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88화 (88/530)

< 마지막 한걸음 >

"일본에서 내전이 시작되었다, 라."

일본의 내전 소식을 이형이 전해 듣게 된 것은 그로부터 약 보름 후였다. 연락책을 빙자하여 조금씩 국외 첩보에 손을 대기 시작한 익문사가 수집한 정보를 이하응이 편지로 전해준 것이다.

"뭐, 시답잖게 되었구먼."

그에 대한 이형의 반응은 시큰둥한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당장 내전에 개입하기에는 조선에게도 여유가 없었다. 적어도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만주 이권을 확실하게 보장받고 난 다음이면 모를까 지금은 일본에 뭔가 수작을 부리기에는 시기상조였다.

다른 무엇보다도 지금의 조선은 해군력이 너무나도 빈약했다. 먼저 모든 지원을 육군에 몰아주다 보니, 육군은 점차 근대적 군대로 완성되어 가는데 정작 해군은 전근대적인 판옥선 그대로였다. 이래서야 네덜란드나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 포함 등을 되는대로 사고 있는 일본을 상대로 제해권을 따낼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전쟁물자나 팔고 한 몫 버는 정도인가. 소소하게 재정에 보탬이 될 수는 있겠군.'

"하여간 내전이 시작되었다면 적어도 당분간 왜놈들이 우리 조선을 함부로 침공해올 일은 없겠군. 수고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짐의 눈과 귀가 되어주도록."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이형의 상투적인 칭찬에 감격한 듯, 전령으로 위장한 익문사의 요원이 그 자리에서 부복하며 눈물을 보였다. 무리도 아니었다. 지금이야 익문사가 중임을 맡아 조선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있지만, 본래 익문사는 이하응이 데리고 있던 주먹패에서 시작한 이들이었다. 그들도 이와 같은 벼락출세에 감회가 남다를 것이 분명했다.

이형으로서는 그런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 또한 지난 생에는 저 익문사의 요원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생활을 전전해왔던 만큼, 왜 지난 생의 자신에게는 저런 기회가 없었을까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하지만 상념은 짧았다. 지난 생이 어떻건 간에, 지금의 그는 한 나라의 국왕이었다. 벼락출세라면 이형 또한 남부럽지 않았다.

'유유상종이라고 하던가. 정작 이놈들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겠지만.'

이형이 상념에서 깨어났을 무렵에는 이미 익문사의 요원은 그의 시야에서 사라진 후였다. 보나 마나 이하응이 뭔가 또 따로 밀명을 내렸을 거라고 이형은 이해했다. 이형은 이하응이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았고, 이하응은 이형이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았다. 지금의 조선은 그렇게 운영되고 있었다.

따라서 이형은 이하응이 무엇을 꾸미건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이하응 또한 이형이 무엇을 꾸미건 상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형과 이하응이 각자 특기로 하는 분야가 겹치지 않는 만큼, 두 사람은 서로의 특기 분야는 서로를 믿고서 결과가 나온 다음 사후통보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아마 러시아에 친화적인 만주족 마을들을 미리 파악해두려는 의도겠지.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조선에 악감정을 품고 있는 놈들이라던가. 여차하면 염라국 보내줄 밑준비 중일 게 뻔하지 뭘.'

그리고 사실 따로 통보하지 않아도 서로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니 통보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도 있었다. 이형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간사하다 싶은 발상이 곧 이하응이 꾸미는 일이었고, 이하응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다 싶은 발상이 이형이 꾸미는 일이었다.

피만 섞였을 뿐인(?) 부자는 서로에 대하여 너무나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참으로 묘한 부자지간이었다.

"자, 그럼 일단 로스케 놈들을 맞이할 준비도 거의 끝났겠다…."

이형은 힐끔 시선을 돌려 러시아와의 전투가 예정된 둥베이 평원을 바라보았다. 구릉 하나 없이 펼쳐진 끝 모를 지평선과 푸르른 초목, 드높은 하늘. 인간이 절로 엄숙한 기분이 들게 하는 만주 대평원 대자연의 경이로운 풍경.

…을 더럽히고 있는 3겹의 철조망 지대와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모래주머니를 채워 기반을 다지고 목판으로 덧대어 병사들이 자유로이 통행 할 수 있도록 만든 개인 참호. 참호 하나하나의 깊이는 1m 30cm로 정확하게 맞춰서 병사들의 피탄 확률은 경이롭게 줄이는 한편으로 병사들이 적병을 조준하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다.

그뿐일까. 정면으로 보이는 3겹의 철조망 지대 사이 사이에는 1미터 너비의 지뢰 지대까지 설치했다. 병사들을 상처입힐 의도로 만들어진 2차대전 이후의 지뢰들과는 달리, 확실하게 인마를 살상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초기형 지뢰들이었다. 그마저도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 이형은 고의로 지뢰를 매설하면서 쇳가루를 뿌려두라고 명해두었다.

지뢰가 폭발하면서 흙에 섞인 쇳가루가 사방으로 튀기면서 적 선봉의 기세를 확실하게 꺾어둘 것을 기대한 것이다.

그 정점은 미국에서 사들여온 시멘트를 깔아 완성한 포병 진지와 벽돌로 만든 개틀링 기관총 토치카로, 적의 포탄에 직격해도 1, 2번 정도는 포대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었다. 이 무렵에는 미국에서 새로이 개틀링 기관포가 4대가 더 들어와, 조선군은 모두 12곳의 개틀링 토치카를 설치하게 되었다.

모두 미국에서 남북전쟁 때 사용하려고 생산했다가 전쟁이 끝나면서 쓸 일이 사라진 잉여전시물자들을 헐값에 매입한 결과물이었다. 당연히 러시아에서는 조선의 지형지물 개조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결투(?)의 심판역을 맡은 미국에서는 이에 대하여 러시아 또한 정정당당하게 진지를 설치할 권리를 제공해주겠다며 맞섰다.

한마디로 이번 기회에 무기 장사를 질리도록 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에는 돈이 없었고, 알래스카를 팔아치운 러시아 정부는 그 돈으로 조선과의 전쟁을 대비하는 대신 유럽 본국에서의 산업화에 모든 초점을 기울였다. 결국, 러시아는 그들의 진영에 시베리아에서 베어온 수십 톤의 목재로 목재 요새를 세웠다.

"이제 남은 건 결과를 보는 것뿐인데, 저놈들 아무리 봐도 공격밖에 생각 안 하는 모양이구먼."

그것이 망원경으로 러시아 진영의 목재 요새를 살핀 이형의 소감이었다. 제1 보병사단 전원이 주둔해도 무리가 없도록 좌우로 길이만 1km의 참호지대를 설치한 조선군과 다르게, 러시아군이 설치한 목재 요새는 일종의 지역 거점 또는 감시탑의 성격이 강했다. 많아야 1개 대대 정도가 주둔할 수 있는 크기에, 요새 중심에는 십수 미터 높이의 목재 탑이 세워져 있었다.

러시아군의 포병 진지는 조선군 진영에서는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현지 만주족들이 팔아치운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군 나름대로 모래주머니와 목재 등을 조달해 작정하고 포병 진지를 구축했다고 했다.

그럼 목재 요새들의 설치목적은 러시아군 포병 진지에 조선군의 움직임을 전하고 또 조선군이 러시아군 포병 진지에 접근할 수 없도록 거점을 방어하는 역할일 공산이 컸다. 다시 말해, 조선군의 산발적인 역공 또는 습격에 대비하는 용도지 본격적인 반격에 대비하는 방어시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야 고마울 따름이지. 우리 조선군도 수비할 생각 밖에는 안 하고 있으니까."

이형은 비열한 미소를 떠올렸다. 과연 어느 누가 이런 비열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는 소년 왕이 러시아에 정정당당한 결투를 신청한 소문 속 극동의 기사왕이라고 생각할까. 적어도 이형은 지금껏 만주를 찾아온 외신 기자 중에서는 단 한 명도 찾아보지 못했다.

결투라고 전해 듣고서는 멋대로 러시아군과 조선군이 평원에서 정정당당히 회전을 벌이는 걸 상상한 듯, 기자들은 하나 같이 둥베이 평원의 실상을 확인하고서는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군도 러시아군도 결전을 앞두고서 진지구축에만 한창이었으니 볼거리가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이형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가 기자들의 앞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정정당당히 러시아와 맞서다 전멸하는 조선군의 비장한 최후가 아니었다. 러시아군에 맞서서 당당히 승리하는 조선군의 모습이었다. 그걸 위해서 기자들에게 불평을 듣는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보실까."

이형은 히죽히죽 웃었다. 아무리 마음을 가라앉히려 해도, 웃음이 멈추지를 않았다. 그것이 천박해 보일 것이라는 걸 자각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형은 결전을 앞두고서 마침내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

"…이 망나니 놈은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 게냐."

한편, 그와 같은 시각 한양. 보고를 전해 들으며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흥선군 이하응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이지 그의 망나니 아들은 날이 갈수록 그의 상상력을 아득하니 초월하고 있었다. 1만 명과 1만 명으로 결판을 보겠다고 하지를 않나, 그러면서 병사들을 동원해 공사를 시켜 전장을 초토화 시키지를 않나, 그리고 전쟁에 필요한 일이라면서 아편을 밀수하지를 않나.

다른 건 다 그렇다고 치고 마지막만큼은 그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이쯤 되면 진짜로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한약재를 먹였는지도 몰랐다. 적어도 그가 기억하기로 가정교육을 망친 적은 없었으니, 만약 뭔가 이유가 따로 있다면 한약재를 잘못 먹였다는 것밖에는 따로 집히는 이유가 없었다.

"제정신이 아니군. 제정신이 아니야. 정말이지 나라도 정신을 단단히 붙들어 매지 않는다면 이 나라가 망하게 생겼어."

이하응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탁자 위에는 언제나처럼 서류들로 가득했다. 본래라면 소년 왕이 결제해야 했을 서류들이었다. 자신에게는 서류 작업은 맞지 않는다면서 있는 대로 이하응에게 떠넘긴 것이다.

물론 아직 고작해야 16살밖에 안되는 소년왕이다. 적어도 약관의 나이가 되기까지는 섭정인 그가 대신 처리하는 것이 맞았다. 문제가 있다면 저 망나니가 약관의 나이가 된다고 해도 과연 붓을 손에 잡으려 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야 뭐, 이 몸에게는 나쁜 일도 아니다만."

이하응은 입꼬리를 뒤틀었다. 권력욕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던 이하응이었다. 그런 이하응에게 왕이 자신에게 의존하여 계속하여 권력의 중심에 남을 수 있다면 그건 긍정적인 일이지 결코 부정적인 일은 아니었다.

소년 왕이 계속하여 한양을 비워주면서 이하응은 사실상 왕이나 다를 바 없이 군림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과로와 혹사는 조선왕의 기본소양이었으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괘나 성가시군."

이하응은 익문사에서 보내온 보고서를 펄럭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보고서는 몽골에서의 이상 사태와 내몽골 지역의 몽골 친왕이 조선과 손을 잡으려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러시아의 몽골에 대한 장악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이미 외몽골은 현지 부족들이 완전히 복속하여 러시아의 속령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고, 내몽골 또한 몽골 친왕을 등지고서 도리어 러시아와 손을 잡는 부족들이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몽골 지역에서 조선과 손을 잡으려해도 서로 연락이 닿지를 않았다. 친 러시아 부족들이 사이사이에 포진하여 길을 틀어막고 있다.

"역시나 노서아 놈들과 정면으로는 상대가 안 되는 것까지는 예상대로였다만…이거 참 이상하군. 노서아 놈들이 그토록 발이 넓다면, 어째서 도리어 연해주는 이토록 허술하지?"

이하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현시점에서 가장 큰 의문점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몽골 지역은 아예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데, 정작 그들의 본국 영토 중 일부인 연해주 일대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던 것이다.

아직 주먹패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익문사 요원들조차 연해주를 제집처럼 들락거리며 극동 도독부의 기밀서류들을 마구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는 연해주에 아무리 조선인들이 많아도 이상한 일이었다. 속령이 몽골을 관리하느라 정작 본국의 일부인 연해주의 방비에 소홀하다니.

극동 도독부의 기밀문서들보다 소중한 무언가를 숨기려고 하지 않는 한 이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연해주의 관청들보다 소중한 것, 이라고 한다면…."

이하응은 곧바로 유력한 후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마침 바로 그 근처에서 행방불명된 주요요인이 있던 것이다.

대청국 천자 동치제와 그의 친모인 서태후.

"가증스러운 북적 놈들 같으니라고. 유유상종이라 이건가."

이하응은 한숨을 내쉬었다. 몽골과 위구르에 집중하느라 도리어 연해주가 텅텅 빌 지경의 첩보망, 그리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의 흔적. 두 가지를 합치면 심증은 명명백백했다.

무엇 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러시아 정도를 제외하면 그 두 사람을 받아줄 만한 곳도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연해주에 숨기기에는 아무래도 조선이나 영국 등에게 발각되기 쉬우니, 몽골과 위구르를 경유하여 서태후를 받아 챙긴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했다. 러시아는 설령 극동에서 수십만이 죽는 대전쟁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극동에서의 이권을 순순히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쟁에서 이길 경우 아무르강 이남에서 순순히 물러나라는 조선측의 요구사항을 수용한 것도 그저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덕분에 만주에서 기반을 다지기에는 손쉬워졌어."

보고서의 마지막 장을 펼친 이하응은 웃었다. 러시아에서 모든 힘을 서태후와 동치제를 빼돌리는데 써준 덕분에 극동 도독부에서 훔칠 수 있었던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그곳에 실려 있던 건 다름 아닌 만주와 화북 일대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거나 러시아에서 심어 놓은 끄나풀들의 인적사항이었다.

"죽이는 것은 역시나 시선을 끌게 된다. 포섭하는 것도 때에 따라 쓸만하겠지만, 한차례 주인을 문 똥개가 두 번이고 주인을 물지 말라는 법은 없지. 그렇다고 납치해서 조용한 곳에 가두자니 마땅한 장소가 없군."

콧노래를 부르듯이 이하응은 흥얼거렸다. 그는 웃고 있었다. 나쁜 장난을 생각해낸 악동처럼 환히 웃고 있었다. 만일 이형과 나란히 세워둔다면 역시나 부자지간이라고 누구나 납득할만한 미소였다.

물론 이하응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말이다. 이하응은 한참을 즐거운 얼굴로 고민하다가, 마침내 좋은 생각이 난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렇군. 굳이 이놈들을 정리할 필요가 뭐가 있던가? 오랑캐 녀석들이 이놈들이 하는 말을 신용하지 못하도록 거짓부렁만 지껄이도록 만들면 그만이지."

이하응은 자신이 말하고서도 우스웠는지 한참을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리 많은 거짓부렁도 필요 없었다. 훈련 일자가 어긋난다던가, 부대의 규모가 어긋난다던가, 그런 가벼운 오차라도 계속 누적되다 보면 러시아 측에서는 자연스럽게 끄나풀들에 대한 신뢰를 철회할 터였다.

혹은 그런 거짓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인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었다. 그러면 더욱 대담한 거짓 정보를 섞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자, 그럼 우선 신뢰의 낙차를 만들자면 신용을 줘야겠군."

이하응은 익문사를 시켜 러시아인들에게 조선 국왕 이형이 몸소 병사들을 이끌고 아편을 복용 한 채로 전장에 나설 것이란 정보를 흘렸다.

그리고 정확히 나흘 후, 극동 도독부는 그들의 협력자 대부분과 연락을 끊고 새로운 연락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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