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다시 태어난 마왕
우리가 향한 곳은 과거 벨이 있던 테라티아의 신전이었다.
그 곳에 가니 벨은 그 곳에 없었다. 테라티아에 있는 벨에 따르면, 자신은 지금 은퇴해서 가까운 도시의 신전에서 요양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 곳의 새로운 사제를 만났다. 그는 벨의 후임으로 이 곳을 운영하며, 고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지금 여기 출신의 고아의 행방을 알고 싶으신 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사제실에 들어갔다가, 손에 책을 들고 나왔다.
"이 것이 이 곳에서 있었던 여성들과 아이들의 명부입니다. 혹시 찾으시는 사람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나이가 지금 40대 중반일 겁니다. 혹시 티리스라는 여성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까?"
그는 명부를 뒤져보았다.
"티리스... 여기 있군요. 죽은 것으로 되어있는데요? 당시 나이는 14세, 전쟁으로 임신하였고, 죽은 때가... 지금으로부터 30년이 안되네요."
"정확한 년도는 쓰여져 있지 않은가요?"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군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나이, 외모에 대해 자세히 기록했고, 들어오고 나간 때까지 날짜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티리스라는 여성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군요. 게다가 이건... 기록이 찢겨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벨은 티리스에 대한 기록을 없앤 것 같았다.
"혹시 티리스라는 여성이 있던 때에 같이 있던 사람이 있습니까?"
"여기 보니, 로엔이라는 여성과 같이 온 기록이 있네요. 같은 마을 출신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는 기록을 뒤져보았다.
"여기 있군요. 로엔, 여기 올 때 나이가 16세. 임신 중이고 티리스와 같이 온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마을이 마왕군의 습격으로 전멸하고, 남은 여성들은..."
그 부분에서 사제는 입을 다물었다.
"여기 와서 여자 아이를 낳고, 주변에 있는 농부와 결혼해 이 곳을 떠났다고 합니다. 아이는... 같이 데려갔다고 합니다."
"그 여성은 어디에 있지요?"
"여기는... 이 부근이군요. 바로 옆 마을입니다. 결혼한 농부의 이름이 데이빗 홀스터. 이 기록 대로라면 로엔 홀스터이군요."
우리는 사제에게 감사의 인사와 넉넉한 헌금을 내고 그 곳을 나왔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홀스터가 살고 있는 마을을 찾았다. 데이빗 홀스터를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 그 마을은 홀스터들이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로엔의 행방을 물었을 때, 그들은 마을에 가까운 한 집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그 집을 찾았을 때, 중년 여성이 밭을 갈고 있는 중이었다.
그 여성은 나를 보고 놀라서 쟁기를 떨어뜨렸다.
나도 그 여성을 알고 있었다. 과거 티리스와 함께 벨의 신전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로엔은 우리에게 다가왔다. "혹시 용사님?"
"저는 루크 스카이워커.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용사 아나킨님의 따님들이신가요?"
로엔은 제니스와 마야를 보고 말했다. 아무래도 과거의 나를 안다면, 그의 아들과 딸이라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마왕의 흔적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로엔은 우리를 향해 몸을 굽혔다.
"여러분들의 아버님께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그런데 마왕의 흔적이라고 하셨는데, 30년 전에 없어진 마왕에 대해 무엇을 찾으시는 거죠?"
"아버님께서는 여기서 티리스를 얻으셨다고 했습니다. 이 곳에 아버님이 오신 것은 마왕을 추적해 온 것이었고, 티리스가 관련되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로엔이 티리스의 이름을 듣고 놀랐다. "티리스? 티리스를 아시나요? 지금 살아있나요?"
"네. 아버님의 10번째 부인으로 건강히 잘 살고 있습니다만..."
"아이가 없군요." 내 표정을 보고 로엔이 넘겨짚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른 부인들의 소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워낙 아이를 잘 보기 때문에, 여기 있는 내 자매들은 티리스의 품 안에서 컷습니다."
마야와 제니스가 쓴 웃음을 지었다.
로엔이 기뻐했다. "정말요? 정말 잘됐네요... 그런 비극을 겪고, 용사님을 따라가서... 정말 다행이에요..."
로엔은 땅에 무릎을 꿇고 테라티아식으로 성호를 그었다. "테라티아님, 감사합니다."
그 모습에 테라티아의 본 모습을 아는 우리는 속으로 웃었다.
클레어가 말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이 있어 여기 왔어요."
로엔이 일어섰다. "무엇이 알고 싶으시죠?"
"혹시 브리트니에 대해 아시나요?"
"브리트니?"
클레어가 말했다. "갈색 머리에 키는 저보다 약간 작고, 얼굴에 주근깨가 많아요. 그리고 말끝마다 뇨라는 소리가 들리죠."
"혹시 왼쪽 세 번째 발가락이 잘려진 아이인가요?"
"아세요?"
로엔은 클레어를 붙잡았다. "그 애는 지금 어디에 있죠?"
클레어는 팔을 뿌리치려 했다. "이거 놔주세요."
"안젤라가 어디 있죠? 제발 알려줘요."
제니스가 로엔의 팔을 잡았다. "혹시 브리트니, 아니 안젤라의 어머니신가요?"
로엔은 눈물이 흐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클레어가 말했다. "저와 15년 전에 같이 있었어요. 그 때 고아라고 했는데, 부모가 있었네요."
로엔이 말했다. "15년? 집을 나간 후네요. 그 애는 지금 어디에 있죠?"
"저도 몰라요. 우리는 브리트니를 찾아서 여기에 온 겁니다."
로엔은 울면서 말했다. "그 애... 16년 전에 집을 나갔어요.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마야가 물었다. "왜 나간 거죠?"
"그 애는 남편의 자식이 아니어서, 형제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죠. 그리고..."
로엔이 고개를 숙였다.
"남편의 둘째 아들과 결혼시켰는데, 첫날밤을 치루고 도망쳤어요."
로엔은 말을 이었다.
"원래 사이가 좋아서 좋은 부부 사이가 될 줄 알았는데, 첫날밤을 치루는 날, 울면서 집을 뛰쳐나갔어요. 그 날 밤에 너무 아파서 무섭다고 도망친 거죠.
이후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 애가 도망치자, 남편도 그 애의 남편도 실망이 컸어요."
"그래도 두 사람은 무사하죠?"
로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브리트니의 첫남편은 재혼한 것 같았다.
클레어가 말했다. "제가 본 브리트니는 남성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녀는 남자가 옆에 오기만 해도 무서워 떨었죠."
로엔이 클레어를 바라보았다. "안젤라를 잘 아시나요?"
"제 시녀로 1년 정도 있었어요."
"지금은 어떻게 되었죠?"
"우리가 찾고 있는 중입니다."
로엔은 실망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혹시 안젤라를 찾으시면, 돌아와 달라고 말해주세요.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안젤라, 브리트니에 대한 것을 알려주시죠."
로엔은 농기구를 두고 집으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초상화였다.
그림 안에 로엔과 닮은 소녀가 있었다.
클레어가 그 그림을 보았다. "맞아요. 브리트니에요."
나는 주머니에서 태블릿을 꺼내 초상화를 찍었다.
"감사합니다."
내 인사에 로엔은 나에게 몸을 굽혔다.
"아닙니다. 용사님께 도움이 된다니 제가 기쁩니다. 그리고 티리스에게 제 안부를 전해주시고, 안젤라를 만나면 반드시..."
"알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라고 전해주죠."
우리는 로엔에게 인사하고 하늘섬으로 돌아왔다.
제니스가 말했다. "이 여자의 이름은 알았지만, 어디서 찾죠?"
"찾지 않아도 나타날 거야."
모두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브리트니가 여기를 떠난 것이 16년 전, 왜 떠났을까? 남편과 첫날 밤 직후에?"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만약 그 때 아이가 생긴 거라면?"
제니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마왕의 영혼이 그 아이에게 옮겨갈 수 있지."
"그렇다면 브리트니는?"
"자기 아이의 몸에 마왕의 영혼을 이식하고 자유의 몸으로 살고 있겠지. 그 아이는 마왕일 테고. 그럼 마왕은 어떻게 해야지?"
"마왕의 시련... 그럼 엘리자?"
"맞아. 엘리자에게서 징표를 얻고 마왕이 되려고 할 거야. 지금까지는 육체가 어려서 안되었지만, 나이가 차면 엘리자를 찾아오겠지."
"16년 전이라면, 지금 15세..."
"엘리자는 마왕이 언제 시련을 치룬다고 했지?"
"마왕의 나이 15세. 그렇다면!"
"맞아. 우리가 가서 그 곳에서 기다리면, 마왕은 그 곳으로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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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테트라폴리스에 다다른 후, 하늘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만약 마왕이 시련을 통과하려면 제일 먼저 엘리자를 찾아올 것이었다.
엘리자는 자기 몸에서 징표가 나오자, 나 때문이라고 했다.
그 것이 아니라 마왕이 15세가 넘어서였다.
그런데 내가 먼저 마왕의 시련을 통과했고, 그 장소를 없애버렸다.
우리 아래에서 엘리자가 무사한 것을 보니, 아직 마왕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며 아래를 살펴보았다.
마야가 말했다. "엘리자도 스토너 상회도 무사한 것을 보면, 마왕은 아직 이 곳에 오지 않은 것 같군요."
"아마 이 곳에서 먼 지역에서 15세 생일을 맞은 것이겠지. 엘리자에게서 징표가 나온 것을 보면, 마왕의 15세 생일이 지난 거야."
마르티나가 말했다. "엘리자의 착각 때문에 서방님께서 마왕의 유물을 차지하신 거죠."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제니스가 말했다. "그나저나 심심해요. 이렇게 마냥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나요?"
"그럼 심심하지 않게 해줄까?"
내가 제니스의 몸에 손을 대자, 제니스는 내 손을 자기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좋아요."
요즘 제니스가 많이 달라졌다. 제니스는 그런 일을 좋아하지 않고 피해 다녀서, 내가 남편의 능력으로 강제로 끌어당긴 적이 많았다. 요즈음의 제니스는 파르노 만큼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지금 제니스는 날 보며 웃고 있었다. 요즘 들어 웃는 제니스를 많이 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아졌다.
클레어가 나에게 가까이 오려하자, 마르티나가 그녀의 뒷목을 잡았다.
"언니를 방해하지 마!"
"아앙! 나도 부인이에요."
"언니, 마야, 나, 그 다음이 너야."
"아앙! 싫어."
클레어의 목소리에 상관 없이, 나는 제니스를 안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렇게 부인들과 즐기며 1개월 이상을 기다려도, 마왕은 오지 않았다.
그 동안 제니스는 페트리아의 기술을 연마했고, 마르티나를 지도해줬다. 둘의 실력이 많이 늘어, 미야급까지 성장했다.
마야도 제니스에게서 많이 배웠다.
마야가 관심있는 것은 고속 이동 방법. 내 바람 마법과 같이 사용하니, 나만큼의 스피드를 가지게 되었다. 단점은 고속 이동 때에 마법을 쓸 수 없는 것. 10개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과 다른 세계의 마왕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라서, 마야는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도 빨라진 이동에 마야는 만족했다.
클레어는 그 동안 내 옆에 붙어있으려고만 했다.
하루는 마야가 나에게 물었다. "서방님. 클레어를 어떻게 하실 거죠?"
"이미 정해졌고, 돌아가면 그렇게 할 거야."
제니스가 클레어를 노려보았다. "저 여자... 정말 때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미워요."
마르티나도 거들었다. "그래요. 식사 당번을 우리 셋이 번갈아 하는데, 저 여자만 빠져나가요."
클레어가 웃었다. "어머나! 제 요리가 먹고 싶으세요? 진작 말씀하시지."
마르티나가 팔짱을 끼었다. "너 주제에 요리를 만들 수나 있어?"
"저도 여자에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 만드는 것이 얼마나 기쁜 줄 아세요?"
마야가 물었다. "그런데 왜 안한 거지?"
"아무도 시키지 않으니까요."
"그럼 이제부터 식사당번은 클레어가 하도록 하지."
내 말에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클레어가 내 옆에서 일어섰다. "알았어요. 제 실력을 보여주죠."
그날 저녁 식사에 클레어의 요리가 펼쳐졌다. 맛을 보니, 정말 달고 부드러웠다. 그 맛은 과거 대지모 여신교 클레아트릭스 성전에서 맛보던 것과 같았다.
클레어가 간들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방님. 맛있으시죠?"
"이 맛... 혹시..."
"맞아요. 서방님께서 과거에 즐겨 드시던 요리죠."
3사람도 요리를 맛보았다.
마야가 말했다. "서방님께서는 이렇게 달콤한 요리를 좋아하세요?"
"그보다는 주위에 벌꿀이 많았거든. 벌꿀로 만든 요리가 많았어."
두 번째 세상에서 내가 있던 지역은 이상할 정도로 벌꿀이 많았다. 나무 위, 땅 속에서도 꿀이 넘쳐날 정도여서, 꿀로 만든 과자, 술이 많았다. 특히 메트라는 벌꿀빵을 너무 좋아해서, 나도 같이 많이 먹었다. 클레아트릭스 주위에서도 꿀이 많아서, 꿀을 사용한 요리가 많았다.
나는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네 스프만큼은 못해."
제니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나는 마야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네 고기 요리가 더 맛있어."
마야도 기뻐서 웃었다.
"마르티나. 빨리 제니스에게서 스프 만드는 법을 배워둬."
"배웠지만, 서방님께서는 언니의 것이 더 맛있다고 하시잖아요."
"솔직히 눈 감고 먹으면 제니스 것인지 네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어."
마르티나가 기뻐서 나를 감동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클레어. 오랜 만에 이런 요리를 맛보게 해서 고마워."
"정말요? 앞으로 계속 맛있게 먹어주실 거죠?"
나는 3사람을 바라보았고, 세 명은 동시에 클레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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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섬에서 대기한지 3개월 가까이 되었을 때, 제니스가 아래를 보며 말했다.
"서방님. 강한 마력을 가진 것이 이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모두 일어서 호수에 보이는 지상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 곳으로 다가오는 상인의 무리입니다. 그 중에..."
제니스가 손을 흔들자, 한 남자를 확대해서 보여주었다.
"이 남자입니다."
그 옆을 보니 낯익은 여성이 있었다. 로엔이 준 초상화의 어른 버젼의 모습이었다.
클레어가 그 여성을 가리키며 외쳤다. "맞아요. 분명해요. 브리트니입니다."
"브리트니가 여기 온 것을 보니, 마왕이 온 것이 맞네요."
우리 모두 마야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니스, 네가 마왕이라면 어떻게 할 거지?"
"제일 먼저 엘리자를 찾아가겠죠."
"그러니 우리가 먼저 엘리자를 만나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