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55화 (55/530)

< 6개국 사절단 >

단옷날이 다가오면서 각국의 손님들은 제각각 다른 장소에서 제각각 다른 방법으로 상경하였다.

그중 가장 먼저 조선 땅을 밟은 것은 물론 일본에서부터 온 국왕사였다. 현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최측근 아이즈번의 번주이자 교토 수호직 마츠다이라 카타모리가 이끌고, 사츠마번의 사이고 다카모리가 그를 보좌하는 구조로, 얼핏 막부가 주도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한 가지 다른 것이 있었다. 그동안 일본국왕사가 정이대장군의 이름으로 이뤄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쿄의 덴노의 이름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에도 막부가 쿄의 조정을 대신하여 일본의 정통정부인 듯 행세하던 것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이는 곧 에도의 쇼군도 결국 쿄의 덴노의 신하임을 공인하는 모양새였다.

'역시나 숙이고 있나.'

이형은 그 소식을 전해 듣고서 작게 혀를 찼다. 그는 도쿠가와 가문이 아예 천황가마저 쳐내고 역성혁명을 일으킬 것을 기대했으나, 아무래도 도쿠가와 가문은 막부를 폐하고 쇼군직을 반납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 물론, 그것이 곧 도쿠가와 가문의 실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지난 300여 년간 실무경험을 쌓아온 것은 막부였지, 쿄의 조정이 아니었다. 결국, 막부를 폐한다고 할지라도 쿄의 조정에서 정무를 보려 한다면 우선 도쿠가와 가문의 협력을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설령 막부를 폐하고서 조정을 하나로 합치더라도, 실권을 쥐는 건 도쿠가와 가문이 되는 모양새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걸로 결국 또다시 쿄의 덴노를 꼭두각시로 만들고서 두체 노릇 할 작정인가. 무슨 무솔리니도 아니고.'

이형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저만한 힘이 있다면 스스로 왕이 되고 말지, 왜 꼭두각시 왕을 내버려 두고서 막후통치에 만족할까. 그러나 고민한다고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일본의 일은 일본인들에게 맡겨두는 거로 충분했다. 당장 제 앞가림도 벅찬 조선이었다. 지금은 그런 세세한 사항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형은 우선 그런 의문들은 마음속에 묻은 채로, 일본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했다.

"반갑소. 과인이 이 나라 조선의 왕 이형이라고 하오."

"승전을 경하드립니다. 일본국왕사 정사를 맡게 된 아이즈번 번주 마츠다이라 카타모리라고 합니다. 쇼군 전하께서 직접 찾아뵙고자 하였으나, 아직 초슈의 모리배들이 소란스러워 미처 조선국까지 오시지 못하였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츠다이라 카타모리는 배를 올리고서 재차 고개를 꾸벅 숙여 정중히 예를 표하였다. 그 모습에 이형은 조금 입꼬리가 느슨해지는 걸 느꼈다. 이런 예법 같은 것에 연연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상대가 먼저 성의를 보면 마음이 풀어지는게 인간의 마음이었다.

그와 비슷하게 환영식에 참여한 문무백관들의 분위기도 한결 가벼워졌다. 조선이나 중원에 비하면 다소 연구에 소홀했어도, 지난 300여년 간 유학을 중시하여 문치를 내세운 에도 막부였다.

센고쿠 시대에는 아무래도 무를 숭상하여 무사들에게는 글을 못 읽는 것이 미덕이던 때도 있었으나, 그것도 이 무렵에는 옛말로 도리어 검술을 익히지 않은 무사들이 흔하던 적이었다. 같은 선비로서 아무래도 조선의 문무백관들에게는 서역의 오랑캐들 보다는 왜국의 사무라이들이 보다 친숙했다.

'쇼군이 직접, 이라.'

그리고 이형은 짧은 순간 다카모리의 말에 내포된 속 뜻을 읽어냈다. 명색이 일본 국왕사의 정사로서 찾아온 자가 정이대장군의 뜻을 함부로 입에 담을리가 없었다.

그렇다는건 즉 이건 단순히 겉치레가 아니라 현 에도 막부의 진심이라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기대 받고 있는 모양이지?'

"허허허, 그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소? 우리 조선국과 귀국 일본국은 지난 260여 년간 오랜 우호로 다져진 사이가 아니오? 대군 전하께서 몸소 찾아뵙고자 하였다니, 듣는 것만으로 얼마나 기쁜지 모르오."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비로소 마음이 놓입니다. 다시 한번 승전을 경하드립니다, 전하. 그 강성한 청국을 무너뜨리시고 청국의 공주를 취하시다니,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이는 실로 전하의 패기에 하늘조차 놀라 보우함일지니, 앞으로도 일본국과 변함없는 친교를 유지해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쇼군의 최측근 마츠다이라 가타모리는 말끝마다 조선에 대한 칭찬과 조선왕 이형에 대한 호의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물론 외교적 수사라고 받아들여야겠지만, 이 정도면 단순히 외교적 수사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이형은 그것을 친교의 뜻으로 이해했다.

'안 그래도 색목인들과의 굴욕적인 통상 이래로 나날이 권위가 추락해가고만 있는 쇼군이다. 조선과의 외교무대는 무너져가는 도쿠가와 가문의 권위를 보일 좋은 기회이니, 그야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어가고 싶겠지.'

"과인의 뜻 또한 그와 같소. 작금의 천하가 비록 어지럽다고 하나, 우리 양국이 힘을 합친다면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소? 이번 왕실혼을 계기로 서역의 공관들을 받아들이려 하니, 왜국과 조선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공관을 두어 계속하여 친교를 유지하도록 합시다.

언제까지고 동래의 왜관에만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오? 과인으로서는 귀국에서 준비가 되는 대로 곧바로 이를 성사 시키고 싶은 마음 뿐이라오."

"전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쇼군 전하께서도 장차 일본국이 가까이해야 하는 이웃은 다름 아닌 조선이라 몇차례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미 청국은 지는 해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에 반하여 조선의 국운은 그야말로 새벽녘 햇살처럼 찬란히 떠오르고 있으니, 이 모든 것은 실로 전하의 은덕임에 틀림 없습니다. 일본국이 조선과 함께 할 수 있게된다면 그보다 더한 행운은 없을 것입니다."

한편 교토수호직 카타모리가 그렇게 조선에 우호적인 언사를 쏟아냈지만, 사츠마번에서 온 사이고 다카모리는 자못 신중한 모습이었다. 함부로 속내를 드러내려 하지 않고, 들뜨거나 반대로 위축되거나 하려 하지도 않았다.

필사적으로 현 조선왕 이형의 그릇을 가늠해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면 저놈은 대표적인 정한론 인사였지.'

이형의 시선도 절로 떨떠름해졌다. 안 그래도 일본에는 그다지 좋은 감정은 없던 이형이었다. 그중에서도 후일 유신 3걸이라고 불리게 되는 걸물 중 걸물의 대표적인 정한론 인사를 눈앞에 목도하고 나니, 괜히 심통부터 나는 듯했다.

거기에 이 무렵이면 한창 삿초동맹이 거론되며 그간 온건 개혁을 지지하던 사츠마번이 사카모토 료마의 중재로 초슈번과 손을 잡기 위한 막후 협상이 한창이던 무렵이었다. 이형은 막부 토벌과 조선 정벌을 외치는 이들에게까지 호의를 낭비할 정도로 사려 깊은 인물은 못되었다.

"우리 대일본제국의 만세일계 유일무이하신 천황 폐하를 대신하여, 귀국 조선국의 승전과 조선 국왕 전하의 왕실혼을 경하드리는 바입니다."

긴 침묵 끝에 사이고 다카모리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 또한 그러했다. 겉으로는 축하의 뜻을 보이었으나, 그 속내는 달랐다. 우선 일본은 대일본제국이라고 크게 높여 황제국임을 들어냈으며, 그 자신이 섬기는 쿄의 덴노 또한 천황 폐하라고 황제임을 강조하였다. 그에 반하여 조선은 조선국이라고 낮추었으며 조선왕인 이형 또한 조선 국왕 전하라고 칭하여 왕임을 강조하였다. 요컨대 일본이 조선보다 위에 있는 황제국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주군을 전하라 칭하고 자신의 조국을 일본국이라고 조선과 대등한 선에서 표현한 마츠다이라 카타모리와 정반대의 언사였다. 자연히 일본국왕사를 맞이하던 궁인들과 문무백관들의 얼굴부터가 분노로 일그러졌고, 그와 함께 조선 땅을 밟은 막부 측 인사들도 당혹감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나 정작 이형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그가 이런 식으로 도발을 걸어올 것이라 일찌감치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씀 드리고 싶지 않소만, 귀하는 누구시오? 일본국은 알겠소만, 과인은 대일본제국이라는 나라는 듣도 보도 못하였고 일본국의 대군 전하는 알아도 천황 폐하는 누구인지 알지 못하오. 대일본제국은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이고 천황 폐하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요?"

언제나처럼 귀를 후비적거리며 시큰둥하게 받아친 이형이었다. 이는 곧 조선에서 인정하는 일본의 유일 정부는 에도의 막부이지 쿄의 조정이 아니라는 통보였다. 그동안 조선통신사를 주고받은 것도 일본국왕사를 보내었던 것도 결국 모두 에도의 정이대장군이었던 만큼, 이는 조선으로서는 실로 당연한 대처이기도 했다.

이형의 모욕적인 대답에 사이고 다카모리는 얼굴을 붉혔지만, 이내 동요를 억누르고서는 깊게 심호흡하여 화를 참아 눌렀다. 그러고는 허리를 굽혀 사의를 표하고

"무례를 끼쳤습니다. 사죄드립니다."

하고서 물러났다. 처음부터 이형의 그릇을 떠볼 심산이었지, 도발이 주목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모욕적인 언사였던 만큼, 이후로도 조선의 문무백관들과 궁인들이 사이고 다카모리를 대하는 태도는 결코 호의적으로 될 수 없었다.

'아, 진짜로 그냥 일본원정 할 수는 없나. 다 필요 없고 사츠마번이랑 초슈번만 쓸어버리면 앞으로 반백 년은 일본 쪽은 조용할 텐데.'

이형 또한 이는 마찬가지였다. 특유의 막 나가는 언사로 도발을 받아치기는 했지만, 명색이 한나라의 왕을 상대로 그릇을 떠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평소에 저들이 조선을 어떤 시선으로 봐왔는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봐도 무관했다.

'역시 메이지 신정부랑은 친해지기 글렀군.'

그렇게 단정 짓고서, 우선 꾹 참고 넘어가기로 한 이형이었다.

그다음으로 도착한 것은 영미프 3개국으로부터의 축하사절단이었다. 그들 3개국은 각자 따로 오는 일 없이, 3개국의 연합함대와 함께 인천을 통하여 입국하였다. 조선에 대한 무력시위와 함께 러시아에 대항한 극동에서의 3개 열강의 굳건한 연계체제를 과시할 목적임이 분명했다.

그들 하나하나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총독 그랑디에 제독이 몸소 참가하였고, 영국의 경우에는 영국령 인도의 총독 겸 부왕 존 레어드 메어 로런스 경이 몸소 참가하였다. 영국과 프랑스가 현재 조선에 얼마나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선이기도 했다.

3개국의 참가자 중 가장급이 떨어지던 건 주일 미공사 로버트가 그대로 참가한 미국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아직 남북전쟁이 마무리되고서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미국이었다.

전후수습이 한창인 미국에서 현 프랑스 식민제국의 극동 영토에서 가장 높은 고위인물인 인도차이나 총독 그랑디에 제독과 영국령 인도의 총독 겸 부왕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고위인사를 차출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많았다.

"대영제국의 신민들과 여왕 폐하를 대표하여, 귀국 조선의 승전과 이번 왕실혼을 경하드리는 바입니다."

"정말로 고맙소. 앞으로도 귀국 영국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기대하고 있소이다. 이번에 조선을 방문해주어서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라오."

"프랑스 제국은 조선국의 친우로서 앞으로도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곧 새신랑이 되시겠군요. 참으로 경하드립니다, 전하."

"허허, 이거 참 과인의 낯을 가렵게 만드는 구려. 그렇게 말만 해주어도 참으로 든든하오. 과인은 귀국 프랑스와 앞으로도 계속하여 좋은 친우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오."

"미합중국은 태평양의 평화와 미합중국의 국익을 위하여 조선국과의 협력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귀국 조선국의 승전과 왕실 혼을 경하드립니다, 전하."

"고맙소. 귀국 미국 또한 역도들을 토벌하고 나라의 기강을 다시 세운 일에 대하여 축하드리는바요. 앞으로도 조선은 그대들 서역인들에게 많은 것을 들여와야만 하고, 이는 귀국의 경제를 되살리는 일에 있어서도 결코 나쁜 일은 되지 않을 것이오.

내 약속 드리리다."

'축하는 필요 없으니까 현물로 내놔 이놈들아. 딱 눈 감고 빳빳한 라이플 10만 자루만 주면 안 되겠냐.'

마음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품으면서도, 이형은 뺨에서 경련이 일 정도로 힘을 주면서 억지로 웃어 보였다. 일본을 상대로야 아직 크게 꿇릴 이유도 없었으니 무시당하고서 참을 이유가 없었지만, 이들 3개국을 상대로는 달랐다.

모욕을 당하여도 웃어야 했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구두를 핥아야 했다. 그래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래야지만 후일을 기약할 수 있었다. 자연히 이형의 몸가짐도 고분고분해질 수밖에는 없었다.

"참으로 감사하오. 이렇게 경하스러운 날 함께하게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차마 말로 표현할 도리가 없구려. 모두 마음 편히 있다 가시오. 앞으로도 변함없는 우호 관계를 기대하겠소."

"""여부가 있겠습니까, 전하."""

앞서 조선국에 당도한 일본국 국왕사 사절단을 포함하여, 이들 4개국을 환영하는 조선 조정의 예우 또한 각기 달랐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일찍이 청나라나 명나라에서 사신이 방문했을 적과 같이 상국을 대하는 예우로서 지극정성으로 섬겼고, 미국과 일본의 경우 앞서 일본국왕사가 조선을 방문하던 때와 같이 대등한 왕국으로서 사절단을 예우했다.

사실 이는 차별대우라고 하기에도 뭣했다. 실제로도 영국과 프랑스는 제국으로서 대우받을만한 열강이었으며, 일본은 아직 전근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비문명국이었고 미국은 북미대륙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개 지역 강국에 불과했다. 미국 공사단은 이러한 차별대우에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해하였고, 일본 국왕사의 경우 일부 근왕파 사절이 항의하는 등의 소동이 있었으나 막부 측에서 이를 적당히 무마시켰다.

조선의 예법에 대해서는 몰랐으나 지극정성으로 섬김을 받고 있다는 것만은 파악한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에는 물론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그들로서는 생전 처음 보게 된 조선의 궁정 예법과 환영단이 자못 신기한 듯, 창덕궁과 한양을 구경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내었다.

물론, 단지 관광만은 아니고 미지의 나라 조선에 대하여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본국에 전달하려고 하는 이유가 더 컸다.

"오우야, 저게 다 뭐야? 저게 설마 배여? 저런 남산만 한 무쇠 배가 어떻게 바다를 떠다닌다느냐. 신기하기도 해라."

"눈이 퍼렇고 머리는 노랗고…도깨비다! 도깨비들이 나타났다!"

"그거 옷 한번 신기하게 생겼네. 저렇게 단출하게 입고 다니면 어디 서늘해서 살겠나?"

그들이 한양을 구경하는 동안 마찬가지로 한양의 백성들 또한 그들을 구경했음은 물론이였다. 난생처음 보는 색목인 인들의 행렬에 한양의 백성들을 호기심을 숨기지 못했다. 만일 그들이 조선을 정벌하러 왔다면 또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이번에 한양을 방문한 색목인들은 조선의 승전과 왕실 혼을 축하하기 위하여 찾아온 이들이었다. 자연히 시선도 호의적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하게만 보였다. 산만한 증기선들도, 형형색색의 제복을 입고서 경비를 서는 군인들도,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사절단도, 그들이 이따금 구경꾼들에게 선심 쓰듯 나누어 주던 기념품들도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들 모두는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세상에는 이런 신기한 것들도 있었구나!'

조선은 조금씩 우물 안 개구리에서 빠져나오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형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더 급한 만남이 있었던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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