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다시 만난 세 모녀
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천장이 보였다. 내 오른팔을 보니 그대로 내 몸에 붙어있는데, 왼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익숙해진 느낌으로 내 왼쪽에 제니스가 안겨 있었다.
나는 오른팔로 제니스의 뺨을 쓰다듬었다.
제니스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서방님. 깨어나신 거예요?"
"보다시피.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거지?"
"삼일이에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서방님을 업고 이 곳으로 모셔왔죠. 깨어나시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나는 웃었다. "내가 죽을까 봐 걱정되었어?"
제니스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나는 제니스의 뺨에 손을 대었다. "걱정 마. 널 두고 먼저 죽는 일은 절대 없어."
"다행이에요." 제니스가 내 품에 파고들었다.
나는 일어서 몸 상태를 보니, 마치 숙취가 가득한 몸과 같이 천근만근처럼 몸이 무거웠다. 마력을 체크하니, 몸 안에 마력이 거의 없었다.
제니스가 그 상태를 알고 내 뺨을 만졌다. "마력이 필요하세요?"
"엄청!"
나는 그대로 제니스를 안았다.
제니스를 통해 마력을 약간 회복해서, 주머니를 통해 마석으로 마력을 보충했다.
제니스와 함께 방을 나가니, 마야와 마르티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야가 내 품에 안겼다. "서방님.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나는 마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마 이렇게 일어났잖아."
마르티나가 내 다른 쪽 품에 안겼다. "서방님. 3일이나 깨어나지 못하고... 정말 어떻게 되는 것 아닌지..."
"그런데 왜 제니스가 내 품에 있던 거지?"
마야가 웃었다. "엘리자가 말해줬어요. 정신을 잃은 마왕을 깨우려면, 그 어미가 되는 여성이 안고 있어야 한다고. 서방님은 그런 여자가 없으니, 우리가 교대로 서방님을 안아줬어요."
내 품에 떨어진 2사람이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뒤에서 제니스도 웃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나 배고파."
3사람과 함께 거실로 나가자, 엘리자가 나를 보고 하인들에게 음식을 명령했다.
호화로운 식탁이 차려진 거실 가운데에서, 우리는 엘리자와 한 남자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 남자가 말했다. "아내에게 들었습니다. 아랑의 대영웅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또 다른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입니까?"
엘리자를 아내라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스토너 상회의 수장이었다.
내 옆에서 부인들이 웃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대영웅의 이름이 유명한 이 곳에서는 그의 아들이라는 것이 더 편하니까. 얼굴을 보아, 제니스의 각본 같았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다이의 창립자인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형제이기도 합니다."
스토너는 얼굴을 찡그렸다. "당신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끼친 해악을 잘 알고 계십니까?"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당신은 상인, 쓸데없이 원한을 앞세울 사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나를 노려보았다. "아내의 말을 듣고 당신을 죽일까를 고민했습니다. 당신은 나의 아버지의 원수니까요."
"마왕은 저의 할아버지의 원수입니다."
그는 놀라지 않았다.
"마왕과 인간, 그 원한을 캐보면 엮이지 않을 인간과 마족이 없습니다. 마왕이 사라진 지금, 그런 낡은 원한에 사로잡혀 내일을 보지 못하는 과오를 범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 부모의 원수가 낡은 원한인가요?"
"제 아버지의 원수도 낡은 것이 아니지요."
우리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전 황후님이신 엘리자님과 그 친척인 멜리사님을 도와 마족을 구해낸 사람이 저의 아버지이십니다. 만약 그 때 마왕의 창고를 열지 못했다면, 여기에 남은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겁니다. 당신도 노예로서 인간들의 나라에서 어떻게 살았을지 장담 못합니다. 아닙니까?"
그는 주먹을 쥐고 떨고 있었다.
"저의 할아버지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마왕에 의해 부모가 죽고, 동생들이 군인들에게 살해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신 분입니다. 그 원한으로 마족과의 전쟁에 앞장서서 싸우셨지요.
그 원한을 그대로 이어받은 제 아버지는 마왕과 그 일족을 모두 지워버리려 하셨습니다.
하지만 엘리자님과 멜리사님의 간청을 듣고 한발 물러서시고, 마족의 구원에 앞장서서 나섰습니다.
제가 낡은 원한이라 하는 것은 서로가 그렇게 주고받았는데, 이제 우리로 끝내고 싶다는 소원을 담고 있는 겁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우리에게 뭘 주시려는 거죠?"
나는 속으로 웃었다. 이 스토너은 내 예상대로 뼈 속까지 장사꾼이었다.
"테라티아 교단과의 교역을 주선해드리지요."
"그 것으로는 약하군요."
"품목이 구리, 독점이라면?"
엘리자 부부 두 사람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전생의 기억으로 다키아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다키아는 구리가 풍부하지만, 이 곳은 구리가 부족했다. 구리는 여러모로 쓸모 있는 금속이었다. 그런 구리의 수입을 독점할 수 있다면, 이 스토너 상회에 큰 이득이 될 수 있었다.
"그걸 어떻게 믿죠?"
"전 신관장, 데보라님의 명령이라면 믿겠습니까?"
"현재 신관장이신 올리비아님께서 동의한 일입니까?"
"다키아 왕이신 바벨님을 움직여 드리지요."
스토너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 성립이었다.
그 후, 나는 스토너 상회의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1달 간 그 곳에 머물렀다.
...........
내 몸이 회복되고, 우리는 밤에 다시 마왕의 신전으로 향했다.
마야가 물었다. "왜 여기에 다시 오신 거죠?"
"내가 전에 마왕으로 인정받은 것뿐이야. 마왕의 유물은 받지 못했어. 그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야."
나는 3명의 부인들과 함께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자, 내 앞에 나와 싸웠던 바로 그 사람이 환영으로 나타났다.
"마왕이여. 왜 다시 여기로 왔는가?"
"마왕이 남긴 유산을 가질러 왔다."
"너는 이미 마왕이니, 여기에 올 때마다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내가 원하는 것은 너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 이제 마왕의 족쇄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엘리자에게서 받은 돌을 꺼내서 손에 쥐고 마력을 투입했다.
손 안에서 돌이 깨어졌고, 손을 벌리자 부서진 돌조각들이 땅에 떨어졌다.
"이 걸로 마왕의 시대는 끝났다. 다시 마왕이 탄생하는 일은 없다. 마지막 마왕의 계승자로서 마지막 명령이다. 모든 마왕의 유산을 정리해라."
"나는 마왕의 사념. 현재 마왕의 명령에 따른다. 좋다. 내 모든 것을 너에게 주겠다."
그의 환영이 내 몸으로 다가와서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 내 머리 속에 마왕의 지식이 새겨졌다.
마왕의 신전에서 내려온 후, 마야가 물었다. "왜 마왕의 유물을 가지려 하시는 거죠?"
"마왕의 모든 것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3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티나가 물었다. "그런데 쟈브로는 왜 그냥 가신 거죠? 그 곳에도 마왕의 신물이 있어요."
"그 것은 올가가 전생에서 나에게 줬어."
3사람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마르티나, 내가 너에게 잠자리에서 지식을 전달해 줬잖아?"
"맞아요. 저는 서방님이 알고 계시는 것이라 생각해 왔어요."
"원래 그 것은 너의 것이야. 나는 중간에서 그 것을 전달해 줄 뿐이야."
제니스가 물었다. "그럼 직접 가지게 할 수 있잖아요?"
"남자만 가능하니까."
3명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네요. 마왕은 남자만이 가능하니까요..."
"나는 원래의 주인에게 그 것을 돌려주고 싶어. 마르티나의 것은 이미 잠자리를 통해 전달해줬어. 이제 마야의 차례야."
"그렇네요. 이 곳의 용은 테라티아... 바로 저이니까요."
나는 마야의 허리를 안았다. "오늘 밤. 잘 부탁해."
마야는 웃으며 내 목을 두 손으로 둘렀다. "얼마든지요."
제니스가 마르티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지식은 뭐지?"
"내가 용일 때의 기억과 마법. 마왕의 마법과 기술, 다양해."
나는 마르티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빨리 네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 네 노력이 필요한 거야."
마르티나는 의지가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대로 하늘섬으로 돌아갔다.
다시 남쪽으로 향하며, 우리는 바다를 구경하고 하늘섬에서 노을을 보며 잘 먹고 잘 놀았다.
..........
테라티아에 도착하여, 과거에 마야와 함께 즐기던 바닷가에 내려갔다.
그 때의 기억으로 나와 마야는 즐거워했고, 여기에 제니스와 마르티나도 끼어들었다. 아쉬운 것은 비키니가 없는 것. 마야의 터질듯한 몸매와 제니스의 도도한 자태, 마르티나의 웃을 보고 싶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밤이 되어 우리가 향한 곳은 과거 마야가 잠들어 있던 동굴. 전생이었지만, 나는 이 곳에서 클레어, 당시 데보라를 부인으로 삼았었다.
마야는 그 때가 생각나서 웃었다.
"그 때 제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던 때였는데, 꿈 같았는데 여기 와보니 정말 그랬었네요."
제니스가 웃었다. "마야가 스스로 주인님이라고 불렀잖아. 서방님께서는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 때의 나를 생각해보면, 내가 노예였다는 것을 잊지 않을려고 했어. 그건 아버지, 그 피우스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지."
"그래서 피우스를 죽인 다음에 서방님이라고 부른 거야?"
마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티나가 나에게 물었다. "여기에 왜 오신 거죠?"
"여기에 마법진을 설치할 거야."
제니스가 물었다. "마법진은 세계마다 2개 아닌가요? 그럼 제다이는 어떻게 하실 거죠?"
"내 자손들이 다스리는 제다이를 건드릴 생각이 없어. 이 하늘섬을 유지하는 마력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마야가 말했다. "그 무책임한 놈에게 충분한 마력을 주지 않으실 거죠?"
나는 웃음으로 답했다.
마르티나가 물었다. "여기에 마법진을 설치하면, 우리는 돌아가는 건가요?"
"아니! 여기 말고 한군데에 더 설치할 거야."
"어디죠?"
"에브람."
내 대답에 모두가 놀랐다.
"내 생각으로는 종교가 인간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종교의 힘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어. 종교가 힘을 가지는 것은 마력 때문이야. 마력이 약해지면 종교도 약해질 거야."
마야가 말했다. "그 것보다 종교를 통해 그 놈이 강해지는 것이 싫으신 거죠?"
나는 다시 웃었다.
나는 마법진을 바위에 새기고, 새겨진 면을 땅으로 향하게 하여 힘으로 눌러 땅 속에 박아 두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하늘섬의 결계를 해지하여 아래의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바로 테라티아 본교회에 내려왔고, 총주교 올리비아와 만났다.
올리비아와의 비밀 회담에서 나는 스토너 상회와의 구리 독점 무역 문제를 마무리 지었다.
우리가 그녀의 관사를 나오는 길에 스토너 상회의 관계자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역시 상인들의 행동력은 빨랐다.
...........
테라티아를 떠나서 우리는 남쪽으로 향해 제다이에 접근했다.
나는 마르티나에게 물었다. "마르티나, 유리를 보고 갈 거야?"
마르티나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없었다.
제니스가 말했다. "만나야죠. 저도 유리와 아이들이 보고 싶으니까요."
제다이 바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도시의 모습과 황궁이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도시를 둘러쌓은 큰 외성은 20m 이상의 높이에 외부로 2개의 성벽이 더 있었고 해자가 밖을 방어하고 있었다.
제다이 운하는 양쪽으로 큰 도로가 생겨서, 좌우로 교행하는 배들 외에도 많은 수레들이 양쪽을 오가고 있었다. 참고로 이 곳의 수레들은 영국, 일본과 같은 우측통행이었다. 이유는 마부들이 채찍을 사용하려면 우측통행의 장점 때문이다.
제다이 황궁 위에 하늘섬을 고정했는데, 바로 한 여성과 5세 정도의 아이가 워프했다. 유리와 샤한이었다.
"당신들은... 아나킨은 어디 있는 거지?"
마르티나가 유리 앞으로 걸어 나왔고,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누나... 아니, 언니..."
"마... 마틴?"
둘은 서로에게 달려가 서로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누나... 누나..."
"마틴... 마틴... 살아있었구나. 살아있었어..."
지켜보는 제니스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한참을 울다가 유리가 나에게로 걸어왔다. "아나킨님이시죠? 아드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리는 나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마르티나는 샤한의 손을 잡고 나에게 걸어왔다.
나는 샤한을 안아 올렸다. "네가 샤한이구나."
"감히 짐을 안다니, 무엄하구나!"
우리는 모두 웃었다.
유리가 말했다. "페하. 할아버님이십니다. 인사드리시지요."
"할아버님? 아버님의 아버님이십니까?"
"그렇단다. 내가 너의 할아버지이다."
내가 샤한을 내려주자, 샤한도 유리처럼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할아버님, 손자 샤한, 인사올립니다."
모두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유리는 제니스를 보았다. "할머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제니스는 유리를 안았다. "반갑구나."
"처음에 뵈었을 때, 할머님인 것을 알고도 모른 척 했던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아니다... 다 그런 거지. 왕족으로 태어난 숙명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마르티나의 일도 그런 것이다."
유리는 제니스에게서 떨어져 우리를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너무하시는 군요. 제 할머님과 마틴을 동시에 부인으로 삼으시다니."
제니스가 말했다. "나와 마르티나의 뜻이었다."
유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리고 나보다 젊으시다니... 이 건..."
"다시 너를 젊어지게 해줄까?"
유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이대로 천천히 생을 마감할 겁니다. 제 뜻대로 제 아들을 황제로 만들었으니, 이제 더 이상 세상에 오래 살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 명대로 자연스럽게 살겁니다."
제니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 곳에는 왜 오신 거죠?"
"내 아들이 이 곳에서 내가 원한 것을 이루었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온 것이다."
"그 것이 뭐죠?"
"다시는 악신이 에브람을 사칭하지 못하도록, 마무리할 생각이다."
"에브람교를 없애실 건가요?"
"아니. 약화시킬 것이다. 전처럼 사람들 위에 군림하지 못할 정도로만."
"그렇다면 저는 적극 찬성입니다."
"너와 제다이가 나설 필요가 없다. 이번 일은 내 일이다. 그러니 모른 척 넘어가라."
유리는 나에게 몸을 굽혔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마틴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우리는 이 곳에서 며칠 머무를 생각이다. 마르티나와 같이 있어도 좋다."
유리의 얼굴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7일간 제다이에 머물었다. 내 마력 회복을 위해 그동안 하늘섬이 모아둔 마석이 필요했고, 이 곳에 워프 마법진을 설치하여 마석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우리가 제다이에 도착한지 3일 후, 올가가 제다이를 방문했다. 올가는 우리를 만난 후부터, 우리가 제다이에 올 줄을 알고 마르티나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이 곳으로 달려왔다.
하늘섬에서 모인 세 모녀는 서로가 안고 울며 기뻐했다.
올가는 내 요구대로 한가지를 가지고 왔다.
나와 마야는 제니스와 세 모녀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따로 지내기로 했다. 우리 둘은 과거 저택에서, 네 사람은 성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가장 즐거운 사람들은 제니스와 마르티나였다. 유리는 하늘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네 명이 재미있게 놀았다.
나와 마야는 그녀들과 떨어져 있었다.
하루는 마야가 나에게 물었다. "서방님께서는 유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으시네요?"
"표면적으로는 내 며느리야. 건드려서는 안되잖아?"
"그보다 너무 늙어서 아닌가요?"
나는 마야를 보며 웃었다.
"그런데 서방님은 지금 고민이 가득하신 것 같네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년 간 믿어왔던 것들이 모두 깨어졌어."
"자신이 강하다는 것 말이죠?"
역시 이 여자를 속일 수 없었다.
제니스와 마야, 둘 다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파르노도 날 잘 알고 있어도, 둘 만큼 머리가 좋지 않아 편한 것이 있는데 이 둘은 너무 성가신 것이 많았다. 작은 것도 이 둘한테는 숨길 수가 없다.
"저도 놀랐어요. 그렇게 서방님께서 고전하셨다니... 저와 미야를 가볍게 제압하시던 분이 이번처럼 힘들어하시는 것은 정말 의외에요."
"내가 너무 안일했어. 마왕의 힘을 과소평가 했다고 할까? 마왕은 용을 제압하는 존재인데, 너희만 생각해서 마왕이 나보다 약하다고 생각했어.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마왕과 싸우지 못했어. 너도 미야도, 다른 마왕들도 나와 정면 대결을 한 경우가 없잖아? 나와 싸운 마왕이라고 해도, 몇 대를 거치며 힘이 약해진 경우였지.
그렇게 생각하면, 초대 마왕은 얼마나 강할지 상상이 안 가. 이번에 확실히 알았어. 마왕은 강하다는 것을."
"제 조상이었던 초대 마왕님께서는 지형을 바꾸셨다고 들었습니다. 6대 마왕님께서는 용을 굴복시켜 마왕성에 가두어 두셨지요. 그런 전설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마야는 의지가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서방님께서는 자신을 과대평가 하신다 생각하시는데, 제가 보기에는 서방님께서는 자신을 과소 평가하십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마야가 그런 말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서방님께서 5년 만에 이뤄 놓은 업적. 우리 조상의 마왕들이 천년 간 이뤄놓은 것과 같습니다. 한 제국을 세우고, 마왕성과 필적할 이 하늘섬을 만들고. 10개가 넘는 나라들을 굴복시키고, 그 많은 인족들을 통합하셨지요. 우리는 그런 일을 쉽게 해내는 서방님을 보고, 신으로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초대 마왕은 강했어."
"그런 마왕들 12명을 부인으로 삼아야 하는 분이 약한 분일 리가 없습니다. 신의 선택을 받은 것만으로도 서방님께서는 그런 자격을 가지고 계신 겁니다."
나는 마야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한참을 즐기고, 마야는 내 품 안에서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무슨 생각 하지?"
"이렇게 강하신 분의 부인이 12명밖에 안된다는 것이 이상해요."
"그건 좀 봐줘. 하루에 3명 상대하는 것도 힘들어."
"전에는 10명도 기절시키셨잖아요."
"그 때는 마법을 같이 사용했지. 마력이 남는 요즈음에 그렇게 할 필요가 없잖아?"
"그래도 저는 그 때의 서방님이 더 좋았어요. 우리들을 정신을 잃을 정도로 밀어붙이셨으니까요. 그렇게 거친 서방님이 요즈음엔 너무 부드러워졌어요."
나는 마야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보다 너희들이 강해진 거야. 전에는 인간의 몸이었는데, 이제는 마왕이 되었잖아?"
"그래도 그 때의 서방님이 그리워요."
나는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났고, 마야가 옷을 입고 따라 나왔다.
저택 밖을 나오니, 올가는 호수 옆 풀 밭에서 음식을 차려놓고 있었고, 멀리서 유리와 마르티나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올가와 마주 보며 앉았고, 마야는 내 옆에 앉았다.
올가는 지긋이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은 아버지인 아나킨이죠?"
"유리는 모르고 있으니, 모르는 척 해주시죠."
"말해도 믿지 않을 겁니다. 지금의 당신은 아들 아나킨과 다른 모습이니까요. 노란색이 섞인 당신의 피부색은 그와 확실히 다릅니다, 목소리도 다르고, 몸 크기도 딴판이죠. 당신은 절대 전사로 보이지 않아요."
"인정합니다.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확실히 신체적으로 떨어지죠. 어릴 때부터 무술로 다져진 신체와 현대 문명에 익숙한 신체는 확실히 다릅니다."
"그래도 저는 지금의 아나킨님이 더 좋아요."
마야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서방님의 부인이 되시죠."
올가가 웃었다.
"고맙지만 사양하겠어요. 제니스님처럼 저는 오래살기를 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아나킨님은 오래 살아야할 이유를 주셨죠. 고맙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해요."
"샤한, 카이저, 프레드릭을 위해서도 오래 살아주십시오."
"레아를 위해서도."
"조카 손녀가 좋으신가 보죠?"
"인족의 피가 섞인 것보다 보기 좋으니까요."
나와 올가는 서로를 노려보며 웃었다. 역시 이 여자는 혈통을 중요시했다.
"그보다는 우리 쟈브로의 혈통이 다음 황제가 되어야 합니다. 루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나는 올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것이 정치적으로 좋은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와 유리는 당신이 당군간 여기에 있어주셨으면 해요."
"아직 정치적으로 불안한 제다이 때문인가요?"
올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는 유리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려고 합니다. 에브람과 테라티아, 둘을 모두 약화시킬 겁니다."
올가가 조금 놀랐다.
"두 종교가 약해지면, 제다이의 통치가 수월해지죠. 아랑 출신과 다키아 출신들의 반목도 줄어들 겁니다,"
올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 목적지는 에브람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올가는 나에게로 몸을 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