 잠재운 것이 아냐. 스스로 잠에 빠졌어. 나에게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스스로 육체를 버린 거야. 영혼이 어떻게 돼있는지 몰라."
티리스가 화가 나서 마왕의 배를 주먹으로 때렸다. "네 놈이 다이애나를 학대했으니 도망친 것 아냐?"
마왕은 배에 손을 대고 구토하며 말을 했다. "나... 나도 몰라. 단지 다이애나가 다시 일어나지 않은 것뿐이야. 그날... 내가..."
페트리아가 와서 마왕의 뺨을 때렸다. "다이애나를 가지고 놀았군."
"그럴 리 없어. 나는 400년 전부터 그녀를 안지 못했어. 이 몸으로 어떻게 하라는 거지?"
그 말도 맞는 것 같았다. 마왕의 육체가 엘프의 마을에 있던 것이 그 때부터이니까.
"그럼 어떻게 용과 다이애나가 너의 육체를 뺏을 수 있었던 거지?"
"그들은 내가 힘을 잃은 것을 몰랐어. 내 육체에 있을 때는 마음대로 힘을 쓸 수 있지만, 이 몸으로는 힘들었거든. 내가 이 몸에 있을 때, 나를 잠재우고 용이 내 육체를 가지고 도망쳤어. 나는 다이애나조차 이길 수 없었고."
"그냥 그렇게 살게 된 거냐? 그런데 왜 다이애나와 용은 너를 살려둔 거지?"
마르티나가 말했다. "그들에게 협박했군. 나를 죽이면 네 딸이 죽는다."
마왕이 웃었다.
페트리아는 화를 참지 못해 마왕을 다시 때렸다. 그리고 쓰러진 마왕을 발로 밟아댔다.
쓰러진 마왕을 내려다보며 페트리아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죠?"
"용이 돌아오면 다시 생각해볼 거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티리스가 외쳤다. "용이 깨어났어요."
용이 몸을 일으켰다.
"인간들. 나에게 약속하지 않았나? 알리진을 멸망시킨다고."
티리스가 용의 이빨을 치켜 들었다. "이 것이 너를 속박하던 것이다. 그 속박을 풀어주겠다."
티리스가 마법을 사용하자, 용의 몸에 마력이 흘렀다.
"이럴수가. 700년 만이다. 이제 마왕의 주박에서 해방된 것이다."
나는 웃으며 용에게 다가갔다. "이제 저런 찌질이의 명령에 따를 이유가 없다. 다른 국가들과 전쟁할 이유도 없다."
용은 마왕을 노려보았다.
"전쟁은 저 놈이 시작한 것이다. 자기가 마왕이 되어 전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 노망난 늙은이의 말을 들으라는 것이냐?"
마왕이 외쳤다. "내가 왜 늙은이냐? 나는 늙지 않고 영원히 산다."
티리스가 웃었다.
"방금 용과 대화를 했다. 아무리 용의 마법을 사용해도, 그 것은 노화를 늦추는 것이지 늙지 않는 것이 아니다. 네 놈의 육체는 벌써 죽기 직전이다.
그 증거로 네 놈 몸에 검은 점이 커지고 있지 않느냐?"
마왕은 놀라서 아무 말 못했다.
"인간과 엘프는 모두 늙어 죽는 존재. 너도 그렇다. 내 힘으로 노화를 늦추는 것이지, 멈출 수는 없다."
용의 말을 듣고 내가 말했다. "그럼 저 놈은 700세... 인간으로 치면..."
티리스가 말했다. "2배 정도 늦출 수 있으니, 저 놈은 거의 수명이 다한 겁니다."
마왕이 소리 질렀다. "네 이놈! 날 속인 것이냐?"
용이 말했다. "나는 속이지 않았다. 그 때 분명히 너는 나중에 늙어 죽는다고 했다."
"다이애나는 살아있는데, 왜 내가 죽는다는 것이냐?"
"다이애나는 이미 죽었다."
모두 놀랐다.
"그녀도 수명이 다해 죽었다. 하지만 너를 속이기 위해 그녀는 육체를 동결시키는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 놈들! 감히 나를 속이다니..."
마왕이 일어나 용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페트리아가 쓰러트렸다.
나는 용에게 다가갔다. "이제 내 부인이 되겠냐?"
"될 리가 있느냐?"
나는 웃으며 어깨를 돌렸다. "결국 너를 이겨야 하는가?"
"내 주박이 풀렸으니, 이제 너와 싸울 수 있다."
용은 몸을 일으켰다.
"여기는 좁으니 나가서 싸우지."
"그럴 것 없어. 넌 한방에 쓰러질테니까."
"그럼 한번 해보아라!"
용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용의 콧등 위로 고속 이동했고, 바로 주먹으로 용의 눈 사이를 가격했다. 용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엘렉트라는 압도적이 나의 실력에 아무 말 못했다.
티리스가 용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되면 3일은 깨어나지 못할 것 같아요."
"네 말대로 죽이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워."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마왕도 나의 실력에 질린 얼굴이었다.
나는 마왕에게 다가가는데, 마왕은 두려워 몸을 웅크렸다.
"이봐! 너 정말 마왕 맞냐?"
마왕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시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냥 죽어!"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신다면..."
우리 모두 마왕의 추태에 얼굴을 찌푸렸다.
티리스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죠?"
"어차피 이 세레스는 수명이 다해서 조금 있으면 죽을 거야. 용이 마력을 거두어간 순간 바로 죽을지도 모르지. 그럼 용이 문제인데..."
"용은 서방님께 졌으니 서방님의 뜻대로 움직일 겁니다. 하지만..."
"다이애나가 문제야?"
티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이 세레스에게서 마력을 거두어. 수명대로 살게 놔두자고."
티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용의 이빨을 통해 마력을 주입했다. 마왕의 육체인 세레스에게서 마력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마왕은 자신의 옷 속을 보고 울부짖었다. "안돼! 이렇게 죽을 수 없어."
페트리아가 마왕을 가까이서 보고 말했다. "온 몸에 검은 점이 퍼져있어요. 점점 퍼져가고 있어요."
엘렉트라가 말했다. "죽음이 가까운 겁니다. 검은 점이 온 몸에 가득하면 엘프는 죽습니다. 죽기 전에 더욱 빨리 퍼지지요."
마왕이 내 발을 잡았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이대로 죽을 수 없어요."
"신이 너에게 죽음을 선언했다. 나도 어쩔 수 없다."
마왕은 용에게 달려가 그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일어나! 일어나! 빨리 일어나서 나에게 마력을 주고 날 살리란 말야. 빨리."
마왕은 용의 머리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울부짖었다.
그 모습을 우리들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마왕은 울부짖으며 용을 때리다, 지쳐서 땅에 쓰러져 울었다.
엘렉트라가 말했다. "당신의 상태를 보니, 죽음이 오기까지 1년은 남았어요. 그 동안 삶을 정리하세요."
"안 돼! 이대로 죽을 수 없어."
마왕은 비명을 지르며 동굴을 뛰쳐나갔다.
엘렉트라가 물었다. "이제 용이 깨어나길 기다리면 되고, 방어벽은 어떻게 하실 거죠?"
"방금 우리는 용의 마법을 모두 없애버렸어. 너희 방어벽은 용의 마력을 이용한 거야. 이 곳에서 사라졌으면 그 쪽에서도 사라졌을 거야."
엘렉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고 싶어?"
"지금 당장."
나는 바닥에 워프 마법진을 그렸다. "여기를 통하면 실바텍투라 근처로 갈 수 있어."
"고맙습니다."
엘렉트라는 즉시 마법진 위에 서서 워프로 떠났다.
용이 깨어날 때까지 할 일이 있었다. 주위 큰 바위를 잘라 평평한 면에 마법진을 새겼다. 그 바위를 못 움직이게 새겨진 면을 땅에 닿게 하고, 동굴 벽을 부숴 큰 바위들이 위에 쌓이게 했다.
이 것을 무책임한 놈이 원하는 2개의 마법진 모두 설치한 것이었다.
..............
2일 후, 용이 깨어났다.
나는 용 앞에 섰다. "이제 나를 따르겠느냐?"
용은 눈을 감고 내 앞에 머리를 숙였다. "따르겠습니다."
"이제 너는 내 부인이 되어야 한다."
"부탁이 있습니다. 전 엘프가 되고 싶습니다."
"알겠다. 네 부활의 육체로 다이애나의 것을 사용해라."
"감사합니다."
티리스가 용에게 다가가 손으로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된 거야. 너도 나처럼 서방님의 부인이 되는 거야."
용은 티리스의 몸에 얼굴을 비벼댔다.
페트리아가 동굴 안으로 들어와 외쳤다. "여기 와보세요. 그 놈이... 마왕이..."
우리가 나가보니, 동굴이 있는 산 주위를 병사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티리스가 비웃었다. "결국 포기를 못하는 군요."
"마르티나, 그 놈은 어디에 있지?"
마르티나가 스캔으로 살펴보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맨 뒤에 있어요."
"겁쟁이놈. 앞으로 나서지도 못하네."
우리에게 세레스, 마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 마법이었다.
"너희들은 완전히 포위되어 있다.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페트리아가 비웃었다.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나? 저러고도 마왕이야?"
페트리아가 하늘로 날아올라서, 마왕을 향해 빠르게 떨어졌다. 갑작스런 공격에 아무 반응을 못하고 마왕과 그 주위의 사람들이 페트리아의 공격에 쓰러졌다.
페트리아는 마왕을 안고 하늘을 날아 우리에게 왔다.
티리스가 물었다. "왜 죽이지 않았지?"
"이 놈을 죽이면, 저기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공격할 거야. 쓸데없는 살생을 하고 싶지 않아. 여기 이놈이 인질이면 우리를 공격할 수 없어."
페트리아가 마왕을 내 발 앞에 던져 놓았다.
마왕은 나를 보고 내 발을 잡았다. "살려주십시오."
우리 모두 마왕을 보고 웃었다.
"먼저 너의 군사들을 물려. 우리는 저들을 죽이고 싶지 않거든."
마르티나가 마왕의 등의 옷을 찢었다. 그, 아니 그녀의 등을 보니, 검은 멍 같은 반점이 등에 가득했다. 수명이 다해간다는 증거였다.
"제발 살려주세요. 계속해서 검은 점이... 이대로 나는..."
"늙으면 죽는 것이 자연의 이치야."
"저는 동의할 수 없어요. 저는 영원히 살아야 해요."
그 말에 3사람이 웃었지만, 나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왕은 내 부인들을 가리켰다. "저기 저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들이 나보다 나이 많은 것을 잘 알아요. 그러니 저도 저 사람들처럼."
나이 많다는 말에 3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자의 나이는 물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700살이 넘은 할머니가 자신들보다 어리다고 하니, 세사람이 화가 나는 것이 당연했다.
나는 손을 올려 세사람을 진정시켰다.
"그냥 죽어. 왜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살려는 거지?"
"살고 싶습니다. 아니, 살아야 합니다."
나는 웃으며 등을 돌려 동굴 속의 용을 불렀다. "이제 가야해. 우리와 함께 가자."
용은 동굴을 나와 우리 옆에 앉았다.
나는 마왕을 바라보았다. "세레스, 아니 웬투스.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생을 정리해. 다시 노망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말고, 이대로 삶을 정리하라는 거야."
마왕은 내 발을 붙잡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좋아. 살려주지. 단! 조건이 있어."
"말씀만 하십시오. 뭐든지 하겠습니다."
"다이애나를 다시 살려."
"그... 그건 저도 불가능합니다.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 일은..."
"나도 죽어가는 너를 다시 살리는 것이 불가능해."
나는 티리스를 보았다. "티리스. 준비 끝났지?"
"네. 다이애나의 석관을 주머니에 넣었어요."
나는 마왕의 손을 뿌리치고 용의 등에 올라탔다. "모두 가자!"
나는 용의 등을 타고, 3명은 스스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래에서 마왕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용의 등을 두드렸다. "어이! 저 녀석도 데려가자고."
용은 발로 마왕의 몸을 잡고 하늘로 떠올랐다. 아래에서 마왕의 비명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