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기의 시대 >
"멸청흥한, 이라."
이형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그 어감을 곱씹었다. 그리 기꺼운 어감은 아니었다. 그것은 역시 이형이 한족이 아니기 때문일 터였다. 아마 이형이 한족이었다면 이 4글자에 가슴이 부풀어 오르며 심장이 쿵쾅거렸을 것이다.
멸청흥한. 글자 그대로 청을 멸하고서 한족의 나라를 다시 세우자는 표어. 그것은 곧 수백 년간 중원의 지배자로서 군림해오면서도 여전히 만주족은 한족에게 동화되지 않고서 만주족이라고 구분될 정체성을 유지해왔다는 증거이며, 한족에게 다이칭구룬이란 결국 침략자이며 이민족 압제자에 불과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이형은 그것을 부정할 생각도, 긍정할 생각도 없었다. 만주족에게는 만주족의 이익과 대의가 있듯이 한족에게는 한족의 이익과 대의가 있고, 지금은 그것이 서로 상충하여 정면에서 충돌하려 하고 있다. 그 정도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그만인 일이었다.
"백련교, 태평천국,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또 이들 정도구만. 그래, 어느쪽이요?"
이형은 검지로 탁상을 두드리며 물었다. 민족주의자 내지 공화주의자도 한번쯤 생각은 해봤지만, 아직 그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기에는 중원의 정치적 성숙도가 형편 없었다.
그럼 역시 난세를 틈타 또 다시 사교의 무리가 힘을 키우고 있다는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였다. 세상살이가 팍팍할 수록 가장 힘을 얻기 쉬운 것은 아무래도 사교도인 법이니까.
"뭔가 오해가 있던 모양이군요. 우리 청국이 아니라, 중화제국을 참칭하는 역적무리의 이야기입니다."
"중화제국?"
그러나 공친왕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형의 상정 외의 것이었다. 이형으로서는 의아한 일이었다. 그간 화북에서 얼마나 많은 재화를 끌어왔는데, 멸청흥한의 중심지가 청이 아니란 말인가?
사실 이는 상인들의 문제였다. 제 아무리 나라의 지원을 있는대로 받고서 청으로 건너갔더라도, 조선의 상인들 대부분은 도리어 청의 상인들보다도 서역 상인들의 세련되고 때로는 치졸한 상술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개항이 이루어진지 오래되지 않았던 부작용이었다.
그러니 이형이 청을 경제적으로 수탈하기 위한 체제를 이룩해도 막상 현장의 역량부족으로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역으로 베이징 토박이들에게 호구잡히는 경우도 왕왕 일어났다. 중국인이 돈벌이 좋아하던 것도 하루이틀이 아닐진데, 경상이나 송상 같은 뼈대 있는 상인들 정도가 아니면 싸움을 붙이는 일 자체가 무리수였던 셈이다.
이형은 뭐든지 나서려드는 관료들을 탓했지만, 기실 현장관료들이 적극적으로 현장에 개입하려고 하는 건 정부의 지원을 받고서도 영 힘을 쓰지 못하는 상인들의 탓도 컸다. 현재 청은 엄밀하게는 일방적인 경제적 수탈을 당하고 있다기보다는 조선 상인들이 우위를 잡은 와중 청의 상인들도 그 나름대로 제 살길을 찾은 상황에 보다 가까웠던 것이다.
이형에게는 뜻 밖에 일이지만, 지금의 화북은 민생이 파탄났다고 할 정도로 사정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그럼 도대체 영길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요? 보통 이 지경이 되기 이전에 영길리에서 어련히 챙겨줘야 정상인데?"
이형은 새삼 의아한 기분이 들어 말했다. 중화제국도, 대한제국도, 대만도, 일본도. 지금 극동에 존재하는 사실상 모든 나라는 영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다. 티베트 같은 경우에는 명목상으로만 청의 영토로 남아있지 이미 영국령 인도에서 북상한 영국군이 점거한 지 오래고, 머지않아 영국령 인도의 일부로 편입되거나 영국의 보호령으로서 독립할 터였다.
원 역사처럼 아직 청의 행정력이 건재하여 어느 정도 열강들의 침탈로부터 적절히 방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영국의 영향력이 극동 곳곳에 침투해 있는 상황에서 영국이 어떤 식으로건 움직이지 않는 건 어딘가 이상하다. 한국이라는 사냥견마저 있는데 말이다.
이에 공친왕은 씁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영길리? 허허, 그 오랑캐 놈들이 말입니까? 바로 그 오랑캐들이 일으킨 사단입니다. 이 사단을 일으킨 원흉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것 또한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영길리인들이 사단을 일으켜?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영길리 놈들이 청을 멸하고자 하고 있다는 말인가?"
"크게 다를 바 없겠지요! 민심이 흉흉하여 나라가 폭삭 무너지게 생겼으니, 그 오랑캐 놈들이 그동안 수탈해왔던 것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 우매한 백성들의 시야를 흐리려 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 난세는 언제쯤 끝이 날려는지, 허허허!"
공친왕은 끅끅거리며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그 모습은 얼핏 실성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실, 공친왕 스스로는 이만 자신도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실성해버리고만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의 조국인 청은 그가 제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나아질 기미를 보여주지 않고 있으며, 그런 와중 도움을 청하려는 상대는 바로 그의 조국 청을 이 꼴로 만든 장본인이고, 천하에는 온통 청에 적대적인 오랑캐들만이 강성하다.
어찌 미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공친왕마저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서 모든 걸 포기하는 순간 청은 멸망한다. 자금성의 옥좌는 여전히 비어있는 채로 남아있고, 그건 지금 베이징의 권위가 형편없는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였다. 정당한 천자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동치제가 가지고 도망친 옥새를 되찾지도 못하였으며, 동치제가 죽거나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온 것도 아닌 마당에 공친왕이 멋대로 천자를 새로 추대하였다가는 그나마 지금의 청을 유지하고 있는 공친왕이 섭정으로서 집권한 명분인 `황실의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마저 흐려지고 만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였다. 공친왕은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서 눈물 흘렸다.
그동안은 참아왔지만, 이런 조국의 처량한 신세를 제 입으로 설명해야 하는 꼴이 되니 도저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데 도통 넘어가지를 않으니, 공친왕은 소리를 내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그저 끅끅거리는 소리만 낼 따름이었다.
"…아아, 과연. 그렇게 된 것인가."
이형은 그런 공친왕에게서 시선 한번 주지 않고서 또다시 스스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닫고 납득하여 고개를 주억거렸다. 인제야 좀 이야기가 풀리는 것 같았다. 대만에서 찾아왔던 이하응이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가?
`…상놈들을 시켜 쌀값으로 강남땅에서 장난질을 쳐 때아닌 풍년에 기근을 일으키고!`
"그 망할 놈들이 또 혐성질부리다가 삽질 한번 거하게 했나 보군."
이형은 이마를 손으로 감싸 쥐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프랑스가 프로이센과 사생결단을 내느라 한동안 조용해지니까 이번에는 영국이 일을 일으키는가. 이쯤 되면 차라리 정면에서 욕을 욕을 하면서 달려들어 주는 러시아가 반가울 지경이었다. 영국은 주변인에게는 말도 없이 자신들 멋대로 일을 벌이고 또 그 주변인에게 뒤처리를 떠넘기는데 도가 튼 경우였으니까.
아마, 영국도 일을 여기까지 키울 심산은 없었을 것이다. 영국으로서는 그저 아일랜드에서 밀을 가져오던 정도의 인식으로 강남땅에서 쌀을 수입해와 싼 가격에 대만섬에 풀어놓아 인구증산을 노린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대한제국에도 따로 통보하지 않았다. 중요한 사안이라면 극동의 조정자인 한국에 알려주기도 하였겠지만, 식량을 사는 정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으니.
문제가 있다면 평화롭던 장강 이남에 영국이라는 초대형 주주가 나타나면서 쌀 가격이 아무리 높아져도 시장에 내놓는 족족 팔려버렸다는 것.
쌀 가격은 몇년간 계속 대책없이 높아져만 가는데, 영국이 계속해서 쌀을 사들이니 상승세는 멈추지를 않는다. 그렇게 쌀가격이 계속 오르니 당연히 지주들은 밭을 갈아엎고서 쌀을 경작한다. 그럼 이제 쌀 가격은 평범한 백성들은 감히 매입할 엄두도 안나는 가격까지 올라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쌀 가격은 오른다. 모두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두가 바라지 않던 대풍작이 와버리는 것이다. 시장에 풀린 쌀의 양이 늘어나니 필연적으로 쌀 가격은 폭락한다. 물론 풍년에 의하여 폭락한 쌀 가격에 맞추어 쌀을 팔고자 하는 지주는 없다. 이듬해면 다시 쌀 가격은 오를테니까.
하지만 풍년이 이어진다. 이제 쌀 창고는 가득 차버렸고, 지난해에 재배한 쌀은 썩어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쌀을 내다 팔 수 도 없다. 영국이 바보도 아니고 풍년 와중에 비싼 값에 쌀을 사줄리가 없고, 헐값에 쌀을 내다 팔았다가는 되려 적자다.
그렇다면? 결말은 뻔하다.
지주들이 쌀을 내다 팔지 않고서 창고를 가득 채운 쌀을 모아 불태워버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쌀을 파는 것보다 파기하는 것이 손해를 덜 보게 되며, 쌀이 희소성을 띄면 띌 수록 가격은 다시 오르게 될테니까.
"미친놈들. 우라질 새끼들! 우라질, 브라질, 제기랄! 이게 씨발 무슨 짓거리야! 홍차에 뇌수가 저든 새끼들 같으니라고! 이런 초대형 사고를 쳐놓고서 내가 먼저 청과 회담할 때까지 한마디도 안 해줬다고? 이런 개…!"
간신히 마지막 말이 나오기 전에 이형은 간신히 이성의 줄을 붙들고서 제정신을 차렸다. 이미 황제의 입에서 튀어나오면 안 되는 말들은 전부 한 다음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형으로서는 자신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공친왕 또한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몰아쉬었을지언정 이렇다 할 말은 하지 않았다.
만일 중화제국의 행정력이 정상적인 상태라면 지주들에게서 강제로 쌀을 사들여서라도 어떻게든 백성들에게 쌀을 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형은 중화제국에게 그런 행정력은 남아있지 않다는 걸 안다.
중화제국의 행정력이 무사하면 영국이 경제를 침탈하기 어려우니까. 설령 일부 청렴결백한 관료들이 뜻을 펼치려고 했더라도, 영국의 뇌물공세에 무너져내리던가 아니면 영국에게 이미 매수된 다른 관료들에 의하여 추방당한다.
자신들은 식량이 없어서 쫄쫄 굶고 있는데 지주들이 쌀창고를 불태우는 걸 본 소작농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들이 먹을 쌀마저 사버리고 있는 색목인 상인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가을 논밭이 알알이 찬 햅쌀로 가득한데 정작 그 햅쌀을 수확한 자신들이 먹을 쌀이 없다는 사실에 눈이 돌아가지 않을까?
`안일했다.`
이형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동안 대한제국의 핵심이권 영역은 청이지 중화제국이 아니라 막연하게 정세가 혼란스럽다는 것은 알았어도 내부적으로 어떻게 문드러져 가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중화제국에서 선상난민들이 넘어올 때도 그저 대한제국의 산업화를 위하여 필요한 우수한 인적자원이자 뜻하지 않게 얻게 된 부수입이라고 여겼지 대단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지금 대한제국은 러시아를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범아시아 조약기구의 주적은 러시아가 아니었다. 러시아가 될 수도 없었다. 대한제국을 비롯한 범아시아 조약기구 전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일을 저질러 놓고서 당장 어떻게든 중화제국에 명줄만 붙여줄 작정으로 멸청흥한이라는 대의로 만주족과 한족의 민족감정을 박박 긁고 있다. 그건 이미 사태가 영국이 어떻게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방증이었다. 대책 없이 일단 호전론을 불러일으켜 내부적 반발을 외부로 돌리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보나 마나 영국에서도 본격적인 사단이 시작된 다음에야 겨우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알아차린 것임이 분명했다. 그래 놓고서 극동의 해운을 장악하여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얼마든지 중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걸 이용해 이 모든 사태의 뒤처리를 해야 할 한국에는 말 한마디 없었다.
'그래, 어쩐지 조용하다 싶었다. 아편까지 팔아치운 마당에 뭔 짓을 못할까 싶었지! 그런데 이것들이 하다하다 사람 먹는 걸로 이 사단을 내? 이 우라질 놈들이 진짜…!`
이형은 탁상을 있는 힘껏 주먹으로 내려쳤다. 머리에 피가 쏠려 냉정함을 차마 유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냉정함을 유지해야 했다. 유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 속에서 이형마저 이성을 잃는다면 지금부터 중화제국으로부터 대폭발할 민족감정과 굶주림과 세상 모든 것을 향한 분노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공친왕은 물었다. 반쯤 자포자기한 태도였다. 그 또한 지금부터 무엇이 벌어질지는 대강 짐작하였을 터였다. 하지만 이형은 알았다. 공친왕이 무엇을 상상하건 그건 안일하고 낙천적인 미래예측이 될 것이라는 걸.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가. 윤리, 도덕, 정의가 얼마나 손쉽게 파괴되고 유린당하는가. 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으며, 어디까지 동물에 가까워질 수 있는가.
그것은 인간의 상상력이 아닌, 이미 일어난 일들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되짚어가며 하나하나 확인할 때만 실감할 수 있는 19세기의 낭만주의자들에게는 미답이자 미지의 영역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리다."
이형은 고개를 떨구며. 있는 힘껏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그동안 그가 접해왔던 인간의 광기란 고작 해봐야 책으로 읽은 객관적인 사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부터 펼쳐질 궁지에 몰린 인간의 광기는 객관적인 사실 따위가 아니라 그의 어깨에 달린 무겁기 그지없는 책임이자, 업보였다.
손이 덜덜 떨렸다. 이원철이 이형이 된 이래로 처음으로 느껴보는 공포였다. 오직 미래를 아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공포였다. 차라리 미래를 몰랐다면,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다면-하고 간절하게 기도하게 하는 공포였다.
그러나 이미 시작되었다. 시작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 일을 직면하게 된 대한제국은 아직 이 일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미숙하고, 유약한 나라였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전쟁의 적기사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형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마지못해 말했다.
"고작 해봤자 100만 대군으로는 부족할 거요. 적어도 100만 명의 묘비를 세우고 1000만 명 이상의 청년을 징집할 각오를 다지시오."
공친왕은 아연실색하며 이형을 바라보았다.
***
베이징.
청의 도읍이자, 한때 천하의 주인이 거하던 웅장한 도시.
그 위풍당당한 도시를 배경 삼아, 대한제국의 흑갈색 제복을 차려입은 100여 명의 청년들이 열을 맞추어 늘어서 있었다. 그들 모두가 조국을 위하여 자원한 장차 대한제국군을 이끌 애국청년들이었다.
"장관이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성근 준장은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조선이, 극동의 소국에 불과했던 조선이, 어느새 극동의 열강이 되어 한때 상국으로 섬기던 청의 병졸들을 지휘할 기회를 얻는 지위까지 올라온 것이다.
어찌 뿌듯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가슴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비단 한성근 준장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대한제국 육군 사관학교 4학년 생도 중 얼굴이 상기되어있지 않은 청년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장차 이들은 대한제국의 천하를 위하여 대한제국군의 명예로운 군인으로서 노서아를 비롯한 외적들로부터 천하를 지키게 될 터였다. 이들이 시작이고, 앞으로도 무수한 청년들이 그들의 청춘과 정열을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번영을 위하여 바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청춘과 정열을 양분 삼아 대한제국은 더욱 웅장해질 것이며 더욱 위대해질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한성근은 이들 청년이 장차 대한제국을 지탱할 든든한 뿌리가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제군들의 소원은 무엇인가! "
한성근은 그의 앞에 사열한 사관생도들에게 소리 높여 물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조국 대한제국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의 위대한 황제가 장차 자라날 대한의 건아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오로지 이 한목숨 바쳐 황제 폐하와 조국의 무궁한 영광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한성근 준장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