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클레어의 폭주(3)
다음날, 시험을 끝내고 나는 페트리아와 함께 클레어가 물건을 구입한 백화점의 점포들에 일일이 방문해 결재를 했다.
예상대로 몇몇 상점에서는 점원들에게 피해 보상에 착수했었고, 내가 찾아가자 고맙다고 우는 직원도 있었다. 몇 곳에서는 피해 사실 조차 알지 못했다.
그렇게 모두 값을 치루니, 총 금액의 자리수가 7자리에 가까웠다.
그 여자... 하루 나절에 얼마나 쓴 건지. 정말 어이가 없다 못해 헛웃음이 났다.
나와 페트리아는 휴식을 위해 백화점의 카페에서 음료를 마셨다.
페트리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전에 말씀 드린 것... 죄송해요."
"뭐가?"
"티리스에게 들었어요. 서방님의 생각을. 그리고 지금 우리의 상태에서는 아이가 있다면 불행하게 만들 뿐이라고. 서방님의 생각이 맞아요."
"나도 수아와 마야를 보고 알게 된 거야. 다른 세상에서 온 너희들이 이 세상에서 제대로 아이를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아. 그래서 너희들의 대한민국 적응이 최우선이야."
페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일처럼. 너희들이 마왕성 밖에서 마음껏 마법을 사용하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할 거야."
"오히려 힘을 가지고 있다고 알리는 것이 더 좋지 않아요? 사람들이 우리를 쉽게 보지 못하고, 더 대우받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절대 아니야.
내가 프레드릭에 대해 말했잖아? 능력 있고 공이 많으면, 결국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두려움이 증오로 표출되어, 결국 사회에서 쫓겨나게 돼. 너희들도, 너희들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그런 증오를 이겨나가면 되잖아요. 우리에게는 그런 힘이 있어요."
"만명을 상대할 능력이 있지.
하지만 여기 문명인들은 한번에 억대의 인간들을 죽일 수 있는 무기가 있어. 그리고 우리가 마법을 쓸 수 없는 거리에서 공격할 총이 흔하고, 우리의 방어벽을 전개할 시간을 주지 않고 동시에 수천개의 총알과 폭탄들이 공격할 수 있어.
그런 세상에서 조금 능력 있다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야."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죠?"
"세가지가 있어. 첫째 현재 대한민국에 적응하는 것, 둘째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 셋째 마왕성에서 나오지 않고 그 안에서만 사는 것.
나는 얼마 후에 너희들에게 자유를 줄 거야. 셋 중에 선택하라고."
"우리를 원래 세계로 보낼 능력이 있나요?"
"아직은 없어. 하지만 조만간 가지게 될 거야. 그래서 시간이 필요한 거야."
페트리아가 고개를 돌렸다. "서방님께서는 우리가 가겠다고 하면 잡지 않으실 거예요?"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사정은 할 거야. 하지만 끝까지 가겠다고 하면 말리지 않아."
페트리아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저는 남고 싶어요."
나는 빤히 페트리아를 바라보다 웃었다. "그럼 넌 대한민국 생활에 적응해야해. 그래야 네 아이에게 가르쳐줄 수 있어."
"여기에서 사는 방법을?"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우리 테이블에 한 여성이 다가왔다.
"어머나. 오늘은 한명 뿐이네? 시험 기간 중에 이렇게 농땡이 쳐도 되는 거야?"
그녀의 얼굴을 보니, 윤미란이었다.
"미란씨? 여기서 일하세요?"
"알바. 너희는 데이트 중?"
"편한대로 생각하세요."
미란이 웃으며 말했다. "그보다 플로어 매니저가 너희에게 감사의 인사로 선물을 준비했어."
"선물?"
"여기 차 값하고, 나갈 때 케잌들을 가져가. 너희들 수가 많으니 3개를 준비했어."
"고맙네요."
"고맙긴. 어제 너희 일행이 사간 물건이 꽤 고가이거든. 솔직히 그런 물건을 사가면, 그날 먹은 음식이나 음료를 서비스해. 알아보니, 여기서 몇 개나 구입했어. 꽤 고가들만.
그래서 점장들이 모여서 너희에게 서비스하기로 한 거야."
나는 조금 웃었다. "이걸로 끝내려는 것은 아니죠?"
"물론. 너희들이 모두 와서 한번 정도의 풀코스를 대접할 의사가 있대."
"그럼 시험 후에 한번 들리죠."
미란은 나에게 플로어 매니저의 명함을 내밀었다. "하루 전에 여기로 연락해."
"그러지요."
미란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리고 얼마 전에 했던 말... 진심이야?"
나는 미란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럴 생각이 있는데, 나에게 이렇게 막대해도 되는 거야?"
"아직 OK하지 않았어."
"이렇게 콧대가 높으니, 마음에 들지 않아. 생각 있으면, 평생 내 큰 목소리에 눈물 흘릴 각오를 가지고 와야 할 거야."
미란은 나를 노려보았다.
"네가 그 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라 이거야?"
"솔직히 내 여자들이라면 하루에 이런 쇼핑을 세 번 시켜줄 수 있어."
"자신 만만하군. 난 비싼데?"
"눈가에 주름이 가득한 아줌마 주제에."
미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또 한가지. 너는 마야를 너보다 어리다고 생각하는데, 마야는 너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왜 그럴까?"
"혹시 성형..."
"맞아. 네가 내 여자가 되겠다면, 소녀로 만들어주지. 전신 성형 견적이 얼마더라..."
미란은 나를 비웃으며 몸을 돌렸다.
페트리아가 미란의 등을 바라보았다. "저 여자... 눈이 울고 있어요."
"뭐?"
"저 여자를 보니 린이 생각나요. 언제나 자신의 의무에 버거워하는 린이.
그런데 저 여자에게 그런 제의를 하는 것은... 다음에 올 용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클레어를 내쫗고, 그 용의 화신으로 삼을 수 있지."
페트리아는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클레어의 지금 행동들, 너는 참을 수 있어?"
"그래도..."
"만약 다시 한번 문제를 만들면, 나는 가차 없이 클레어를 돌려보내고, 그 용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거야. 그 첫째 후보가 방금의 미란이야."
페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트리아와 함께 마왕성에 돌아오니, 마왕성 안은 조용했다. 마물들이 클레어의 상태를 보고하는데, 방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안심했다.
이번 일은 시작에 불과했고, 더 큰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오늘 일로 클레어를 단단히 혼내줘야 하는데, 이대로 넘어간 것이 문제였다. 오늘은 1장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100배의 댓가를 치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것을 체크 못한 것이 나의 천추의 한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 못했다.
----------
그렇게 시험이 끝나고, 우리는 휴가로 별궁에 놀러갔다.
마야의 터질듯한 몸매를 다시 감상하며, 다른 부인들의 멋진 비키니 차림에 만족했다.
클레어는 정말 손바닥만한 검은 비키니를 입고 내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클레어는 따뜻한 여신의 이미지라 도발적인 차림이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너무 잘 어울렸다.
세레스는 푸른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부끄러운 듯 가슴을 가렸다.
현정의 손으로 가슴이 커졌는데, 본인은 그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수술 이후 세레스는 몇 번이고 넘어졌다. 본인 말로는 걸을 때마다 몸이 무거워 힘들다고 했다.
"세레스, 너만 원피스잖아. 모두 비키니로 통일하기로 했는데, 왜 너만 원피스야?"
마르티나의 말에 세레스가 고개를 숙였다.
마르티나가 두 손에 무엇을 들고 내밀었다. "그래서 내가 준비했지. 세레스를 위한 비키니."
마르티나 옆에 티리스와 현정이 모여들었다.
"이제 이걸 입어줘야 겠어."
세레스가 그것을 보고 도망치려고 하는데, 등 뒤에 제니스가 있어서 잡혔다.
"싫..어... 싫다니까요..."
세레스는 네 사람에게 끌려갔다가, 잠시 후 네 사람에게 끌려 나왔다.
세레스가 입은 것은 분홍색 레이스가 달린 비키니였다. 그런데 뭔가... 아무래도 어린 아이 같았다.
"네가 사정해서 이 정도로 끝낸 거야. 다음 번에는 좀 더 과감한 것을 입어야 해. 알았지?"
현정의 말에 세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정이 세레스를 나에게 밀었고, 세레스는 나에게 안겼다.
"자아! 많이 귀여워 해주세요."
나는 웃으며 세레스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 모습에 클레어가 나서려는데, 티리스가 노려보았다.
"아앙~! 저도 서방님과..."
"너는 근신 중이야. 반성할 때까지 서방님 옆의 5m 이상 가까워지면 안 돼."
제니스의 엄격한 목소리에 클레어가 움츠렸다.
숲에서 나온 나와 세레스는 바닷물에 들어가 놀았다. 그 가운데에 마야가 수아를 안고 같이 놀았다. 수아도 마야 품에서 즐거운 듯 웃고만 있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양과 물고기를 잡고 해안가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다. 아무래도 내 옆에 오지 못하는 클레어가 마음에 걸렸다.
내 마음을 아는지, 파르노가 클레어의 손을 잡고 나에게로 왔다.
파르노는 클레어를 나에게 밀어 넣었다. "식사 전까지 허락해 주지. 마음껏 즐겨."
나는 웃으며 클레어를 안고 숲 안으로 갔다.
식사하러 나오는 클레어의 표정이 너무 웃음 가득해 다른 부인들이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이 여자는 포기나 절망이라는 것이 없는 듯 했다.
별궁 안에서 잠을 자는데, 오늘은 특별히 클레어와 세레스와 같이 하기로 했다.
세레스는 지쳐서 잠들어 있고, 클레어는 내 품에서 내 가슴을 쓰다듬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좋았어요. 서방님."
"이제는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졌네?"
"저도 달라지기로 했어요. 저보다 강한 부인들이 있으니까요."
나는 클레어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이제 널 다시 보내지 않을 거야."
"저도 서방님을 떠나지 않겠어요. 그리고..."
"아이는 지금은 아니야. 조금 기다려."
"알고 있어요."
클레어는 불만이듯 내 가슴을 할퀴었다.
"각성은 어떻게 되었지?"
"티리스는 너무해요. 저도 열심히 하는데..."
"너는 여신이었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이 몸에 익숙지 않아요. 이 여자... 평생 신관 생활만 하다 죽을 생각이었는지, 마법도 체력도 기대 이하에요. 먼저 체력을 기르는 일이 필요해요."
"방 안에만 있는 네가?"
클레어는 내 팔을 자신의 배에 가져다 대었다. 만져보니, 복근이 느껴졌다.
"방 안에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인터넷으로 보고 실내에서 근육을 만들고 있어요."
"어쩐지..."
"안는 느낌이 좋아졌다고요?"
"잘 아네?"
"서방님은 근육이 있는 여자를 좋아하죠. 파르노처럼."
"지금 그 말... 넌 본처가 되고 싶은 거야?"
"물론이죠. 당신의 부인인데 몇 번째는 납득 못해요."
"그럼 파르노를 이겨야 해."
"잘 알고 있어요. 조만간 내가 본처가 될 거예요."
"기대하고 있을 게."
결론을 말하자면, 그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클레어가 하고 있는 일, 그 핵폭탄급 문제로 나는 클레어가 절대 본처가 되지 못하고, 서열이 맨 마지막이라고 선언했고, 클레어는 쫓겨나지 않는 조건으로 수락했다.
이후 클레어는 다른 부인들에게 꼼짝 못하도록 신의 계약을 맺고 나서야 용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