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에브람의 안식처
올가와 유리를 내려주고, 우리는 에브람을 향했다.
며칠 후, 에브람의 대성전 위에 도착한 우리는 아래를 내려 보았다. 아직 2년 전에 파괴된 부분을 다 수리하지 못했다. 곳곳이 허물어진 건물이 있어, 에브람교 신자들이라면 눈물을 흘릴 것이다.
제니스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마음이 편치 않은 것 같았다. 이 신성한 곳을 이런 폐허로 만든 것이 우리들이니...
"이제 나는 아래에 내려갈 거야.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3명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이 일은 나 혼자 해야 하는 것이니, 그렇게 알아."
내 명령에 납득 못하는 표정이어도, 남편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것이 부인들이기에 아무 말 못하고 있었다.
나는 대성전으로 내려갔다.
과거 내가 아나킨이었을 때, 하늘에서 공격한 번개로 인해 많은 건물들이 무너졌었다.
지금 무너진 잔해들이 아직 있었고, 사제들이 그 것을 정리하며 건물들을 다시 세우고 있었다. 그들 중에 많은 일반인들도 보였다. 자진해서 성전을 복구하려는 봉사자들이 많았다.
"저어. 여기 좀 도와주세요."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있어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부서진 건물 잔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내가 가세해서 돌을 들어내니, 그 안에 죽은 사람의 시체가 있었고,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몇몇 사람들은 눈을 돌려 땅에 구토를 했다.
둘러보니 곳곳에서 구토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태연히 바라보는 나를 보고, 한 노인이 물었다. "당신은 익숙한가 보군요."
"지난 전쟁에 참전했던 사람입니다. 포에니에서 왔습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아랑에서는 남은 사람이 적다는데요."
"다행이라... 죽거나 노예가 안 된 것을 감사해야 할까요? 나도 내 손으로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그 속죄를 위해 여기에 왔는데, 이 곳도 그 때의 포에니와 비슷하네요."
"말해서 뭐하겠습니까? 모두 우리 에브람님을 믿는 사람들이 타락해서 이렇게 된 거지요."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어르신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원망하지 않으시는 군요."
그 노인은 바닥의 돌 - 건물의 파편을 들며 말했다.
"내 딸이 이 곳에서 당했소. 그래서 남편과 헤어지고, 제다이로 갔지요. 그 곳은 쫓겨난 여자들도 새로 시집가기 쉽다고 해서요.
지금 그 애는 제다이 군인의 세 번째 부인이 되었습니다. 자기 딸이 굶지 않는다고 얼마나 기뻐하던지...
내 딸이 그렇게 되고나니, 에브람을 믿는 우리의 잘못 같아요. 그런 짓을 벌이고도 신께서 우리를 변함없이 사랑할 것이라... 정말 오만했지요."
그 노인은 어깨에 돌을 지고 걸어갔다.
나도 돌을 등에 메고 그 노인을 따라갔는데, 돌을 들고 온 사람들이 한 곳에 돌들을 모아두었다. 그 곳에는 많은 사제들과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 중이었다.
"여기는 뭐죠?"
"에브람님의 신상이 있던 곳이요. 아나킨의 공격 때 무너졌지만, 이 곳에서 기도를 드리는 일은 멈출 수가 없어요."
그 노인도 다른 사람들 중간에 앉아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나는 우선 마법진을 설치할 곳을 살펴보았다. 적당한 곳이 있었다.
밤이 되어, 나는 부인들과 함께 지상으로 내려왔다. 내가 향한 곳은 과거 대신전의 북쪽 기둥들 중 하나. 아직 멀쩡한 기둥이 몇 개 있었다.
제니스가 물었다. "여기에 마법진을 그려 넣으실 건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기둥으로 걸어갔다. 그 기둥은 제법 온전해 보였다. 내가 주변 땅을 파내기 시작하자, 마르티나와 마야가 중력 마법으로 흙을 옮겼다. 10분 정도 작업 하니, 기둥의 기초석의 아래가 1m 이상 드러났다.
마야가 물었다. "여기에 마법진을 그려 넣으실 건가요?"
"땅 속에 있어야 쉽게 손상되지 않아."
나는 마법으로 기초석 표면에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내가 구덩이에서 나오자, 그 위에 흙이 덮여졌다. 마력의 흐름을 보니, 마력이 그 놈에게로 흘러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우리에게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 놈의 요구를 들어주면 바로 우리는 돌아갈 수 있는데, 우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와 3명은 서로를 바라만 보았다.
"어... 어떻게 된 거죠? 마법진이 이상한 가요?"
"아니야. 마법진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
"그런데 왜 우리가 돌아가지 못하는 거지?"
3 사람은 혼동이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내 머리 속에 한가지가 스쳐지나갔다. "우선 하늘섬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우선 하늘섬으로 돌아왔다.
마르티나가 말했다. "왜 이렇게 된 거죠? 뭐가 잘못된 거죠?"
제니스가 물었다.
"처음부터 시작하죠. 서방님께서는 그 놈의 부탁대로 마법진을 마력이 많은 곳에 두려는 거죠? 그런데 왜 에브람이죠?"
"솔직히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어."
"뭐죠?"
"제니스, 에브람의 창조 신화 중 용사에 대한 것을 말해줄래?"
제니스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용이 난동을 부리자, 신은 용사를 선택해 에브람이라는 이름을 주고 용과 싸우게 하였다. 열흘 밤낮의 싸움 끝에 용은 산으로 도망쳤고, 용사는 그 자리에 쓰러져 죽음을 기다렸다.
그 영혼은 신에게 돌아가고, 육체는 땅에 묻혔다."
"그 부분에서 테라티아교에서는 다르게 말하지, 에브람과 결혼을 약속했던 테라티아는 그의 육체를 다시 살리지 못했지만, 그의 마지막 씨를 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기 몸속의 그의 씨를 땅에 뿌렸고, 땅은 그의 씨를 열매로서 사람들에게 돌려주었다."
"그 것은 테라티아교의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우리 에브람 신자들은..."
"그 둘의 공통점이 뭐지?"
마르티나가 말했다. "용사가 죽었다는 거죠."
"그 영혼은 하늘로 돌아가고, 그 육체는?"
제니스가 소리쳤다. "그 육체가 땅에... 그럼 그 육체가 아직 남아있다는 건가요?"
"그렇지 않으면 에브람에서 나오는 마력을 설명할 수 없어. 마르티나, 전의 여행에서 엘프들이 그 큰 방어벽을 어떻게 유지했지?"
"마왕의 육체... 그럼..."
"맞아. 에브람은 용사의 육체를 가지고 있는 거야."
마야가 물었다. "그 육체를 어떻게 하실 거죠?"
"그 무책임한 놈은 나에게 또 하나의 의무를 말했어. 마왕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 거기에 용사의 존재도 포함이 돼."
제니스가 물었다. "용사의 육체는 인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왜..."
"신의 입장에서는 용사와 마왕은 같은 것이니까. 차이는 마왕은 자신의 이권을 후손에게 넘겨주고 자신의 왕국을 세우는 것이고, 용사는 자신으로 신에게 받은 힘을 끝내는 것. 그 뿐이야.
마왕은 용을 상대하고 용사는 마왕을 상대하고... 그래서 우리는 용사가 우리 편이고, 마왕이 우리 적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둘은 같은 존재야. 신에게서 힘을 받은 인간일 뿐이지."
"하지만 용사는 인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 육체가 에브람에 있다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그 무책임한 놈의 부탁은, 마력을 빼앗는 인간들의 어떠한 것도 제거해 달라는 거야. 용사의 육체가 그런 일에 이용되고 있다면, 제거해야 해."
"그건 말도 안됩니다. 신이 어떻게..."
"신에게 있어서는 마왕과 용사는 같은 것이니까. 신이 용사를 좋게 말하는 것은 단지 그가 자기 힘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려하지 않는 것 뿐이야. 마왕은 자기가 가지려 하니까 신이 싫어하지.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용사와 마왕은 차이가 없는 거야. 모두 사라져야할 존재들일 뿐이야."
"왜 그렇게 말하시죠?"
"우리는 마력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 그런데 우리가 불편해?"
모두 놀란 얼굴들이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마력이 없는 편이 좋을지 몰라. 마력에 의지하지 않고도 인간은 충분히 살 수 있어. 그러니 신이나 마력에 기대는 시스템을 없애는 것이 더 좋을지 몰라."
3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 무책임한 놈... 에브람의 이름으로 마력을 가져가니, 신앙심에 문제 생길 정도로 마력을 가져가지 않을 거야."
제니스가 놀라면서 안심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그저 신과 인간 사이에 있는 무언가를 없앨 뿐이야. 신과 인간이 직접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좋아. 그 무책임한 놈도 그 것을 원할 거야."
마야가 말했다. "그렇다면 용사의 육체가 아직 있고, 그 것이 문제라서 우리가 돌아가지 못하는 거네요. 그럼 어디서 찾죠?"
나는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바로 아래."
모두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용사의 이름을 따서 에브람교가 설립되었지? 그럼 그 육체는 어디 있지?"
제니스가 중얼거렸다. "그렇네요. 전설이 사실이라면, 용사의 육체는 에브람의 지하에 있을 겁니다."
마야가 말했다. "그 전설이 뭐지?"
"용사가 죽은 자리에 에브람의 대성전이 세워졌고, 용사는 죽어서도 그 육체를 통해 에브람교에게 힘을 줄 것이다. 그렇게 예언하고 용사는 죽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용사의 육체는 저 밑의 대성전 지하에 있는 것인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클레어를 데리고 올걸 그랬어. 클레어라면 알지도 모르는데."
3사람은 나를 쳐다보았다.
"클레어는 자신의 육체를 저 아래에 숨겨놨었어. 그렇다면 용사의 육체가 있는 곳 근처일 가능성이 커."
제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거네요. 용의 육체라면..."
"하지만 말야. 2천년 넘게 숨길 수 있다면, 무언가 있는 것이 아닐까?"
"뭐죠?"
"제니스는 잘 알 거야. 리나 때."
제니스가 무릎을 쳤다. "맞아요. 로터스 도시 자체가 큰 마법진이었죠. 그렇다면 이 곳 에브람도..."
"그러니 부탁해."
제니스는 즉시 호수로 달려가 아래의 에브람을 내려보았다.
제니스가 손으로 도시 곳곳을 짚어보며 중얼거렸지만, 조금도 지나지 않아 소리 질렀다.
"아악! 못하겠어요."
제니스는 눈 가까이에 두 손을 대고 머리를 흔들었다.
"언니!" 마르티나가 달려갔다.
마야가 가까이가서 제니스의 몸에 손을 대고 흠칫 놀랐다. "이건..."
"뭐지? 제니스가 왜 이러지?"
"제니스 몸 안의 마력이 흩어지고 있어요. 이러면... 서방님! 급해요. 빨리 제니스를..."
나는 제니스에게 달려가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렸다. 제니스는 눈을 가린 채로 떨고 있고, 체온이 낮아 몸이 차가웠다. 마야 말대로 위험해 보였다.
두 사람이 피해준 사이, 나는 제니스를 안았다.
잠시 후, 제니스가 진정되었고 우리는 땅에 던져진 서로의 옷을 주워 입었다.
우리가 옷 입는 모습에 두 사람이 다가왔다.
마르티나가 먼저 제니스에게 달려갔다. "언니, 괜찮아?"
제니스는 마르티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서방님께서 고쳐주셨어."
마르티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거죠?"
마야가 말했다.
"마법진 때문이야. 아래 마법진을 해석하려고 하면, 그 사람의 내부의 마력을 흩어지게 만들어 결국 죽게 만드는 마법이 실행 돼."
마르티나가 놀랐다. "정말 그 것이 가능한 가요?"
제니스가 말했다.
"솔직히 그런 전설이 있었지만, 나는 믿지 않았어. 그런데 에브람에 그런 것이 있었다니... 가까이 있는데도 몰랐어."
제니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진을 해석 못하면, 그 용사의 육체는 찾을 수 없는 건가?"
마야가 말했다.
"그건 아닐 거예요. 서방님. 혹시 전생에서 클레어가 뛰쳐나온 장소를 기억하세요?"
나는 그 곳을 어렴풋이 기억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클레어가 지하에 있었다면, 그 곳일 가능성이 커요."
나는 즉시 호수의 광경을 클레어가 하늘로 올라온 곳을 비춰보았다. 그런데 그 곳은 여느 장소와 같이 작은 숲이었다.
마르티나가 물었다. "이 곳이 맞아요?"
"그럴 거야. 그런데..."
마야가 말했다. "만약 마법진의 위장이라면, 위에서 보기에도 지하가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출입을 막을 수 있죠. 보세요."
마야의 말대로 그 근처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았다.
나는 우선 pc에 호수의 광경을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내 얼굴을 보고, 3사람이 내 곁에 모여들었다. 나는 눈을 감고 워프 마법을 실행하려는데, 발동되지 않았다.
모두 마법이 실행되지 않는 것에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이건... 어떻게 된 거지?"
제니스가 말했다. "아마 그 곳으로 워프할 수 없도록 마법이 걸려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 곳이 중요 지점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았다.
우리는 우선 근처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사방 300m로는 워프가 안되었다.
그래서 기까운 지상으로 내려왔지만, 내려오자마자 우리는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죠? 이럴 수 없어요. 하늘에서 볼 때는 공터에 숲이었잖아요."
우리의 눈앞에 나무 하나 없는 큰 바위산이 보였다.
제니스가 말했다. "역시 이 도시에는 감각이 꼬이게 하는 마법이 걸려있습니다."
나는 pc로 방금 찍은 에브람의 광경을 보았다. 그리고 주위 건물들과 비교했다.
"이 건물이 여기고, 저기는..."
나는 눈에 보이는 건물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위치를 확인했다.
"결국 이 바위산 안이 우리가 원하는 장소야."
제니스가 바위산 가까이로 가는데, 갑자기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언니!"
마르티나가 달려갔는데, 마르티나도 비틀거렸다. 둘은 땅을 기어가며 간신히 빠져나왔다.
마야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지?"
제니스가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마법을 쓸 수 없고..."
우리에게 한 사제가 달려왔다. "여기에 무슨 일이시죠?"
"아아... 저 바위산이 궁금해서 가보려 합니다."
그 사제가 우리를 노려보았다. "이 바위산에 왜 흥미를 가지시는 거죠?"
"이상한 가요?"
"이 곳은 바라보아서도 안되고, 가까이가서도 안되는 곳입니다."
"왜죠?"
그 사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우리를 노려볼 뿐이었다.
제니스가 내 팔을 잡았다. "이 안의 마법진은 감각과 함께 이 곳이 성스러운 장소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마법진의 영향이라면 말로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선 올라가자!"
내 말과 함께 우리는 하늘섬으로 올라갔다.
저녁을 먹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평범한 숲과 공터인데 주위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고, 심지어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렇게 위에서 보니 볼 수 있지만, 아래에서는 접근도 할 수 없다니..."
제니스가 말했다. "제가 해석할 수도 없는 마법진이라니... 전설이 있었지만 실재할 줄은..."
나는 시험적으로 번개를 아래로 내려쳐보았다. 그런데 방어벽에 막혔다.
마야가 말했다. "방어도 완벽하네요. 이래서는 접근하기도 힘들어요."
우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르티나가 공터의 한 곳을 가리켰다. "여기는 뭐죠?"
그녀가 가리킨 곳을 확대해 보니, 땅 위로 뚫린 구멍이 보였다.
"아마 클레어가 올라온 곳이겠지."
"그럼 클레어는 안에 있었다는 것인데, 어떻게 들어간 거죠?"
모두 놀라 마르티나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클레어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 눈 앞에 클레어가 나타났다.
클레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라? 여기가 어디지? 서방님? 왜 여기 계시는 거죠? 여기는 어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