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군의 괴팍함 >
이 무렵 대한제국은 범아시아 조약기구의 창립을 위하여 그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각국의 지도자들을 차례차례 한성으로 초청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조약기구의 탄생에 앞서, 각국과 세세한 미세조정을 걸칠 필요가 있던 것이다.
가장 먼저 초청되었던 것은 일본이었고, 대만이 그 뒤를 이었다. 대만국 총리대신 이하응과의 정상회담이 바로 그것이었다. 본래라면 대만까지 세력을 확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이형이었으나, 영국이 먼저 대만을 범아시아 조약기구에 끼워 넣으라 부추기면서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지들이 먼저 끼워 넣으라고 했다면 불만은 없겠지.'
이형은 대만과도 일본과 유구 왕국의 종주권 문제를 제외한다면 완전히 같은 내용의 조약을 체결하였다. 한대자유무역협정과 한대상호방위조약이 제시되었고, 이하응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하응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였으나, 이를 빌미 삼아 한국의 영향력이 대만에서 확대될 것이라는 건 짐작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영향력이 대만에서 확대된다는 것은 곧 그와 그의 추종자들이 더욱 대만에 뿌리 깊이 침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그와 그의 추종자들만으로는 대만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국에 대항할 수 없다는 걸 뼛속 깊이 절감한 이하응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래서야 또다시 영길리의 경계를 받는 것이 아닙니까? 그들 또한 이로써 대만이 한국의 세력권 아래로 들어가게 되는 일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하지 않겠습니까."
"대만을 끼워 넣어 우리 대한제국을 감시할 사자 심장 속 벌레로 심어두려 한 건 영길리잖소. 그들이 뭐라 왈가왈부할 리가 없지. 도리어 우리 한국이 대만에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으니 괜한 경쟁상대를 끌어들였다고 다른 열강들에게 잔소리를 듣는 건 영길리가 될 것이외다."
이하응의 걱정 어린 질문에 이형이 퉁명스럽게 답하였다시피, 이로 인해 대만에 관여하고 있던 프랑스, 미국, 네덜란드 3개국에 불만 섞인 항의를 들었던 것은 도리어 영국이었다. 그들 또한 한국에서 발표하였던 범아시아 조약기구 구상에 대하여는 익히 알고 있었고, 그 초안에 대만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 또한 전해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대만에서 먼저 한국을 찾아가 범아시아 조약기구에 넣어달라 요청하고 그것을 한국이 승낙하여 일본과 체결하였던 조약의 내용 그대로 새롭게 체결한 것이다. 대만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영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누가 봐도 영국의 개입이 있었음이 분명했다.
물론 이에 대한 영국의 대답은 침묵이었다. 자신들은 이번 일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있던 것이다. 이런 일에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서열 2위의 열강국인 프랑스 제국도 프로이센과의 전쟁으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이 실정인데, 고작 해봐야 네덜란드와 미국 따위가 자신들이 하는 일에 감히 이의를 제기라도 하겠느냐는 듯한 광오한 행보였다.
그리고 영국이 자신했다시피, 네덜란드와 미국은 몇 차례의 항의를 끝으로 침묵을 지키게 되었다. 프랑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영국을 비난하고 나섰다면 모를까, 그 두 국가만의 힘으로는 영국의 질서에 감히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대영제국의 룰 브리타니아는 순항 중이구먼. 자, 그럼 이걸로 주인님의 허락도 얻었겠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실까."
범아시아 조약기구와 대만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영국의 굳건한 지지를 재확인한 이형은 이하응이 대만으로 돌아간 그 즉시 다음단계에 착수했다. 바로 내몽골의 처우에 관한 문제였다. 이는 당장 러시아와 몽골에서의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오늘날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내전에서 승리할 경우 내몽골이 독립국이 될지, 병합당할지, 보호국이 될지에 따라 몽골인들이 러시아를 지지하느냐 한국을 지지하느냐가 갈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많은 병력을 몽골 초원에 밀어 넣어도 현지의 몽골인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전쟁에서 패배하는 건 필연적이었다.
"일단 완전합병은 논외군. 괜히 몽골인들의 반감만 살게 뻔한 데다가 당장 만주만으로 벅찬데 몽골까지 지배하려면 허리가 나갈 거야. 그렇지만 명색이 몽골 제국의 정통성을 이은 황제라면서 몽골이 자주독립국이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그렇다면야 뭐…."
생각을 대강 정리한 이형은 몽고친왕 셍게린첸을 한성으로 초청하였다. 이 무렵 몽골 내전의 주축은 대한제국군의 장교단과 청에서 도착한 의용병들이었고, 몽골인들은 수적으로 크게 모자라 사실상 보조전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몽골 초원에서 내전이 한창임에도 내몽고의 지도자인 셍게린첸은 무리 없이 몽골을 떠나 한성으로 찾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셍게린첸을 만난 이형은 그 즉시 자신의 구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동군연합입니까?"
"바로 그렇소."
이형의 제안에 셍게린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군연합이라는 것 자체가 유럽에서 흔히 이뤄지던 관습을 한자어로 번역한 것이다 보니 낯설 수밖에는 없었다. 이형은 보충 설명이 필요할 것임을 느끼고서 설명을 덧붙였다.
"이전에 만주와 몽고가 이루었던 관계를 조금 더 명확하게 명시해두자는 것이오. 짐은 대초원의 카칸으로서 대초원의 전사들을 통솔할 권한이 있소. 또한 대초원을 대표하여 대초원 바깥에 나라들과 교섭할 권한 또한 지니고 있지. 이에 대해서 혹시 이의가 있소?"
"이 초라한 게르의 양치기가 어찌 감히 대초원의 주인께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또한 대초원에서 사용할 화폐를 주조하여 이를 대초원의 부족들이 상거래를 할 때에 사용하도록 할 수도 있지. 이 또한 인정하시겠소?"
"물론입니다. 대초원의 주인께서 이 초라한 게르의 양치기에게 의견을 여쭈어 주시니, 참으로 황공할 따름이옵니다."
"그렇다면 되었소."
이형은 입꼬리를 뒤틀었다. 지금은 만주와 몽골뿐이지만, 대초원은 단지 만주와 몽골뿐이 아니었다. 지금은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신장 위구르 또한 본래라면 대초원의 일부이며, 그 너머에 중앙아시아 또한 마땅히 대초원의 일부이고, 그 위로 펼쳐진 드넓은 시베리아 또한 대초원의 일부로서 수백 년간을 존재해왔다.
장차 대초원의 주인으로서 군림하며 그 모든 지역을 통치해야 하는 대한제국에 그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조율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대초원은 하나 같이 땅은 넓은 되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아 주민들은 적은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제국이 제아무리 행정력에 자신이 있더라도 근본적으로 대초원 전역을 하나하나 조율할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결국 하나뿐이었다. 지방의 자치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방의 권한이 커지다 보면 중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날뛰거나 심하면 중앙과 손을 끊고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
그러니 대초원의 카칸이라는 지위가 필요했다. 이형이 대초원의 정당한 주인으로서 군림하는 한, 그들이 제아무리 중앙을 무시하고 날뛰어도 대초원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니까.
"그 외에는 그대들의 뜻대로 하시오. 얼마나 많은 세수를 걷건, 그 세수로 무엇을 하건 상관하지 않으리다. 알아서 통치하고, 뜻대로 지배하시오. 매년 그대들이 거둬들인 세수의 1할만 바치고 위에 언급한 권한들에 감히 개입하지만 않는다면 무엇을 하든 좋소. 그것은 그대들의 자유이니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이형의 말에 셍게린첸은 조용히 허리를 굽혀 절을 올렸다. 사실 이형이 언급한 바는 그동안 대초원의 지배자들이 대초원을 통치했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셍게린첸 또한 이를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이형의 정책이 특별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동안 관습적으로 이뤄지거나 아니면 다소 허술한 전근대적 성문법에 의하여 유지되어오던 질서를 근대적이고 체계적인 제도를 통해 정립하였다는 것이었다. 이형은 의회에 주문하여 이 동군연합에 관련된 조항을 헌법에 추가하라고 명하였고, 의회는 황명에 따라 이형이 주장한 바를 법학적 수사로 번안하여 도입하였다.
이로써 몽골과 한국은 두 개의 정부와 하나의 황제 아래에 공존하는 연합제국이 되었다. 몽골은 외교권과 군권, 통화제도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독립국과 다를 바 없이 활동할 수 있었고, 이는 본질적으로 동시대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대타협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극명한 차이점이 있다면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는 사실상 대등한 입장이었으되, 몽골은 모든 면에서 한국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존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대등한 입장이더라도 경제력도, 군사력도 한국에 의지해야 하는 몽골이 대등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러시아를 적대하고 있는 동안에는 더더욱 말이다.
무엇보다 황실의 내수사가 대한제국 재무부의 휘하에 있는 이상 몽골은 겉으로만 한국과 대등한 독립국이지 한국에게 세금을 바치는 보호국 신세였다. 이형 또한 그것을 노리고서 이러한 동군연합을 계획한 것이기도 했다.
"몽골 독립 만세! 만세! 만만세!"
"가자, 몽골의 전사들아! 침략자 노서아 색목인들을 몰아내자! 어찌 정당한 쿠릴타이를 거치지조차 않은 저런 참칭자들 따위가 몽골의 주인을 자칭한단 말인가! 우리들의 정당한 몽골의 대칸이시자 만주의 칸이신 이형 폐하를 위하여 싸우자!"
물론 이를 눈치챈 이들은 드물었다. 대부분의 몽골인은 사실상의 자주독립을 인정받은 사실에 열광하였다. 행정권도, 사법권도, 교육권도, 그 외 기타 자잘한 권한들 모두를 보장받았는데 어찌 자주독립국이 아닐 수가 있단 말인가? 군권과 외교권, 통화제도에 관한 것이야 본래부터 대칸의 것이었으니 감히 관여할 바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설령 이름뿐이라고 할지라도 대한제국과 몽골을 대등한 입장에서 대우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곧 청나라 시절의 통치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공언이기도 했다. 안정과 전통을 선호하고 변화를 꺼리는 민중들에게 이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었다.
이 무렵 외몽골의 독립운동을 부추기던 러시아가 은근슬쩍 러시아 정교로 개종할 것을 강제하고 서구적 제도를 받아들이라 강요하고 있던 만큼 다이칭 구룬 시절의 통치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이형의 선언은 몽골인들에게 더 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몽골인들은 몽골의 전통과 불교 신앙을 버리고서 러시아의 전통과 러시아 정교회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몽골 대초원의 민심은 급속도로 대한제국에 친화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아니, 어찌 저런 오랑캐들 따위와…."
"쉿, 조용하시게. 황상께서 뭔가 생각이 있으시지 않겠나. 우리 같은 상놈들은 그저 나라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고분고분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걸세.
다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차마 지엄한 황명에 직접 저항하지는 못하였어도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고작 해봐야 오랑캐들 따위가 겉으로나마 대한제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우를 받는다고 하니 영 내키지를 않았다. 그런데도 차마 누구 한 사람 직접 저항하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황제의 권위가 지엄하였기 때문이었다.
"『삼가 아뢰옵니다. 예로부터 조선이 뭇 오랑캐들과 한인들에게조차 부러움을 샀던 것은 온 천하가 오랑캐 소굴인데 오로지 조선만이 옛 주명의 예법과 복식을 잘 보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제국은 이것이 대한제국인지 대칸제국인지 분간할 수가 없이 오랑캐의 악취가 진동하니, 이는 곧 선조들을 욕보이는 일이오,
주명의 은혜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어찌 작금의 대한을 두고서 공맹의 이치가 살아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중략) …공맹의 도리가 땅에 떨어지고 오랑캐의 예법을 숭상하는 이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니, 이는 곧 통탄해야 마땅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엎드려 청컨대 폐하께서는 경전을 가까이하시고 선인들의 지혜를 익혀 마음의 양분으로 삼을 것이며
공맹의 이치에 통달한 군자의 통치를 하소서.』"
"목숨이 한 아홉 개쯤 되나 보지? 이거 참, 면암은 고양이 선비인가 보고만."
"폐, 폐하! 이, 이것은…!"
그러나 모두가 침묵을 지킨 것은 아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이런 와중에도 상소를 올리기를 멈추지 않던 최익현이 있었다. 사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최익현이라지만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최익현이 유일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유림은 이미 목이 베였거나 아니면 이하응을 따라 대만으로 떠난 다음이었고, 그조차 아니면 이형의 권위에 굴종하여 개화파로 탈바꿈한 이후였다.
그리고 이날의 상소는 운이 나쁘게도 이형의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은 최익현이 어떤 상소를 올려도 그를 내심 흠모하던 조정의 관료들이 중간중간에 몰래 가리거나 애초에 서류를 그다지 가까이하지 않는 이형의 성정상 처음부터 읽히지도 않았지만, 때마침 몽골과 연합제국을 이루며 유림의 뜻은 어떠한가 흥미가 동하여 간만에 상소를 가져오라 시켰던 이형이 마침내 발견하고 만 것이다.
이를 목격한 조정의 관료들은 일제히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뜻 있는 선비가 충언을 올리다 기어이 저 폭군에게 걸리고 말았으니, 필시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저놈들은 나를 뭐로 보고 있는 거야? 피에 굶주린 요괴 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정작 이형으로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만일 그가 황권이 위태로워 휘청이고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의 황권은 더 없이 공고하였으며 그의 권위는 동아시아 전역에 그 세를 떨치고 있었다. 고작 해봤자 최익현이 올리는 상소 정도로 흔들리거나 분노하기에는 이형은 이미 너무 먼 곳까지 와버린 다음이었다.
본래 싸움이란 대등한 입장에서나 성립하는 법이었다.
"여봐라. 이 최익현이라는 자가 그간 올려온 상소들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 함께 모아두고서 읽어보고 싶구나."
"네, 네이…."
오히려 이형은 거기에 흥미가 동하여 그간 읽어보지도 않고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상소들을 뒤져 최익현이 올린 상소들만 골라서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 무렵 조정의 관료들은 뜻 있는 선비의 비참한 최후에 대하여 일찌감치 단념하고서 마음속 깊이 최익현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었다. 그간 올려온 상소들을 트집 삼아 극형을 내리려고 한다고 여겼다.
'거 표현 참 신랄한 놈일세. 이쯤 되면 거의 죽을 각오로 쓰고 있다고 봐야겠는데? 내가 뻔히 개무시할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떠들어대는 거 보면 보통 근성은 아니야, 이 녀석도.'
정작 이형은 그 상소들을 일종의 악플 모음집을 읽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고 있었다. 직설적이고 신랄한 표현들이 한가득하다 보니 왕이 된 이래로 본인이 쌍소리를 한 적은 많아도 반대로 쌍소리에 가까운 모욕은 들어본 적이 없던 이형으로서는 이러한 표현들이 신선하게만 느껴졌다. 딱 그가 생각해왔던 방식의 사회 내부 저항이었던 만큼 더더욱 그러했다.
한참을 최익현이 올린 상소들을 읽어보던 이형은, 돌연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이 눈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마침 신문사를 하나 세울까 생각하던 참에 잘 되었군. 이 기회에 언관들을 모아 대한일보를 창간하여야겠다. 여봐라, 이 최익현이라는 언관을 불러오라. 내 이놈에게 영예로운 대한일보 초대 편집장 자리를 제수하겠다."
"…네?"
벙찐 관료들에게 죄는 없었으리라.
이형은 내수사를 시켜 대한일보를 운영하도록하고, 궁내부에서 조보를 작성하던 문관들과 최익현과 그를 따르는 언관들을 모아 그들에게 상소 대신 신문으로서 그들의 뜻을 전하게 시켰다.
그 직후, 이형은 이듬해 1871년을 기점으로 서력과 양력을 도입하고 연호와 음력을 폐할 것이라 선언하였다.
역사적인 창간호의 제1면이 이를 성토하는 언관들의 기사로 도배 되었음은 굳이 따로 말할 것도 없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