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95화 (95/530)

< 차르의 진노 >

"이, 이 못된 원숭이 놈들이…!"

한편, 러시아 제국 상트페테르부르크.

영국, 프랑스, 미국이 제각각의 방식으로 이번 전쟁을 통하여 크고 작은 통쾌함에 기뻐했다면, 러시아 제국은 예상한 적 없는 의외의 곳에서 당한 뼈아픈 패배에 치를 떨고 있었다. 단지 위신이 깎인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제2 기병사단이 글자 그대로 전멸을 당해버린 것이다. 아니, 전멸이라는 표현조차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 1개 사단을 구성하던 병사들과 부사관, 장교단 전부가 목숨을 잃고 그나마 살아남은 중대 단위 병력조차 누구 하나 정신과 몸 모두 멀쩡한 이들이 없었다.

이쯤 되면 제2 기병사단을 재편성하거나 복구시킬 시도를 하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사단 그 자체를 해산시키고서 아예 사단을 새롭게 창설하는 것이 더 전력을 복구하는데 쉬울 지경이었다. 하다못해 크림 전쟁 기간에도 여기까지 참혹한 피해를 본 적은 없었다.

하물며 불과 2시간도 안 되는 짧은 교전 시간 동안 사단 하나가 글자 그대로 증발해버리다니. 처음 소식을 듣고서는 러시아 제국의 육군본부에서는 영국에서 러시아를 놀리려 고의로 거짓 첩보를 연락책에 섞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러시아 육군의 희망적 관측과는 다르게 현실은 참혹했고, 러시아는 완패를 당했다. 그것도 극동의 소국 조선에서 말이다. 이는 그 즉시 러시아의 차르 알렉산드르 2세에게도 전해졌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패배했다고 하나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경은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이런…!"

차르는 그 즉시 무라비요프 백작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소환했다.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궁전에 소환된 무라비요프 백작은 어떠한 환대도 없이 곧장 차르의 응접실로 끌려와 책임을 추궁 받았다.

차르 알렉사드르 2세는 전에 없이 격노하고 있었다. 콧수염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온몸의 털은 곤두선채로 얼굴은 시뻘겋게 물들어있으니 영락없이 마귀의 몰골이었다. 니콜라이 무라비요프 백작이 그간 충신이라고 믿어왔던 총애하던 신하였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잊을 만한 참혹한 결과물이었다.

무라비요프 백작은 어떠한 변명도 차르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는 잠자코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소신이 모두 부족했던 탓입니다. 어떤 벌은 내리시건 달게 받겠습니다."

"아니, 이것이 진정 경 한 사람이 벌을 받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하나? 자그마치 1개 사단일세. 1개 사단이야! 기병 1개 사단이란 말일세!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그 전부를 고작 하루만에 모두 소모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무라비요프 백작의 사죄에도 불과하고 차르의 진노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무라비요프 백작은 두번 다시 러시아로 돌아올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무라비요프 백작은 자신이 용서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포기했다.

"시베리아로 가게. 그리고 두 번 다시 짐의 앞에 얼씬거리지 말게!"

"…안녕히 계십시오, 폐하."

역시나, 차르의 최종판결은 시베리아 수용소행이었다. 그리고 무라비요프 백작은 순순히 수용소에 끌려갈 생각이 없었다.

차르의 앞에서 고분고분히 결정에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무라비요프 백작은, 시베리아 수용소에 도착하자 마자 시베리아에서 수십년간을 총독 생활을 하면서 축적한 그의 인맥을 살려 탈출 계획을 세웠다. 목적지는 영국령 인도였고, 경유지는 중앙 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이었다.

"정말로 고맙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네. 잘 있으시게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저희들이 오늘날 자유로워 질 수 있던 것은 총독 각하의 덕분이었습니다. 오늘날 그 보은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수고 쯤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강녕하십시오, 각하!"

그리고 무라비요프 백작은 성공적으로 현지 카자크인들의 협조를 받아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탈출했다. 이 소식은 곧장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차르에게도 전해졌고, 차르는 한층 더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니콜라이, 그 작자가 감히 짐을 배신하다니! 그 배신자 놈이 두번 다시 러시아로 돌아올 수 없도록 하라! 그놈은 더 이상 이 러시아 제국의 귀족이 아니다!"

결국 무라비요프 백작은 귀족위가 박탈되고 러시아에서 영구추방 되었다. 이 무렵 영국령 인도에서 배편을 구하여 프랑스로 망명할 길은 찾던 무라비요프 백작은 이 소식을 듣고 단념했으나, 동시베리아의 카자크인들의 경우에는 달랐다.

"아니, 영구추방이라니.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그분처럼 어진 총독이 또 어디 계셨다고…!"

"내 말이 그 말일세. 차르께서도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지…쯧쯧!"

카자크인들은 자신들이 신뢰해 마지 않았던 전 극동 시베리아 총독 무라비요프의 비참한 결말에 동정했고, 차르의 결정에 환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르가 농노해방령을 내리기보다 앞서 노예나 다름없던 카자크인들을 해방시켜준 총독이었다. 비록 총독직에서 이만 내려왔다고 하나 그 인망이 어디로 간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패전은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극동 러시아에서 분란의 씨앗을 심고 있었다.

차르의 총애를 받던 무라비요프 백작조차 그러했는데, 나머지 관료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여름 궁전은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혹한의 추위가 몰아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우리 러시아군이 패하다니! 아니 패배하는 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여기까지 참혹한 패배를 당할 수 있는 건가!"

차르의 분노는 육군 장성들에게로 향했다. 이번 전쟁에서 가볍게 승리하고 만일 조선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확전을 준비하고 있던 러시아 육군이었다. 이 전쟁계획은 차르의 인가를 받은 상태였고, 영국과 프랑스가 개입하여 확전될 시에는 중앙 아시아인들을 징발하여 전력으로 사용한다는 계획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차르의 인가도 장성들의 계획안도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러시아군이 유례가 없는 대패를 당하고 현지의 지휘부까지 사실상 포로로 잡히면서 극동 도독부 전체가 무방비한 상태에 놓여 설령 조선군이 연해주까지 진격한다고 해도 이를 저지할 병력도 지휘체계도 남지 않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이다.

차르의 분노는 정당했고, 장성들은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다. 압승을 자신하며 차르에게 주전론을 펼친 건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모두 조선인들이 비겁하게 참호를 파고 함정을 파두었기 때문입니다. 그 원숭이들은 결투라 위장하고서 끝 모를 비겁함으로 우리 러시아군을 농락했습니다. 만일 정정당당하게 맞부딪혔다면 우리 러시아군이 패할 일은…!"

"누가 그걸 몰라서 묻던가? 그래, 조선인들이 함정을 팠다는 건 잘 알겠네. 그런데, 그래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불과 2시간 만에 사단 하나가 증발할 수가 있는 건가? 자그마치 1만 명일세. 1만 명이 불과 2시간여 만에 전멸을 당했단 말이네! 전멸을 당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그걸 답하라는 말일세!"

뭐라 변명하려 시도한 장성의 입은 다시 차르의 고함으로 틀어막혔다. 알렉산드르 2세로서는 답답할 따름이었다. 자그마치 1만 명. 그것도 기병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1만 명의 정병이었다. 그 1만 명이 불과 2시간여 만에 전멸을 당했는데, 그에 반하여 적은 고작 100여 명이 죽거나 다친 것이 끝이란다.

그럼 누가 생각해도 정상적인 전투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적어도 그들이 그동안 알고 있던 일반적인 전투와는 동떨어져 있는 전투였다는 건 확실했다. 그런데 장군이라는 작자들이 조선에서 비겁한 수를 써서 패했다고만 변명하고 있던 것이다.

"미국인들이 만들어낸 신병기가 가장 끔찍한 위력을 발휘했다고 들었습니다. 듣자 하니 그 개틀링 포라는 무기는 1분에 400여 발의 총탄을 발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개틀링 포라는 병기만 없었더라도 양상은 크게 달랐을 것입니다."

"허어, 개틀링 포라. 그래, 그런 병기가 조선군에게 있었단 말인가. 이런 식으로 우리 러시아를 배신하다니, 정말이지 천박한 양키 놈들은…."

그렇게 한참을 들볶고 난 다음에서야 알렉산드르 2세는 그가 기대했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알렉산드르 2세는 그제야 퍼즐이 조금씩 끼워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심판역을 맡은 양키들이 러시아를 배신했다. 정상적이고 합당한 결투였다면 러시아가 조선에 패하는 일 따위 없을 터였다.

물론 이는 미국에 있어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추궁이었다. 미국은 딱히 조선군에게 무기를 판 것을 숨긴 적도 없었고, 러시아에 무기를 팔지 않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기를 사지 않겠냐는 제의를 먼저 거절한 건 러시아 측이었다.

차라리 조선에서 참호를 파는 걸 적당히 뇌물을 받고서 허락해준 거로 책임을 추궁하면 모를까, 무기를 판 거로 미국에 책임을 추궁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인들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러시아인들에게 필요한 건 이번 패배의 책임을 떠넘길 줄 알기 쉬운 적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이번 결투는 처음부터 형평성이 어긋난 것이로군. 이번 전쟁은 무효다. 심판역을 맡은 양키들부터가 중립을 지킬 마음이 없었는데 무슨 패배를 승복한단 말인가. 우리 러시아는 결코 프리모리예와 극동도독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입니다, 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동시베리아 일대에 소집령을 내려두었습니다. 우리 러시아 제국과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는 한, 감히 조선은 프리모리예에 손끝 하나 대지 못할 것입니다."

알렉산드르 2세는 단호하게 선언했다. 그리고 이는 러시아 제국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이미 연해주는 10년이 넘게 러시아 제국의 영토였고, 적지 않은 수의 러시아 개척민들이 정착하여 생활하고 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고작 1만 명의 희생만으로 연해주를 포기하는 건 결코 러시아 제국에게 있어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영토를 할양하는 대상이 영국이나 프랑스도 아니고 극동의 원시적인 야만 국가 조선인 이상에야 더더욱 그러했다.

러시아는 설령 만주에서의 모든 이권을 포기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연해주만큼은 할양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리고, 예의 그 마녀는 어떻게 되었는가? 무사히 위구르를 통해 국경을 넘었다던가?"

"물론입니다, 폐하. 심려하지 마십시오. 저들은 폐하께서 이 사실을 세상에 공표하는 그날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되었도다."

그리고 사실 러시아는 만주에서의 이권을 순순히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만일 순순히 포기할 생각이었다면 베이징이 함락되는 날 어린 황제와 함께 몸 하나만 달랑 이끌고서 러시아 공사관을 찾아 망명을 신청한 서태후를 받아들일 일도 없었을 터였다.

러시아의 첩보력 전부를 동원해 위구르를 경유하여 중앙아시아까지 피신시킬 이유도 말이다. 고작 전쟁 한 번에 이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러시아는 욕심이 너무나도 많았다.

"아직 우리 러시아는 패하지 않았다. 저 원숭이 놈들이 무엄하게 뭐라 말하건 우리 러시아는 저들에게 한치의 영토도 내줄 수 없다. 어명이니라.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철도를 건설하라.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건 상관없다. 주제를 모르는 못된 원숭이들에게 우리 러시아의 굳건한 의지를 알도록 하라."

"""차르시여, 장수하소서! 러시아 제국 만세! 만만세!"""

러시아가 조선에 패전했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지 불과 보름도 안 되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차르는 프리모리예의 할양과 조선과의 국경선을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를 관통하여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계획을 발표하였고, 이는 곧 러시아가 순순히 극동에서 물러날 생각이 조금도 없음을 알리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리고 이 시베리아 횡단철도 계획이 발표됨과 동시에 북독일연방은 차관과 기술 등 러시아 제국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였다. 프랑스가 러시아와 조선 사이에서 갈등하고 러시아의 모든 신경이 극동에 쏠린 틈을 타 중부 유럽의 패권을 거머쥐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었다.

러시아와 조선의 패권경쟁은 이제 막, 막을 올렸을 뿐이었다.

***

사마르칸트, 총독궁 별채.

그곳에는 최근 묘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이 근방에서 보기 드문 한족 모자가 요근래 총독궁에 얹혀 살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총독궁에서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정했지만, 이미 사마르칸트에서 이 소문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이 누구인가 정도는 이미 소문과 장사에 밝은 사마르칸트의 시민들에게는 익히 알려져 있었다. 총독궁에서 제 아무리 부정해도,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오는 극동에서의 소문이 그들의 의심을 확신으로 뒤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다름 아닌 현 청나라의 합법한 천자 동치제와 그의 친모 서태후였다.

"그래, 그래야지. 바로 그거다! 역시 태상노군께서는 짐을 버리지 않으셨도다…!"

이 무렵, 서태후는 그야말로 귀신이나 다를바 없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머리는 제대로 빗지도 않아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었고, 기나긴 고생으로 살이 빠지면서 눈알과 손톱이 튀어나와 영락 없는 마귀할멈의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천자나 다를바 없이 입고 지내던 화려한 의복도 지금에 와서는 누더기나 다름없어, 차마 그녀가 본래 자금성의 독재자로서 군림해온 과거가 있음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모두 기나긴 도피생활 중 어떻게든 정체를 숨겨보려 애쓴 결과물이었다.

장장 반년에 걸쳐 베이징에서 이곳 사마르칸트까지 도피하는 동안, 서태후의 몰골은 본래 그녀를 알던 이들조차 감히 정체를 추측할 수 없을 지경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어, 어마마마. 이만 황궁으로 돌아가시지요. 황숙께서도 더 이상 죄를 묻지 않겠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러니 이만…,"

"네놈이 진정 미쳤구나! 어딜 감히 이 어미의 말에 토를 달고 있는게냐? 네놈이 진정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서태후는 표독스럽게 쏘아붙였다. 그러면 그녀의 일갈에 주눅이 든 동치제는 더이상 말도 붙여보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는 했다. 서태후가 반년에 걸친 도피생활 동안 엉망이 되었듯이, 이 무렵의 동치제 또한 그에 못지 않은 비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해 눈 밑으로는 그늘이 졌고, 팔에는 가죽만이 남아 뼈가 도드라졌다. 입고있는 의복마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허름한 것을 입고 있으니, 그 몰골이 영락 없는 아사하기 직전에 거렁뱅이였다.

모두 러시아에서 이 근방에 상당한 첩보망을 펼쳐둔 영국의 시선을 피하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이들 모자를 반쯤 방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사실상 그들이 거할 별채와 하루하루 먹을 끼니 정도를 제외하면 어떠한 것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사정이 달라질 터였다.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극동에 국력을 투사할 각오를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명분이 될 이들 모자에 대한 대우도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두고봐라. 짐은 반드시 베이징으로 돌아갈터이니라! 아암, 그렇고 말고. 태상노군께서 짐을 굽어 살피고 계시니라. 작금의 고난은 단지 시련일 뿐이니, 곧 온 천하가 다시금 정당한 주인의 손 안에 돌아올 것이다!"

서태후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꺽꺽거리는 숨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침을 튀기면서, 희번득 거리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려대며, 영락없는 광인의 몰골로 승리를 외쳤다.

영락없는 광녀가 된 어미의 몰골에, 동치제는 그저 눈을 질끈 감고서 하루라도 빨리 자금성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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