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판타지 세상 사람들의 현대생활(4)
오후가 되어, 잠시 식사를 위한 휴식 시간에 내 옆에 마야, 제니스, 티리스가 모였다.
우리는 다른 세계의 언어로 우리끼리의 대화를 나눴다.
"제니스, 국 끓이는 법은 잘 배웠어?"
"스프 만드는 것과 다르네요. 한국식 스프는 맛이 달라요. 서방님께서 좋아하시는 거니까 알아둬야 겠지요?"
나는 반찬으로 나온 양고기 구이를 먹으며 말했다.
"티리스는 불고기 양념으로 양고기를 구운 거야?"
"간장과 마늘을 사용하는 것은 많이 들었는데, 직접해보니까 고기 맛이 더 좋아져요."
"마야는 계속 전 담당이야?"
"제가 음식솜씨가 부족해서 그런 가 봐요." 마야가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가 수아를 안고 우리에게로 왔다. "너희들끼리만 하지 말고, 우리도 끼자."
다른 어른들이 우리를 보며 웃고 있었다.
작은 어머니께서 제니스를 보며 물었다. "거기... 마야의 동생이라면서요?"
제니스가 대답했다. "네."
"재작년에 봤었던 미야씨도 참 미인이시던데, 제니스도 참 예쁘네요."
제니스가 웃었다. "감사합니다."
옆예 계신 다른 어른이 물었다. "제니스는 우리 재신이를 어떻게 생각해?"
"좋은 사람이죠."
"단지 그 뿐?"
"아직은 입니다."
할머니가 말했다. "우리 말은 그런 생각이 있는가 하는 거야?"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누나가 물었다. "그 것에 대해 제니스씨는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죽는 것보다는 나은 거죠. 이렇게라도 살아야 한다면 어쩔 수 없다며 체념도 하고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도 아나킨이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에요. 저는 마야가 나쁜 남자를 선택할 것 같아 많이 불안했는데, 아나킨은 좋은 남자입니다."
"재신이를 남자로 생각하네?"
"그럴 운명이니까요."
어른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가 티리스를 바라보았다. "티리스라고 했나? 티리스도 마야의 형제야?"
"아닙니다. 저는 아나킨의 도움으로 한국에 정착했고, 마야의 부탁으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재신이의 도움?"
내가 나섰다. "할머니, 그 것에 대해서는 묻지 마세요. 사정이 있어요."
내 강한 눈빛에 어른들이 물러섰다.
"티리스는 제니스의 친구에요. 고향에서 친했는데, 같이 한국에 오게 돼서 제니스와 함께하게 된 거예요."
한 어른이 물었다. "티리스도 네 그 것 중 하나야?"
티리스가 대답했다. "그 것 때문에 제가 여기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웃고 있는데, 어머님이 오셨다. "재신아, 마야와 함께 온 거야? 그리고 두 명이 같이 왔다는데?"
작은 어머니가 말했다. "형님. 이렇게 늦게 오시면 어떻해요?"
"길이 막혀서. 게다가 그 이가 오늘 오전에 학교에 나가야 하잖아."
마야가 인사했다. "어머님. 오셨어요."
제니스와 티리스도 함께 인사했다.
"여기는 제니스, 티리스. 제 친구들이에요."
어머니가 굳어진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재신이 엄마에요."
"처음뵙겠습니다. 티리스입니다."
"제니스입니다. 아나킨에게 평소에 신세 지고 있습니다."
"아나킨?"
"송 재신씨의 호칭입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신아. 아빠가 와 있어 너와 마야를 찾는다. 가 봐라."
"알았어요."
나는 수아를 안은 마야와 함께 사랑채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마야가 물었다. "두 사람이 걱정되지 않으세요?"
"둘 다 걱정할 필요 없어. 제니스는 엄마보다 나이가 많고, 티리스는 나이에 비해 많은 일을 겪었어. 엄마와 다른 어른들 정도는 문제 없어."
수아를 안고 사랑방에 들어가니, 아버지와 할아버지, 몇 명의 어른들이 가운데 술상을 두고 앉아있었다.
"재신아, 마야. 왔냐? 수아야... 할아버지에게 오렴."
수아는 무서운지 더욱 마야 품에 파고 들었다.
"죄송해요. 수아가 낮선 사람들이 많아서요."
나는 앉아서 수아를 내 다리 사이에 앉히는데, 수아는 몸을 돌려 내 품에 파고들었다.
"아빠. 무셔."
어른들은 그 모습에 웃었다.
"아빠, 미안해. 수아는 나와 마야 밖에 보지 않았거든."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거야?"
"내년부터 유치원에 보낼 거야. 그 동안은 마야와 함께 집에서 키울려고."
한 어르신이 나에게 술을 권했다. "재신아. 내 술 한잔 받아라."
마야가 수아를 받아 안고, 나는 술 잔을 받아서 마셨다.
"너도 어른이네. 술 잘 먹고 말야."
"재작년에 저에게 지셨잖아요."
"그건... 그 때는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야. 오늘이라면."
아버지가 나섰다. "삼촌. 밖에서 고모님이 삼촌 술 먹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 혈압 때문에 라던데요?"
"사람 참... 오늘 같은 날은 마셔야 하는 거야."
할아버지가 나섰다. "그 정도 하지. 자네를 술 먹이면 일년 내내 나와 할멈이 욕 먹어."
"그 정도는 무시하세요. 여자 말 정도는."
"고추 가루 얻으려면 제수씨 눈치 봐야 하잖아. 배추 농사 농약도 얻어 쓰는데 말야."
"그 정도야 제가 어떻게 할게요."
"집 안에만 들어서는 쪼그라드는 네가?"
"내가 쪼그라든다고 누가 그랬어?"
그 어르신이 버럭 화를 냈고, 주위의 어른들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술 병을 들고 아버지에게 술을 권했다.
"아범아. 내 술 받아라."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술을 받고 마셨다. "어라? 술 맛이 틀려졌네요?"
"올해부터는 우리 마을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직접 내린 소주야."
"여기 쌀로 만든 거예요?"
"우리 집에서 심심풀이로 만들어봤다. 맛이 어떠냐?"
"좀 독한데요?"
"요즘 소주가 약한 거야. 옛날에는 그 정도였어."
아버지는 나에게 권했다.
마셔보니 목 넘김이 좋지만 조금 독했다. "아버지 말이 맞아요. 독해요."
"네 생각도 그래?"
"소주는 여자들도 잘 마셔요. 그런데 이 정도면 여자들이 먹기 힘들어요."
주위의 어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넘김이 참 좋아요. 술술 넘어가요."
"옛날 술은 다 그랬어. 소주가 입맛을 다 망쳐놨지."
우리는 모두 웃었다.
오후 늦게 시작된 술자리는 밤까지 이어졌다.
마야는 수아를 안고 중간에 빠졌고, 나를 포함해서 어른들의 술자리는 웃음과 고성으로 끊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취해서 드러누웠고, 마지막까지 나는 제 정신이었다. 물론 마법으로 취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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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전, 우리는 제사를 드린 후, 선산에 가서 여러 묘소에 절을 하고 벌초를 했다. 나는 장손이라 도포에 두루마기를 입었는데, 역시 불편했다.
내 두루마기 입은 모습에 마야와 두 사람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마음 속으로 세 사람의 생각이 전해졌는데,
‘서방님, 귀여워요.’ 제니스,
‘저렇게 헐렁한 옷을 입고, 하늘을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티리스,
‘저 옷을 입고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면, 바람에 옷자락이 흔들리고... 더 멋있게 보일 것 같아요.’ 마야.
세 사람은 그렇게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래도 이런 내 모습을 재영이가 보지 않아 다행이었다. 할아버지는 대입 문제로 고등학생 때는 고향에 오는 것을 면제해줄 만큼 이해심이 많은 분이었다. 나도 그랬지만, 마야와의 결혼 문제로 한번 와야 했었다. 재영이 녀석은 현재 고등학생이라 열외.
덕분에 나는 성묘로 모인 사람들 중 가장 어린 사람이었다. 장손이라지만, 여러 어른들의 눈치를 살펴야 해, 마음대로 앉아 쉬지도 못했다.
그래도 중간에 몰래 힐링으로 체력을 회복했는데, 하산할 때 모두 지쳐있었지만 나는 피로를 느끼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니, 마야, 제니스, 티리스는 아주머니들과 수다 중이었다. 모인 사람들 사이에 술 병이 많은데, 술로 실수할까 걱정되었지만 마야가 잘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야가 날 보고 손을 흔들었다. "서방님. 수아가 서방님을 찾아요."
나를 서방님이라 부르는 마야를 보고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 수아를 안아 올리자, 수아는 내 품에 꼬옥 안겼다.
한 아주머니가 물었다. "수아야. 아빠 품이 좋아?"
"좋아! 아빠! 쁑해죠. 하늘로 쁑!"
나는 당황했다. 마왕성에서 나는 수아를 안고 하늘로 날아오르며 수아를 즐겁게 했는데, 여기서는 할 수 없었다.
"여기서는 할 수 없어."
"싫어! 아빠. 쁑! 쁑!"
이모님이 물으셨다. "쁑이 뭐야?"
"아빠는 하늘 나라. 마마도 하늘 나를 수 있어."
"정말? 아빠와 엄마는 하늘을 날아?"
"하늘 나라따가 떠러지 때 가장 재미이써."
모두 웃으며 수아를 바라보았다. 아마 수아를 안고 하늘로 높이 흔드는 것을 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빠! 쁑!"
"수아야. 여기서는 안돼."
"쁑! 뿡!"
"그건 집에서만 할 수 있어."
수아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대신 집에 가면 많이 해줄게."
"저말? 그럼 지베서 마니 해주거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수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야가 다가와서 수아를 받아 안았다. "수아. 아빠는 여기서 힘들어. 집에 가면 해주실 거야."
"마마. 수프 머고시퍼."
"스프? 방금 밥 먹었잖아?"
"저기 제니스 마마 수프." 수아는 제니스를 가리켰다.
모두 놀라서 바라보는데, 제니스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모두 수아를 자주 봐줘요. 수아는 제가 만든 스프를 좋아하죠. 수아는 모두를 마마라고 불러요."
모두 제니스와 티리스를 보며 웃었다.
같이 있던 숙모님이 말했다.
"여기 재신이 부인이 3명이야? 2명이나 더 데리고 오니까 이번에는 정말 편했어. 다음에는 5명이 오는 거야?"
마야가 웃으며 말했다. "모두 12명이에요."
"그럼 모두 재신이의 마누라들?"
"모두 그런 줄 알고 있는데, 서방님께서는 아니라고 하고 아직도예요."
"아직도라면, 이제 그럴 수 있는 거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옆에 있던 사촌 누나가 말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해요. 왜 재신이죠? 그리고 왜 재신이는 부인을 그렇게 많이 만들어야 해요?"
제니스가 말했다. "그건 아나킨은 왕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놀라서 제니스를 바라보았다.
"마야님은 한 나라의 공주님이십니다. 우리 나라의 풍습은 국왕 폐하의 첫째 공주님의 남편이 왕위를 물려받습니다. 그리고 왕이 되시면 부인을 10명 더 얻어야 합니다."
"부인이 12명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마야씨까지라면 11명 인데?"
"제가 포함되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마야님과 같이 시집가기로 되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저는 저기 아나킨의 부인입니다."
"무슨 그런 중세암흑시대식의 풍습이 있지?"
"그 것이 운명입니다. 마야님도 거부하고 도망치려고 한국에 온 겁니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던 거야?"
제니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의 시선이 마야에게 쏠렸다.
"2년 전에 말씀 드렸듯, 우리도 이 것을 미신이나 잘못된 전통으로 치부해 도망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지요. 그런데 서방님께서는 이 것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마야의 말에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인이 제가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되요. 남자의 꿈이라고 해도, 마야를 비롯해 다른 여자들의 삶은 뭐죠? 그래서 저는 이 것을 끝내려고 해요. 안되면 우리 대에서 끝냈으면 좋겠어요. 수아를 위해서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물었다. "마야씨나 다른 부인들에게 아직 문제 없어?"
"아직은... 하지만 나는 작년에 그 쪽으로 가기로 했는데, 대학과 군대문제로 미룬 상태야. 5,6년은 벌었으니 그 중에 무언가 돌파구가 있을 것 같아."
"너에게 압박을 해오니?"
나는 마야를 쳐다보았다. "마야에게 더 심해. 친정에서는 마야가 질투로 막는다고 생각하고 있어."
제니스가 말했다. "제가 1순위인데, 아직 저에게도 소식이 없으니 두 분이 곤란해하십니다."
한 어르신이 물었다. "여기 티리스는?"
마야가 말했다. "티리스의 경우는 우리와 달라요. 저와 제니스, 몇 명은 친정에서 온 사람들이고, 티리스와 현정은 서방님께서 선택하신 사람입니다."
"재신이가 고른 사람이라고?"
어르신들의 시선을 받으며 말했다. "티리스는 어려운 상황 때문에 그렇게 된 겁니다. 현정이도 생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문제?"
"티리스는 난민이고, 현정이는 경제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현정이를 선택한 건, 다른 사람들에게 한국 적응을 위해 필요할 것 같아서였는데, 도움이 많이 되요."
제니스와 마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티리스가 말했다. "그 때 한국에 와서 갈 곳이 없어 난감했어요. 다행히 제가 제니스의 친구라서 찾아갔는데, 제니스의 제의로 아나킨의 부인, 아니 부인 대상이 된 거죠."
옆의 어르신이 티리스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 "티리스도 재신이가 좋아?"
"좋아해요."
"만약 부인이 되면 4번째인데, 그래도 좋아?"
"아나킨은 부인이 100명이 넘어도 다 감당할 수 있는 남자니까요."
모두에게서 ‘오우~’하는 탄성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