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새 부인은 하이엘프
그 때에도 나와 마왕은 칼을 부딪히며 싸웠다. 아무리 내가 그의 몸에 상처를 내도 곧바로 회복되었다. 마력이 충분히 공급되는 증거였다. 나도 모아둔 마석을 10개 가까이 소비하며 싸웠다.
갑자기 산 정상에서 폭발하는 소리가 나며, 용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와 마왕, 도망치던 인간 엘프들, 싸우던 수족 엘프들도 모두 동작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보았다.
용이 하늘에 대고 외쳤다. "모두 싸움을 중단하라! 내 명에 따라 엘프들은 싸움을 중단하라!"
엘프들은 모두 멈춰서 하늘을 올려보았다.
"이 싸움은 마왕들끼리의 싸움이다. 끼어들지 말고 지켜만 보아라!"
티리스, 페트리아, 마르티나가 날아와 내 옆에 섰다. "서방님. 명대로 세레스를 깨웠어요."
"문제는 없었어?"
"세레스가 이 것이 자기 몸이라며 기뻐하며 날뛰었죠. 말리느냐고 힘들었어요."
티리스가 웃었다.
나는 마왕에게로 걸어갔다. "이제 마음 놓고 싸울 수 있겠어."
"용을 깨운 것과 우리 싸움이 무슨 상관이지?" 그렇게 말하는 마왕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는 용의 육체에서 지속적으로 마력을 공급 받았어. 이제 용이 깨어났으니, 더 이상 마력이 공급되지 않아. 너의 사기적인 회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거지."
"네 놈도 외부에서 마력을 공급받고 있지 않느냐?"
그 말에 나는 갑옷을 벗었다. "그럼 외부 공급 없이 지금 있는 마력으로만 대결 할까?"
마왕도 갑옷을 벗었다. "바라는 바다!"
우리는 갑옷을 벗고 칼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남은 것은 한방! 단 일합에 승부를 결정짓는 승부였다.
서로 노려보는 10초가 지나고, 우리는 마지막 승부를 머리 속에 그렸다.
먼저 마왕이 달려들었는데, 나는 마왕의 칼을 살짝 피하고 그의 배에 무릎으로 가격했다. 마왕은 배를 잡고 쓰러졌고, 나는 그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시간 지체 마법을 사용해 내 눈에 웬투스의 움직임은 평소보다 10배 느리게 느껴졌다. 웬투스의 느린 움직임의 빈틈을 잡고 반격에 성공한 것이었다.
외부 마력 공급이 줄어든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보다는 순간 출력. 순간적인 마력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법 사용 경험이 많아야 하는데, 나에게 실전 마법과 전투 경험은 부족하지 않았다. 게다가 난 순간적으로 마력을 모으고 사용하는 기술에는 내가 최고라 자부했다.
지금 웬투스의 공격에 나는 시간 지체 마법을 사용 중이었다. 그런 마법을 쓰면서 신체 강화까지 쓰려면 마력 소비가 장난이 아니다. 동시에 2가지 마법밖에 사용 못하는 상태에서 여러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효과를 내려면, 각 마법의 지속시간과 출력을 조정해야 했다. 마력의 순간 출력과 함께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웬투스는 그렇게 몇 가지 마법을 동시에 사용할 만큼 순간 출력이 높지 않았지만, 나는 할 수 있었다. 결국 경험의 차이로 나는 웬투스를 이길 수 있었다.
마왕은 입에서 침과 토사물을 흘리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뭘 망설이지? 죽여라."
"시간을 주려는 거다."
"뭐?"
"네 영혼이 떠나갈 시간."
마왕이 피식 웃었다. "알고 있었나?"
"물론. 너희들은 육체를 두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을 하니, 다른 육체로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 너희들은 엘프들이 위기에 쳐했다는 말을 듣고, 원래의 육체를 두고 기존 육체를 사용한 거지?"
"잘 아는군. 나와 다이애나는 지금까지 다른 육체로 다른 삶을 살고 있어. 하지만..."
"하지만 뭐지?"
작게 말하는 마왕의 말에 나는 조금 충격을 먹었다. 인간 엘프와 수족 엘프가 부부라니...
"그래도 나와 다이애나는 서로 사랑하고, 우리 사이의 아이들도 문제 없이 커가고 있다."
"그래서 시간을 주는 거야. 나는 네 육체를 말살시켜야 해. 그러면 너희들은 다시 원래의 육체로 돌아올 수 없어. 그 걸로 된 거야. 옥산드라의 마지막 부탁이니까."
옥산드라는 마지막에 정령의 형태로 나에게 부탁했다. 그들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달라고. 평범하고 편안히 삶을 마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프 엘프지만 우리는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어. 저기 싸우고 있는 엘프들... 아버지와 어머니도 저렇게 서로 싸우다 사랑에 빠졌지."
"인간 엘프와 수족 엘프 사이의 아이들이냐?"
"항상 우리는 서로 싸우는 엘프들을 비웃었어. 이런 식으로라도 우리들이 서로 화해했으면 좋겠어."
"그게 너희의 마지막 소원이야?"
"그걸 왜 묻지?"
"마지막 소원은 들어주고 싶으니까."
"맞아. 네 힘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그렇게 해줘."
"너희는 지켜볼 거잖아?"
"그보다 나와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가야할 세상이니까."
마왕은 나를 보며 웃었다.
마왕이 다이애나를 보자, 다이애나는 마왕에게 걸어와 그와 몸을 밀착했다.
"이제 우리는 이 육체를 영원히 버리고, 평범한 엘프로 살아갈 거야. 부탁해."
둘은 눈을 감았다.
지켜보는 세 사람이 눈물을 흘렸다.
티리스가 눈물을 닦고 물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죠?"
"마왕이 죽었으니, 용을 데리고 우리의 세상으로 돌아가야지."
용이 말했다. "나에게 저 엘프의 육체를 주십시오."
모두 놀라서 용을 바라보았다.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완전한 엘프의 육체로 살고 싶습니다."
나는 티리스를 바라보았다. 티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용! 저 둘이 육체를 떠나는 순간, 우리는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거야. 그러니 네가 원하는 육체를 가지고 와. 할 수 있지?"
티리스가 용을 만졌다. "걱정마. 내가 인도해 줄게. 나를 따라와."
용과 티리스는 시선을 나누었다.
나는 다이애나를 바라보았다. "이 육체는 버려야 할 것. 너희들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이 육체는 수명이 거의 다 했어. 그래도 좋아?"
용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엘프들을 향해 외쳤다.
"이제 용도 방어벽도 사라졌습니다. 여러분들은 저 거친 자연과 맞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아무 것도 여러분을 지켜주지 못하지만, 아무 것도 여러분들을 방해하지 못합니다.
방어벽 밖에서 사는 분들은 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갈 방법을 알고 있고, 방어벽 안에서 사는 분들은 이 숲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힘을 합쳐, 서로 돕고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모두들 동의의 시선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부모의 혈통과 출신을 문제로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서로 정을 나누고,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사랑하며 서로 화목하게 지내야 합니다."
그 말에 몇 명은 움찔했다.
"이미 여러분들 사이에 혼혈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이 더 이상 종족을 문제로 고민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몇 명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제 우리는 여기를 떠날 겁니다. 이제 내일의 일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나는 다시 마왕을 바라보았다.
마왕과 다이애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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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무책임한 놈의 세상이 펼쳐졌다.
"이번에도 잘했어."
- 뭐 그런 거지.
"부인이 또 늘은 거야?"
- 물론. 이제 3명 더 남았어.
"앞으로 수고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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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학교 축제 안이었다.
나는 눈을 뜨고 마르티나와 눈이 마주쳤다.
페트리아가 일어났다. "빨리 성으로 돌아가야 해요."
마야가 눈치를 챘다. "파르노, 아나킨과 함께 성으로 올라가. 소환에 다녀오신 것 같아."
나와 파르노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즉시 성으로 워프했다.
성에 들어오니, 티리스, 마르티나, 페트리아가 먼저 와 있었다. 클레어는 호수로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서 워프한 거지?"
"건물 안의 계단은 조용하거든요."
나는 피식 웃고, 성 위의 방어벽을 제거하니, 티리스가 하늘을 날아가, 용을 타고 내 앞에 안착했다. 용은 다이애나의 육체를 태우고 있었다.
티리스는 정원 호수 가운데의 석상으로 날아가 아래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안에 용이 하나도 없었다. 클레어가 각성한 것이었다.
티리스가 용을 보고 말했다. "이 안에 들어가. 육체는 여기에 두고, 영혼은 저 다이애나의 육체를 사용해도 좋아."
용은 티리스의 말대로 호수 아래의 공간으로 내려가 앉아서 웅크렸다. 멀리서 보니, 다이애나가 일어섰다.
호수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다이애나에게로 갔는데, 다이애나가 가쁜 호흡으로 땅에 쓰러졌다.
티리스가 가서 다이애나를 안았다. "괜찮아?"
"이 육체... 너무 늙었어요. 이제 육체의 수명이 다해서..."
파르노가 내 옆으로 와서 자기의 손가락을 다이애나의 입에 집어넣었다.
"이 피를 마셔. 그럼 다시 젊어질 거야."
다이애나의 목에 무언가 넘어가는 것이 보이자, 그녀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파르노, 언제 온 거지?"
"소환에서 온 거면, 부인이 늘어나는 거잖아? 본처인 내가 빠질 수 없어."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다이애나가 정신을 차리자, 파르노는 상처 난 손가락으로 다이애나의 목덜미에 마법진을 그렸다
다이애나는 일어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제부터 저의 사랑은 오직 서방님뿐입니다. 제가 이 사랑을 배신하는 순간, 내 몸이 수천조각으로 찢겨 땅 밑으로 떨어질 것을 맹세합니다."
그 말을 하는 다이애나는 내 부인이 된 것이었다.
나는 다이애나를 공주님 안기로 안았다.
다이애나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뭐하시는 거죠?"
"부인이 되었으면, 남편에게 봉사해야지."
몇 시간 후, 어두워진 마왕성에서 저녁 식사가 열렸다. 오늘은 새로운 부인이 생겨서, 모두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나와 함께 다이애나가 식당으로 나왔고, 다이애나는 다른 부인들에게 치마를 들며 인사했다.
"인사드립니다. 오늘 서방님을 부인이 된 세레스입니다."
너무도 완벽한 궁중 예절에 마야, 제니스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티리스가 물었다. "세레스라는 이름을 쓰고 싶어?"
"700년 동안 불려진 이름이라 익숙합니다. 그런데 이 육체... 많이 불편해요."
"하프와 하이엘프의 차이야. 빨리 익숙해져야해. 그리고 빨리 각성해야 하고."
"각성이라면, 여러분들처럼 용의 육체와 하나가 되는 건가요?"
"잘 아네?"
"티리스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티리스님’이라는 말에 티리스의 얼굴이 실룩였다.
파르노가 말했다. "이제부터 너를 세레스라 부르겠다. 너는 오늘 서방님의 부인이 되었으니, 서열에서 가장 밑이다. 알았나?"
세레스는 가슴에 손을 얹고, 몸을 천천히 굽히며 말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너무나 기품 있는 행동에 모두가 웃었다. 특히 제니스가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클레어. 너는 각성했지?"
모두의 시선이 클레어에게 쏠렸다.
"아앙~! 모두에게 놀래줄려고 했는데... 서방님은 어떻게 아신 거죠?"
"오늘 보니 네 용의 육체가 없었어. 언제지?"
"며칠 되었어요."
파르노가 클레어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왜 말 안한 거지?"
"모두가 놀라게 해주려고요."
제니스가 말했다. "네가 온 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각성이라니..."
"나와 용은 천년 이상 같이 지냈거든요. 하나가 되는 것에 거부감도 없고, 그동안 서로를 잘 알아서 빨리 각성할 수 있었죠. 어때요? 저, 대단하죠?"
클레어가 웃는 모습에 모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 특기는 뭐지?"
"여신일 때부터 제 특기는 힐링과 버프였잖아요. 모두 잘 부탁드려요."
클레어가 웃으며 모두에게 몸을 굽혀도, 모두들 일그러진 얼굴로 클레어를 노려보았다.
"다음 소환엔 파르노, 티리스, 클레어가 같이 가도록 하지. 클레어, 준비하고 있어."
"저는 언제든지 서방님을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어요."
제니스가 일어서 클레어에게 가서 그녀의 뺨을 때렸다.
"웃지마. 네 얼굴말 보면 신물이 나와. 네가 얼마나 우리를 괴롭혔는지 알아? 내가 제일 힘들었어. 내가 널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 넌 내게 감사해야 해. 알고 있는 거야?"
"어머나... 제니스님은 아직도 그 때를 잊지 않은 거예요?"
"너는 잊었지만, 나는 잊지 않았어. 다른 사람들도 같아."
모두가 클레어를 보며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클레어가 일어서 모두를 향해 몸을 굽혀 인사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각성에 성공해도 저는 여러분들이 밑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실실 웃는 클레어에게 모두가 얼굴을 찡그렸다. 도대체 정이 안가는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