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7화 〉한국인 부인들 (147/148)



〈 147화 〉한국인 부인들

마왕성에 돌아왔는데, 미란과 현정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우리 앞에 파르노가 걸어왔다.

"보고 있었어?"

"모두. 넌 변하지 않았네? 그 말 버릇."

나는 피식 웃었다.

파르노는 두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나킨의 말하는 방식이 저래. 차갑고 매정하게 들리지?"

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네가 어쩔 수 없기 때문 아냐? 그 상황에서 누가 너에게 뭘 해줄 수 있지? 따뜻한 말을 들을 수 있어도 너에게 뭔가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서방님뿐이잖아."

"그건 나도 알아."

"그러면 확실히 미련을 버려. 너는 네 발로 서방님의 부인이 되었고, 3년 간 성실히 그 자리를 지켜야 해. 그 것 외에 너에게 할 말은 없어."

파르노는 현정을 바라보았다.
"현정아. 나는 현대 대한민국을 잘 몰라. 너희들이 알고 있는 인권에 대한 개념도 없어.
내가 살았던 세계는 부모가 딸을 파는 일이 흔해. 거리에 창녀와 사생아가 넘쳐나는 곳에서 자랐어. 전쟁에 남편과 부모가 죽으면, 남자는 군인, 여자는 창녀가 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런 세상에서 살다 온 나와 아나킨에게 인권을 설명해 봐야 소용이 없는 거야."

"그래도 인간이라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줄 알아?
딸을 파는 부모가 정이 없어 그런 건 아니야. 그런데 옆집에서 딸을 파는 것을 보고, 그 집 사람들은 웃고 있어. 왜 인줄 알아? 우리는 살아남았다고.
인간이란 그런 거야. 남의 불행을 보며 슬퍼하면서도, 내가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속으로 안심하고 있어.
나도 10살에 하녀로 팔렸던 적이 있어. 그래도 부모를 원망하지 않아. 다른 형제들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나는 파르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파르노는 10세에 근처 귀족 집에 하녀로 팔렸어. 그러나 칼을 만나 모험가가 된 거지."

"이것도 말해주지.
내가 왜 모험가가 된 줄 알아? 전쟁이 일어나 그 귀족 집이 습격받아 불타버렸어. 내 눈 앞에서 모시던 주인님과 마님의 목이 잘렸어. 조금 나이가 든 여자들은 강간당하고, 남자들은 군대에 일하는 사람들로 끌려가고.
나도 죽어야 했는데, 그 쪽의 지휘관이 어린 아이들을 놓아준 거야. 길을 헤메다 칼을 만나고, 오빠를 포함시켜 우리가 파티를 만들게 되었어."

미란과 현정은 파르노를 바라보았다.

"TV에서 보듯이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상처를 입어.
그런데 우리는 평화스러운 나라에 살고, 서방님의 보호로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어. 옆집의 여자 아이가 팔려가는 것과 모시던 주인들이 죽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듯,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단지 우리가 그 자리에 없다는 것에 안심할 뿐이지.
그 다음은? 살아남아야 해. 마물과 싸우던 인간과 싸우던. 싸워서 내 배는 내 힘으로 채워야 하고. 남이 죽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내가 먼저 살아야 하는 거야. 인생이란 그런 거야."

파르노는 미란과 현정을 보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지금 편안하다면 서방님께 감사해. 왜 더 못해줬냐고 원망하지 말고, 이 생활을 지키려고 노력해 줘. 그래도 우리는 그런 사람들 보다는 행복하잖아?
미란아. 넌 10번째 부인이 되는 것 때문에 슬프고 괴로운 거야? 그럼 창녀 생활이 좋은 거야?"

"그건.... 아니야."

"그런데 왜 불만이지?"

"불만... 없어."

"그럼 네 아버지 앞에서 서방님께 한 행동은 뭐지?"

미란이 고개를 돌렸다.

파르노는 현정에게 시선을 돌렸다.
"현정아. 넌 이 생활에 불만 있지? 그래? 한국인의 상식으로 한 남자가 여러 여자를 부인으로 삼는 것은 이상하지.
그래서 서방님은 3년 후에 자유를 주신다고 하잖아? 그 동안 네가 받는 혜택. 네가 평범한 한국인이라면 받을 수 있는 거야? 어디서 대학 1학년에게 한달에 300만원씩 주고, 이렇게 쾌적한 집을 주지?"

"난 아무 불만 없어."

"불만 없다면서 왜 서방님의 시중을 거절하지?"

"그... 그건."

"네가 그런 쪽을 싫어하는 것을 이해해. 하지만 너보다 더 싫은 사람이 티리스야. 티리스는 과거의 악몽을 이겨가며 내색하지 않고 서방님을 받아들여. 너처럼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얼굴을 하지 않아."

"난 싫은 표정한 적 없어."

"다른 부인들이 보기에 그런데?"

현정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렸다.

"이제부터 진심으로 서방님을 사랑해줘. 부인의 의무야."

현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르노는 현정과 미란을 내 품으로 밀었다. "그러니 지금 서방님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줘."

파르노가 사라지자, 분위기가 어색해 졌다.

"이제 3P야?"

현정이 나를 바라보고 웃었다. "나는 괜찮지만, 미란은 어떨까?"

"나도 문제 없어. 그런데 아나, 아니 서방님은 우리 2명을 한꺼번에, 괜찮아요?"

"네가 먼저 쓰러져 버릴 걸?"

"그럼 저를 죽여줘요."
미란이 내 품에 파고 들었다.

나는 두 사람을 데리고 목욕탕으로 워프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회랑에 나왔을 때, 세레스만 있었다. 현정과 미란은 허리를 잡고 절뚝거렸다.

세레스가 웃었다. "두 사람, 오늘 천국에 갔다 왔네?"

"천국은 무슨... 만원 전철도 이렇게 허리가 아프지 않아." 미란은 허리를 두드렸다.

세레스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학교는 어떻게 하실 거죠? 3일은 빼먹지 않으셨나요?"

"뭐 공부야 그럭저럭이고. 맞아! 현정아. 미란이에게 학습마법을 가르쳐줘야지."

미란이 물었다. "학습 마법?"

현정이 설명했다. "책을 손에 들고만 있으면, 그 내용이 모두 머리 속으로 들어오는 마법이야."

"그럼 공부할 필요 없는 거야?"

현정이 웃었다.

미란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쉽게 공부를... 너무 인생을 쉽게 사시는 것 아닌가요?"

"미란아. 내가 몇 살로 보여?"

"20세."

"난 지금 100세가 넘었어."

“지금 장난해요?"

"난 2번 천수를 다할 때까지 살았던 적이 있어. 그리고 소환에 가면 몇 년은 여행을 해야 해. 그렇게 쌓인 햇수가 100년이 넘어."

"100년을 넘게 살았다고요? 판타지 세계의 모험을 하며? 몇 년이나?"

"세보지 않았어. 5번째, 100년을 세고 잊어버렸거든. 그러니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인생을 쉽게 사는 것이 아냐. 그 동안 엄청난 고생을 했고, 싸우다 3번을 죽었다 살았고, 이 팔은 잘렸다 다시 붙인 거야. 그렇게 많은 일을 경험해서 지금 인생이 쉬워 보이는 거지."

미란은 나를 이상하다면서도 다시 생각하며 보고 있었다. 나도 내가 특별하다 생각하면서도, 많은 고생을 해서 이 정도 능력을 얻었다 생각하고 있다.

현정이 말했다. "그 고생에 여자와 자는 것도 포함되어 있잖아?"

미란이 현정을 바라보았다.

"서방님은 그런 일 할 때마다 마력이 늘어나. 그러니까 우리의 일은 서방님께서 마력을 늘릴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거지."

"말도 안 돼. 그런 일로?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신의 은총이야,"

"여기에 신까지. 그럼 서방님은 신의 사자?"

"신의 명령을 이행하고 있으니 그런 셈이지."

현정이 말했다. "그 신의 명령이 끝나면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시겠대."

미란이 말했다. "그 기간이 3년인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언제 용의 화신이 되죠?"

"다음 소환에서 용을 데리고 오면."

짝!짝! 세레스가 박수를 쳤다. "자, 자. 오늘 저녁은 제가 준비했어요. 여기 말에 식후경이라죠? 우선 저녁 식사를 하죠."

내가 먼저 의자에 앉자, 3명도 자리를 찾아 앉았다. 마물들이 세레스가 만든 요리를 가져오는데, 고기가 없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너무 달지 않은 단맛과 담백함, 신선함이 섞여 있는 요리였다.

미란은 요리의 맛을 보고 놀란 얼굴이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세레스가 미소를 지었다. "맛있어?"

"엄청. 어떻게 이런 요리를 만들 수 있지?"

"엘프의 능력이야. 서방님. 입에 맞으세요?"

"대단해. 정말 맛있어."

"고기가 없어 아쉽지 않으세요? 죄송해요. 제가 고기 요리를 못해요."

"미안할 것 없어. 배우면 되잖아?"

"그래도 고기를 요리할 때 냄새가..."

미란이 말했다. "냄새가 싫으면 조미료를 쓰면 되지 않아?"

세레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고기 냄새는 싫어."

"모두 여기 계시네요?" 선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여자가 새로운 부인인가요?"

나는 조금 낮은 톤의 목소리를 냈다. "선아. 여기는 윤미란. 정식 부인이야. 네 윗사람이다."

"저도 부인이잖아요."

"정확히는 마르티나의 아랫부인이야. 여기 미란은 파르노를 본처하는 정식 부인. 너는 부인 카스트의 맨 아래."

"너무해요. 나는 서방님의 부인이었잖아요."

"제 발로 걸어나간 사람이 누구지?"

선아는 나를 원망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남편의 명령이야."

내 마력에 선아는 몸을 굽혀 동의를 표했다.

나는 미란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란아. 여기는 선아. 마르티나의 아랫부인이야."

"아랫부인이라면..."

현정이 말했다. "우리들은 모두 파르노를 본처로 모시는 부인들이지만, 선아는 마르티나를 모시는 부인이야. 결국 우리보다 아래 계급이지."

"말하자면 파르노는 본처, 우리들은 부인, 저 선아는 첩인거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원래 선아도 우리처럼 부인이었는데, 서방님이 자유를 주시니 여기를 나갔거든. 지난 주에 살려달라며 다시 받아달라고 간청했는데, 서방님이 거부하셨어.
제니스와 마르티나가 부탁해서 다시 받아주기로 했는데, 서방님께서는 마르티나의 아랫부인으로 삼으셨어."

"그만큼 서방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시는 거군."

현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란이 일어서 선아에게 갔다. "반가워. 나는 윤미란. 서방님의 부인이야."

"난 조선아. 서방님의 부인이야."

"부인이 아니라 옛부인이지."

"나이도 어린 것이 싸가지 없게."

미란은 불쾌한 얼굴로 교복 차림의 선아의 뺨을 때렸다. "고딩 주제에."

선아도 지지 않고 미란의 뺨을 때렸다. "나는 30대야."

나는 마력을 뿜어내 선아를 공격했고, 선아는 땅에 무릎을 꿇고 벌벌 떨었다. 선아의 다리 사이에 노란 물이 흘렀다.

"감히 첩 주제에 부인을 때려?"

나는 마력을 선아에게 사용했다. 그러자 선아가 70대 할머니로 변했다.

"말했지? 다시 한번 내 눈에 거슬리면 할머니로 만들겠다고. 영원히 그렇게 살게 해줄까?"

선아가 이마를 땅에 닿도록 숙였다. "용서해주세요. 잘못했어요. 서방님."

나는 다시 선아에게 마력을 사용했고, 선아가 다시 어려졌다.

"잘 들어. 너는 마르티나의 아랫부인이야. 절대 부인들에게 건방진 행동을 해서는 안 돼. 싫으면 당장 이 성을 나가!"

동시에 나는 위압을 사용했다. 내 위압에 다른 부인들도 땅에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어요. 서방님. 다시는..."

선아의 울음 섞인 말에 나는 위압을 풀었다.

"앞으로 너는 부인들의 저녁 식사 자리에 참여할 수 없다. 네 방으로 가라!"

선아는 벌벌 떨며 일어섰다. 눈에는 눈물이 흘렀고, 등을 돌려 회랑을 나갔다.

현정이 손가락을 튕기자, 마물들이 나와 선아가 흘린 것을 닦아냈다.

미란이 말했다. "저 여자, 선아인가요? 30대라니, 무슨 말이죠?"

현정이 말했다. "원래는 42세. 이혼녀야. 서방님의 부인이 되어 어려졌고, 다시 인생을 살고 싶다며 고등학교에 입학했어."

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3년..."

세레스가 미란의 마음을 읽었다. "1년이 더 필요한 거야?"

현정이 미란에게 물었다. "의대로 갈 거야?"

"아니. 변호사가 될 거야. 어차피 새로 시작한다면 확실히 해야지."

"로스쿨까지... 그럼 월 300만원으로 되겠어?"

세레스가 말했다. "이번 일로 챙긴 것이 있지?"

미란은 당황했고, 나와 현정은 미란을 노려보았다.

"뭘 챙겼지?"

"저.... 그게... 서류를 챙기다 CD와 채권이 있어서. 괜찮아요. 무기명이라 추적이 되지 않아요."

이 여자도 클레어와 막상막하다.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 속은 모르겠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에 너 말고 현정, 마야, 제니스의 도움이 있었어. 그러니 세 사람과 나누도록 해. 그리고 부모님께는 얼마나 줄 거지?"

미란은 고개를 숙였다.

"현정아. 마야와 제니스와 의논해서 나누어 가져. 그리고 너무 티가 안 나도록 해. 잘못하면 절도죄가 될 수 있으니까. 내 부인이니까 용서해 주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아둬."

"알겠습니다."

현정이 말했다. "오늘 선아를..."

나는 웃으며 현정을 바라보았다. "알았어."

저녁 식사 후, 나는 선아의 방에 갔다. 선아는 침대에서 울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를 보지도 않았다. 나는 그대로 선아의 침대에 다이빙했다.

그래도 나와의 일은 좋았는지, 아침에도 내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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