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116화 (116/530)

< 이웃사촌 >

"…지금 소신을 겁주려고 하십니까?"

공친왕은 의구심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이형을 노려다 보았다.

100만 명의 묘비. 1000만 명의 병사들. 어느 쪽이고 자릿수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되는 숫자들이다. 도저히 현실감각이 없다. 공친왕 또한 머지않아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100만 명의 묘비와 1000만 명의 병사들이라는 자릿수부터가 차원이 다른 전쟁을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형의 표정은 진중하다. 차마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진중한 얼굴로 내뱉고 있는 말은 거짓부렁임이 틀림없는 허풍이다. 그러니 공친왕으로서는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 이 작자가 의도적으로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면 왜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일까, 하고.

"겁을 줘? 짐이 거짓부렁을 지껄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구려. 짐 또한 그런 것이라면 정말로 좋겠소. 하지만 아니오. 솔직하게 말하여서, 지금 이게 우리 한국에서 감당이 가능한 일인지조차 짐작되지를 않는구려."

이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외부로부터 강제로 점화된 민족 감정과 강제로 주입받은 민족주의. 버블붕괴와 소작쟁의 라는 초유의 재앙과 피폐한 현실. 그것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어떤 결말을 낳게 되는지 이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끝은 필연적으로 혁명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어떤 형식의 혁명이 될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주도하게 될 것인가? 아래에서 시작된 혁명을 위에서 받아들이는 형태의 혁명이 될 것인가? 그도 아니면 아래에서 시작된 혁명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서 천하를 송두리째 뒤흔들 것인가?

'차라리 아래에서 시작되어 모든 걸 파괴하는 형태의 혁명이라면 적어도 10년간은 시간을 벌 수 있다. 중화제국이 공중 분해 되는 동안 우리 한국은 그동안 그리 많은 것을 바랄 것도 없이 황하를 도하하여 장강 이북의 화중 땅을 확보해 청에게 넘겨주고서 장강을 경계로 방비를 철저히 하면 10년 후에도 무리 없이 침공을 막을 수 있겠지. 문제는….'

위에서 시작하거나, 아래에서 시작되어 위에서 받아들이는 혁명이 될 경우.

그 경우 멸청흥한이라는 선전은 단순한 선전으로 끝나지 않는다. 중화제국 자체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 전근대제국에 지나지 않지만,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중화제국군은 이홍장이 친히 교련하고 태평천국 운동을 진압하기 위하여 열강들이 지원과 군사적 자문을 아끼지 않은 정병이다.

그런 와중 민족주의 혁명이 발발하여 본격적인 민족주의의 광풍이 중화제국을 휩쓴다면, 지금 당장도 100만에 육박하는 중화제국군은 단숨에 그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애국심에 불타오르는 애국청년들은 그들의 생명을 탄환 삼아 조국 통일이라는 숙원을 달성하려고 들 것이고, 그들의 칼날은 필연적으로 청과 청을 감싸들고 있는 대한제국을 향한다.

100만 명의 묘비는 우습다. 1000만 명의 병사들조차 부족할지도 모른다.

민족주의가 발흥하기 시작한 중원 대륙의 천명 전쟁에 개입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다.

"지금 당장은 물론 아니겠지. 경제위기가 무서운 것은 당장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이 아니오.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사회 전체를 극단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지. 그리고 작금의 시대에는 그렇게 피폐한 정신과 극단화된 사회에 딱 알맞은 민족이라는 시대정신이 미쳐 날뛰고 있소. 내 장담하리다. 앞으로 3년, 늦어도 6년 안에 중원 전체가 전쟁터로 변하게 될 것이오."

당장은 풍년에 의한 기근이라는 초유의 재앙이 한창이라 전쟁을 벌일만한 힘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아직 영국 식민지군이라는 최종안전장치가 남아있다. 중화제국이 병사들을 일으켜 청을 치려하는 순간 영국 해군육전대가 난징을 불태울 것이다. 중화제국 상층부도 바보가 아닌 한 멸청흥한을 외칠지언정 영국을 무시하고 당장 청을 칠수는 없다.

무서운 것은 그 동안에 도덕·윤리와 사람들의 상식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사방에 먹을 것이 넘치는데 자신이 먹을 식량이 없다는 비상식 속에서, 당장 자신이 굶주리고 있는데 식량을 홈치지 않을 도덕적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순간에 그간 축적해온 상식이 무너지고, 윤리관이 무너진다. 뇌가 표백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표백된 뇌 속으로는 그 어떤 극단적인 사상이나 혁신적인 이념이라도 스며들 수 있다.

때마침, 지금의 극동에는 그런 표백된 뇌에 스며들기 딱 좋은 극단적인 사상들과 혁신적인 이념 따위야 넘쳐 흐르고 있다. 장강 이남의 백성들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민족주의를 받아들일 것이고, 청의 지배를 식민침탈이었다고 인식할 것이며, 압제자 아이신기오로 황족들과 만주족들의 말살을 부르짖을 것이다.

처음에는 단지 기계적으로 외부에서 주입하는 대로 지껄이던 백성들은, 풍년에 의한 기근이라는 일생일대의 고비를 넘기고서도 여전히 고되고 힘들기만 한 현실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점차 과격하고 격정적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럼 중화제국의 지도자들도 깨닫는다.

지금 그들에게는 날로 과격해져 가는 민심을 따라 전쟁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분노해 미쳐 날뛰는 백성들의 손에 붙잡혀 죽는 수밖에 없다고.

"한 번에 1000만 명을 동원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으리다. 그러나 유사시에 얼마든지 1000만 명 정도는 동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추어두시오. 우리 한국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부탁드리겠소. 강남에서의 일은 내가 따로 불란서와 논의하여 최대한 수습하여 보리다.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밖에는 없소."

침통한 낯으로 고개를 숙이는 이형의 모습에, 그제야 공친왕은 이형이 단지 헛소리로 이런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폭언을 일삼던 그 괴팍한 난쟁이 황제가 마침내는 한때 우습다는 듯이 깔보던 청의 섭정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고 있다. 황제가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절대 가볍지 않다.

공친왕은 그제야 낯이 새하얗게 질렸다. 무언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가 알지 못하였던, 알 일도 없었던 참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청에 그 참상을 혼자만의 힘으로 대적할 여력은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그대는 그대의 최선을 다하도록 하시오. 짐은 짐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전쟁을 조금이라도 뒤로 미뤄볼 수 있도록 힘을 써 볼테니까."

그 날 대한제국과 청은 한청상호방위조약과 한청수호통상조약, 한청경제협력조약을 체결하였다. 이로서 이형이 당초 예정하였던 모든 국가와의 정식조약 체결로, 이제 범아시아 조약기구는 단지 본격적인 설립식만을 남겨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설립식의 주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게 되었다.

공친왕은 충격에 휘청이며 청으로 돌아갔다. 이형은 그 즉시 프랑스 공사 벨로네를 호출했다. 한걸음에 달려온 벨로네를 바라보면서, 이형은 침통하게 입을 열었다.

"또 그 영길리 놈들이 사고를 쳤소."

그 한마디에 벨로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디 영국인들이 사고를 치는 것이 하루 이틀이던가. 그리고 강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일대를 식민지화한 프랑스에 있어서 지금 강남에서 어떤 사달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알기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우리 프랑스 제국에서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유감스럽지만, 본국 차원에서의 지원이라면 현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물론 중국인들의 불행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상관없소. 지금 짐에게 필요한 것은 머나먼 본국이 아니라 그대들 식민정부니까. 곧 적어도 수만, 때에 따라서는 10만 명 이상의 굶주린 난민 때가 그대들의 식민영토로 몰려들 거요. 그전에 안 남의 쌀을 풀어 그들을 구휼해주시오. 어차피 그들 난민을 수용할 여력도, 그렇다고 그들 모두가 올 수 없도록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소.

대가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짐의 내탕금을 털어서라도 지급하리다. 그 간의 정을 봐서라도 이렇게 부탁드리겠소.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힘을 보태어주시오."

이형은 거기까지 말하고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벨로네 공사는 한순간 할 말을 잃고서 멈추어 섰다. 설마하니, 황제가 몸소 고개를 굽혀가면서까지 자신들에게 강남땅을 구호해달라고 나설 줄은 몰랐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장강 이남의 백성들은 대한제국의 백성조차 아니며, 장강 이남은 대한제국의 영토는커녕 이권 지대조차 아니지 않은가. 어째서 남의 나라의 백성들을 위하여 여기까지 하는가? 대한제국과 중화제국은 그리 특별한 관계조차 아닌데도 말이다.

만일 눈앞의 이 황제가 세상 물정 모르는 선인이었다면 벨로네 공사 또한 참으로 선량한 성군이라며 한편으로는 감동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내심 조소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 눈앞의 황제는 결코 선인 따위가 아니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장차 그들 중국인을 백성으로 삼고자 하십니까? 장차 중국 전역을 식민화하려 하십니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벨로네 공사는 되물었다. 어째서 거기까지 하는가. 어째서 그럴 필요가 있는가. 그동안 프랑스가 봐왔던 이 황제는 결코 그런 선인 따위가 아닐진대.

"다르오."

이형은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솔직하게 말하여, 그 또한 이 일이 어디 아프리카나 남미, 하다못해 인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것이다. 또 식민열강들이 세상을 주물럭거리다가 말썽을 일으켰다고 조소하면서, 가볍게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다르다. 지금 이 일은 다르다. 이웃 나라에서 일어난 참상이다. 이웃 나라에서 시작된 비극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이 아닐지라도, 간접적으로는 한국이 원흉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업보이다.

별로 숭고한 인류애 따위를 이야기할 작정은 없다. 별로 거창한 대의 같은 건 필요 없다. 이건 그런 복잡한 원리로 굴러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간단한 이치이다.

"짐은 우리 한국인이 단 한 사람이라도 덜 죽기 위한 최소한의 구명 조치를 준비하는 것뿐이오."

곤경에 처한 인간이 가장 먼저 탐하는 것은 비교적 허약해 보이는 이웃사촌의 살점이다.

벨로네 공사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총독부에 긴급전보를 타진하였다.

거창한 말은 필요 없었다.

"『대한제국의 황제가 기독교 인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강남의 중국인들을 위한 구휼조치를 고개 숙여 부탁하였다.』"

그 한마디에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총독부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파리. 빛의 도시 파리. 저주스러운 그 이름, 파리. 그 지옥 같던 파리의 늦가을.

죽음이 대지를 가득 메웠다. 하늘 높이 피어오르는 지독한 초연은 푸르디푸르던 가을의 하늘을 잿빛으로 더럽혔다.

민족의 비원 통일을 외치던 청년들. 조국을 위하던 애국지사 엘리트들. 가족을 그리워하던 아버지. 생전 처음으로 어머니의 품을 떠나 집을 그리워하던 어린 학생, 귀족의 명예를 위하여 애써 태연한 척하던 신임 소위, 전장에서 닳고 닳아 가벼운 농담으로 전우들을 추스르며 결전에 대비하던 마흔을 넘나 보던 노총각 상사.

그들 모두가 고깃덩어리가 되어 대지의 양분이 되었다. 고기 조각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주인 잃은 군화에 눈부신 광택을 선물하고, 아무렇게나 흩뿌려진 피는 대지를 적셔 붉은빛으로 물든 새하얀 들 초가 신이 나서 어깨춤을 들썩거린다.

"추워…추워요, 엄마. 창문 좀 닫아주세요. 난로에 불을 지펴주세요. 또 옛날이야기를 해주세요. 엄마…."

살이 통통 오른 시궁쥐는 더 이상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르핀에 취하여 이를 딱딱거리고 있는 병사의 생살을 파먹고 그 뼈를 오독오독 씹는다. 전우들의 시체로 이루어진 작은 구릉에 기대어 죽음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병사는 그조차 느끼지 못한다. 모르핀에 취한 그에게 이곳은 더 이상 전장이 아니다.

병사는 이곳이 집이라 여기고 제 어미에게 춥다고 칭얼거리며 있는 힘껏 담요를 끌어당기지만, 현실의 그는 자기 머리맡 시궁쥐에게 춥다고 칭얼거리며 주인 잃은 누군가의 오른팔을 있는 힘껏 끌어당길 뿐이다.

부리에 파리가 덕지덕지 들러붙은 까마귀가 머리 위에 올라타 이미 삶을 포기한, 대학에서 청춘을 즐겨야 했을 젊은 엘리트의 죽음을 기다리고, 아직도 삶에 대한 망집을 버리지 못한 누군가의 아버지는 찢어진 뱃가죽 사이로 흘러내린 오장육부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며 펄떡펄떡 발버둥 치고 있다.

"으흐흐, 안돼. 피가 멈추지 않아. 내 몸에 피가 저렇게 많았던가? 의무병은 어디지? 아하, 내가 의무관이었군! 여보, 내 사랑 마를렌! 아아, 마를렌!"

실성한 의무관은 망연자실하게 소리친다. 그에게 두 다리는 없다. 그에게 두 팔은 없다. 한때 팔과 다리가 붙어있던 비루한 몸뚱어리만이 맨바닥 위에서 발버둥 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그조차 느끼지 못한다. 척수를 관통한 포탄의 파편은 그에게서 통각을 앗아갔다.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핏줄기는 그의 시야를 빼앗았다.

그러니 그는 그저 참호 바닥에 고인 피 기름 웅덩이 위로 그의 피가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소리를 무력하게 듣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순간, 그가 외친 것은 그를 구원하지 않은 신도 조국도 아니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소리높여 외치며 죽어갔다.

그들의 조국은 승리하였는가. 그렇지 않으면 패배하였는가. 병사들에게 그것은 더 이상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들은 살고 싶었다. 팔다리가 하나씩 없어도, 뱃가죽이 찢어지고 얼굴이 녹아내려 괴물처럼 변했더라도. 그저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집에 가고 싶다고 울부짖으며 그들 모두가 죽어갔다.

죽었다. 얼마나 죽었는지도 모른다. 감히 그 숫자를 세어보려고 노력하는 인간은 없다. 그들 모두가 눈 앞에 펼쳐진 일방적이고 참혹한 대학살극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그저 전율하고 있을 뿐이다.

전쟁이란, 인간의 지성이란, 만물의 영장이라던 인간을 여기까지 추락시킬 수 있는 것인가. 이 초원에 아무렇지도 않게 널브러져 있는 살 조각 따위가, 반쯤 부러진 초목에 내걸린 구불구불하는 내장 조각 따위가, 한때 웃고 떠들며 조국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던 어디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던 멋쟁이 신사였음을 인정하란 말인가.

"춥군."

전장을 둘러보던 몰트케는 나지막이 한마디 내뱉었다. 후회는 없었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난생처음 보는 3중 참호 선을 상대로 포격을 한 점에 집중하도록 명하여 잠시나마 최종 방위선까지 몰아붙이기도 했고, 병사들이 돌격을 망설일 때 몸소 돌격을 선두지휘하다 왼손 손바닥에 검지가 들락날락할만한 크기의 총상을 입기도 하였다.

국왕과 조국의 승전을 위하여 일평생을 봉사해왔다. 그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했던 적은 없다. 승산이 낮다는 것은 알았지만, 적어도 패배를 전제하고서 싸우지는 않았다. 그는 승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했고, 군주와 조국을 위한 마지막 충정을 다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있다면.

"병상에 누워있는 부상병 10만 명의 목숨만 더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저 저주스러운 도시의 머리 위에서 우리 프로이센의 검독수리가 포효하도록 만들 수 있었을 것을."

몰트케는 그렇게 자조하고서, 그의 참모들과 함께 막사에서 나와 막사를 포위하고 있던 프랑스의 병사들에게 천천히 양손을 들어 올려 보였다.

파리의 가을은 듣던 것과 달리 뼈가 시리도록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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