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보통사람이 된 마왕
우리는 지상으로 내려가 스토너 상회를 찾았다.
우리는 엘리자의 방에서 그녀를 만났다.
"설마... 마왕이 아직 살아있다니... 그럼 그 징표는..."
"맞아. 마왕이 15세가 넘어서 네 몸 밖으로 나온 거지."
"그런데 왜 내가 몰랐죠?"
마야가 말했다.
"우리가 티리스 안에 있던 마왕을 죽일 때, 마왕의 영혼은 티리스 몸 밖을 빠져나와 다른 이의 태아로 들어갔어. 그런데 그 태아는 운이 나쁘게 여자였던 거야."
엘리자가 황당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 여자가 아이를 낳아, 마왕은 그 아들로 태어났어. 그리고 나이가 되어 너를 찾아온 거야."
"그... 그렇네요. 그 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하지만 나는 징표를..."
"그래서 우리가 널 지켜주려는 거야."
엘리자가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어떻게 해야죠?"
"너는 그 징표를 나에게 빼앗겼다고 하고, 내가 마왕의 성전에서 기다린다고 전해줘."
"마왕이 화가 나서 우리를 공격한다면..." 엘리자는 불안한 얼굴이었다.
"네가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 그 때 티리스 몸 안의 마왕을 죽인 자가 나라고 해도 괜찮아."
엘리자는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는 마왕의 신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밝은 낮에 두 사람이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그 중 여성을 잘 알 수 있었다. 초상화의 여성, 브리트니, 안젤라였다.
그들은 우리를 보고 멈춰섰다.
먼저 클레어가 나섰다. "오랜만이야, 브리트니."
"데보라님? 어떻게 여기에?"
클레어는 내 팔을 안아 팔짱을 꼈다. "나는 서방님의 부인이 되었어."
같이 온 남자가 한발 나서 말했다. "네가 엘리자에게서 징표를 뺏은 놈이냐?"
"그리고 그 전에 티리스 몸에 있던 너를 죽인 사람이지."
내가 마력을 내뿜자,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놈이로구나."
"마왕을 죽이는 것이 내 의무거든. 너는 같은 사람의 손에 두 번 죽네? 바보 아냐?"
"이번에는 그럴 리 없어."
클레어가 나에게 팔을 들어 제지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우선 브리트니를 이 곳에서 벗어나게 해줘요. 저는 약속이 있어요."
브리트니가 말했다. "데보라님께서는 저를 살려주시기로 약속하셨죠."
"맞아. 나는 너를 한번 살려주기로 약속했어. 지금 그 약속을 지켜야 해."
"에브람님은 어떻게 되셨죠?"
"서방님의 손에..."
"그렇네요..."
마야가 물었다. "설마... 저 여자도 에브람을 아는 거야? 어떻게?"
마르티나가 클레어의 뒷목을 잡았다. "바른대로 말해."
클레어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브리트니와 계약을 맺었어요. 에브람에 의해."
"무슨 계약이지?"
"내 손으로 브리트니를 한번 살려주기로."
제니스가 물었다. "왜지?"
"에브람의 요구입니다."
내가 말했다. "초대 마왕이 에브람의 후손이니까?"
모두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고, 나와 눈이 마주친 클레어는 고개를 숙였다.
"반은 맞아요. 두번째 마왕은 에브람과 테라티아의 아들입니다."
마야가 물었다. "그럼 첫 번째 마왕은?"
"에브람의 손에 죽은 마왕은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와 테라티아의 몸 안에 들어갔죠."
"그래서 두 사람의 아들로 다시 태어난 거야?"
클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마왕에게, 두 사람은 애정이 있었어요. 그래서 차마 마왕을 죽이지 못하고 이 곳으로 도망쳤죠. 신의 얼굴을 피해..."
"하지만 신은 에브람을 용서하지 않았군. 자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잠이 든 건가?"
"그래요. 신은 그런 에브람에게 다른 의무를 지웠지요."
"마력을 공급하는?"
클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 세상에 왔을 때, 에브람은 나를 불렀어요. 그 자리에 저 브리트니가 있었죠. 에브람은 나에게 부탁했어요. 마왕을 한번은 봐달라고. 저는 신의 계약으로 수락했고, 그 안에 내 육체를 숨겨놓고 아랑에 갈 수 있었죠."
제니스가 물었다. "왜 그렇게 한 거지? 용의 육체를 왜 숨긴 거지?"
"용은 기억력이 없어요. 제가 이 곳에 왔을 때, 서방님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했어요. 방법은 인간의 몸을 빌리는 것. 그래서 데보라의 몸에 들어간 거죠. 그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
"마왕이군."
"정확히는 브리트니죠. 그녀도 자기 배 속에 있는 마왕을 통해 알게 된 겁니다."
"그럼 네가 여기에 온 것은?"
클레어는 나를 바라보았다.
"서방님께서 온 것을 알고, 에브람은 두려움에 날 부른 겁니다. 마법을 걸었죠."
"마왕을 죽이지 못하게?"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티나가 물었다. "그럼 서방님은 마왕을 죽이지 못하나요?"
3사람은 나를 쳐다보았다.
제니스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마왕을 죽이죠?"
"죽일 이유가 없잖아?"
"그럼 우리가 못 돌아가잖아요."
"마왕을 죽이지 않고 돌아갈 방법이 있어."
나는 마왕 앞으로 걸어갔다.
"마왕. 나는 마왕의 시련을 이긴 자다. 그 의미를 알겠지? 네가 날 이겨야 진정한 마왕이 될 수 있다."
마왕는 나를 노려보았다.
"네 시련은 나 하나다. 그러니 상관 없는 브리트니와 내 여자들을 끌어드리지 말라!"
마왕은 한숨을 쉬고 내 앞으로 걸어왔다. "좋다."
마왕이 브리트니에게 고개를 돌리자, 브리트니는 데보라 옆으로 뛰어갔다.
나는 브리트니를 보았다. "브리트니, 아니 안젤라. 나는 네 어머니와 약속했다. 지금 즉시 네 집으로 가라."
"안됩니다. 저는..."
"이미 마왕의 시대는 끝났다. 네가 네 아들의 부인이 될 의무도 없어. 그러니 네 집으로 돌아가라."
"그 것 때문이 아닙니다." 브리트니는 나를 노려보았다.
"결국 모정이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아들을 죽일 수 없습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왕. 또 한가지 약속해라. 만약 네가 나에게 지면, 너는 네 어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마왕이 시련을 통과 못하면 죽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련이 없으니, 나에게 지면 너는 마왕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네 어머니의 고향에서 인간으로서 살아라."
"알았다."
나는 손을 내밀어 마력구를 만들었다. 계약의 마법이었다.
마왕이 말했다. "내가 이기면 저기 있는 네 여자들은 내 부인이 되어야 한다."
나는 놀라서 마력구를 없애려 했다.
그런데 마야가 외쳤다. "우리 모두 동의합니다."
나는 4명의 내 부인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마왕을 바라보았다.
마왕은 내 마력구에 손을 대고 자신의 마력을 주입했다. 우리 둘 사이에 계약이 성립된 것이었다.
우리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 칼을 뽑았다.
마왕이 마력을 내뿜는데, 엄청났다.
그 때 마왕이 태어나기 전에 죽여야한다는 엘리자의 말이 맞았다. 정말 상대하기 싫은 수준이었다. 전 세계의 마왕, 에브람. 모두 엄청난 실력자들인데, 이 마왕은 그들을 뛰어넘었다.
마왕이 내뿜는 마력에 내 부인들도 놀라서 당황한 표정이었다.
티리스 배 속의 태아 상태에서 미야를 날려버린 마왕이었다. 이렇게 장성하니, 이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마력에 자신 있어 마력을 내뿜었다. 내 마력과 마왕의 마력이 힘 겨루기를 하는데, 마왕이 밀렸고 땅에 넘어졌다.
마왕은 마력을 거두고 일어서 나를 노려보았다. "네 놈... 전보다 강해졌군."
"네가 약한 거야."
내 말에 얼굴이 일그러진 마왕은 그대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공격을 칼로 막는데, 검술 실력은 에브람보다 떨어졌다. 아무래도 브리트니는 마왕의 교육시킬 그릇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검술을 알고 있다고 해도, 실전에 사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특히 자신의 신체를 생각하지 않고 화려한 칼의 움직임만 추구하면, 빈틈 투성이가 되고 빨리 지쳐 상대의 역습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마왕의 검술이 그랬다. 자신은 강하고 날카로운 검술이라며 연습한 것 같지만, 호리호리한 신체에 이렇게 큰 동작은 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의 검을 살짝 피하면 다음 동작으로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몸 쪽에 빈틈을 내보였고, 나는 그 것을 놓치지 않고 공격했다. 점점 마왕의 몸에 상처가 늘어갔다.
검에서 이기지 못한다 생각한 마왕은 방어 마법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거리를 넓혔다.
자신의 마법을 믿은 것이 큰 실수로, 근접 전투에서 방어벽을 뚫는 기술은 얼마든지 있었다. 내가 칼에 마력을 담아 방어벽을 찔렀을 때, 방어벽이 깨어졌다. 그 찰나에 마왕은 나와의 거리를 넓혔다.
역시 이 마왕은 전투 경험이 풍부했다. 검술을 자신의 몸에 맞도록 바꾸지 못했지만, 마법 능력과 전투 경험은 그대로였다.
나는 다시 자세를 잡고 마왕을 노려보았다. 마왕은 칼로 나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네 놈은 뭐냐?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지?"
"내 부인들은 모두 마왕이었다. 내가 이겨서 부인으로 삼은 거지. 저 중에 테라티아도 있다."
마왕이 내 부인들을 보자, 마야가 손을 들어올려 흔들었다.
"그렇군. 내 어머니 안에 자고 있던 용의 영혼이 느껴지는군. 너는 용들을 부인으로 삼은 거냐?"
"너도 내 부인이 될래?"
"사양하겠어. 여자로 십년 넘게 살았더니, 다시는 그렇게 되기 싫더군."
마왕은 브리트니를 바라보았다.
마왕은 마력을 거두고 칼에 마력을 집중했다. 일합에 승부를 결정지을 생각이었다.
나도 대응해 자세를 취하고 마력을 운용했다. 전에 에브람을 이긴 기술, 그 때처럼 난 마력을 운영하며 마력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 때는 내가 공격하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방어하는 입장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해 보였다.
순간 머리 속에서 세레스의 세계의 마왕의 지식들을 떠올렸다. 그 중 한 가지를 지금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그 기술을 생각하며, 난 마력을 다시 운영했다. 지금 사용하는 기술은 주위 시간을 10배 느리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이 기술은 마력 소비가 엄청나, 10초만 운영해도 마석 반개 이상이 필요했다. 고위 마법 2번 이상 쓸 수 있는 마력이었다.
마왕이 칼을 쳐들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나를 향해 칼을 내려치는데, 내 마력 방어벽에 막혔다. 10개 만든 방어벽 중 8개를 부쉈지만, 2개에 막혔다.
마왕이 남은 방어벽을 부수려 마력을 투입하는데, 내 눈에 그의 칼에 올라오는 마력의 움직임이 보일 정도였다.
공격은 화려해 보여도 많은 허점을 만든다. 그래서 항상 공격은 신중해야 한다.
마왕의 내려치는 칼날은 분명 강력해도, 공격하는 자세로 인해 몸의 여러 부분에 허점이 보였다.
방어벽을 전개한 상태에서는 공격이 힘들기 때문에, 반격의 가능성을 낮게 본 마왕은 모든 힘과 마력을 모아 내 머리를 향해 칼로 내려치는 것이었다.
마왕의 칼날을 마지막 방어벽을 부수자마자, 나는 마왕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 때 마왕의 칼은 내 머리 위에 있어 빠른 대응이 힘들었고, 올린 두 팔로 인해 가슴과 배 쪽이 무방비 상태였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왕의 품에 파고들어 배에 손을 대고 마력을 주입했다. 마왕을 죽이려면 뜨거운 피의 마법을 사용하지만, 죽이지 않기 위해 충격 마법을 사용했다.
‘펑’소리와 함께 마왕이 뒤로 튕겨 나가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알렉스!" 브리트니가 마왕에게 달려갔다.
나와 부인들도 다가갔는데, 마왕은 기절해 일어나지 못했다. 나의 승리였다.
나는 부인들과 브리트니, 마왕을 데리고 하늘섬으로 올라갔다.
.............
3일 후, 마왕이 깨어났다.
마왕은 브리트니의 부축을 받으며 우리에게로 왔다.
"내가 졌군. 이제 어떻게 해야지?"
"지금 우리는 브리트니, 네 어머니의 고향 위에 있다."
내가 아래를 비춰주자, 브리트니는 호수에 달려가 비춰진 장면들을 보았다.
"우리 집... 아직 그대로네. 데이빗... 아직 살아있었어."
마왕, 알렉스가 브리트니 옆으로 걸어갔다. "저 사람이 내 아버지인가?"
브리트니는 마왕의 손을 잡았다. "그래. 알렉스. 저 사람이 너의..."
"아버지라고 해도 난..."
"저 사람 때문에 넌 태어날 수 있었어." 브리트니의 얼굴에 눈물이 흘렀다.
제니스가 나에게 물었다. "마왕을 죽이지 않고 어떻게 돌아가죠?"
"마왕이 그 힘을 포기하면 되는 거지. 마왕에게 내려온 힘과 지식을 포기하는 거야."
"어떻게..."
나는 마왕 앞에 수정 구슬 하나를 내밀었다.
마르티나가 그 것을 보고 놀랐다.
"이 것은 뭐지?"
"너 말고 다른 마왕을 봉인했던 물건이다."
마르티나가 물었다. "그 것은 어머니에게서?"
"맞아. 올가에게 부탁해서 받은 거야. 이 구슬이라면 마왕의 힘을 봉인할 수 있어."
"나보고 평범한 인간이 되라는 거냐?"
"그게 약속 아니었어?"
나는 클레어에게 고개를 돌렸다. "클레어. 네가 여기로 올 수 있었던 것처럼 혼자서 돌아갈 수 있지?"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사라지면, 이 둘을 지상으로 보내고 너는 이 돌을 들고 나를 따라와."
"이 하늘섬은 어떻게 하죠?"
"스스로 원래 있던 장소에 돌아갈 거야."
클레어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은 쓴 웃음을 지으며 구슬에 손을 댔다.
이 때 클레어에게 하늘섬과 구슬을 잠시 맡겨둔 것이 실수였다. 그 실수가 마지막 싸움에서 엄청난 시련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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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무책임한 놈의 세상이 펼쳐졌다.
"이번에도 고마워."
- 내가 언제 실패한 적 있어? 그리고 뭐 없어?
"내가 더 이상 너에게 줄 것이 없어."
- 이런 째째한 놈. 더 이상 날 부르지 마!
"째째하다니? 나 덕분에 부인을 12명이나 얻었으면서. 내가 없었다면 너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알아?"
- 그건 맞는 말이네.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