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클레어의 폭주(2)
세레스가 중얼거렸다. "모두 단순하네. 그런 거짓말을 믿다니."
나는 놀라서 세레스를 바라보았다.
"지금 클레어가 환영 마법으로 거짓을 보여줬는데 그 것을 믿고 흥분하니 정말 순진하네요."
나는 세레스를 바라보았다. "뭐가 거짓말이고 환영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저 목걸이하고, 티리스의 행동, 서방님의 태블릿이요. 그리고 마지막에 현정의 행동."
"뭐?"
세레스가 한쪽을 가리켰는데, 그 곳에 현정과 티리스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 허공에 말하고 있었다.
"뭐야? 저 사람들 뭐지?"
"클레어의 기술이죠. 환각 마법. 둘은 지금 누구하고 대화 중이에요."
세레스가 마력을 내뿜자, 두 사람이 깨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엄마. 어디 간 거야?"
"서방님? 왜 거기 계시죠?"
나는 주머니 안을 확인했다. 태블릿이 그대로 있었다.
나는 이마를 잡고 웃었다. "하하... 완전히 당했어. 세레스. 언제부터 마법이 걸린 거지?"
"클레어가 용으로 변신하기 직전에. 클레어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모두가 용을 본 것처럼 보였죠."
나는 세레스를 안고 호수 가운데로 점프했고, 세레스가 석상에 손을 대자 아래가 열렸다.
그 곳에 분명히 2마리의 용이 있었다. 그 것을 보고 티리스와 현정이 놀랐다.
다시 호수를 닫고 돌아온 우리에게 티리스와 현정이 다가왔다.
"서방님. 어떻게 된 거죠?"
"보았듯이, 우리가 속은 거야. 클레어의 환각에 완벽히 속았어."
현정이 말했다. "어떻게... 그리고 세레스는 어떻게 당하지 않은 거지?"
"저는 엘프라 저주에 강해요. 특히 저런 환각 마법에는 당하지 않죠."
티리스가 화가 난 듯 발로 땅을 두드렸다. "이 썩을 계집! 감히 날 속이다니."
"티리스, 현정. 어서 가봐. 다른 사람들은 환각에 깨어서 혼란스러워할 테니."
현정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어, 나는 마왕성에 있어. 그래. 클레어의 농간이야."
전화기의 목소리가 커졌다.
"우선 시험이 중요하니, 나와 티리스는 내려가겠어. 여기는 서방님에게 맡겨둘 거야."
"맞아. 저녁에 와서 귀여워해줘야지."
현정이 클레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세레스가 말했다. "이미 도망쳤어요."
그 말에 티리스가 클레어에 가까이 갔는데, 갑자기 클레어가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거지?"
"방금 전에 다른 사람들이 워프로 떠날 때, 같이 갔어요."
현정과 티리스는 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잠깐! 클레어는 밖에서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현정이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버려둬. 그런 계집. 한번 당해봐야 정신 차려."
그거야 그렇지만...
"난 9시에 시험이니까. 이만 내려갈래. 그 여자에 대한 것은 더 이상 듣기 싫어."
현정은 화난 걸음으로 워프 마법진으로 갔고, 티리스가 따라갔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나는 세레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환각 마법에 걸리지 않지?"
"저런 환각 마법은 솔직히 엘프들의 특기에요. 숲 속에 인간들이 오면 자신들을 찾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죠. "
"쓸 줄 아니까 걸리지 않는다?"
세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 용은 뭐지?"
"아마 각성을 했다는 것이 거짓말인 거죠. 다른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용이 사라진 것처럼 환각을 씌운 거죠.
저는 처음에 클레어가 각성 했다는 소리를 듣고, 왜 용의 마력이 나오지 않는지 궁금했는데, 이제보니 각성을 못한 거죠."
나는 허탈해서 하늘을 보고 웃었다. "내가 이렇게 완벽하게 속다니... 정말 어이가 없네. 세레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환각에 걸리지 않지?"
세레스는 나에게 반지를 보여줬다.
"이렇게 자기 몸에 지닌 것을 기준으로 삼는 거죠. 그 것의 감각을 기억해 잊지 않고 있는데, 환각에 빠지면 느낌이 달라져요. 그 때 원래의 감각을 기억하면 환각이 깨어지죠."
"무슨 소리인지..."
"환각은 감각을 꼬이게 만드는 것. 감각이 이상해지면 환각에 빠진 거죠. 환각에 빠진 것을 알면 환각과 실제를 구분할 수 있어요."
무슨 소리인지 몰라도, 내 몸에 대한 감각을 우선하면 환각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클레어는 왜 밖으로 나간 거죠? 전 무서워 밖을 보지도 않는데."
"아차~! 그 것을 생각 못했네. 클레어를 어떻게 찾지?"
"솔직히 그 정도의 정교한 환각 마법을 쓴다면, 자신의 종교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이거 큰 일 났네. 클레어가 밖에 나가서 어떤 문제를 만들지...
"그래도 걱정 없어요. 서방님이 계시면."
"내가 있으면?"
"모르셨어요? 서방님께서는 우리들의 마력을 제어할 수 있어요. 만약 클레어가 마음에 안 드시면 마력을 영원히 쓰지 못하게 할 수도 있죠."
얼라리요? 그건 처음 듣는 말인데?
"서방님께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제어하실 수 있어요. 밤에 나를 그렇게 움직이게 만드셨잖아요. 마법도 같아요. 마법을 쓰게 만들 수도 있고, 못쓰게 만들 수도 있어요. 특히 클레어는."
"특히?"
"클레어는 여신이었으니까, 신의 맹약에 해당되죠. 신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고, 말 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해요. 클레어는 서방님에게 복종하기로 맹세했으니까, 서방님께서 클레어의 마법을 금지하시면 클레어는 마법을 사용 못해요."
그런 것이 있었군. 이건 쓸모가 있겠어.
"그런데 클레어는 어떻게 찾지?"
"밤이 되면 다시 돌아올 걸요?"
"뭐?"
"서방님께서 부인들에게 행동 원칙을 주셨죠? 10시 이전에 마왕성에 돌아와야 한다고. 그러니 클레어도 그 전에 돌아올 거예요."
그럼 안심? 하지만 14시간 동안 그 사고 뭉치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어째든 내 일이 바쁘니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런데 그 것이 엄청난 결과로 돌아왔다.
10시가 가까워졌는데, 클레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현정과 마야, 티리스는 시험이 끝나자마자 돌아왔고, 페트리아, 파르노, 제니스, 마르티나는 오후 시험을 끝내고 돌아왔다.
그녀들이 마왕성에 돌아오는 이유는 마왕성 안이 조용해서 공부하기 제일 편하기 때문이었다. 모두의 방에 소리 결계로 외부의 소리가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마물을 이용해 음료수를 공급받을 수 있어 편했다. 그래서 내 부인들은 도서실이 아닌 개인 방에서 주로 공부를 한다.
시험 기간 동안 심심한 것은 나였다. 보통 2명이 교대로 나와 함께 하는데, 시험 기간 동안은 예외였다.
그래도 세레스는 내 방에 가끔 들어와 음료수를 놔주고, 잠시 쉬려고 하면 내 어깨를 안마해주는 등의 봉사를 했다. 정말 마음이 따뜻해졌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식당에 모인 것은 나와 8명의 부인들, 클레어가 빠져 있었다. 클레어를 손 봐주려 벼르던 티리스와 현정은 그녀가 없어서 아쉬운 표정이었다.
파르노가 말했다. "클레어... 이대로 두어도 될까요?"
"린이 만든 목걸이를 가지고 있어서 정신을 잃거나 위험을 느끼면 바로 이 곳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
티리스가 탁자를 내리쳤다. "그런 여자. 어디서 크게 혼나야 해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문제야. 워낙 능력이 뛰어나니, 또 무슨 문제를 벌릴지..."
"능력이 뛰어나요?"
"우리 모두 당했잖아?"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문제는 현대 문명을 모른 채, 환각 마법으로 사기라도 친다면..."
내 걱정에 모두가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나쁜 예감은 반드시 들어맞는다고 했던가? 대형 사고가 우리 앞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10시 가까이 되자, 클레어가 양 손에 가득 물건들을 들고 돌아왔다.
클레어가 왔다는 소식이 마물들을 통해 전해지자, 우리는 모두 워프 마법진으로 나왔다.
클레어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모두 여기서 날 기다린 거예요? 고마워요. 저를 마중 나와 줘서."
티리스가 주먹으로 뼈소리를 내며 다가갔다. "오늘 아침의 빛을 갚아야지?"
클레어는 웃으며 양손에 든 물건들을 내려놓고, 한 쇼핑백을 짚어 티리스에게 내밀었다.
"이건 뭐지?"
"티리스님에게 드리는 선물이에요."
티리스가 꺼내보니, 예쁜 스커트였다.
"입어보세요. 티리스님 사이즈에 꼭 맞을 거예요. 제 눈설미는 정확하거든요. 그리고 여러분들 모두에게 선물을 가져왔어요."
클레어는 부인들에게 쇼핑백을 하나씩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건 서방님 것."
나에게 상자 하나를 쥐어주었는데, 포장지를 뜯어보니 랩탑pc였다.
"너... 무슨 돈으로 이걸 산 거지?"
"여신은 돈이 필요없죠."
"그러니까. 넌 이 물건들을 그냥 가져 온 거야?"
"모두 감사하며 물건을 주던데요?"
현정이 말했다. "호... 혹시 너... 환각 마법을 쓴 거야?"
클레어가 웃었다. 긍정이었다.
"야! 이건 도둑질이야."
"들키지 않으면 도난 사고지요."
"이렇게 많은 물건을 가져오고 들키지 않을 거라고?"
"제 환각 마법으로 그들은 돈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 그들은 잘 모를 거예요."
현정이 머리를 두 팔로 긁으며 말했다. "너... 혹시 기계를 속일 수 있어?"
"기계를 속여요?"
"CCTV에도 환각 마법이 통하는 가 말야?"
모두 놀라서 얼굴이 허옇게 되었다.
"네가 아무리 사람들을 속여도, 네가 물건을 가지고 간 장면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어. 혹시 너 그거 알고 있어?"
클레어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웃었다. "몰랐어요."
모두 황당한 얼굴로 클레어를 바라보았다.
나는 외쳤다. "모두, 상품들을 그대로 포장해. 티리스는 스커트를 잘 포장해서 원래대로 해. 모두 반품, 아니 돌려줘야 해."
클레어가 천진하게 웃었다. "왜요? 마왕성에까지 저 인간들은 올 수 없잖아요."
"그럼 넌 다시 밖에 나가지 않을 거야?"
"그 때 되면 다시 환각 마법으로 도망치죠."
이거... 구제불능... 죄책감이라고는 1%도 없는... 이 여자 정말 전직 여신 맞아?
모두 자기가 뜯은 포장지를 다시 붙여서 원래대로 만드는데 바빴고, 나도 노트북을 다시 포장했다.
다 포장하고, 나는 클레어를 노려보았다. "클레어. 내일 당장 이 물건들을 돌려줘. 그리고 사과해."
"내가 왜요? 인간들이 저에게 공물을 바치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게다가 그들은 나에게 감사하며 기꺼이 이 물건들을 바쳤어요."
제니스가 나섰다. "너... 정말 여신 맞아? 윤리 의식이라고는 전혀 없는데,"
"여신이 인간의 법칙을 지킬 필요가 있어요?"
파르노가 클레어 앞으로 갔다.
"서방님의 부인이 된 이상, 너는 우리의 법을 따라야 한다. 우리는 현대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라. 이 것은 서방님의 명령이야."
"그러니까, 왜 그런 하등 인간들의 법을 우리가 따라야 하죠?"
"서방님의 명령이니까."
"전 싫어요."
갑자기 내 손가락의 감각이 틀려졌다. 클레어가 환각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나는 즉시 마력을 방출해 클레어의 마법을 깨어버렸다.
모두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라? 클레어가 울고 있었는데?"
티리스가 땅을 보다가 서 있는 클레어를 보았다. "너, 지금 다시 환각으로 우리를 속인 거야?"
마야가 물었다. "지금 환각을 깨버린 것이 서방님이시죠. 어떻게 아셨죠?"
세레스가 말했다.
"환각에 걸리기 전에 감각이 꼬이는 느낌이 있어요. 그 느낌을 기억하면 환각에 빠진 것을 알 수 있죠.
모두 몸에 지니거나 특정 부위에 대한 감각을 잘 기억해 두세요. 그 감각이 꼬이면 환각에 걸린 거예요."
클레어가 울 듯이 말했다. "아잉~! 내 특기를 막는 방법을 그렇게 말해주면 어떻해.... 세레스는 바보!"
티리스가 클레어의 목을 잡았다.
"바보는 너야. 지금 네가 이 물건들을 가져온 곳에서 어떤 난리가 났는지 알아? 만약 이 물건들 때문에 환각에 걸린 사람들이 피해 입는 거야."
나는 헛기침을 했다.
"티리스 말이 맞아. 만약 CCTV로 확인하면, 물건을 내어준 사람이 대신 물어줘야 해.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안돼."
"그 정도는 저에게 줘야 잖아요. 저는 여신이에요."
나는 즉시 마력을 방출했다. "너는 내 부인이야! 네 잘못은 내 잘못이야. 알고 있어?"
내 분노에 가득 찬 마력에 모든 부인들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우선 클레어에 대한 처분은 당군간 마왕성을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하고, 아직 각성을 못했으니 티리스에게 맡기겠어. 그 동안 우리 모두 티리스에게 터치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클레어의 얼굴이 허옇게 되고, 모든 부인들은 웃었다.
"그리고 페트리아! 너는 내일 시험이 없지? 미안하지만 나와 동행해줘. 나는 오전에 시험이 2개뿐이야. 오후에 이 물건들을 처리해야 해."
페트리아가 물었다. "다시 돌려주시려고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돌려주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러면 환각에 걸린 점원들에게 피해가 가. 그러니 내가 값을 치러야지. 그러니 내일 같이 다니는 것이 좋겠어."
페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클레어에게 마법을 걸었다.
클레어가 자신의 손으로 몸을 여기 저기 만졌다. "제 몸에 뭘 하신 거죠?"
"네 몸에 추적 마법을 걸었어. 네가 어디에 있던지, 내가 명령하면 즉시 나에게 달려와야 해. 그리고 마왕성 결계의 설정을 바꿔서 네가 이 안을 나가지 못하게 했어.
내가 허락할 때까지 넌 이 안을 나가지 못해. 알았어?"
클레어가 고개를 숙였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