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전 >
양국의 결투는 1868년 6월 1일로 확정되었다. 러시아도 조선도 봄 중에 예정했던 모든 진지구축을 끝마친 다음이라 그 이상 시간을 끌어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한 덕분이었다.
당초 양국은 1만 명 대 1만 명만을 동원하여 결투에 임하도록 예정했었지만, 사실 인원수 제한은 그렇게까지 철저히 지켜지지 않았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1개 기병사단과 1개 경보병연대, 1개 포병대대를 합하여 1만 명이 조금 안 되었고, 조선의 경우에는 1개 보병사단과 1개 기병 연대로 1만 명을 조금 웃돌았다.
다만 양측 모두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오차범위 내의 수치였기 때문도 있지만, 괜히 깐깐하게 굴어 좀스럽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군도 조선군도 제각각의 이유로 승리를 확신하고 있던 만큼, 그들은 일찌감치 승자로서 아량을 베푼다는 너그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설령 패하신다고 하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마십시오. 일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리 러시아 제국군은 유럽 제일이라고 자부합니다. 오늘의 결투는 크게 마음에 담아두시지 마시고, 그저 한 수 배워간다고 생각하시고 마음 편히 맞서주시길."
결투에 앞서, 양국의 대표는 미군이 전장의 정 가운데에 마련한 관전 탑에서 만났다. 러시아 측에서는 니콜라이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 국무위원이 대표로 나섰고, 조선 측에서는 조선 국왕 이형이 대표로 나섰다.
호위는 심판역을 맡게 된 미군 측에서 제공하였고, 따라서 양측은 따로 호위를 대동하지 않았다. 사실상 이번 전쟁을 시작하게 된 원인 두 사람만이 서로를 마주하게 된 셈이었다.
'몸소 친정을 한다는 건 그렇다치고서 술에 아편까지 복용하고서 돌격할거라니.'
무라비요프 백작은 새삼스럽게 극동 도독부의 형편없는 첩보력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기가 막힌 헛소문이었다. 그따위 정보를 듣기 위해서 그동안 수만루블을 투자해왔음을 떠올리면 차르를 무슨 낯으로 봐야할지 부끄럽기만 했다.
덕택에 러시아측에서는 사실상 조선군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채로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동안 협력자들이 러시아측에 제공한 정보 대부분의 신뢰가 소멸해버린 것이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거짓말을 핵심 정보랍시고 바치는 협력자들이 제공한 정보를 신뢰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직접 만나 모습을 확인한 소년왕은 무엇 하나 변한 것 없이 맹랑한 모습이었다. 진창 술에 취했거나 약에 취했다면 애초에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임에 틀림 없었다.
무라비요프 백작은 이번 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나면 극동도독부의 관료들을 대대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설령 패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마시오.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우리 조선군은 아시아 제일이라고 자부하오. 오늘의 결투는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그저 한 수 배워간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맞서주었으면 좋겠구려."
이형은 무라비요프 백작이 말한 그대로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만만한 대답에 통역을 담당한 미국 측에서 잠시 통역을 멈추고 의아해 했을 정도였다. 이번 결투에서 러시아군의 압승을 믿어 의심치 않는 나라는 이 무렵 조선을 제외하면 어느 한 곳 없었던 만큼 더더욱 그랬다.
조선 측에서 거의 반칙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지 공사를 했다고 하나, 러시아 측도 진지 공사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고 세간에서는 조선 측의 진지 공사 정도는 조선 측의 압도적인 열세를 고려했을 때 러시아가 관대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일 정도였다.
러시아 사교계는 물론 프랑스나 영국 사교계에서도 조선군이 몇 시간 동안을 버틸 것인가를 두고서 내기를 하면 했지, 조선군과 러시아군 중 어느 쪽이 승리를 거둘 것인가로 내기를 한 곳은 어느 한 곳도 없었다. 당시 자리에 대동한 미군 측 무관들은 조선왕이 계속된 승리로 교만해져서 주제를 잊었다고 여겼다.
"정말로 언제 보아도 용감무쌍하신 분이시로군요. 좋습니다. 그럼 좋은 결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폐하."
이는 무라비요프 백작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이형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무라비요프 백작은 그저 웃어넘겼을 뿐이었다. 그의 입가에는 여유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제2 기병사단까지 동원한 이상, 승리는 기정사실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음, 명예로운 결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겠소. 끝나고 나면 따뜻하게 데운 술이라도 한 잔 대접해주리다."
"호오, 그렇다면야 더더욱 기대하고 있어야겠군요. 그럼, 해가 저문 다음에 다시 만나도록 하지요."
마지막까지 허세를 부리는 소년 왕과 가볍게 악수를 주고받고서, 무라비요프 백작은 미 해병대원의 호위를 받으며 러시아군 진영으로 돌아왔다. 조선 측에서 정한 개전 시각은 10시 정각부터였고, 종전 시각은 18시 정각까지였다. 물론 도중에 항복하거나 이미 승부가 난 경우에는 도중에라도 종전될 수 있었다.
포로들의 학살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고, 부상병들에 대한 공격도 금지되었다. 다만 자발적으로 부상병이 계속하여 전장에 복귀하고자 한다면 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인정되었다. 양측은 서로의 진영을 충분히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사이에 1km 거리를 두고서 포진하였고, 사전에 참전을 알린 부대를 제외한 부대들의 참전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또한 특수 규정으로서 개전 이후 45분 간은 대포병사격이 금지 되었다. 설령 사전에 적 포대의 좌표를 알게 되었더라도, 이는 공정하지 아니한 방식으로 습득한 정보이므로 이를 토대로 시작부터 적 포대를 노리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보통의 전쟁이라면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였지만, 이번 전쟁은 특별했다.
비록 진지 공사로 당초에 기대했던 것과는 다소 모습이 달라졌지만, 이번 전쟁은 원칙적으로 국가 간 결투였다. 그런 만큼 양군은 신사적인 모습을 지킬 것을 강요받았고, 또한 기대받았다.
"8시간이라…."
말 위에 오른 무라비요프 백작은 입꼬리를 뒤틀었다. 그에게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설령 조선이 얼마나 많은 대비를 했든 간에, 정면에서 힘으로 찍어누를 자신이 그와 러시아군에게는 있던 것이다.
"2시간 안에 마무리를 지어주마."
그것은 조선군을 향한 사실상의 사형선고였다. 군마들은 당장이라도 달리게 해달라는 듯이 성이 나서 울부짖고 있었다. 주제를 모르는 극동의 원숭이들을 짓밟기 위하여 우랄산맥을 넘어 극동까지 달려온 병사들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제2 기병사단의 군마와 병사는 하나가 되어 조선군의 죽음을 부르짖고 있었다.
무라비요프 백작이 승리를 확신하는 이유였다.
펑-.
"전 포문 일제 발사!"
전장 중앙에서 신호탄이 날아올랐다. 미군 측이 발사한 개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와 동시에 양군의 포병대는 미리 설정한 좌표를 향하여 포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물론 양측의 전략이 각기 달랐던 만큼, 양측이 표적으로 삼은 것 또한 달랐다.
"우선 저 귀찮은 철조망 지대부터 걷어낸다. 우군 기병대가 돌격하는 데 방해가 될 만한 장애물들은 모조리 날려버려라. 철거가 마무리되고 나면 단숨에 정면 돌파하여 결판을 낸다."
러시아군은 개전과 동시에 일직선 위에 존재하는 철조망 지대에 대하여 모든 화력을 집중했다. 고막을 찢는 폭음과 함께 발사된 30여 발의 포탄이 조선군이 수개월에 걸쳐 설치한 철조망 지대에 내다 꽂혔고, 사방으로 흙과 쇳가루가 흩뿌려졌다. 조선군이 사전에 매설한 지뢰가 포탄의 위력에 반응하여 유폭한 것이다.
지뢰가 유폭한 곳은 한눈에 구별되었다. 포탄의 폭발과 지뢰의 폭발력이 합쳐지면서 그곳만 유별나게 5~6m 이상 흙먼지가 솟아올랐다. 포탄이 철조망 지대를 두들길 때마다 3발 중 1발꼴로 지뢰가 유폭하여 흙먼지가 솟아올랐고, 후방에서 아군의 포격을 구경하던 러시아군 병졸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퍼퍼펑-.
"끄, 끄아악! 내 팔! 내 팔! 어디로 간 거야!"
한편 조선군 포병대는 개전과 동시에 모든 화력을 러시아군이 설치한 목재 요새들을 두들기는 데 사용했다. 당연히 피해는 요새에 주둔하던 러시아군 경보병대에 집중되었다. 애초부터 동시베리아 총독부에서 현지 징발한 사냥꾼들로 구성한 경보병대의 사기는 절대 높지 않았고, 개전과 동시에 포격에 노출된 경보병대의 사기는 단숨에 바닥을 쳤다.
목재 요새는 처음부터 영국군에서 제공한 암스트롱포를 막기에 적합하지 못했다. 조선군의 포탄은 솜사탕을 찢듯이 목재 벽을 뚫고 톱밥을 만들었다. 요새 벽조차 그러한데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피와 살점이 곳곳에 흩어졌고, 요새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다리 하나 팔 하나를 잃은 사람은 운이 좋은 병사였다.
포탄에 직격하여 머리가 으깨지거나 폭발에 휩쓸려 우반신이 사라지거나 몸에 불이 붙고서도 숨이 끊어지지 않고서 괴성을 지르며 바닥을 굴러다니다 목이 쉰 다음에야 숨통이 끊어지는 병사들은 너무나도 흔했다.
'존 불 놈들이 힘 좀 썼나 보군.'
개전과 동시에 엉망진창이 되어 가는 경보병 연대를 멀리에서 망원경으로 구경하며, 무라비요프 백작은 그런 감상을 품었다. 하지만 구원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부터 러시아군 포병대가 철조망 지대를 제거하는 동안 조선군 포병대가 노릴만한 고정표적을 제공할 목적으로 설치한 목재 요새였고, 거기에 주둔시킨 경보병연대였다.
어차피 이번 전쟁에서 큰 전력이 될 수 없는 비천한 농노들이 저런 식으로라도 차르의 승리에 공헌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명예로운 일이라며, 무라비요프 백작을 비롯한 러시아군은 경보병 연대의 죽음을 외면했다.
* * *
포격은 45분여간 이어졌다. 불과 8시간여의 결전이 예정되어있던 만큼, 양측은 포탄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45분여간 이어진 포격은 조선군과 러시아군이 각각 목표로 했던 표적들을 확실하게 파괴했다.
러시아군이 목표로 했던 철조망 지대는 철거되었다. 물론 완전한 철거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차피 완전한 철거를 목표로 한 것도 아니었다. 기병사단이 돌격할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우선 그것으로 충분했다. 45분간의 포격은 우선 러시아군이 불편하게나마 돌격할 길을 만들어냈고, 러시아군은 그 길을 통해 조선군 진영까지 돌격할 채비를 시작했다.
반대로 조선군이 목표로 했던 목재 요새는 사실상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다. 물론 어느 정도 형태는 남아 있었지만, 안에 주둔 중이던 경보병 연대가 모두 도주하였거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붕괴하여 더 이상 전장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러시아군은 큰 의의를 두지 않았다. 나무도 인간도 얼마든지 쓰고 버릴 수 있었으니까.
어차피 이번 전투에서 승패를 가를 건 기병사단이었고, 나머지 보조 전력은 모두 제2 기병사단의 승리를 돕기 위하여 준비된 요소들이었다. 승리만 할 수 있다면 중간중간에 희생은 알 바 아니라는 건 중세 이래로 내려오는 러시아군의 오랜 전통 중 하나인 만큼, 고작 해봤자 징집병으로 구성된 경보병 연대의 궤멸은 러시아군에게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했다.
이 뒤로 양국의 포병대에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당장 시야에서 거슬리는 것을 치웠으니 적 본대를 타격하는 것이었고, 하나는 피차 포병대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한 만큼 대포병사격으로 서로의 포병 전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러시아군의 경우에는 제3의 선택지로 포격을 계속하여 확실하게 철조망 지대를 철거하는 경우의 수도 있었다.
'기껏 말들이 원 없이 달릴 수 있는 이런 하늘이 내려주신 평원에 네 발을 디디고 서서 말들이 쉽게 달릴 수 없도록 장애물을 설치하다니, 풍류를 모르는 애송이 같으니라고.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부숴주고 싶다만….'
러시아 측 사령관인 무라비요프 백작은 심정적으로 3번째 선택지에 기울어져 있었다. 만일 상대가 유럽의 정병이었다면 당연히 대포병사격부터 시도 했겠지만, 적은 극동의 오합지졸들이었다.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기껏 시베리아의 숲 지대를 빠져 나와 구릉 하나 없이 지평선이 훤히 보이는 평원을 전장으로 설정하고서 막상 기병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장애물을 설치한 것이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조선군이 수개월에 걸쳐 완성한 참호지대의 존재가 그를 주저하게 했다. 그러한 참호지대가 기병 돌격에 얼마나 저지력을 발휘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였다.
단지 땅을 파 인위적으로 구덩이를 만든 정도의 참호라면 모를까, 모래주머니로 지반을 다지고 목판을 덧대는 등 요새 준공에 버금가는 수고를 들인 참호가 어느 정도의 방호력을 가질지는 추측할 수 없었다. 전례가 없던 것이다. 당연히 기병 돌격은커녕 보병돌격 사례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경계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먼저 참호지대를 타격하라. 적 포병대가 대포병사격을 실시한다고 한들 진지를 옮길 필요는 없다. 길어야 1시간 안에 끝날 테니까. 적 참호선 타격에 집중하도록."
"알겠습니다, 각하. 지시하신대로 전하고 오겠습니다!"
콰콰쾅-.
무라비요프의 명령을 전해 들은 전령이 포대를 향해 출발하기가 무섭게 조선군의 대포병 사격이 러시아군 포병 진지를 덮쳤다. 명중률은 시원치 않았다. 초탄인 만큼 필연적이었다. 당연히 무력화된 진지는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지근탄이 발생했다. 직접 파괴된 포대는 없었으나, 파편 따위를 맞고서 부상을 입거나 폭음에 고막이 터지는 등의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무라비요프는 이를 갈았다. 아무래도 영국인들은 그가 예상한 그 이상으로 철저하게 조선군을 교련한 모양이었다.
그 이후로 이어진 포탄 교환은 명백하게 러시아군의 손해였다. 러시아군의 포격은 몇 번을 참호를 두들겨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맨땅에 부딪힌다면 그저 땅에 부딪혀 구덩이를 만들 뿐이고, 운 좋게 참호 뒤에 숨은 병사들을 정확하게 맞추어도 후열에서 대기 중이던 병사들이 빈자리를 채울 뿐이었다.
러시아군이 아무리 포격을 가해도 조선군이 구축한 참호는 흠집이 날지언정 무너지거나 기능이 정지될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반하여 러시아군 포병대를 노리는 조선군의 포탄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보다 정교해졌다. 포격을 가하는 동안 틈틈이 발사각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제2탄째부터는 직격탄이 나오기 시작했고, 제4탄째부터는 오발탄을 제외하면 거의 전 탄두가 지근탄 내지 직격탄을 만들어냈다.
"아아악, 눈이! 눈이-! 내 눈! 아, 안 보여. 아무것도 안 보여!"
"당황하지 마라! 우군도 반격한다! 대포병사격 준비! 계산을 서둘러-."
퍼엉-.
뒤늦게나마 러시아 포병대에서도 대포병사격을 실시하려 시도했으나, 이미 늦은 다음이었다. 지난 수개월 간 포탄이 생산되는 족족 모두 실탄 훈련에 사용한 조선군 포병대의 숙련도는 재정이 궁핍하여 상대적으로 실탄을 사용한 실사격 훈련이 드물었던 러시아군 포병대의 역량을 웃돌고 있었다.
무엇보다 조선군 그 자체는 별거 아니더라도 조선군이 사용하는 대포는 영국군의 제식 대포인 암스트롱 포였다. 영국군의 제식 대포를 보유하고서 영국군 군사고문단에 교육을 받으며 평소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꾸준하고 사치스러운 실탄 훈련을 반복해 온 조선군 포병대대는 비록 1개 대대뿐이긴 하나 열강의 포병대와도 비교될 법한 숙련도를 자랑했다.
결국, 조선군의 대포병사격이 시작된 지 10분을 채우지 못하고 러시아군 포병대는 사령관인 무라비요프 백작에게 진지 이동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말이 좋아서 진지 이동이지, 사실상의 후퇴 요청이었다. 무라비요프 백작은 머리가 지끈거려오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